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뒤르켐의 자살론
에밀 뒤르켐 지음, 황보종우 옮김, 이시형 감수 / 청아출판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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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음 주 공부모임 주교재다. 지난 번 공부모임에서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에 대한 세미나가 사뭇 진지하여 그 여세를 몰아 다음 번 공부의 주제도 유사 분야로 정했고 참가자들이 추천하는 책 중에서 이 책이 부교재로 <사회란 무엇인가?>가 부교재로 선정되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진정한 목적은 공부모임의 취지와는 약간 달랐다. 물론, 책의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다시피 책의 소재와 주제는 19세기 후반 서구사회에서 ’자살’이 일어나는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지만, 당초 저자가 책을 집필한 궁극적인 동기는 그것보다 ’자살’을 주제로 하여 사회가 무엇인지 밝혀내고 학문으로써 사회학을 어떻게 연구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나는 다음 주 부교재인 <사회란 무엇인가?>를 읽은 다음에야 저자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되었다.(그래서 다음 주 공부모임 토론 주제가 조금 애매해지긴 했고...)
 
비록 내가 사회학이나 사회과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저자가 19세기 후반에 사회학을 학문으로 일으켜내기 위해 도입한 사회에 대한 정의와 개념, 사회학의 연구방법론은 아마추어의 시각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1880년대 초반에 이 고전을 발간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130년 전에 프랑스, 그리고 서구에서 사회와 국가의 변동흐름을 읽어내고 사회학을 위해 여러 국가의 통계를 이용해 분석해내고 그 데이타로부터 ’자살’의 사회적 원인을 밝혀내는 저자의 학문적 능력은 대단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사회학계에서 저자를 ’사회학의 창시자’로 예우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몇몇 인터넷에서는 이 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책을 소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현대인들의 사망원인 중 하나인 자살에 관한 궁금증을 설명한 책"이라거나 "사회문제가 아닌 현대인의 질병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자료와 통계를 분석하여 자살을 사회학적으로 접근하여 풀어낸다."라는 설명이 있다. 첫 번째 설명은 이 책이 단순히 ’자살의 궁금증’을 다루는 책이 아니라 자살의 원인을 사회의 변동과 연관하여 분석한다는 점에서 잘못되었고, 두 번째 설명은 완전히 거꾸로 설명한 것으로 무지와 오해의 극치다. 저자는 자살이 개인들의 질병이 아닌 사회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결론을 내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회적 응집력/통합정도가 극단으로 치우칠 경우 자살이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19세기 말 프랑스와 프로이센, 작센, 함부르크(모두 현재 독일연방 지역), 스웨덴, 덴마크, 영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의 정부자료를 이용하여 가난과 고통, 권태와 우울증, 혹은 명예를 위해 자살하는 사람들의 원인과 연령과 지역, 기후와 건강, 결혼의 유무에 따른 자살률의 변화와 자살 방지법은 무엇인지 분석한다.

저자는 그 자료들을 활용하여 자살을 선택할 만큼 그 이유가 정말 괴롭고 힘든 것인지, 왜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는지, 비슷한 상황이어도 자살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을 통해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 이를테면 신경쇠약 등의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이 자살을 할 것이라든지, 자살을 막으면 그 폭력성이 살인으로 연결된다거나, 경제 부흥보다는 경제 위기 때 훨씬 자살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 등을 엄격한 자료의 비교와 분석을 통해서 사회적 원인을 규명해낸다.(책 속에서 저자는 자살의 유형을 이기적인 자살, 이타적인 자살, 아노미적 자살로 구분한다.) 공부모임에서 정확한 개념을 정리한 바로는, 사회공동체의 규범과 같은 방향에서의 자살은 이기적 자살로, 다른 방향에서의 자살은 이타적 자살로 정의했다.
 
저자의 결론은, 개인이 그보다 큰 도덕적 실체, 즉 집단적 실체(사회를 의미함)에 지배되고 있다는 것이다. 각국의 국민들은 사망율보다 더욱 확고한 자살률을 보인다. 하루, 한 달, 한 해에 따라 나타나는 자살률의 변화는 사회생활의 리듬을 반영한다는 것. 결혼, 이혼, 가족, 군대, 종교 등의 제도는 명확한 규칙(법칙)에 따라 자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자살의 결론을 통하여 저자는 사회라는 제도를 실재하고 살아 있는 능동적인 세력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그런 제도가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통해서 제도들이 개인으로부터 독립된 존재임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므로 저자는 사회학이 왜 객관적일 수 있으며 객관적이어야 하는지 분명해짐을 밝힌다. 사회학은 심리학이나 생물학과 마찬가지고 명확하고 실질적인, 사회라는 실체를 연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자살을 줄이고 방지하기 위하여 ’조합’을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당시 유럽사회가 중세적인 가족제도와 장원제도, 그리고 종교가 지위와 역할, 사회적인 통합, 커뮤니케이션에서 영향력을 급속히 상실하였고 국가 역시 그 역할을 대신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업과 교류시간, 통합력과 소통가능성을 고려하여 당시 폭발적으로 늘어가기 시작한 ’조합’이 그런 기능들을 대신해야 하고 따라서 ’조합’을 더욱 확대하고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21세기 한국으로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상상도 할 수 없는 관점과 제안이지만, 저자가 ’조합’을 유력한 대안으로 내세운 이유들을 심사숙고하면서 지금의 한국이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할 지 고민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공부모임 토론 중,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온 모 참석자는 당시 사회학계와 튀르켐은 노동분업과 그에 따른 조합이 사회적 통합을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 책이 현재 한국사회에 필요한 이유는 자살을 사회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고 사회적인 원인으로 자살을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도 그런 경향이 강하지만, 한국사회 역시 자살을 개인적인 나약함이나 개별적인 조건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자살은 사회(종교,가족,국가,정치등)가 응집력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이다. 응집력의 요소는 의사소통, 감정교류, 세대간 단절, 급격한 가족해체, 이해와 공감, 도덕적 규제 등의 문화적인 것과 사회적 안전망 부족, 급속한 빈부격차 확대, 예기치 않은 실직과 부도 등의 제도적인 것이 모두 포함된다. 사회가 사람들을 자살로 몰고 있다고 애기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19세기 후반의 사망율, 자살율 통계가 20세기와 21세기에도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에서 최고라는 언론 보도를 통하여 우리사회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은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저자의 분석과 결론을 통해 현대의 한국사회를 바라보면, 결국 21세기 한국사회가 객관적으로 엄중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크게 기대하기 힘든 정부와 정치권, 기존 학계에게 기대하거나 기다리기 보다는 외부에서 시민 각자가, 관심있는 사람 하나하나가 연구하고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실행하면서 방향과 목표를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1월 뉴스자료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자살방지를 위해 법규에 반영한 것이 고작 ’자살방지센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열심히 홍보하면 자살이 줄 것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

자살을 방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살의 원인에 모두 내포되어 있다. 국가,정치적으로는 제도적인 정비를 서둘러야 하고 사회적으로는 각종 소통과 공감의 조직과 문화가 활성화 되어야 하며(종교도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하고), 가족간의 해체를 줄이고 복원시킬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 2011년 2월 17일 ]
 
 
-------------------------------[ 자살 관련 통계치와 관련 뉴스 ]-----------------------------------------
 
1. 통계청 사이트 공식 자료
 
한국의 사망 통계와 자살 통계가 궁금한 사람들은 첨부한 통계청의 보도자료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통계청이 데이터를 ’마사지’한다는 정황이 강하다는 것...
한 가지 예를 들면, 2006년 통계자료에서는 자살수치가 10만명 당 23.0명인데, 2007년 자료에서는 21.8명으로 바꾸어져 있다.

