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은 다른 곳에 - 교양선집 16
밀란 쿤데라 지음, 안정효 옮김 / 까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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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다른 곳은 어디일까?
‘낯설다’는 전에 본 기억이 없어 익숙하지 않다는 말이다. 꼭 익숙한 것이 좋고 나쁨을 가르는 기준이 아니지만 ‘낯설다’는 당혹스러운 느낌을 동반하기에 그리 반기는 편이 아니다. 내가 좋아서 읽는 문학작품에서의 그런 느낌은 상반된 반응으로 다가온다. 하나는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심 갖고 지켜볼 흥미로움으로 진전되는 것이다. 대개는 고전문학을 읽으며 당혹스러움을 느끼는지라 처음 접하는 밀란 쿤데라의 ‘생은 다른 곳에’라는 작품도 주저하게 만들었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1929년 4월 출생하여 1975년 이후에는 프랑스에서 살아온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음악을 전공했으며 사회주의 운동에도 참여했으며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주요작품으로는 ‘미소를 머금게 하는 사랑이야기’, ‘웃음과 망각의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느림’ 등이 있다.

‘생은 다른 곳에’는 야로밀이라는 한 시인의 일대기에 관한 이야기다. 야로밀의 성장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어린 시절과 사춘기에 성(性)에 눈떠 성인이 되는 과정을 주로 담아내고 있기에 자칫 낯설음의 문장들을 접하게 되는 당혹스러움이 있다. 어머니의 모습이나 어머니와 화가의 사랑 놀음, 성적 호기심에 대한 갈등의 묘사 등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서 야로밀은 결국 못생긴 여점원과의 육체 경험을 통해 젊은 여인의 묘한 심리 변화를 조명한다. 야로밀이란 이름은 체코어로 '봄을 사랑하는 남자'와 '봄의 사랑을 받는 남자'란 두 가지 뜻을 모두 가지고 있다. 상징적인 의미의 이 말은 소설에서 보여주는 낯선 느낌을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작가는 서문에서 ‘시인의 죽음’을 이야기 한다. 이는 시인으로 대표되는 문학가들의 본질적 사명에 대한 작가의 해석에서 출발하고 있다. ‘시인이란 그의 시가 마련한 화면에다 그의 시에 의해서 영사된 얼굴이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되기를 원하는 희망을 가지고 세상 사람들에게 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사람이다.’로 규정하고 있다. ‘시인의 죽음’은 당대에 저항하는 청춘의 낭만과 열정, 일상의 경이로움의 부재, 신성불가침한 보편적 가치의 소멸을 상징한다. 시인이 가지는 서정성에 집중하는 작가의 이러한 규정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이 이야기를 구성한 시기가 1950년대 중반으로 작가는 어떤 미학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시의 비평’이면서도 동시에 그 자체가(시적인 강렬함과 상상력을 전달하는) 시가 될 수 있는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다소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이 벌어지는 모습은 작가와 독자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당연한 낯설음이 있겠지만 작가 밀란 쿤데라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작가는 주인공 야로밀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들이 가지는 내면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성격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한다. 그 보편성의 단면으로 성(性)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도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낯선 느낌은 벗어나지 못한다.

‘인생이란 항상 어딘가 다른 곳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인생은 경험하지 못했기에 신비로운 것이며 젊은이들은 그것을 갈구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이서 ‘야로밀’과 ‘자비에르’는 그렇다면 서로 다른 인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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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고(渤海考) - 지혜의 샘.한국고전총서 1
유득공 지음, 송기호 옮김 / 홍익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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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얻는 삶의 지혜
역사에 대한 관심은 내가 누구이며, 나를 오늘에 있게 한 뿌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지난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그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국사가 시험과목에 포함되지 않는 현실도 문제지만 학교의 정규 과정에서조차 배우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무엇을 위한 교육인지 실로 암담함만이 가슴을 짓누른다. 

과거를 읽어버린 개인이나 민족이 현실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한 개인의 삶도 그렇지만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도 자신의 뿌리에 대한 애착은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을 넘어 현실을 살아갈 근거이며 미래를 밝힐 불빛을 일부러 버려버리고서 앞날을 살아갈 힘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지 자문해 본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 ‘발해고’를 지은 저자 유득공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조선 후기를 살았던 사람으로 고려가 발해의 역사를 잇지 못한 것에 대해 한탄하며 이 책을 지었다고 한다. 책을 통해서나마 유득공을 알게 된 것은 북학파 일원으로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이덕무, 이서구 등과 벗하며 시문을 짓고 민족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을 통해서이다. 특히, 서얼출신이라는 당시 신분의 한계를 가진 사람이지만 정조의 배려로 관료로 살아가는 동안 그가 보여준 역사에 대한 관심은 반드시 배워야 할 것으로 보았다.

