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놀러간 고양이 - 일러스트로 본 조선시대 풍경
아녕 지음, 김종성 해제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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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따라 조선으로

어느 날 뜰에 아기고양이들이 나타났다어설픈 고양이의 걷는 모습에서부터 얼굴에 나타나는 풍부한 표정까지 하나 둘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일상에 매우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어른 고양이로 성장한 지금까지 여전히 아침과 저녁으로 눈 맞춤하고 있지만 서로에게 필요한 일정한 거리는 유지한다.

 

고양이라고 하면 먼저 생각되는 것이 조선시대 사람 변상국의 그림에 등장하는 고양이다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친근함으로 주목한다최근 주목하는 고양이 그림으로는 시인이지 문인화가 김주대의 그림에 등장하는 고양이다김주대의 고양이는 눈을 주시하게 되는데 고양이의 눈 속에 빨려들 것만 같은 몰입도가 있다이 둘의 그림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시대도 자가가도 다르지만 겹쳐 보인다.

 

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고양이가 조선시대의 한 장면으로 들어갔다길고양이와의 인연을 화폭에 담는 일러스트레이터 아녕의 '일러스트로 본 조선시대 풍경속 주인공 고양이가 그것이다. “친절한 고양이들이 안내해주는 조선의 역사와 문화조선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어떻게 놀고누구와 사랑하고무엇을 하며 살아갔는지 고양이 일러스트를 통해 살펴본다.” 조선시대의 풍속과 삶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와 그림 속의 주인공이 고양이로 대체되면서 전혀 새로운 뉘앙스를 풍긴다.

 

로맨스풀류미각사농공상믿음을 큰 태마로 이에 어울리는 장면들을 담았다신윤복의 월하정인과 그네뛰기쌍검대무에 고양이가 등장하는가하면 관혼상제세시풍속 등의 이미 익숙한 다양한 장면들의 주인공이 고양이다.

 

아녕의 일러스트 작품인 고양이의 표정이 저절로 웃음을 머금게 한다낯선 듯 하면서도 이미 익숙한 그림 속 장면이기에 원 작품을 찾아서 같이 놓고 비교해보는 재미도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여기에 역사적 해석을 뒷받침해주는 조선 노비들천하지만 특별한’, ‘왕의 여자’, ‘철의제국 가야’, ‘한국사 인물통찰’, ‘조선을 바꾼 반전의 역사’ 등의로 관심을 받는 김종성의 풍부한 설명이 있어 조선시대의 풍속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역사와 문화일상생활의 중요한 장면을 담은 옛그림과 현대적 감각의 일러스트 작품이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준다다른 방식으로 역사적 장면에 접근하여 그 본질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는 새로운 방법의 시도라는 의미가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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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문선 5 - 보지 못한 폭포 한국 산문선 5
김창협 외 지음, 정민.이홍식 옮김 / 민음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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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을 거울삼아

8권부터 시작한 읽기가 시대를 거꾸로 올라간다이번 5권은 효종과 숙종 시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사람들의 글을 만난다. “14명의 작품 61편을 통해 정치적 부침과 사회의 혼란상가치관의 난맥상 속에서 다양한 작가 층이 펼치는 풍성한 이론적 모색과 넓은 스펙트럼을 엿본다.”

 

허목김득신남용익남구만박세당김석주김창협김창흡홍세태이의현최창대이덕수이하곤신유한

 

5권에서 만났던 사람과 문장으로는 주목했던 사람은 미수 허목의 사영자찬寫影自贊과 김석주의 '의훈醫訓'이다옛글을 통해 오늘의 자신을 돌아본다는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온 두 글이기에 오랫동안 머물렀든 문장이다.

 

먼저미수 허목(許穆 1595~1682)이 23세 젊은 때를 그린 초상을 늙고 쇠잔한 때에 마주보는 감회을 담은사영자찬寫影自贊은 자기의 초상화를 보고 쓴 글이다삶을 돌아본다는 것은 죽음에 임박한 때나 늘그막에 와서 기운 빠져 할 일이 없을 때나 하는 일이 아니다옛사람들의 글 속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마음가짐을 다잡는 글이 많다모두 자기성찰에 중심을 두고 있다셀카가 일상인 시대다우리는 어느 시대보다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살필 수 있는 시대를 산다셀카를 찍으며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모습들이 참 좋다이런 노력이 더해지면 뒷모습도 그만큼 아름다워진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이유로 늘 낯설기만 한 내 모습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까 보다.