2009년 통계청 발표자료에서는 10만명 당 무려 42명이다. 한국이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 30년간 자살 증가율이 무려 400%에 달한다는 것이다.
 
 
2. DAUM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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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살률, 2년 연속 세계 1위"’장기 내수불황’으로 5년째 자살 급증, 20~30대 사망원인 1위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5년 연속 높아지며 작년 10만명당 26명을 기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년연속 1위를 차지했다.

자살률 5년째 상승, 하루 평균 6백73명 사망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의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은 10년전인 1995년의 11.8명의 2배가 넘는 26.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의 연도별 자살률은 1999년 16.1명에서 2000년 14.6명으로 일시적으로 낮아졌다가 2001년 15.5명, 2002년 19.1명, 2003년 24.0명, 2004년 25.2명에 이어 작년까지 5년 연속 수직상승했다. 자살자 급증은 ’장기 내수불황’과 아파트값 폭등으로 ’양극화’가 극심히 진행된 시기와 일치하는 현상이어서, 극심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확산 등 경제난에 따라 자살율이 급증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OECD 기준인구로 국가별 연령구조 차이를 표준화한 자살률을 보면 우리나라는 작년 10만명당 24.7명으로 2004년에 이어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했고, 헝가리가 22.6명(2003년 기준), 일본이 20.3명 등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영국(6.3명), 이탈리아(5.6명), 스페인(6.7명) 등은 자살률이 10명을 밑돌았다.

특히 20~30대의 사망원인 중 자살이 1위를 차지해, 차세대의 이끌어갈 젊은 세대의 좌절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률과 더불어 나라 앞날을 어둡게 하는 먹장구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난에 따른 자살은 사회적 타살 성격이 짙다"며 "자살 원인을 구조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총체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40대 이상은 암이 사망원인 1위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의 사망자 수는 24만5천5백11명으로 하루 평균 6백73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자의 사망률이 여자보다 평균 1.2배 정도 높았으며, 50대 남자의 사망률은 여자의 2.85배에 달해 가장 높았다. 40대와 50대 남자의 간질환 사망률은 여자보다 각각 7.45배와 7.26배 높았고 자살률도 여자의 2~3배로 높았다. 남자는 여자에 비해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3.9배, 운수사고가 2.8배, 자살이 2배 수준으로 높았다. 여자는 고혈압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남자보다 1.8배 정도로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 미만은 운수사고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았고, 20~30대는 자살이, 40대 이상은 암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

사망 원인별로는 통계조사가 시작된 1983년 이후 22년째 1위를 차지한 암 사망자가 작년에도 전체의 26.7%인 6만5천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뇌혈관질환 12.7%((3만1천명), 심장질환 7.9%(1만9천명) 순으로 이들 3대 사망원인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7.3%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으로는 1백79명이 암으로, 86명이 뇌혈관질환으로, 53명이 심장질환으로, 33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그 뒤를 이어 자살로 인한 사망자와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자도 각각 1만2천명에 달했으며,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AIDS)으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해 70명이었다.

사망률 별 증가 사인으로는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1995년 110.8명에서 작년에는 134.5명으로 23.7명 증가해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암 종류별 사망률은 폐암(28.4명), 위암(22.6명), 간암(22.5명), 대장암(12.5명) 순으로 높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9.5명, 대장암이 6.7명, 전립샘암이 2.5명씩 늘어난 반면 위암은 3.9명,
자궁암은 0.6명 감소했다.

반면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률은 작년 16.3명으로 10년 전보다 22.4명이나 줄었고 고혈압성 질환은 9.0명, 뇌혈관 질환은 15.4명, 간질환은 12.1명 감소했다.

/ 김홍국 기자 (
archomme@views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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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0 21:55 | 출처 : 본인작성 , [카페] ★가슴~빨★ (가슴성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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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살 관련법 개정 뉴스
 

"세계 최고 자살국 ’한국’ 자살방지대책센터 설치 추진"

 
입력 2011-01-09 15:15 글자확대글자축소인쇄뉴스퍼가기
 
[경제투데이]
세계 최고 자살국가란 불명예를 떠안는 현실에서 자살예방과 방지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자살방지대책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김영선 의원은  최근 이러한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고 9일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2009년 한해 자살에 의한 사망자수는 총 1만4413명으로 하루 평균 42.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살률 세계1위 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2000년부터 10년간 자살사망률이 2.38배로 급증하고 있어 사회적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는 실정이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 OECD회원국 대상 자살증가율 조사한 결과 회원국 자살률은 평균 20.4% 감소한 반면 한국은 17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국가적 품격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번 개정 법률안 발의와 관련,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일차적 책임이 있는 국가가 나서서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예방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살방지 교육과 자살방지대책센터를 설치해 국민의 자살대책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고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보람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법률안은 김영선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김기현, 김정권, 김태원, 김호연, 손범규, 신영수, 안효대, 유승민, 이인기, 이종혁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http://eto.co.kr/news/view.asp?Code=2011010915155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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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11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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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르켐 & 베버 : 사회는 무엇으로 사는가? 지식인마을 19
김광기 지음 / 김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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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음 주 공부모임의 부교재(주교재는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다. 공부모임에서는 <자살론>과 이 책으로 ’사회란 무엇인지’, 그리고 ’사회학이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면서 사회&사회학의 개념과 구성원리, 사회의 작동원리를 함께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저자는 출판사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 중의 하나인 ’사회란 무엇인가’를 서구에서 출현한 사회학의 두 거장 에밀 뒤르켐과 막스 베버를 비교하면서 풀어낸다. 저자는 사회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출현한 시점을 중세시대가 붕괴하기 시작한 프랑스 혁명으로 본다.(저자의 생각은 곧 현대 사회의 주류 사회학계가 그렇게 인정한다는 뜻이다)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기존의 사회체제가 완전히 붕괴되고 새로운 질서가 성립되는 혼란 속에서 사회학은 탄생했다. 기존의 사회체제의 붕괴는 더 나아가 기존에 당연시되던 모든 것들의 정당성과 도덕성이 도전을 받고 의문시 되었다. 인류는 생각의 자유를 얻었지만, 대신 생각해야 할 의무와 피곤함을 안게 되었다. 중세의 붕괴 이후에는 세상과 사회, 자연과 인간에 대해서 종교가 제공하던 생각의 틀과 질서를 인간들 스스로가 세워야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은 일반인 뿐 아니라 지식인,학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19세기 들어서야 그 모습을 드러낸 사회학이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철학, 신학, 과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학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사회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을 찾아내려는 사회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에밀 뒤르켐은 사회학의 창시자라 불린다. 그는 사회를 "그것 자체로 하나의 독특한 실체를 이루는 현상"으로 보았고 그렇기 때문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를 학문으로 다룰 수 있었다. 그래서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자살을 한 개인의 심리상태나 유전, 또는 질병이 아닌 사회적 통계의 분석을 통한 사회적 원인을 찾은 것이다.(그 원인은 사회의 응집력이었다) 현대 사회학에서는 ’사회’의 중요한 특성을 - 1) 인간 개개인의 외부에 당당히 존재하는 외재성, 2) 사회가 인간들의 밖에 존재한다는 것을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알고 있는 객관성, 3) 사회는 외부에 존재하면서 오히려 개별 인간들을 강제할 수 있는 강제성, 4) 도덕적 권위를 갖는 정당성, 5) 개별 인간이나 집단보다 오래된 역사성 - 이라 한다. 그리고 에밀 뒤르켐은 종교에 대한 독특한 정의를 통해 사회는 종교와 결코 다르지 않으며, 종교와 마찬가지로 ’믿음’과 ’제사(행위)’로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뒤르켐은 종교현상을 일종의 ’집단적 광풍’으로 보았고 그 광품을 구성하는 것이 믿음과 제사였다.)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체계의 출현을 개신교의 윤리와 접목시켜 인과적으로 설명한 막스 베버는 종교가 사회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에 초점을 맞추었다. 나아가 베버는 현대사회를 오랜 기간 역사 속에서 추앙받아온 기존 종교의 절대성이 쇠퇴하고 대신 다양한 가치들이 모두 신의 반열에 올라 그 우열을 가늠하게 되는 이른바 가치의 다신교적 상황의 도래로 묘사했다. 그는 사회 현상에서 인간들의 ’행위의 규칙성’을 찾아 인간의 행위에 담겨있는 의미를 팡가하는 식의 사회(과)학 방법론을 세웠다.
 
