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 질서를 일반적인 계층화의 문제로 보지 않고 남녀 사이의 계층화 문제로만 치환해서 생각하여, 양성평등을 실현하면 가부장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길을 막아버리는 일이다. 가부장 질서를 논하면서 한사회의 위계질서 형성이라는 틀을 함께 논하지 않는다면 가부장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 P20

위계질서는 이원론에 그 토대를 두고 있다. 서로 대립하는 두 가지 요소에 토대를 두고 분류하는 것이다. "합리적 불합리적, 능동적/수동적, 사고 감정, 이성/감성, 문명/자연, 힘 섬세함, 객관적주관적, 추상적 구체적, 원리 원칙에 의하여 규율화됨/개별화 개인화됨이라는 이원론이다." "불합리는 이성의 결여이고, 수동성은 행동성(능동성)의 결여를 의미한다. 사고는 감정보다 중요하고,
이성은 감정보다 우수한 것이다." 6 어떤 것을 결여한 것‘ ‘덜 중요한 것‘ ‘열등한 것‘으로 여긴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이원론은계층화 질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20

이러한 이원론을 통한 계층화가 법 체계에 반영될 때 어떤 일이발생하게 되는가? 마사 누스바움 Martha C. Nussbaum은 낙인을 찍는등 수치심을 주는 처벌을 형벌체계에 도입할 수 있는지를 논하면서,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문제인 것은 ‘사회 구성원을 서열화 하기때문이라고 지적한다. "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부족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집단을 형성하며, 보다 힘이 약한 일부 집단과 비교하면서 자신들을 ‘정상인‘으로 정의한다." "수치심은 정상에서 벗어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 또는 이런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을 대상화함으로써 지배적인 집단은 자신들을 정의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정상인‘들에게 자신이 지닌 나약함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이른바 희생양이 될 수 있고, 공동체에서 배척당할 수 있는 것이다." 누스바움은 이런 관점에서 "수치심 처벌이 진보적인 개혁효과를 보기보다는 사회적 동질성과 통제를 높이는 수단으로 기능하게 될 것" 10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수치심을 주는 처벌을내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자유주의 사회의 핵심 가치를 위협하게 된다고 한다.  - P21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남녀 사이의 계층화도 다르지 않다. 성적性的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 특수할 뿐이다. 성적으로 구축된 이원론은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을 상하관계로 배열한다. "남성적이라고 생각되는 요소는 바람직하고 우수한 것으로 인식되는 데반하여, 그 상대적인 요소는 열등하고, 좋지 않은 요소로서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남자들은 이 이원론 구조의 일방, 즉
‘합리적, 능동적, 사고, 이성, 문명, 힘, 객관적, 추상적, 원리 원칙화된 쪽에 자신들을 동일화하여 왔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한쪽, 즉
‘불합리한, 수동적, 감정, 감성, 자연, 섬세함, 주관적, 구체적, 개별화, 개인화‘ 쪽을 여성들에게 투영하여왔다.
- P22

대법원은 ‘자신의 성희롱 피해 진술에 소극적이었다‘거나 성희롱 사실 발생 후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등의 사정이 피해자 진술을 가볍게 배척할 사유가 아니며, 특히 고등법원이 피해자1의 권유 또는 부탁이 없었더라면 과연 피해자2에게한참 전의 원고 행위를 비난하거나 신고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의심스럽다고 한 부분은 성희롱 사실 발생 자체를 배척하는 근거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 P45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 사실을 즉시 신고하지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 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 P46

감수성‘의 정의는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다. 즉 감수성이라는 용어는 ‘감성‘이나 ‘감정‘과는 달리 ‘예민함이나 ‘감도‘라고 할 수 있다. 성인지 감수성이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는 성폭력, 성희롱, 성차별 등의 사건에서 지배적인 성적고정관념에 빠지지 않으면서 피해를 당하는 순간 또는 그 전후 상황을 인지하는 능력을 갖추었는지 그렇지 않은지의 문제이다.
- P47

체스터튼G. K. Chesterton의 글

체스터튼은 글에서 브론테C. Bronte의 소설 『제인 에어」를 소개하며 "밖으로 나가서 도시를한번 보시오. (…) 보다시피 당신은 19세기 말의 집들을 보고 있지만, 이 모든 집들은 마치 다 똑같이 생겼소, 그리고 저 모든 사람들은 일을 하러 가고 있고 그들 또한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오.
하지만 브론테가 당신에게 말해주는 것은 바로 그들이 결코 똑같지않다는 것이오."라고 했다고 한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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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10-08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되세요.^^

미미 2021-10-08 20:08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주말엔 날씨도 맑아지고 서니데이님 컨디션도 가뿐해지셨음해요🌸🌸😊

2021-10-13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13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13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국인 대다수는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티슈를 크리넥스라고부르듯 중국인을 아시아인을 부르는 대유법으로 여긴다.  - P38

