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여행 1 - 전생퇴행 최면치료, 존재와 내면의 치유 전생여행 1
김영우 지음 / 전나무숲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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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전생이라는 게 있을까요? 2차대전의 영웅 조지 S 패튼은 자신이 전생에 알렉산더, 나폴레옹 같은 불패의 야전사령관이라고 믿었는데 워낙 자기도취성향이 강한 인물이라 그런 강한 주관적 확신이 제3자에게도 객관적 증거가 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떤 "기억" 비슷한 것을 증언하는 이들이 있을 뿐더러, 이 책 저자분처럼 전문의로서 높은 명성을 지닌 분까지 전생에 대해 호의적인 연구를 이렇게 체계적으로 내놓으시는 걸 보면 뭔가 귀가 솔깃해집니다. 우리만 해도 윤회의 이치를 핵심 교의로 삼던 불교를 천 수백 년 동안 믿어온 민족이라서 더욱 그런 듯합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환자들의 환각은 대개 두렵거나 지리멸렬하여 일관된 스토리를 읽을 수 없다(p28)." 그렇습니다. 무엇인가를 명징하게 언어로 표현한다는 건 사실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닙니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환자들은 대개 자신들이 겪은 과거에 대해 큰 상처를 품고 삽니다. 그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공포감이 몰려오고, 이 공포감에 압도될 뿐 아니라 말로 재구성하려는 그 순간 다시 그 순간이 머리에 재생됩니다. 어떻게 두려움 없이 스토리를 선명하게 진술하겠습니까? 이게 가능하다면 그는 더 이상 환자가 아니며 병원에 다닐 필요도 없고, 그가 무슨 증언을 한다면 그건 아마 공익을 위한 봉사에 가까울 것입니다.

영혼이 육체를 벗어난다는 게 가능할까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침대에 누운 환자를, 천정 정도의 높이에서 그 환자의 영혼이 내려다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런 이미지가 너무도 생생하기 때문에, 혹 임사 체험을 했다는 이들이 이 비슷한 증언을 내어놓긴 해도 완전히 신뢰가 가지는 않습니다. "다른 문화권에서의 전생을 기억하는" 환자들의 증언은 어떨까요? p38에서 저자는 "집단무의식"이라는 개념으로도 이 현상은 설명이 안 된다고 합니다. 전생이라는 게 있어 실제로 그 생을 살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구체적인 진술이, 호세-원종진씨의 입에서 나올 수 있었겠습니까? 물론 어떤 이는, 원종진씨의 청일전쟁이나 레콩키스타 상황이, 1980년대 KBS 드라마 <노다지>나 1960년대 클래식 <엘 시드> 같은 걸 보고 재구성되었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습니다.

