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사찰 벽화 이야기 -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는 16가지 불교 철학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4
강호진 지음, 스튜디오 돌 그림 / 철수와영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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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은 한적하고 호젓한 곳에 있다. 아마도 절이 자리잡은 자리는 대부분이 명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만큼 절이 위치한 곳은 산세도 좋고 물도 있고, 또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기도 한다.

 

여기에 더하여 절 건물들을 보라. 웅장하게 지은 대웅전조차도 우리를 압도한다기보다는 감싸안아준다는 느낌을 주고, 조금 오래된 절에 가보면 세월의 힘에 의해 변해가는 절의 모습이 오히려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절을 종교의 장소라기보다는 관광의 장소로, 또는 쉼터의 장소로만 이용을 했던 나에게는 절 건물 벽에 있는 그림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절 벽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교의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는데, 읽은 경전이 얼마 되지도 않고 불교 신자도 아닌 내가 그 내용들을 제대로 읽어낼 리는 없다.

 

한문 실력이 부족해서 우리나라 옛건물들인 한옥에 가면 기둥마다 붙여놓은 주련들을 읽어내지 못해 아, 한자구나 무슨 뜻일까 궁금해만 한 모습과 비슷하게도 절에 가서도 그림을 그냥 눈으로만 보고 말았다.

 

눈으로만 본 그림이 마음으로 들어와 나에게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뭘 알아야 감흥이 일지. 역시 알아야 보인다. 보여야 사랑한다. 사랑해야 느낄 수 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해진 이 말처럼 말이다.

 

이 책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작은 제목이 바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는 16가지 불교 철학'이다.

 

철학이라는 말 때문에 긴장할 필요는 없다. 그냥 쉽게 우리가 절에서 만날 수 있는 벽화 16가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교회나 성당에 가도, 특히 외국의 유명한 성당에는 기독교에 관련된 그림이 많다. 세계적인 명작이라고 하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역시 성당에 있는 그림이 아니던가. 그런 식으로 절에도 그림이 많고, 그 그림을 유명한 화가가 그린 경우도 있겠지만(우리는 어린 시절에 황룡사 담에 소나무 그림이 있는데 너무도 잘 그려서 새들이 와서 앉으려다 부딪쳐 죽었다는 이야기를 읽고 자랐다. 여기에 담징이 그렸다는 금당벽화 이야기도) 대부분은 이름없는 화가가 그린 그림이 많다.

 

또, 절에서는 벽화가 닳아 새것으로 고칠 때는 전의 것을 싹 없애고 다시 그렸다고 하니 유명한 절 벽화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현실이다.

 

이 책에서는 그것을 안타까워 하기보다는 생과 사가 하나이고, 윤회임을 이야기하면서 오래된 벽화보다는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벽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좋다고 해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게 하려는 모습 또는 집착에 불과하니, 이 책의 지은이가 우리가 또렷이 볼 수 있는 벽화를 선택한 것은 불교의 교리에도 맞는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 16가지의 벽화가 소개되고, 그 벽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그 이야기 끝에 불교철학에 관한 이야기가 덧붙여지고 있는데...

 

불교철학이라고 해도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그 벽화와 관련지어 불교의 핵심 교리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래서 결코 어렵지 않다. 지루하지도 않다. 오히려 재미있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그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벽화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갈 수 있고, 더불어 자신의 마음 속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고 답을 할 수도 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잘 산다는 것, 간단하다. 조과 스님을 찾아온 백낙천에게 스님이 해 주었다는 말. 

 

"아무리 작은 악이라도 짓지 말고, 모든 착한 일을 다 행하라. 그렇게 스스로 마음을 깨끗이 하면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156쪽)

 

백낙천은 이 말을 듣고 세 살 아이도 아는 말이라고 코웃음을 치지만, 스님은 세 살 아이도 아는 말이지만, 팔순 노인도 실천하기엔 어려운 말이라고 되받아친다.(156쪽)

 

그렇다. 앎과 삶이 일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과연 그들이 몰라서 그랬겠는지, 그들은 그냥 관행이라서 그랬다고 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앎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앎과 삶이 하나되기가 어려운데, 진리의 길은 결코 먼 데 있지 않은데... 그것이 이리도 실천하기 힘드니...