조르조 아감벤이 말하는 ‘벌거벗은 생명은 사회의 보호속에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대조되는 순전한 생물학적삶이며, "누구든 그를 죽여도 살인죄를 짓지 않는다는 점에서그는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고, 오로지 영원한 도주를 통해서만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 식물이나 돼지처럼 인간의 몸이 단순한생물학적 현상으로 축소된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매춘부가 아무도 보는 사람 없이 홀로 죽으면, 그가 존재했다고할 수 있을까?
- P40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이 나라에서는 오로지 백인만과거로 돌아갈 것이다. 대다수의 비백인은 과거로 돌아갔다가는노예가 되거나, 살해되거나, 신체에 상해를 당하거나, 흉포한아이들에게 쫓길 것이다. 하지만 나라면 1800년대 중반이후 반(反)중국인 운동을 겪으며 살아가던 공포를 목격하기위해 딱 하루만 과거로 돌아가는 위험을 감수하겠다. 당시중국인 이민자가 집 밖으로 나가기만 해도 사람들이 침을뱉고 몽둥이질을 하고 등에 총을 쏘았는데, 이런 분위기는1882년 중국인 배척법 제정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 법은한 인종의 미국 이민을 통째로 금지한 최초의 이민법으로서,
의원들과 언론은 중국인을 "쥐새끼", "문둥이" 이자 선량한백인 미국인에게서 일자리를 빼앗는 "기계 같은 일꾼이라고규정했다. - P41

1871년에는 중국인 몇 명이 백인 경찰관을살해했다는 유언비어에 500명에 달하는 로스앤젤레스 사람들이떼 지어 LA 차이나타운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중국인 성인남자와 소년 18명을 고문하고 목매달아 죽였다. 이는 미국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린치 사건이었다. 그들이 린치당한 거리는당시 ‘검둥이들의 골목으로 불렸다.
- P41

유대인 친구하나는 자기는 절대로 유대인 심리치료사에게 가지 않는다고했다. 가족의 모든 문제가 문화적인 문제라고 쉽게 전제되기때문이란다. 때로는 스스로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그 경험을 상대방에게 애써 설명할 필요가 있다
- P49

"치유하려면 시가 필요해요."
- P52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저서 『농담과 무의식의관계』에서 농담을 경향성 없는 농담과 경향성 있는 농담의두 범주로 분류한다. 경향성이 없는 농담은 아이들에게수수께끼를 들려주듯 무해하고 무독하다. 경향성을 갖는 농담은공격적이거나 저속하거나 아니면 둘 다여서 우리의 의식 속에서억눌린 부분을 캐낸다. 1940년대 미국 흑인 연예인들은 무대뒤에서 터무니없이 과장된 농담을 주고받으며 그런 농담을가리켜 ‘거짓말‘이라고 불렀다. 그 거짓말‘은 경향성을 지녔으며,
고지식한 백인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길모퉁이, 당구장.
이발소에서 구전되었다. 프라이어는 - 이야기를 왜곡하고,
시끄럽게 불평하고, 큰소리치고, 볼링핀이든 오르가슴에 이른촌놈이든 닥치는 대로 흉내 내며 - 거짓말을 들려주었다. 그리고프라이어가 들려주는 거짓말은 내가 당시 읽고 있던 대부분의시와 소설보다 인종에 관해서 솔직했다.
- P62

우울증에서 마침내 회복한 나는 프라이어의 연기가 담긴음성 및 영상 자료를 있는 대로 필사하는 일에 집착했다. 그런데프라이어의 말을 글로 적어 놓으니, 그다지 우습지 않다는 것을깨달았다. 프라이어의 익살스러운 이야기 전달 방식이 빠지고나니, 유머라는 용해제는 증발하고 분노의 소금기만 남은 것처럼그의 말이 거칠고 둔탁하게 느껴졌다. 그가 끊임없이 비속어를사용하는 것도 일부 그런 효과에 기여하는데, 예를 들어 그는 한문장 끝날 때마다 매번 n으로 시작하는 단어(흑인 비하 표현 -옮긴이)로 추임새를 넣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글로 옮긴 그의독백은 극명하고 정신을 번쩍 들게 했으며, 예컨대 순수함은흑인은 체험하지 못하는 특권이라는 통렬한 고백성사였다. "나는여덟 살 때까지 아이였어요. 그 후 깜둥이가 되었지요."
- P63

우리 시인들은 청중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건거짓말이다. 시인들도 위상에 집착할 수 있고 내가 알기로남의 인정을 무척이나 받고 싶어 한다. 환심을 살 청중이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시인들이 왜 그렇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지외부인들은 어리둥절할 수 있다. 사실 시인의 청중은 제도다.
우리는 학계, 심사위원단, 펠로십 제도라는 고등한 관할권에의존하여 사회적 자본을 획득한다. 수상 제도를 거치는 것은시인이 주류적 성공에 이르는 소중한 길이며, 수상 결과는심사위원단이 공들여 이뤄낸 타협에 의해 결정된다. 이 타협은미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수상작에 아무 위험성이 없음을보장한다.
- P66

