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花不惜命 심화불석명

愛雪常忍凍 애설상인동

​꽃을 찾아서 목숨조차 아끼지 말고,

눈을 사랑하거든 얼어 죽을 각오를 하라.

*추사 김정희가 겸재 정선의 '雪坪騎驢설평기려'(눈 덮인 들판에 나귀 타고 가다)를 보고 쓴 글이라 한다.

그 기상이야 덧붙일 말이 없다. 잇달아 드는 생각이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에서 해제되어 돌아와 쓴 당호 與猶堂여유당에 이른다. 신중하라! 겨울에 시냇물을 건너듯. 경계하라!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하듯.

평범한 이의 눈에는 숨쉴 틈이 안보이니 단 한걸음도 내딛기 버겁다. 그래도 위안 삼는 것은 있다.

莊子장자의 逍遙遊소요유다. 삶은 소풍이라고 했다. 갈 때 쉬고, 올 때 쉬고, 또 중간에 틈나는 대로 쉬고.

마음의 자유를 꿈꾼다.

*사진은 몇년 전 전북 어디쯤에서 이맘때 찍은 변산바람꽃이다. 이번주 가까운 곳으로 이 꽃 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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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에 담기고자ᆢ

하루의 시작과 마감을 놀을 바라보는 것으로 한다. 해가 자연의 다른 요소와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오묘한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싶은 마음의 반영이다.

갓밝이는 아침놀에선 피어오르는 설레임이 있고

검기우는 저녁놀엔 사그라지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 둘 사이에서 공감을 불러오는 기운은 붉음에 있다. 이 붉은빛의 상반되는 기운은 놀이 갖는 근본적인 속성은 아닐 것이다. 놀을 마주하며 느끼는 내 마음의 상반된 작용인 셈이다.

그렇더라도 나는 아침놀과 저녁놀의 붉은 기운에서 궁극에 닿고자하는 간절함을 본다. 그 간절한 힘이 나를 만들어온 근본 바탕이라 믿는다. 놀에 담겨 한송이 꽃으로 피어날 수 있길 소망한다.

섬진강을 오르며 잠시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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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매
꽃이 귀한 때, 귀한 꽃을 만난다. 섬진강 매화를 시작으로 복수초를 봤으니 꽃나들이로는 순항 중이다. 여기저기 앞다투어 피는 이른 봄꽃들이 난리다.

납매는 섣달(납월)에 피는 매화 닮은 꽃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엄동설한을 견디며 피는 꽃은 고운 빛만큼 향기도 좋다. 동백의 붉음에 매화의 향기가 주는 매력을 모두 가진 꽃이 납매다.

뜰에도 이 열망을 담아 묘목을 들여와 심은지 여섯해째다. 올해는 제법 많은 꽃망울을 맺었다. 언제 꽃을 피울지 모르나 꽃을 품고 망울을 키워가는 동안 지켜보는 재미를 함께 한다.

새해 꽃시즌의 시작을 열개해준 납매의 향기를 품었다. 올해도 꽃마음과 함께하는 일상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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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이된 걱정에서 벗어나ᆢ'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우는 '고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세상 속에서 자신을 찾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밝히기 위해서 필요하지만 날마다 일신상의 안일을 누리기에도 필요한 부분이다. 오늘 내게 주어진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고민의 바탕에는 자신을 믿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안심이 되지 않아 속을 태우는 '걱정'은 고민과는 달리 자신을 믿지 못하는 마음이 깔려있다. 이 자신의 내면의 힘을 믿지 못하는 마음은 스스로를 아프고 외롭게 한다. 고민과 걱정을 넘나들며 사는 것은 어쩌면 오늘이 아닌 알 수 없는 내일에 발목잡혀 스스로를 현실에서 고립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걱정은 지금 현재가 아닌 알 수 없는 내일에 주목하는 바가 크다. 걱정이 버릇이 되어버린 일상이 어떤 모습으로 내 안에 있는지 살펴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걱정을 벗어버리고 오늘이 주는 행복을 당당하게 누리자. 걱정 뒤에 숨어 꿈을 모른척 하지 않아야 한다.

때론 세상에서 혼자가되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다. 이는 너와 내가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나가 되는 시간과 장소가 된다. 혼자되는 그 시간과 장소로 인해 오롯이 내가 나를, 내가 너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꽁꽁 얼었던 얼음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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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개복수초)
언 땅을 뚫고 올라와 기지개를 켜는 꽃과의 눈맞춤을 조금이라도 빨리하고 싶은 성급함에 마음은 늘 산 언저리에 머문다. 긴 시간 꽃을 보지 못했던 몸과 마음이 들쑤시는 탓이리라. 그 마음에 부응이라도 하듯 여전히 겨울인 숲에는 서둘러 노오랗게 불을 밝힌 꽃이 있다.

눈과 얼음 사이에 피어난 꽃을 볼 수 있어 '눈색이꽃', '얼음새꽃', 눈 속에 피는 연꽃 같다고 해서 ‘설연’이라고도 부른다. 이른 봄에 노랗게 피어나는 꽃이 기쁨을 준다고 해서 복과 장수를 뜻하는 '복수초福壽草'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막바지 겨울에 한파가 이어지며 산들꽃들을 만나는 기대감에 앞서 더디기만 한 꽃이다. 섬진강 매화도 늦더니 금둔사 매화도 늦잠을 자느라 피어날 낌새도 없다. 꽃을 보려는 사람들의 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절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꽃을 봤으니 꽃마음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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