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씽킹 - 개정판, 기독교 세계관으로 생각하고 살아가기
유경상 지음 / 카리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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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를 놓고 보다 진지한 고민이 많이 이뤄지는 요즘입니다. 저자 유경상 대표는 "생각하는 기독교인"의 특징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책 서문에서 꼽는군요.

1) 날마다 자신의 생각과 삶을 점검한다.
2) 날마다 자신의 마음 속에 하나님의 말씀을 심는다.
3) 하나님께서 주신 꿈을 꾼다. , 즉 하나님이 내 자신을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사용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일상이 감격으로 벅차오른다.
4) 생각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5) 무엇보다 나 자신의 생각과 삶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성령임을 알고 언제나 기도한다.

신앙생활은 주일 하루 교회 안에서만 열심히 하고, 일상은 주 6일 내내 세상에 물들어 철저히 다른 사람으로 산다면 이는 그리스도인으로 올바로 영위한다고 볼 수 없는 삶의 태도입니다. 신앙과 일상이 혼연일체가 되기 위해, 우선 내 자신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두고, 이 책은 저자의 치열한 고민과 사색, 그리고 기도와 실천의 흔적을 담아낸 듯합니다. 한 번이라도, "나, 이런 식으로 살아도 과연 괜찮은 걸까?" 같은 고민을 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 담긴 한 문장 한 문장에 공감을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1907년은 한국 기독교사에서 특별한 의의를 갖는 해였습니다. 그때로부터 어언 111년이 흘렀지만, 기독교 신앙의 불모지였던 이 땅에서 저때처럼 강렬한 각성과 영적 부흥의 몸부림이 일었던 때는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시 1907년의 기적이 찾아올 수 있을까요? 교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어느때보다 높고, 회개와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들도 드높지만, 정작 그런 비판 속에는 현실을 개선시킬 "대안"이 부재했다는 게 저자의 지적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선 개개인 차원에서, 성경에 구체적으로 이리이리하라는 식의 가르침이 나오지는 않는 문제를 놓고서는, 일상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신앙인으로서 가치관은 평소에 어떻게 잡아 나가야할지를 고민해 보자는 취지입니다. 한국에 기독교가 전래된지 130년이 훨씬 지났으니, 이제는 표준적인 한국 기독교인의 처신과 신조가 구체적으로 어떠해야 하는지 어떤 모범적인 결론이 나올 때도 충분히 되었습니다.

저자는 1장에서 "카멜레온 크리스천" 유형을 분석합니다. 읽어 보시면 마음이 뜨끔한 분들이 많을 텐데요. 신앙은 개인적인 영역이고, 일상은 공적인 영역이며, 따라서 일상에서 기독교 신앙을 드러내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식으로 비 기독교인들과의 마찰을 피해가는 유형이라고 저자는 정리합니다. 일상과 신앙을 분리하되, 일상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은 가급적 숨기고 살아갑니다. 이 자체도 문제지만, 그 다음 단계는 거의 "교회를 떠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게 결정적인 문제입니다.

"사향소 크리스천" 유형은 흔히 "문제될 게 아니라 오히려 모범적으로 사는 사람들 아닌가? 다만 저리 살 것 같으면 너무 피곤하니까 차라리 카멜레온처럼...." 같은 생각을 평소에 하게 되는 이들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 역시 자신만의 고립된 영역을 언제나 고집하며, 결국 세상으로부터 유리될 수밖에 없는 경로를 걷는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삶과 신앙이 별개"라고 생각한다는 점인데, 이는 결코 예수께서 가르친 바 아니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p35(한철호 미션파트너스 대표의 글로부터 재인용)에는 노예 매매선 선장의 우화가 실려 있습니다. 노예로 잡은 여인 하나를 부하가 데려와서 잠자리를 함께할 것을 권하자, 선장은 화를 벌컥 내며 "십계명의 간음하지 말라는 구절을 잊었느냐?"고 외칩니다. 부하가 물러가자 그는 기도를 올립니다. "주여, 오늘도 유혹을 뿌리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사향소 크리스천이 문제인지 여실히 보여 주는 예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사람은 일상과 철저히 분리된 신앙의 영역에서만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기에, 자신이 영적 영역보다 한 차원 낮게 보는 세상의 실무에서 어떤 끔찍한 죄를 저지르는지 전혀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던(저자의 표현)" 것입니다. 이런 사향소 크리스천은 카멜레온형만큼이나 반 그리스도적인 삶을 산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서문에서도, 또 본문 1장에서도 저자는 "점점 주일학교 출석 인원수가 줄어드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자녀들이 기독교의 가르침과는 다른 삶을 살고, 다른 곳으로부터 즐거움을 찾는 게 현실이라면, 어찌 부모로서 기독교인 다운 삶을 살았으며, 그 본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부모로서 자녀에게 모범을 보이고, 온전한 기독교인으로서의 삶으로 복귀하려면, 먼저 기독교인로서의 바른 생각을 머리 속에 자리잡게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래서 이 책 제목도 "크리스천 씽킹"이며, 2장 이후부터 자세한 각론이 이어집니다.

올바른 세세한 생각이 자리잡으려면, 먼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바른 가치관이 정립되어야 합니다.

1) 이 세상의 기원과 목적은 무엇인가?
2) 이 세상의 고통과 문제는 무엇 때문인가?
3)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올바른 생각이 작동하려면, 그리스도인에게는 세 가지 다른 렌즈가 모두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1) 하나님에 대한 생각
2) 죄에 대한 생각
3) 그리스도에 대한 생각

이 셋은 저 위의 세 가지 근본 문제와 정확히 하나하나가 매칭됩니다. 세 가지 "렌즈"가 모두 필요할 뿐 아니라, 세 가지 렌즈는 하나로 통합된, 그리스도인 다운 정신과 세계관 안에서 작동해야 합니다. 앞서 저자가 지적한 "카멜레온형"과 "사향소형"은, 이 중 몇 가지 렌즈가 바람직하지 못하게 분리되거나, 아예 결여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사랑의 통로가 되기 위해 창조되었다."

피조물이라 함은 조물주의 도구가 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누군가의 큰 수고가 부여된 각종의 편의를 누리며 살고 있고, 이는 내가 속한, 혹은 직접으로 속하지는 않더라도 우리의 이웃을 구성하는 다른 공동체에 대한 감사로 이어집니다. 그리스도인은 매사에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자세가 하나의 특징이죠. 그 바탕에는 "이 모두가 하나님의 설계에 의한 것"이란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입니다.

