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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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 보고, 느끼고, 즐기자
물아일체(物我一體)라는 말이 있다. 외물(外物)과 자아, 객관과 주관, 또는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하나가 됨을 나타내는 말이다. 옛 사람들이 대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바라본 대상에는 자연을 비롯한 이웃이나 벗 등 나와 구분되는 모든 것이 포함될 것이다. 이렇게 대상을 바라본다면 시끄러운 세상살이에 번잡하기만 하는 내 마음이 대상에 의해 이렇게 저렇게 끄달리지 않을 것 같다.

옛사람들은 그렇게 세상과 자신을 보았다. 학문하고 여가를 보내는 일상이 바로 그것이었기에 그들이 가슴에 담을 뜻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벗들과 풍류를 즐기는 모든 것에 그런 정신을 담았으니 오늘날 전해지는 시, 서, 화의 모든 것에서 그 정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것, 우리그림, 우리음악을 찾고 즐기는 사람들 중에서 그 정신을 오롯이 누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누리는 사람들이 손에 꼽을 만큼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라고 해야 바로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도 익숙해져 마치 우리 것 보다 더 우리 것처럼 느끼고 누리는 현대인의 일상의 대부분을 점령한 것이 국적불명의 이상한 것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온 현실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니 그리 정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 것의 소중함과 가치를 찾아가는 길을 다양하다. 우리 그림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보이며 그림 속에 녹아 있는 옛 사람들의 정서를 느끼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 오주석 같은 사람들이 노력으로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현대에서 살아나고 있음은 그나마 햇살 비추는 봄날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온기를 전하고 있다.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은 그러한 오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책이다.

이 책에는 그림 열두 점과 함께 그림을 그린 화가와 그림에 깃든 정신 그리고 그 그림이 만들어진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가슴속 담긴 뜻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옛 그림을 볼 때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시각을 벗어나 옛 사람의 눈길로 바라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무엇을 말하고자 함일까? 조선 시대를 대표할 만한 화가 9명과 그들의 그림 12점을 해설하는 저자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밝혀질 것이다.

김명국, 강희안, 안견, 윤두서, 김정희, 김시, 정선, 김홍도, 이인상 말하지 않아도 이들이 당대를 살아가며 어떤 위상이었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사람들이다. 익히 알고 있기에 친숙하고 또 많이 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면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겨우 작품제목과 화가를 연결하는 것, 그것도 손으로 꼽을 만큼도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 오주석은 옛 그림을 본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 그림을 읽어가는 독화(讀畵)라고 한다. 본다는 것은 그림에 담긴 대상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지만 읽는다는 것은 그 그림에 담긴 장녀과 사람이 하나 된 마음과 정신을 읽어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미 달라진 사람들의 마음이기에 현실의 눈으로 볼 때 올바로 볼 수 없는 한계가 있어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야 제대로 그 가치를 알 수 있다고 한 것이리라. 