프라이어를 보며 나는 내가 아직도 그 제도를 상대로 글을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버리기 어려운 습관이었다. 나는백인의 환심을 사도록 양육되고 교육받았으며, 환심을 사려는 이욕망이 내 의식 속에 깊이 뿌리 박혀 있었다. 그러므로 나 자신을위해 글을 쓰겠다고 선언하더라도, 그것은 백인의 환심을 사고싶어 하는 나 자신의 일부를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을 피할 방법을 알 수 없었다.
- P66

나는미술을 할 때, 나중에는 시를 짓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생기를되찾았고, 그 속에서 자유를 발견했다. 왜냐하면 내 육체가비물질화되고, 내 정체성이 떨구어지고, 내가 다른 삶을 사는것을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모든 글이 이 자유를인증했다. 존 키츠에 따르면 시인은 "정체성이 없다 - 시인은끊임없이 어떤 다른 사람을 대신하고 그 사람의 역할을 한다.
롤랑 바르트에 따르면 "문학은 모든 주체가 피해 가는 그 중립자,
그 합성물, 그 모호성이며, 글을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비롯하여모든 정체성이 실종되는 덫이다.
- P67

코미디는 가차 없이 찰나적이다. 농담만큼 금방 낡아버리는 것도없다.
- P69

라히리의 소설은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라(show, don‘t tell)라는문예창작 과정의 교리를 대체로 잘 따르고 있다. 그렇게 하면독자는 등장인물의 고통을 체험하면서도, 수전 손택이 말한 대로자신의 특권을 등장인물의 고통과 "동일한 지도" 위에 위치 매김하지 않아도 된다. 등장인물의 내면적 생각이 제거되었으므로독자는 빈번한 사견 개입에 방해받지 않고 등장인물의의식이라는 조종석에 앉아 영화 보듯 등장인물의 시각을 체험할수 있다.
- P76

프라이어는 코미디가 사실 노예선에서탄생했다고 농담한다. 한 노예가 다른 노예에게 말했다. "너만운이 나빴던 것 같지? 나는 어제만 해도 왕이었다고!" 학자글렌다 카피오에 따르면 프라이어는 "흑인 유머를 세상에선보였다. … 그것은 과거에 박탈당했던 부당하고 잔인한 것을비웃을 힘겨운 자유로서 시작되었다."
- P80

유머는 하나의 생존 형식이었다. 노예들은 유머를 통해서노예제로부터 필연적으로 심리적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또한유머는 지하 세계로 들어가는 암호였다. 그곳에서 주인님은외부자이고 놀림의 대상이다. 랠프 엘리슨은 에세이 웃음의호사스러움」에서 백인은 흑인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놀림을 당했다는 전반적으로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낀다고 적고있다.
- P80

앙리 베르그송은유머는 숭고함을 거스른다는 점에서 신성이 배제되어 있고온전하게 인간적이라고 적고 있다. 즉 우리는 유머를 통해초월성보다는 우리의 피부를 통절히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 P84

클로디아 랭킨의 시집 『시민은 소수적 감정을 탐구하는 책으로는 이제고전으로 꼽힌다. 화자는 인종차별적 언사를 듣고서 자문한다.
당신 지금 뭐라고 했지? 본 것, 들은 것이 다 확실한데도, 내현실을 남에게 폄하당하는 경험을 너무 여러 차례 겪다 보니화자 스스로 자기 감각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런 식의 감각훼손이 피해망상, 수치심, 짜증, 우울이라는 소수적 감정을초래한다.
- P84

소수적 감정을 다루는 문학에는 즉각적인감정 해소가 없다. 그보다는 점증적이다. 변화의 측정은내면적인 "마음의 동요" 또는 변신하는 페르소나를 통해서이루어진다. 

소수적 감정은 진행형이므로 만화(에르난데스형제, 에이드리언 토미네)나 연작시(완다 콜먼, 솔마즈 샤리프,
토미 피코)나 일화 중심의 산문시(바누 카필, 클로디아 랭킨)같은 연작 형식과 장르에 더 적합하지만, 한편으로 문학소설(폴비티, 링 마) 장르에서도 더 자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까지 전통적으로 추앙받은 작가는 필립 로스나 칼 오베크나우스고르처럼 인물의 결점 많은 모습까지 전부 고스란히노출하는 책을 써온 백인 남성 작가들이었다. 

그런 점에서독자들은 백인 남성 작가가 못되게 굴면 막 좋아하면서 소수자작가에게는 늘 착하게 굴 것을 요구하는 듯하다. 바로 이래서우리는 백인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소수적 감정을 옆으로 제쳐둔다.
- P87

(1992년 LA폭동)대체로 내가기억하는 폭동은 한국 남자들이 가게 지붕에 올라가 총을 들고망을 보는 모습이나 가게에 들어온 15세의 라타샤 할린스를사살한 두순자가 법정에서 형 선고를 기다리는 모습 같은 뉴스영상들이다. 라타샤 할린스가 살해된 사건은 로드니 킹을 구타한경찰관들이 무죄로 풀려나기 몇 달 전에 일어났지만, 흑인들의분노에 기름을 부어 폭동 발생에 기여했다.
- P90

폭동이 끝난 후 한국 이민자 3만 명이 행진시위를 벌이며 잃어버린 생계 수단에 대해 보상을 요구했으나상인들은 피해에서 회복하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아무런구제책도 제공하지 않고 도외시하는 바람에 그들은 가난과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렸다. 그들 중 일부는 미국을떠났다. 