세상은 그러나 인간이 저지른 죄로 인해 불완전해졌습니다. 사람 마음 속에 두려움이란 녀석이 돌아다니는 건, 바로 사람 스스로 저지른 죄 때문이라는 게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하나님 대신에 숭배하게 되는 모든 것은 바로 우상인데, 마음 속의 두려움을 달래기 위해 우상을 숭배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덧대어 저지름입니다. 이 우상을 감연히 마음 속에서 모두 떨쳐 내고, 그 자리에 사랑과 하나님을 자리하게 못 한다면 이 죄의 영원한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바르게 살기 위해 신앙을 갖는 게 아니라, 주일헌금이나 몇 푼 던지고 일종의 액막이, 푸닥거리를 하는 양 세속의 더러운 가치를 보전하려는 수단으로 삼습니다. 그냥 세속의 논리대로 사는 이들보다 더 큰 죄를 짓고 사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뉴에이지를 경계하는 건 이 흐름이 힌두이즘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고, 스스로 신이 될 수 있다는 비뚤어진 영적 가르침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이 "절대적 진리"를 배척한다는 점에서 현대에 등장한 기독교의 가장 큰 적 중 하나라고 파악합니다. 낙태를 예사로 여기고 "그저 해파리 하나를 떼어내는" 정도로 간주하는 충격적인 움직임도, 현대에 들어와 각별히 타락한 인간 관계의 파괴적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현대는 "꿈꾸는 사람들"이 사라진 가장 불쌍한 시대입니다. 물론 돈을 더 많이 벌고,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세속적인 꿈을 꾸는 이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바라시는 참된 꿈은, "나만 생각할 게 아니라 나보다 더 큰 존재를 지향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그래서 신앙의 불모지에 찾아와 전도에 힘 쓰는 이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런 삶 속에서는, "하나님이 나를 도구로 쓰신다"는 경건한 깨달음과 희열 역시 자리할 데가 없습니다.

교회나 기독교는 은둔처나 개인적인 안식처 정도가 아닙니다. 삶이나 일상이나 세속으로부터 유리된 곳이 아니라, 정반대로 세상의 온갖 문제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해결하는 곳이라야 합니다. 또 올바른 생각이 아무리 자리한 후라도, 이것이 일일이 실천에 옮겨지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뿐 아니라, 역시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는 삶입니다.

책 끝에는 기독교인을 위한 CTT 계획서가 나옵니다. CTT는 "크리스천 씽킹 툴"의 약자인데, 6단계에 걸쳐 18쪽에 이르는 아주 상세한 매뉴얼입니다. 진지하게 나 자신의 생활 태도를 돌이켜 보고, 무엇이 여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부터 나를 멀어지게 했는지 성찰해 볼 일입니다. 그 다음에는 소그룹 스터디 가이드도 나오는데, 이런 매뉴얼을 실천에 옮길 때 꼭 필요한 게 신앙상의 동지입니다. 혼자 머무르면 아무리 확고한 소신도 유혹과 시련에 들기 마련이니, 반드시 뜻을 같이하는 여러 성도들이 모여 하나하나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마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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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정석 - 합격 면접 대비부터 입사·적응하기, 퇴직 후 미래 설계까지
임영미 지음 / 라온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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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장래희망으로 공무원 되기를 꿈꾸는 현실입니다. 개탄하시는 분들도 있고, 이웃 중국은 스타트업이다 연구 개발이다 하며 청년들이 진취적인 비전을 품는데 한국은 과거로 퇴행하고 손쉬운 안정을 꿈꾼다며 걱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수한 인재들이 공적 섹터에 몰려 필요한 혁신도 해 내고 직역의 청렴도와 투명도도 올린다면 딱히 부정적으로 볼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인적 자원 배분의 조화와 균형이 얼마나 달성되느냐 하는 쪽이겠죠.

이 책은 47세에 명예 사무관으로 퇴직하신 어느 여성 공무원의 회고와 충고, 자상한 경험담을 실은 내용입니다. 공무원의 의무, 직분, 처우, 애환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거나, 반대로 왜곡하는 시선이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합니다. 전남 지방행정직 공채에 합격하여 평생을 성실한 공직자로 봉직하며, 그 사이에 지병으로 신장 이식까지 받는 등 중대한 고비를 넘겨 가며 온갖 신산을 겪은 분의 회고이기에, 그 충언이 지니는 무게나 진정성도 남다릅니다. 저자가 겪은 생의 모든 이정표(이 책에 실린)가, 현재 공무원 되기를 꿈 꾸는 많은 청년들에게 소중한 참고 자료나 지침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예전에는 민원인이 관공서에 찾아 와도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자기 할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흔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지금은 (앞서 적은 대로, 우수한 인력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취득한 직분이라서인지) 친절하고 활기찬 인사가 실내를 가득 메아리치는 모습도 드물지 않게들 봅니다. 사실 공무원은 public servant, 그야말로 국민의 공복입니다. 여느 사무직 직종도 마찬가지지만 타인의 복리, 효용을 위해 봉사하는 대가로 급여든 수수료든 받는 것이지, 도대체 남 위에 갑질을 하며 군림하는 직종이란 있을 수 없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다고 고백하는데, 예컨대 많은 돈(국민의 혈세)을 투입하여 개발한 앱이 쓰이지도 않고 사장되는 현실을 보면, 아직도 국민이 아닌 공무원의 시선으로 일이 진행되는 면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합니다. 맞는 말씀이고, 사실 이는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 근무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들 좋으라고 만든 상품, 서비스가 아니라 일반 소비자가 만족해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또, 저자는 저리 말씀 하시지만, 반대로 사실 그런 앱을 다운받아서 폰에 돌려 보면 의외로 괜찮은 것도 많더군요. 국민도 그저 입 안에 떠멱여 주기만 기대할 게 아니라 공부도 해 가면서 자원과 프로그램, 도구를 적극적으로 쓸 줄도 알아야 하겠습니다.