막스 베버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부분은 베버가 자신의 사회학을 전개해나가는 데 있어 끈질기게 염두에 두었던 사람이 칼 마르크스였다고 한다. 흔히 이를 두고 비평가들은 "베버가 마르크스의 망령과 부단히 씨름했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베버가 마르크스와 마찬가지로 현대사회(당시 기준으로)의 자본주의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고 마르크스가 사망한 이후에 그의 저작과 추종자들을 극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인류역사의 필연적인 단계로 자본주의를 규정하고 전인류가 속한 모든 사회에서 일어난 역사적인 볍칙으로 보았지만, 베버는 인류의 일반적인 발전단계는 존재하지 않았고 서구자본주의의 발전은 서유럽과 미국에서만 전개되는 독특한 현상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마르크스는 종교를 포함한 정치, 예술, 문화 등을 ’상부구조’라 규정하고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고 보았지만, 베버는 "상부구조가 하부구조를 결정한다"는 식으로 인식하였다.
 
저자는 이처럼 과거와 현대를 관통하는 사회의 본질을 규명하려 했던 두 명의 지식인 뒤르켐과 베버의 논의를 통해 현재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현상을 사회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저자는 책의 말미에 키르키즈스탄의 신붓감 납치 문화와 에티오피아 수르마족 여인들의 입술에 구멍내기 문화, 한국의 황우석사태와 월드컵 응원문화는 "사회란 모두가 미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과 "정상과 비정상은 사회적 정의定義 문제"라고 결론을 내린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사회는 집단적으로 미쳐있음을 인정하면서 사회와 집단이 주어진 모든 것을 매우 당연하게 여기면 살아왔던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태도와 이념, 가치관에 대한 ’회의’와 ’반성’의 계기를 가져야 함을 주장한다. 

사회가 무엇이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실제로 내가, 그리고 우리가 사회에 대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직접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에 대한 뒤르켐과 베버의 이론과 결론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단초와 계기는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가 2006년에 기획하여 시작한 [지식인 마을 시리즈]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동서양의 대표 지식인 100인의 사상을 소개한 것이다. 이 기획은 분야별, 시대별로 지식인들의 대립, 계승, 영향관계를 비교하여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카이스트 출신으로 동덕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장대익박사가 시리즈를 주도했으며, 현재 37권까지 출간되어 있다. 일반인들이 주요 사상가와 이론가들의 핵심을 엿보는데 유익한 교양서가 될 듯 하다. 
 
[ 2011년 2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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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학 몸의 철학 마음의 건강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70
이창일 지음 / 책세상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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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지난 4월 7일 [평화나눔아카데미] 3회차 강좌에서 강연한 바 있고 이 책은 저자가 강연시 활용한 교재였다. 강좌 전에 강연을 조금이나마 쉽게 알아듣기 전에 읽었다. 이 책은 저자가 대학원 논문으로 쓴 이제마의 사상체계를 다시 책으로 발간한 것인데, 저자는 그 이후에도 이제마의 문집 초고인 <동무유고>와 <동의수세보원> 등 이제마의 글을 재정리하여 발간한 바 있다.
 
이 책은 국내에서 의학적 측면으로만 논의되어 왔던 이제마의 사상의학의 철학적 배경, 즉 유가사상과의 관계를 고찰함으로써 사상의학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찾는다. 그리고 인간의 생리학적 구도를 이해하기 위한 방편이었던 숫자 '4'의 의미와 전통 유학의 범주인 천인天人과 성명性名의 관계, 사상인의 특성이 형성되는 원리, 그리고 윤리와 도덕이 어떻게 개인의 재능과 능력에 영향을 주는지 등을 살펴본다. 
 
이제마는 1837년 함경북도 함흥에서 유지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함흥은 조선 왕조 개국 성씨인 전주 이씨 지역이고 개항기에 외국 세력과 접촉했던 원산항과 더불어 중요한 문호이기도 하여 어느 정도 개화되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이제마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네 번째 부인이므로 서출이었다. 이제마 출생에 대한 태몽으로 할아버지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 집안의 장남 노릇을 했던 이제마는 그의 나이 열 세살 때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연이어 잃고 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이제마는 조선 반도 뿐 아니라 만주나 연해주까지 유람한 것으로 보이며, 그 사이 유학과 주역을 비롯한 많은 학문을 익히고 견물을 넓히고 선배들로부터 배운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서른 아홉에 무과에 급제하여 관직생활을 시작했고 쉰넷에 관직에서 물러나고 예순넷이던 1900년에 세상을 떠났다.
 
