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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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아이러니
유명세를 타는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모험과도 같다. 작품을 대하기까지 이러저런 경로를 통해 얻는 정보와 막상 작품을 대할 때의 느낌이 다르다면 그러한 모험은 현실로 다가온다. 계속 읽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중단할지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잠시 동안 혼란을 겪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고전으로 불리는 다양한 서구 작품들을 만날 때도 그랬고 이번 만나는 또 한 작품 ‘백년 동안의 고독’에 의해 마치 징크스처럼 다가온다.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은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사실과 부엔디아 일족의 흥망성쇠를 조합한 이야기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식민지 수탈 역사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저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출생으로 12남매의 장남, 외조모부와의 어린 시절, 법학을 공부했지만 콜롬비아, 프랑스, 베네수엘라, 미국, 멕시코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쿠바혁명 이후 쿠바로 가서 통신사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창작 활동을 한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플로베르, 스탕달, 발자크 등의 작가를 좋아했던 저자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서였다고 한다. 라틴아메리카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던 삶을 살았던 저자의 주요 작품으로는 ‘신고 된 사망자 연대기’(1981), ‘백년 동안의 고독’(1982), ‘사랑과 또 다른 악마들에 관하여’(1995) 등이 있다.

‘백년 동안의 고독’은 부엔디아 일족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끌어 간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사촌 여동생 우르슬라의 근친상간으로 시작된 이 일족의 이야기는 남미의 숲속에서 ‘마콘도’라는 마을을 형성하고 이 마을을 중심으로 넘나드는 집시로부터 외부 문명을 받아들이며 변화의 흐름 속으로 밀려간다. 순수했던 원시마을이 외부의 물질문명에 의해 도시화되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마콘도와 사람들의 변화 그리고 끊임없이 자행되는 근친상간은 부엔디아 일족의 운명을 예견하는 것 같다.

‘마콘도’라는 마을과 부엔디아 일족의 형성과정이 전반부의 이야기라면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아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서른두 차례나 반정부 봉기에 참여하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며 이는 라틴아메리카의 혼란스러운 정치 역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자유파와 보수파로 갈린 정치적 싸움은 결국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도 모르게 오랜 시간을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 이후 바나나 농장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세력의 등장과 원주민에 대한 착취와 학살로 이어지는 것 역시 스페인, 미국, 영국 등의 제국주의 세력의 라틴아메리카의 침략사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삶은 한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삶을 얘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는 저자 마르케스의 말에 담긴 의미는 ‘백년 동안의 고독’에 담긴 이야기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마술적인 현상과 현실이 혼재되며 외부세력에 침략에 의한 혼란스러움과 더불어 근친상간이라는 부족내의 역사가 중첩되며 ‘라콘도’ 마을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이야기는 이념이나 사상, 사회구조의 변화, 근친상간이라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개인들이 겪게 되는 심적 고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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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 선사 삼국 발해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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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알게 하는 한국 미술사 
간혹, 현대인들은 삶이 힘겹다고 느껴질 때 자신의 뿌리를 찾는 일에 관심을 가진다. 그 뿌리는 조상이 될 수도 있고 어릴 적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고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뿌리는 자신이 나고 자란 이 땅의 사람들이 살아온 흔적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사람들은 역사에 관심을 가지며 그 흔적이 남아있는 문화유산을 찾아보곤 하는 것이리라.

