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조심스럽게, 문학은 거침없이 - 한명희 시인이 엿본 문학의 사생활
한명희 지음, 오종은 사진 / 천년의시작 / 200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 오래 된 책이기는 하지만, 문학이 그 시대에만 통용되지 않듯이 문학인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시간의 제약을 덜 받는다.

 

시간의 제약을 많이 받는다면 좋은 문학이 될 수 없듯이, 문학인들의 삶 자체도 문학을 이루는 한 요소이기에 언제 읽어도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문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글을 읽다보면 문학인들의 속살을 엿보는 듯한 감정도 느끼게 되고, 왠지 그 문학인과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가 쓴 작품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기도 하고.

 

이 책은 2004년에 여러 문학인들을 만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문학인의 개인적인 생활을 담기보다는 그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는 분위기, 그리고 느낌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책이다.

 

하여 문학인의 사생활이 궁금해서 이 책을 펼쳐보았다면 그런 내용을 찾기가 힘들어 실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학이 지닌 섬세한 면들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인터뷰어가 시인이라서 주로 시인들이 많기도 하지만, 또 자신이 시인이라서 시인다운(?) 감성으로 인터뷰이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보다는 문학과 관련된, 또는 그 만남의 분위기, 그 사람에 대해서 느낀 점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해주기 때문에...

 

이수익, 나희덕, 유  하, 고  은, 김남조, 김상미, 장석남, 나태주, 박상륭, 김승희, 문정희, 김지하, 천양희, 박범신, 채성병, 신달자, 강은교, 김종철

 

이 책에 나온 문학인들이다. 그들을 분류해보면 박상륭과 박범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인이다. 아, 물론 유  하는 시인이자 영화감독인데...시인에 넣을 수 있겠고.

 

그들을 가장 잘 말해줄 수 있는 언어로 각 문학인과의 만남에 제목을 달았다. 제목만 보고 문학인의 특성을 추측하는 재미도 있을 책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문학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의미가 있다.

 

이 책을 읽고 그 사람들의 작품을 찾아 읽어도 좋고, 자신도 직접 창작을 해봐도 좋고.

 

여행을 떠날 때 버스 안이나 기차 안에서 읽어도 좋을 책이기도 하다. 길지 않은 분량이 읽기에 딱 좋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광복 70주년이 다가온다.

 

정치권에서는 무언가를 기념해야 하지 않냐고.

 

70주년 즈음해서 국민들의 화합과 우리나라의 도약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사면을 운운하고, 임시공휴일을 운운하고, 그리고...

 

이제는 일제강점기를 겪은 시기보다 두 배에 해당하는 기간을 보냈다. 일제 때 왜곡됐던 여러 일들이 바로잡히고, 우리는 그 때 일을 용서는 하되 기억을 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관연 그런가. 일본은 아직도 과거의 일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아서 용서를 할 수가 없게 만들었으며, 한국사 교과서 문제에서 나타나듯이 우리들은 기억도 바르게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슨 말이 필요하랴... 시보다는 기행으로 더 많이 알려진 김관식의 이 시를 보자. 이 시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아마, 50-60년대쯤에 쓰여졌을 이 시가 지금도 유효하다면 그건 문제겠지...

 

이제 천하는

 

  이제 천하는 어느 한 놈의 천하가 아니라 모름지기 천하의 천하인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난 이같이 증언한다.)

  천하의 이를 뒤에 하는 자, 너 또한 천하를 얻을 것이고

  천하의 이를 앞에 하는 자, 너 또한 천하를 잃을 것이다.

 

  옛날 동양의 선한 지혜는

  열 눈이 보고 열 손이 가리키니 무서웁다 했거니

  신나무 잎 같은 너 하나의 가녈핀 손바닥을 가지고, 진실로 천하의 눈! 눈! 망자 뒤집혀 흰창만 남아 부릅뜬 눈! 분노의 새파란 새파란 화염이 타는 …… 저, 수수천만의 눈총들을 어찌 가리울 수 있겠는가.

