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걸아: 취권의 창시자 - True Legend
영화
평점 :
현재상영


 

1. 줄거리 。。。。。。。                  

 

     청나라 말, 왕자를 구한 공을 세우고도 의형제인 원열에게 높은 벼슬을 사양한 후 고향으로 내려와 아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미던 소찬. 5년 후 찾아온 원열은 소찬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을 양아들로 삼았다고 생각하고는 그를 죽인다. 원열에 의해 폐인이 되고 산으로 들어간 소찬은 원열의 동생이자 아내인 원영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들어가 무공을 연마해 복수를 준비한다. 

 

 

 

 

 

2. 감상평 。。。。。。。                  

 

     선과 악의 간단한 도식은 진부한 감이 있지만 확실히 이런저런 생각하지 않고 영화를 편하게 보도록 해 준다. 일단 주인공만 응원하면서 영화를 보면 되니까. 그래도 초반부에 주인공이 고난을 겪다가 은인의 도움을 받아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되고 결국 복수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는 너무 뻔 한 데다, 어떤 변주(變奏)조차 없어 결국 채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금 KBS에서 하고 있는) ‘광개토태왕’ 종류의 B급 사극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초반부의 복수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정작 영화 홍보에 나왔던 황비홍의 스승이니, 취권의 창시자는 하는 부분은 마치 부록처럼 따로 떨어져 나와 버렸다. 안쓰러울 정도.

 

     주인공 소천 역의 조문탁의 분전이 눈물겨울 정도인데, 그나마 극본자체가 워낙에 허접해서 아내나 아들이 옆에서 먹여 살리지 않으면 제대로 살까 싶은 의지박약에 할 줄 아는 건 술 마시고 싸우는 것 밖에 없는 무능력자로 그려지고 있다. 그밖의 나머지 인물들도 딱히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딱 시간 때우기 용 영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둔 윌은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뇌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약품을 연구하고 있다. 새끼 침팬지(시저)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와 키우던 중 시저가 놀라운 지능을 갖게 되었음을 알게 되고 이 결과에 흥분하지만, 우연히 일어난 사고로 시저는 동물보호소에 갇히게 된다. 여기서 미국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금발의 멍청한 백인 남자’의 학대에 분노한 시저는 다른 원숭이들과 함께 보호소를 탈출하고 마침내 연구소에 침입해 자신과 같은 높은 지능의 동료들과 함께 자유를 향해 숲으로 떠난다. 

 

 

 


 

 

2. 감상평 。。。。。。。                

 

     속편 제작을 염두하고 만든 것이 분명한 이 영화는 이야기의 시작 부분만을 다루고 있다. 통상 이렇게 나누어진 이야기로 제작된 영화는 각각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영화와는 다르게 초반부에는 약간 느슨하고 덜 흥미로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결말이 제대로 맺어지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그렇다면 이런 영화의 승부전략은 전체 편에 대한 기대감에 호소하거나 소재의 특별함, 혹은 화려한 영상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 영화의 경우 ‘혹성탈출’이라는 유명한 제목에 기대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해 낸 침팬지들의 특별한 움직임으로 승부를 하려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두었지만 대박까지 내기는 힘들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갈등구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인데, 유전자조작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 반윤리적인 실험을 하는 대형 제약회사의 음모라든지, 개인의 욕심을 위해 함부로 생명을 다루었다든지 하는 좀 더 강한 주제가 필요했는데 영화엔 그런 게 부족하다. 앞서 언급한 ‘멍청한 백인 남자’의 뻘짓이 좀 있긴 했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혹성탈출’을 시작했다는 건 약하다. 여기에 딱히 눈이 휘둥그레 할 만한 장면도 많지 않다. 침팬지들의 움직임은 무게감이 부족해 진짜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그냥 가벼운 종이인형이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

 

 

 

     영화를 보면서 언뜻 시저가 ‘지능’을 가지게 되었기에 그 침팬지를 특별하게 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좀 다르게 말하면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분 짓는 기준이 지적 능력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인간에 대한 대단히 현대적인(그리고 유물론적인) 정의인데, 언뜻 동물들의 권익을 대단히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의견은 결국 인간의 가치를 물건의 수준으로 낮추게 될 것이다.(인간이 단지 영리한 원숭이라면, 영리한 사마귀나 영리한 거머리와 다를 게 뭐가 있으며, 살인이 개미를 밟아 죽이는 것과 또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참 재미있는 건, 현대인들은 자기들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온갖 도구와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인데, 역사상 이렇게 자신의 무가치함을 증명하려고 했던 이들이 대개 깊은 종교적 신앙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역시 그런 동인(動因)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걸까.

 

     최소한 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궁금증까지는 일으켰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종병기 활 - War of the Arrow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을 쫓아내고 권력을 찬탈한 사람들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역적의 자식으로 숨어 지내야 했던 남이가 바라는 것은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동생인 자인의 행복. 결혼식 날 일어난 병자호란으로 자인과 서군 부부가 청으로 끌려가게 되자 남이는 물려받은 활로 동생을 구하러 나선다.

