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은

잡는 것이 아니라 놓는 것이다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론

멈춰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터질 것 같은 슬픔을

안으로, 안으로 녹여

활짝 웃어줘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랑은

날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위하여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떠나지 않고도

사랑이 

떠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사랑은,

그런 아픔이 녹아들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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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함은 삶이다

 

어느 날 옥상 텃밭에 올라가니

채소들 사이로 우거져 있던 작은 숲이 없어졌다,

채소들보다 우뚝 솟아 먼저 눈에 띠던 야관문, 코스모스, 개망초……

들의 숲이었는데, 채소가 아니라고, 잡풀일 뿐이라고

누군가 싹 베어버렸다.

가지런한 채소만 보이는 텃밭이

누군가의 눈에는

보기에 심히 좋았더라겠지만

숲과 채소들이 어우러졌던 삶터는

이제는 벌레들이 날아와, 기어와 쉴 수 없는

휑뎅그렁한 황무지가 되어 버렸다.

 

옥상 텃밭의 일이 여기에 그치지 않아

검인정이던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한단다.

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은 갈등을 낳고

갈등은 분열을 낳고 사회 통합을 해친다고

생각이 다르면 쓰지 않으면 되지

죽일 것까지야 없지 않겠는가라는 윤휴의 말이

귓가에 쟁쟁한데

아예 생각이 다름을 없애겠다는 의지가

누군가의 힘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통일벼 심기 강요, 새마을 운동, 장발 단속, 짧은 치마 단속에

유기농을 멀리하고, 농약으로 작물 하나만 살리던 관행농

생각의 일원화로 시민이 아닌 국민을 만들던 국정교과서만 존재하던,

다시 오지 않을 누군가에게 보기에만 좋았더라는 시절이 오고 말았다.

다품종 소량생산, 개성, 다름, 다양성이 중시되는 사회라면서

옥상 텃밭 사이 숲, 보기에 좋지 않다 없애듯

다양함을 분열로 아는 누군가가

국정 교과서를 부활한 시대

단일품종 대량생산을 강요하는 그들은

다양성이 삶이고 단일성은 죽음임을 알지 못한다.

채소와 풀과 꽃이 어우러져 생명들의 삶터를 만들고

다름이 모여 조화를 이룸이

바로 삶임을 모두들 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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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엔 ‘조조’가 너무 많다


어지러운 세상은 간웅이 영웅이 된다.

합리를 가장한 폭력을 자행하나

누구도 막지 않고 오히려 지지한다.


낙엽 때문에 살기 힘들다고,

쓰레기 만드는 원인을 제거하라는 민원에

출동한 차, 기계톱들에 의해

사정없이 잘려나간 머리, 팔, 다리,

싱그러움을, 그늘을, 거름을,

자신의 몸을 불살라 따뜻함을 주던

생명을, 쓰레기로 취급해 처분하는 세상.


가차 없이 잘려나간 나무들에

도끼로 나무를 찍던 합리주의자,

간웅 조조가 떠올랐다.

이제 조조는 수많은 분신들을 세상에 내었구나.

수많은 조조들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나무의 머리, 팔, 다리들을

베어버리는, 21세기.

나무가 주던 싱그러움도, 그늘도, 거름도, 따뜻함도

쓰레기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합리주의자임을 자처하던 조조는

나무를 베어 제 목숨을 잃었는데,

조조의 최후를 기억하지 못하는

어지러운 시대,

지금 우리에겐

‘조조’들이 너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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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0-07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가뭄이...말해주고 있는걸 모르나 봐요
 

황색언론이란 말에서 황색이란?

 

황색언론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황색언론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언론에게

왜 황색?

 

황색은

오방색(五方色) 중 가운데 색

땅이, 똥이, 금이 지닌 색이다.

황색에는 만물의 생명이

생명을 살리는 밑거름이

화사하게 빛나는 존귀함이

모두 들어 있다.

 

황색은 왕의 색이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군도 폭군도 될 수 있는

찬란히 빛날 수도

구린내를 낼 수도 있는

그러한.

 

금과 같이 드러나야 할 것은 드러내고

똥과 같이 들어가야 할 것은 들여넣고

금처럼 빛나는 일은 장려하고

똥처럼 묵히는 일은 발효시켜

모두가 땅에서 제 역할을 하게 하는

그러한.

 

구린내만 풍겨 내는 황색이어서는 안 된다.

똥이라도 거름이 되는

땅 속에서 금이 되는 그런 색이어야 한다.

그게 언론이다. 왕의 색, 중심의 색

그런 황색이 되어야 한다.

언론의 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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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받은 과학수업

 

시간이 흐르면 굳어진다는 말을 듣고

어린 시절 나는 흙을 통에 담아

논두렁 깊이 묻어두기로 했다.

흙 속에 물을 비롯해 주변에서 얻은 것들을 함께 넣고

시간이 지나면 이것들이 서로서로 뭉쳐

돌이 될 거라고, 그게 몇 년이 지나야 할까만 생각했다.

고학년이 되면서 자연시간에 배운 풍화작용

단단하고 센 바위들이 비바람에 깎이고

세월에 녹아 모래가 되고 흙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풍화작용이라는 말에 낯이 붉어지고

논두렁 속의 흙통은 잊혀지고 말았다.

생물을 배우는 시간, 진화론

단세포 생물들이 서로 모여 다세포 생물로 변했다는

복잡한 신체기관이 단순해지기도 했다는

그런 진화에 대해서 배우면서

어린 시절 묻어두었던 흙통을 생각했지만

다시 찾을 수는 없었다.

 

단단한 것이 깎이고 부서질 수도 있지만

여린 것들이 서로 뭉쳐 크고 단단해질 수도 있음을

크고 모난 것들은 서로 부딪혀

둥글게 부드럽게 변해야 하고

작고 둥근 것들은 서로 부딪혀

모나고 예리하게 변해야 함을

과학수업이 나에게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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