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도리, 인간됨을 묻다
한정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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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이 변화를 이끄는 힘으로

하루에도 십여 차례 사전을 검색한다대부분 뜻을 분명하게 확인하게 위해 찾는 경우다이는 글쓰기에서 더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의미가 있지만 그것보다는 스스로 단어가 가진 뜻을 통해 내 생각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위함이다그렇게 찾는 단어를 구분해보면 순 우리말과 한자어가 각기 반반 정도 차지한다.

 

여기서 더 주목하는 부분은 한자로 구성된 단어다한자의 본래 뜻과 이해하기 위해 구쇼ᅥᆼ요소를 나누어 살피는 파자를 해 보는 경우도 있다이렇게 글자를 파자 해보면 뜻을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이는 한자가 표음문자라는 특성을 통해 뜻을 알아가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글자가 언어의 음과 상관없이 일정한 뜻을 나타내는 문자고대의 회화 문자나 상형 문자가 발달한 것으로 한자가 대표적이다."

 

표의문자表意文字에 대한 사전적 의미다이 책을 선택한 의미가 여기에 있다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의미와 가치를 가진 한자의 뜻을 살펴 일상을 돌아보고자 하는 의미다.

 

滿,,

 

이 책에서 언급하는 한자가 총 60자다이 중에서 훈과 음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글자가 몇이나 될까책에서 제시하는 한자 하나하나를 읽고 그 뜻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이런 종류의 책은 오래전에 읽었던 황광옥의 <동양철학 콘서트이후 두 번째 책이다.

 

저자 한정주는 책 제목에서도 밝혔듯이 한자를 파자해 그 본래 뜻을 살피는 이유가 분명하다. “인간됨이란 무엇이며우리는 지금 얼마나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에 주목하여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의 삶과 사회적 현상을 살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러한 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자는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이를 위해 동양고전을 충분히 활용하여 단오가 가지는 의미를 살피고 지금 눈앞에 펼쳐진 부정적인 사회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찾고자 한다.

 

문제를 인식하고 그 해답을 제시하는 방식이 현학적인 접근이 아니라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이해한다이 책이 가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반면 제목에서 보이는 높을면 높을수록과 같은 오자나 和 +” 잘못 쓰는 경우를 만나는 허탈함은 내용의 충실함을 손상시키는 요인으로 등장하여 무성의하게 보이기가까지 한다.

 

그렇더라도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한자를 통해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며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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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을 번역하라 - 원서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글맛을 살리는 번역 특강
조영학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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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은 우리 입말에 맞게 쓰자

어느 때부턴가 문학작품을 읽기에 어려움을 겪었다특히서양고전을 읽을 때면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이런 사람이 동서양 고전 읽기 온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몇몇 출판사의 도움으로 제법 오랫동안 진행된 모임에서 어렵게 서양 고전 목록에 들어가는 다수의 문학작품을 섭렵했다.

 

이 모임을 통해 문학작품특히 서양고전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개인적 취향을 포함하여 우리말과 익숙하지 않은 번역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 한 것이다같은 작품을 출판한 출판사 마다 상이한 번역을 보면서 번역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분명하다하나는 작품 번역 17번역 강의 7년이라는 저자 조영학 선생님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바로 번역에 대한 관심에서다번역이 갖는 의미 특히 문학 작품에서 번역이 의미와 가치에 대한 나름의 궁금증을 해결해가고 싶은 마음이다.

 

우선이 책의 저자이자 번역가인 조영학 선생님은 영어권 소설 번역이 80여 편에 이르며, 2013년 KT&G상상마당에서 출판번역 강연을 시작한 이래, 3백 명 이상의 번역 지망생과 기성 번역가에게 강연해왔다고 한다.베테랑 번역가를 페이스북에서 상 차리는 남자로 알게 되었기에 저자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었다.

 

문학작품이든 인문학이나 자연과학이나 외국의 책을 만나면 어김없이 부딪치는 문제가 번역일 수밖에 없다.내가 번역할 것이 아니기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분야가 아니라는 말이다언제든 잘못된 번역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번역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정립해 두는 것도 필요하리라고 본다.

