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렛미고 - Never Let Me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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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영국에 있는 기숙학교인 헤일셤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엄격하기로 유명한 영국식 기숙학교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곳에서 캐시와 루시, 토미가 만나게 된다. 캐시는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던 토미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친구였던 루시가 토미와 사귀게 되면서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밝혀진 비밀. 아이들이 학교로만 알고 있었던 헤일셤은 사실 의학적 목적을 위해 복제인간을 길러내기 위한 기관이었고, 그렇다 다 자란 아이들은 서너 번의 장기이식을 하고는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 세 친구는 다른 이들이 정해놓은 이 충격적인 운명을 담담히 마주하면서 서로를 향한 사랑을 계속한다.

 

 

 

 

2. 감상평 。。。。。。。                 

     복제인간을 다룬 여러 영화들이 있었지만, 다들 그 소재가 주는 파괴력에 영화적 감성이 매몰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영화만큼은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이렇게 서정적으로 그릴 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수작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화는 과도한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지도 않는다(개인적으로 그런 영화는 딱 질색이다). 감독은 배우들의 절제된 감정표현을 잘 이끌어 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것은 ‘의학혁명’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아름답지 못한 기술인 의료용 인간 복제라는 분야다.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과 수명을 위해 자신의 유전자와 동일한 복제인간을 ‘제조’해 놓고는 몸에 이상이 생길 때마다 그 ‘복제품’으로부터 필요한 부분을 잘라내 자신의 몸에 붙인다. 옛날 드라마 ‘전설의 고향’에 나왔던, 병에서 낫기 위해 시체의 다리를 잘라다 삶아 먹었다던 예의 없는 (그리고 비인간적인) 어떤 사람들과 딱히 다를 바가 없는 행위다. 여기엔 기본적으로 내 유전자로 내가 복제를 했으니,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내 것이라는 태도가 깔려 있다. 인간 배아를 가지고 의료용 장기를 만들겠다는 현금의 멋들어진 계획도, 사실은 이런 종류의 극단적인 자기중심적 사고와 다르지 않다.


 

     영화 속 헤일셤의 교장은 복제된 아이들도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의 그림과 시들을 모아 미술관으로 보낸다. 하지만 이미 그 아이들을 팔 다리를 잘라내고 장기를 파내서 자기들의 건강을 위해 삶아 먹는 데 맛을 들인 사람들에게 그런 것들은 단지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자기들이 그 아이들이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아이들은 물건일 뿐이라는 태도는, 마치 400년 전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을 놓고 그들도 사람인가 동물인가를 논쟁했던 유럽의 법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여기엔 그들을 동물처럼 다뤄서 자기들의 이익을 얻으려했던 사람들의 욕심이 뒤에 있었다. 결국 인간은 욕심 때문에 스스로 인간됨을 포기하기에 이르게 된 것인데,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경향은 점점 더 강해지리라.

     사실 이미 지금도 이런 ‘복제 인간들’을 이용해 자신의 평안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로 세상은 넘쳐난다. 비정규직원들은 고용의 안정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일한 만큼의 대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착취당하고 있다. 뻔히 다 알면서도 하청의 재하청을 허용하는 대기업 총수들은 영화 속 ‘인간들’과 뭐가 다르다 하겠는가. 자신들이 착취하고 빼앗아가는 그들도 꿈을 꾸고 사랑을 하는 자기들과 같은 존재라는 기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한,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이 봄날 보기에 괜찮은 로맨틱 드라마다. 아울러 영화를 보고 나올 때쯤이면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나오게 될 것 같다. 킬링 타임용 영화를 보는 것보단 이편이 좀 더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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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 Confession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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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봄방학을 앞둔 한 중학교 교실. 담임선생인 유코는 시끄럽게 떠들며 아무도 듣지 않는 학생들을 향해 존댓말로 또박또박 자신의 마지막 말을 전한다. 자신의 딸을 죽인 사람들이 이 반 안에 있다는 것. 그녀는 범인이 누군지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고 하면서 그들이 누구인지를 지목한다. 하지만 현행 형법으로는 만 14세가 되지 않는 그들을 처벌할 수 없다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했다고 고백한다.

 

     이후 영화는 슈야, 나오키, 미즈키 등 주요 등장인물들의 입장에 서서 사건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의 심리를 내레이션으로 고백해 나간다.

  


 

 

2. 감상평 。。。。。。。               

 

     영화는 기본적으로 복수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법적, 도적적 문제가 아울러 제시된다. 기본적으로 현대 국가에서는 사적 구제(救濟)를 금지하고, 형벌권을 국가에게만 귀속시킨다. 쉽게 말해 억울한 일을 당했더라도 직접 그것을 갚아주려고 해서는 안 되고 국가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개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복수로 사회가 무척 혼란해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부당한 일을 당한 것은 나인데, 다른 누군가가 그 부당함을 어떻게 온전히 갚아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또, 피해자로서는 그렇게 갚아준 내용이 늘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도 있다. 누군가 네 왼뺨을 때리거든 오른 뺨도 돌려대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고,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보복에 관한 인식을 반영한 것이리라.