도심 복구를 위한 기업 후원 캠페인 "LA 재건"(RebuildLA)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사우스센트럴 지역은 전망 있는일자리도, 병원 시설도, 학생들을 위한 방과 후 프로그램도 없이방치되었다. 흑인들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의해 도시에서밀려나 한때 20퍼센트에 이르렀던 LA의 흑인 인구 비율은9퍼센트까지 떨어졌다. 

폭동으로 인한 사망자의 30퍼센트이상이 라틴계였고 피해 상점의 40퍼센트 이상이 라틴계소유였는데도 이 집단은 잘 언급되지 않는다. 이들은 "착한" 한국상인 대 "못된" 흑인 동네라는 간명한 공식에 깔끔하게 들어맞지않았기 때문이다.
- P94

인종에 관한 글쓰기는 이제까지 우리를지워버린 백인 자본주의 인프라에 대항해야 한다는 점에서격렬한 비판을 담지만, 우리의 내면이 모순들로 뒤엉켜 있다는점에서 서정시이기도 하다. 나는 손쉬운 극복의 서사에는저항하지만 우리가 인종 불평등을 극복할 거라는 신념은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민자가 고생하는 감상적인 이야기들은짜증스럽지만 한국인은 내가 아는 한 가장 심하게 트라우마를겪은 민족에 속한다. 내 안에 깃든 의식을 표현하기 위해고정 관념을 넘어서려고 시도하다 보면 내가 어떻게(how)인식되는지가 내가 누구인지(who)에 내재한다는 점이명확해진다. 인종에 관해 진실한 글을 쓰기 위해, 나는 거의서사를 거슬러 글을 써야 한다. 인종화된 마음은 프란츠 파농이말한 대로 "지옥 같은 악순환"(infernal circle)이기 때문이다.
- P95

1965년은 민권 운동이 격렬하게 펼쳐진획기적인 해였다. 흑인 시위대가 셀마에서 몽고메리로 두 차례행진을 시도했으나 앨라배마주 경찰에 의해 난폭하게저지당했고, 세 번째에야 비로소 성공했다. 린든 존슨이마침내 투표권법을 통과시켜 투표와 관련해 인종 차별 행위를금지했으며, 맬컴 엑스가 할렘 지역 오듀번 볼룸에서 있었던집회에서 연설하다가 암살당했다. 그리고 8월에는 캘리포니아주워츠(Watts)에서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 워츠 시민은 실업,
주거 관련 인종 차별, 경찰의 만행 등으로 여러 해 좌절한상태였다.
- P105

1965년 이후 미국 이민자의 90퍼센트가 비유럽출신이었다. 퓨리서치 센터는 2050년이면 미국에서 백인이소수자 집단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 P106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구호에 대한반격으로 흔히 들을 수 있는 "모든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다" (alllives matter)라는 구호에도 저들의 망상이 암묵적으로 내재해있다. "모든 사람" (all)은 포용적이라기보다는 방벽을 둘러친대명사, 즉 "그것을 인종 문제로 만들지 못하도록 해" 눈에보이지 않는 백인성의 헤게모니가 도전받지 않고 지속되게끔하는 방어 장치이다.
- P120

2017년 2월 1일, 5세의 이란계 아이가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에서 수갑이 채워진 채로 다섯 시간이나억류됐다. 미성년자임에도 "위협 가능성이 확인되었다"는이유에서였다. 무슬림이 다수인 7개국 여행자의 입국을 금지한트럼프 행정명령의 직접적인 결과였다. 그 소년은 메릴랜드주에사는 미국 시민이었는데도 당국은 상관하지 않았다. 공보 비서는

"단지 연령과 성별을 이유로 그들이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상정하는 것은 잘못되고 그릇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트럼프행정부에 대한 분노는 그날따라 더욱더 생생하고 선명했다.
뉴욕 시민 수천 명이 JFK 공항으로 몰려가 무슬림 입국 금지에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 P125

가족이 과테말라에서 왔건, 아프가니스탄에서왔건, 한국에서 왔건, 1965년 이후의 이민자들이 공유하는역사는 미국을 넘어서 각자의 출신국으로 확장된다. 그곳에서우리의 동족들은 서구 제국주의, 전쟁, 그리고 미국이 세우거나지원한 독재 정권에 의한 대량 살상을 겪었다. 미국의 일원이되기 위해서 애쓰느라고 우리는 인생에서 제2의 기회를 선사받은양 황송해한다. 그러나 이민자들이 공유하는 뿌리는 이 나라가우리에게 부여한 기회가 아니라, 백인 우월주의의 자본주의적확장이 우리의 조국의 피를 빨아 부를 챙긴 방식이다. 우리가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P126

한인 타운에서 한국인은 앞에 나와 손님을 상대하고 멕시코인은 뒤에서 보조하는 일을 한다. 한번은 내가 친구를사귀었는데 엄마가 그 아이와 놀면 안 된다고 해서 왜냐고 묻자,
엄마는 그 아이가 멕시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악할일은 내가 친구에게 그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네가 멕시코사람이라서 너랑 놀면 안 된대." 그러자 걔가 말했다. "나는푸에르토리코 사람이야."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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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는 늘어나는데 형사입건은 되려 줄어드는 이 이상한 그래프?
마포에서 여자친구를 폭행.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 상해로 기소되었다가 상해치사로 전환되었다고 하는데 최근 연인에게 폭행당하는 여성들의 뉴스가 제법 빈번히 보이는 것 같아 참담하네요.
그런데 판사님들은 왜...