p91 이하에서 원종진씨는 또다시 신비스러운 증언을 이어갑니다. "사람을 악하게만 생각하는 것과, 행위 때문에 선하게 생각하는 건 둘 다 옳지 않습니다." 참 심오합니다. 행위로 사람이 선해질 수 있다는 건 로마 가톨릭의 오랜 교의이며, 마르틴 루터라든가, 특히 장 칼뱅은 구원 여부는 오로지 신이 태초부터 독점적으로 정해 놓음이지 인간이 제 하찮은 의지로 행위한다 하여 섭리에 변화가 있을 수 없다 하여 이른바 예정설을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이분은 그럼 전생에 칼뱅이라든가 프랑스에 거주하던 위그노 교도였을까요? 이어 서양고전음악의 음계를 설명하며 삼위일체의 이치에까지 유비하는데 저자의 퇴행 지시에 따라 비로소 긴 변설을 마치고 휴식합니다. 대단한 학식인데 이게 모두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만약 정말 전생의 기억 잔재라면 해당 언어로도 설명이 가능한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동물에게는 영혼이 있을까요? p146에서는 요가난다의 책에서 저자가 읽은 바를 인용하며, 어린 사슴이 지극한 간호를 통해 살아나기 직전이었으나 요가난다의 꿈에 사슴의 영혼이 나타나 자신을 놓아달라고, 이 생을 여기서 마쳐야 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간청하는 걸 보고 비로소 치료를 중단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사람과 때로는 비슷한 감정, 유대의식, 친밀감을 형성하는 패턴을 보면 마냥 허황되다며 평가절하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들 마음 깊은 곳에 이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강렬한 끌림이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원종진씨는 p186 이하에서 또 신비스러운 증언을 계속합니다. "행위는 남 보라는 듯이 겉치레로 이뤄져서는 안 되고, 나의 선행이 내 이름을 드러내게 하고 내가 이를 즐긴다면, 이는 허상을 좇아가는 것입니다." 예수 역시 바리새인들과 율법학자들을 회칠한 무덤이라며 신랄하게 질타했는데, 원종진씨의 이 신비한 증언은 과연 어디까지 그 오의를 떨치는 것일까요? 이어 김금례라는 (전생에서의) 이름을 지닌 환자분이 또다른 흥미로운 증언을 이어갑니다. 김영우 닥터께서 리딩하는 전생체험의 행로는 점점 흥미를 더해 갑니다.(1권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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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의 거리 -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 뉴욕 억만장자 거리에 숨겨진 이야기
캐서린 클라크 지음, 이윤정 옮김 / 잇담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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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곳곳에 높이 솟은 마천루들은 이 세계의 경제적 수도가 이곳 뉴욕임을 만천하에 선포하는 하나하나의 상징입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1933년 영화 <킹콩>의 배경으로도 등장했는데, 이 책 p31에서 "약 15년 전 준공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이라고 한 건 2008년에 있었던 레노베이션 준공을 가리킵니다(캐서린 클라크의 이 책 원서가 2023년에 출간됨). 밴 앨런과 세버런스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만들어간 당시의 마천루들은, 욱일승천하는 신생국 미국의 기세를 세계를 향해 과시했습니다.

(*북카페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 p43의 화보를 보면 해리 매클로우(Harry Macklowe)가 발주한 432 파크애버뉴 빌딩에 대한 사진이 있습니다. 해리 매클로우 본인이 홍보를 위해 킹콩 분장을 한 것도 우습습니다. 해리 매클로우는 도널드 트럼프처럼 뉴욕에서 부동산 개발업으로 큰 돈을 번 사람이고 트럼프보다 몇 살이 많죠. 높은 건물을 짓는다는 건 부(富)와 성취의 표상이며, 하늘을 향해 끝없이 솟아오르는 욕망을 대유하기도 합니다. 20세기 초 마천루의 아버지 중 하나인 H 크레이그 세버런스의 이름이 severance(절제)인 건 묘한 역설입니다.

p91에는 브래드 잭슨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친 프레드 트럼프의 법률고문도 지낸 사람이라고 합니다. 잭슨 역시 부동산 개발에 일가견이 있던 사람으로, <풋루스>에 케빈 베이컨과 함께 나왔던, 키가 178cm 정도 되는 장신의 미녀배우 로리 싱어하고도 한때 사귀었다고 책에 나옵니다. 이 페이지에는 그의 친구 중 하나로 마리오 쿠오모라는 정치인이 언급되는데, 이 사람의 아들 중 하나가 앤드류 쿠오모이며, 부친과 마찬가지로 이 사람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내내 거론되었지만 그 선을 넘지는 못했으며 이번에는 33세의 조란 맘다니라는 신인에게 패배하여 큰 망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능력이 뛰어난 비즈니스맨들 중에는 혼자서만 일을 진행하려는 묘한 습벽을 가진 이들이 간혹 있습니다. p132를 보면 해리 매클로우 역시 그런 사람이었고, 이런 부자들은 증시에 자신의 회사를 공개하여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얻는 데에도 조심스럽더군요. 이 책에서 아주 자주 나오는, 예를 들면 p125 같은 곳의, CIM group(샤울 쿠바 등이 만든)에서 CIM은 대체로 Community, Infrastructure, and Mixed-use의 약자로 통하곤 합니다. CIM 입장에서는 저런 매클로우 부자(父子)의 태도가 대단히 달갑지 않았을 것입니다. p182 같은 곳을 봐도, CIM과 매클로우 측은 여전히 대립합니다(이 책에서는 "맥클로우"라고 일관되게 표기합니다).