공감 능력을 요즘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좀 역설적인 것이, 입으로 공감능력 공감능력 떠드는 사람은 정작 본인 자신은 남한테 공감을 못 하면서 남이 자신에게 공감하기만을 일방적으로 기대한다는 겁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사람이 싸이코패스보다 더 악질이고 민폐인 셈인데, 저자는 특히 공무원이야말로 민원인에게 공감을 잘 하는 자질이 우선이며, 이런 공감 능력 우수한 분들이 결국은 일 잘하는 일등공무원이 된다는 겁니다. 공감의 공은 共(함께 공)이며, 공무원의 공은 公(공변할 공)이지만, 묘하게도 한국어 발음으로는 서로 같습니다. 하긴 허신도 설문해자에서 동음동의라는 통찰을 보여 주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몇 년 전에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한다며 9급 공무원이 꿈인 어느 명문대 재학생의 게시판 글이 큰 화제가 되었죠. 저도 그 기사 읽은 기억이 나는데, 저자는 근데 대뜸 "칼퇴는 꿈도 꾸지 말라"는 제목으로 제법 긴 글을 시작합니다(p111). 게다가 바로 그 기사를 거론하시며, "너 서울시청 본청 같은 데 발령 나서 고생 좀 해 봐라" 같은 생각도 했다고 말합니다. "대한민국에서 OO대는 최고의 수재들이 가는 곳인데, 그런 인재들이 9급 공무원들이 하는 일을 한다는 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기 때문이다."(p112) 사실 이런 평가는 사회적으로 좀 민감할 수도 있기에 되도록이면 저는 서평 속에 담지 않으려 드는데, 이 대목은 바로 공직자 출신이신 저자 본인께서 하신 말씀이라 일부러 인용해 봤습니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하고 전제를 다셨으나, 오히려 그 당사자가 저자의 말씀을 고맙게 여겨야 마땅할 듯하네요. ㅎㅎ

"공무원은 삼성맨보다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한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물론 지역별로 부서별로 어느 정도는 차이가 있겠으나, 저자는 특히 자신이 직접 겪은 어느 팀원에 대한 회고를 하며 이 애환 사항을 분명히 규정합니다. "국정 감사가 있으니 모두들 비상 대기를 하는 판에 휴가는 좀 곤란하지 않겠어?" "팀장님, 제가 왜 공무원이 되었는데요..." 요즘은 퇴근 후 별도 지시를 금한다거나 야근에 대해 제한하는 등의 추세도 물론 있고, 이런 배려가 업무의 질을 높이는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공무원의 본분"에 대해 강조하는 겁니다. 공무원이 무슨 날로 먹는 자리도 아니고, 필요최소한의 일만 시늉하듯 해 내고 시간 되면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자리를 뜨는, 이런 자세가 과연 국민에 대한 바른 도리이겠냐는 뜻입니다. 이런 불성실하고 무능한 사람은 일반 직장에서도 내쳐지기 일쑤입니다. 공무원을 행여 그런 도피처로 여기고 몸담으려는 생각을 품는다면 참으로 위험한 발상입니다.

자신이 하는 루틴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전체 업무를 다 꿰뚫어야 한다는 말씀도 깊이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공무원이 하는 일 중 중요한 게 바로 민원 전화를 받는 건데, 자신의 업무 소관이 아니면 다른 어디로 전화를 돌려야 할지 똑부러지게 평소에 파악을 해야 서로 간에 불편과 지연이 없습니다. 어디 공무원뿐이겠습니까? 어느 조직, 직장에서건 유능한 사람은 남이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도 훤히 꿰며, 타 업무를 정확히 파악해야 내 일도 똑바로 잘 하게 마련입니다.

저자는 또 이렇게 타 부서의 주무를 파악하며, "아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공무원인데)도 있구나" 하는 각성이 새삼 들 때가 있었다고 회고합니다. 책 앞에도 나오지만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은 어디에나 꼭 있고, 공무원 비롯 꼭 특정 직역의 험담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도 흔히 봅니다. 공무원뿐 아니라 어느 직장에서건 환영 받고 성공하는 사람은, 결코 내 일이든 남의 일이든 가벼이 보지 않고 그 일의 장단점과 특성을 잘 꿰뚫고 합당한 대우를 해 줍니다. 이는 사실 공무원이나 직장인의 자질 이전, 사람의 근본 인성에 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함께해야 결과가 좋다." 일반 민간 기업 직원들도 타 조직의 구성원들과 만나서 끊임 없이 소통하고 공감하고 성과를 구체적으로 이뤄내야 하는데, 공무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에는 저자께서, "부서 협약 실적이 부족하니 특성화 고등학교 몇 군데와 컨택해서 업무 관련 협약을 성사시키라"는 과장님의 특명을 받았던 일화가 나옵니다. 이런 건 일반 사기업과 달리,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 아닌가 생각하시는 이들도 있을 텐데, 바로 그런 생각, 타 조직의 일에 대해 쉽게만 생각하는 버릇은 바로 자신의 업무도 소홀히 여기는 근성의 폭로입니다. 저자는 이 일을 멋지게 성사시키고, 과거 유명했던 린다 킴(그 시점에선 그녀의 이미지가 지금처럼 부정적이지는 않았겠죠)에 빗대어 "린다 임"이란 별명도 얻으셨다고 합니다. 이처럼 일 잘해서 뚜렷한 성과를 대내외에 각인시키는 체험이야말로 조직인의 최고 보람 아니겠습니까.

요즘은 어딜 가나 4차 산업혁명 이야기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가장 필요한 자질은 바로 창의력입니다. 일반 민간 기업에서도 기획 능력의 창의성은 사원의 최고 자질로 꼽힙니다. 남들이 안 보는 걸 볼 수 있고 의미를 찾아낼 수 있고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어떤 인간의 정신적 자질보다 가치가 높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만큼이나 고도의 산업 구조를 지닌 선진국이 된 만큼, 공직 업무 처리 역시 기획 능력이 뛰어나야 환영 받는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자에게 상담해 온 어떤 분(교직자)는 두 아들이 모두 공무원인데, 그 중 하나가 어렵사리 공무원이 되고 나서는 "지금 하는 일이 너무 무의미한 업무의 연속이라 버티기 힘들다"였답니다. 저자는 역시 자신의 직역과 공무 전체 구조에 통달한 분인 만큼 그분께 가장 필요한 충고를 적실히 해 주십니다.

"시청이나 군청은 본래 단순 반복 업무가 많습니다. 전입고사를 새로 쳐서 도청 쪽으로 옮겨갈 수 있게 배려하시고, 결코 퇴직하지 않게 말리십시오."

이는 전입고사를 통해 전직을 해 본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라 더욱 값지고 현실에도 잘 통했던 거죠. 저자는 특히 논문형 주관식 문제를 접하고, 평소에 유념해 뒀던 문제가 바로 적중한 그 통쾌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정책 기획 능력은 평소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준비하는 사람만이 갖출 수 있는 창의적 자질이기도 합니다.