 

결국 어떤 종교든 이 말 하나로 통한다는 생각이 든다.

 

옳은 것을 행하고, 옳지 않은 것을 행하지 말고, 네 마음을 깨끗이 하라.

 

이렇듯 이 책은 꼭 불교에 국한되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절에서 볼 수 있는 그림들을 통해서 우리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하여 불교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해도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림과 이야기가 있으니 재미 없을 턱이 없고, 자신이 보던 그림에 그런 이야기가 속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을테니 말이다.

 

종교와 상관없다. 기독교나 천주교 또는 이슬람 신자라면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좀 불경한 말인가) 절에 가면 절 벽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을 보고, 이런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데 이 책의 의미를 두면 된다.

 

물론 불교 신자들이나 불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하나 더할테고, 지식에 실천까지 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지니면 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종교를 떠나 옳은 삶으로의 실천으로 나아가 앎과 삶이 일치되는 삶을 살아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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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손 안의 미술관 1
김영숙 지음 / 휴먼아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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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이름만 들어본 박물관이다. 아니 "다빈치 코드"란 소설을 통하여 접하기도 한 박물관이기도 하다. 엄청나게 많은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는 박물관. 한 때 프랑스가 제국주의이던 시절,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문화재들이 이곳에 많이 있었으리라.

 

그러나 내게 루브르 박물관은 너무나 멀다. 그곳까지 가기엔 너무 힘들다. 시간도 돈도...그리고 그렇게 할 마음의 여유도.

 

이렇게 먼 루브르 박물관. 그렇다고 없는 셈 칠 수도 없는 것이고, 혹시 아나, 언제 가게 될지.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고 주어진 시간도 많다고 한다면 언젠가는 내가 갈 수 있는 곳 중에 하나가 아니겠는가. 게다가 요즘처럼 지구화, 세계화 시대에 굳이 맘만 먹는다면 못 갈 것도 없는데...

 

선뜻 가기에는 너무 멀고, 시간도 그리 많지 않고(이건 분명 핑계임에 불과하지만), 돈도 넘치지 않으니 지금은 그냥 언젠가 한 번은 가 볼 곳으로 생각하고 있을밖에.

 

이곳에 문화재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38만점(3만8천이 아니다!)이 넘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하고(이책 100쪽), 또 그냥 걸어도 동선이 무려 60킬로미터가 넘는다고 (100쪽) 하니, 작품 앞에서 감상을 하지 않고 쓱 보고 지나치기만 하여도 반나절은 훌쩍 지나갈 정도(100쪽)라고 한다.

 

이런 엄청난 규모를 지니고 있는 루브르에 미술작품들만 해도 약 6000여 점의 회화작품이 있다고 한다. (101쪽) 그림만 해도 6000점이란다. 세상에...

 

얼마 전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갔다 왔는데... 간송문화전을 관람하러, 그 곳에서 그림과 도자기 등을 보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는데... 그것도 평일에 갔음에도 사람들이 많아서 한 그림을 보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시간만 쓸 수밖에 없었는데...국보급 도자기를 요리조리 요모조모 자세히 살펴볼 틈도 없이 사람들에 밀려 이동할 수밖에 없었는데...

 

혜원화첩의 작은 그림들을 정말로 자세히 보아야 했음에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는데... 우리나라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도 그냥 슥 지나칠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족히 한 시간은 돈 것 같은데... 6000점이란다. 그 그림을 보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아니 그 그림들을 자세히 볼 시간이나 있을까? 루브르 박물관에 회화가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세 공간이라고 하는데... 하나는 드농관, 또 하나는 리슐리외관, 그 두 관을 이어주는 쉴리관. 이렇게 셋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루브르에 갔다왔다는 사람들은 이 세 관을 제대로 돌아보고 왔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으니...