오늘날 동무東武 이제마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그가 남긴 의서 <동의수세보원>에 실린 "사상의학"에 대한 호기심의 연장이며, 이것은 사람들의 건강에 관한 극도의 관심표명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들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이라 하여 사람의 체질을 크게 4가지로 구분한 후 그에 맞는 건강관리법 및 병의 치료법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단순히 몇 가지 체질구분 방법인 체형이나 심성 등으로만 체질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철학적인 배경을 가지고 이해 및 접근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동무 이제마의 철학적 배경은 유학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맹자>의 유교사상을 핵심으로 두고 있다. 즉, 그가 말한 사상(四象)은 맹자의 사단(四端)이 가지고 있는 함축적 의미와 거의 같다. 쉽게 말해서 이재마의 사상의학은 맹자의 유교철학을 의학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단이란 측은지심과 수오지심, 사양지심과 시비지심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는 학생시절에 맹자의 사단을 '인의예지(仁義禮志)'로 간단하게 배운 바 있다. 맹자는 이에 대해 "사람에게 이 사단이 있는 것은 사체를 지니고 있는 것과 같으니, 사단을 지니고 있으면서 스스로 인의예지를 행할 수 없다고 하는 자는 스스로를 해치는 자요. .... 무릇 우리에게 있는 사단을 모두 넓혀서 채울 줄 안다면 마치 불이 처음 타오르고 샘이 처음 나오는 것과 같을 것이니, 진실로 능히 채우면 사해를 보호할 수 있고, 진실로 채우지 못하면 부모도 족히 섬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사상의학에서 핵심은 인간의 마음에 있다. 즉,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것을 치료할 때 비로소 완전한 치료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학에 관한 입장은 현재의 서양의학과 전통 한의학과는 사뭇 다른 형태로 이해되어야 한다. 현재 의학이라고 하면 서양의학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것의 핵심은 징후학이며 구체의학 이라는 것이다. 즉, 병이 발생하고 나면 이것을 병으로 간주하고 치료를 하고(병이 발생하기 전 부조화는 병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몸의 전체를 통합적으로 연관하여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이 발생한 부위에 한정하여 직접적인 치료를 가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현재의 주류 한의학의 개념은 이러한 서양의학과는 다른 통합적 치료와 병이 생기기 전의 신체의 부조화까지도 병이라 규정하고 이것에 대한 본질적인 치료를 행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리하여 주류 한의학에서는 병이 발생한 곳 뿐만 아니라 그것과 연관이 있는 다른 장기까지도 치료하여 병의 본질적인 파해를 추구한다.
 
천인(天人) : 천기와 인사
- 천기 : 지방, 인륜, 세회, 천시  --- 눈, 코, 입, 귀 -----------  
              ㅣ     ㅣ      ㅣ    ㅣ                                     ㅣ  애哀, 노怒, 희喜, 낙樂  -> 사해
- 인사 : 거처, 당여, 교우, 사무  --- 폐, 지방, 간, 신장 -----
 
사해(四海)
- 눈, 코, 입, 귀 -> 이해, 막해, 혈해, 정해 -> 의意, 여廬, 조操, 지志
- 폐, 비, 간, 신 -> 진해, 고해, 유해, 액해 -> 신神, 영靈, 혼魂, 백魄
 
성명(性名)
- 성 : 텩, 가슴, 배꼽, 아랫배 - 주책, 경륜, 행검, 도량 - 의려조지
- 명 : 머리, 어깨, 허리, 볼기 - 식견, 위의, 재간, 방략 - 신령혼백
 
사상인(四象人)
- 태음인의 턱은 마땅히 교만한 마음을 경계해야 하고 어깨는 사치하려는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 태음인의 턱에 교만한 마음이 없다면 절세의 주책이 거기에 있을 것이며, 태음인의 어깨에 사치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대인의 위의가 반드시 거기에 있을 것이다.
- 소음인의 가슴은 뽐내는 마음을 경계해야 하고 머리는 마땅히 빼앗으려는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 소음인의 가슴에 뽐내는 마음이 없다면 절세의 경륜이 거기에 있을 것이며, 소음인의 머리에 빼앗으려는 마음이 없다면 대인의 식견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 태양인의 배꼽은 우쭐거리는 마음을 경계해야 하고 엉덩이는 마땅히 도적질하는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 태양인의 배꼽에 우쭐거리는 마음이 없다면 절세의 행검이 거기에 있을 것이며, 엉덩이에 도적질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대인의 방략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 소양인의 아랫배에는 자랑하는 마음을 경계해야 하고 허리는 마땅히 게으른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 소양인의 아랫배에 자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절세의 도량이 거기에 있을 것이며, 허리에 게으른 마음이 없다면 대인이 재간이 반드시 거기에 있을 것이다. (p.123)

이러한 서양의학과 주류 한의학과의 차이와는 다르게 분명 사상의학 또한 한의학의 한 지류임에도 불구하고 주류 한의학과는 또 다른 차이를 보인다. 일단은 기존의 한의학과 유사하게 병의 통합적 치료를 강조하고 있지만, 몸과 병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 및 장부를 이해하는 방식이 주류 한의학과는 다르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오장(五臟)의 하나인 심장을 바라보는 개념의 차이일 것이다. 주류 한의학에서는 심장은 '생명력의 근원'이라고 이해하며 나머지 4개의 장과 비슷한 위상을 지니는데, 이제마의 사상의학에서 심장은 다른 네 가지 장의 중심에 있는 핵심 장부로 이해한다. 즉, 심장이 다른 장기와는 독립되어 사고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철학적 배경인 맹자의 마음에 관한 이해를 심장과 동일시하면서 <심장=마음>이다라는 새로운 접근을 하게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상의학은 곧 마음의 의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된 것이다. 여기에 체질의 태생적 구분을 전제로 하여 태양인, 태음인, 소음인, 소양인의 네 가지로 구분하고 이 체질에 맞는 병의 근원적 이해 및 치료를 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차이로 인하여 기존 한의한과는 다른 약재의 사용이 나타나게 된다(몸의 대한 이해와 약재에 대한 이해가 다르므로). 또한 주류 한의학에서 침술이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사상의학에서는 침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저자는 강연에서 “사상의학은 단순한 질병 치료의 의학이기에 앞서 ‘어떻게 살아야 참다운 인간의 길인가’라는 인류의 오랜 물음에 답하고자 했던 새로운 철학이자 인간학”이라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면서 사상의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근대의학과 약물에 맡겨 놓았던 우리 몸과 마음에 대한 주권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기 중심과 인간 중심의 사고체계, 즉 자기 인식의 틀을 벗어버리고 모든 것을 수용하고 먼저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인간관계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철학적, 종교적으로도 많은 분들이 만한 바 있고 동양철학의 밑바탕이기도 할 것이다. 동양철학은 현재 서양과학으로 불리우는 가위손에 의해 철저하게 난도질당하고 있다. 모든 것을 이분화하고 구체화하면서 우리의 인식 또한 그러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인지도 모르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시작하여 중세와 근대의 서구철학은 이분법을 특징으로 한다. 마르크스-레니주의 또한 그 본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나마 21세기를 전후하여 서구 철학과 과학적 세계관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이원론과 이분법을 극복하려는 서구의 철학자와 과학자들이 나타나는 것이 다행이지만...
 
이 책은 이제마의 사상의학의 철학적 배경을 석사학위 논문으로 정리한 책이라 독자들이 읽고 이해하기 상당히 어렵다. 유학과 주역에 대해 문외한인 독자들의 경우, 사상인이나 사상의학까지 나아가기 전에 책을 덮어버리고 말 것이다. 앞으로 이제마 개인의 삶의 역정에 대해, 사상의학의 철학적 배경과 내용에 대해, 사상인과 사상의학에 대해, 주류 한의학과 사상의학의 비교에 대해 각각 연구 결과가 나와 독자들에게 제공되기를 바란다.
 
유학도 익히지 못했고 주역도 읽어보지 못했기에 150쪽을 읽는데 며칠이 걸렸다. 그리고도 금세 머리 속이 하얗게 지워지곤 한다. 차분히, 천천히 동양철학과 세계관을 배워나갈 생각이고 이 책이 조금 채찍질이 된 것 같다.
  
