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난초
여리디여린 것이 어쩌자고 척박한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을까. 바위 위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듯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한다.

홍자색 꽃이 꽃대 끝에 모여서 핀다. 간혹 하얀색의 꽃이 피는 것도 만날 수 있다. 꽃은 한쪽으로 치우쳐서 달린다. 길고 날씬한 잎 하나에 꽃대가 하나씩으로 올라와 꽃을 피운다. 하나하나의 모습이 단촐한 것에 비해 무리진 모습은 풍성해 보이는 꽃에 더 눈길이 간다.

생긴 모양과 어울리는 이름을 가졌다. 작고 앙증맞아서 병아리난초라고 한다. 병아리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로는 병아리풀과 병아리다리가 있고 병아리다리는 실물을 확인하지 못했다.

자생하는 곳의 조건과 작아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아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식물이다. 한번 눈에 들어오면 의외로 사람사는 곳 가까이 있는 것도 확인이 된다.

매년 보는 곳을 찿았다. 조금 늦어서 꽃이 지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때를 맞춰 꽃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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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화
유난스러 보일 정도로 노랑색이 도드라진다. 멀리서도 존재를 확실히 드러내니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는다. 담장을 따라 무리지어 핀 모습이 심고 가꾼이의 마음을 닮아 보인다.

망종 무렵에 피어서 망종화라고 했다던가. 더위가 시작되는 때부터 볼 수 있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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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娛 2025-08-0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과 글이 너무 좋습니다.무진 선생님의 책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북풀에 올려주신 사진과 글 잘보고 있음을 감사 드립니다
 

태산목
큰키나무가 큰 꽃을 피웠다. 간혹 보이는 나무이긴 하나 별로 주목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날은 순천만 습지를 돌아보고 나오는 마침 꽃이 피어서 눈맞춤 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목련속 식물 가운데 유일하게 상록성이다. 남부수종으로 큰키 덕분에 정원수 보다는 주로 공원에 심어져 있다. 목련에 비하여 꽃이나 잎이 크기 때문에 태산목이라고 한다.

흰색으로 피는 큰 꽃에 향기까지 강하게 전하니 제법 매력적이다. 목련이 지고도 한참이나 지나 볕이 따가워지는 때에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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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그토록 붉은 이유는 바다가 쌓아온 꿈을 품었기 때문이리라. 바다를 떠난 그 꿈은 뭍에 닿아서도 떠나온 바다가 그리워 바닷바람 부는 곳을 향하여 붉은 꽃잎을 떨군다.


어느해 이른 봄 백수해안도로를 걷다가 때 아닌 때에 핀 해당화와 물끄러미 눈맞춤하고난 후 이제 더이상 바다를 떠올리지 않아도 해당화는 가슴에서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 라고 시작하는 이미자의 노래에 담긴 넘치는 애잔함보다는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유독 해당화를 사랑했던 한용운이 자신의 시 '해당화'에 옮겨놓은 아득함이 더 깊이 다가온다. 또한, 고전소설 '장끼전'에도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한탄 마라. 너야 내년 봄이면 다시 피려니와 우리 님 이번 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는 내용이 담겨 있을 정도로 옛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식물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화는 해변의 모래밭이나 산기슭에서 자라며, 5∼7월에 홍자색으로 꽃이 피며 드물게 하얀색의 꽃도 핀다. 꽃잎에는 방향성 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향수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꽃과 향기가 좋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마음과 "척박한 모래땅에 뿌리를 박고 멀리 바다를 향해 꽃을 피워내는 모습"을 에서 비롯되었는지 '온화'와 '원망'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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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발톱
먼 길을 나서서 만나는 꽃들은 늘 반갑다. 그것이 야생의 꽃이든 누군가 심어 가꾼 꽃이든 구분하지 않게 된다. 비슷한 시기 몇 번의 방문으로 눈에 익은 모습이라면 더 반갑다.

꽃이 특이하면서도 참 아름답다. 꽃색과 모양이 다양하며 최근에는 원예종도 나와 있어 친숙한 꽃이다. 세계적으로 약 70여 종이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도 매발톱꽃, 꽃색이 하늘색인 하늘매발톱꽃, 노란색인 노랑매발톱꽃(백두산 자생) 등 몇 가지가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 특이한 이름은 매의 발톱을 닮아서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색깔에 따른 다양한 꽃말도 재미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람난 애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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