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은자들
이나미 리츠코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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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은 남에게 빌리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법이다.

자기 책은 책꽂이에 꽂아놓고 나중에 읽으려고 할 게 뻔하다.”

- 원매


 . 요약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자신만의 세계에서 한껏 삶을 즐겼던 사람들. 은자(隱者), 즉 숨어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백이와 숙제, 죽림칠현, 이백 등 익숙한 이름도 등장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썩 익숙지 않은 이름들이다.

 

        저자는 전설 속의 은자들로부터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청나라 대의 은자들까지, 각 시대의 은자들을 정리하고 있다. 흔히 은자라고 하면 세속과는 완전히 담을 쌓고 혼자 사는 사람들을 떠올리는데, 저자는 그런 ‘고전적인 은자’ 뿐만 아니라, 도시 속에서, 심지어 궁중 안에서 생활을 하면서도 은자의 생활을 즐기는 ‘도시적인 은자’들도 은자의 계열에 넣는다. 약간은 새로운 이 도시적인 은자들은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과연 은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여러 생각들을 하면서,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책이다.

 

 

. 감상평                                                         

        저자는 ‘중국의 은자들’이라는 대단한 이름을 책에 붙이고, 중국의 역사 가운데 등장했던 이름 난 은둔자들을 시대별로 정리하는 방대한 작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은자란 숨어 사는 사람들이 아닌가. 안 그래도 과거의 사건들을 새로 기술하려면 자료의 부족을 느낄 텐데, 하물며 드러나지 않으려고 기를 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쓰기가 쉬울까. 역시나 책장을 넘겨가면서 점점 피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역시 은자로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 어느 정도 재산이 있어야 일을 안 할 수 있는 법이니 말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거나 머리를 숙이며 살지 않으려면, 뭔가 받쳐 주는 게 있어야 하나보다. 그렇지 않은데도 은자로서 살려면 매우 곤궁한 삶을 살던지 해야 하는데, 역시나 이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가족이나 친지들과의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추가. 생각보다 꽤나 비싼 삶의 방식이다.

 

 

        한편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은자들의 삶을 살펴보면서, 내 안에도 이런 은둔적인 기질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하고 다툼의 연속인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있으려는 모습이 종종 발견되니 말이다. 하지만 반면 사람들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려는 의지도 동시에 발견되는 걸로 봐서는, 완전히 은자로서 살기는 틀린 것 같다. 도시형 은자에 그나마 근접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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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를 건너는 법
오수형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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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큰 덕으로 다스려야지 자그마한 은혜나 베푸는 것으로 다스려서는 아니 됩니다.


  요약                                                           

 

        삼국지의 최고의 재사(才士)로 유명한 제갈량의 문집이다. 가장 세력이 약했던 유비를 삼국의 한 귀퉁이의 주인으로 만들고, 몸소 삼국 통일을 위해 나섰다가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던 제갈량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문집은 제갈량이 직접 엮은 것은 아니고, 후대의 사람들이 여러 원전들에 분산되어 있는 것을 한데 묶어 놓은 것이다. 촉한의 승상으로써 내렸던 여러 가지 짤막한 명령서들과 후학과 자녀들을 위해 적은 간략한 신조 등, 제갈량이 썼다고 알려진 여러 글들이 한문으로 된 원문과 함께 한글로 번역되어 실려 있다.

 

 

 감상평                                                          

 

        삼국연의에 나오는 신출귀몰한 제갈 공명이 쓴 비밀문서쯤으로 생각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내 실망을 하고 말 것이다.(사실 내가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은 ‘비급’이 아니라 ‘문집’이다.

 

        흔히 문집류의 책은 어떤 인물이 쓴 시(詩)들을 모아 놓은 책을 떠올리기 쉽다. 그렇다면 이 책은 제갈량이 쓴 시문집이냐, 그것도 아니다. 앞서 요약 부분에도 간단히 언급했듯이 이 책에 실린 글들의 장르는 다양하다. 승상으로써 어떤 관리에게 경고를 하는 글, 장수의 파면을 청하는 글, 각종 명령서, 편지, 자녀교육을 위한 일종의 훈계 등 이 글들의 공통점이라고는 오직 제갈량이 썼다는 점 뿐이다.