[ 2011년 4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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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금, 보험, 저축을 능가하는 노후대비'책'
    from 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2012-10-24 17:29 
    '두통에는 진통제', '우울증엔 항우울제', '불면증엔 수면제'라는 것이 공식처럼 각인되고 있다. 그러나 시댁과 갈등을 겪는 전업주부의 두통과 학습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의 두통이 과연 같은 질병일까. 또 시댁과 갈등을 겪는 주부에게 어깨 결림,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생리통이 동시에 나타났다면, 이는 각각 정형외과, 신경과, 정신과, 내과, 산부인과에서 따로 해결해야 할 병일까. ─강용혁, 『닥터K의 마음문제 상담소』, 12쪽 예전에 손발이 너무..
 
 
 
정치의 발견 - 정치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학 강의
박상훈 지음 / 폴리테이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정치란 무엇일까?
정치인은 왜 언론과 유권자들에게 욕을 먹을까?
왜 정치인이라는 직업이 청소년들의 희망 순위에서 최하위에 속하는 것일까?
기업가들은 전면에서는 정치인들에게 있는 욕, 없는 욕을 퍼붓다가도 왜 뒷문에서는 그런 정치인과 연줄을 갖기 위해 그 많은 시간과 돈을 탕진하는가?
사람들은 과연 2~5년에 한 번 정도 투표하는 것으로 민주주의가, 정치가, 정부가 제대로 운영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1980년 이후 현재까지 시민들이 정부와 정치권, 재벌의 부정과 부패를 규탄하여 수 많은 이들이 감옥에 가고 자리에서 물러나고 집권당과 대통령, 시장과 군수가 바뀌었음에도 왜 빈부격차와 재벌편중은 심해지고, 민주주의는 후퇴, 중소기업은 몰락, 고물가와 고실업, 사교육과 학력과잉, 자살자와 비정규직은 갈수록 늘어나는가?
.....
 
위 질문들은 최근들어 내가 사회와 정치에 대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고 이 책은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내가 스스로 찾기 위해 읽고 있는 책 중의 하나다. 우연히도 저자로부터 직접 책에 대한 짧은 강연도 듣게 되어 질문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책을 읽으면서 몇 사람과 같이 토론도 했다. 이 책에서 연결된 여러가지 고민거리 중에서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형성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정치가 우선한다>를 다음에 읽고 싶다. 
 
저자는 자신의 궁극적인 질문은 현실 속에서 바람직한 정치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상실하지 않을 방법이 무엇일지, 떼레야 뗄 수 없는 정치의 세계와 대면하는 것을 회피하지 않고 또 정치가 제공하는 긍정적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정치에 참여하고 누구에게 기대를 걸까를 즐겁게 상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저자가 그 질문들에 대한 단초를 구하기 위해 한국의 현실에서 "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며 좋은 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발간한 것이다. 저자는 진보신당 전대표인 심상정씨가 원장으로 있는 [정치바로 아카데미]에서 2010년 11월에 진행된 저자의 5회 강의를 이 책을 정리했다.
 
"민주주의를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민주주의를 직접 공격하지는 못한다. 대신 그들은 정치와 정당, 정치가를 욕하고 비난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위력을 무력화하고자 한다." 
이 말은 저자가 자신의 선생이었던 최장집 교수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정치, 정당, 정치가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나 대책없는 야유가 사실은 민주주의를 향한 공격일 때가 많다는 것을 잘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 역시 별다른 깊은 생각없이 답답하고 짜증나는 정치분야의 현실에 대한 생각을 드러낼 때 줄곧 사용해온 것이다. 지구상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태동했고 어떤 과정을 겪어 왔는지 돌아보면 독재자, 기득권자, 엘리트, 자본가, 권력자들이 태생적으로 민주주의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70~80년대에 대학가 주변 술집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내뱉던 말,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를 연상하면 된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대놓고 민주주의를 부정할 수 없다. 그 대신에 그들은 언론을 조작하고 민주주의를 희화화시키고 구조적으로 민주주의가 기능하지 못하게 만들고 그 책임을 특정세력에게 떠넘기는 것이 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키는 방식이 된 것이다.
 
1장 [정치는 누가 어떻게 하는가]에서는 정치란 무엇인가를 다룬다. 인간의 사회 활동 가운데 정치가 갖고 있는 특징은 어떤 것인지, 누군가 정치를 한다고 할 때 그가 감당해야 할 윤리적 문제들은 무엇이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정치가가 갖춰야 할 자질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20세기 후반 한국의 대학가와 지식인 집단에서, 노동계와 사회 각층에서 태풍처럼 몰아치던 '혁명'의 열풍은 구공산주의 체계가 무너짐과 동시에 사그라졌다. 하지만 그 태풍과 같던 '혁명'이 필요하던 근원적인 상황과 '혁명'이 원하던 궁극적인 목적은 여전히 이 땅에 남겨져 있다. '혁명'이 사그라졌다면, '혁명'의 모델이 사라졌다면 그 자리에 무엇이 남아있을까?

2장 [정치의 기술, 실천의 기술]에서는 정치적 실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민주주의가 열어 놓고 있는 가능의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해 권력에 대한 태도, 소통의 방법과 말의 힘을 깊이 자각해야 함을 말한다. 지난 번에 읽은 사울 알린스키의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와 마키아밸리의 [군주론]도 도움이 된다. 결국 이 장에서는 "정치와 운동은 별개다"를 말하고 있다.

3강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싸움]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기존의 잘못된 관점과 시각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우리의 민주정치가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 원인 가운데 하나는 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한 것에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즉 현대 민주주의에서 고민해야 할 지점을 말한다. 그 출발은 보통 시민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 그리고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은 갈등, 경쟁, 리더십, 그리고 조직이다. 문제는 대중권력의 한계를 감안하면서도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치체제를 조직하는 방법이다.

4장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것들]에서는 민주주의 초기 단계에서 진보파들이 했던 정치적 경험을 다룬다. 먼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서유럽의 좌파 정치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살펴보고, 우리의 경우에는 어땠는지를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면서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정치론을 이야기한다. 민주화 운동에서 민주주의 정치로 변해야 한다. 국가, 정당, 당파성, 이념에 대해 현실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민주주의든 진보든 민중을 위한 것이며, 거꾸로 민중이 그러한 이념적 가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2004년 원내 진입과 함께 어렵게 만들어진 진보의 정치적 자원이 탕진된 것은, 정파 때문이 아니라 강력한 지도부의 부재로 인해 정파의 폐해가 무제한으로 허용되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강한 정당의 부재는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축소하고 선거를 중간계급 위주의 것으로 만든다."

5장 [이런 정치를 원한다] 에서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치가들이 가져야 할 문제 인식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진보적이기만 해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좀 더 깊고 넓은 인식을 갖는 것의 중요성을 살펴본다. 권력을 이해하고 선용해야 한다. 좋은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리더십 있는 민주주의여야 한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우리 모두 '정치적 이성'을 지녀야 한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기본적으로 불활실성에 대한 존중, 무지의 가능성에 대한 자각, 진보만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이념과 가치의 다원주의, 누구든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의 존중, 타인에 대한 인간적 정중함과 관용" 등을 내용으로 한다. 그 기초위에서 진보를 고민해야 한다. 진보가 진보임을 내세워 민주주의와 정치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이 책을 통해 얼핏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정치와 정당, 대의제 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리고 이 책이 주는 교훈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말만으로 내뱉는 정치로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 몸으로 부딪혀서 정치와 정당 속에서 한계와 가능성을 알아내고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현재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이고 하고 있느냐이다.
 
