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 No doub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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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한 시골 마을에서 어느 날 아이가 사라진다. 아이를 찾아 생업까지 내팽개치고 돌아다니던 충식은, 우연히 자기 마을에 아동성범죄 전과를 가진 사람(세진)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당연히 그를 의심하게 되었지만 경찰은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풀어준다. 하지만 이미 의심을 품은 충식은 세진을 범인으로 단정하고 쫓기 시작했고, 그 날부터 말 수도 적고 단추를 가장 위까지 채우고 다니던 단정한 청년은 온동네 사람들로부터 납치(혹은 살해)범으로 낙인찍힌다.

 

 

2. 감상평 。。。。。。。

 

     간만에 괜찮게 만든 심리 스릴러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의심’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이끌어 가는 감독의 연출력은 결코 녹녹치 않았다. 딸을 잃고 의심에 사로잡혀 날뛰는 충식 역의 김태우나, 자신에 대한 의심을 알면서도 어찌할 수 없이 침묵만을 지키는 세진 역의 이정진의 묘한 표정/내면 연기도 훌륭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88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상영 시간은 지나친 긴장감의 연속으로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는 문제를 빗겨나가게 해 주었다. 

     영화는 우리가 가진 의심이 얼마나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의심을 받을만한 전력을 가진 세진도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할 수도 있으나, 영화에선 세진 보다는 충식의 돌발행동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의심이 쌓이면 불신이 되고, 불신이 커지면 적대심으로 변하는 법이다. 적대심은 곧 유무형의 충돌을 일으키고, 힘과 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 때문에 불신풍조가 만연화 된 사회는 발전을 할 수가 없는 법이다.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해 편을 가르고, 상대를 불신하도록 만들었던 이 땅의 정치지도자들은 자신들 때문에 이 나라가 정체되고 있음을 아는 지 모르겠다.

 

     발전이란 높은 건물을 세우고, 간척지를 메우고, 흙길을 포장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것을 입고 먹더라도 그런 공동체에서는 만족이나 성취를 쉽게 경험할 수 없다.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가 최근 부각되는 이유는 뒤늦게나마 사람들이 이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좋은 징조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반전은 결론부다. 충식의 딸을 죽인 범인이 어떤 이기적 목적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이 영화는 그저 그런 스릴러로 마칠 뻔 했으나, 감독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결론을 제시하면서 이야기의 비극성을 더한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여러 가지로 괜찮은 영화지만, 제목이 아쉽다.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미종결 문장은 뭔가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긴 하지만, 뭘 말하는 지 쉽게 알 수 없는 애매함도 담고 있다. 차라리 ‘낙인’처럼 좀 더 강하고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한 제목을 지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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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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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건설사 회장으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기는 스폰서 검사(주양)와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범인을 조작해 내는 경찰(최철기). 거기서 거기인 두 사람이 빌딩 건축 입찰권을 따 내려는 서로 다른 두 건설사의 뒤를 봐주게 되면서 얽히기 시작한다. 부당거래가 판치는 대한민국 어딘가에 있음직 한 부패한 권력의 모습이 씁쓸한 웃음과 함께 그려진다.

 

 

2. 감상평 。。。。。。。

 

     영화를 예매하고 보러 가는 길 차 안에서 우연히 듣고 있던 라디오 방송에 류승완 감독이 나와 이 영화에 관해 여러 가지를 설명해준다. 이런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있나. 뭔가 맞는다 싶었는데, 딱히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본 영화 치고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감독은 극구 현실의 어떤 사건을 떠올리며 제작한 영화가 아니라고는 하지만,(극본이 먼저 나왔다나. 하지만 극본이야 영화를 제작하면서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지 않은가) 관객으로서는 스폰서 검사니, 떡검, 섹검이니 하는 일들이 떠오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권력자들에 반대하는 소리를 한 마디라도 하면 바로 좌파니 빨갱이니 하는 딱지를 붙이는, 사상적으로 불안정한 나라에선 이렇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다. 뭐 류 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든 적이 없었으니 곧이곧대로 믿어야 하는 걸지도.

    큰 틀은 주양과 최철기 사이의 심리전이지만, 여기에 주양은 주양대로, 최철기는 최철기 대로 각자의 사정들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줄거리를 요약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이런저런 스토리들이 잡다하게 얽혀 있다. 나름 친절한 설명을 시도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덕분에 영화의 마지막이 좀처럼 끝날 타이밍을 못 찾고 떠돌다가 흐지부지 사그라져 버렸다. 너무 벌려놔서 뒷심이 딸렸다고나 할까.