 

     영화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누군가가 당신의 딸을 죽였다. 그런데 그 범인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법적인 처벌과 제제를 받지 않는다. 이것은 과연 정당한 일인가? 영화에서는 이 문제를 좀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몇 가지 세부적 사항들이 더해진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분명히 알고 있었고, 계획적으로 일을 꾸미고 저질렀으며, 자신들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별다른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보복을 선언한 피해자의 부모는 복수를 위한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고 그저 거짓말만을 했을 뿐이다. 과연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또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얼마만큼 물어야 하겠는가.

 

 


 

    관객은 쉽게 어느 쪽의 편을 들어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조마조마하며 영화를 보게 된다. 시종일관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듯 설명하는 인물들의 내레이션은 그 자체가 이 영화의 제목인 ‘고백’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한 사람의 고백이 아니라 많은 인물들의 고백들의 모음이라는 형식을 띈다. 그리고 고백이라는 단어 자체가 함의하고 있는 내밀하고 개인적인 생각들까지 섞여 표현되면서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처지에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꽤나 흡입력 있게 잘 만들어진 심리 스릴러물이다.

 

    군데군데 일본영화 특유의 섬뜩한 장면들과 칼을 휘두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슬래셔 무비라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이 영화가 미성년자관람불가 등급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다. 깜짝깜짝 억지로 놀라게 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보기 전에 충분히 고려하고 들어가자. 가볍게 즐길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보고 나면 아깝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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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싱 - Vanishing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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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누구도 예상치 못한 때 발생한 대정전, 그리고 잠시 후 불이 켜졌을 때 사람들은 그들이 입고 있던 옷과 신발들만을 남겨둔 채 사라지고 없었다. 그 정전 때 나름의 이유로 불을 켜고 있었던 소수의 사람들은 살아남았지만 불이 꺼지고 어둠이 내리면 여지없이 사라지고 만다. 결국 사람들은 불이 켜진 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자가 발전기가 돌아가는 한 술집에서 만나게 된다. 하지만 서서히 한 사람씩 어둠 속으로 이끌려나가게 되고 그렇게 사라져간다.

 

 

 

 

2. 감상평 。。。。。。。                

 

     영화는 온통 상징들로 가득 차 있다. 빛과 어둠의 대결, 빛으로 모이고, 또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들은 오래된 이원론적 세계관을 보여주고, 여기에 종교적 상징물(교회와 남녀 두 아이, 사과)들은 의도적으로 강조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과감하게(?) 열린 결말부는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영화를 해석할 여지를 남겨준다.

 

    하지만 영화는 좀 다른 데서 이슈가 될 것 같다. 이 영화의 리뷰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제목은 ‘밑도 끝도 없는 영화’였는데, 이 제목을 읽고 한참을 웃었다. 영화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어둠이 오더니 사람들이 사라졌고, 이유는 모르고, 어디론가는 가야겠고, 그곳이 시카고라는 언뜻 서로 연결되지 않는 장면들만을 늘어놓고는 그냥 끝나버린다. 사실 이와 비슷한 구성은 ‘더 로드’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그리래도 그 영화는 부성애와 ‘생명’, ‘소망’ 등의 강조점이 비교적 잘 드러났다. 하지만 이 영화는 뭔가 많이 던져놓기는 했는데 도무지 무엇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쉽게 손에 잡히지 않기에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 같다. 마치 간만의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라고 생각하고 힘껏 물었는데 알고 보니 플라스틱 루어였음을 깨달은 옥돔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어떻게 보면 이 정신 산만한 상징들과 딱히 논리적 연결성이 부족한 구성은 포스트모던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렇다면 영화의 주제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그저 본 사람이 뭔가를 느끼면 그것이 주제라는 식으로 감독이 마무리를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는 여전히 서론과 본론, 결론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내러티브를 원하는 관객들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다.(아무리 생각해도 포스트모던이라는 것 자체가 너무나 인위적인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영화가 재미있느냐? 뭐 그런대로 긴장감 자체를 즐기려 한다면 나쁜 편은 아니지만, 뭔가 완결된 이야기를 보고자 한다면 좋다고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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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 Unknow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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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아내와 함께 베를린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방문한 마틴 해리스 박사. 공항에 두고 온 짐을 찾으러 가던 중 일어난 사고로 사흘 만에 깨어난 그는, 주변 사람들 모두가(심지어 아내인 리즈까지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전혀 다른 사내가 자신으로 행세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얼마 후 자신을 미행하며 공격하는 남자까지 있음을 알게 된 그는 무엇인가 음모가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사고 당시 택시를 운전하던 지나와 함께 사라진 진실을 찾아 나선다. 