"공무원의 정석". 바로 저자처럼 공무원의 본분도 잊지 않고, 동시에 대한민국 어느 조직에서나 통할 만한 자질을 갖추고, 한시도 쉬지 않은 채 노력하는 분에게 합당한 표현입니다. 힘들게 노량진에서 공부를 마치고 시험에 통과했지만 정작 적응을 못하고 방황하는 성인이 안 되려면, 먼저 공무원의 모범과도 같은 이런 분의 책을 읽고 마인드셋부터 가다듬어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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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스토어(스토어팜) 마케팅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창업에서 마케팅까지 한권으로 끝내는 핵심 노하우
임헌수.김태욱 지음 / 이코노믹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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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사려면 포털에 들어가 가격비교부터 하고 보는 게 거의 모든 이들의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중 어느 거대 포털, 직설적으로 말해서 네이버가 제시하는 가격비교에 의존하지 않는 이는 이제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다음이라든가 다나와 같은 데서 조금 더 찾아보면 자주는 아니라도 간혹 더 유리한 가격이 나올 수 있는데도, 내 능력이 이게 한계라느니,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둥 이상한 합리화까지 하며 탐색을 오로지 네이버 안에서만 시도하는 게 우리들의 버릇입니다.

여튼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네이버 스토어팜은 그 포털의 위력에 힘입어 덩달아 이점을 지닌 게 사실입니다. 이처럼 유리한 플랫폼을 갖췄다 보니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들 네이버 스토어로 창업을 시도하는데, 그저 입점만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 유념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얼마 전 어느 사장님과 개인적으로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입점한 분이 물론 한둘이 아니므로 그분이 전체를 대표한다고야 물론 못 하지만, 마치 남의 지점을 관리하는 (고용된) 매니저처럼, 자신의 장사가 아닌 듯 절차를 알려 주는 품이 참 미덥지 못했습니다. 모범적인 스토어 운영자, 사장님이 되려면 뭘 염두에 둬야 할지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정확한 시점은 기억 안 나는데, 어느 때부턴가 "지식쇼핑"이 "네이버 쇼핑"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전의 지식쇼핑이 가격 검색 기능만 제공했다면, 이번의 스토어팜 개편은 뭔가 쇼핑몰 같은 포맷으로 탈바꿈한 느낌을 준다"(p39) 그저 느낌만 그렇다는 게 아니라, 룰도 바뀌고 패러다임 전체가, 한국에서는 알리바바나 아마존을 능가하겠다는 양 야심차게 혁신을 도모한 티가 납니다. 무엇이 바뀌었고, 입점한 사장님이나 앞으로 창업을 꿈꾸는 후보자들, 혹은 그저 소비자 입장에서도 무엇이 바뀌고 어떻게 전략을 짜야 할지 꼼꼼히 정보를 살필 수 있었습니다. 사실 리테일러의 처지를 이해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역으로 영리한 쇼핑이 가능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세상의 중요한 한 부분이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같은 이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일단 저자가 강조하는 건, "구매전환율"이 높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검색을 시도한 네이버 이용자가, 클릭을 계속하여 자신의 스토어까지 들어와야만 하는데, 이러려면 처음부터 네이버에서 잘 팔릴 만한 상품을 걸어야 하는 게 기본이죠. 하지만 다들 마음만 앞서고, 자신이 준비한 웨어가 그저 최고이겠거니 최면 상태에 빠져 업황의 객관을 냉철히 응시 못 하는 게 보통입니다. 이른바 "제품 소싱"의중요성이 부각되는 대목이죠.

저자는 오픈마켓/스마트스토어/개인쇼핑몰 셋을 나란히 두고 장단점을 분석합니다. (p48) 일단 오픈마켓의 경우(쉽게 말해서 인터파크나 G마켓, 옥션, 티몬, 쿠팡 등) 가장 사장님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건 판매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점입니다. 반면 이런 스마트스토어는 원칙적으로 0원이며, 검색 연동으로 판매가 이뤄졌을 경우 2%를 따로 받고, 본인이 SNS 등을 잘 활용한 경우라면 카드 수수료(오프라인 업체들도 다 내는 통상 비용) 등 다 합쳐서 5.85%에 그치는데 이건 오픈마켓에 비해 꽤 유리한 조건입니다. 오픈 마켓에 비해 또 하나 좋은 점은, 파는 품목 수가 적어도 개점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혹 이미 어느 정도 독자적 지명도를 얻었다면 오픈 마켓에서 타 업체와 경쟁을 해도 승산이 있겠으나, 그게 아니라면 이런 스마트스토어로 첫걸음을 떼라는 게 저자의 충고입니다.

대부분 검색 연동인데 2% 또 떼고 나면(그래도 오픈 마켓보다는 낫지만) 남는 게 뭐 있을까 싶어도, 네이버 이용자 계정에는 "구매 이력"이 남습니다. 저번에 괜찮더라 싶으면 그걸 손쉽게 타고 와서 또 방문하고, 이번 판매 성사에는 판매자에게 2%를 따로 안 떼는 거죠. 최근에 스토어팜에 대한 입소문이 좋게 난 건 바로 이런 구조 때문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네이버의 역사는 곧 한국 IT의 역사이다." 사실 인터넷 초창기에 얼마나 많은 포털이 등장해서 서로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까. 느닷 네이버의 역사 공부와 예찬론이 나오는 이유는, 네이버 스토어팜에 입점을 하려면 네이버의 구조와 시스템을 잘 알아야 100% 활용이 가능하고, 가뜩이나 커스터마이징이 제한된 플랫폼(이것은 이 책에서도 인정하는, 스토어팜의 큰 단점입니다)에서 똑똑한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네이버의 각종 도구를 자유자재로 이용하자." 요즘 주목 받고 있는 AI 스피커 때문에 한층 중요해진 게 네이버 오디오클립입니다. 한번 로그인에서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마치기를 유도하는 환경에서, 네이버페이가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지는 기본으로 알아야 하겠습니다. 네이버톡톡을 쓰면 친추 없이 소통할 수 있고(현재 카톡은 일단 아이디나 전번으로 친추를 해야 대화가 가능하죠), 비즈캐처나 라인웍스는 이번 스토어팜 기능 강화를 위해 새로 네이버가 론칭한 서비스입니다.