크라이슬러라고 하면 이제 브랜드의 미국 내 인지도가 일본의 토요타나 혼다보다도 못할 지경입니다만 한때는 GM, 포드와 함께 미국의 살아숨쉬는 엔진으로 여겨졌습니다. p218을 보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나 크라이슬러 빌딩 모두 대공황기(1929~)에 지어졌는데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미국 산업의 집요하고 부지런한 정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는 말이 나옵니다. 다만 마천루가 이처럼 곳곳에 들어서면, 일단 많은 이들의 조망권과 일조권이 침해받는데 책 곳곳에 나오는 MAS라는 단체는 Municipal Art Society of New York의 약자입니다. 엘리자베스 골드스타인(p218)이 이 단체의 회장(president)였는데 그녀가 보고서에 쓴 우려의 성명은 일방적 도시개발의 문제점을 압축하여 나타냅니다.

건축은 예술의 일종입니다. 이 책에는 부동산 재벌들과 사업가들뿐 아니라 예술가들도 여기저기서 등장하는데, 티에리 데스퐁(프랑스 디자이너), 히로시 스기모토(책에는 이렇게 표기되지만, 일본어로는 杉本博司[삼본박사]로 쓰므로 스기모토 히로시가 맞겠습니다. 물론 세계적인 인물이므로 surname이 뒤에 오는 관행을 따를 수도 있습니다) 등의 이름들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p303 이하에 나오는 이른바 스타인웨이 프로젝트에서 마이클 스턴과 케빈 멀로니 두 자본가가 내내 대립하는 모습은, 이런 대규모 건축 사업이 단순히 이권 다툼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관점, 예술의 프레임에 대한 근본적 입장 차이가 있음을 드러냅니다.

이 책의 원제는 Billionaires' Row입니다. 보통 Avenue는 동서(가로), Street는 남북(세로) 방향의 길을 가리킨다고 하죠. row라고 하면 대개는 avenue와 동의어입니다만, 그 간단한 단어 안에는 세상 속에서 이권과 권력을 거머쥐려는 숱한 군상의 다툼과 이합집산, 네편네편 가르기 등이 압축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의 경제 수도에서 벌어지는 돈의 전쟁이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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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튀르키예(터키) - 최고의 튀르키예 여행을 위한 가장 완벽한 가이드북, 2025~2026년 개정판 프렌즈 Friends 7
주종원.채미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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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중앙북스 프렌즈 터키 편이 이렇게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에로도안 대통령이 국명을 저렇게 endonym으로 바꾼 후에, 주종원 채미정 두 분 저자의 이 책도 튀르키예 편으로 개명하여 책이 나오기 시작한 게 2023년이었고 올해가 3년차입니다. 여튼 매번 책이 말쑥하게, 업데이트 사항도 반영하여 이렇게 출간되니 독자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울 뿐입니다. 저도 3년 연속으로 이 책을 리뷰 중입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스탄불은 정말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도시입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계획 도시를 새로 만들어 그 먼 로마에서 이곳으로 천도하여 지중해 세계의 중심으로 만든 게, 예언자 마호멧의 성천(聖遷)보다 근 삼백년이 앞섭니다. p65 이하에 자세한 소개가 나오는데, 이 도시는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정초를 놓은 지 거의 천년 하고도 백년이 지나 오스만 제국의 젊은 황제 메메드 2세에게 함락되어 기독교의 간판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1453년이면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이 나오기 거의 60년 전입니다. 천 년을 기독교 동부 수도로, 다시 5백년을 이슬람의 수도로 지냈으니 문화 유산이 얼마나 쌓였겠습니까.

