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탕달에 관해 적은 보부아르의 글이 가슴속을 후벼판다.
보부아르는 명언도 많이 남겼는데 400쪽을 넘어서고 나서야 따로 기록해 둘껄 후회가 된다.
그 핑계로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지 다짐. 합본으로 두껍고 글씨도 작지만 번역도 잘 읽히고
투박한 종이 재질도 마음에 든다. 북마크 스티커가 또 가득 메워지고 있다.
망가진 모니터를 치우고 노트북을 켜서 성의 없는 글 한줄에 살을 보텐다. 갖고 싶던 '피아노 책상'인데 클래식한 것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가
다시 모던한 디자인에 끌려서 결정이 더 어렵게 되었다.
예전에는 디자인 종류가 이렇게까지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고민하고 시간이 꽤 흐르는 동안 선택지가 넓어져 기분이 좋다.(선택은 더 어려워졌지만)
여성의 삶도 하루하루,일년일년 더 선택지가 많아지길. 모두가 서로를 배타적인 타자가 아닌 고유한 존재로 인정하고 수용할 날을. 그런 선택지를 기다려본다.
스탕달은 진실을 신뢰한다. 진실을 피하는 즉시 인간은 산 채로 죽지만, 진실이 빛나는 곳에는 의미를 지닌 아름다움과 행복과 사랑과 기쁨이 빛을 발한다. 그 때문에 진실을 가장한 기만을 물리침과 동시에 신화의 거짓된 시.도 거부한다. 그에게는 인간의 현실만으로 충분하다. 그에 의하면 여자는 단지 인간일 뿐이고, 어떤 형태의 꿈도 그보다 더 매혹적인 것을 만들어 낼 수 없다. - P364
스탕달이 그렇게 대단하게 소설적인 동시에 결연하게 페미니스트라는 것은놀랍다. 페미니스트들은 일반적으로 모든 것에 보편적인 관점을 취하는 합리적인 정신이다. 그러나 스탕달은 단지 일반적인 자유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행복도고려해서 여성의 해방을 주장한다. 그는 여자들이 해방된다고 해도 사랑은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남자와 동등한 여자는 더 완전하게 남자를 이해할 수 있는 만큼 더욱더 진실한 사랑을 하게 된다. 여자들 안에 있는 자질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마침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자질들의 가치는 여자들에게서 표현되는 자유로부터 오고, 이 자유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 P364
스탕달은 자기 여주인공들을 결코 남주인공과의 관계에 따라서만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그녀들에게 독자적인 운명을 부여했다. 그는 어떤 소설가도 전혀 시도하지 않은, 한층 더 드문 기획을 시도했다. 즉, 그는 자기 자신을 여자 인물 속에 투사했다. 그는 마리보가 마리안느에게 혹은 리차드슨이 클라리스 할로라는 인물에게 한 것처럼 라미엘에게 몸을 굽혀 들여다본 정도가 아니라, 쥘리앵의 운명과 하나되었던 것처럼 라미엘의 운명과 하나되었다. 그 때문에 라미엘의 형상은 약간 이론적이지만, 특이하게 의미심장하다. 스탕달은 처녀 주위에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장애물을 세워 놓았다. 그녀는 가난한 시골 처녀에다 무지하며, 온갖 편견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 의해 거칠게 길러었다. 그러나 "바보 같은 짓이야"라는 이 짤막한 말이 내포하는 범위를 이해하는날부터 그녀는 가는 길에서 만나는 모든 도덕적 장벽을 걷어낸다. - P363
분별력 있다는 인간은 자기 인생에 대하여 기존의 정당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천박한 것이다. 반면에 열정적이고 사려 깊은 여자는 매 순간 기존의 가치를 재검토한다. 그녀는 의지할 데 없는 자유의 지속적인 긴장 상태를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자신이 항상 위험에 처해 있다고느낀다. 즉, 그녀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얻거나 혹은 잃어버릴 수 있다. 불안 속에서받아들인 위험성을 여자의 이야기에 영웅적인 모험의 색채를 부여한다. 그래서 그성패 여부의 내기는 가장 고귀해지고, 실존의 의미는 각자의 몫이자 그의 유일한몫이 된다. - P361
고독의 상태는 자유의 극한 순간이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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