이 외에도 창작자를 위한(여태까지는) 그라폴리오 같은 걸, 개성 있는 쇼핑몰 홍보를 위해 이제는 샵 오너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모두는 SNS를 통해 샵 오너가 알아서 (샵 바깥의 웹 공간에서) 활용해야 유입 고객 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네이버 자체 검색(이나 다른 기능)에만 의존하면 그건 전적으로 포털의 덕을 보는 것일 뿐 자신의 창의와 노력의 성과가 아니고, 성장을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이 점은 창업 후보자뿐 아니라 이미 네이버에 스토어를 개장,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도 다시 전략을 고쳐 심사숙고할 부분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앞에서 커스터마이징이 제한된 게 단점이라고 했으나, 최근에 여러 템플릿이 추가되었고, 요즘에야 당연 모바일에서 승부를 걸어야 하므로 특히 모바일 버전 레이아웃에 신경을 (제한된 범위 안에서나마) 써야 할 필요가 큽니다. 책에 나온 중 몇 가지 사례를 보니, 물론 이 역시 스토어마다 벤치마킹하고 나면 금세 다 비슷해지겠지만, 네이버 스토어 아닌 개인 쇼핑몰처럼 개성 넘치는 게 많이 눈에 보입니다. 스토리형, 그리드형, 리스트형 등의 포맷은, 업주 개인의 선호도도 선호도이지만, 관련 품목을 찾는 소비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먼저 살펴야 하겠습니다.

모든 쇼핑몰(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에 두루 통하는 비결 같은건 없고, 한때 내 샵이 잘 되다가 침체 상태라면 그 "개별적"인 이유가 뭔지, 또 안되다가 잘된다 해도 뭐가 정확히 비결인지 분석을 해야 합니다. 이는 오프라인 매장이라고 사정이 다를 리 없습니다. 네이버 스토어팜에서 제공되는 통계를 보고 이런 암시를 얻으려면, 일단 하루 방문자 수가 천 명은 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표본이 그 이하라면 어떤 결론이 나와도 무의미(insignificant)하거나, 오히려 오류를 낼 수 있습니다. 천 명을 넘기는 게 일단 기본이고, 이런 천 명 이상의 표본이 준 통계를 통해, 재방문율, 전환율 등을 놓고 향후 전략을 짤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포털로서 누리는 이점으로 스토어에 많은 유저를 유입시키는 점도 탁월하지만, 또 하나 장점이 (그런 포털로서 바로 보유하게 되는) 데이터의 사이즈입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점주들에게 가장 필요한 데이터를 잘 정제해서 제공할 수가 있습니다. 여튼 재고량은 점주 자신이 관리해야 하므로, 특정 아이템의 수요 그래프가 한창 상승하는 추세라면 알아서 물품을 확보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건 오프라인 매장에서야 사장님 감으로 해결하던 부분이고, 편의점 체인에서 과연 이런 자료가 현재 제공이 되고들 있는지 저는 확인 못 해봤습니다.

벤치마킹은 단지 남따라서 하는 흉내가 아니라, 벤치마킹을 한다 해도 결과가 반드시 1등 샵처럼 나오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이렇게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기만의 노하우를 쌓으라는 겁니다. 사실 나이 먹으면서 하나 좋은 건 스토리도 쌓이고 경험이 누적되어 웬만한 타격에는 눈도 깜짝 않게 되고, 좋은 행운을 만나면 결코 기회를 안 놓치게 되고, 이를 몇 배로 활용, 선용할 저력이 자연스럽게 배어난다는 겁니다. 실패하는 중년은 꼭 보면 과거의 실패를 밑거름으로 삼지 못하고, 까맣게 잊어버리기만 반복한 채 발전 없는 리셋의 연속이거나, 아니면 환상에 빠져 현실을 도피하는 게 보통이죠.

"최적화, 최신성, 인기도"


이것이 네이버 쇼핑몰 성공의 3대 원칙이라고 하는군요. 책 p133에 나오는데 위와 같은 이미지 파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상위 노출이 가능할까? 저자는 말합니다. "하수는 간단한 것도 복잡하게 생각하고, 고수는 복잡한 것도 단순화시킬 줄 안다." 일단 저 프레임을 기본으로 깔고, 잘 모르는 건 1등이 어떻게 하는지 따라하되,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같은 패기로 일단 덤벼들고 보란 겁니다. 당연히 의욕적으로 뭐라도 하는 사장님한테 요령이 빨리 늘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모션에는 양날의 검이 있다." 일단 점수를 올리고 방문자 수를 늘리려면 이벤트를 꾸준히 열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벤트가 공짜는 아니기 때문에 (경품 비용도 나가고 마진율 떨어지고, 그저 SNS 입소문이라고 해도 본인 시간 등 무형의 비용 지출, 혹은 기회비용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입니다) 무작정 이벤트에 매달릴 것도 아니고 무슨 큰 손해나 보는 듯 심통만 부리고 죽치고 앉아 있을 것도 아닙니다. 센스 있게 지금은 할 때다 싶으면 과감히 치고 나가야 하며, 제 생각에 가장 나쁜 건 과거에 이벤트 해서 별 재미를 못 봤던 그 기억만 마음에 담고선, 피해의식으로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입니다.

블로그에 대해선 네이버 이용자들이 불만이 많던데, 이 스토어팜은 앞으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스토어팜을 위해 스마트에디터 3.0이 나왔는데 아무래도 당장 보이는 게 샵 외관이라서 이 에디터를 최대한 활용해서 꾸밀 줄도 알아야겠습니다. 저자가 누누이 강조하는 게, 글(텍스트)은 말할 것도 없고 순간의 속임수가 적잖게 작용하는 사진보다, 동영상이 사용자의 직관을 돕는 데에는 최고라고 합니다. 저 역시 샵에 동영상 여럿이 올라서 사용법이나 상품의 여러 면모를 두루 관찰 가능하면 구매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구나 싶더군요.

쇼윈도우의 구성이 오프라인 샵의 흥망을 좌우했고 이는 온라인 샵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자는 자주 "기획전'을 열어서 소비자들에게 변화도 주고 관심도 끌고 네이버 점수도 올리라고 충고합니다. 네이버에서는 기획전 폼(form)을 상시 제공할 뿐 아니라, "럭키 투데이" 같은 이벤트와 연동시켜서 방문자 수를 늘릴 것을 점주들에게 유도합니다. 기회를 그저 심드렁하게, "어차피 별다른 수 안 생기는 것" 정도로 넘기는 사람에게는 정말로 작은 기회, 요행수조차 안 찾아오죠.