이 책은 한국인 여행자들을 위해 자세한 실용 정보가 제시되는 점도 매년 좋습니다. 이스탄불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뭔가 치안이 불안하지 않냐는 선입견이 있는데, p66에 경찰 호출 등 여러 긴급 전화번호들이 나옵니다. 한국 총영사관은 (책에 잘 설명되듯) 이곳 이스탄불(유럽 대륙의 끝자락)에 있고 대사관은 공식 수도(아나톨리아 반도 한복판의) 앙카라에 소재합니다. p71에는 튀르키예판 카카오 택시라고 할 BiTaksi에 대한 자세한 어플 설명이 나옵니다.

p116에는 한때 지중해 세계 최강자로 위엄을 떨친 오스만 제국의 영화를 상징하는 군사 박물관에 대한 소개가 있습니다. 여기는 1933년에 개관했다고 책에 나오는데, 케말 파샤 아타튀르크라는, 현대 튀르키예의 국부(國父), 혹은 중시조(重始祖)라고 부를 만한 장군이 설립한 시설입니다. 매일 오후 3시에 키크고 잘생긴 군악대 청년들이 보여 주는 메흐테르 공연도 있다고 하니 특히 여성 관광객들이 참고할 만한 정보입니다. 아타튀르크 같은 이가 세속주의, 근대 지향의 바른 방향을 잡았는데 현재의 영도자인 에르도안은 나라를 정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니 이만저만 큰일이 아닙니다. 

p250 이하에는 에페스에 대한 정보가 자세합니다. 에페스라고 하면 잘 모를 분들도, 에페소스 또는 에베소라고 하면 모를 사람이 없습니다. 이곳은 교부 시대 기독교 5대 교구 중 하나의 중심지였으며 사도 바울이 그곳의 초기 교인들에게 보낸 서간이 신약 27권 중 하나일 정도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이 이슬람세력권으로 넘어갔다고 해서 쇠퇴한 건 아니고, 어느 문명권의 대도시도 그러하듯 자연 재해라든가 산업 구조의 개편 등의 이유로 쪼그라들기도 합니다. 터키는 남쪽으로 시리아와 바싹 붙어 있는데, 이 에페스는 바로 그 시리아와의 접경 근처에 자리합니다. 에페소스 자체가 그 극성스럽고 바지런했던 시리아인들의 무역으로 번성했던 곳입니다.

올림포스 산은 그리스 열두 주신이 모여 살았다고 하여 유명합니다. 그런데 그리스 신들의 거주지로 유명하니 그 산은 그리스에 있는 게 맞고, p360에 소개된 관광지는 튀르키예에 있는 곳입니다. 그리스 신화도 지중해 세계에 널리 퍼진 컨텐츠였으며,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헬레니즘 시대를 열며 곳곳에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를 만들었듯 이 올림포스라는 산 이름이 지중해 여기저기에 있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습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여기도 꽤 유명한 곳입니다.

아무리 메이저 종교라고 해도 신비주의 종파가 꼭 발호하게 마련인데 황홀경에 들어 현세를 초월한 비전을 얻는 게 종교의 오랜 기능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단 도가 지나치면 사이비가 되고, 주류 교단으로부터 탄압을 받기도 합니다. 시아파도 원래 수니파가 보기에 이단이었고 페르시아라는 큰 규모의 정치적, 종족적 단위로부터 지지를 받기 전에는 형편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p556을 보면 이슬람 소수 교단 중 하나인 메블라나의 발생지인 콘야라는 도시가 소개됩니다. 교통 인프라가 잘 발달되었는데 세계 각지로부터 성지 순례를 오는 신도들을 맞으려면 그런 준비가 필요했겠지요.

튀르키예는 영토가 우리 생각보다 넓고, 일차대전 패배 후 아무리 제국이 박살났다고 하나 케말 파샤 영도 하에 그럭저럭 추스린 땅이 꽤 넓습니다. 아나톨리아 반도가 넓다 보니 기후대도 상당히 다양하고, p604 이하에는 에르주룸이라는 "튀르키예에서 가장 추운 도시"가 소개됩니다. 쾨펜의 기후 구분에 의한면 냉대(D)소우(s) 지역에 속합니다. 테오도시우스 1세는 로마 제국의 국교를 기독교로 정했는데, 그 테오도시우스가 요새화한 곳이 바로 여기 에르주룸입니다. 고대 로마의 중추 도시 중 하나였고 옴미아드 왕조(우마이야 왕조)도 이곳을 중시하며 다스렸습니다. 에르주룸에서 "룸"이 바로 로마를 아랍식으로 읽은 것입니다.