피해자의 가족이 지하철 기관사였나봅니다.
업무중에 동생의 피해사실을 방송하고 청원에 함께 해 달라고 호소하셨는데 이로인해 결국 업무배제되었다고 뉴스에서 나오더라구요.
실제 이 방송 들은 분이 그 자리에서 오열할뻔했다고.

판사님들 공부 너무 힘들게 해서 현실감각은 둔화된것 아닌지. 가끔 말도안되는 판결을 접하면 판사들 감정테스트같은거 해봐야하지 않나 생각들곤 합니다. 미국 판사들은 100년이상때리던데 거기 판사들이 인권 무시해서 그런건 아닐텐데..거기까지 바라지도 않지만요.

우리나라도 성범죄전담반 같은거 만들어서
보다 현실적으로 치밀하게 이런 여성에 대한 폭력전반에 대응했으면 좋겠습니다.
연인에 의한 폭력이나 가정에서의 폭력등은 일반 성범죄와 마찬가지로 신고율이 낮았음에도 인식변화등 여러이유로 그나마 신고 추세로 돌아선 듯한데, 압력이나 협박에 의한 합의등으로 형사입건으로 가지 않는 경우도 공권력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어느정도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계를 보면 이런폭력의 경우 피해자가 참는다고 해서 약화되긴 커녕 강화,반복이니 심각성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아무튼,
마포 가해자. 결과 꼭 지켜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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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06 23: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데이트 폭력에 대한 입건이 낮군요. 저도 지켜보겠습니다 👀

미미 2021-10-06 23:56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 같이 지켜봐주신다니 너무 든든합니다!!!ㅎㅎㅎ🙇‍♀️👍

기억의집 2021-10-07 00: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혹 사건의뢰라는 유투브 방송 보신적 있나요?? 거기 김복준전형사님이 데이트폭력이라는 말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데이트폭력이라고 하면 보통 남녀간의 사랑싸움으로 인식을 해서 주변에서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 않기 때문에 폭력이라고 해야지 데이트폭력이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남녀간의 발생한 폭력은 폭력이라고… 전 사건의뢰 팬이라서.. 이 말에 공감을 많이 했습니다!!!

진짜 저 기사 보고 열 받은 건 상해치사면 끽해야 4,5년 판결 받을 거라는 거… 저 새끼 저거 살인이지 상해치사가 말이 되나요!!! 아마 우리나라 잘난 판사놈들 형량 판결하는 거 보면.. 열불 납니다.

미미 2021-10-07 00:14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저도 이 말이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가정폭력‘처럼 그 특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대체할 말이 아직 없다고 생각해서 일단 이렇게 썼는데 그냥 ‘폭력‘이라고 쓰는게 맞는 것 같네요. 가정폭력도 오히려 가정이란 말이 붙어 심각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네요. 사건의뢰 기억해두겠습니다. 말씀 감사해용~♡😊👍

기억의집 2021-10-07 00:21   좋아요 3 | URL
맞어요. 가정폭력도 경찰들이 그냥 가정안의 부부 문제로만 봅다고 하더라구요. 전 유튜브 보면서 실제 우리 나라 남편이라는 이름하에 아내를 폭행하는 게 많다는 걸, 사건의뢰 보고 알었어요. 진짜 경찰이 살릴 수 있는 가정 내 폭력 살인이 너무 많어요. 걍 가정일이라고 잠깐 주의만 주고 간답니다. ㅠㅠㅠ 저는 저 부모님이 얼마나 속상하면 딸 얼굴을 공개했을까!!! 싶었고 그 오빠도 얼마나 억울하면 운전하면서 청원에 동의해달라고 방송했을까. 저집의 아픔이 한없이 다가왔어요. 너무너무 안타깝고 속상한 사건입니다. ㅠㅠ

미미 2021-10-07 00:25   좋아요 2 | URL
오빠가 그 기관사님이군요!!! 이예람 중사 가족들도 같은 의미에서 공개했다고 생각해요. 이런일이 더는 반복되어선 안되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죽고 다쳐야 바뀔지...ㅠㅇㅠ

mini74 2021-10-07 08: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맘 먹음 안되지만 판검사 가족 중에 피해자가 나와야 좀 더 신경쓸까요 란 생각이 들 정도. 너무 옛날의 법들이 지금 현재의 범죄를 못 따라가는 느낌도 들어요 범죄는 나날이 더 악하고 못되게 진화하는데 ㅠㅠㅠ

미미 2021-10-07 09:32   좋아요 3 | URL
그러게말이예요! 법도 너무 옛날식이고 군대도 마찬가지ㅠㅠ이럴꺼면 저런 데이터 문제 반영해주는 AI판사가 더 나을듯합니다.