* 책 속의 책 : 막스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사울 알린스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버락 오바마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샤츠 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 마키아밸리 <군주론>, 셰리 버먼 <정치가 우선한다>, 데이비드 헬드 <민주주의의 모델들>
 
* 책 속의 문장

- 이 책에서도 필자는, 정치를 하게 되어 있고 또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정치를 하라’고 말하고 있다. 정치란 놀라운 분야이고, 소명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정치가가 되는 것은 도전할 만한 아름다운 선택이라고 보기 때문이다.(p.15)

- 권력의 부패는 권력 자체에 있지 않고, 우리 자신에게 있다. (중략) 권력은 삶의 진정한 본질이며 원동력이다. 그것은 몸에서 피를 순환시키고 생명을 유지하는 심장의 힘이다. 그것은 공동의 목적을 위해 위로 솟아올라 단결된 힘을 제공하는 적극적 시민 참여의 힘이다. (중략)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란 생각할 수도 없다. (중략) 성 이그나티우스는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권력과 권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p.59)
- 조직가에게 타협은 핵심적이고 아름다운 단어이다. 타협은 실질적으로 활동할 때 언제나 그 안에 존재한다. 타협은 거래를 하는 것인데, 거래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숨고르기, 크지는 않지만 보통 정도의 승리를 의미하며, 결국 타협은 획득하는 것이다. (중략)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는 끊이지 않는 갈등 그 자체이며 갈등은 간헐적으로 타협에 의해서만 멈추게 된다. (중략) 타협이 없는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를 한 단어로 정의해야 한다면 그 단어는 ‘타협’일 것이다.(p.60)

- 요컨대 갈등 없이는 그 누구도 인간들의 사회 속에서 존재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이런 갈등 때문에 불러 들여진 정치체제이고 또 갈등 때문에 존재한다. 갈등이 없다면 민주주의는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이렇듯 민주주의는 갈등에 기반을 둔 정치체제다.(p.99)
- 샤츠 슈나이더에 따르면 "기존의 직접 민주주의 이론은 ‘인민’이라고 불리는 보통의 시민을 민주주의의 보루로 이상화해 놓고는 정작 현실에서 민주주의가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그 책임을 모두 이들에게 떠넘기는 일을 반복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는 지식인들이 정치적 사안에 따라 위대한 시민을 칭송하는 일과 욕망에 빠진 시민을 탓하는 일로 자신의 일을 다 했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못 참아 했다.(p.106) - 이처럼 마르크스주의가 갖고 있는 이른바 정치 부재론 내지 정치 종언론은 정치를 부정적인 것으로 만들기 쉽다. 오로지 혁명이 중요하고 혁명 이후에는 하나의 진정한 정치형태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사실 그것만큼 위험한 생각은 없다. 정치는 인간이 천사가 되지 않는 한 언제나 꼭 있어야 하는 불가피한 것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길은 정치를 선용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지 정치 없는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p.139)

- 혁명은 예술적 상상력과 같은 물리적 강권력의 위험성이 약한 곳에서는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혁명론을 갖고 정치적 실천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혁명론은 무엇보다도 종말론적 사고를 강화하기 쉽고, 실제 혁명에 성공한다 해도 그것이 갖는 반정치적인 사고 경향 때문에 혁명 이후를 전체주의 사회로 이끌기 쉽다.
이상 사회를 위한 혁명적 단절론을 앞세워 모든 것을 희생하고 삶의 모든 것을 걸라고 인간을 미혹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간의 평균적 한계 위에서 서로 협력하고 나날이 진보하는 것의 가치와 보람을 더 중시해야 한다.(p.140)

- 정치의 방법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학의 기본 전제는, 정치란 개인의 차원 나아가 운동성 내지 도덕성의 차원으로 환원될 수 없는 독자적인 세계를 갖는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초심’, ‘도덕성’, ‘운동성’과 같은 도덕률이 진보의 영역에서 정치의 세계를 지배하는 언어로 기능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접근은 무엇보다도 정치를 현실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정치의 현실이 포착되지 않는 조건에서 정치의 방법으로 힘을 조직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도덕성은 개인의 자율적인 판단의 영역에 있는 것이지 강제될 수 없는 것이다. 도덕성이 정치적 행위를 규제하는 기준이 될수록 정치가 도덕적일 수 있는 기반은 파괴된다. 우리 사회처럼 도덕성이 강조되는 정치도 없지만 한국 정치가 도덕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은, 한국의 정치가가 부도덕하기 때문이 아니라 도덕성을 따지는 동안 실제 개선해야 할 정치의 현실을 놓쳐 버리고 결과적으로 부도덕한 정치 현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p.143)

- 내가 운동권 내지 진보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갖는 가장 큰 불만은, 분명 그들 역시 정치를 하고 권력을 이용하고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를 위해 다투고 있는데도 늘 언어의 구사에 있어서는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권력과 이해관계에 초연한 역사적 역할자로 정의하거나, 자신은 안 그런데 상대가 권력과 이해관계를 다툰다고 도덕적으로 비난하거나, 또 자신은 원치 않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권력과 이해를 다투게 되었다는 식의 자기 위선과 변명의 문법이 일상화되었다.(p.144)

- 요컨대 정치적 이성이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존중, 무지의 가능성에 대한 자각, 진보만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이념과 가치의 다원주의, 누구든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의 존중, 타인에 대한 인간적 정중함과 관용 등을 내용으로 한다. 그 기초 위에서 진보가 진보다워야 할 것이다. 진보적인 것을 위해 정치를 부정하면 안 된다. 진보는 지금보다 더 그리고 제대로 정치적이어야 할 것이다. 정치에 주목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허용하고 있는 정치라는 가능의 공간을 지금보다 더 활짝 열어야 한다. 진보의 열정이 정치적 이성과 만나고 그것이 좀 더 넓고 풍부한 인간적인 기초 위에서 성장해 갈 때 진보 정치는 매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매력을 갖게 될 때 진보는 한국 정치의 주변을 박차고 나와 민주주의의 발전에 중심적 기여자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p.173) 

[ 2011. 4.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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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양장) - Rules for Radicals
S.D.알린스키 지음, 박순성 외 옮김 / 아르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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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에 이어 이 책은 내일 공부모임에서 이야기할 교재다. 공부모임에 참여 중인 박순성교수님이 직접 제안하셨고 공부모임 참가자들의 동의로 교재로 채택되었다.
 