 

 

     청와대 직원이 대포폰을 만들어 정부 산하 직원에게 주고, 공직자들의 비위를 잡아내라는 공직윤리관실은 민간인 뒷조사나 하고, 그래도 검찰은 별다른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꼬리만 자르는 등 날마다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나라에 살다보니,(사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을 지경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온갖 부당한 거래들이 꼭 어디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럴 땐 강우석 감독의 강철중 같은 무대뽀 형사/검사가 등장해 다 때려잡아 넣어버렸으면 좋겠지만 류승완 감독의 영화에선 그런 작은 환상 속의 만족조차 등장시키지 않는다. 쩝.

 

     어쩌다 보니 2010년을 마무리하며, 한 해를 ‘기록한 영화’ 같다는 느낌이 든다. 10월 말이라는 시간도 그렇고, 스폰서 검사 사건도 그렇고.. 볼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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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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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전 지구적 재앙.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살아남은 사람들 중의 일부는 다시 희망을 잃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아내를 잃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과 함께 남쪽의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남자.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그렇게 끝없이 걸어간다.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자 식인까지도 서슴지 않는 약탈자들과 끊임없는 배고픔과 피곤함은 그들의 발걸음을 점점 늦추지만, 아들을 살리겠다는 일념은 남자의 무거운 걸음을 계속 내딛게 하는 힘이었다.

 


 

2. 감상평 。。。。。。。

 

     모두가 사라지고 혼자 남게 되는 경험은 그야말로 끔찍함 그 자체다. 비단 물리적으로는 함께 있더라도 마음을 터놓고, 혹은 서로를 챙기고 염려해 줄 누군가가 전혀 없다면 그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보통 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이 지나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막상 그들이 사라지면 세상이 얼마나 황량한 모습으로 변해버릴 지 영화는 잘 보여준다. 결국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극도의 이기주의를 보이고 있는 오늘날의 어떤 이들은 도대체 뭘 원하는 걸까? 그들은 정말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는 걸까?

     한편으로 정확히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무엇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한 없이 걷는 주인공의 모습 또한, 방향감각을 상실해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만 같다. 단지 어디론가 걷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로 걷느냐도 그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할 텐데, 오늘날 사람들은 그저 관성에 젖어 달리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성공을 향해, 더 강한 권력과 더 많은 돈을 향해.
 

 

     감독은 모든 것이 남아 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사라진 새로운 세계를 잘 창조해 냈다. 최첨단의 기술력이 동원된 높은 다리와 깊고 검은 숲은 놀라운 대조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짙은 잿빛 구름으로 덮인 하늘은 인물들의 깊은 고민과 혼란한 감정을 적절히 보여준다. 틈틈이 환하게 빛나는 과거의 모습을 그리는 회상 장면은 현재의 고통을 더욱 짙게 드러낸다. 배우들도 노골적이지 않지만 깊은 슬픔을 꽤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 꼭 한 번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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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짱은 내친구 - School Days with a Pig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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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일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실. 학년 초 담임선생님이 작은 돼지 한 마리를 교탁 위에 올려놓고, 1년 간 잘 키워서 졸업할 때 함께 나누어 먹자고 제안을 한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집을 만들고 씻기고, 잔반을 얻어다 먹이고, 배설물을 치운다. 그리고 새끼 돼지에게 예쁜 이름도 붙여 준다. P짱.

 

     하지만 시간은 점점 지나고, 2학기가 되어 졸업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이미 정이 들어버린 P짱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토론을 벌인다. 모두들 P짱을 좋아했지만, 결론은 좀처럼 일치되지 않았다. 애초에 계획한 대로 식육센터로 보내 먹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P짱을 좀 더 키울 것인가. 유치하게만 보이던 아이들이 자신들이 ‘생명’을 다루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면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러면서 아이들은 한 단계 더 성숙해가고 있었다.