 

  송도적 불가사리는 그래도

  (하, 그렇지 불가사리는 不可殺이지 둔갑장신하여 절대로 죽이지 못했으니까.)

  무쇠만을 골라서 먹었다나 보던데

  오늘의 불가사리는 찌락배기 황소라 아가리가 넓죽하여 하 그리 먹성이 좋은가. 그저 닥치는 대로 무소불식(無所不食)!!?

  바다를 팔아먹고 사직공원 땅이고뭐고 심지어는 한강백사장!!!

「모래알로 떡해놓고 … 맛있게도 냠냠.」

 

  허나 어디 그뿐이던가.

  우리 선조로도 일찌기 두려운 몸부림에 발 들이지 못하던 오래인 성역.

  부근(斧斤)이 한번도 닿은 일 없는 산꼭대기, 하늘 찌르는 아람드리 아람드리 거창한 나무, 벌목정정 산경유(山更幽) 아니라 고막 찢는 듯 소름끼치는 오비노꼬 마루노꼬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

  보라! 문명이 학살한 저 울창한 숲 속 크낙한 나무들의 시커면 시신들을……

 

  워낙 굴헝이 응성싶고 풀떨기가 짓어야 날짐승 길짐승도 깃들이는데…… 불쌍한 새짐승들 삭막한 이 겨울밤 어데서 샐까. 지리산 가마귀떼 보리밭 고향으로 하야들 하시는가.

  학정의 화가 드디어 금수에게 미친 것은 고사시하고 저 현현한 궁륭 어디에 오롯이 솟은 보좌 위에서의 신의 몽매조차 설치어 불안했으리로다.

 

  나 본시 귀머거리도 당달봉사도 아니언마는

  독재자! 독재자치고 베개에 바로 누워 고종명한 일을 듣지도 보지도 못하였노라.

  동포여, 일어나라 일어나라 동포여.

 

김관식, 다시 광야에, 창작과비평사,1993년 초판 6쇄. 72-74쪽.

 

이 시집이 김관식 시전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고, 그가 발표한 시를 가능하면 모두 수록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내가 지닌 판본은 1993년 것이고, 다시 1998년에 다른 판본이 나왔나 본데.. 그것은 확인하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이 시가 정확히 몇 년도에 발표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때인 것만은 확실한데... 개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니, 60대일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그럼에도 그가 우리나라 현실에 절망하고 있음을, 분노하고 있음을 이 시를 통해서 잘 알 수 있는데... 그를 기행만 일삼은 시인으로 치부하기에 이 시는 너무 아프다.

 

요즘에도 마음에 새겨둘 그런 내용의 시다. 광복 70년 즈음해서 정말로 나라를 생각한다는 사람들, 이 시 한 번 읽어 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라진 수업 행복한 학교
자유학기제교사 모임 지음, 김학수 그림 / 라임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가끔 이런 책을 보면 무슨 '간증 대회'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위기와 고난에 처해 있던 제가 무엇을 만나서 지금은 이렇게 성공했습니다. 여러분도 이것을 믿는다면 저처럼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간증은 대체로 이렇게 이루어진다. 힘든 상태에 처해 있던 자신에게 섬광처럼 다가온 어떤 깨달음, 만남, 그리고 그에 대한 실천... 그 다음에 이어지는 행복. 그것을 다른 사람도 함께 누렸으면 하는 마음.

 

이 책도 이런 형식으로 쓰여졌다.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교사들의 모임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하는 내용을 책으로 엮어냈으니.

 

수업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름 노력하고 있었지만 딱히 방향이나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자유학기제가 실시됐고, 그것에 응모해서 선정되었다. 변화를 추구하려는 마음과 자유학기제가 만났다. 마치 줄탁동시라고 하는 말처럼.