이 책이 가지는 가치는 옛 그림을 저자의 독특한 시각과 섬세하고 친절한 해설에서만 찾는다면 중요한 무엇을 빠트리고 가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그림을 배우고 읽어가는 과정에서 체험한 소중한 경험을 나눠주고 있다. 옛 그림의 색채, 옛 그림의 원근법, 옛 그림의 여백, 옛 그림 읽기, 옛 그림 보는 법, 옛 그림에 깃든 마음 등 우리그림을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말해준다. 이 속에 담긴 눈으로 다시 만난 옛 그림은 분명 달라진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옛 그림 보는 법’에서 “과연 어떻게 해야 우리 옛 그림을 잘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옛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과 예사람 마음으로 느끼는 것‘을 전재로 하여 첫째는 좋은 작품을 무조건 많이, 자주 보는 것, 둘째는 작품 내용을 의식하면서 자세히 뜯어본다, 셋째는 오래 두고 보면서 작품의 됨됨이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옛 그림 속에서 지나간 역사를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을 본다는 방법은 사실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도 말한다. 사람마다 자기 삶의 내용에 비추어서 자신의 교양과 안목과 기분에 맞추어서 볼 수 있는 것이 그림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이든 그렇지만 즐기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림을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으려면 우선 부지런히 보는 것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작정 자주 많이 본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저자가 말하는 그림 보는 방법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하여, 옛사람이 온 마음으로 담아낸 우리의 정서에서 따스하고 희망이 넘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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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군대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13
유광수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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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假定)’으로 현실을 돌아 보다 
역사에 가정(假定)이 존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가정’이라는 설정을 통해서라도 아쉬움이 남는 일에 대해 생각 속에서나마 이뤄보고 싶은 소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들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가정으로 고려가 삼국통일을 했다면?, 조선 왕 정조가 몇 년이라도 더 살았더라면? 혹은 갑신정변이 성공했더라면? 등등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다만,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가정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는 있기에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가정’이라도 해 보는 것이리라.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을 잘 담아내는 것으로 문학이라는 장르가 있고 텔레비전 드라마가 크게 한 몫을 담당하기도 한다. 특히, ‘팩션’이라는 부분이 등장하면서 작가들의 상상력과 독자들의 기대감이 소통과 공감을 이뤄가며 대단한 흥미꺼리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왕의 군대’ 역시 그런 장르의 소설이다. 역사적 주 무대는 임오군란(壬午軍亂, 1882)과 갑신정변(甲申政變, 1884. 12. 4)이 일어난 19세기 조선이다. ‘3일천하’로 막을 내린 갑신정변의 그 3일간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졌으며 그들은 무엇을 꿈꿨는지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갑신정변은 임오군란을 계기로 청나라와 일본이 대립하게 된 상황에 청나라를 배경으로 왕실과 왕비 민씨, 민영익, 김홍집 등을 중심으로 한 사대당과 일본을 배경으로 한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등이 중심인 개화당(개화파) 사이에 대립이 격화되었다. 1884년 12월 4일 홍영식이 총관으로 있는 우정국 개국 축하 만찬회를 이용하여 정변을 일으켰다. 이들 개화파들은 연회가 열리는 도중 이웃집에 불을 질러 혼란을 일으킨 다음 서재필을 비롯한 일본 군관학교 출신 사관생도들이 초청한 사대당 요인들을 모조리 암살하려 했으나, 겨우 민영익에게 중상을 입혔다. 다음날 12월 5일에 창덕궁으로 돌아와서 독립당은 각국 공사 및 영사에게 신정부의 수립을 통고하고 관리를 임명하였으며 6일에는 14개조 혁신정강을 공표하였다. 그러나 왕비 민씨 측에서 청나라에게 개입을 요청, 청나라와 조선 연합군이 갑신정변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하여 창덕궁을 공격하였으며, 6일 오후에는 창덕궁과 창경궁 후원 일대에서 호위 중인 일본 병사와 싸웠다. 청나라 군대에 의해 정변이 실패로 끝나게 된다. 김옥균·박영효 등 갑신정변 주역들은 후퇴하는 일본 병사를 따라 일본 공사관으로 피신해 있다가 인천항을 통하여 일본으로 망명하였다. 이로써 집권은 삼일천하로 끝났다.

이는 역사가 기록하는 감신정변의 내용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것은 작가가 설정한 정조(1752~1800)의 유훈이라는 것이다. 정조의 유훈은 토생금 암유병 민즉천(土生金 巖有兵 民則天)이라는 것으로 돈과 병사가 중심이 된다. 이런 정조의 유훈을 바탕으로 혼란스러웠던 당시를 개혁할 근간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갑신정변을 주도하며 새로운 세상을 꿈꾼 김옥균, 정체를 알 수 없는 연쇄살인범 흑표, 왕에 대한 충절과 약자에 대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종사관 송치현 등이 고종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대의를 품고 암울한 시대의 분위기를 헤쳐 간다.

그들에게는 나름대로 사명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외세의 압력이 강화되어가고 조선에서 청나라와 일본의 야욕이 점차 강화되는 정세에서 나라를 세워갈 힘을 읽어버린 조선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것이다. 더 이상 왕을 중심으로 한 나라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김옥균의 선택이나 ‘민즉천’이라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한 흑표, 왕의 나라에서 왕의 신하로 살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늘 고민하는 송치헌, 그들의 마음속에 있던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지키고 세우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그려내고 있다.