 

다음은 김석주(1634~1684)의 '의훈醫訓'이라는 글의 일부다몇 달 동안 병을 앓고 난 이가 바짝 마른 자신을 본 주변 사람들의 염려하는 말을 하자 의원을 찾아가 해법을 묻는 이에게 의원이 들려준 이야기 형식의 글이다몸을 고치려갔다가 마음을 고치게 된 내력을 담았다.

글에서 언급한 네 가지 살찌는 이유 중 한가지도 해당하지 않은데 가을이라고 여기저기서 살찐다는 소리가 들린다우스갯소리로 들리기도 하지만 웃을 수만도 없는 이야기라 행간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길게 인용한다거친 바람결이 옷깃을 파고든다한기를 느끼는 몸이 자꾸만 볕을 찾아가자고 조른다파아란 하늘빛에 볕까지 좋으니 저절로 마음에 살이 오르는 듯하다.

 

옛글에 담긴 옛사람들의 마음을 엿본다사는 시대가 다르지만 사람 사는 근본 바탕은 다르지 않기에 오늘을 사는 나를 비추는 거울로 삼고자 함이다옛사람의 옛글을 일부러 찾아고 읽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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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붓 - 김주대의 문인화첩
김주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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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듣는 시

좌충우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함이 있다대놓고 싸움도 하고 당당하게 읍소도 한다간혹 미움 받을 상황에 스스로 뛰어들기도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불안정한 환경의 모든 것을 품는 가슴을 지녔다하여,밉지 않은 사람이다페이스북에서 글로 만나는 김주대 시인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 이렇다는 것이다.

 

그의 시집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이후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그리고 시인의 붓에 이르기까지 좌충우돌하는 일상의 모습과 날마다 몰라보게 변화되어가는 그림을 만나는 즐거움은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일상이다.

 

이 책은 한겨레신문에 시인의 붓이란 코너를 통해 연재한 작품과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한 작품 등 총125점의 작품을 엮은 시인의 두 번째 시화집이다사시사철의 다정한 풍경일상의 소품어르신들의 여러 모습불교 미술과 공예어린아이와 동물도시와 골목의 풍경시인의 일상 등으로 테마별로 세분화된 이야기를 담았다.

 

죽어서 오는 사람은 꽃으로 온다더니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꽃 냄새꽃 냄새그대 여기서 멀지 않구나.” <다시 봄>

 

잘린 목에서 자란 팔베어진 어깨에서 빠져나온 손이 허공을 더듬어 죄악 같은 몸뚱이에 파랗게 매단 봄사람들 머리 위에 각혈하듯 토해놓은사람들이 보지 않는.” 가로수 새잎

 

뒷산 진달래꽃 피는 소리 붉다모으면 한 독도 채우겠다그대 숨소리에 젖던 첫날처럼 몸이 붉어진다.” 진달래꽃

 

눈으로만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

 

한마디로 끝내주는 그림이다특히 고양이 그림 앞에선 꼼짝을 못한다조선 숙종 때의 화가 변상벽의 고양이 그림을 생각나게 한다고야이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 스스로를 보는 듯 착각이 일어날 정도다.

 

그림은 시의 시각적 확장이에요.

시는 제 작업의 기본이자 최종 목적지입니다

 

촌철살인에 위트 절묘한 상황묘사에 이르기까지 한 폭의 그림에 마음이 머무는 시간이 퍽이나 길다거기에 어우러지는 화제까지 마음에 얹으면 하루에 한 점에 멈추기도 한다한권의 화첩을 다 보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를 짐작하는 건 의미가 없다이 모든 것의 출발은 그가 시인이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김주대 시인만의 시의 운율이 그림 속에서 독특한 리듬으로 살아난다.

 

김주대 시인의 가슴으로 담아낸 사람과 세상의 이야기가 꽃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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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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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볕의 질감으로 다가온 문장

볕이 참으로 좋은 날이다이 가을 파란 하늘 아래 까실까실한 볕으로 만물이 뽀송뽀송 여물어 간다볕은 어느 계절에나 다 있지만 계절마다 질감이 다르다차가운 겨울을 무사히 건너기 위해서 따스함을 이 가을 속에서 얻고 가는 것이 순리라는 것처럼 볕이 주는 독특한 질감으로 인해 가을이 더 특별해진다.

 

이 독특한 볕처럼 사람의 가슴에 온기를 스미게 하는 것이 또 있다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며 자신이 가진 온기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만드는 글이 그것이다이런 글을 만나면 일상에서 느끼는 버거운 삶이 위로 받기에 가까이 두고 자주 펼치게 된다나에게 있어 그런 문장을 만나게 된 계기는 옛사람들의 글을 접하면서부터다.