큐레이션 개념의 확장이 온라인 숍에서는 정말 중요하다는 점도 이 책에서 배웁니다. 인스타는 사진 공유가 안 되기 때문에, 리포스트 앱 같은 걸 활용해서 직접 컨텐츠를 최소화한 상태로 내 샵을 예쁘게 홍보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그저 네이버 플랫폼 안에 머물지 말고, 현재 최대 이미지 포털로 볼 수 있는 인스타를 적극 활용하여 네이버 스토어로 사람을 끌고 오라고 충고합니다. 이는 또한 네이버에서도 내심 적극 바라는 사항이겠습니다.

치킨집 창업이라고 해도 여튼 하는 사람만 하는 일입니다. 허나 앞으로는 만인 생산자, 판매자의 시대입니다. 네이버쇼핑 창업 하나만 생업으로 삼는 분들보다, 뭔가 자기만의 아이템이 있으면 부업으로 네이버에다 (마치 블로그 아무나 다 하듯) 하나 가게를 열어서 수입을 노려 보는 게, 가까운 미래에는 아마 흔히 보는 풍경 중 하나가 아닐지 생각해 봤습니다. 오죽하면 이런 구체적인 팁을 담은 책이 다 출간되겠습니까. 예사로 봐 넘기지 마시고 긴 백세시대 플랜에 고려로 넣어야 할 사항이 아닐지 숙고가 필요하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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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제국의 미래 -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그리고 새로운 승자
스콧 갤러웨이 지음, 이경식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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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한국의 공정위가 구글, 애플 등의 "갑질"에 대해 제재 심사에 들어간다는 뉴스가 떴었습니다. 이를 두고 포털의 어떤 덧글은 "플랫폼의 기능 본질을 이해 못하는 처사"라고 비판도 하던데, 여튼 생태계의 최초 조성자, 운영자로서 플랫폼의 기여와 권력이 새삼 부각되기도 한 기사였습니다.

현재 IT 업계의 4대 "제국"으로까지 평가 받는 기업들은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네 곳입니다. 사실 이들의 업종은 겹치는 면도 물론 있으나, 시장의 지향성이 꽤나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각각의 "플랫폼"이란 공통분모로 묶으려면, 일반 대중의 감각이나 안목으로는 무리가 다소 따를 것입니다. 허나 전문가들은 장기적, 항구적 시야에서 지속적으로 큰 수익을 창출할 전략으로 일찍부터 각각의 시장에서 플랫폼을 구축하려 든 이들 기업의 비전에 경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자릿세를 내고 이런 플랫폼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 개발자로서는 억울한 면이 많겠으나, "파운더"들의 혜안과 초기 노고에도 당연히 평가를 해 줘야 공정한 태도이겠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다소 파격적인 전망을 내어 놓습니다. 향후 이런 "플랫폼 제국"들이 모두 몰락하고, 새로운 강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현상의 힘(fait accompli)이란 매우 강력한 것이어서, 사람들은 여간해선 현재의 상태가 장래에 바뀌리라고 쉽사리 짐작을 못합니다. 잘나가던 거인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나면, 변덕스럽고 잊기 잘하는 대중은 그제서야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태도를 돌변합니다. 그러나 현인은 멀찍이 앞선 시점에서 사소한 징후들만으로도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이에 대비합니다.

책은 IT 산업에 한해 전망을 펼치는 게 아니라, 과거 소매업계의 다양한 부문에서 어떤 대단한 업체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했는지, 이 거인들을 수면 위로 띄우고 침몰시킨 정부 정책의 변화나 시대 흐름, 트렌드의 추세는 어떠했는지 매우 폭 넓게, 그러면서도 핵심만을 짚어 가며 과거를 회고합니다. 이 대목부터 해서 죽, 그는 인간이 벌여 온 사업이라는 게 어떤 패턴에서 벗어나질 못했는지, 제아무리 한때 천재성을 발휘한 기업과 오너라고 해도 어떤 필연에 떠밀려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졌는지 마치 역사학자의 너른 시야로 회고하듯 담담히,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톤으로 풀어 놓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이야기가 (의외로) 재미있다"는 겁니다.

아마존에 대해서 우리는 아직도 종이책, DVD, 그리고 킨들을 매개로 한 전자책 소매업자 정도로, 혹은 최근에 전방위로 업종을 넓힌 인터넷 백화점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가 베조스 회장을 파악하기로는, 크게 두 가지 비전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1) 소프트웨어와 로봇 공학 분야의 앞선 노하우를 통해, 오프라인 리테일링은 물론 물류(육상 운송이나 해운 등)를 모두 장악하려는 야심. 이건 실로 놀라운데, 여태 해운 분야는 진입 장벽도 높고 몇 년 전 한진해운 사태에서도 알 수 있었듯 업종의 경기 부침이 심해서 한번 어려움을 타면 걷잡을 수가 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아마존은 이미 엄청난 자본을 쌓아둔 상태라, 어느 산업에 대해서도 갑(甲)의 위치에서 침식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드론 택배나 로봇 활용은 기존 업체가 아예 꿈도 못 꾸던 방식이라서 이 강점을 바탕으로 베조스 회장은 원가를 대폭 절감할 수 있고 이는 경쟁자들을 바로 도태시킬 수 있는 결정타입니다.

2) 저자는 이 책 내내, 소수 부유층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라야 미래가 있다고 전제를 깔고 논지를 폅니다. 왜냐면 몇십 년 전에 비해, 미국 역시 중산층이 완전히 몰락한 상태라서라는 겁니다. 아마존은 방문해 보신 분들은 잘 알겠지만 아마존 프라임이란 차별적 회원제를 따로 운영합니다. 그 가입이 현재, 예컨대 프라임 비디오 같은 건 그저 넷플릭스의 경쟁자 정도에 불과한, 문턱이 낮은 대중적 서비스이지만, 앞으로는 가입비를 대폭 올려서 그 자체로 신분의 상징이 될 수 있게 브랜드를 가꾸는 게 베조스의 야심이라고 저자는 추측합니다.

