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꿈 - A Barefoot Drea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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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1. 줄거리 。。。。。。。

 

     전직 축구 선수였던 원광은 운동을 접고 사업을 시작하지만,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한다. 동티모르라는 작은 나라에서 재건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 몫 잡을 수 있을 거라는 광고를 보고 도착하지만 결국 사기꾼에게 속았음을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갈까 하는 찰라, 내전으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맨발로 축구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판매하는 가게를 차렸지만, 하루 먹고 살 돈도 충분치 못한 나라에서 처음부터 무리였다. 전략을 바꿔 하루에 1달러씩, 2개월간 할부로 축구화를 팔려고 했지만, 그것도 처음에만 잠깐이었고 아이들은 돈을 마련하지 못해 축구화를 반납한다.

     다시 한 번 사업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던 차, 그가 축구화를 마련해주며 잠시 가르쳤던 아이들이 몰려와 떠나지 말 것을 간청하자 아이들과 함께 끝을 보고 싶다는 결심을 한 원광. 그는 자신이 지도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본에서 열리는 유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쉽지 않은 난관들이 있었는데..  


 

2. 감상평 。。。。。。。

 

     상영 시간만을 보고 보게 된 영화였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오랜 식민지 생활과 독립 직후 이어진 내전으로 인해 변변한 기반시설도 없이 말 그대로 맨발로 축구를 해야만 했던 아이들의 모습과 그런 아이들이 출전하는 경기 소식을 텔레비전도 없이 라디오 소리로 들으며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작년 여름 개봉했던 영화 ‘국가대표’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동티모르라는, 익숙지 않은 나라에 도착해 현지에서 직접 아이들을 뽑아 영화를 제작했기에 물론 연기력이 A급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영화의 스토리 자체가 충분히 관객에게 호소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 듯 했다. 아쉬운 건 주연 배우인 박희순의 연기력인데, 사실 나는 이 배우가 출연한 영화들을 보면서 연기파 배우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이번 영화에도 특유의 어색한(이것도 현지의 아이들의 연기수준과 맞추려고 한 거라면 할 말이 없지만) 연기가 빛을 발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개발국들이 퍼뜨린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체제는, 겉으로는 자유로운 경쟁체제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국가마다, 또 경제주체마다 발전되어 있는 정도가 다르므로, 이미 발전된 국가와 경제주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체제다. 쉽게 말해 돈 있는 집 아이들은 고액 과외다 해외 연수다 해서 학원 한 번 제대로 갈 수 없는 가난한 집 아이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이다.

     스포츠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여서 어렸을 때부터 좋은 장비와 경기장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선수들이 뛰어난 기량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스포츠가 흥미로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체로 분류되던 팀이나 선수가 강자를 꺾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는 의외성이다. 그리고 그럴 때 사람들은 통쾌함을 느낀다. 이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도 그와 비슷할 것이다. 때문에 특별히 주인공을 대적하는 악당들이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충격적인 소재들이 등장하지 않아도 극은 충분히 재미있다.

     흥미진진한 스포츠 영화로도, 또 어린 아이들의 자아실현을 그린 영화로도, 동티모르라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또 하나의 이웃에 관한 소개를 담고 있는 영화로도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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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오브 다크니스 - Edge of Darknes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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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시카고에서 경찰로 근무를 하고 있는 토마스 크레이븐(멜 깁슨)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딸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나오는 아버지다. 오랜만에 집에 온 딸 엠마와 함께 오붓하게 저녁을 먹으려던 중 갑자기 엠마가 구토를 하기 시작하고, 토마스는 딸과 함께 병원에 가려고 집을 나서던 순간 괴한이 나타나 엠마를 살해하고는 도망가 버린다.

     경찰과 언론은 모두 아버지인 토마스를 살해하려다 그렇게 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하지만, 우연히 딸의 소지품을 챙기던 중 발견한 딸의 아파트 열쇠를 가지고 집으로 찾아가면서 가려져 있었던 의혹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집요한 복수의 과정을 그린 영화.