 

이제 학생들은 시험의 부담에서 벗어났다. 교사들도 지필평가의 부담에서 벗어났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업, 학생을 중심에 놓는 수업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학생 중심 수업이고, 자신의 교과만이 아닌 다른 교과와 융합하는 수업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준비과정이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행복했다. 성공적이었다. 다른 학교에서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대략 이런 내용들이다. 교과목을 막론하고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대동소이하다.

 

읽으면서 행복해야 했는데... 아이들이 행복해 하고 교사들도 행복한 학교 생활이 자유학기제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얼마나 좋은가, 우리나라 학생들 입시에 찌들려 청춘을 즐기지도 못하고 있는데, 한 학기 숨통을 틔워주는 제도가 생겼으니...

 

늘 받아적는 태도만 지니던 수업 방식이 자신들이 직접 활동하는 수업으로 바뀌었으니, 이제는 교육이 중심이 아니라 배움이 중심이 되는 학교 생활이 되어가는데, 얼마나 행복한가?

 

과연 그러한가? 내년에 전국적으로 자유학기제가 실시되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학생들 모두가 비록 한 학기일지라도 행복한 웃음소리를 내며 지낼 수 있게 되었는가 하는 질문을 하면 글쎄?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들, 연구학교 시범학교라고 해서 많은 지원을 받은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에도 학원에 시달리고 있음이, 성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이 나타나고 있는데... 모든 학생이 자유학기제를 한 학기 한다면 조건은 똑같다.

 

자유학기제 할 동안의 성적이 내신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성적을 내지 않는데... 어떻게 포함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한 학기 성적만으로 그 학년 내신을 내지 않을까... 그렇다면 시험 안 보는 학기 부담이, 시험 보는 학기로 넘어가니, 학생들이 학원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은데...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자. 비록 시범, 연구학교들의 성과는 모든 학교에 적용했을 때 효과가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아이들에게 숨쉴 자유를 주는 기간은 되지 않겠는가.

 

또 교사들에게도 지금까지의 수업방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테니... 어쨌든 긍정적인 면이 더 많아지리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아이들이 시험이라는 스트레스를 넘어 공부가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학교 생활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웃으며 학교 생활하는 아이들, 주어진 것만을 받아적는 수업이 아니라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수업, 단편화된 지식이 아니라, 여러 과목이 통합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학교 생활.

 

그런 모습이 이 책에는 잘 나와 있는데... 내년,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자유학기제. 모든 학교에서 이 책에 나와 있는 학생들의 모습들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아마, 자유학기제를 실시하지 않는 학교의 교사들은 이 책과 "꿈과 끼를 키우는 자유학기제" 라는 책을 읽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도대체 자유학기제가 뭐야 하는 부모들도 이 책 둘을 읽어보면 자유학기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 신혜정 시인의 대한민국 원자력발전소 기행
신혜정 지음 / 호미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제목은 이 글에서 따왔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란 책에서 인용한 구절이라고 한다.

 

  "바람이 그쪽으로 안 불어 다행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시내로 키예프로.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바람이 벨라루스로 향할지는 아무도몰랐다. 나와 나의 어린 유리크에게로……. 바로 그날 아이들과 숲에 놀러 가서 괭이밥을 뜯었다.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  68쪽

 

이 글을 읽으며 선뜩한 느낌이 들었다. 바로 몇 년전 2011년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우리나라도 똑같은 말을 하지 않았던가. 바람이 우리 쪽으로 불지 않는다고.

 

살아오면서 가장 강조해서 배운 것이 지구는 둥글다였는데... 둥글다는 의미는 다들 통한다는 얘기가 아닌가. 지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면, 바람의 방향이 중요한 것은 아닌데...

 

설령 바람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 방향이 바뀌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도 없이 그냥 손 놓고 있는 상태 아니었던가.