사실 이 아마존 파트에서 "그럼 왜 그가 몰락한다는 건가?"에 대한 답은 분명히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단, 책 서두에서 그가 편 일반론을 잠시 적용해 보자면, 첫째 초원의 사자라고 해도 전성기 수컷, 프라이드의 수괴로서 떨치는 위력은 대단하나, 그도 늙게 마련이고 더 젊은 경쟁자에게 프라이드를 뺏기게 마련이므로 고작 수명은 십 년을 조금 넘길 뿐이라고 합니다(^^;:). 인류 역사가 여태 그런 패턴으로 전개되었으므로 아마존 아니라 무엇인들 배겨낼 재간이 있겠냐는 거죠.

아마존을 비롯, 플랫폼 거인들은 "일자리 파괴자"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이들은 놀라운 혁신으로 "인적 자원"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기존 경쟁자들을 추월, 압도해 왔는데, 이들 역시 수없이 많은 경쟁자들의 도전을 다시 받으리라는 거죠. 다른 경쟁자들은, 이들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절치 부심 중인 수없이 많은 이들의 역량을 밑바탕으로 삼고, 혹은 응원을 받아, 일개 스타트업이었다가 현재는 많은 이들에게 갑질 폭군으로 군림하는 저들 제국을 반드시 전복하고 말리라는 게 저자의 전망입니다.

아마존이 다른 기업을 무너뜨리고 중산층의 일자리를 뺏은 것도 부족해, 극소수 부유층에만 영합하여 그들의 편의를 봐 주는 식으로 "반사회적" 전략을 펴 나간다면, 과연 얼마나 사회의 지지를 얻겠냐는 겁니다. 베조스 회장 역시 "기본 소득"의 옹호자인데, 이는 어떤 정치적 성향을 지녀서가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죄과의 여파를 두려워한 나머지, 경쟁에서 밀리고 피해를 본 숱한 루저들의 한(!)을 그런 식으로 다스리려 한다는 게 저자가 내다본 그의 속셈입니다. 책에 이처럼 직설적 표현이 있지는 않으나 제가 정리하기론 결국 이 얘기인 듯했네요.

요즘 포털의 뉴스 덧글을 보면, 왜 건전한 방향으로 혁신을 하지 않고 이처럼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쪽, 반 사회적 방향으로 연구를 하냐는 일반 네티즌들의 불만이 눈에 많이 띕니다. 만약 그런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엄청 공감되는 바가 많을 것 같습니다. 여태 일자리가 없어진다, 그러나 그게 시대의 필연이고 더 좁아진 문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식의, 설령 내용이 옳다 해도 대안이 막연하고 추상적인 주장뿐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게 아니라, 뭔가 활력을 주는 결론이 있고, 시대의 트렌드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당신 자신의 힘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듯하여 좋았습니다.

페이스북이야말로 개인 신상 정보를 "연료" 삼아, 현재 미디어의 거인, 즉 ABC, 디즈니 등의 가치를 모조리 합친 제국을 이루리라는 게 저자의 전망입니다. 확보하고 있는 개인 신상 정보 활용에 무슨 돈이 추가로 더 들겠습니까? 한 일 년 전에 "네이버에 보여 주세요." 같은, 이미지 정보 업로드를 독려하는 듯한 광고가 TV에 집행되었는데, 페이스북이 확보한 수없이 많은 일상의 사진이야말로 (빅데이터 분석을 거쳐) 향후 컨텐츠를 무궁무진 뽑아낼 수 있는 자원입니다.

인스타가 요새 뜨는 것도, 유저 층에서의 호응도 호응이지만 이미지 자원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아본 증시에서의 기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죠. 저자는 젊은 나이에 여러 사업을 전개해 보고, 업계의 거인들과 합작을 추진하여 성공도 해 보고 실패도 맛본 분인데, 그가 상대했던 파트너 중 하나인 NYT에 대해, 이대로 가다가는 페이스북의 일개 하청 업체로 전락할 뿐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는 십여 년 전 NYT더러, 구글에 더 이상 기사를 노출시키지 말라고 이미 의견을 내놓은 바 있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공짜로 홍보가 된다며 오히려 반기지 않았겠습니까. 요즘 많은 업체들이, 구글 검색 차단을 옵션으로 거는 건 때늦게나마 개인 정보가 얼마나 큰 자원 노릇을 해 줄 수 있는지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결론에서 저자는 두 가지 이야기를 이어서 합니다. 첫째 그럼 다섯번째 제국으로 떠오를 자격 있는 기업은 누가 될 것인가. 이에는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것, 현재의 애플이나 구글처럼 살인적인 IQ 테스트를 거쳐 채용한 신입 사원 등 풍부한 인적 자원을 갖출 것, 대중에게 성공적이고 호감 어린 이미지를 형성해 왔을 것 등 여러 조건이 제시되는데, 특히 이미지 메이킹 부분에서 우스꽝스러운 풍자나 현실 분석이 많아 읽으면서 자주 웃었습니다. 다음으로 독자가 이런 유망한 기업에 들어가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지도 여러 조언을 베풉니다. 이게 꼭 특정 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격변하는 미래에 어떤 식으로 대비해야 할지, 가장 치열하게 사회를 겪어 본 경영자 겸 분석가, 학자의 말씀이라 피부에 와 닿은 대목이 정말 많았습니다. 근래 읽은 책 중 거의 버릴 게 없는 알찬 독서였는데, 좋은 건 나만 알고 있자는 생각으로, 서평은 이쯤에서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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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어퍼 이스트사이드
티에리 코엔 지음, 박아르마 옮김 / 희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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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어퍼 이스트사이드는 초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구(地區)로서, 어지간히 성공한 이들이 아니고서야 접근조차 힘든 곳입니다. 사무엘 샌더슨은 그전에도 태생의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별 것 아닌 줄 알았는데 이게 소설 후반부의 반전을 위한 복선이더군요) 원만한 가정(20대 초반에 일찍도 결혼한...)과 괜찮은 직업을 갖고 젊은 시절을 알차게, 행복하게 보낸 남성이었습니다. 이러던 그가 어느날 소설가로 전업하기를 작정하고,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 본 결과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처녀작이 바로 베스트셀러가 되어 그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부와 유명세를 누리게 되었네요.

