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창문을 열었는데 찬 바람에 놀라 다시 닫았다. 나에게 달고나 같은 믹스커피를 진하게 타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주말이 똑딱똑딱 흘러가는 게 더 애틋해진 건 업무량이 늘었기 때문이리라. 다시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됐다. 이곳에 발을 들인 이상, 경력 때문에 언젠가 다시 하게 될 거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그날이 빨리 와서 두려움이 크다. 이런저런 일을 거치며 들어왔던 호칭들... 그중에서 나는 "선생님!"이란 말이 가장 듣기 좋았다. 처음 학원에서 일하게 됐을 때, 수업 첫날 원장님이 "이 선생님!"하고 부르던 때의 설렘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자리에서 너무나 당연한 부름이었음에도 나는 마치 갑작스러운 친구의 장난에 놀란 사람처럼 두근두근했었지. 


오래전, 친구랑 거리를 걷다가 천막도 치지 않고 돗자리 하나 달랑 깐 역술가에게 충동적으로 사주를 본 적이 있다. 그는 내 팔자에 유일한 문제는 나의 게으름이라고 했는데 여전히 내 발목을 잡는 문제여서 그날을 떠올리며 새삼 새삼 놀라곤 한다. 그런데 요즘은 우주가 나를 내버려두지 않는 느낌이다. 이 흐름을 잘 따라간다면 내가 원하던 것을 이룰지도 모른다. 제발 제발...잘해보자 뿅!!




강추...



나의 선생님들 중 조르주 페릭의 이 책이 펀딩 목록에 올랐다. 이달의 마지막 책으로 구매..아니 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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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4-11-17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본명 캐치! 이청아! ㅎㅎ 이 선생님!! 잘하실 수 있습니다!👏👏👏

페넬로페 2024-11-17 16:59   좋아요 1 | URL
청아가 본명이 아닌 것 같은데요?

독서괭 2024-11-17 17:04   좋아요 3 | URL
저의 조크가 통하지 않았군요.. 흠흠

페넬로페 2024-11-17 17:34   좋아요 2 | URL
조크도 이해 못하는
이 페넬로페가
죄송하다고 전합니다^^

청아 2024-11-17 18:17   좋아요 1 | URL
응원 감사합니다. 이참에 그냥 이청아로 바꾸고 싶네요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11-17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와 성이 같군요.
이 선생님, 잘 하실 수 있을거예요.
저도 게으름이 문제인 사람이예요, ㅎㅎ

청아 2024-11-17 18:19   좋아요 2 | URL
12시 전에 잠들면 7시간 보다 못 자도 피로가 풀려요. 그때 그냥 일어나 해야할 일을 하면 종일 뿌듯하고 너무 이른때 깬 것 같아 게으름 부리며 다시 잠들면 종일 자책해요^^;;

cyrus 2024-11-17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여름과 가을 중간 날씨가 이어져서 겨울이 언제 오려나, 하고 속으로 기다렸는데(그렇다고 해서 겨울을 좋아하지 않아요)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쌀쌀하네요. 어제 부모님이 시골에 하루 머물고 오늘 대구로 돌아오셨어요. 대구가 시골보다 춥다고 했으니, 겨울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

청아 2024-11-17 23:20   좋아요 0 | URL
저는 우주점을 다녀왔는데 평소보다 챙겨 입었는데도 바람이 차서 떨었어요. 그래도 노란 은행 낙엽이 환하고 예뻐서 위로받은 기분들어 좋았어요. 대구도 오늘 추웠군요^^

stella.K 2024-11-17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우주가 나를 내버려두지 않는 느낌! 그거 뭔지 저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물 들어 올 때 노 저으랬다고 그 느낌 잘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근데 청하님 보셨다는 그 역술인 저를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정말 게을러서 죽을 것만 같습니다.ㅠㅠ

청아 2024-11-17 23:2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열심히 저어 보겠습니다!
그 역술인 그때 이후로는 보지 못했네요. 혹시 나쁜말 들으면 계속 신경 쓰일까 그런거 안보는데 허를 찔린 느낌이었어요ㅎㅎ 스텔라님도ㅠㅠ 우리 어쩝니까!!

거리의화가 2024-11-18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청아 님 ‘이선생님!!!‘으로 불릴 때의 설레임을 축복합니다^^ 너무 걱정마세요. 분명 잘하실거에요~
날이 급작스레 추워져서 패딩을 꺼내 입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 추위인가 봅니다. 건강 잘 챙기시기를요!