 

 

        난세에 태어나 난세를 살아갔던, 그것도 그 난세의 한 가운데서 적극적으로 세상에 참여했던 제갈량이었기에, 그가 남긴 글들은 매우 실용적이거나, 직접 업무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뛰어난 지략가이기에 앞서 현명한 행정가였던 제갈량의 모습을 엿볼 수 있긴 하지만, 사실 재미로 보자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글들이 많다. 물론 그런 중에도, 사람과 세상의 이치를 읽어나가는 예리한 판단력만큼은 역시나 범상치 않아 보이긴 하다.

        다만 전체적으로 굳이 따로 시간을 내어 읽기엔, 시간낭비인 감이 없지 않다. 한 권 쯤 만들어져 있기는 해야겠지만, 그리 많은 사람의 손이 가지는 않을 것 같은 책. 동양 고전, 특별히 삼국지에서 많은 감동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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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에게 묻는 20가지 질문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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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 이해의 즐거움은 세부를 하나하나 추적해가는 데서 생겨납니다.


 

 

 

. 요약 。。。。。。。                             

 

        로마인 이야기가 좀 팔린다 싶자, 출판사에서 낼름 이 인기를 업고 판매부수를 늘려보자는 심산으로 낸 듯한 책이다. 로마인 이야기 8권이 나왔을 때쯤이면, 한창 시오노 나나미 여사가 재미있게 이야기를 쓰고 있을 무렵이니 그럴 만도 하다.


        책의 구성은 제목에 나와 있는 그대로다. ‘로마’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질문들에 대한 시오노 나나미의 대답이 주요 내용이다. 저자의 대답은 일반적인 상식과 비슷한 것도 있지만, 전혀 다른 시각에서 나온 대답도 있다. 이 책의 재미는 바로 이런 부분에 있다. 일반적인 상식을 뒤엎는 시오노 나나미의 ‘새로운 상식’.(물론 그 새로운 시각이 얼마큼 타당성이 있느냐의 문제는 제쳐두고 말이다.)



 

. 감상평 。。。。。。。                           

 

        이런 구성으로 이루어진 책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좋은 질문을 하느냐’하는 것이다. 질문의 가치가 높을수록 그에 대한 답변의 가치도 올라갈 테니까.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하려면 저자가 써 놓은 책을 미리 잘 읽어봤어야 한다. 그래야 저자가 앞서 써 놓은 책에는 나오지 않는 이면의 이야기나, 그런 서술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등 좀 더 깊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책에 실려 있는 질문을 한 사람은 앞서 책을 안 읽은 듯 하다. 당연히 ‘매우 일반적인’ 질문들만 하고 있고, 그에 대한 답변은 저자가 앞서 써 놓은 책들(로마인 이야기 1~8권)에 다 나와 있는 것들이다. 시간의 낭비고, 종이의 낭비고, 책을 구입하는 데 들어간 돈의 낭비다.


 

 

        책의 뒷부분에는 ‘로마인 이야기에 등장하는 명언들’과 연대표가 실려 있는데, 그마저 책의 쪽수 늘이기의 일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위 ‘명언들’에는 고대 로마 사람들이 한 말 뿐만 아니라, 시오노 나나미의 명언들, 시오노 나나미의 다른 책들에 등장하는 말들까지 뒤섞여서 나오고, 연대표는 이미 앞서의 책들의 뒷면에도 늘 나오던 것들이다. 한 마디로 말해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인터넷으로 주문할 때 끼어서 주지 않았다면, 내 책장에 꽂히지 않았을 것 같은 책이다.


 

 

        물론 책의 내용이 가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앞의 책들을 다 읽은 사람이라면 굳이 같은 내용을 중복해 볼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이 책에서도 역시 앞서의 책들에서 볼 수 있는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은 그대로 살아있다.(당연하지.. 같은 내용이니까..;;) 다만 저자의 역사관에서 짙게 묻어나는 유물론적 시각은 종종 위험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아무리 다르다고나 하나 로마의 ‘제국주의’에 대한 시오노 나나미의 찬양은 최근 우리 나라 안의 친일파 나부랭이들과 일본 극우인물들의 식민지배정당화론과 놀랄 만큼 유사하기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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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5 - 로마 세계의 종언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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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로마나’가 언제부터 언제까지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것이다.
수도 로마가 성벽으로 지켜지지 않았던 기간이라고.

