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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AI 전쟁 (DeepSeek AI WAR) - 빅 브라더 중국 AI 굴기, 딥시크 모델 분석, 중국 현지 특파원과 AI 전문가가 들려주는 생생하고 현장감 있는 빅브라더 중국 AI이야기
배삼진.박진호 지음 /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5년 5월
평점 :
중국에서 올해초 DeepSeek라는 생성형 AI를 자체 개발함으로써 전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일단 중국 같은 신흥국의 스타트업이, 미국의 오픈AI社(라든가 구글)처럼 천문학적 자본을 끌어다대지 않고 훨씬 적은 투자만으로, 또 엔비디아에서 만든 고성능 칩을 쓰지 않고서도(일단, 그렇게 보입니다) 대단한 일을 해 냈기 때문입니다. 이 성공 후에 중국의 여러 다른 기업이라든가, IT 섹터를 넘어 산업 전반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서구권 자본도 중국 증시를 다시 보기 시작했고, 비록 지금 불황을 겪고 있다고는 하나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예전의 활기를 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중국을 향해 다시 싹트는 듯도 합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딥시크의 창업자는 p80에 나오듯이 량원평(梁文鋒. 양문봉)이라는, 아직은 젊다고 할 1985년생 기업가입니다. 조직 운영은 철저히 실력주의에 기반한다고 나오며, 인재를 채용할 때에도 마치 생성형 엔진을 개발할 때 LLM을 돌리듯, 서류전형이나 면접만으로 사람을 뽑지 않고 철저히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여러 단계를 거쳐 딥시크에 소속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챗지티피를 포함하여) 모든 생성형 엔진이 "사고"라는 작용을 온전히 수행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경제방송이나 애널리스트의 레포트를 읽어 보면 추론, 맥락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 아무도 못 갔습니다. 이런 말을 믿고 섣부르게 투자를 했다가 큰 낭패를 보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p83을 보면 딥시크는 "차원 축소 분해법"으로, 지원자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본다고 하는데, 과거에는 중국보다 한국의 HR이 뛰어나다고 했습니다만 지금은 비교 자체가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채용 단계부터 이 정도이니 회사 들어와서는 얼마나 뛰어난 인재가 되겠습니까. 이런 인재가 결국은 추론도 사고도 해 내는 엔진을 만드는 것입니다.
p119를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딥시크가 중국 AI 산업의 정점에 있다면, 마누스(Manus)는 그 반대편에서 현실을 마주하는 전략의 이름이다." 마누스는 모니카 AI에서 개발한 또하나의 엔진인데, 이 책에서는 "딥시크와는 또다른 길, 즉 저비용, 저컴퓨팅 최적화를 선택한 실무형 LLM"이라고 소개합니다. 한국은 아마추어 동호회 수준의 이해가 고작이거나, 플랫폼이란 미명 하에 자릿세나 받아먹을 생각에만 골몰하거나, 챗지피티 원형의 AI 한 방향으로만 관심이 쏠렸을 뿐이지만 중국의 젊은 개척자들은 청춘을 저당잡히고 이처럼 원대한 미래를 내다보니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10년 후 한국은 과연 뭘 먹고 살고 있을까요?
중국에는 저런 신생기업 말고도, 이미 세계의 거인으로 취급받는 BATX, 즉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샤오미 등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원래 BATX에는 화웨이가 안 들어갑니다만 이 책에서는 편의상 같은 챕터에서 논의합니다(p122). 이들은 이미 스마트팩토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서히 높아지는 (중국 내) 인건비의 압력을 우회한지 오래이며 한국 기업들에 못할 바 전혀 없습니다. 다만 p147을 보면 중국 전체 거시경제를 지탱하려면 여전히 농업, 제조업, 유통업, 자영업이 잘 돌아야 하는데 마치 한국처럼 이 분야가 고전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이 어렵다는 소리는 여기가 기대만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입니다.
앞에서 딥시크의 성공이 놀라운 이유 중 하나가 엔비디아산 고성능 칩을 쓰지 않고도 H800 같은 자체 칩으로 비등한 성과를 내어서라고 했는데, p171에 그 이야기가 다시 나옵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아키텍처가 우수해서인데(다른 이유라고는 생각하기가 힘들죠), 자체 최적화한 혼합 전문가(MoE. mixture of experts) 아키텍처라고 부릅니다. 원형은 미국의 학자들이 얼개를 만들고 예측했겠지만 산업의 현장에서 물건을 만들게끔, 서비스를 행하게끔 구체화한 건 젊은 중국인 개발자들입니다. 이렇게 현지화하고 토착화하는 단계까지 벌써 도달했다는 게 무서운 점입니다.
이게 그저 평탄한 과정을 거쳐 이뤄진 것도 아닙니다. p224를 보면 미국은 2023년부터 그물망 전략을 채택하여 중국을 압박했고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했으며 "넓은 뜰, 높은 담"을 만들어 기술 봉쇄구체화했다고 나옵니다. 세상에서는 지금 전쟁이 벌어지는 판이니 누굴 원망하고 한탄할 여지도 없고, 중국이 이런 도전에 제대로 응전했다는 평가를 할 뿐입니다. 소프트웨어 최적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공동 설계(한국이 가장 힘들어하는 분야죠), 게다가 오픈소스 전환이라는 전략까지 채택하여 더욱 공포감을 부릅니다. 정부와 기업 간의 치밀하고 유기적인 협력으로 데이터 관리가 이뤄지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AGI 문제가 심도 있게 다뤄지는데 예전부터 중국은 자신들의 체제가 정보화 사회, 빅데이터로 사회가 더욱 자동화하여 작동하는 세상에서는 더 우월하다는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1984>가 떠오르기도 하는 상황인데, 과연 인류가 이 성장의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