우리민족이 이룩한 고유한 문화유산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세계유산으로는 종묘(1995), 불국사와 석굴암(1995), 해인사장경판전(1995), 수원 화성(1997), 창덕궁(1997), 경주역사유적지구(2000), 고창, 화순, 강화고인돌유적 (2000),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2007), 조선왕릉(2009), 안동하회마을(2010년), 경주시 양동마을(2010년)과 세계무형유산으로 종묘제례악 및 제례악, 판소리, 강릉 단오제 뿐 아니라 세계 기록유산으로 훈민정흠해례본,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철, 승정원일기, 팔만대장경, 조선의 궤, 동의보감 등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아직 등재되지 못한 다양한 유, 무형의 문화유산이 등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떨치는 일임이 분명하며 우리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며 자신의 뿌리가 든든한 반석위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우리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을 벗어나 보다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유홍준의 한국 미술사 강의’는 시기적절하게 출간된 의미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저자 유홍준은 서문에서 우리나라 미술사를 통합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며 책으로 발간해온 흐름을 살피며 일반 대중의 필요에 의해 ‘소파에 기대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읽기 편하고 한국 미술에 맞는 체계를 통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동시에 본문에 언급된 작품은 사진으로 함께 제공함으로써 미술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독자도 쉽게 읽어 내려가고 이해할 수 있는’ 미술사 입문서의 성격을 취했다고 말하고 있다. 미술사는 인간이 이룩한 유형문화를 총괄하기에 우리민족의 뿌리로부터 시작한 한국 미술사의 정리는 통일된 시각으로 민족사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하는 의미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홍준의 한국 미술사 강의는 한반도 인류사의 출발인 선사시대로부터 고조선 삼국시대와 고구려, 신라, 백제와 가야 그리고 통일 신라와 발해에 이르는 미술사를 총괄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남아있는 유물을 도록과 함께 자세한 설명을 이끌어 내고 있는 저자의 섬세한 해설은 기존에 알고 있는 일반적인 부분을 넘어서 전문적인 지식의 전달까지 충실한 입문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삼국의 문화적 유형을 차별화하여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각각의 특징을 잘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또한 그동안 불분명했던 유물의 시대구분이나 역사적 의의 등을 꾸준히 전개된 유적발굴을 통해 밝혀진 부분을 비교하고 검토하여 정확한 구분을 해 주고 있다.

이 책은 특히, 적성총(積石塚)을 돌무지무덤, 석실(石室)을 돌방, 석실봉토분(石室封土墳)을 돌방흙무덤, 무용총(舞踊塚)을 춤무덤, 각저총(角抵塚)을 씨름무덤 등 유물의 명칭에 있어 기존에 익숙한 한자식으로 불리던 것을 우리말로 옮겨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점이 있지만 더 긍정적인 측면으로 다가서고 있어 우리문화재의 우리식으로 부르는 의미를 더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책에 수록된 도록의 생생한 모습은 우리미술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하며 또한 한국 미술에서 빠질 수 없는 불교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고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알게 하기 위한 부록은 미술사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한국 미술사를 총괄하고자 하는 저자의 발간 의도에 따라 다음에 발간될 통일신라와 고려 그리고 조선시대를 다룰 후속 작에 대한 기대를 더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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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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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에 대한 가치는 시대에 따라 그 평가를 달리하게 된다. 시대뿐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에 의해서도 같은 상황을 다르게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엇이든 절대적인 평가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모든 사람들의 욕망의 근저에 머물고 있는 본능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에는 공통적으로 흐르는 무엇이 있지 않을까?

문학작품의 중심주제가 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사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성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는 방식도 그 만큼 다양하다.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이나 사랑의 좌절을 그려가기도 하면서 인간관계에서 사랑과 성이 차지하는 역할과 힘, 성을 표현하는 다양한 모습 등을 통해 ‘사랑의 본래 모습’이 무엇인지를 찾아간다. 

파울로 코엘료의 ‘11분’의 중심 주제 역시 사랑과 성이다. 한 여성의 성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한 성을 팔아 자신이 꿈을 실현해 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브라질의 한 시골에서 자란 마리아는 설레는 마음으로 남자를 만나지만 스스로의 벽이나 친구의 배신 등으로 사랑의 좌절을 겪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성장과정을 겪으며 자란다. 자란 곳에서 벗어나 휴가를 보내던 마리아는 연예인으로 성공을 보장해 준다는 사람을 따라 스위스 제네바로 떠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무용수로 클럽의 소속된 생활이었다. 낯선 땅, 낯선 상황에 직면한 마리아의 선택은 자신의 성을 파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지만 주어진 환경에 굴복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생활을 모색한다. 