  

 


 

 

2. 감상평 。。。。。。。                

 

     간단하지만 분명한 동인(動因)을 주는 이야기구조(이 점이 7광구랑 다른 점이라고나 할까)는 허술함이 아니라 명확함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동인도 닳고 닳은(물론 그래도 이 소재가 주는 무게는 쉽게 사라지지 않겠지만) 연인에 대한 사랑이 아닌 누이를 위한 애틋한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진부함 감도 없다. 여기에 활이라는 무기가 중심 소재로 등장하기까지.. 당연히 관객은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 몰입을 할 수 있었고, 이제 영화를 제대로 만들어서 즐겁게만 만들어주면 되는 것. 감독은 빠른 전개와 괜찮은 영상, 그리고 적절한 액션을 섞어서 남녀 관객 모두가 가볍게 즐길 만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나라가 지켜주지 못한 백성들의 눈물 어린 자구의 노력이라는 시대적 배경도 어느 정도 가미되어 있지만, 영화가 중점적으로 보여주려고 하고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나 인물들의 관계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 간의 갈등이다. 자연히 배우들의 연기력이 관건이었는데, 냉철한 청의 장수 역할의 류승룡은 역시 기대했던 대로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고, 자인 역의 문채원도 아직 A급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점점 나아지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를 통해 박해일이라는 배우를 좀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는데, 이전의 좀 깐족거리고 가벼운 느낌으로만 봤었지만 이 영화를 보니 좀 더 깊은 연기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배우였구나 하게 되었다.

 

 


 

     50만 명이 넘는 자국의 백성들이 끌려가는데도 아무런 공식적 제스처를 해볼 생각조차 못했던 것은 다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 힘을 외부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사용치 않고 내부에서 권력을 잡기 위한 투쟁에 소진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수백 년이 지났지만,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체제를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 땅엔 국민들로부터 모은 힘을 그 국민을 지키는 데 사용하기 보다는 그저 자신의 권력욕을 만족시키고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사용하는 이들만 보이니, 이거 과연 뭔가 발전이라는 게 되고 있기는 한 건지.

 

     영화 속 남이는 놀라운 활솜씨로 동생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 그런 능력을 갖지 못한 수많은 소시민들은 그저 빼앗기로 죽어갈 수밖에.. 결국 모두가 남이처럼 자기와 소중한 이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는 어떻게 돌아가든 공식으로 이 나라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이상, 결국 힘은 선거와 표로 나타나는 법이다. 시민들이 권력자들과 그들에게 장악된 언론의 속임수를 제대로 분별할 수 있게 되어 투표라는 무기를 제대로 사용할 줄 알게 된다면, 적어도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낼 수는 있겠지만, 먹고 살기 바쁜 이들은 좀처럼 그런 무기를 연마하지 않으려 하니 어쩌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라인드 - Blin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사고로 눈을 다쳐 시각장애인이 된 수아는 어느 날 밤 자신이 탄 택시가 뺑소니를 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가까스로 그곳을 빠져나와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그녀가 진술하는 내용만으로는 좀처럼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같은 시각 사고를 직접 목격한 기섭은 현상금을 준다는 말에 경찰에 나가 신고를 했고, 그는 사고차량이 택시가 아닌 외제차라고 말한다. 보이진 않지만 듣고 냄새 맡고 느낄 수 있는 수아와 범인과 그의 차를 본 기섭, 그리고 이들과 함께 범인을 쫓는 조형사의 활약이 뭔가 길을 찾았다 싶을 즈음, 살인자는 증인들을 없애기 위해 은밀한 추격을 시작한다. 

 

 


  

 

2. 감상평 。。。。。。。                  

 

     와우 대단히 잘 만든 스릴러물이다. 눈이 아닌 청각과 후각, 촉각으로 범인을 느낀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데, 김하늘은 이 매력적인 인물을 잘 연기해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인 수아 역의 김하늘은 드라마 온 에어 이후 가장 잘 맞는 역할을 맡게 된 듯하다. 영화로 본 유승호도 빼어난 얼굴만큼 연기력도 점점 발전해나가는 듯했다. 여기에 영화에 재미를 덧붙여주고 수아와 기섭을 이끌고 사건을 전개시켜나가는 조형사 역의 조희봉도 나름 역할을 해냈고, 사이코패스형의 소름끼치는 범인 역의 양영조라는 배우도 연극에서 익힌 실력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괜찮게 된 캐스팅의 좋은 예. 아,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역할은 수아의 안내견 초롱이 역을 맡았던 큰 개.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 하는지.

 

     여기에 감독의 연출력도 훌륭했다. 특히나 볼 수 없는 수아의 ‘시야’를 영상으로 표현해내는 시도는 절묘했다. 한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이렇게도 표현해 낼 수 있구나 하며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를 지나치게 흔들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실감나는 추격신을 그려냈고, 쓸 데 없이 관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지 않으면서도 시종일관 긴장감을 갖도록 만든다. 아쉬운 것은 영화 말미의 지나치게 환한 에필로그였는데, 앞서의 이야기들과 분위기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아주 못 봐줄 그런 건 아니니까. 아무튼 두 시간 여에 달하는 상영 시간이 그다지 지루하지 않은 빠른 전개는 큰 장점이다. 

