권기봉의 도시산책 - 서울의 일상, 그리고 역사를 걷다
권기봉 지음 / 알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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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시. 인구 천만이 모여 살고 있는 도시. 백제의 수도였고, 또 조선의 수도였으며, 비록 수도는 아니었지만 통일신라시대에도, 고려시대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도시.

 

한강을 끼고 있어 물이 풍부하고, 동서남북으로 산도 있어 산세도 좋은 땅. 여기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발자취가 많이 남아 있는 도시.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가 집약되어 있는 도시라고 보면 되는데, 그만큼 화려함과 욕됨이 함께 존재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서울은 걷기에는 좀 불편한 도시다.

 

최근에 걷기 열풍이 불어, 둘레길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에도 걷기에 좋은 여러 길들이 생겨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지만, 대부분의 서울 도심은 조금 걸을라치면 지나치는 차들에서 내뿜어지는 매연과 소음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북한산 둘레길, 서울 성곽길 같이 한적한 길은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지만, 도심에 있는 많은 문화유적들이 있는 곳은 걸어서 보게 되지 않는다.

 

그냥 차를 타고 지나치거나, 그런 장소가, 그런 문화유적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치고 만다.

 

이 책은 권기봉이라는 사람이 서울에 살면서, 서울을 걸으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쓴 책이다. 많이 걷다보니 자연스레 많은 곳을 보게 되었고, 그것을 사진으로도 남겨 후세 사람들에게 서울의 현재 모습을 알려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의 현재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둔 것은 단지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은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서울이 어떻게 변모해 왔고, 우리는 문화를 어떤 식으로 대했던가를 보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려는 목적으로 남겨둔 것이다.

 

그래야 좀더 나은 미래로 갈 수 있다. 미래가 어느 순간 그냥 딱 떨어져 우리에게 오는 것이 아닌, 현재에서 과거를 받아들여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미래이기 때문이다.

 

너무도 유명한 곳은 이 책에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런 곳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곳, 전혀 알지 못했던 곳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잘 알려주고 있고, 또 이런 문화재도 있었고, 이런 역사가 이 곳에 담겨 있구나 감탄할 수 있다.

 

서울, 역사와 문화가 집약되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과거의 유산들을 지금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승해서 후손들에게 남겨줄까를 고민해야 한다.

 

단지 부끄러운 역사라고 해서 없애버리기만 했던 여러 문화재와 뜬금없이 자리잡은 건축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서울이 문화도시로, 역사도시로 기능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서울의 문화유적들을 소개하는 책만은 아니다. 그런 문화유적들에 대한 설명을 통해 우리가 문화와 역사를 대하는 태도가 어떠했는지 반성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책이기도 한다.

 

서울에 대해서 세세하게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들고 한 번 이 책에 나와 있는 서울 문화유적들을 걸어서 만나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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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 겨울을 보낸 자들은

 

살아서 남은 자들은 기쁨에 들떠

창을 열어 따슷한 바람을 맞아들이고,

맑은 햇살을 손에 받고,

문득 잊었던 이름 생각나면 짐짓

부끄럽고 슬픈 얼굴을 하고.

밤이면 서로의 몸 뜨겁게 탐하며,

싹으로 트고 꽃으로 피기 위해서.

머지않아 가진 것 다져 열매도 맺어야지,

지상에서 가장 크고 단 열매를.

흙이 되어버린 이들의 이 값진 눈물과

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뜨거운 피를

잊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또 닥칠 비바람을 이기기 위해서

더 단단히 몸을 여미고 죄면서.

잊었던 이름 더 까맣게 잊어버리며,

살아서 남은 자들은,

또 한번 겨울을 보낸 자들은.

 

신경림,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창작과비평사, 16쪽.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왜 계절과 정반대인 이 시가 마음에 와 닿았을까?

 

자연의 계절은 여름인데, 내가 체감하는 계절은 겨울인가? 

도대체 나는 언제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봄이 계절의 순환처럼, 자연처럼 자연스레 오면 좋겠지만... 인간 세상의 봄은 그냥 오지 않으니, 그 봄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날까.

 

그 일들을 겪고 봄을 맞이한 사람은 이 시에 나온 구절처럼 '기쁨에 들떠' 있겠지. 그리고 지금은 봄이지만, 겨울이 또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단단히 몸을 여미고 죄'게 되겠지. 그래야 하겠지.

 

그래, 그런 봄을 맞이하여, 또 한번 겨울을 보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무더운 여름날, 겨울을 보낸 시를 읽으며 봄을 상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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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을 열어 주는 진로 독서 - 십대, 책에게 진로를 묻다 꿈결 진로 직업 시리즈 꿈의 나침반 2
임성미 지음 / 꿈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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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뒷표지를 보면 이런 말이 쓰여 있다.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흔히 할 수 있는 말인데, 이 말이 반가운 이유는, 요즘은 진로라고 하면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고 물어보지 않고, "너는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니?" 또는 "너는 커서 무엇이 될래?"라고 물어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진로에 대한 질문을 당사자 본인에서 출발하지 않고 외적인 요인을 추구하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진로란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 길인데... 그 길은 곧 직업이 아니고, 어떻게 살까가 주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직업을 가질까 보다는 어떤 사람이 될까를 청소년기에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자유학기제라는 이름으로 아직 잘 모르는 중학교 1학년생들에게(대부분의 학교가 1학년 때 자유학기제를 실시한다. 2,3학년이 되면 시험을 안 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무언가 시험을 보지 않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모두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 탐구라는 이름으로 직장 방문, 다양한 직업 사람들 강연듣기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삶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게 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그런 점을 절묘하게 융합하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중심에 놓고, 생각할 만한 책들을 소개하고, 그 책에서 중심 생각을 뽑아 정리해주고 있다. 여기에 이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한 학생들의 글을 소개하고, 그 학생의 글에서 나온 직업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그 책과 관련 있는 책들, 학생이 하고자 하는 직업에 대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 책에서 책은 진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니, 책이 바로 진로를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책은 방향을 알려주고, 강물이 나타나면 건너가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산을 오르게 되면 지팡이가 되어 준다.

