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여러분 반올림 14
이상운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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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요즘은 중학생 시기가 교육하기 가장 어려운 시기가 아닌가 싶다. 농담식으로 북한이 쳐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도 중2때문이라고도 하니, 사춘기에 접어들어 그 사춘기의 전성기를 누리는 중학생 시기는 여러모로 어른들로서는 다루기 힘든 시기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중학생 시기가 그냥 질풍노도의 시기만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이때는 초등학교를 벗어나 고등학교를 앞두고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찾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한발 한발 어른으로 다가가는(요즘에는 이런 말을 하기가 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만) 시기인 것이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많은 고민을 하는 시기여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하면 좀 의문이다.

 

중학생 시기에도 이미 대학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양, 성적-성적-성적 하는 경우도 많고, 또 좋은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서 선행학습을 하는 경우도 많고, 최소한의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학교-학원을 반복하는 생활을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정부에서 내년부터 자유학기제라고 하여 시험 없는 한 학기를 운영하도록 하겠는가. 그만큼 중학생들의 경험의 폭이 좁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체험을 할 조건이 부족하다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 경우가 바로 독서라고 보고, 요즘은 중학생 시기에 어울리는-그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그들이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소설로 쓴- 소설이 많이 나와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간접 경험은 독서를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다.

 

이 소설도 그런 소설 중의 하나다. 주인공은 중학교 3학년생. 이 소설은 모두 5편의 단편 소설들로 묶여 있는데... 이를 연작소설이라고 해도 좋다. 각 편은 독립적이지만 또 모두 연결되어 있다. 거기다 순서대로 작품이 편성되어 있기에, "중학생 여러분"이라는 장편소설의 각 장 제목이라고 보면 된다.

 

장편소설 그러면 왠지 길어보여서 읽기 싫어지기도 하는데, 이 소설은 그런 면에서는 어느 장을 읽어도 상관이 없기에 읽기에 편하다.

 

게다가 학창시절에 고민할 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진행이 된다.

 

서술자가 주인공은 나(정현서)로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바로 읽는 중학생(너)에게 해주는 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중학생 독자들에게는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리라.

 

여름 방학숙제로 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중3을 마치는 시기까지 시간별-사건별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마치 70년대 얄개전을 보는 듯하게 읽으면서 웃음을 지을 수가 있다. 무거운 이야기를 결코 무겁지 않게 이끌어가 감정의 과잉에 빠지지 않게 한다.

 

학생들이 하는 봉사활동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과 머리에 관한 일 등은 재미있게 웃으며 읽을 수 있는 것이고, 가정불화로 인한 이혼 때문에 고민하는 여자 주인공 이야기도 서술자의 진술에 따라 칙칙하지 않게, 이들이 그것을 상큼하게 극복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여 재미있게 맞아, 이럴 수도 있지, 우리도 그랬지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마치 요즘 '개그콘서트'의 한 분야인 'YES OR NO' 꼭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맞아,나도 그래, 아냐, 난 안 그랬어,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

 

가끔 공부하다 머리가 아픈 중학생들, 이런 소설을 읽고 머리를 식혔으면 좋겠다. 무겁게 표현할 수 있는 주제를 경쾌하게 이끌어가고 있으니, 중학생들이 읽으면서 아픈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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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뒤숭숭하다.

 

롯데그룹 후계자 문제로 형제간에 싸움이 일어난 것을 비롯하여, 교사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교육계에 대한 불신.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금지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학교에서 방과후 교육에서는 선행학습을 실시해도 된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대학을 가고자 하는 모든 청소년들이 자기가 어느 것을 하고 싶어하는지와는 상관없이 수학을 잘해야 하는 그런 현실도 좀 어지럽고...

 

물론 수학이 단순한 문제풀이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익혀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논리, 합리성을 획득할 수 있는 좋은 교과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이 생각하는 수학은 대학을 가기 위한 사다리에 불과하다.

 

대학에 들어가면 수학과 관련된 전공이 아니면, 바로 걷어차 버리는... 수학이 자신이 몸과 마음에 배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여러가지로 어지러운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배창환이 시집을 빼들었다. 그가 교사라는 사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도 당했다는 사실, 다시 복직하여 학교에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시교육'이 아닌, 학생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시교육'을 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교사들의 성추행으로 뒤숭숭해진 교육계에 이런 교사도, 이렇게 시를 쓰면서 아이들과 함께 하려는 교사도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이 시집에 실린 시 중에... 이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아닐까... 우리는 그동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뒤집어야 할 현실은 이토록 뿌리깊게, 견고하게 버티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시다.