 

그 때로부터 몇 년이 흐른 뒤 우리나라는 엉뚱하게도 '원자력 르네상스'라고 해서 핵발전소 폭발사고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 더 건설하려고만 하지, 다른 대체 에너지를 찾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중이다.

 

이게 뭔가? 도대체 왜 그러는가? 왜 우리에게는 무언가 말해주는 사람이 없는가.

 

아니다. 말해주는 사람, 많다. 행동하는 사람, 많다. 단지 언론에서 깊이 있게 다뤄주지 않을 뿐. 정치권에서 무시할 뿐. 원자력 관련 단체에서 연구 비용을 받는 학자들이 그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을 뿐.

 

그런데 원자력발전소(정확한 명칭은 핵발전소 또는 핵력 발전소라고 하는데... 워낙 광범위하게 원자력발전소가 알려져 있으니 그걸로 쓴다)의 실상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실정.

 

그러니 시인인 저자가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빌려 책을 내지 않았는가. 시인다운 감수성으로, 과학적 지식이 아닌, 시인이 이해할 수 있는, 따라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아니라고...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고. 원자력 발전의 대안은 있는가가 아니라, '탈원전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184쪽)

 

그렇다. 질문에 원자력을 중심에 놓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

 

이게 시인의 주장이다. 옳은 말이다. 우리는 탈원전의 방법을 찾아 그것을 실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전의 문제점을 알아야 한다.

 

적어도 홍보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홍보는 과장과 허위를 품고 있으므로, 그를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기본을 알고 있어야 한다.

 

기본은 바로 원자력발전이 원자력발전 혼자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원자력발전에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 있으니, 그것에 대한 이해가 우선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그것들로부터 시작한다.

 

즉, 양수발전소(원자력 발전은 쉴 수가 없기 때문에... 남아도는 원자력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만든 인공 저수지 두 개- 아래의 물을 남아도는 원자력 전기를 이용하여 위로 올리고, 전력이 부족할 때 물을 아래로 내려 전력을 운용하는 수력발전이라고 보면 된다)

 

송전탑(원자력 발전소는 전력을 필요로 하는 곳보다는, 바닷가 근처 한적한 곳에 세워진다. 그곳에서 대도시까지 전력을 보내기 위해서는 고압 송전선이 필요하고, 그런 송전선을 이을 송전탑이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이 송전탑으로 원자력 발전과 연결이 되고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그리고 폐기물(어떤 것은 30만년이나 되어야 방사능이 사라진다고 하는데... 우리나라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고 하지만 겨우 반만년이다. 그런데 그것의 60배나 되는 기간을 보관해야 한다. 과연 안전하게 보관된다는 보장이 있을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대로 그것에 신경써야 하는 후손들은 도대체 무슨 죌까?)

 

얼핏 원자력발전과 상관없을 것 같은 이것들이 원자력발전의 필수요소고, 이것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지,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과학적인 서술이 아니라, 시인의 감수성이 살아 있는 서술로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소가 왜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인 7번 국도에 왜 몰려 있는지, 서해안은 77번 도로에 있으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행운의 숫자로 생각하는 7에 인간 재앙의 산물인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 있다니, 이것도 참 아이러니다.

 

그런 발전소들을 찾아 주변 사람들을 만나보고, 원자력 발전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시인의 감수성이 살아있는, 그래서 더욱 마음에 와닿는 원자력 발전에 관한 책이다.

 

한번 읽어보자. 왜 우리가 원자력 발전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지... 후손들이 왜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리들 생각도 하지 않고 그렇게 했냐고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질문을 바꾸자.

 

"탈원전으로 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자. 그리고 행동하자. 그게 나에게, 후손에게, 자연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이 될 출발점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더위에 시를 읽으며 기분이 좀 상쾌해지기를 바랐는데...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제목이 참 청신하다. 시원한 느낌을 주는 제목이어서 헌책방에서 망설이지 않고 구입한 시집인데...

