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 읽기는 바다낚시고
소설 읽기는 강에서 하는 낚시.(이른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하던 루어낚시를 떠올리자)
그리고 에세이는 계곡낚시.
실용서는 매대에 놓인 생선이다.
알차고 신선한 실용서의 경우에는 좀 미안하긴 하다.
그래도 비교하자면 어쩔수가 없다. 진정한(먹기좋은)실용서일수록 오히려 이 표현들을 인정해줄것만 그럴것만같다.
성인이 되어 새롭게 독서 세계에 입문할때는 실용서를 많이 찾아 읽었다.
(마치 교회에 오빠들 보러, 크리스마스 파티한다니 맛있는거 먹으러 가는 거랑 비슷한 심리일 수 있다.
결과만 좋으면 어디인가?오빠가 생길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맘껏먹고 선물도 받아올 수도 있고 또는 그와동시에 신실한 믿음의 세계로 한발 들여놓을 수도 있는것이다.) 연애가 힘들땐 미친듯이 연애지침서, 연애심리서를 찾아읽고, 건강염려증에 살짝 시달렸을땐 (가까운 사람들이 앓거나 입원하면 네 일이 내 일이 될것같아 덜컥 겁이났다.)건강관련서적들, 난데없이 인체구조를 알려주는 책도 찾았다(모르던 신체 부위도 왜그렇게 많았던가 혀를 차면서)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꽤나 도움이 되었다.어느샌가 친구들 연애상담을 하고 있었고 우울한 친구들에겐 맞춤 플렌을 짜주고 돕기도 했다. 나름의 행동주의자로 거듭난 것이다.
그러다가 남들처럼 고전을, 역사를 찾게되고 별에 대해서도 이론물리학에도 관심이 갔다. 어릴때 포기한 미술도 , 싫었던 수학도, 심리학도, 철학, 논픽션, 여성학...그러면서도 시를 놓지 않으려고 애썼다.
내 마음 한 켠에는 그렇게 늘 바다가 있었던것 같다. 그 세계에는 가슴뛰는 은유와 넘치는 찰나의 아름다움이 늘 눈부셨다. 우리가 육지에 살고 있어도 바다를 외면할 수는 없듯이. 너나나나 행복한 순간이면 바다를 꿈꾸듯이.
<시는 삶의 모습과 우리 자신을 보여 준다. 그리고 시는 우리 안의 불을 일깨운다. 자신이 마른 지푸라기처럼 느껴질지라도 그럴수록 불이 더 잘 붙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p.160
바다를 안보고도 살 수는 있다. 살아가다보면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런 삶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독서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표류하다 오래 물결에 몸을 맡기면 결국 바다에 이른다.
시 적인 노래들도 마찬가지다. 난 항상 가을과 겨울에는 김동률이란 시를 듣는다. 멜로디에 가사를 담아 부르고 음미하는 것도 시를 음미하는것과 다를게없다.그렇게 우리는 바다를 노래하는 게 아닐까.
무엇을 건져 낼지는 각자의 몫이다.
<˝시를 읽는 것은 현실 너머를 보는 것이다. 눈앞의 세계 너머에무엇이 있는지 찾는 것이며, 다른 삶과 다른 차원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고, 가장 중요하게는 젊고 늙고 배우고 못 배우고를 떠나 타인과 나누는 것이다.˝ >P.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