이 책 ‘발해고’는 1784년 정조 8년에 당시 조선, 중국, 일본의 사서(史書) 총 24종을 참고하여 발해의 역사를 기록한 책으로 발해사가 아닌 발해고로 이름 지은 것은 완성된 역사책이 아니라는 저자의 생각에서 붙여진 것이다. 흔히 발해고의 가지는 의미를 ‘발해’를 우리의 역사에 최초로 포함시켰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역사인식에 대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당시 중국이나 일본 등의 외부적 시각이 아닌 우리민족의 시각으로 발해에 대한 역사를 살펴 우리 역사에 편입한 점이다.

‘발해고’는 발해(698∼926년)의 역사를 임금, 신하, 지리, 관직, 의장, 특산물, 언어, 외교문서, 후예 등의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진국공-고왕-무왕-문왕 등 17명으로 이어지는 발해 역대 왕에 관하여 기술한 본기(本紀), 83명에 해당하는 발해국의 문신과 무신 등의 신하를 비롯한 학자들에 관하여 정리한 신고(臣考), 5경 15부 62주의 지방제도에 관한 내용의 지리고(地理考), 관직에 대한 내용을 기술한 직관고(職官考), 품계에 따른 문무관의 복식과 수도 동경의 모습을 기록한 의장고(儀章考), 발해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에 대한 기록을 수록한 물산고(物産考), 발해에서 사용되었던 각종 칭호의 예를 기록인 국어고(國語考), 외국에 보낸 국서를 정리한 국서고(國書考), 정안국(定安國)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고 있는 속국고(屬國考) 등 이렇게 발해의 역사를 9고(考)로 나누어 정사(正史)의 체계로 엮었다. 주목되는 점은 것은 국서고에서 보이는 일본과의 외교문서다. 일본 왕에게 보낸 외교문서로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하고 부여의 풍속을 간직한 나라이라는 점을 강조한 부분이다. 

‘고려가 마침내 약한 나라가 된 것은 발해 땅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니, 크게 한탄할 일이다.’

발해사의 서문에서 밝힌 저자 유득공의 마음이다. 발해 역사를 기술하며 사(史)를 이루지 못하고 고(考)에 그치며 그가 가졌을 마음이 보이는 듯하다. 이는 땅인 영토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당당한 우리의 역사를 스스로 지키지 못한 사람들의 후손이 가지는 한계를 뼈아프게 반성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유득공이 살아 오늘의 모습을 본다면 무슨 심정일지 짐작하지도 못하겠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문제 등 오늘날 우리가 풀어가야 할 난제들은 많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우리 것을 우리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그 권리를 누릴 수 없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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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열전 -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
강판권 지음 / 글항아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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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인간의 삶을 성찰하다
주목하고는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접하지 못하고 아쉬워하다가 드디어 만나게 되는 책은 반갑기가 그지없다. 주목하는 이유야 개인적인 관심사가 우선일 것이다. 책에 담긴 내용일수도 있고 저자에 대한 관심일 수도 있고 아니면 먼저 읽었던 사람의 추천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만나는 책일수록 책 속에 담긴 내용에 대한 흥미는 더할 것이다. 하지만, 책을 자주 접하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다양한 이유로 인해 기대감에 호응하는 내용을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주목하며 기대감으로 만난 강판권의 이 책 ‘나무열전’은 그런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다. 우선, 이미 저자의 다른 책들을 통해 저자의 관심사와 글맛을 알고 있었다. 자신을 ‘나무환자’라 부르는 저자 강판권은 자신의 전공분야인 역사학과는 상관없는 나무에 꽂혀 그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특이한 사람이다. 역사학을 전공했지만 역사를 환경과 인간의 생태와 함께 존재하는 것을 중심적으로 연구했다. 이러한 관심사는 자연스럽게 나무와 관계를 맺어왔고 그 분야를 넓혀 나무로 역사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건축, 조경, 미술, 사진 분야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세기’, ‘공자가 사랑한 나무, 장자가 사랑한 나무’,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 등이 있다.

