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소학정의 매화로

시작한 탐매행이다. 포근한 날이 이어지니 마음이 더 바빠진다. 꽃 피었다는 소식이 기쁜 것은 꽃 보는 자리에 함께할 벗들이 있기 때문이다. 주목하는 것은 '친교의 매화'다. 꽃 피니 벗부터 생각나고 그 향기를 나누고 싶어 먼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折梅逢驛使 절매봉사역

寄興嶺頭人 기흥농두인

江南無所有 강남무소유

聊贈一枝春 요증일지춘

매화 가지를 꺾다가 마침 인편을 만났소.

한 다발 묶어 그대에게 보내오.

강남에서는 가진 것이 없어,

가지에 봄을 실어 보내오.

*육개陸凱와 범엽范曄이 꽃 한가지를 통해 나눈 우정이 매향梅香처럼 고매하다. 육개는 멀고도 먼 강남에서 매화 한 다발을 친구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 꽃이 가는 도중 시든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범엽이 꽃을 받을 때쯤이면 이미 여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함께하지 못한 벗들에 대한 아쉬움을 유독 크다. 봄이 도착하기 전 만남을 기약하기에 그 아쉬움을 다독이지만 여전히 무엇인가 남는다.

"강남에서는 가진 것이 없어, 가지에 봄을 실어 보내오."

섬진강에 매화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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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트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신경림의 시전집2 "쓰러진 자의 꿈"에 실린 시 '나목裸木'의 일부다.


서로, 있는 듯 없는 듯 거리를 두고 마주했다. 확보된 심리적 안정감이 있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짧지 않은 눈맞춤이 가능한 이유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짧은 멈춤을 할 수 있는 내가 좋다.


다 당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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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을 건너느라 수고로웠던 몸과 마음에 틈이라도 부여하려는지 연일 볕이 좋다. 은근히 감춰놓고 지나온 시간을 다독거리는 것도 좋지만 때론 확연히 드러내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때맞춰 송구영신을 떠올리는 이치가 아닌가 싶다.

혹여, 새해를 맞아 분주할지도 모를 몸과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하루를 침잠沈潛 할 기회로 삼자.

거울을 보듯 당신의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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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같은 오늘이면 좋고

오늘 같은 내일을 소망한다."

언제부턴가 내 일상을 이끄는 문장으로 삼아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와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살아온 지난 시간에 만족한다.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는가"

*거기에 다시 지난해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이 문장을 빌려와 오늘을 사는 자신을 돌아보는 언덕으로 삼고자 한다.

'과거와 현재', '어제와 오늘'이 서로 다르지 않기에 내가 찾고 나아가고자 하는 삶의 의미 역시 같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새로 맞이하는 시간 앞에 선 모든 이들의 일상이 如如여여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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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길었던 한해도 없었다. 무지몽매한 자가 쥔 권력이 어떻게 세상을 짓밟는지를 보았다. 결국엔 지랄발광으로 국민에게 총뿌리 까지 겨누었다.

빛으로 새로운 세상을 일궈가는 이들의 무거운 걸음걸이 끝에 겨우 건너온 시간이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그 길에 서서 서로의 가슴에 기대어 서로를 다독이느라 분주한 마음이다.

다시 날은 밝았고 밝아온 그 시간의 중심으로 묵묵히 걸어간다. 어제도 그래왔고 오늘도 그 길 위에 서 있으며 내일이라고 다르지 않으리라. 어설픈 마음이 애써 구분하고 구분한 그 틈으로 스스로를 돌아보자는 것이다.

한해의 마지막날, 끝과 시작이 따로 있지 않다. 여전히 그 길 위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뭇사람들의 어께에 기대어 함께 가는 것이다.

여전히 가슴에 비수를 꽂는 권력보다 서로의 마음을 보듬는 온기의 힘을 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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