어린 시절 겪었던 사랑의 좌절이후 자신에게 사랑은 없을 것이라는 자기억압과 성을 팔며 수많은 남자를 상대하면서도 사랑과 성에 대해 스스로를 가두어두는 것이 돈을 모아 브라질로 돌아가 농장을 구입하고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것인 현실적인 꿈을 실현하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리아에게 랄프라는 화가의 등장으로 억눌러 두었던 사랑의 열망으로 내면의 갈등을 겪게 되면서 사랑과 성에 대한 자신의 깨달음에 길로 나간다.

성행위는 종족보존을 넘어선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과 남녀를 불문하고 자신의 성에 대한 극복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 것이 현실이라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11분은 성행위의 평균 지속시간을 뜻한다고 한다. 11분이라는 시간적 제약보다는 성행위가 사람에게 주는 의미를 찾아가려는 개인들의 열망을 담아내고 있다고 본다.

11분은 성에 굴복하는 다양한 모습을 통해 인간이 요구하는 행복의 근원에 무엇이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현실에서 오는 남자, 여자, 사회적 지위와 부, 사회적 관계에서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역할 속의 자신 등 온갖 억압적 요소로부터 탈출하려는 의지가 포함된 성에 대한 열망이 좌절되면서 나타나는 것이 왜곡된 성의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때껏 사랑을 자발적인 노예상태로 여겨왔다.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다. 자유는 사랑이 있을 때에만 존재하니까. 자신을 전부 내주는 사람, 스스로 자유롭다고 느끼는 사람은 무한하게 사랑할 수 있다.’

파울로 코엘료의 인간에 대한 탐구과정에 늘 등장하는 사랑과 자유는 11분에서는 성과 관련되어 나타나고 있다. 인간관계와 자신에게 자유로운 사람만이 사랑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랑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의지와 열정이 그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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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경영 콘서트 - 대한민국 CEO를 위한 클래식 아트경영
서희태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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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감성을 이끌어 내는 클래식 경영
매주 열리는 국악공연에 참여하며 옆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의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주 작은 무대지만 공연을 하는 사람들의 진지한 모습과 이에 호응하는 관객들의 호흡은 거의 환상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맛에 공연을 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음악이나 문화예술의 긍정적인 모습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삶의 질에 대한 것으로 옮겨진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음악회, 공연, 전시회 등의 이름으로 펼쳐지는 문화예술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낯선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어려움으로 다가서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성장과정에서 문화예술을 접촉하고 그것이 생활화 된 사람들이야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그것과는 딴판으로 살아온 사람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예술을 접하고 누릴 수 있는 텔레비전의 영향은 대단히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