청아 2024-11-18 15:47   좋아요 0 | URL
저도 더 챙겨입었어요!ㅎㅎㅎ
앞으로 또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이 일을 오래하고 싶어요. 화가님의 축복 넘넘 감사합니다.
마음 포근한 한 주 되시길요^^*

syo 2024-11-19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이청아쌤이시라는 말씀이지요? 오케이, 메모메모.

청아 2024-11-19 10:45   좋아요 0 | URL
작가님도 참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11-20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결국 그렇게 되었군요. 잘 해내시리라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본인을 위해서도 그리고 학생들을 위해서도. 응원합니다!!

청아 2024-11-20 08:50   좋아요 0 | URL
남은 인생은 돈 걱정없이 책 읽고 공부하고 가르치며 살면 좋겠어요. 응원 고맙습니다 다락방님!^^* 다나카 미쓰의 책 읽는 중인데 너무 좋아요ㅠ.ㅠ

2024-11-20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4-11-20 15:5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그나저나 쇼님 표정이 원래 저거였나여?🤔
 
한강 : 회복하는 인간 Convalescence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24
한강 지음, 전승희 옮김, K. E. 더핀 감수 / 도서출판 아시아 / 201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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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오독은 어쩌면 필연일지 모른다. 어떤 것들은 어긋난 대로 놓아두고 어떤 것들은 매듭짓기 위해 노력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또는 후퇴하며 살아가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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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으로 인해 남자가 겪는 억압이란남자를 엉망으로 만들지 않는 억압이고, 체면이 초래하는 억압이다.
"모든 위대한 연애에는 모성애가 있다. 여자다운 여자가 남자의강함을 사랑하는 이유는 남자가 약하다는 것을 알아서이다. 사회에대한 환상을 품는 남자에게 여자란 위로의 수단이며 상냥함이며, 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항구와 같은 존재이다. 여자다움을 강제하는 탓에 여자는 엉망이 되지 않는다. 여자 또한 체면으로 살고 있으니까그렇다. 이 사회는 세끼를 주고 한 몸 누이고 잘 곳을 제공해 주는 것과교환하여, 여자를 엉망이 되지 않게 한다. 애완견은 주인을 보면 언제나 기분 좋게 꼬리를 흔드는데, 그렇게 해야 주인이 머리를 쓰다듬어주기 때문이다. 여자의 체면이란 애완견 수준이다.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엄마여야 하는 여자의 삶이란 애완견 수준이다. 그래서 주인이언젠가는 애완견에게 손을 물리듯, 여자한테 모성애를 요구하는 남자는 언젠가 여자한테 뒤통수를 맞게 된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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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달달] 늦어진 공지입니다. 12월, 1월 두 달 간은 When you Trap a Tiger를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달 연장까지 한 책은 결국 저의 경우 완독하지 못했네요. 내용은 늘 그렇듯 흥미진진한데 집중이 잘 되질 않았습니다. 다른 분들은 잘 마무리 지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으니 다음 책을 시작하고 마무리 못한 책은 나중에 따로 완독을 해보려고 합니다. (또르르) 이번 책은 Tae keller라는 한국계 미국작가의 책입니다. 호랑이는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동물이죠. 몇 달 전 관련 다큐를 봤는데 예전에는 호랑이가 참 많았다고 합니다. 속담이나 옛 이야기 속 혹은 민화에서 자주 등장했던 게 그만큼 친숙한 동물이기에 그랬던 거겠죠 마지막 남은 토종 한국 호랑이가 러시아에 있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 책은 꼭 매일 조금씩 나누어 읽으며 완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화이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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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4-11-03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청아 님 2달 동안 또 재밌게 읽어보겠습니다^^

청아 2024-11-03 18:00   좋아요 0 | URL
화가님!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해요~덕분에 저도 계속 할 힘이 납니다^^*

2024-11-03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03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4-11-04 0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이미 사뒀습니다 ㅋㅋ 저는 sow 마무리 짓고 시작할게요. 청아님 함달달 파이팅~^^

청아 2024-11-04 08:34   좋아요 0 | URL
오! 역시 괭님👍ㅋㅋㅋㅋ 저도 되도록 sow 마무리 지어볼께요!^^*

건수하 2024-11-04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년 전에 사둔 책이지요 ^^ SOW 이제 한 챕터 남았습니다. 다 읽고 시작할게요 ^^
청아님도 화이팅~

청아 2024-11-04 11:46   좋아요 0 | URL
오오! 수하님 한 챕터 남으셨군요?! 멋집니다😆 이제보니 연장하길 잘 했네요ㅋㅋㅋㅋ
 

프롤로그 읽고 사랑에 빠졌다.