 

최대한 우리말 체계와 언어습관에 가까운 번역번역은 작가가 아니라 독자를 지향한다독자의 언어로 번역하라

 

이 문장은 저자가 주장하는 번역의 핵심으로 보인다이를 저자의 말로 더 풀어보자면 번역은 기술이기에 배울 수 있고배워야 한다.”거나 문법체계 외에도 우리말 습관상징비유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의미의 여백을 이해하고 잘 읽히는 번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글은 우리 입말에 맞게 쓰자라고 주장하는 이 책은 독자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어쩌면 번역된 문학작품을 읽으며 난독증을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주목했던 점은 따로 있다어떤 형태로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무엇에 주목하여 글을 써야하는지를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현대인들은 SNS 활동으로 짧은 글일지라도 쓸 기회가 많아졌다.개인의 영역이라며 쓰고 싶은 대로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지만 우리말의 쓰임이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접하며 안타까운 마음이다아이러니하게도 외국어를 번역하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말의 쓰임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생각할 기회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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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잡지 - 18~19세기 서울 양반의 취향
진경환 지음 / 소소의책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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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양반 일상 따라가기

늘 상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것이 책이다다양한 방면의 책을 읽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심에는 역사책이 다수를 차지한다그 중에서도 조선의 후기 문화사에 관심이 많다조선 후기 문화사라고는 하지만 그 범위를 좁혀 살펴보면 새롭게 사회적 흐름을 형성했던 북학파에 있다홍대용박지원박제가유득공이덕무등의 활동을 살펴보면서 시대적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들이 중심적으로 활동했던 조선 후기, 18~19세기는 내외적으로 변화에 직면했던 시대다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한양을 중심으로 한 양반들의 생활모습을 살피는 것 역시 흥미로운 것 중에 하나다단편적인 키워드 몇 개로 고정된 시각을 통해 바라봤을지도 모를어쩌면 제도와 관습 속에 갇혀 살았지만 그 안에서 자유롭고자 했을 그들 일상의 다양한 모습은 역사를 이해하는 한 구성요소가 된다.

 

그 시대적 흐름의 선두에 서 있었던 유득공(柳得恭, 1748~1807)은 조선의 중심지였던 서울 지역의 양반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생하게 기록한경도잡지京都雜志를 남겼다경도잡지는 풍속과 세시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19개 항목으로 나누어 서울 지역의 풍속과 양반의 생활상을 담고 있다조선 후기의 풍속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 받는다.

 

진경환의 이 책 조선의 잡지는 유득공의 '경도잡지'를 근간으로 양반들의 삶과 그에 관련된 것들의 유래취향 등을 살펴보며 그동안 어쩌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을지도 모를 것들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의관 갖추어 행차할 제’, ‘폼에 살고 폼에 죽고’, ‘먹는 낙이 으뜸일세’, ‘멋들어지게 한판 놀아야지라는 테마로 분류된 이야기는 의식주와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양반들의 일상을 따라간다남성 양반의 쓰개부터 장가들고 시집가는 풍습에 이어 양반들의 서재를 살피고 꽃 키우고 새를 기르는 일술과 담배 등 먹거리와 꽃놀이 다니며 연주하고 춤추는 일상에 투전판 타짜들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역사는 단절이 아니다기록으로 남겨져 내려오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습 속에 생활 풍습으로도 이어진다이들의 모습을 살피며 현대를 사는 이들의 일상과 겹쳐지는 부분에 흥미를 갖는다물건의 수집꽃놀이와 단풍놀이에 독서회음악활동 등 갖가지 취미 활동에 이르기까지 조선 후기 양반들의 모습과 겹쳐지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특히주목했던 모습 중 하나는 서울의 명소에 철따라 피는 꽃을 감상하는 나들이의 모습을 보면서 현대인들 속에서 꽃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과 유사함에 주목하였다.

 

조선 후기는 현대인들과 가장 가까운 역사이기에 우리에게 남겨진 흔적은 여전히 많다그들이 남겨준 유 무형의 유산이 우리들 일상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무엇을 어떻게 누리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의 질은 달라질 것이다일상의 여백에 한번쯤 돌아봐도 좋을 그때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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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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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글의 힘에 주목 한다

고백하건데 매년 적지 않은 책을 읽지만 지독하게도 관심분야만 편독하는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매번 때를 놓치고 나서야 저자와 그의 책을 뒤늦게 발견한다. 최근 많은 이들의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부음으로 처음 알게 된 황현산黃鉉産(1945~2018) 선생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무엇이든 늦은 때란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에 조심스런 마음으로 처음 만난다.


무엇이 있기에 한 사람의 죽음에 다수의 사람들이 애석해하며 그의 부재가 가져올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는 것일까? 그것은 한 사람의 살아온 삶이 지친 일상의 위안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사회적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할 것이라 짐작한다.