  

 

. 요약 。。。。。。。                                                          

 

        드디어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의 마지막 권에 이르렀다. 이번 장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던 로마의 멸망 이야기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과연 어떤 장엄한 전투로 로마의 숨이 끊어질 것인가 하는 긴장감을 가지고 책장을 넘긴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실망을 하고 말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런 스펙터클한 그림을 보여줄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목차에서 알 수 있듯 이번 권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는 마치 꺼지기 직전에 확 타오르는 촛불처럼 잠시 부흥했던 스틸리코의 시대, 두 번째는 여러 이민족들의 침입으로 마침내 소리 소문 없이 무너져 버린 서로마 제국, 세 번째는 이후 서로마 제국의 옛 땅을 차지한 이민족들의 지배와 동로마제국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너무나 쉽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렇게 사라져버린 로마제국. 고대 로마 사람들을 사랑하다 못해 동경해 마지않는 저자는, 과연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의 마지막을 어떤 식으로 설명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읽어보면 재미 있을 것이다.



 

. 감상평 。。。。。。。                                                         

 

        드디어 종말이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란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열다섯 권이라는 적지 않은 권수에, 각 권도 결코 얇지 않은 두께이며, 그 안에 담긴 내용도 엄청난 문헌들을 참고했으니, 이 놀라운 작업을 마친 저자 시오노 나나미 여사에게 우선 박수를 보낸다.

 

        나나미 여사의 책을 보면, 로마는 큰 나무가 잘려 나갈 때처럼 털썩 하고 넘어간 것이 아니라, 마치 무슨 가루처럼 부스러져서 흩어져버린 듯싶다. 때문에 정작 로마가 함락되었을 때도(비단 처음 일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그 상징적 의미만을 제외하고서는 크게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였다. 저자로서는 천 년을 지탱해 온 로마의 마지막으로서는 그게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나보다.


 

 

        하지만, 앞서 14권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로마에 대한 저자의 서술에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물론 혼란한 시기였기에 사료 자체가 부족했을 테고, 당시의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할 능력 있는 인물도 없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여기에는 좀 다른 이유도 있지 않나 싶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스타의 은퇴를 지켜보는 팬의 심정이 작가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최근 몇 권에서는 로마만 활력을 잃은 것이 아니라, 저자 또한 활력을 잃어버렸다.

 

        한편, 이와 반대급부로 저자의 기독교에 대한 증오는 점차 도를 더해가는 모습이다. 난 로마가 꼭 그들이 가지고 있던 악덕이나 도덕적 부패 때문에 멸망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로마 멸망의 책임을 기독교에 뒤집어씌우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본문 가운데는 “목욕을 환영하지 않는 기독교의 보급으로 몸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생활 습관도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에, 야만족이나 강도의 손에 죽지 않아도 병에 걸려 죽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서술(85쪽)도 있다. 기독교가 목욕하지 말라고 해서 위생상태가 나빠졌고, 때문에 병에 걸려 죽는 사람이 늘어 인구가 감소했다는 말이다. 솔직히 좀 억지가 아닌가? 어디 그 뿐인가. 로마제국 말기 혼란한 시대상황으로 인해 더 이상 과거 찬란하게 빛났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는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회가 빈민들을 구제하고, 병자들을 수용해 치료하며, 버려진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양육한 것은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그 가치는 충분히 인정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미 기독교 자체를 마음 깊이 거부하고 있는 저자는 이것마저도 ‘독점’이라는 단어로 평가 절하하고, 원래 그 일들은 사람들이 바친 헌금으로 한 것이니 딱히 교회의 공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는다.(86-87쪽)

 

        이밖에도 책의 곳곳에 기독교를 언급한 부분에는, 단지 비꼬기 위한 목적뿐인 쓰레기 문장들이 자주 발견된다. ‘왕이 되는 것은 신의 뜻’임을 강조한 기독교 때문에, 큰 업적이나 능력도 없이 단지 혈통으로 제위가 계승되었다는 내용을 말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는 272:18 이하의 문장들이 그런 예이다. 사실 혈통에 의한 황위 계승 원칙을 처음으로 천명한 인물은 시오노 나나미가 그토록 찬양해 마지않는 인물 가운데 하나인 아우구스투스가 아닌가.

 

        이래서는 로마가 변질되고, 쇠퇴하고, 결국 몰락하는 모든 이유는 기독교 때문이라는 식의 말밖에 안 된다. 아무리 사랑하던 로마가 죽어가는 게 속상하더라도, 종로에서 뺨맞고 동대문에서 화풀이 하는 식이다.


