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함은 삶이다
어느 날 옥상 텃밭에 올라가니
채소들 사이로 우거져 있던 작은 숲이 없어졌다,
채소들보다 우뚝 솟아 먼저 눈에 띠던 야관문, 코스모스, 개망초……
들의 숲이었는데, 채소가 아니라고, 잡풀일 뿐이라고
누군가 싹 베어버렸다.
가지런한 채소만 보이는 텃밭이
누군가의 눈에는
보기에 심히 좋았더라겠지만
숲과 채소들이 어우러졌던 삶터는
이제는 벌레들이 날아와, 기어와 쉴 수 없는
휑뎅그렁한 황무지가 되어 버렸다.
옥상 텃밭의 일이 여기에 그치지 않아
검인정이던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한단다.
역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은 갈등을 낳고
갈등은 분열을 낳고 사회 통합을 해친다고
‘생각이 다르면 쓰지 않으면 되지
죽일 것까지야 없지 않겠는가‘라는 윤휴의 말이
귓가에 쟁쟁한데
아예 생각이 다름을 없애겠다는 의지가
누군가의 힘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통일벼 심기 강요, 새마을 운동, 장발 단속, 짧은 치마 단속에
유기농을 멀리하고, 농약으로 작물 하나만 살리던 관행농
생각의 일원화로 시민이 아닌 국민을 만들던 국정교과서만 존재하던,
다시 오지 않을 누군가에게 보기에만 좋았더라는 시절이 오고 말았다.
다품종 소량생산, 개성, 다름, 다양성이 중시되는 사회라면서
옥상 텃밭 사이 숲, 보기에 좋지 않다 없애듯
다양함을 분열로 아는 누군가가
국정 교과서를 부활한 시대
단일품종 대량생산을 강요하는 그들은
다양성이 삶이고 단일성은 죽음임을 알지 못한다.
채소와 풀과 꽃이 어우러져 생명들의 삶터를 만들고
다름이 모여 조화를 이룸이
바로 삶임을 모두들 알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