 

옛사람의 글에 매료된 계기가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있었다면 그 옛글을 본격적으로 탐독하게 된 중심에는 이덕무가 있다이덕무(李德懋,1741~1793)는 조선의 영 정조 시대를 살았던 문인이다가난한 서얼 출신으로 정조에 의해 규장각 검서관으로 발탁되었고북학파로 불리며 박지원홍대용박제가유득공과 교류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그의 문집으로는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가 있다.

 

이 책 '문장의 온도'는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의 글을 고전연구가 한정주가 선별하여 엮고 옮겼다. "거창하고 화려하게 꾸미지 않은 소박한 문장인데도 몸과 마음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문장"이라는 평을 받는 이덕무의 글은 가을볕처럼 사람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 넣기에 충분하다.

 

만약 한 사람의 지기知己를 얻을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십 년 동안 뽕나무를 심을 것이고일 년 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것이다열흘에 한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한다면 오십 일 만에 다섯 가지 색의 실을 염색할 수 있을 것이다이 오색의 실을 따뜻한 봄날 햇볕에 쬐어 말리고아내에게 부탁해 수없이 단련한 금침으로 내 지기의 얼굴을 수놓게 해 기이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고옥古玉으로 축을 만들 것이다그것을 높게 치솟은 산과 한없이 흐르는 물 사이에 걸어 놓고 서로 말없이 마주하다가 해질녘에 가슴에 품고 돌아올 것이다.” (선귤당농소)

 

마음에 맞는 시절에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고 마음에 맞는 말을 나누고 마음에 맞는 시와 글을 읽는다.이것이 최상의 즐거움이지만 지극히 드문 일이다이런 기회는 인생 동안 다 합해도 몇 번에 불과하다.” (선귤당농소)

 

이덕무의 글에 가진 독특함은 일상에서 사소하게 만나는 모든 것을 그냥 넘기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다는 것에 있어 보인다그러하기에 글에 담긴 사유의 깊이나 온도가 거부감 없이 읽는 이의 마음에 그대로 투영된다그것이 이덕무의 글을 자주 읽게 만들며 그가 이끄는 깊은 사유로 세계로 찾아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가을볕의 질감처럼 사람의 마음에 깊고 두터운 온기를 전하는 글과의 만남으로 나를 위안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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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빵집 문학과행동 시선집 5
김보일 지음 / 문학과행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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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씹는 맛을 전하는 시

주목하는 것은 독특한 그림뿐만이 아니다짧은 글에서 만나는 신선함이 그림과 더불어 상호 상승효과를 나타내기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만날까 싶은 기대감이 있다페이스북에서 날마다 만나는 그림과 글이 어우러지는 시인의 이야기는 알 듯 말 듯 잔잔하게 번지는 미소와 함께한다이 글에 주목하는 중요한 이유는 사람과 세상을 품는 온도와 태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알게 된 시인의 이야기는 '황혼은 어디서 그렇게 아름다운 상처를 얻어 오는가'로 먼저 만났다이 외에도 시인 김보일은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일하면서 '국어선생님의 과학으로 세상읽기등 다양한 책을 발간한 독특한 이력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살구나무 빵집은 시인의 첫 시집이다.

 

지극히 단순화된 그림을 통해 세상을 품는 시인만의 온도가 따스하게 전해지는 것을 은근하게 읽히는 시어에서 다시 확인한다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라 단번에 읽혀 의미를 파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시간을 두고 곱씹어봐야 단어와 행간에 숨겨놓은 시인의 사람과 세상을 품은 따스함이 전해진다그렇다고 마냥 진지한 것만은 아니다어느 순간 저절로 미소를 번지게 만드는 해학적 요소도 함께 한다.

 

여기에 서강(西江)에서와 아름다움이 적을 이긴다와 같은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역사의 뒤안길에서나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낯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반가움이 크다이처럼 독특한 시선이 주는 의외성까지 곁들여지니 즐겁기만 하다.

 

가장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시는 조용필에게라는 시다발표된 시점이 세계적 이목이 집중되었던 남북정상회담 즈음이라 시기적 적절성에 시인의 독특한 시선이 만나 멋들어진 장면하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대 평양에 가시거든 평양성 북쪽 칠성문 밖 기생들의 무덤이 있다는 선연동에 들러 노래 한 자락을 분향하시기를” 로 시작되는 시는 두고두고 몇 번이고 읽어도 그 감흥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은 시다.

 

감각적인 언어로 쉽게 읽히는 시와는 구별되는 무엇이 분명하게 있다딱히그것이 무엇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은 시를 이해하는 독자의 몫이라 여긴다다소 느린 행보로 읽어도 좋을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재로 곁에 두고 오랫동안 펼쳐도 좋을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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