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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 트럼프의 귀환, 놓쳐서는 안 될 정책 변화와 산업 트렌드
김광석 외 지음 / 이든하우스 / 2024년 11월
평점 :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한 번 재선에 실패하고 다시 재임에 성공한 케이스는 미국 역사상 그로버 클리블랜드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합니다. 한국 미디어에서는 해리스 부통령도 당선될 수 있다, 초박빙 승부다, 이런 예측을 많이들 했는데, 미국에서는 이미 바닥민심이 8월 이후 완전히 방향을 틀어 트럼프의 당선을 대부분 점치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현지 교포들도 그들의 정치 성향에 무관하게, 트럼프가 대세임을 대부분 인정하곤 했는데, 우리만 딴세상에 살았던 것 같습니다. 여튼 8년 전보다 더 강력하게 자신의 정책을 내세운, 세계 초강대국 지도자의 컴백에 즈음하여 우리들은 어떻게 생존 전략을 짜야할지, 이 책을 읽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22를 보면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촉발한 관세전쟁에 대해 그래프와 통계 자료를 인용하며 자세히 회고합니다. 모든 자료가 천연색이라서 독자가 보기 편합니다. 중국에서는 2016년 미 대선 때부터, 트럼프라는 사람이 고립주의 성향이라서 북미 대륙 밖에서 다른 나라, 예컨대 러시아나 중국이 세력을 확대하는 데 별 관심이 없을 것이라며 드디어 편한 세상이 왔다고 환영했었습니다. 19세기 미국은 제5대 제임스 먼로가 고립주의 독트린을 편 적이 있었기 때문에, 21세기 들어 트럼프 같은 이가 전개한(전개할 것으로 예측되는) 정책에는 "신"고립주의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p22 이하에, 기억을 잊은 우리 독자들을 위한 자세한 내용이 나옵니다.
당시 한국에서도, 만약 트럼프가 이런 식으로 보호무역 정책을 펴면 세계 경제가 모두 위기에 빠질 것으로 전망하는, 다분히 친중 성향의 메신저들이 미디어에 많이 출연하여 영향력 확산을 꾀했습니다.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미국은 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강달러 추세이며 증시는 폭등을 넘어 폭발할 듯합니다. 트럼프가 이제 친코인 정책을 편다(p122)고 하니까 코인이 또 불장입니다. 8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 보유량은 세계에서 중국이 가장 많았고 애초에 코인 상승세도 중국인들이 주도했었습니다(p130). 지금은 미국이 코인 활황도 이끌어가는 중이며, 반대로 중국은 건설 경기 침체부터 해서 모든 분야가 위기입니다. 한국 이커머스가 이른바 티메프 사태가 상징적으로 보여 주듯 전반적 위기에 빠진 것도, 중국 업체들이 재고청산을 위해 미친 듯 덤핑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p148을 보면 오태민, 박세익 두 저자가 CDBC에 대해 토의하는 대목이 있는데, 바로 그제(11.29) 이 섹터가 한국 증시에서 좀 괜찮은 모습이었습니다(워낙 장이 안 좋으니).
미국 민주당은 예전부터 청정에너지를 중시했었습니다. 1992~2000년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도 별명이 "오존 맨"이었습니다(그닥 좋은 뉘앙스는 아니었습니다). 현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에 당선될 때만 해도 국내 증시에서 태양광, 풍력 섹터가 큰 폭으로 올라 며칠 동안 랠리를 이어갔습니다. p76 이하에, 다양한 자료와 함께 에너지자원과 산업에 대한 자세한 전망이 나오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p92에 표를 통해 좋은 분석이 나오는데,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對) 중국 정책 면에서 어떻게 차이가 나냐 하는 문제입니다. 민주당은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작년쯤부터 EU집행위원장 폰데어라이엔 같은 이가 꺼내기 시작하기도 했죠.
브레튼우즈 체제(p123)라는 건, 2차대전이 나치의 패망으로 끝나갈 무렵 기존의 파운드스털링 통화패권을 대신하여 미국의 달러가 국제교역의 중심으로 등장하기 위한 핵심 질서였습니다. 우리가 고교 사회 교과서에서도 다 배운 내용이죠. 이때만 해도 각국의 통화가 고정환율 비슷하게 묶여 있었으며, 미국은 달러의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일정 금(金)의 양으로 달러의 태환을 시행했습니다. 그러던 걸, 1971년에 닉슨 당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달러 태환을 정지시킨 후 외환시장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고 만 것입니다. p124를 보면 그때 이후로 어찌어찌 임기응변으로 운영되어 온 현 시스템을 두고 패치워크 누더기라고 평가하는 대목이 있는데 공감이 됩니다.
p103을 보면 박세익 대표가 독재국가 시스템과 혁신의 관계에 대해 재미있는 견해를 풀어 놓네요. 이분은 한국경제TV 낮 11시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대담하는 걸 제가 지난주 금요일에 시청했습니다. 이 책 주제와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만 그 프로그램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코스피 3000은 금방 돌파한다"고 하셔서 저는 좀 놀랐더랬습니다. 러시아는 구 소련 시대에 비해(이 말은 없지만 문맥상 독자인 제가 보충합니다. 저자와 출판사의 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후진 나라(이 책 표현 그대로입니다)가 되었는데, 그 이유가 독재체제라서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러시아처럼 독재로 유도하여 역시 후진 나라로 몰고가는 게 아니냐는 말씀도 있는데, 흠... 흥미로운 견해이긴 합니다. p183에는 최근 25년 동안 홀짝별로 코스피와 코스닥 수익률을 정리한 표가 있는데 이 역시도 재미있습니다. 박세익 대표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중국의 새 지도자 임기 시작 3년차인 5자 연도(이를테면 내년인 2025)에 차이나 랠리가 온다고 하시던데 이 역시도 귀추를 주목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