‘나무열전’에는 저자의 당찬 욕심이 담겨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이야기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자를 접목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해설을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어울리지 않은 나무와 한자의 조합이 그의 글에서는 더 없이 상호 작용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자연스럽게 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자연과 사람의 관계가 밝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나무의 한자이름은 그 나무가 가지는 독특한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사람들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알게 한다. 역사 속에서 나무의 쓰임새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한자가 만들어진 것이 어떻게 나무와 관련 되어 있으며 더불어 나무의 일반적인 속성들과 관련된 한자이야기를 들려주는 1부와 2부에서는 인간의 삶 속에서 친숙하게 얽힌 나무와 인간의 일상적인 생활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가 주목했던 나무들로는 소나무, 측백나무, 살구나무, 밤나무, 자두나무, 모밀잣밤나무, 모감주나무, 초피나무 등이다.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과 나무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3부에서는 자신의 주 관심인 나무를 만나면서 얻은 저자의 생활철학이 담겨있다. 죽은 나무에서 꽃 피는 고목생화의 일화에서 나무의 죽음은 곧 삶이라고 보는 것처럼 개인적인 경험이 주요한 내용이다. 나무를 얼마나 오랫동안 관찰해왔고 또 그 과정에서 나무를 사랑하게 된 자신의 경험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나무와 한자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그 삶 속에 녹아있는 것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담겨있다. 이런 삶을 풍부한 역사적 사료나 중국의 고전을 통해 관련성을 파악하고 알기 쉬운 일화를 중심으로 해설하고 있기에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고전과 역사라고 부를 만하다. 나무에서 출발하여 한자, 고전문학, 역사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관심사는 그칠 줄 모른다. 그것이 이 책이 가지는 장점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면 나무의 삶을 알 수 있습니다. 잘라진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고 있노라면 눈물 날 만큼 아름답습니다. 나무의 결과 무늬는 나무가 살았던 흔적입니다. 나무의 흔적이 아름다운 것은 결대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결이 있습니다. 사람도 결대로 살 때 아름답습니다. 나무의 이치인 목리(木理)는 곧 사람의 이치인 인리(人理)이자 교육의 이치인 교리(敎理)입니다.’

자신을 ‘나무환자’라고 부르는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다. 어린 시절 단순한 나무에 대한 관심이 학문적 성과와 만나 ‘역사가 환경과 인간의 생태와 함께 존재’라는 자신의 철학적 기반을 만들어 낸 것이리라. 

사람보다 오랜 시간을 지구와 함께 살아왔고 사람이 떠난 지구도 나무가 지켜갈지 모른다. 무심히 지나치는 길가에서 만나는 나무 한그루가 새롭게 다가온다. 나무의 결과 무늬에서 나무의 삶을 알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살아가는 동안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삶의 무늬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 생각하는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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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 자연과 더불어 세계와 소통하다, 완역결정판
노자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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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판단의 기준이 달라지면 세상이 바뀐다
요즘 들어 자주 내가 살아가는 터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발 딛고 일상을 영유하는 현실과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성 사이에서 이질적인 차이가 느껴질 때 자신의 근본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주변에선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말하지만 그것보다는 인간 근본에 대한 돌아봄이 아닌가 싶다. 즉각적이고 물질적인 잣대를 중심으로 인간 삶을 규정짓는 현대의 가치관에 대해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엇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나고 자란 환경과 성장하며 겪어왔던 경험에 의해 지금 내 모습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어떤 사상적 기준을 중심에 두고 현실에서 오는 혼란을 비춰볼 수 있는 근거를 찾는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아무리 서양화되고 현실적 가치가 그것에 의해 영향을 받더라도 살아가는 터전에 면면히 유지되는 것은 동양적 가치기준에 의한 것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근간을 이루는 동양적 가치와 일상에서 겪는 서양의 가치가 충돌하는 경우가 우선하는 기준을 설정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근거로 동양 사상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져간다. 동양 사상의 양대 산맥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공자와 맹자의 유가 사상 그리고 노자와 장자의 도가 사상이 아닐까 싶다. 오늘날 노장사상으로 불리는 도가 사상이 그 가치를 높여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 ‘노자’는 그러한 현대인의 물음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는 적절한 텍스트가 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노자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으로 노자가 실제인물인가?, 공자와 비교해서 살았던 시기가 누가 우선한가? 등 출생과 생애에 대한 그간 논란된 이야기를 종합하고 있다. 또한 노자 사상이 담고 있는 사상의 중심적인 문제와 특징 그리고 노자 사상이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살핀다. 노자의 사상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돕는다. 다음으로 노자 사상의 구성이 도경(道經) 덕경(德經)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첫 장 ‘도란 어떤 것인가?’로 시작하는 도경 37장과 ‘덕이란 어떤 것인가?’ 로 시작하는 덕경 44장으로 구성된 내용을 해설을 먼저 하고 원문 그리고 그 것이 가지는 의미를 해설하는 순이다. 