 


 

2. 감상평 。。。。。。。

 

     한 대륙 전체를 영토로 하는 국가라서인지, 온갖 종류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가득한 미국에서는 온갖 종류의 음모설이 난무하고,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만들어진다. 이 영화도 그런 종류의 음모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정부와 비밀리에 계약을 맺고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는 기업이 회사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려는 직원의 입을 막기 위해 죽이고, 이를 알게 된 아버지가 복수를 한다는 매우 단순한 구조.(이 정도는 영화 소개글로도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내용들이니 스포일러라고 돌을 던지지는 마시고..;;)

     영화의 주요 흐름인 아버지의 복수라는 스토리는 딱히 새로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뻔한 소재였다. 오히려 이 영화를 보며 좀 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것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개인을 희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은 국가와 동일시하는 착각에 빠진 사람들이다. 어느 사회고 이런 사람들은 존재하고, 대부분 그런 이들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자기들만의 독선에 빠져서 그 국가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기초요소인 시민들을 억압하고 압제하는 것을 당연한 일인 양 여기곤 한다. 영화 속 노스무어의 회장인 베넷은 그런 사람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인물.

     시민의 자유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미국에서조차 결국 정부는 불의한 피해를 입은 시민을 도와주지 않았다. 영화 속의 이야기지만, 이런 영화가 계속 제작된다는 것은, 미국 내에서도 무소불위의 국가권력에 대한 반감이 어느 정도 쌓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우리나라였다면 당장에 장난감 권총을 차고 이런 영화를 만든 빨갱이 영화사와 감독은 사죄하라며 가스통과 신나로 위협을 했을 수도 있을텐데 아직 그런 소식은 없다니, 그런 면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우리보다 낫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영화 그 자체는 딱히 흥미를 끌만한 내용이 없다. 그렇다고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치밀한 구조도 보이지 않고, 그냥 복수심에 불타서 결국 문제를 직접 해결하러 다니는 한 아버지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시종일관 어디에서 본 듯한 장면들의 연속인, 딱 시간 때우기용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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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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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주인인 몽룡을 따라간 기생집에서 춘향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린 방자. 춘향을 꼬셔보려는 주인 몽룡의 의도를 알면서도 자꾸만 그녀가 떠오르는 데 별수 있나, 전설적인 연애 고수인 마 노인으로부터 비결을 전수받아 춘향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싸움도 잘하고, 힘도 세고, ‘고기까지 잘 굽는’ 그가 놀라운 연애 기술까지 습득하자 춘향은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되지만, 어머니 월매의 주장에 따라 몽룡과도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과거를 위해 한양으로 떠난 몽룡을 대신해 남원에 남아 춘향을 돌보며 나름대로 성공을 하게 된 방자. 하지만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아 있었고, 마침내 과거에 급제한 몽룡이 돌아오면서 그의 위기감은 사실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시작된 변학도의 수청 요구. 이를 거부한 춘향은 결국 옥에 갇히게 되고 방자는 춘향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결국 몽룡 앞에 엎드릴 수밖에 없게 된다. 드디어 기다리던 어사출두가 이루어지지만, 그 모든 것 뒤에 숨겨진 반전.. 방자는 그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

 



 

2. 감상평 。。。。。。。

 

     개봉한 지 이틀 만에 영화를 보고 나와, 슬슬 감상평을 쓰려고 영화 관련 정보를 찾던 중 뉴스를 하나 발견했다. 방자전이 춘향의 정절을 모욕했기에 상영금지를 요구한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내용. 인터넷에서는 이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냥 영화 홍보의 일환을 위한 노이즈 마케팅은 아닌가 살짝 의심도...