 

그냥 모나리자만 보고 나는 루브르 박물관에 갔다왔다고 하는지... 모나리자도 사람들의 흐름에 쓸려 그냥 쓰윽 지나치고 말았으면서 다 보았다고, 잘 보았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냥 학창시절, 또는 다른 매체를 통하여 들은 모나리자에 대한 이야기를 머리 속에서 들춰내면서 그 그림을 자신의 지식에 맞추어놓고는 제대로 보았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의문이 들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지도 모르지만 내 미술관 감상 경험에 의하면 사람이 많으면 제대로 미술품을 관람할 수 없다. 미술품을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상하좌우앞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보아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공간 역시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미술품을 잘 관람할 수 있을까? 결국 아는 수밖에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미술품에 대해서 알면 더 자세히, 더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직접 미술품을 보고 자신이 아는 것 위에 새로운 지식을 덧붙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루브르의 6000여 점의 회화를 어떻게 하루만에 다 본단 말인가? 또 30만점이 넘는 문화재들을 어떻게 다 본단 말인가?

 

하여 루브르에 전시되어 있는 회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지식이 필요하다. 그 지식을 이 책이 채워줄 수 있다. 루브르 회화의 도록이 아니므로 모든 작품에 대한 해설이 들어있지는 않지만, 지은이가 명화라고 생각하는 작품 100편을 선정해서 그 작품의 화가에 대한 설명부터 그림이 지니고 있는 의미, 의의까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것도 또 관대로 분류를 해서 설명을 해주고 있으므로, 루브르에 가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이 책에 나와 있는 지식을 검증할 수 있을테고, 또 자기 나름대로의 감상을 덧불일 수도 있으니 루브르 회화를 좀더 잘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이 책의 도움으로 다른 작품을 더 자세히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이 책에 나와 있는 작품들은 어느 정도 지식이 있으니 새로운 작품에 대해서 시간을 많이 투여해 더 자세히 감상을 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지 루브르 박물관에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서양미술에서 중세시대의 미술에 대해서 어느 정도 흐름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으니... 서양 중세 미술의 역사를 어느 정도 알게 된다는 장점을 자연스레 얻을 수가 있다.

 

게다가 적어도 명화 100편은 감상을 하게 되니 얼마나 좋은가? 지금까지 보았던 작품도 있지만 처음보는 작품도 있으니 작품을 보는 재미도 있어서 좋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문화생활을 누리려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도 이제는 문화강국으로 발돋움 하고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문화란 단지 지식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니, 우리가 직접 감상하고 만들어내는 그런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는 생각이 든다.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하는 문화생활이 아닌(비록 루브르에 소장되어 있는 회화들 중에 많은 것들이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만들어지거나 구입된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특정 소수 계층에 해당하는 문화였다), 우리나라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그런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된다면 이 책에 나와 있는 그림들을 이렇게 책을 통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볼 수도 있겠고, 또 우리나라 곳곳의 미술관, 박물관들에서도 더 훌륭한, 더 마음이 끌리는 문화재들을 수시로 감상할 수 있게 되겠지.

 

이 책이 단지 그냥 루브르 회화 안내서가 아니라, 우리의 문화생활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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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 무의식과 상상의 세계를 표현한 초현실주의의 거장 시공아트 62
돈 애즈 지음, 엄미정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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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미술시간에 배운 사람이다.

 

초현실주의하면 웬지 이해가 안되고 그냥 난해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거리를 두게 되는데, 달리는 그래도 뭐라 해석을 할 수는 없지만 그림이 마음에 들었던 사람이기는 하다.

 

화려함, 아니면 그 속에 들어있는 기괴함, 이런 것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달리는 미술 시간이 더이상 지속되지 않는 학창시절이 끝난 다음에는 내 머리 속에서 사라진 사람이 되었고, 그는 아득한 지식의 저편으로 이름만 남아 있는 사람으로 존재하게 되었는데...

 

다시 읽게 된 달리는 내 막연한 생각보다는 더 대단하다는 느낌을 주었고, 그의 그림이 그래도 초현실주의임에도 무언가 있다는, 해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 것은 그가 고전주의 전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또 달리가 내가 얼핏 생각하기로는 아주 오래 전 사람이지 않을까 했는데 1989년에 사망했으니 그는 최근 사람이다. 근대와 현대 초현실주의를 온몸으로 겪고, 나중에는 초현실주의와 거리를 두고 다양한 작품 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점이 좋았고...

 

그가 무의식에 의존해 자동기술법으로 작품을 창작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한 다음에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지은이의 주장을 읽고, 초현실주의가 그냥 우리의 무의식을 자신도 모르는 새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을 고찰하기 위해서 의식을 철저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는 점.