갑신정변이라는 미완의 사건에 대한 흥미로움, 미스터리적인 이야기 전개, 3일 동안의 긴박감, 왕의 군대에 대한 미묘한 기대감 등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구성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왕의 군대’는 외세의 강압에 의해 나라를 지켜갈 무력을 나타낸다. 하지만 조선에는 왕과 백성을 지켜낼 힘이 없었다. 그리하여 청나라나 일본의 무력에 의지하게 되고 결국 그 무력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서 선왕이 준비해 둔 군대가 있다면 무너지는 조선도 마지막 힘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힘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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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처럼 미쳐가는 세계 - 그들은 맥도날드만이 아니라 우울증도 팔았다
에단 와터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아카이브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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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다양성은 인간 생존의 근간이다
현대인들은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이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말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적절한 표현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현대사회는 물리적 거리와는 상관없이 심리적 거리는 무척이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각종 첨단 통신기기의 도움으로 인해 지구를 하나의 공동체처럼 느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각기 나라와 민족이 갖는 고유한 문화적 특성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현실이다 보니 다양성은 사라지고 보편성만이 강조되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지구촌은 이미 하나의 경제공동체나 마찬가지다. 거대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상품의 교역은 농산물이나 공산품을 막론하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 선두에 미국이 있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코카콜라, 햄버거 등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미국의 상품들은 상품으로 국한된 것만이 아닌 그 상품과 함께 전파되는 미국의 문화가 함께 동반된다. 이렇게 전파된 문화는 급속도로 한 문화권 내에서 기존문화를 밀어나거나 흡수하여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상품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간 정신활동의 산물이 학문이나 예술 등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음악, 미술, 영화 등은 상품보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한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변화시켜왔다.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는 하나의 문화권으로 획일화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미국처럼 미쳐가는 세계’는 바로 그러한 현상을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저자인 ‘에단 와터스’는 심리학의 분야를 예로 들어 미국을 선두로 하는 선진국들의 문화적 영향과 압박이 얼마나 멀리 광범위하게 그리고 깊숙한 부분까지 미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인간 정신의 고통과 치유’에 관한 진단과 치료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거나 그 적용이 강요되는 현실에 대한 진단이다. ‘거식증’이라는 질병은 현대사회의 모순을 대표하는 것이며, 심각한 정신적 고통은 심리 상담을 통해 치료를 모색하야 하며, 불안하거나 우울하면 약물을 통한 치료가 따라야 한다는 것이 과연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과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이러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을 찾아 구체적 사례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홍콩의 거식증 환자의 사례 - 그녀는 왜 음식을 거부했을까?, 스리랑카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 쓰나미 이후, 그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탄자니아 잔지바르의 정신분열병 - 다른 세계가 고통을 경험하고 치유하는 방식, 일본에서 다국적 제약회사가 벌인 ’마음의 감기’ 메가마케팅 - 우울증을 팝니다. 등에서처럼 저자는 질병이 발생하는 나라들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이나 사회적 환경을 무시한 일방적 진단이나 처방이 강요되는 현장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따라가며 분석하고 의미 있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정신의학회에서 발표한 기준이나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공세적 마케팅 활동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사회에서 정신의학적으로 주목되는 특정한 사건에 대해 그것이 발생하는 구체적인 문화적 의미를 살피고, 정신질환 증상들이 특수한 시대, 특수한 장소의 문화와 믿음이 빚어내는 산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저자의 이러한 고찰은 ‘세계화 시대에도 인간 정신과 문화는 단일하지 않다.’는 전재가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자신만이 ’진리’라는 믿음에서 폭력은 시작된다.’는 것으로 모아지며, 결국,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행해지는 무차별적인 문화적 폭력에 대항하여 ‘고통과 치유에 관한 다른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다른 문화 사이의 소통은 힘을 가진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흡수하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는 속에서 가능한 것이리라. 힘과 자본의 논리 앞에 다양성이 무기력하게 침몰한다는 것은 어쩜 인간 존재의 근본을 뒤흔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다소 과격한 제목이 경고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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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 - 대중과 소통하는 '캠퍼스의 글쟁이들'을 만나다
박종현 지음 / 컬처그라퍼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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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공감을 넘어 통섭에 이르는 길
학자들이 변하고 있다. 닫힌 공간에서 자신들의 전문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해 가는 학문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언제부턴가 학자들을 떠올리면 그들만의 아성에 갇힌 듯 보였던 것이 또한 사실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바로 그런 학자들이 연구실을 넘어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학문 영역을 불문하고 우선 반갑다. 그 반가움은 버겁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과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것이 있으며 또한 우리에게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이 있음을 느끼게 하는 암묵적 공감에 의한 안도감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 시대를 대표하는 말로 소통과 공감 그리고 통섭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중심에는 특정한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경계를 구분하는 일도 아니다. 바로 인간을 중심에 두고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 막힌 곳을 뚫고 영역과 영역의 경계를 넘어 소통하고 공감하는 사회가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생각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은 한 신문사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이라는 타이틀로 우리시대 자신의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주목받고 있는 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한 것을 바탕으로 기획된 책이다. 학자 60명이라고 하는 것은 60가지의 학문의 세계를 담았다고도 볼 수 있다. 책의 두께가 말해주듯 적지 않은 숫자이기에 거론 되어지는 학자들의 면면을 살피기에 적절한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주목받는 학자들을 한 자리에 모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김난도, 박노자, 우석훈, 이덕일, 김정운, 유홍준, 이권우, 정민, 장영희, 최재천, 박석무, 안대회, 조선미, 최창조, 안철수, 정운찬 등 60명의 사람들은 명실 공히 이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들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의 관심분야에 따라 조금은 덜 친숙한 사람도 분명 있다. 그렇더라도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학문 분야의 연구 성과를 다른 영역이나 대중과 공유하고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있기에 사회 각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문의 성과를 현실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저자가 선정한 60명의 학자들을 일곱 가지 분류로 나누고 각각의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개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기 때문에 다소 간결한 느낌이 들지만 그들을 대표하는 핵심적인 사항은 놓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한 사람의 학문 영역의 성과는 몇 페이지로 담아낼 수 없는 성질이겠지만 그들의 대중적 활동으로 이미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에 아쉬움은 각 학자들이 발간한 책이나 기타 자료들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솔직히 60명이라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다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관심분야의 사람들을 먼저 찾고 그들에 대한 그간의 정보와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를 비교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어가는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시각으로 먼저 찾았던 사람들이 이덕일, 유홍준, 이권우, 정민, 안대회, 조선미, 최창조 등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에서 출발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눈에 먼저 띄는 사람부터 읽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에 실린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지만 자신들의 학문 분야를 ’대중과의 부지런한 소통 속에 즐거운 교감’이라는 생각이 분명함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딱딱한 학문적 성과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학자들이 자신의 학문분야에서 걸어온 발자취와 고뇌까지 보여주고 있어 더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장대익 서울대 교수의 ‘연구 없는 소통은 공허하고, 소통 없는 연구는 맹목이다.’ 라는 말이 더욱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동안 학문연구 분야에 팽배해 있던 모습의 반증일 것이다. ’대중을 유혹한 학자 60인’은 바로 그러한 우리나라 학문하는 풍토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넘어서려는 학자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기에 그들이 내 놓고 있는 목소리를 통해 우리의 현주소를 명확히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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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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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때 철학이 필요하다
강단인문학이 거리로 나오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주목받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대부분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획일적인 학문의 영역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하고 되짚어 본다. 하지만, 진정 인문학의 위기를 자초했던 사람들이 누구였는가는 차지하더라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문학자들의 행보에 찬사를 보낸다. 젊은 인문학자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거리로 나서며 그들을 필요로 하는 어느 곳이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사람들이 마주하는 현실의 문제와 직면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러한 노력에 의해 인문학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높아졌고 본래 인문학의 소임에 대한 자각과 함께 주목을 받기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한다. 본래 인문학은 목적은 ‘주어진 현실과 인간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꿈꾸려는 학문’이다. 그렇기에 인문학은 강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함께하는 아주 현실적인 학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인문학과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을 연결하며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젊은 철학자의 선두에 이 책의 저자 강신주가 있다.