     영화관에 들어간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영화의 감독이 스캔들(각본만), 음란서생을 찍었던 그 감독이란다. 대충 감이 오는 듯. 이 감독더러 욕망과 성에 대한 깊은 탐색과 같은 예술적 무엇을 그려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식으로 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뭐.. 내가 보기엔 그냥 손쉽게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영화 방자전에서도 베드신은 극의 전개상 필수불가결한 장면이라는 느낌은 딱히 들지 않고, 그저 어서 지갑을 열고 이 영화표를 사라는 유혹의 몸짓만 보일 뿐이다.

 



     그러면 스토리라도 탄탄하다면 이런 저런 악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 반론을 제시할 수 있을 터. 이 영화를 두고 볼 때, 도입과 전개 부분에서는 꽤나 재미있게 흡입력을 가지고 있지만, 절정을 지나 결말부에 이르면 지나치게 서둘러 수습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말 그대로 용두사미라고나 할까. 개연성이 없는 결말은 어떤 설득력도 가지지 못하고 어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수확은 김주혁의 핸섬 방자도, 최초로 베드신을 찍어봤다는 조여정의 몸매도 아니고, 변학도 역을 맡은 배우 송새벽이었다. 이미 다른 몇몇 작품들에서 꽤나 인상적인 조연으로 연기했던 모습을 보기는 했으나, 이번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긴장감이 떨어지는 영화 후반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힘이었다. 영화 전반부에서는 마노인 역의 오달수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두 명의 맛깔 나는 조연이 아니었다면, 영화의 평점은 거의 바닥을 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

     말리기까지야 하지 않겠으나.. 그냥 딱히 꼭 봐야할 영화라고 추천까지 할 영화는 결코 아니라는 데 내 손톱(?)을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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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깡패 같은 애인 - My Dear Desperado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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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줄거리 。。。。。。。

 

     취업이 돼서 서울로 올라온 세진. 하지만 회사가 세 달 만에 부도가 나면서 산동네 반지하방으로 이사를 오게 되고 옆집의 깡패 같은 사내 동철을 만난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고, 스펙도 쌓았지만 지방대 출신인 세진은 좀처럼 취직을 하지 못하고, 동철은 그런 세진을 무관심한 듯 바라본다.

     잇따른 취업 실패에 속이 상한 세진과 역시 보스를 대신해 감옥에 다녀온 대가로 자리를 얻어 생활을 하고는 있으나 잇따라 ‘가오’가 나지 않는 일만을 겪게 된 동철은 우연찮은 기회에 서로를 위로하게 되고, 점차 묘한 감정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2. 감상평 。。。。。。。

 

     영화의 전체 얼개가 지난해 봤던 ‘똥파리’를 떠올리게 만든다. 주인공인 깡패가 한 여자를 만나 변하게 되고 그 여자도 깡패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한다는 스토리.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욕으로 도배가 되었던 똥파리보다 이 영화가 훨씬 더 가볍고 대중적이긴 하지만, 또 이 영화에서 정유미가 맡은 세진이 더 밝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남녀의 로맨스 외에도 ‘청년실업’이라는 또 하나의 주제가 매우 가볍게 등장하고 지나간다. 세진이 동철의 옆방으로 이사를 오게 된 것도, 그리고 동철과 가까워지게 된 계기도 모두 이 이유 때문이었고, 지방대 출신의 세진의 말을 통해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진지한 해결책에 대한 모색 정도는 아니고 말 그대로 ‘그냥’ 살짝 언급 정도. 잘만 요리했으면 이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그런 소재였는데, 아쉽게도 감독은 그냥 영화적 환상으로 가볍게 문제를 해결해버리고 만다.
 




