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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더리 - 최신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이 알려주는 마음의 중심을 잡아줄 보호막
김현 지음 / 심심 / 2024년 11월
평점 :
컬럼비아 의과대 교수 김현 박사님이 저술한, 마음다잡기의 체계적 방법론에 대한 책입니다. 사회 생활을 하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누구나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설령 의도를 이루더라도, 그 과정에서 내가 더이상 종전의 나로 남지 못한다면, 애써 무엇인가를 거머쥔 보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일상에서, 경쟁 속에서 나를 지켜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박사님이 최신 뇌과학과 심리학의 성과를 원용하여 독자에게 차분히 가르쳐 주는 내용이라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가 사회 생활에서 그릇이 크다는 말을 들으려면, 나만의 경계에 갇혀 있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며 상대의 요구나 감정 표출도 거리낌없이 수용하는 처신이 필요합니다. 이게 잘 되려면 정말로 감정이 탄력적으로 회복되어야 하고 타인의 심리, 동기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객관적이고 대담한 해석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나 남자건 여자건 이게 자유롭게 되는 사람은 매우 드물며, 이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일종의 보호막으로 자아 둘레에 바운더리를 치고 삽니다. 그 바운더리가 지나치게 협소하고 경직되었다면 타인과의 교류가 힘들어집니다. 너무 넓다면 (앞에서 말한, 아주 그릇이 큰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자아에 상처가 나고 결국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p38에서 저자는 이 바운더리를 세 가지 종류로 나눕니다. 강철 장벽과 그물 벽, 이 둘은 서로 반대 유형이며 각각의 문제가 있습니다. 단단하면서도 문이 달려 있는, 나를 지키되 타인과 적절히 소통할 수 있는 바운더리라야 바람직합니다. 다른 사람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그물) 바운더리도, 나의 선택권만을 내세우는(강철) 바운더리도 아닌, 그 중간선에서 적정 타협점을 찾는 중용에의 지향이 중요합니다. 그물 바운더리는 자기에 대한 비하, 과소평가 끝에 자기분열(self-splitting)의 위험이 있습니다. p43에서 저자는 "명확한 바운더리를 갖고 상대를 대하는 사람이라야 타인과의 관계도 만족스럽고 그 타인과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며" 자아 성취를 효과적으로 이룰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런 바람직하고 건강하게 탄탄한 (나 자신의) 바운더리는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p68 이하에 자세한 내용이 나옵니다. 1단계 들여다보기, 2단계 규정하기, 3단계 소통하기, 4단계 보여주기, 5단계 감정처리하기, 6단계 재검토하기 등입니다. 자신을 먼저 갈무리하고 보호하고 챙기는 게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과도한 책임감이나 부채의식 때문에 너무 남한테 잘보이려고만 하는(이기적인 의도 아님) 유형이 있습니다. 이런 이들이 사람들을 만족시키려고 드는 건 일종의 people pleasure(p81) 때문인데, 타인을 위하는 저런 태도야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곤란한 법입니다. 이게 강박의 단계까지 가 버리면 이미 질병입니다. 물론 (반대로) 일체의 책임감과 성실성을 모조리 강박으로 몰아가는 유형보다는 윤리적인 사람입니다.
바운더리 설정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각자의 우선순위(priority)를 정확히 매기고 이를 실천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순위에 혼란이 생기면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성과가 날 수 없습니다. p107에서 저자는 마치 서커스에서 저글링하는 곡예사처럼, 다양한 역할 행동들이 부여된 개인에게 우선순위에 따라 어떤 과업을 먼저 행하고 나중에 행하는지가 그 사람의 성공/실패 여부를 좌우한다고 설명합니다. 전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등을 아우르는 기본신경망(default mode network. p124)은 사람이 쉬는 동안에도 자기 나름대로 일을 하며, 이 책에서 박사님이 수시로 강조하는 포인트들 중 하나가 "적절한 휴식"인 이유가 또한 이것입니다. p135에는 비(非)렘수면, 렘수면에 대한 알기 쉬운 설명이 나옵니다.
건강하고도 강건한 바운더리를 만드는 핵심 요소는 아무래도 마인드셋이겠습니다. p180 이하에 마인드셋을 기르기 위해 감정을 다루는 4단계가 나오는데 저는 이 대목이 참 좋았습니다. 의식, 분리, 정의, 해석이 그것입니다. 내 감정을 잘만 다루면 내 역량보다도 훨씬 많은 일을 해 낼 수 있고, 반대로 감정이 다치면 할 수 있었던 일도 못합니다. 바운더리를 잘 설정하여 내가 나를 온전히 통제한다고 느낄 때 생기는 저신감은 그 무엇보다도 든든한 무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