 

  


 

덧.

 

     영화를 보면서 문득 얼마 전 동기 여학생에게 술을 먹이고 옷을 벗겨 추행하고 영상까지 촬영했다던 고려대 의대생들이 떠올랐다. 영화 속 연쇄납치범도 낮에는 정상적인 산부인과 의사였지만 밤에는 자신의 욕정에 따라 여자들을 납치해 감금하고 철저하게 자기의 의지만을 관철시키면서도 아무런 가책을 못 느끼는 그런 종류다. 결국 전자 같은 이들이 후자가 되는 게 아닐까. 그나저나 그놈들 처리가 됐나 모르겠다.

 

     영화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배려 없음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너무나 쉽게 병신이라는 말로 그들을 모욕하고, 그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영화 속 안내견인 슬기만이 그런 수아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데, 이건 뭐 개보다 못한 인간들이라고 해야 하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링크 - Lin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하나 남은 여동생과 살아가다가 여동생마저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재현(류덕환). 알고 지내던 성우(김영재)가 운영하던 학원에서 일하면서 어느 정도 마음을 잡아가던 중 뭔가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모의 여고생 수정(곽지민)을 만난다. 수정은 다른 사람의 의식과 자신의 의식을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링크)을 가지고 있었고, 이 능력은 의식을 공유한 사람에게 마약과 같은 쾌락을 주었기에 일종의 중독 증세를 일으켰다.

 

     도박에 빠져 학원운영이 어려워지자 재현의 아파트 매각 대금을 노린 영재는, 자신을 좋아하는 수정을 시켜 재현에게 접근하도록 했고, 수정과 링크를 경험한 재현은 점차 그녀에게 빠져든다. 여기에 수정을 또 다른 이유로 이용하려는 영만(정찬)까지 엮여 들어가면서 내용은 복잡해져간다. 

 

 


 

 

 

 

 

2. 감상평 。。。。。。。                  

 

     다른 사람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 그와 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링크라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매력적인 소녀라는 소재가 흥미롭다. 단편영화를 주로 만들었다던 감독은 이 소재를 국가 기관이나 거대 기업의 음모와 같은 거대한 주제들 대신, 개개인의 욕망과 연결시킨다. 이야기의 스케일은 좀 작아진 대신, 좀 더 사건들을 오밀조밀하게 배치해서 심리적 변화를 강렬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영화적 재미를 좀 살렸어야 했는데, 영화의 구성에 좀 아쉬운 점이 보인다.

 

     신의 퀴즈로 더 잘 알려진 류덕환의 중독된 연기는 맡은 캐릭터를 잘 살려냈고, 계산적이며 차가운 구성우 역의 김영재도, 그리고 주연을 맡은 곽지민도(A급 연기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발전가능성이 엿보인다) 맡은 역할은 충분히 해 냈다. 하지만 인물들이 너무 단순하게 관계를 맺고 있고, 메인 테마 이외의 주변이야기들을 통한 소소한 재미나 복선, 단서와 같은 게 없다. 열심히 달려가기만 할 뿐,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해 내지 못한 아쉬운 영화.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수정이 가지고 있는 능력인 ‘링크’란 말 그대로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능력이다. 다른 말로 하면 ‘소통’이라고 할까. 어떻게 보면 영화는 끊임없이 외부와 소통하기를 갈구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날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인터넷이라는 도구도, 사실 단순하게 말하면 바로 이 ‘연결’과 ‘소통’을 위한 장치다. 가면 갈수록 과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발전되는 정보 전달기술과, 통신회사들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윤은 이 근원적인 욕구가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준다. 이건 정말 ‘근원적인’ 욕구다.

 

     문제는 기술이 발달하고, 그에 따라 인간들이 새로이 알게 된 정보가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그런 물질적인 발전이 사람들에게 진정한 만족을 줄 수는 없었다는 점이다. 관계에 관한 집착과 갈구, 그리고 종종 비정상적인 변형을 동반한 무절제한 충동의 분출들은 갈수록 늘어나고만 있다. 외로움을 호소하며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살이라는 답을 찾아 달려가고 있고, 또 한편에는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 나머지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이들이 휘두르는 미친 칼날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 가면 갈수록 우리 사회가 정상적인 관계 맺음을 어려워하고 있다는 증거다.

 

     영화 속 인물들도 하나 같이 이 관계에 서툰 사람들이다. 동생의 죽음 후 수정에게 집착하는 재현도, 수강생의 새어머니와 혼외정사를 가지면서도 그 의붓딸인 수경과도 또 다른 관계를 맺으려는 성우는 한편으로는 도박중독에 빠져 있다.(도박이야 말로 상대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관계를 전제한 놀이다) 수정 역시 자신이 가진 능력에도 불구하고 누구와도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외로운 아이고, 성우에게 집착하는 관계 맺지 못한 인물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이런 모습들이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일들이라는 것.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뻔히 보이는데,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안타깝다. 영화 속 인물들의 엇갈리는 관계들도, 감독의 연출력도, 그리고 그보다 더한 현실 속의 단절들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