이번년도판도 알찬 정보가 많고 컬러풀한 편집에 눈이 호강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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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부트캠프 - MBA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비즈니스 인사이트
이상기 지음 / 리브레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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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커뮤니케이션으로 통한다(p60)." 아무리 뜻깊고 심대한 파장을 부르는 과업이라고 해도 대체 그 프로젝트에 대해 성원 간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게 쉽게 진척이 될 리가 없습니다.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라고도 했는데, 그는 젊었을 때 아나운서나 기업 대변인 역도 했었고, 배우이기도 했던 만큼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도를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the simpler, the better." 저자가 p61에서 모든 소통의 기본이라며 강조하는 말입니다.

(*북뉴스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자는 RT출신인데, p108을 보면 각 병과마다 그 핵심의 가치, 특히 리더십에서 강조하는 정수가 그 짧은 모토 안에 다 들어 있다고 강조합니다. 사실 군 장교야말로 전장에서 부대원이 죽고사는 문제를 맨앞에서 통솔하며 책임지는, 진정한 리더 중의 리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전시라면). 나를 따르라, 알아야 한다, 내 생명 전차와 함께, 시작과 끝은 우리가, 통하라! 등이 각 병과의 슬로건인데, 저자는 본인의 군 경험을 잘 살려 이 (일견 예사롭게 보이는) 구호들의 깊은 뜻을 설명합니다. 일반 병(兵. private)과 장교(將敎. officer)는 물론 군 생활의 밀도에 있어 큰 차이가 있으나 많은 남성 독자들은 이 대목에서 깊이 공감할 듯합니다.

"리더의 언어는 조직을 움직이는 힘이다(p137)." 이 말에 앞서 저자는 어느 임원의 이야기를 들려 주는데, 회의 동안 근 두 시간을 이분 혼자 떠들었으나 대체 지금 무슨 말씀을 하는 건지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불통의 아이콘마냥 마이크를 독점하고 타 성원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도 큰 문제지만, 지시를 하려면 아랫사람들이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명확히 지시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런 사람은 문제를 파악하고 가시화할 능력도 없고, 나중에 탈이 날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럴 가능성이 큽니다. 큰 일을 절대 맡겨서는 안 되는 유형입니다.

p158을 보면 영어 약자로 VUCA라는 게 나옵니다. VUCA가 무엇인가. 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라고 해서, 미 육군참모대학(우리 나라에도 이 비슷한 조직이 있습니다)에서 1987년에 이론화한 개념입니다. 그만큼 현대 사회는 종래의 이론적 틀로 이해하지 못할 많은 구조적 특징들이 있다는 건데, 저자는 "시너지 창출, 혁신을 위해 협업에 크게 의존하게 되었다"는 결론을 끄집어냅니다. 전에는 아주 특출한 개인의 힘으로 난국을 돌파할 수 있었으나 현대는 그런 개인 여럿이 힘을 모아야 과업의 달성이 가능하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p167에는 고객 유형 분류가 나옵니다. 토머스 존스, 얼 새스 주니어 두 분 학자의 업적으로 나오는데, 인질, 충신, 도망자, 용병의 네 유형입니다. 충성도를 y축에, 만족도를 x축에 두면 이 네 분류가 나온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용병(mercenary) 유형은 만족도가 높은 대신 충성도가 낮은 고객이라, 지금 내 상품 내 서비스에 만족은 하지만 언제 이탈할지 모르는 유형입니다. 도망자는 만, 충 모두 낮아서 차라리 한시라도 빨리 나를 떠나주는 게 좋은 유형입니다. 책의 설명이 재미있어서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p192에는 참 좋는 설명이 나옵니다. 대체 왜 장군을 general이라 부를까요? 앞에서도 그런 말이 나왔지만, 장교는 전문 병과가 있어서 포병, 통신병, 전차병 등을 확실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그런데 일단 대령에서 별을 달고 장군(brigadier)이 된다면? 그때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 매몰되지 않고 모든 병사들, 장교들을 두루두루 살피고 통솔하는 만능인이 되어야 합니다. 역시 저자의 군 경험이 바탕이 된 서술이라서 문장에 힘이 있고 독자가 잘 설득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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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자의 상속녀 캐드펠 수사 시리즈 1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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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시리즈에는 이처럼 중세의 치열한 신앙, 교리 논쟁이 들어가서 더 흥미롭습니다. 에코의 <장미의...>에도 거의 생사를 걸다시피한 논쟁이 종파 사이에 이뤄지는데, 중세인들은 이처럼 죽음을 초월한 세계에 대한 믿음이 인간 존엄의 무게를 결정한다고 여긴 것 같습니다. 질병, 기아, 전쟁 등으로 워낙 사람 목숨이 파리같이 사라지기도 하다 보니 피안(彼岸)에의 응시가 그만큼 큰 비중이었다는 소리인데, 현대인들은 위생 상태의 개선, 식량난의 해소 등으로 현생 자체를 즐기다 보니 저런 논쟁이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조선 시대의 예송(禮訟)을 구경하는 분위기라 할까요. 하지만 중세의 구조에 관심 가진 이들에게는 이런 살벌한 말싸움이 너무도 재미있습니다. 여기에 미스테리까지 들어갔으니...