얄라알라 2021-10-07 1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업무배제 기사, 저도 읽었어요.
신문에서는 배제의 이유를 배려로 설명했던데, 고통을 사회적 공적 공간에서 호소하는 것은 배제의 사유가 되는 걸까요?

미미 2021-10-07 12:27   좋아요 2 | URL
이목이 집중된 사건인만큼 그렇게 둘러댄거같아요. 많이 힘들텐데 업무배제까지 되다니 도와주진 못할망정 너무했어요! 😔

독서괭 2021-10-07 1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휴 너무 안타까운 사건이네요 ㅜㅜ 이게 형사절차에도 문제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군부독재 시절에 워낙 고문 등 피의자/피고인들 인권이 침해된 역사가 있어서 형사소송법이 계속 피의자/피고인 인권을 보호하는 절차 위주로 발전되어 왔구요. 그러다보니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변호인은 피고인의 불행한 유년 등등 변론하고 피고인은 열심히 반성문을 쓰는데, 피해자는- 특히나 사망사건에서는 피해자의 목소리 자체가 등장을 못 하죠. 많은 판사들의 성인지감수성 부족에 이런 절차적 문제까지 더해지다보면 납득하기 힘든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미미 2021-10-07 13:57   좋아요 2 | URL
아 오랫동안 왜 피의자 인권이 이렇게나 강조되는지 궁금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네요!! 맙소사....ㅠ
형량도 워낙 낮고 반성문은 정말..화가 납니다. 항소한다고 형량을 막 줄여주는것도여전하고요. 판사들 정기적인 교육이라도 받아야 하는것 아닌지. 법은 워낙 보수적이라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시대에도 세계적인 추세에 비해서도 너무나 뒤떨어져 있네요.
 

억압자들에게 보장하는 이익 중에는 그들 가운데 가장 비천한자도 자기를 우월하게 느낀다는 것이 있다. 미국 남부의 한 ‘가난한 백인‘은 자신이 ‘더러운 검둥이‘는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 가장 부유한 백인들은 이런 오만함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남자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가 여자들 앞에서 반신半神처럼 행동한다.  - P37

자신의 남성성에 대해 불안해하는 남자는 누구보다도 더 여자에게 교만하거나 공격적이거나 경멸적이다. 동류들에게 주눅 들지 않는 남자들은 여자를 동류로 인정할 채비가 훨씬 더 갖춰져 있다.  - P38

겉으로보기에 사회적 차별은 대단치 않아 보이지만 그것이 여자에게 미치는 도덕적이고 지적인 영향은 아주 깊어서 마치 자연에서 기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 P39

그들이 진실을 많든 적든 추구하도록 하는 것은 그들의 상황이다. - P40

필시 그 어떤 인간의 문제도 편견 없이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질문을 제기하는 방식과 취해진 관점들이 이미 논자의 관심에 순위가 있음을 전제한다. 어떤 특질에 대해 말할 때는 반드시 가치관이 작용한다. 어떤 윤리적인 배경 위에서 일어나지 않는 소위 객관적 기술이란 없다. 다소 명백하게 암시하는 원칙들을 감추려고 애쓰기보다는 처음부터 제시하는 편이 낫다. 그러면매 쪽마다 우월한, 열등한, 보다 좋은, 보다 나쁜, 진보, 퇴행 등의 말에 부여하는의미를 명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게 된다.  - P41

"여자? 아주 간단하지"라고 단순한 표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한다. "여자란자궁이고, 난소이며 암컷이다. 여자를 규정하기에 이 말이면 충분해."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암컷‘ 이란 수식어는 모욕 같은 울림을 갖는다. 그렇지만 남자는 자기의 동물성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누군가가 "저건 수컷이야!"라고 말하면 자랑스러워한다.‘암컷‘이란 말이 경멸적인 이유는 여자의 동물성을 강조하기때문이 아니라, 여자를 그녀의 성性 안에 가둬 놓기 때문이다.  - P47

모성의 노역에서 벗어나는 시기에 암컷은 때때로 수컷에 필적한다. 말도 암컷이 종마만큼 빠르고, 사냥개 암컷도 수캐만큼 냄새를 잘 맡으며, 원숭이 암컷도 지능을 시험해 보면 수컷만큼 영리하다. 다만 이러한 개성이 주장되지 않았을 뿐이다. 즉, 암컷은 포기를요구하는 종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다.
- P65

이러한 생물학적 조건은 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여자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여자가 처한 상황의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차후의 모든 서술에서 이를 참조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몸은 우리가세계를 파악하는 도구이고, 세계는 파악하는 방법 여하에 따라서 아주 다르게그 모습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 P74

메를로퐁티가 매우 정확하게 말했듯이, 인간은 자연의 종이 아니라 역사적 개념이다. 여자는 고정불변의 현실이 아니라 하나의 생성生成이다.  - P75