 

2. 감상평 。。。。。。。

 

     소금과 같은 일부 광물질을 제외하고는, 사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모두 한 때는 살아 있는 것이었다. 영화는 자기들이 직접 애정을 담아 기른 돼지를 잡아먹을 수 있느냐고 항변하는 아이들의 말을 통해 이 잊기 쉬운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우리는 과연 다른 생명을 죽여 먹을 만큼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는 우리를 위해 생명을 희생한 대상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가.(짐승만도 못한, 아니 짐승들도 절대 하지 않을 일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신문과 방송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걸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만은 않지만.)

 

     개인적으로 동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직접 키우지는 않는다. 초등학교 시절 며칠 키우던 병아리가 전부였으니까.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소요되는 많은 것들은 둘째 문제이고, 무엇보다도 그 녀석이 죽는 모습을 볼 자신이 없어서다. 이별이 두려워서 사랑을 못하고 있는 꼴이다.

 

     영화는 사랑과 이별이 별개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사실 생각 해 보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지속되는 관계란 없는 거니까. 얼마 전 읽었던 C. S. 루이스의 책에 나온 말처럼, 관계의 시작은 필연적으로 둘 중 하나의 죽음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고, 심지어 당연한 일이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보내줄 때도 처음 만날 때만큼 충분히 ‘잘’ 해 내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영화는 잘 보내주는 것이라는 주제와 생명의 소중함을 잘 엮어 내고 있다.

 

 

     아이들과 돼지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영화는 결코 유치하지 않으며, 오히려 여느 가벼운 오락/연예 영화가 따라올 수 없는 심오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컨대 ‘죽이는 건 생명을 빼앗는 것이지만, 먹는 건 생명을 이어받는 일’이라고 말하는 영화 속 한 아이의 말의 잔상이 오랫동안 남는다. 때로 어른들도 어린이들에게 배워야 할 점이 있는 법이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기도 하니까.

 

     영화를 보고 난 뒤, 이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감동이 더욱 짙어진다. 실제 이야기가 영화처럼 아름답고 깨끗하지만은 않았겠지만, 실제의 선생님도 참 대단한 교육을 시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생명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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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프리 - Grand Prix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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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사상 최초의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여자 기수가 되는 것이 꿈인 서주희.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말 푸르미가 죽게 되자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말 타기를 포기하려 한다. 하지만 푸르미가 태어난 곳 제주도에서 만난 우석은 그런 주희에게 꿈을 향한 도전을 포기하지 않도록 만들어 주었고, 주희는 새로운 말 ‘탐라’와 함께 다시 한 번 그랑프리에 도전한다.

 


 

2. 감상평 。。。。。。。

 

     여전히 부족한 점이 눈에 띄지만, 그래도 드라마 ‘IRIS’ 이후 꽤나 연기력이 향상된 김태희 주연의 영화다. 확실히 몇 년 전에 봤던 ‘중천’보다는 부쩍 나아졌고, 이젠 A급 까지는 아니라도 발연기는 벗어난 듯한 느낌이다. 여전히 그녀에게 딱 맞는 배역을 만나지는 못한 것 같지만, 그래도 이번 작품에서의 연기는 봐줄 만하다. 그리고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력을 보여준 것은 소심이 역을 맡은 아역배우 박사랑이다. 어쩜 그렇게 깜찍하게 연기를 하는지.

 

     양윤호라는 감독은 신인급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꽤나 많은 작품들을 만들어 낸 베타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최근엔 아이리스를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극의 흐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주 4.3 사태로 보이는 사건을, 그것도 앞뒤 다 잘라내고 등장시키는 뜬금없음을 보여준다. 이런 난데없는 ‘만행(?)’은 드라마에선 대충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영화처럼 짧은 시간에 집약적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야 하는 장르에선 치명적이다. 이 감독이 만든 영화 중 크게 흥행을 거둔 것이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는 건 아닌지.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장면은 달리는 말의 근육들이 돋보이는 역동적인 질주 장면이다. 아름답고 넓은 들판을 배경으로 말을 타고 달리는 김태희의 모습은 아름답다. 여기에 쭈뼛쭈뼛 하면서 서투르게 접근하는 양동근이 맡은 우석이라는 인물은 저절로 흐뭇해지게 만든다. 과도하게 자극적인 장면이나 소재들은 등장하지 않지만, 언젠가 김태희가 했다는 인터뷰대로 ‘보고 났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따뜻한 영화’가 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가족끼리 봐도, 연인끼리 봐도 좋을 영화. 단, 남자 둘이 가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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