 

책은 내가 어떻게 읽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내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진로 독서'라는 말이 성립이 된다.

 

독서는 정말로 중요하다. "독서는 힘이 세다"라는 책도 있을 정도로 독서는 우리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청소년기에 읽었던 책 하나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주었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하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책에는 온갖 이야기가 있기에 자신의 삶에서 마주치는 고민의 지점들을 찾아내기가 쉽다.

 

간접경험을 통해서 자신 삶의 방향을 정하게 된다. 책을 통해 이미 존재하는 길에 대해서 알게 된다. 나 역시 그 길을 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게 책의 힘이다. 독서의 힘이다. 그래서 독서는 곧 진로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자신의 진로를 찾는다는 얘기다. 어렵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에게 진로에 대해서 알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책을 많이 읽게 하면 된다.

 

자유학기제라고 외부로 외부로 학생들을 돌릴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진로 독서'다.

 

이 책의 앞표지에는 "십대, 책에게 진로를 묻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이렇게 바꾸자.

 

"십대. 책에서 진로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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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승호, 더 인터뷰 - 인터뷰의 재발견
지승호 지음 / 비아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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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이나 받아 적는 주제에 지 이름 달고 책을 내는 일을 15년간 하다니 정말 뻔뻔하다.'(5쪽)

 

이 책의 서문에 실려 있는 말이다. 다른 사람과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펴낸 지승호에게 어떤 네티즌이 한 말이라고 한다. 이런 댓글... 사람 참 힘들게 한다.

 

그럼에도 그는 또 인터뷰 책을 냈다. 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지승호, THE INTERVIEW"

 

인터뷰는 남의 말을 받아적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남의 말을 끌어내고 정리해 내어, 다른 사람에게 그 사람을, 또는 그 사람의 생각을 알려주는 아주 적극적인 일이다.

 

인터뷰를 잘하는 사람은 그래서 질문을 잘한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 그가 바로 소크라테스 아니었던가.

 

소크라테스는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다만 질문을 할 뿐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사이에 사람들은 진리에 한발 한발 다가가게 된다.

 

그렇다면 질문은 무척 중요하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은 교사가 될 자격이 있다. 교사란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니, 인터뷰를 잘하는 사람은 인터뷰를 통하여 무언가를 끌어내 사람들이 깨닫도록 한다. 알게모르게 교사의 역할을 한다.

 

지승호 역시 그런 역할을 잘하는 인터뷰어(인터뷰를 하는 사람)다. 그는 인터뷰이(인터뷰를 받는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끌어내기 위해 공부를 한다.

 

이 책에는 7명의 인터뷰이들이 나오는데, 이들 각자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서 적어도 그는 그들이 쓴 책, 그들에 관한 글 등을 미리 읽고 나온다. 내용을 알고 있어야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터뷰한 내용을 그냥 받아적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더 알았으면 하는 내용, 꼭 알아야 할 내용, 알면 좋은 내용 등을 끌어내기 위해 질문을 한다.

 

뻔뻔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한 것이다. 그러니 그는 책을 낼 자격이 있다. 대담집이라고도 하는 인터뷰를 읽다보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되는데...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인터뷰어의 능력이 잘 발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승호는 충분히 그런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강준만, 강풀, 김난도, 박순찬, 오지은, 이상호, 한희영

 

이렇게 일곱 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들은 강풀과 박순찬처럼 만화라는 분야에서 활동한다는 공통점, 또 오지은과 한희영은 가수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다들 자기만의 분야를 지키면서, 거기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들이 지닌 특성을 하나하나 잘 끄집어 내고, 또 이들의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지승호가 인터뷰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 또 책에 잘 정리되어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사람도 있고,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알려진 사람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관심분야 뿐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도구를 하나 더 얻을 수 있게 되는 책이다.

 

한 번 지승호의 인터뷰를 따라가 보자. 나는 그 인터뷰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리하면서.

 

덧글

 

알라딘 5월의 작은 출판사 응원 댓글에 당첨되었다. 그래서 받게 된 책이다. 이건 횡재다. 너무 좋게 잘 읽었다. 꼭 책을 보내주는 이벤트에 당첨되어서가 아니라, 비아북 출판사,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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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만이라도

 

   네덜란드의 한 소년은 둑에 물이 새자 나 하나만이라도 하고 손으로 구멍을 막았다는데, 세상, 작은 구멍에 나 하나쯤이야와 나 하나만으로도는 커다란 차이가 나는데, 땅이 잠길 위기를 구한 소년은 세계의 귀감이 되어 이곳 저곳에서 배우자고, 본받자고 이야기가 되어 퍼지는데, 아직도, 아니, 단 한 번도 나 하나만이라도라고 생각해보지도 않고 왜 그래야 하는지 고민도 해보지 못한 생각없음의 전형들은 나 하나쯤이야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을, 아니 모두를 그 고귀한 생명을 갉아먹음도 알지 못하고 그냥, 뭐, 나 하난데,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고 제 멋대로 움직이고 있으니, 나 하나만이라도라는 주체성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음을, 어두운 길, 질퍽한 길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성찰할 수 있는 사람, 나 하나만이라도라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 그리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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