내가 택한 관점 ㅡ하이데거, 사르트르, 메를로퐁티의 관점 ㅡ에서 만약 신체가 사물이 아니라면, 신체는 상황이라고 말할 것이다. 즉, 그것은 세계를파악하는 우리의 도구며 우리 계획의 소묘다.  - P76

모든 정신분석학자에게는 선택이라는 관념과 그와 상관관계인 가치라는 개념에대해 일률적으로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바로 그것이 정신분석학 체계의 본질적인 취약성을 구성한다. 충동과 금기를 실존적 선택에서 단절시켰기 때문에 프로이트는 그것의 기원을 우리에게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 그는 그것들을 주어진 것으로 여겼다.  - P88

자신의 자유에서 오는 불안감 때문에 주체는 그 어떤 것‘에서 자기를 모색하게 되는데, 이것은 도피의 한 방법이다. 이것은 매우 근본적인 경향이어서 주체가 전체에서 떨어져 나올 때, 즉 젖을 뗀 이후 어린아이는 곧 거울 속에서 그리고 부모의 시선에서 소외된 가기 존재를 붙잡으려 애쓴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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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보스트Jacques Bost에게

질서와 빛과 남자를 창조한 선한 원리가 있고, 혼돈과 암흑과 여자를 창조한악한 원리가 있다. 
ㅡ피타고라스 Pythagoras

남자들이 여자에 대해 쓴 것은 모두 의심받아 마땅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심판자인 동시에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ㅡ풀랭 드 라 바르 Poulain de la barnet - P21

남자는 자신을 위치시킬 때, 결코 어떤 성性에 속한 개인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그가 남자라는 사실은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P27

사람들은 여자가 내분비선을 가지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남자는 자신의 해부 구조에도 호르몬과 고환이 있다는것을 잘도 잊어버린다. 그는 자신의 몸을 객관성 속에서 이해한다고 믿는 세계와의 직접적이고 정상적인 관계로서 파악하는 반면에, 여자의 몸은 그 특수성을 규정하는 모든 것에 의해 둔중해진 장애물이나 감옥같이 여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암컷은 어떤 자질의 결여로 인해 암컷이다. 우리는 여자들의 본질을 자연적 결함때문에 고통받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뒤를 이어 성 토마스는 여자란 "불완전한 남자" 이며 "우연적 존재라고 공표했다. 보쉬에 Jacques-BenignedBossuet(1627~1704)의 말에 따르면, 그것이 바로 이브가 아담의 여분의 뼈" 하나로만들어졌다고 전하는 창세기 이야기가 상징하는 바다. 인류는 남성이며, 남자는여자를 그 자체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와의 관계 속에서 상대적으로 정의)한다. 여자는 자율적 존재로 간주되지 않는 것이다. 미슐레Jules Michelet(1798~1874) 는 "여자, 상대적 존재…"라고 썼다.  - P28

남자의 몸은 여자의 몸을 제외하고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반면, 여자의 몸은 남자를 환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 남자는 여자 없이도 생각되지만 여자는 남자 없이 생각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가 결정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어서 사람들은 여자를 "섹스"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여자가 남자에게 본질적으로 성적인 존재로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자에게 여자는 섹스이므로 여자는 절대적으로 섹스다. 여자는 남자와의 관계에서 결정되고 구별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 여자는 본질적인 것 앞에 있는 비본질적인 것이다. 남자는 주체sujet 이며 절대Absolu 이고 여자는 타자 Autre이다.
- P29

선과 악·행과 불행의 원리, 좌와 우 신과 악마의 대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타성異性은 인간의 생각에 근본적인 범주다.
어떤 집단도 자신 앞에 타자를 즉시 상정하지 않고서는 자신을 주체로 규정짓지 못한다.  - P29

헤겔의 말에 따라, 의식 안에 다른 모든 의식에 대한 근본적인 적대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면 명확해질 것이다. 주체는 대립함으로써만 비로소 자신의 지위를 확보한다. 그는 자신을 본질로 확립하고 타자를 비본질, 객체로 구성하기를 주장한다.
- P30

어째서 양성 간에는 이런 상호성이 세워지지 않았고, 두 항 중 하나가 자신의 상대와 관련해 일체의 상대성을 부정하고 상대를 순수한 이타성으로 규정하면서 자신만을 유일한 본질이라 자처하게 된 것일까? 여자들은 왜 남성의 지상권至上權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않는가? 어떤 주체도 자신을 단숨에 자발적으로 비본질적인 것으로 상정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타자로 규정하는 타자가 주체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주체로 확립하는 주체에 의하여 타자는 타자로서 설정된다.  - P30

다소 긴 기간 동안 한 범주가 다른 범주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데 성공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종종 수적 불평등이 이러한 특권을 부여한다. 즉, 다수가 소수에게 자신의 법률을 강요하거나 후자를 박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는 미국의 흑인이나 유대인처럼 소수가 아니다. 지구상에는 남자 수만큼이나 여자들이있다. 또한 두 집단은 애초에 독립되어 있었다. 그들은 예전에 서로의 존재를 모르거나 각자 상대방의 자주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나 가장 약한 집단이 가장 강한 집단에 복속되어 버린 것이다. 유대인의 디아스포라, 미국 내 노예 제도의 도입, 식민지 정복들은 역사적으로 일어난 사실이다. 이러한 경우에 피억압자들에게는 ‘이전‘以前이란 게 있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과거, 전통, 때로는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베벨 AuguseBebel(1840~1913) 13이 확립한 여자와 프롤레타리아 사이의 유사성이 가장 근거 있는연구라 할 수 있다. 