(*문충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오리게네스는 이 책 p124에 나오듯이, 악마조차도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나왔으므로 보편 구원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죄의 개념을 이렇게 구성하니 원죄에 대해서도 오늘날 정통파 기독교의 입장과는 매우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p132)는 오리게네스보다 한참 뒤의 사람이며, 원죄론을 정초한 교부 중의 교부인데 그런 아우구스티누스조차 오리게네스의 주장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아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튼 캐드펠의 시대(물론 가상의 인물이지만)에 오리게네스의 주장을 함부로 인용했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이단시할 수만도 없는 게, 어쨌든 그 역시 교부(敎父) 중 한 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일레이브와 거버트 의원 사이의 대립은 이단이라는 민감한 이슈가 개입하여 더욱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또, "여차하면 웨일즈로 넘어가요!(p141)"라고 포추너터가 일레이브에게 충고하는 것도, 이 캐드펠 시리즈가 영리하게 북서 잉글랜드로 배경을 잡은 이유를 잘 설명하는 하나의 예입니다. 

여기서 캐드펠이 일레이브를 치료하고 돌보는 방식도 마치 <장미의...>에서 배스커빌의 윌리엄이 아드소를 잘 살피는 장면들과 닮았습니다. 물론 나이가 지긋한 주인공이 아직 미숙한 젊은이를 이리저리 케어하는 건 어느 문예에서나 나올 수 있는 설정이며, 그만큼 주인공 캐드펠이 능력 있고 원숙한, 매력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런 장면들이 더욱 인상적으로 독자에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워낙 단단한 머리를 가졌으니 오래 남는 후유증은 없을걸세.(p159)"라고 캐드펠이 일레이브에게 말하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단단해야 내용물이 더 잘 보호되나 봅니다. 그럼요.

그리고 저기서 캐드펠이 "이제 몸에 자신만의 흔적이 남은 셈이네."라고 하는 대목은 의미심장합니다. 역전(歷戰)의 용사들에게는 몸 여기저기에 흉터가 남는데, 물론 보기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흉터는 다른 누구의 몸에도 없는, 자신이 그만큼 세상을 치열하게 산 흔적과 증명이 되기 때문에 영광의 흔적이요 chronicle입니다. p198에 묘사된 제번의 꼼꼼한 습관, 일처리 스타일, 그리고 말끔히 면도된 얼굴 등은 이와는 대조를 이루며, 물론 그 또한 앞으로 제번이 어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과업의 달성에 이바지할지를 암시합니다.

중세에는 또한 장인(匠人)들이 대접을 받던 시대입니다. 꼼꼼하게 만들어진 각종 가구, 장치 등은 사람의 노고를 덜어 주며, 치밀한 기능성으로 인해 지적인 노동의 효율성을 크게 올려 주기도 했습니다. p288을 보면 제번과 조카 포추너터의 협업으로 전에 없던 멀쩡한 책궤가 제 기능을 하는 걸 보며 독자의 마음이 다 뿌듯해집니다. p31를 보면 여전히 흐트러진 게 없어 보이지만, 모두를 뒤흔들어 놓은 그 끔찍한 교란상은 이제 캐드펠의 노련한 손길 끝에 마무리됩니다. 질서의 회복만큼 확실한, 이단에의 단죄는 없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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