     투캅스 때부터 봐왔던 박중훈 식의 톡톡 튀는 개그 코드가 두드러진 영화였다. 상대 배우였던 정유미는 박중훈의 연기에 그런대로 무난하게 보조를 맞춰주고 있다. 영화 제목처럼 ‘깡패 같은’ 애인이었다면 딱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영화엔 ‘깡패인’ 애인이 등장한다. 딱히 강도 높은 폭력신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칼부림 장면은 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 장면만 아니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데이트를 할 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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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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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조선 말 선조 시기 무능한 정부를 대신해 정여립을 중심으로 대동계가 조직되어 외적을 막아 싸우는 무리가 나타났다. 당파 싸움만을 반복하던 당시의 정치인들은 즉각 이 조직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것을 감지하고 정여립에게 역모 혐의를 씌워 죽이고, 더 이상 조정에 아무런 희망이 없음을 깨달은 이몽학은 대동계를 이용해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는 계획을 꾸민다.

     친구인 정여립이 사실은 이몽학에 의해 죽임을 당했음을 짐작한 황정학은 이몽학의 계획이 결국은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갈 것임을 짐작하고 그를 저지하기 위해 나서고, 이몽학에 의해 세도가였던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자 비록 서자였지만 아버지를 위해 복수에 나선 견주와, 이몽학의 정인(情人)이었던 기생 백지가 그와 합세해 이몽학을 찾아 나선다.

     마침내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십오 만의 왜군이 파도처럼 밀려와 나라를 집어 삼키는 와중에, 나라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일어선 대동계원들은 임금이 버리고 도망간 한양으로 모여든다.

 




2. 감상평 。。。。。。。

 

     영화관을 나오며 드는 이 뭔가 뒤끝이 개운치 않은 느낌은 아마도 이번에도 감독이 소수자, 혹은 패배자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이리라. 패배자의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그냥 능력이 없어 졌다는 말로는 이야기를 만들 수 없다.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실패가 되어야 이야기가 된다. 때문에 잘 만들면 명작이 되지만, 자칫 억지스러움으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 고대 그리스의 빛나는 비극들이 그 좋은 예라면, 이 영화는 그 나쁜 예가 아닐까.

     영화 속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는 전혀 절박함이 없다. 뭔가 간절함은 있을지 모르지만 자기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거대한 흐름에 의해 슬픔으로 빠져드는 무언가가 부족하다. 이몽학의 모든 행동은 대의(大義)를 위해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 자신을 위한 무엇도 아니었고, 그를 막아서려는 황정학의 의도도 그저 현실에 순응해 살라는 메시지 이외에는 찾을 수가 없다. 무작정 옛 정인을 찾아 나서는 백지는 존재감이 없었고, 아버지를 죽였다는 이유로 이몽학을 죽이겠다고 설치는 견주(견자)가 그나마 가장 생동감이 있는데, 극 전체를 두고 보면 딱히 존재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역사를 다루는 작가, 혹은 감독이라면 누구나 부딪히는 어려움은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는 점일 것이다. 성공한 인물을 다룬다면 그 자체로 좋겠지만, 실패한 역사를 다룰 때는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관객으로서는 겨우 감정이입을 시켜 놓은 인물이 맞고 터지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달가울 리 없으니까. 때문에 감독은 비록 패배는 했지만 무엇인가는 남겼다는 식의 변명을 대신 해 주어야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죽음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못한 채 그냥 패배주의에 매몰된 듯한 느낌이 든다.

     스크린은 시종일관 짙은 잿빛구름이 끼어 있는 하늘을 보는 것 같았고, 배우들의 연기력은 그 무거운 구름의 무게에 눌려버렸다. 이 과장되게 심각한 캐릭터는 내 경우에는 극의 몰입을 방해해버렸다. 영화를 본 다른 관객들의 지배적인 의견처럼, 왕의 남자를 떠올리고 상영관에 들어간다면 필히 실망을 하며 나오지 않을까 싶다.(임진왜란 이후에나 들어온 고추를 어떻게 구했는지 벌써 고춧가루에 버무린 김치를 얹어 국밥을 먹느냐는 식의 딴죽을 한 번 걸고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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