저자인 알린스키에 대해 한국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시 민주당 예비선거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때문이었다. 미국 대선을 전후하여 언론에 힐러리와 오바마의 공통점 중의 하나가 알린스키를 존경한다는 것이 기사로 보도된 적이 있다. 
힐러리의 경우 웨슬리 여대 학생회장 시절인 1968년 알린스키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힐러리는 제안을 거부했다. 힐러리의 경우 웨슬리 여대 학생회장 시절인 1968년 알린스키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힐러리는 제안을 거부했다. (힐러리는 졸업논문은 알린스키와 관련된 것이다.) 반면 오바마는 알린스키 사후인 1985년 알린스키의 이론을 추종하는 단체로부터 같은 제안을 받았다. 당시 컬럼비아대 졸업생 오바마는 박봉을 무릅쓰고 시카고 흑인 공동체 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저자인 알린스키가 1940년대 이후 미국 시카고 지역 등에서 직접 진행한 지역빈민운동의 경험을 기초로 하여 지역운동 활동가들이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어떻게 대중들에게 다가갈 것인지, 조직할 것인지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이론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활동가들이 처음에는 올바른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의욕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지만, 잘못된 언행을 보이고 조직화와 전술 운용에서 부적절함을 보이면서 좌절하거나 고립되는 상황을 개선시키고자 이 책을 쓴 것이다.("나는 이 책이 오늘날의 급진주의자들의 교육에 기여하기를 그리고 거칠고 감정적이며 충동적이지만 무기력하고 절망에 빠진 열정이 계획적이고 목적지향적이며 효과적인 행동으로 바뀌는 데에 공헌하기를 희망한다." p.42)
 
미국에서는 1960년대 후반부터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전운동을 비롯하여 흑인인권 개선운동과 기타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었고 전국의 대학에서 많은 학생들이 활동가로 참여하였다. 알린스키는 "미국 전역의 수 백개 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밤샘 모임에서 너무나 많은 젊은이가 나에게 물어왔던 경험과 조언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전투에, 곧 인생에 투신하고자 하는 바로 그 젊은 급진주의자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서문에 썼다.
 
[지향]에서 알린스키는 이 책을 쓰는 목적이 힘(권력 Power)을 얻기 위하여 어떻게 조직하여 힘을 얻고 사용할 것인지에 대하여 제안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그러면서 역으로 모든 사람에게 삶의 수단을 보다 균등하게 나누어 주기 위하여 힘을 사용하는데 실패하게 되면 곧바로 혁명이 종말함과 동시에 반혁명이 시작됨을 강조한다. 이 장에서 알린스키는 미국에서의 1970년대 뿐 아니라 21세기 한국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강조할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적인 관점과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다. 첫 번째는 어떤 믿음과 신념을 가지고 활동할 것이냐에 대한 것이다. 그는 보통 활동가들이 신념으로 삼고 있는 기성종교나 00주의가 아니라 ’민중에게 행동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것은 활동하는 사람들이 항상 독단과 교조를 뛰어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 맞추어 자유롭고 유연하고 유동적이고 활동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여야 함을 말한다. 두 번째는 활동가들은 자신이 바라는 사회나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는 것이 전제조건임을 말한다. 활동가들이 버려야 하는 가장 중요한 환상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사물의 양면성을 분리시켜 파악하는 인습적 사고방식’이라고... 이 말은 매우 철학적인 세계관을 의미하는 것인데, 다시 말해 "모든 긍정에는 부정이 있으며, 반드시 뒤따라 오는 부정적인 것 없이는 어떠한 긍정적인 것도 없고 부정적인 측면을 갖지 않은 어떠한 정칙적 낙원도 없다.(p.55)"
 
[수단과 목적]에서 알린스키는 활동가가 가장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질문은 "이 특정한 목적이 이 특정한 수단을 정당화하는가?"라고 했다. 예를 들어, 그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음식점에서 빵을 훔친 것과 관련하여 ’생존은 부의 증식보다 더 소중’하기 때문에 훔친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장을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수단과 목적’에 대한 활동가들의 11가지 규칙을 제시한다.
첫 번째. 수단과 목적의 윤리에 대한 사람의 관점은 이슈에 대한 그의 개인적 이해관계에 비례한다.
두 번째. 수단의 윤리에 관한 판단은 판단을 내리는 사람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좌우된다.(레지스탕스의 테러 등)
세 번째. 전쟁에서는 목적이 거의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
네 번째. 판단은 행동이 일어난 바로 그 시점의 맥락에서 이루어져야지 전후의 다른 유리한 시점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다섯 번째. 윤리에 대한 관심은 이용 가능한 수단의 숫자에 비례해서 커지며, 그 역 또한 성립한다.
여섯 번째.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덜 중요할수록, 사람은 수단에 대한 윤리적 평가에 관여할 여유를 더 많이 갖게 된다.
일곱 번째. 일반적으로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것이 윤리의 주요 결정요인이다.
여덟 번째. 수단의 도덕성은 그 수단이 패배가 임박한 순간에 사용된 것인지, 혹은 승리가 임박한 순간에 사용된 것인지에 따라 좌우된다.
아홉 번째. 모든 효과적인 수단은 반대세력에 의해서는 자동적으로 비윤리적이라고 평가된다.
열 번째. 네가 가진 것으로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나서, 그것을 윤리적으로 포장하라.
열한 번째. 목표는 ’자유,평등,박애’, ’공공선을 위하여’, ’행복의 추구’, ’빵과 평등’ 등과 같은 일반적인 용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단어들에 대해]에서 알린스키는 정치언어(힘, 권력, 자기이익, 타협, 갈등, 대립등)가 대중적으로 왜곡,변형되어 있는 상황을 인정하고 대신 본래의 뜻을 되새기고 활동에 맞게 규정해야 함을 강조한다.
 
[조직가의 교육]에서 알린스키는 활동가들을 조직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관점을 제시한다. 그것은 경험과 소통, 겸손, 호기심, 불경(不敬), 상상력, 유머감각,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약간의 희미한 전망, 조직화된 인격체, 정치적으로 분열적이지만 동시에 잘 융화된 존재, 자존심, 자유롭고 편견 없는 마음과 정치적 상대성, 창조성 등이다.
 
[의사소통]에서 알린스키는 활동가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자질은 ’의사소통’이라고 규정한다. "누구든지 조직가의 자질 중 부족한 것이 있을 수 있으며, 그래도 여전히 조직가로서 유능하고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자질 중에서 하나는 예외이다. 바로 ’소통의 기술’이다.(p.138)" 아마도 ’소통’의 중요성은 활동가, 조직가에게 뿐 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될 것이다. 부모와 자식간에, 선생과 학생간에, 비지니스 사이에서, 단체와 모임에서 등 사람이 함께하는 사회는 언어를 기본으로 하는 의사소통으로 모든 대화와 활동이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 사이의 갈등이 나타나고 해결되지 않는 기초적인 이유가 소통 문제가 된다. 특히, 정치를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유권자들과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상당히 큰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 (이명박정권처럼...ㅋㅋ)
 
[시작의 순간]에서 알린스키는 활동가들이 대중 속에 들어가서 시작할 때 주의해야 할 점과 방법론 등에 대해 세세하게 다룬다. 다시 말해 그는 대중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 기성질서가 자신을 공개적으로 ’위험한 적’으로 공격하도록 만드는 것에 대해, 주민들과 주민단체로부터 초대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세부적인 지침과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조직화하는 과정과 조직화 이후의 행동 등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한다.
 
