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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緣'

굳이 말이 필요없다. 언어 이전에 이미 감지하고 무의식적으로 표현되는 영역이 여기에 속한다. 하여, 언어로 설명하기엔 부족하고 어설프다. "어찌 알았을까? 이 마음" 만으로도 충분하다.

애쓰지 않아도 보이는 마음 같은 것. 빛과 어둠이 서로를 의지하여 깊어지는 것. 사람도 자신의 마음에 세겨진 결에 의지하여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시간을 공들여 쌓아가야 가능하다.

이른 아침 볕이 사나워지기 전에 뜰을 걷는다. 잘려나간 단풍나무의 돋아난 새순에 아침햇살이 닿았다. 세상에 나와 숨을 쉬는 것을 축하라도 하듯 새순과 햇살의 만남이 눈부시다.

때마침 서로 서로가 어우러져 눈부심으로 피어나는 것처럼 당신과 내가 만나 겹으로 깊어지는 일도 이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여, 연緣은 연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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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다 받아드릴듯 활짝 열어젖힌 커다란 꽃잎에 어울리는 특이한 꽃술이다. 진한 주황색에 까만 점으로 수놓은 꽃잎의 화려함에 걸맞은 검붉은 꽃술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겉모습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돋보여야 살 수 있는 운명을 타고난 꽃들의 화려함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이런 치장은 살아 대를 이어야하는 지엄한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고, 목숨보다 더 무거운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

반면에 어떤 경우엔 화려한 외모에 기대 외로움이나 슬픔, 아픔을 감추기 위해서 치장을 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안으로든 밖으로든 이렇게 외모에 허세를 부린다는 것이 가져다 주는 공허함은 어쩔 수 없다.

이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 날마다 화려해져만 간다. 겉모양뿐만 아니라 마음자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날로 화려함만을 찾아가는 마음은 외모의 화려함으로 소통을 꿈꾸지만 오히려 관계의 단절을 불러오는 경우를 빈번하게 목격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온갖 치장으로 자신을 꾸미고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아래 온전히 스스로를 내맡긴 참나리의 사명은 어디에 있을까. 어쩌면 그 화려한 꽃잎을 떨구고 난 후 마지막 꽃술이 말라가는 그 간결함에 있는 것은 아닐까?

여전히 상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보듯 물기를 가득 머금은 꽃술에 마음을 얹어놓고 한동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마 속을 건너는 여름날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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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을 보고자 연못을 찾아 어슬렁거린다. 꼼꼼하게 수를 놓은듯 채워진 바탕에 연잎 하나 펼쳤다. 묘한 어울림으로 발걸음을 붙잡는다.

틈을 내었다. 잇대어 있는 사이의 틈은 스스로 숨구멍이며 더불어 사는 생명의 근본이다. 틈은 둘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어주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사람의 관계도 다르지 않아 이 틈이 있어야 비로소 공존이 가능하다. 물리적ㆍ심리적인 시ㆍ공간의 틈이 있었기에 당신과 내가 서로에게 스며들 수 있다.

비와 비 사이,

빼꼼히 나올 볕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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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꽃이 다음생으로 건너가는 중이다. 꽃은 피고지는 매 순간을 자신만의 색과 향기로 온몸에 생채기를 남겨 기록함으로써 다음생을 기약하는 자양분으로 삼는다.

핀 꽃이 떨어져 다시 피었다가 땅으로 스며드는 것을 무심한듯 끝까지 지켜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정情이 든다는 것도 상대방의 그림자에 들어 나 있음을 억지로 드러내지 않는 것과 서로 다르지 않다.

하여, 정情이 들었다는 것은 각자 생을 건너온 향기가 서로에게 번져 둘만의 새로운 향기를 만들어내는 것임을 아는 일이다.

정情이 든다는 것,

스며든 향기에 은근하게 잠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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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시간 가볍게 나섰다.
멀지 않은 곳이고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탓이다. 여전히 늦었거나 빠르다. 확인했으니 되었다. 다시 가더라도 늘 늦거나 빠르거나 둘 중 하나일테지만 한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호사이기도 하다.

돌아본 숲에서는 청량한 바람이 이내 다시보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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