노자(老子,노담老聃, 태사담, 본명 : 이이李耳, 자 : 담聃)는 생몰연대가 불분명하다. 그래서 실재한 사람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까지 거론된다. 사마천의 사기를 기준으로 볼 때 기원전 6세기경 사람으로 추정한다. 춘추시대 초나라의 고현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해지며, 초나라 사람으로 춘추시대 말기 주나라에서 국립 도서관 관리라고 할 수 있는 수장실의 사관으로 천문, 점성, 전적을 담당하는 학자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다양한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의견은 중국 고대 철학자이며 도가 사상의 창시자라고 보고 있다.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 사회를 어짊(仁), 의로움(義), 예의(禮), 지혜(智) 같은 훌륭한 덕과 올바른 예라는 제도로써 다스려는 현실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유가사상에 비해 도가사상은 현실적인 차원을 넘어선 ‘도’라는 절대적인 원리를 추구하면서 현실 사회가 어지러운 것은 사람들이 불안전한 자기의 이성을 바탕으로 하여 그릇된 자기중심의 판단 아래 행동하기 때문이라 생각하며 무위자연이라고 하는 다소 현실을 벗어난 성격이 강한 사상이다. 노자 사상의 중심은 바로 ‘무위’를 바탕으로 ‘자연’ 상태에 이르러야만 사람은 비로소 완전히 자유로운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 들어 노자 사상이 대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일부로 살아온 사람들이 그 자연을 대상으로 여기며 인간을 독립된 존재로 파악하고 자본의 논리에 의해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에서 오는 한계를 느낀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노자가 자신의 사상을 펼치던 시대와는 분명 달라진 환경이다. 그러기에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보다는 노자 사상이 갖는 진정한 가치를 알고 현실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삶의 지혜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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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이야기 1 - 호메로스에서 페리클레스까지
앙드레 보나르 지음, 김희균 옮김, 강대진 감수 / 책과함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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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를 넘어선 인간 중심의 그리스를 만나다
인류 문명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나라가 있다. 뿐 만 아니라 유럽을 이야기할 때도 빼놓을 수 없는 신화이야기 속 주인공 역시 이 나라다. 이처럼 한 나라가 차지하는 역사 속 지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다분히 의도적인 역사 만들기도 있었겠지만 그 나라의 뛰어난 역사와 문화가 기반이 되엇을 것이다. 그 나라는 바로 그리스다.

초등학생들에게 그리스 신화 한 두 개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유명하고 재미있는 신화라는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이지만 정작 그리스에 대한 폭넓고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마치 신화가 그 나라 역사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스러운 점도 있다.

이렇게 신화 속에 가려진 나라, 그리스에 대해 거의 처음으로 소개하는 책을 만난다.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 Civilisation Grecque’가 그것이다. 이 책은 신화로 미화된 역사가 아닌 그리스 문명을 만들었고 당대를 살았던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려 그들이 일구어낸 역사의 진면목을 살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 중심의 역사로부터 인간 중심의 역사로 시각의 전환을 이룬 것이라는 말이 된다.

이 책의 저자 앙드레 보나르(ANDRE BONNARD, 1888~1959)는 스위스 출신으로 대학에서 문학을 정공하고 이후 로잔 대학 그리스어 그리스 문학 교수로 지냈다. 고대 그리스 문명의 철학자, 문학자, 과학자, 정치가 등에 대한 수많은 연구를 남겼으며 고대 그리스의 작품을 현대어로 번역 서구학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는 파시즘과 나치즘에 저항한 ‘참여하는 인문주의자’였으며 작품 활동 속에서 저항과 참여 정신을 찾고자 했다고 평가 받는다. 

‘그리스인 이야기’ 는 세 권으로 출간되어 그리스 문명사 분야의 세계적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번에 보게 되는 책은 그 시리즈의 첫 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호메로스에서 페리클레스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스 문명의 탄생 초기 역사적 배경과 당시 주요한 사건 그리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의 분석을 통해 그리스 문학의 기원을 설명해 준다. 또한 그리스하면 떠오르는 민주주의가 무엇을 배경으로 성립되었으며 어떤 한계를 가진 것인지 밝히고 있다. 그리스 문명의 발달의 기반이 되는 것으로 바다와 관련된 이야기, 상업의 발달 배경, 노예와 여성의 지위 등을 비롯하여 아테네 민주주의 완성자로 불리는 페리클레스까지 다루고 있다.

자자의 시각은 삐딱하다. ‘삐딱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지금까지의 시각을 무시하고 새로운 눈으로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중심적인 변화는 신화 중심의 그리스 역사를 인간의 역사로 본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눈으로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 문명의 근간에 스며있는 인간들의 삶을 중심으로 설정하였다. 그것도 기존의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저자의 자유스러운 상상력과 사고력의 의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 삐딱함은 흥미로움을 동반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새로운 그리스를 만나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신화의 나라 ‘그리스’라고 부르면 그리스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알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친숙하게 그리스의 역사에 다가가는 장점은 있지만 그 나라의 역사를 일궈온 주인공들을 소홀하게 대하며 자칫 역사를 왜곡하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저자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를 통해 깊이 있는 그리스 역사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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