기욤 뮈소 등과 함께 프랑스에서 장르 문학의 록스타(나이는 좀 많은 편이지만)로 오랜 동안 군림했던 작가 티에리 코엔에 대해, 혹 자신의 이 소설이 다분히 자전적이지 않냐고 한다면 꽤 문제가 생길 듯합니다. 공식에 따라 서로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는 장르 문학으로 떼돈을 버는 이들에 대해 심지어 범속한 대중들조차 거부감을 표현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 자신이 이처럼, 판에 박힌 상업적 창작 활동에 대해 짙은 회의, 심지어 반성까지 내비치는 소설을 쓰는 건 보지 못했습니다. 더글라스 케네디도 작가가 주인공이 되어 슬럼프에 빠졌다거나 초심을 잃었다거나 해서 위기에 빠지는 스토리는 여러 번 다뤘지만, 이 작품은 그 선을 한참 넘어 통렬한 자아 비판(?)까지 담고 있습니다. 스티븐 킹의 <미저리>에 보면 어느 열성 팬(정신 이상자)에 의해 납치되어 창작을 강요당하는 내용도 나오는데, 여튼 거기서도 과연 바른 태도로 양심에 거리낌없이 독자를 대해 왔는지에 대한 성찰이 잠시 비춰지기도 했죠.

여튼 이 작품의 주인공 사무엘 샌더슨은 처녀작으로 일거에 스타가 된 후 성공에 도취되어 수많은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다가, 자신이 20대 시절 첫눈에 반하고 순정을 바친 아내 다나(그녀도 마찬가지로,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배우자였습니다)와 헤어집니다. 딸 메이앤은 아빠에게 너무도 실망이 커서 전화도 안 받고 연을 끊다시피하는데 샌더슨이나 우리 독자들이나 당연히 여깁니다. 즐길 여자는 많아도 아내인 다나를 대신할 만한 상대는 없는데, 의외로 정숙하고 수줍은 구석(그에게 접근한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제시카 에반스라는 여인에게 마음을 주게 됩니다만, 뭔 이유에선지 갑자기 그녀는 샌더슨과 연락을 끊습니다. 진정성 때문에 처음 그녀에게 끌렸듯 샌더슨과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는 그녀의 결의 역시 진짜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샌더슨의 나쁜 속물 근성이 나오는데, "유명 작가와 한때 사귀었다는 걸 자랑하려고 계획적으로 접근했다가 목표를 이루고 사라짐" 정도로 진실을 왜곡하고 자기 편할 대로 사정을 정리했다는 거죠. 이 제시카가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소한 인연으로 독자 눈엔 보였으나....

이후 샌더슨은 레이첼이라는 여성, 딸 뻘로 나이가 어린 데다 전처 다나나 제시카와는 판이하게 다른, 화사하고 세속적인 여성과 장기적 관계를 맺습니다. 욕구도 풀 상대일 뿐 아니라 에이전트 네이선이 커버 못 하는 사업상의 여러 부분까지 맡는 비즈니스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이 무렵부터 그는 정체 불명의 누군가로부터 협박을 받기 시작하는데, 해킹 흔적도 없고 자신의 정신 상태에 대한 확신도 부족했던 터라 그는 일종의 망상에 시달리는 것 아닌지 이중의 불안에 빠집니다. 충전을 위해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에 다녀오는데, 여기서 또다시 한 젊은 미인을 만나 관계를 갖고, 이후 그의 삶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근데 이런 외형적 사고가 터지기 전에도, 그는 행복한 가정을 스스로 버리고 가족들을 불행으로 밀어넣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지요.

샌더슨은 사르데냐에서 자신의 유명세에 기대지 않고도 미인의 마음을 살 수 있었다는 자긍심을 되찾는데, 나이 사십을 넘긴 이가 이미 포기해야 할 부분에 이처럼 집착한다는 게 인격적 미숙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 의문은 소설 후반부에 가서 좀 풀리더군요. 그는 학창 시절부터 남성적 매력으로 이성에게 큰 인기를 끌던 스타였나 봅니다. 이러던 사람이 용케 스타 기질을 잘 누르고 살다 때늦은 성공으로 대박을 치자 카사노바 근성이 폭발해 버린 거죠.

[이하 내용 누설이 있습니다]

우리 독자들은 여러 정황(경찰이 확인해 주기로도 해킹 흔적이 없었으며 - 사실 이건 서술 트릭을 넘어 좀 반칙입니다 쩝)으로 봐서도 그렇고, 본인도 확신이 안 서는 정신 건강 쪽에 혐의를 두는 걸로 보아, 샌더슨 본인의 망상이 틀림 없다고 여기지만, 그리 진상이 확정되면 끝까지 소설을 읽을 이유도 없는 거죠. 결국 충격적인 반전이 하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범인"의 좌절, 동기도 어느 정도는 이해 됩니다. 희곡 <아마데우스>에서 아무 재능 없이 태어난 노력파가 천재에 대해 적의, 살의를 품고 신에 저항하는 사연이 나온다면, 여기서의 범인은 "신" 대신 "멍청한 대중"에 원한을 품고, 그 대중이 열광하는 "출생에서부터 우연히 주어진 자질"을 모조리 갖춘 샌더슨을 표적으로 삼습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완전성으로 통하는 천재적 재능을 지녔기에 범속한 살리에리가 질투할 만한 이유를 충분히 지녔다면, 사실 샌더슨은 그럴 자격조차 갖지 못한, 그저 행운아에 불과한 인물입니다. 어떻게 해서 늦은 나이에 일약 작가로 떠오를 수 있었냐 하면, 어려서부터 무난한 환경에서 비뚤어짐 없이 인성을 갖출 수 있었고, 이런 "자연스러움"이 그의 문장과 문학 세계에 배어났기 때문이죠. 출판사는 그런 모나지 않은 대중성을 선호했고, 반면 "범인"은 스스로도 말하듯 "노력과 수련"을 통해 일정 경지에 올랐으나, 그닥 창의적이지도 못했고 독자 일반을 사로잡을 매력도 부족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상황과 환경을 탓할 만큼 재능을 가진 것도 아니었기에 체념하고 살았나 본데, 천만뜻밖에도 자신이 일생을 바치고도 아무 소득 없던 분야에서 (자신이 익히 알던) 샌더슨이 느닷 스타로 부상하고, 게다가 아내까지.... (이하 생략)

끔찍하고 위험한 범죄로까지 사태가 악화되고, 게다가 아무 잘못도 없는 데니스까지 죽인 건 결코 용서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짓입니다. 하지만 사람 하나를 구름 끝까지 띄웠다가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변덕스러운 세태, 혹은 사람의 참된 자질을 못 알아보고 피상적인 외모 따위에 열광하는 천박한 풍조를 두루 비판하는 주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울러, 베스트셀러 공식에 편승하여 손쉬운 명예를 누려 온 자가 자신에 대한 반성도 비치는 듯하여 여러 모로 흥미로운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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