 

우리나라에서는 초현실주의 작가 하면 이상을 떠올리는데, 이상 역시 자신의 작품을 무의식적으로 쓰지 않고 의식을 끝까지 살펴서 했다는 점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고.

 

미술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만 배운 달리는 그냥 초현실주의자로 남아 있었는데... 사실 그는 나중에 초현실주의에서 탈피해다는 점(탈피라고 해도 좋고 제명이라고 해도 좋다), 하여 초현실주의자 달리로만 기억하는 것은 그의 일부만을 알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 그곳은 무정부주의 성향이 강했는데... 초기의 달리는 무정부주의에 가까웠지만 나중에는 보수주의자로 변신하고... 좀 우습지 않은가? 초현실주의는 이성적 세계를 일부분으로 보고 인간의 무의식을 추구하는데... 보수주의라니... 그러니 그가 초현실주의와 끝까지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한 초현실주의는 정치사상이 맑시즘 또는 아나키즘과 많이 어울리는데, 그들은 현상을 인정한다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 많기 때문에, 이상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하여 그들은 체제 전복을 꾀하거나 아니면 생각의 전복을 꾀하는데... 달리는 체제 전복은 생각도 않으니...

 

다만 그는 생각의 전복은 끊임없이 추구한다. 이것이 그의 작품을 초현실주의에 올려놓는 계기가 되고 이유가 되겠지만... 기존의 생각들을 뒤집어서 그는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달리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기존에 지니고 있던 우리의 고정관념들을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런 점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달리의 많은 작품들까지 더불어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고.

 

여기에 초현실주의자 달리로만 알고 있지 않고, 비록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달리가 영화에도 참여를 했다는 사실, 또 그는 그림만큼 글도 많이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여러 매체를 통해 충분히 실험한 사람이 달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그의 그림을 바라보는 한 관점을 획득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달리의 그림만이 아니라 다른 그림들을 볼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살바도르 달리. 한 번 검색해 보라. 그의 다양한 그림들이 나올테니. 그 그림들이 어떤 의미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라. 그림 보고 생각하고, 또 그림 보고 생각하고, 그러다가 달리란 사람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보자.

 

그의 생애를 따라가는 형식으로 특히 초현실주의 시대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달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려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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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 -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
조슈아 넬먼 지음, 이정연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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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그림들의 인터뷰. 어떻게 사라진 그림들과 인터뷰를 할 수 있겠는가? 원제목이 'HOT ART'인데, '뜨거운 미술'이라고 직역할 수 있는 제목을 붙이지 않고, 의역해서 제목을 붙인 이유는, 그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그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언론에 이중섭의 그림들이 대부분 위작이라는 기사가 난 적이 있었다. 이중섭의 아들과 전문감정사들 사이에 대립도 있었고.. 또 시중에 나온 박수근의 그림들이 가짜라는 말도 있었고...

 

이렇게 가짜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림들이 많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이들은 가짜 작품을 통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이런 가짜 그림을 통해 돈을 버는 방법 말고 또 뭐가 있을까? 그것은 그림을 사는 것이다. 정당하게. 그리고 보관해놓고 있는다든지, 아니면 경매에 내놓아 더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이 그림을 가지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어느 집을 압수수색했는데, 고가의 그림들이 무더기로 나왔고, 그것을 경매에 내놓아 모두 처분했다는 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아니던가.

 

가짜 그림을 파는 것은 불법인데, 자신의 돈을 주고 구매하여 되파는 일은 합법이다. 서로 다른 방법이긴 하지만 돈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서 그림이 돈이 된다는 사실이 그림을 훔치는 범죄를 양산한다. 그리고 그림은 제때 제대로 추적되지 않아 범인을 잡기가 힘들어진다.

 

이 책의 저자는 여기에 착목해서 글을 썼다. 도대체 왜 비싼 그림들을 훔치는가? 훔친 그림들은 어떻게 유통이 되는가? 왜 이런 범죄들은 근절이 되지 않는가?