 

  

2. 감상평 。。。。。。。        

 

     어딘가 다녀오니 내가 사라지고 또 다른 누군가가 내 행세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나라는 것을 증명해내라고 성화지만, 신분증이야 얼마든지 위조가 가능한 것이고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라는 것도 쉬이 믿을만한 것은 못되지 않는가. 사람들은 내가 나라는 것을 믿어주지 않고 점점 나를 미친 사람 취급을 하기 시작한다. 타블로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 영화 ‘언노운’에 등장하는 이야기다.(이 나라는 영화 같은 일들이 너무 자주 일어나는 게 문제다)

 

     영화는 이런 딱 영화 같은 설정으로 흥미진진한 시작을 알린다. 당연히 이제는 이 ‘음모’의 배경을 추적해가며 밝혀내는 것이 영화의 나머지 부분이다. 영화는 이런 종류의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럭저럭 볼만하게 만들어졌다. 스토리 전개도 딱히 느슨하다고 말하기 어렵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수준급이다. 차량추격신은 이런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딱 ‘볼만한’ 수준에 맞춰졌다.

 

 

 

     감독은 여기에 한 가지 승부수를 더 한다. 영화 후반부의 반전이 그것. 자신이 마틴 해리스임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던 주인공이 진실을 알게 되면서, 무난하게 마무리되어 가던 영화에 잠시 긴장감을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된 이후 주인공의 행동은 썩 개연성이 높지 않은 선택이었고, 영화 속에서 이 선택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사고로 머리를 다쳤다는 것뿐이었다. 결국 반전이 완성도를 좀 더 떨어뜨린 감이 있다.

 

 

     영화는 우리가 믿고 의지하던 것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비단 세계를 뒤흔들 음모가 아니라도, 우리는 우리가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쉽게 증명할 수 없다. 마치 얇은 판으로 막혀있는 영화 속 지나의 방처럼, 우리가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도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건 증명서나 기록 따위가 아니라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는 진리를 영화는 보여준다. 우리는 참 쉽게 생각하고 때로 함부로 대하기도 하는 그들이 사실은 진짜 중요한 존재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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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칸 - My Name Is Kha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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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자폐증을 갖고 태어난 칸은 어머니의 사랑 속에서 건강한 마음으로 자란 인도인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동생이 있는 미국에 온 그는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던 중 만난 만디라에게 푹 빠져버린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 아들까지 낳았지만 결국 이혼을 한 전력이 있었던 만디라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지만, 결국 칸의 마음을 받아들여 둘은 결혼에 이른다.

    그렇게 행복한 날들이 계속될 줄로만 알았지만, 2001년 9월 11일의 테러가 일어난 후 폭발한 미국 내 무슬림에 대한 극심한 편견은 결국 만디라의 아들인 샘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만다. 극심한 슬픔 속에서 칸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만디라. 그녀는 칸에게 꺼져버리라며, 대통령을 만나 자신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말라는 얼토당토않은 독설을 쏟아내고 만다.

     다른 이들이 표현한 것만을 알아들을 수 있었던 칸은, 사랑하는 만디라의 말에 따라 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한다. 


 

2. 감상평 。。。。。。。                  

 

     케이블 텔레비전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대충의 줄거리를 미리 볼 수 있었다. 당연히 영화의 결말이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내용상 충분히 예상이 되었던 영화였다.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소재이기도 했지만, 감독은 헐리웃 영화와는 좀 다른 인도 영화 특유의 기법들 - 노래하는 듯한 대사들과 자주 사용되는 인상적인 배경음악들, 그리고 이 지방 특유의 악센트들 -을 적절하게 사용해 영화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압권이어서, 발연기가 일상화된 아이돌 배우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

  

      주인공 칸은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자신과 그의 아들인 샘을 증오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는 그가 다른 사람들이 표현하는 것만을 알아들을 수 있는 자폐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배운 대로 기억하고 살아가려고 하는 칸에게는 너무나 이율배반적인 일이었기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인종과 종교, 사상에 따라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수없이 배우지만, 막상 감당할 수 없는 일이 터지자 희생양을 찾아서 욕하고 조롱하며 폭력을 가하는 모습은 마땅히 이상하게 보아야 하는 것, 즉 잘못된 일이었다. 문제는 이런 이상한 일을 하면서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지, 칸이 아니었다.

     그런 조롱과 저주가 일상화된 사회는 그저 자신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말이 하고 싶었을 뿐인 칸을 가두고, 고문하며, 그에게 소리쳐 댈 뿐이었다. 하지만 칸은 적어도 도망가거나 숨으려 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감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인물이었고, 결국 이 용기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도록 만드는 이유가 된다. 영화는 문제는 감추고 미룬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을 대면하고 해야 할 일들을 해 나갈 때 풀려나간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아주 잘 만들어진 좋은 영화다. 두 시간이 훌쩍 넘는 상영시간은 조금 긴 듯하지만(대체적으로 인도 영화가 좀 길고 감정선이 늘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가 주는 감동을 느끼기에는 이 정도 시간은 충분히 할애할 만하다.  

  “당신의 목표로 가는 길을 멈출 정도로

   두려움을 키워서는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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