즉, 프롤레타리아 역시 수적으로 열세하거나 단 한 번도 분리된 집단을 구성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계급으로서 프롤레타리아의 존재를 설명해 주고, 그들이 그 계급 내에 배치된 것을 해명해 주는 것은 ‘어떤 한 사건이 아니라 역사적인 전개 과정이다. 프롤레타리아가 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여자는 항상 있었다. 여자들은 생리 구조에 의해 여자다. 역사를 한껏 소급해 보아도 여자들은 언제나 남자에게 종속되어 있었다. 여자의 종속은 역사적인 한 사건이나 변천의 결과가 아니며 돌연 발생한 일이 아니다. 다만 여기서 부분적으로는 역사적 사실의 우발적 성격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이타성이 절대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 P31

남자와 여자는 경제적으로 거의 두 개의카스트 계급을 형성하고 있다. 모든 것이 평등하다 해도 남자들은 최근에 진입한그들의 경쟁자들보다 더 유리한 상황, 더 높은 보수, 더 많은 성공의 기회를 가지고 있다. 남자들은 산업이나 정치 등에서 훨씬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가장 중요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남자들은 구체적인 권력 외에도 모든 어린이 교육이 유지하는 전통의 위세를 누리고 있다. 현재는 과거를 이어받고 있고, 과거의 모든 역사는 남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여자들이 세계의 역사에 참여하기 시작한 순간에도 이 세계는 아직 남자들에게 속한 세계이다. 남자들은 그 사실을의심하지 않고, 여자들은 이제 겨우 의심하기 시작했다.  - P33

사실, 모든 개인에게는 주체로서 자신을 확립하고자 하는 윤리적 주장과 더불어 자유를 회피하고 자신을 사물로 구성하고자 하는 유혹이 공존한다.
후자는 불행한 길이다. 왜냐하면 수동적이고 소외되고 길을 잃은 개인은 미래를향해 초월하지 못하고, 모든 가치를 상실한 채 낯선 이들의 의지의 먹잇감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길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마땅히받아들여야 할 실존의 공포와 긴장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자를타자로 만드는 남자는 여자 속에서 뿌리 깊은 공모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처럼여자가 자기를 주체로서 주장하지 않는 까닭은 그렇게 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고,
상호성을 세우지 않은 채 남자에 결부시키는 필연적 관계를 느끼기 때문이며, 흔히 타자의 역할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 P34

인종이든, 카스트든, 계급이든, 성이든 열등한 조건에 놓인 경우에 정당화 절차는 동일하다. 영원한 여성‘은 ‘흑인의 영혼‘과 ‘유대인의 성격에 상응하는 말이다. 더욱이 유대인 문제는 전체적으로 다른 두 경우와 아주 다르다. 즉, ‘유대인‘은 반유대주의자에게 열등한 자이기보다 적이고, 사람들은 이 세상 어디에도있을 자리를 인정해 주지 않고 유대인을 말살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여성의 상황과 흑인의 상황 사이에는 깊은 유사성이 있다. 오늘날 두 경우 모두 같은 온정주의에서 해방되고 있고, 예전의 주인 카스트 계급은 그들을 ‘그들의 자리. 다시 말해 그가 그들을 위해 선택한 자리에 계속 붙잡아 두고 싶어 한다. 두 경우에 주인 계급은 어린애같이 잘 웃고 분별없는 ‘착한 흑인과 인종하는 흑인그리고 ‘진정한 여자‘, 다시 말해 경박하고 유치하며 책임감 없는 여자의 미덕에 대해 다소 진심어린 찬사를 늘어놓는다. 

두 경우에 주인 계급은 자기가 만들어 놓은 사실 상태에서 논거를 끌어낸다. 버나드 쇼Bernard Shaw(1856~19502의 재담이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요지는 "미국 백인은 흑인을 구두닦이의 지위에 보내놓고 흑인을 구두 닦는 데만 쓸모 있다고 결론짓는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모든 상황에서 이런 악순환을 찾아볼 수 있다. 한 개인이나 혹은 여러 개인들이모인 한 집단이 열등한 상황에 존속될 경우에 열등하다‘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하다‘ 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그말이 헤겔 철학의 역동적 의미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말에 실체적 가치를 주려고 한다. 하다‘라는 것은 ‘하게 되었다는 것이며, 드러나는것처럼 되었다라는 의미다. 그렇다, 오늘날 여성들은 총체적으로 남자들에 비해 열등하다. 즉, 여자들의 상황이 여자들에게 가장 적은 가능성만을 열어 놓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태가 영속적이어야만 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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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5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5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1-10-06 0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가봅시다!!

미미 2021-10-06 09:05   좋아요 1 | URL
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