 

많은 그림 관련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한 책이 이 책이다. 결코 적지 않은 분량. 무려 460쪽에 달하는 분량인데, 미술 작품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나타나기까지 수십년이 걸리니 그를 추적한 책으로는 적당한 분량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림 도둑에 관한 변호사, 형사, FBI요원, 인터폴, 그리고 그림 도둑까지 광범위하게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세상에 그림 도둑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런 그림 도둑들 중에서 대다수가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림이 엄청난 돈을 벌게 해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요즘에는 그림 도둑에 갱단까지 개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럼에도 경찰인력들이나 전문가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영국이나 유럽에서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이를 미국으로 유통시켰다면 이제는 미국에서 도둑들이 기승을 부리고 다른 나라로 유통시킬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세계적인 명화의 도난뿐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 그림들의 도난은 수도 없이 일어난다는 사실, 이것은 돈세탁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런 사실들을 흥미진진하게 알아갈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나라도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이미 몇몇 화가들의 그림은 몇억을 호가하고 있으니,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외국의 사례처럼 쉬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경찰에는 미술전담팀이 있을까? 세계에도 이런 미술 전담팀은 몇 안된다고 하는데... 잘 모른다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미리미리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그래야 한다고, 그것이 정말로 중요한 일이라고, 우리나라 경찰에도 예술적 소양이 있고, 이를 전담할 수 있는 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끔찍했다. 세계적인 명화들, 또는 좋은 미술품들이 이렇게 무방비로 도난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이런 예술품들이 고작 돈때문에 이렇게 수난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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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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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에 대한 에세이다. 차분히 자신이 겪은 일들을, 자신의 감정을 써내려가고 있다. 격정의 시기, 또는 몰락의 시기, 침잠의 시기 등등... 우리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온갖 감정들을 작자도 역시 겪었으리라.

 

우리는 희노애락애오욕이라는 7정에 얽매여 살아가고 있다. 이런 감정을 극복하고, 이겨낸다면 성인의 반열에 들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사람들처럼 감정에 휘둘리며 지내게 된다.

 

감정. 한 번 내 맘으로 들어오면 걷잡을 수 없이 마음을 휘저어 놓는다. 도무지 이성의 힘으로 어떻게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잘못하면 감정에 휩싸여 나중에 후회할 일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땐 한 발 물러나는 것이 좋다. 한 발 물러나서 자기를 볼 수 있다면, 감정은 마음에서 조금씩 멀어져 간다. 이제 제 갈 길을 간다.

 

이렇게 감정을 마음에서 떨어뜨려 놓는 것. 그것을 작자는 그림을 통해서 하고 있다. 그림을 보며 자신을 생각하게 된다. 그림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마음을 보게 된다.

 

거울을 통해 나를 보면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듯이, 그림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나'들'을 통해 나를 바라보게 된다. 내가 나를 바라본다는 것, 그것은 나의 감정에서 거리를 두고 나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나의 마음은 고요해진다.

 

이러한 고요함. 그것은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한 편 한 편의 글에 최소한 두 개의 그림이 나온다. 그 글과 관련이 있는. 글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또는 글의 내용에서 나오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그림들.

 

그래서 이 그림들에 나를 투영하고, 투영된 나를 거리를 두고 바라봄으로써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그 그림을 해석하는 재미도 있고, 그림 속에서 인생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이런 재미에 더하여 자신을 발견해가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어서 더욱 좋다.

 

외로울 때, 또는 못 견디는 감정에 쌓여 있을 때 어떤 이는 노래를 부르고, 어떤 이는 술을 마시고, 어떤 이는 잠을 자고, 어떤 이는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럴 때 그림을 보게 만든다.

 

자신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림 중에서 자신의 상황을 말해주는 듯한 그림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림에서 연상되는 일들, 감정들을 되새기면서 자신의 감정에서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두게 된다.

 

직접 미술관에 가서 본 그림은 몇 편 되지 않고, 그림에 대한 지식도 일천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가 되랴. 내가 어떤 그림을 통해서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그림에 내 삶을 투영할 수 있다면 내가 떠올린 어떤 그림도 나에게는 좋은 그림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여 이 책은 나에게 또 하나의 자산을 추가해주었다. 이제는 그림을 보면서도 삶의 다양성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고, 감정이 날 주체할 수 없게 할 때 그림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마음이 외로울 때 한 번 이 책을 들여다보자. 꼭 글쓴이의 마음과 같지 않아도 된다. 그냥 그림을 보고, 글을 읽으면 어느새 외로움에서 멀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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