그 어떤 경우에도 수수께끼를 풀려면 상상력과 직관이 필요하다. - P11

이런 혼돈은 불가피한 것이리라. 한 사람의 생의 연대기는 생각처럼 그렇게 단선적일 수 없으니 말이다. 공백과 공동空洞, 메아리와 불분명한 경계. 이것들은 모든 기억이 그렇듯 모든 글쓰기의 구성 요소다. 인생의 하루하루가 그렇듯 책 속의 말들 역시하나의 균일한 덩어리가 아니다. 아무리 풍성한 말들이나 날들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은 거대한 침묵을 배경 삼아 소진되지 않는 가능성과 암시와 문장의 군도를 그려놓을 따름이다. 그런데 이 침묵은 순수하지도 평화롭지도 않아서 나지막한 웅성임이끊임없이 들려온다. 과거의 끝에서 솟구치는 이 웅성임은 현재의 도처에서 모여든 웅성임과 뒤섞인다. 목소리들의 바람, 숨결들의 다성악이다.
저마다의 마음속에서 프롬프터의 목소리가 아무도 모르게 가만가만 들려온다. 세상과 타인들과 나 자신에 관한 뜻밖의 정보
를 전해주는 미심쩍은 목소리, 조금만 귀기울여도 들을 수 있는목소리다.
글을 쓴다는 것은 프롬프터박스로 내려가, 단어들 사이 혹은주위에서, 때로는 단어들 한복판에서, 언어가 침묵하며 숨쉬는소리에 귀기울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P13

그러나 어느 마술 같은 저녁에는 클레멘스가 방탕한 왕으로변신하기도 한다. 그가 아내나 만찬에 초대한 친구들의 피아노반주에 맞춰 바흐나 쉬츠, 북스테후데, 슈베르트의 곡을 노래할때다. 그는 샹들리에에서 떨어지는 강렬한 황금색 빛줄기 속에꼿꼿이 버티고 서서 놀랄 만큼 유연한 베이스바리톤의 음성으로노래를 한다. 그의 입이 크게 열린다. 폭풍에 시달리는 태양이떨며 울부짖는 어둠의 심연이다. 빛이 그의 금속 안경테를 타고아롱거리며, 두 눈은 유리알 속에 녹아버린 듯 사라진다. 벗어진이마에 매부리코인 맨송맨송한 얼굴 또한 무슨 흰 금속으로 주조하거나 반죽으로 빚어놓은 듯하다.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합창대장이 썼던 준엄하게 반짝이는 가면 같다. 그는 씨 뿌리는 사람의 느린 동작을 허공에 대고 어렴풋이 재현한다. 작고 다부진두 손의 말끔히 다듬어진 손톱이 샹들리에 불빛 아래 반짝인다. - P22

아이는 숨을 죽이고 귀기울인다. 아버지의 강하고 부드러운숨결에 더 많은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서다. 어둠을 다스리는 주인의 목소리다. 아버지는 열병이라는 적을 때려눕힐 수 있었듯이 어둠의 위협적인 힘을 길들인다. 아버지는 그런 식으로 노래를 불러 자신의 치유를 돕는 것이라고, 유럽 전역에서 아버지를찾아온 무수한 환자들 역시 분명 그런 식으로 치료받고 있는 것이라고, 프란츠게오르크는 믿고 있다. 아이는 이 목소리의 고치로 자신을 감싼다. 그가 간혹 몸을 숨기는 거실의 자주색 벨벳커튼보다 더 치밀하고 관능적인 목소리다.
바로 이 목소리 때문에, 그 매혹적인 저녁 시간에 듣는 목소리때문에, 프란츠게오르크는 아버지를 사랑하며 무한히 존경한다.
아버지는 좀처럼 다정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그것이 아이에게는 상처였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아버지의 노래는 고통을 달래기에 충분하며, 적어도 이 고통을 행복한 멜랑콜리로 바꾸어놓는다. 아버지는 냉담하지만, 그의 노래는 피난처 기쁨이다. 아버지의 가슴속에는 밤의 태양이 깃들어 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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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1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01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