‘인문학의 위기는 곧 사람들의 삶의 위기와 동의어’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인문학의 본질을 극적으로 대변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구체적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현장과 밀접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이 책에 담긴 내용의 중심이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에는 저자가 그렇게 고민한 현실문제 중 48가지를 선정하고 그와 관련된 인문분야 고전을 빌어 실마리를 풀어가고 있다. 

저자가 언급하는 고전은 동서양을 망라하고 있으며 철학적 사유가 함유된 서적들로 시작하여 현실의 문제와 접목시키는 탁월한 방식으로 사유를 이끌어 가고 있다. 세계적인 인문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저서 속에 담긴 사상의 핵심을 보다 쉽게 풀어 놓기도 하고 동양의 오래된 사유와 비교분석하며 보다 쉽게 현실의 문제에 접근하게 만든다. 이러한 것은 저자의 전작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동녘, 2010. 2)보다 훨씬 대중적이다. 사유의 중심은 같으나 이를 전개하는 방식과 흐름에서는 현학적인 언어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언어로 철학적 사유를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더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인문학은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와 직결되는 학문이라고 했다. 이는 책 속에 머물러 있거나 생각에 그치는 철학적 사유가 아닌 실천의 여부와 결부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러한 실천의 문제를 정약용의 이야기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맹자와 주희의 윤리적 감수성이 인간의 본성에 집중되어 있다면, 정약용의 그것은 실천이라는 외적 방향으로 자신의 사유를 진행시킨 것이다.’에서 보여주듯 인문학의 중요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이 다른 무엇보다 돋보이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저자는 어려운 철학적 사유를 쉽게 접근하고 있다. 자신의 체험이나 주변에서 일어날만한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기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그 구체적인 것은 때론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힘을 가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외면하고 싶었던 불편한 진실에 직면하게 만들기 때문이리라. 이렇듯 불편한 진실을 직면할 때 비로소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게 된다. 이렇듯 철학의 근본적인 힘은 사유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에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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