 

       풀, 전쟁

 

배추밭 만들려고 햇살 따가운 날

바랭이풀 자욱한 풀밭에 호미를 들이댄다.

깡마른 땅을 찍어나가면

어떤 놈은 허리가 잘려 나오고

뿌리 근처까지 걸려 나오는 일이 있지만

실뿌리까지 온전히 딸려나오는 법은 없다.

당기는 힘에 저항 못하고 올라올 경우에도

마지막 순간에는 후생(後生)을 위해

한올의 잔뿌리라도 남겨두고 와서

죽은 체하는

저 풀,

 

끝까지 드러내지 않는 이 풀들의 실체.

우리는 이 풀뿌리와의 전쟁을 치러온 셈인가

젊은날 우리는 이 풀뿌리를 비유하여

한줌밖에 안되는 권력이라 했다

한줌,

아니었다.

그건 거대한 뿌리였다.

아무리 파뒤집고 찍어대도 또 자욱해질 이 풀밭

저 거대한 뿌리를 향하여

때로는 호미를 던져버리고 싶은

나를 향하여

꼭꼭 찍어가야 할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전쟁.

 

배창환,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 창작과비평사. 2000년 초판 3쇄. 52-53쪽.

 

재벌가들이 벌이는 그들만의 진흙탕 싸움도, 수학으로 인한 머리 아픔도, 교사들의 성추행 사건도, 모두 이 풀과의 전쟁같지 않은가.

 

다 뽑았다 하는 순간에도 잔뿌리를 남겨 다시 자라나는 풀. 우리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그 숱한 일들에 '호미를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그래도 자신을 추스리면서 '꼭꼭 찍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든 시다.

 

이 시에 이어서 시 한 편 더... 아무리 교사들이 성추행 사건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지만, 그럼에도 좋은 교사들이 많다는 사실.

 

노력하는 교사들이 많다는 사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도종환 시인이 '어릴 적 내 꿈은'이라는 시에서 말했던 그런 교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배창환 시인은 도종환 시인의 시에 붙여 이런 시를 썼다. 이런 교사들... 찾아보자.

 

  내 꿈은

     - 도종환 선생 시풍으로

 

어릴 적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게 아니었지.

조그만 산골 밭뙈기 갈아

아름다운 사람과 오순도순

나눠먹는 것이었지.

호박이 열리고 감자 굵어지면

뒷집에도 한 소쿠리 나눠주면서

 

젊을 적 내 꿈은

싸움으로 밤낮을 바꾸는

교육운동가가 되는 게 아니었지.

깊디깊은 산골에 이름없는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양지녘에 꽃을 가꾸며

가슴 적셔줄 사랑의 시를 노래하는 것이었지.

 

문제교사가 되고 요주의 인물이 되어

학교서 쫓겨나고 복직도 못하고

이름 석자 앞에 예전엔 상상도 못한

겁나는 직책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지금도 내 꿈은 그런 것이지

흙을 하늘로 아는 농군이 되고

아이들 앞에 부끄럽다는 국어선생님 되어

마지막날까지 시를 가르치다 가는 것이지.

 

배창환, 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 창작과비평사. 2000년 초판 3쇄. 48-49쪽.

 

안 좋은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교사들보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아이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는 교사들이 많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이런 마음으로 교사를 하는 선생님들이 있음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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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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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책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아마도 아이들이 사서 읽은 듯. 헌책 정리를 하다가 발견했다. 이 책이 있었구나... 비록 흥행은 잘 되지 않았지만,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헌책 정리를 하기 전에 꼭 읽어봐야지 하다가 읽은 책.

 

한 번 가정을 해보자.

 

어느 날 아빠는 집을 나가 버리고, 엄마와 동생과만 남겨진 나에게 그나마 있던 집에서조차도 집세를 제 때 내지 못해 쫓겨난다. 쫓겨나서 생활하는 공간은 자동차 안. 자동차가 집이다.

 

그러니 숙제는커녕 제대로 씻을 수조차 없다. 게다가 한 곳에 오래 주차되어 있으면 쫓겨날지도 모르니 엄마는 자동차를 이틀 이상 한 곳에 주차시키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학교에 다닐 수 있겠는가. 아니 제대로 생활할 수 있겠는가. 이 때 눈에 띈 광고.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면 사례금을 준다는.