이 책은 ‘2013년 3월 9일에서 시작되어 2017년 12월 23일’에 이르는 시기로 이때는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사건들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던 시기와 겹쳐진다. 이는 저자의 가치관이 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사회적 공감을 불러오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만큼 조심스럽다는 말이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인 황현산 선생의 이력은 글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학이 담당할 사회적 가치와 더불어 동시대의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가와, 사회구조적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사직 속에 존재해야하는 인간의 존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범위다. 문학을 기본으로 두고 있지만 이를 넘어서 사회와 사람들의 삶에 구체적인 부분에 구의 관심이 펼쳐진다. 바른 생각을 가지고 그 생각을 일상에서 실천하며 이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것, 그의 삶이 고스란히 투영된 글이다.


글이 가지는 힘의 원천은 바로 글쓴이의 일상생활과 글에 담긴 감정의 의지가 다르지 않을 때 형성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의 글이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불러오고 그들의 가슴에 온기를 전해주었다는 것으로부터 앞으로 그의 부재가 불러올 공허함이 크게 다가올 것이라 여겨진다.


특히, 5부에서 만나는 문학작품에 대한 선생의 이야기는 문학작품을 읽고 이해하는 나름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며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마련할 근거가 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사소한 부탁이지만, 이들 지엽적인 부탁이 어떤 알레고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지는 않다.”


한글날에 일상에서 쓰이는 한글에 관한 몇 가지를 국립국어원과 한글과 컴퓨터에 부탁한다. 이 부탁이 앞으로 그를 그리워하는 한 근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냥 넘겨지지 않는다. 이제‘밤이 선생이다’를 손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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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문선 6 - 말 없음에 대하여 한국 산문선 6
이천보 외 지음, 정민.이홍식 옮김 / 민음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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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가지는 힘에 대하여 생각 한다

유난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기상관측 이래 온도계의 최고치를 갱신하며 연일 폭염이다비마져 내리지 않은 하늘을 원망하기도 하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탓하기도 하고 힘없이 물가를 찾거나 냉방이 잘되는 회사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슬그머니 나무 그늘로 들어간다무더위를 피하는 나름의 방법일 것이다그 중에 하나가 마음에 드는 책 한권 손에 들고 바람 잘 통하는 그늘에 않아 책읽기에 몰두하는 것도 좋으리라그래 이유로 고른 책이 한국산문선 시리즈 중 6번째 밀 없음에 대하여.

 

한국산문선 시리즈를 8권부터 시작해서 거꾸로 내려가며 읽는다. 7권을 지나 이제 6권이다순서를 거꾸로 잡은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간 독서 이력에서 친근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 권수부터 읽는다는 것이 그렇게 되었다아직 먼길을 가야하기에 느린 호흡으로 읽어간다.

 

신정하이익정내교남극관오광운조구명남유용이천보오원황경원신경준신광수안정복안석경

 

6권에는 18세기 전반기에 해당하는 영조 연간에 활동했던 인물들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익히 들었던 이름들이 많고 새롭게 관심 가는 사람도 있다그가 누구든 옛사람들의 글 속에 담긴 사색의 행간을 더듬어보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다.

 

6권에서 주목한 사람은 관직에 취하면(雜設)’을 쓴 정내교(1681~1757)와 말 없음에 대하여(題默窩詩卷後)’를 쓴 이천보(1698~1761)물론 조구명이나 신경준의 글 역시 매력적으로 읽었으나 지금 나의 관심사에 비추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해 준 이들이 정내교와 이천보 이 두 사람이었다는 의미다.

 

먼저정내교의 잡설雜設은 술 마신 자는 취해도 때가 되면 깬다하지만 벼슬하는 사람이 취하면 재앙이 닥쳐와도 깨는 법이 없다슬프다.” 라며 권력을 잡고 그 안에서 사사로운 이익을 앞세우는 이들에 대한 질타가 사뭇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는 것이다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이 가진 이권을 내놓지 않으려고 꼼수를 쓰는 모습은 정내교가 탄식했던 그것과 한치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천보의 말 없음에 대하여(題默窩詩卷後)’ 는 묵자에 담긴 깊은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말 없음은 그저 입을 다문다는 뜻이 아니라 말 속의 의도와 목적을 배재한 투명성을 추구한다는 정민 교수의 해설에 동의한다는 의미에서 유익한 문장이라 공감하는 바가 크다말이 말을 낳고 그 말에 스스로가 치어 사회적 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이 많은 세태를 비교하면 깊이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산문선을 읽어가는 중 새삼스럽게 주목하는 것은 글이 가지는 힘은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삶의 의지를 일상에서 실천하며 그 결과를 담은 옛사람들의 글이 주는 힘을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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