 

첫장을 넘기면서부터 '어라ㅡ 이게 아니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시가 무겁다. 무거워서 축 처진다.

 

그야말로 잎사귀가 공중에서 하늘거리지 못하고, 물 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물 속에 들어간 잎사귀, 숨을 쉴 수 있으려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을 떠난, 그런 모슴만 연상되는 시들이 그득하다. 이런,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고, 마음에 한 자락 시원한 바람을 맞으려고 시집을 펼쳤더니만, 이렇게 우울하다니... 습한 바람이, 무덥고 습한, 땀이 온몸에서 스멀스멀 배어나오게 만드는 그런 바람이 온몸을 관통하다니...

 

아무리 동종요법이 좋다고 하지만, 이렇게 우울한 시대에 이런 우울한 시, 죽음을 노래하는 시들이 도처에 있는, 죽음을 앞둔, 이미 생을 모두 소진한 삶들이 널려 있는 이런 시들을 읽는 마음이 유쾌할 리는 없다.

 

유쾌하지 않더라도 이상하게 마음에 남아 있는데... 그래도 이 시집에서 참신한 표현을 발견했는데...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나?

 

'새가 쪼아먹은 감은 신발 / 바람이 신어보고 / 달빛이 신어보고'('빈집' 1연의 5-7행. 12쪽)란 표현.

 

어떤 물체에 난 구멍을 신발이라고 한다. 바람도 달빛도 신는 신발, 그러면 빈집도 결국 신발이다. 누구나 신을 수 있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우리들의 삶도 신발이다. 나라는 몸을 이끌고 온 신발.

 

신발은 언제든지 벗을 수 있고, 또 언제든 벗어야만 하는 존재. 그러면 우리네 삶도 신발과 같다면 언젠가는 벗어야 하는데... 어떻게 벗을까? 언제 벗을까? 이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선(禪)을 공부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데...

 

많은 시 중에 함께 생각해 볼 만한 시라는 생각이 든다. 이 시는. 어차피 우리도 늙어가고, 또한 늙으신 부모임이 계실테니... 그런 가족들을, 삶을 생각하며 읽을 만한 시다.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칼

 

어머니는 팔순을 내다보면서부터

손바닥으로 방을 닦는다.

책상 밑에서부터 시작하여

어둠침침한 침대 밑에 한쪽 손을 쭉 뻗어넣고

엎드린 채로 머리칼을 쓸어내오신다.

어머니의 머리칼은 하얗고

내 머리칼은 짧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것도 있다.

빗자루로 아무리 쓸어내도 방바닥에는

어머니와 내 것이 아닌

흔적이 떨어져 있다.

어머니는 먼지가 가득 묻은 머리칼 한움큼을 뭉친다.

그걸 보고 있으면,

어머니의 지문이 다 닳아져

우리 둘 외의 다른 머리칼로 변한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한달에 한번 다녀가실 때마다

못난 자식을 두고 가는 슬픔이

방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여, 버스정류장 앞에서 나는 그녀를 보낼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으로 보는 게 아닐까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을 쓸어보게 된다.

 

박형준,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창작과비평사, 2003년 초판 4쇄. 48-49쪽. 

 

어머니와 자식의 사랑이 이렇게 애잔하게 표현될 수도 있다니... 머리칼이 하나둘 떨어져 나갈 때부터 이제는 죽음과 점점 더 가까워지는 나이가 된다.

 

여기에 어머니의 것도 자신의 것도 아닌 머리칼은 삶의 고단함, 삶을 소진한 결과들일 것이다. 그러니 시의 화자가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보게 될 수밖에.

 

나 역시 내 머리칼을 쓸어보며, 부모님을 생각한다. 나보다도 더 숱이 없어진 부모님. 그 분들과 나의 삶이 함께 해 온 나날들.

 

무더운 여름, 이제는 내가 대접해야 할 때. 식사라도 함께 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