[전술]에서 알린스키는 조직화한 이후의 힘(권력)의 전술에 대한 원칙과 적용방법을 제시한다. 전술의 규칙,
첫 번째. 힘(권력)은 당신이 가진 것 뿐만 아니라, 당신이 가지고 있다고 적이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당신 편인 사람들의 경험을 결코 벗어나지 말아라.
세 번째. 가능하다면 어디에서든 적의 경험을 벗어나라.
네 번째. 적이 그들 자신의 교본에 따라 행동하도록 만들어라.
다섯 번째. 비웃음은 인간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여섯 번째. 좋은 전술은 당신 편의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전술이다.
일곱 번째. 너무 오래 끄는 전술은 장애물이 되고 만다.
여덟 번째. 여러 상이한 전술과 행동으로 압력을 계속 가하라.
아홉 번째. 보통 협박은 전술 핸동 자체보다 더 위협적이다.
열 번째. 전술을 위한 대전제는 상대에 대해 끊임없이 일정한 압력을 계속 가할 수 있는 활동의 전개이다.
열한 번째. 만일 당신이 어떤 하나의 부정을 필요한 만큼 강하게 그리고 끝까지 밀고 나가면, 그 부정은 반대푠으로까지 뚫고 들어갈 것이다.
열두 번째. 성공적 공격의 대가는 건설적인 대안이다.
열세 번째. 표적을 선별하고, 고정시키고, 개인화하고, 극단적인 것으로 만들어라.
저자는 이 장의 규칙들을 설명하기 위해 그동안 자신이 활용했던 몇 가지 전술의 사례를 보여주는데, 정말이지 그 전술들은 당시의 시대상황에서 기발하고도 창조적이다. 특히 연주회장에서 집단적으로 방귀 뀌기, 국제공항 화장실 집단 점령, 백화점 집단 쇼핑 및 택배주문, 집단적인 은행계좌 개설 및 해지 등의 전술은 읽으면서도 저자의 기발함과 유연함에 감탄하면서 동시에 킥킥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위임장 전술의 기원]에서 알란스키는 당시 이스트만 코닥회사에 대한 고용에 있어 인종차별 철폐투쟁을 진행 중에 중산층을 투쟁에 동참시킴과 동시에 중산층이 직접적으로 투쟁에 참여할 수 있는 전술로 주주총회 위임장을 대학재단, 기업, 금융기관, 공공기관, 단체, 개인들에게 모집하는 사례에 대해 설명한다.
 
[가야할 길]에서 알린스키는 미국 내 중산층의 조직화 및 급진화를 강조하면서 중산층 출신이 대부분인 활동가와 조직가들의 각성과 노력을 당부한다. 
 
알린스키에 대해 한국에 알려진 것은 많은 부분이 잘못된 정보나 과장된 정보에 근거해 있다. ’히피 선동가이자 미국 최대 노동조합의 창립자’,  ’시카고의 갱 두목 알 카포네의 부하 출신’ 등... 그가 알 카포네 밑에서 잠시 일한 것은 대학에서 범죄학을 전공하던 그가 단순히 책상에 앉아 학문을 연구하기보다 폭력단과 어울려 그들의 삶을 직접 체험해보기를 선택한 것이다. 이 일은 알린스키의 삶의 자세와 사물에 대한 접근방법을 보여주는 한 에피소드이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 많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절망의 늪에서 헤매게 되었을 때, 알린스키는 지역사회 조직가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한편 가난한 지역사회를 조직하는 데 전념했다. 이후 그의 빈민조직 활동은 미국사회에서 신화를 만들어 갔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뿐 아니라 인종적, 문화적 차별, 사회적 천대, 종교적 멸시를 받아 바닥에 처져있는 사람들에게 알린스키는 신화적인 존재였다.
 
알린스키가 주장한대로 이 책의 발간시점인 1970년 미국의 시대상황과 사회의 조건을 2011년 한국의 상황과 조건에 그대로 맞출 수도 없고 맞추어서도 안될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역사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정치경제적인 구조나 사회적인 분위기도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활동가에게 원칙과 기준으로 제시했던 많은 것들은 여전히 지금도, 이 땅의 활동가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즉, 이 책에서 제시하는 "현실적 급진주의자를 위한 실천적 규칙"은 현대 한국사회 시민운동가들 본인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가져야 할 실천적 지혜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알린스키가 강조하는 ’사물의 양면성’과 ’독단과 교조의 거부’가 크게 다가온다.
’사물의 양면성’은 우리가 보통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모습만 선호하는 자세,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 상황, 긍정적인 측면만을 바라보게 했던 지난 날의 각종 교육과 철학적 자세, 그로 인해 사고와 행동을 분리시켜 왔다. 저자 말대로 어둠이 없는 빛도 없고, 밤이 없이 어떻게 낮이 존재할 것인가.. 악이 있음으로 해서 선이 존재하는 것이고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값진 것이다. 우주와 우리의 삶은 서로 반대되는 것들의 짝이라는 당연한 개념이 실제 삶과 활동에서는 분리되고 만다. 앙면성, 이원성, 상보성, 태극, 음양, 모순 등... 저자는 이러한 원리와 개념을 사회현상에서도 일깨워준다. 과거 미국 노동자들의 최고 투사였던 산업별 노동조합 회의가 나중에 기성질서를 방어하는 요소의 하나가 되었고 베트남 전쟁을 지지하였다. 한국의 현실은 미국과 다를까? 1970~80년대에 목숨을 걸고 대의를 위해 싸웠던 선배들과 노동운동가들이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독단과 교조의 거부’는 1980년대 이후 한국의 학생, 재야, 노동 등 사회운동가들이 보여준 노선투쟁과 파벌싸움, 그리고 ’주사파’나 ’민혁당’ 등의 조직에서 보여준 독단적이고 교조적이었던 기억들이 아프게 떠올랐다. 2008년 3월 민주노동당에서 집단적으로 탈당하여 진보신당을 만드는 과정, 2010년 지자체선거시 연합공천을 둘러싼 유시민씨와 진보신당의 태도, 제정당 사회단체 내부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의 노선과 이념과 파벌의 잔재들, 1980년대 이후 그런 내부갈등과 싸움의 잔재가 21세기인 현재에 와서도 여전히 486세대 내에서 남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극복할 것인지 많은 생각과 논의와 실천이 따라야 할 것이다.
 
 
 * 책 속의 문장
- 처칠, 간디, 링컨 그리고 제퍼슨을 포함하는 모든 위대한 지도자들은 ‘자유’, ‘모든 인간의 평등’, ‘인간이 만든 법보다 높은 법’ 등과 같은 치장으로 벌거벗은 이기심을 감추기 위해 언제나 ‘도덕적 원칙’에 호소했다.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던 국가적 위기의 상황에서조차 이는 마찬가지였다. 모든 효과적인 행동은 도덕성이라는 통행증을 필요로 한다. [...] 소극적 저항은 다른 모든 전술이 선택되는 이유와 같은 실용적인 이유에서 선택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필요한 만큼의 도덕적, 종교적 장식물로 꾸며지게 된다. (p.87-88)
-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은 당신이 그들에게 애써서 전달하려는 것을 그들이 이해할 때에야 비로소 일어난다. [...]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서만 사물을 이해한다. 이는 당신이 그들의 경험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p.138)   
 
[ 2011년 3월 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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