 

자 초등학생에 불과한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개를 찾아주고 사례금을 받는 것. 그런데, 사례금을 어떻게 받는담... 간단하다. 개를 훔치면 된다. 훔친 다음 개를 찾는 공고문이 붙으면 그 때 개를 가져다 주고 사례금을 받으면 된다.

 

얼마 정도? 돈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는 아이에게는 첫 광고에서 받던 500달러가 된다.

 

이때부터 개를 훔치기 위한 노력과 훔친 다음에 사례금을 받기 위한 과정이 펼쳐진다. 어떻게 될까?

 

읽으면 참 지지리도 궁상맞은 집안이다. 자기 집조차 없는데, 아이들은 꼬박꼬박 학교에 보낸다. 아이들이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구질구질한 상태인데... 초등학교에서 이런 모습이면 친구들 다 떨어져 나가고, 따돌림을 당하기 쉽다.

 

이 책은 그런 구질구질한 모습에 집중하지 않는다. 아이가 돈을 마련하려고 개를 훔치는 과정과 돌려주는 과정에 집중한다.

 

여기서 가난은 뒤로 물러선다. 그 가난에 치를 떠는 것이 아니라, 가난 때문에 일어나는 일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천진난만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남매의 행동에 웃음을 머금게 된다. 그런 웃음 때문에 가난은 잠시 잊혀진다. 그렇다고 가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쳐 나가떨어질 것만 같은 엄마도 신경질 내고 화도 내고 하지만, 아이들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 역시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에 개를 훔치고 사례금을 받는다면 소설이 좀 문제가 있겠지.

 

개를 훔치긴 했는데, 작전에 차질이 생겼다. 훔친 개 주인 역시 지지리도 가난한 사람, 사례금을 도저히 마련하기 힘든 사람, 그에겐 개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걸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 주인공...

 

여기에 숨겨둔 개가 있는 곳에 우연히 머물게 되는 무키란 이름을 가진 남자. 그 남자의 등장으로 이 소설은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다.

 

그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지만, 주인공으로 하여금 서서히 깨닫게 한다. 앞날보다는 지나온 날들의 자취가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자꾸 휘저으면 더 엉킨다는 말도.

 

이들의 가난이 한 번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지내는 그들에게는 희망이 있을 것이다. 자기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생활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난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개를 훔친 다음 사례금을 받으려는 아이다운 발상, 그러나 아이답게 사랑이 넘치는 감정으로 결국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행동.

 

과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있을까? 없다. 가장 완벽한 방법은 안 훔치는 거다. 주인공은 그걸 깨닫는다.

 

그런 행동을 가볍게 전개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한다.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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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안정이 잘 안될 때는 시집을 펼쳐본다.

 

  다행히 집에 시집이 조금 있다. 여러 시인들을 뒤적일 수 있는 행복이 있다.

 

 그래서 집어든 시집. 이상국의 "집은 아직 따뜻하다"

 

 예전에 마음 편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읽다보니 참 편안한 마음을 지니게 해 주는 시들이 많다.

 

  강원도 산골, 비록 살기 힘들고 세상살이가 가파라졌지만, 그의 시에서는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도 애정을 지니고 있다.

 

  그런 애정이 시를 읽는 이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퇴락해 가는 집들도 '아직 따뜻하다'는 표현을 통해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살 만해야 한다고 시인이 말하고 있는 듯하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대결'이란 시가 마음에 와 닿았었는데... 다시 읽으니, '대결'도 좋지만 '국수가 먹고 싶다'란 시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그만큼 따스한 마음을 지니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대결

 

큰눈 온 날 아침

부러져나간 소나무를 보면 눈부시다

 

그들은 밤새 뭔가와 맞서다가

무참하게 꺾였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바치기 위하여

공손하게 몸을 내맡겼던 게 아닐까

 

조금씩조금씩 쌓이는 눈의 무게를 받으며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빛나는 자해

혹은 아름다운 마감

 

나는 때로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

 

이상국, 집은 아직 따뜻하다, 창작과비평사, 1998편. 18쪽.

 

 

 

 

 국수가 먹고 싶다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보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이상국, 집은 아직 따뜻하다, 창작과비평사, 1998년. 42-43쪽.