한때 많은 사람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갔던 텔레비전 드라마가 있었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그것이며 이는 낯설지만 늘 염원하는 클래식의 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톡톡하게 해낸 드라마로 기억된다. 그 드라마의 예술감독 서희태의 독특한 시각으로 발간한 책이 주목을 끈다. ‘클래식 경영 콘서트’라는 이 책은 대한민국 CEO를 위한 클래식 아트경영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클래식과 경영의 접목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의 (사)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음악 전공자라는 경험을 기업을 운영하는 환경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이 책에는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훨씬 전부터 클래식과 경영을 접목시킨 기업의 CEO들이 많이 등장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기업인 금호아시아나의 금호문화제단은 지역 내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지원활동으로 아는 사람들 사이에는 꽤 유명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뿐 아니라 신세계, 한화, 대우건설, 크라운 해태제과를 비롯하여 많은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기업 CEO 개별적인 관심도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영향 받은 클래식에 대한 흥미가 개인을 넘어 기업으로 다시 사회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하이 컨셉트’형 작곡가 스메타나, 제3의 시각을 가진 음악가 드보르작,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파파’ 하이든, 지식을 창조하는 바흐, 완벽을 지향한 리더십의 베르디, 새로운 소프트 파워 리더십을 보여준 푸치니, 마음을 움직이는 창의력을 가진 작곡가 존 케이지의 창조적 리더십 등 유명한 고전음악가들의 모습 속에서 클래식과 경영의 공감대를 찾아내고 그들의 통한 경영에 도움을 되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딸아이가 국악을 전공하면서 알게 된 학교에 대대적인 지원을 하는 기업을 알게 되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라는 기업이 국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매년 정기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기업으로 그 나라의 전통 문화와 예술을 계승하고 발전시킬 생각을 한다는 것은 단지 기업의 이익을 위해 투자하는 것 이상의 기업 마인드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럼 우리나라에 클래식 음악 아니 문화예술이 언제부터 기업의 경영과 결합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사회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가는 기업 경영의 변화로 보인다. 기업의 근본적인 이념이 이익추구에 있다고 하지만 그 이익의 원천을 보장해주는 것이 사람이고 그 사람들의 감성적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모습이 확대된다면 ‘보여주기 위한 쇼’를 넘어 노사와 대중이 공감하는 기업문화가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이렇게 변화된 사람과 사회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해가는 기업CEO들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을 접할 때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오케스트라의 구성, 공연관람 시 어느 곳에서 관람해야 더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지, 박수는 언제 처야 하는지 등 음악, 공연감상의 일반적인 상식까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무대에서 연주를 지휘하는 지휘자로 무대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인뿐 아니라 객석의 관객 또한 주인공이라는 세심한 배려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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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 - 나는 책을 통해 여행을 한다
윤정은 지음 / 북포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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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책장을 돌아보게 하는 자기계발서
최근 책의 유용성을 살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세상을 받아들이는 수단으로 책이 가지는 가치가 오늘날 보다 훨씬 높았던 시대라고 볼 수 있는 조선시대 이야기로, 세상과 사람의 삶이 담긴 책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었던 ‘책쾌’라는 책의 유통을 업으로 삼았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은 책을 단순히 밥벌이의 대상의 수단으로만 여기지 않고 책에 담긴 세상의 가치와 그 효용의 가치를 알았던 사람들이며 당연히 책을 좋아했던 사람들이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고 해도 책이 가지는 가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의 저자 윤정은은 바로 그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배운 세상을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자라온 환경에서 책 밖에 다른 통로가 없었다는 저자의 인생은 책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책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철학, 역사, 인문, 문학, 시, 예술, 과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의 책 탐구는 ‘나는 책을 통해 여행을 한다’는 이 책의 부제가 결코 과정이 아님을 알게 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그렇게 빠져 살았던 책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 것은 아니다. 그 책 속에서 배운 모든 것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온갖 고난과 역경을 헤쳐가는 지혜를 담고 있다.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꿈을 가지며 그 꿈을 실현할 방도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 근거를 그동안 섭렵했던 책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제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에는 저자의 사유의 결과를 총 4부로 나누어 보여준다. 제1부 철학적 사유로 가는 ‘도피와 방황’, 제2부 ‘인풋’이 ‘아웃풋’을 살찌운다, 제3부 나는 ‘은따’가 싫어 글에 빠졌다, 제4부 철학적 사유로 보헤미안 가는 길이 그것이다. 개인의 자잘한 일상에서 출발하는 인생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 사유는 먼 곳에 있지 않다. 가장 현실적인 지금의 생활에서 출발하고 그 생활의 모순을 해결하는 현실로 모아지고 있다. 이 점이 저자가 말하는 철학적 사유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한다. 현실을 벗어난 현학적인 사유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고 현실에 기반을 둔 사고, 그것이 내 철학의 뿌리가 내게 있다는 말로 압축되었을 것이다.

책을 통해 자신을 가꿔가도록 만드는 자기계발서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독자의 한 사람인 나에게 강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말은 다니엘 페니크가 말했다고 하는 독자의 절대적 권리 열 가지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가 그것이다. 한 사람의 독자로 이 책을 잘못 읽은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씹고 씹어서 나름대로 소화가 되어야 나올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동안 저자가 서두에서 말한 대로 라면받침으로 쓰더라도 곁에 두고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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