 

'대결'에도 '국수가 먹고 싶다'에도 따스함이 묻어난다. 그렇게 따스함이 우리 사회를 감쌌으면 좋겠다.

 

마음이 따스해진 시집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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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과 대화하다 사계절 1318 교양문고
문숙희 외 지음 / 사계절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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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게 책을 읽으라는 말은 쉽게 한다. 책이 중요하다고도 하고, 책 속에 길이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과연 그들에게 책을 읽을 시간을 주거나, 책을 읽고 난 후 그것을 곱씹을 기회를 주고 있는가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에게 소설이나 시는 자신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간접경험을 하며, 자아형성을 이루는 계기가 되는 활동이라는 말은 교과서에 적힌 말일 뿐이다. 이들에게 소설이나 시는 단지 시험을 위한 읽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점점 더 소설과 시에서 청소년들이 멀어지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소설과 시는 읽혀야 한다. 아니, 청소년들이 읽어야 한다.

 

사실 학생들이 가장 재미없어하는 교과서도 학기초에 받자마자 펼쳐보고 읽는 부분은 소설이나 시 아니던가.

 

다른 읽을거리도 별로 없기는 하지만, 여전히 문학은, 특히 소설은 학생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소설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 속에는 사람이 있고,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갈등을 겪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그 갈등을 우리가 매번 일상에서 겪는다고 생각해 보면 끔찍한 일일텐데... 소설 속에서 다른 인물들이 겪는 다양한 갈등들은 우리에게 다른 삶을 보게 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 뒤 주인공은 어떻게 됐을까? 왜 그들은 그렇게 행동했지? 등등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머리 속에 떠올리게 된다.

 

단지 머리 속에 떠올리기만 하면 안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작품 읽고 대화하기다. 내 생각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도 알게 되는 일, 그것이 소설을 더 깊이 있게 읽는 것, 또 소설을 더 잘 경험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을 담고 있다. 아마도 문학동아리 구성원 정도 되는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소설을 읽고, 감상을 서로 이야기하고, 그것을 또 글로 써내는 과정을 거친 활동을 담고 있다.

 

세 가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선 소설을 실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소설의 부분을 생략하지 않고 또 줄거리만 제시하지 않고 소설의 전부분을 다 실었다는 데 있다. 덕분에 단편 소설들만 실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자신과 대화하다. 가족과 대화하다. 세상과 대화하다라는 세 부분으로 나누고 있는데...

 

자신과 대화하다에는 불량한 주스 가게(유하순), 열여덟 살, 그 겨울(정은숙), 영두의 우연한 현실(이현)

 

가족과 대화하다에는 봄봄(김유정), 사랑손님과 어머니(주요섭),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성석제)

 

세상과 대화하다에는 가식덩어리(임태희), 고향(현진건), 우상의 눈물(전상국)

 

이렇게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이 단편소설 전문을 읽을 수 있다. 다시 소설의 전문을 찾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소설을 다 읽지 않고 뒤를 읽는 소략함을 면할 수 있어서 좋고, 소설을 먼저 읽음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먼저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소설의 전문 다음에는 학생들의 대화가 실려 있다. 그 작품을 읽고 자신들이 생각한 점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학생들이 그 작품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 작품들이 자신들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서로 말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소설을 내면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대화에 참여한 학생들 중에 한 학생의 독후 활동을 싣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소설읽기를 최종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셈인데... 주인공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글도, 자신의 감상을 쓴 글도, 시로 쓴 글도, 뒷이야기를 쓴 글도 있다. 아주 다양하게 활동을 해서 다양한 독후활동을 맛볼 수 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는 청소년들, 그들에게도 책을 읽는 재미를 알게 해주면 충분히 시간을 낼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것은 학교에서(학교로 국한한다) 국어시간에 독서시간을 할애하든, 아니면 방과후 활동으로 하든, 동아리활동으로 하든 책읽기에 재미를 붙인 학생이라면 충분히 참여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책읽기의 즐거움에 대한 모형,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면 무엇이 좋은지 알려주는 모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이다.

 

다른 소설들을 가지고 작업한 후속 책들이 더 나와 다른 학생들이 참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글

 

운 좋게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준다는 선착순 모집에 응모해서 당첨되었다. 책을 보내준 출판사에 감사를 표한다. 여러모로 유용한 즐거운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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