 

 

        이런 점들에도 불구하고, 사료들의 행간을 읽어내는 능력이나, 이를 토대로 대화를 만들어내고, 가상의 일들을 구성하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저자의 능력은 훌륭하다.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니 이 시리즈물을 총 정리하자면, 1권은 약간 생소했고, 2권부터 8권까지는 흥미진진했으며, 9권부터 12권까지는 혼란스러웠고, 13권부터 15권까지는 재미가 없었다. 1권을 참고 2권을 손에 들기 시작하면, 로마인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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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cspecial77 2007-06-25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제가 볼땐 나나미 여사는 기독교에 대해서 최대한 객관적 시각을 유지할려고 애쓰신 듯 하신데요 물론 기독교에 대해서 부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느 부분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고찰한 결과를 쓴거지 감정을 실어서 표현한거라고 보이진 않는군요 쓰신 님이 기독교도신가요?? 그럼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쓰레기 문장이 보인다 이런 표현 자체가 님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문체가 아닐런지~ 읽는 이에게 강요하는 어조~
민감한 부분이긴 하지만 저는 나오미 여사의 편(?)을 여기서 들죠 ㅋㅋ

노란가방 2007-06-25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글만 보시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지적해주셨으니 저도 '변명'을 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쓰레기 문장'은 굳이 문맥이나 상황상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단지 다른 단체나 사람들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트집을 잡아 비꼬거나 비난하는 문장입니다.
한 두 번이라면 순간적인 감정의 고양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반복적으로 그런 문장이나 말을 사용한다면 그 사람의 정신세계에 심각한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네요..(그래도 제가 쓴 게 조금 '센' 표현이었던 점은 인정합니다. ^^;)

하얀양말 2007-08-1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인이 기독교인임을 독서평을 통해 누구나가 알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기독교가 아닌 다른 일반 사람들은 나나미씨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특별히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하겠죠.

어짜피 사람들이야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종이다보니 뭐가 되었건 특별한 의미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노란가방 2007-08-14 14:36   좋아요 0 | URL
다만 불필요한 반감이나 오해를 조장할 것까지는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누가 불교도나 이슬람교도라고 해서 그가 특별히 다른 사람들에 비해 도덕성이나 판단력에 필연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나나미 여사의 글에서는 너무나 자주 '문제는 다 기독교 탓이다'라는 식의 논지가 등장하니,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거죠.. ^^;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 세계 역사를 바꾼 스탈린그라드 전투 590일의 기록 서해역사책방 7
안토니 비버 지음, 안종설 옮김 / 서해문집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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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본성은 원시적이면서도 동시에 고도로 복잡한 두 가지 감정을 만들어 냈다.
민간인을 처형하라는 명령을 받고 머뭇거리는 병사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 대한 동정심은 왜 여자와 어린애들이 전투 지역에 얼씬거리느냐는 식의
비논리적인 분노로 변질되어 버렸다.

 

  요약 。。。。。。                                                

         상당히 의미심장한 책 제목이다. ‘여기’가 어디길래 ‘모든 희망을 버려야’ 한다는 말인가. 이 책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 사이에 벌어졌던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스탈린그라드라는 도시에서 벌어진 양 군의 치열했던 전투가 중심 내용이다.

 


        사전에 최후통첩도 없이 갑자기 소련을 공격한 독일의 히틀러. 비록 극비리에 진행되기는 했으나, 대규모 병력의 이동과 재배치 움직임은 이미 소련의 정보기관에 입수되었다. 그러나 히틀러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자신의 판단만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은 이러한 모든 징후들은 무시해버린다.

 

        이 오판에 따른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다. 이후 수 백 만 명의 소련군인들이 죽었고, 천만에 달하는 민간인들의 희생도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다. 히틀러도 마찬가지다. 초반에는 강력한 기세로 소련 땅 곳곳을 밀고 들어갔지만, 곧 닥쳐온 영하 수 십도를 가볍게 넘어버리는 추위와 모든 상황을 혼자서 통제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 히틀러의 과대망상은 상황을 더욱 악화 시킨다.

 

 

        파죽지세로 스탈린그라드까지 이른 독일군. 그리고 엄청난 민간인들과 군인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를 끝까지 사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스탈린. 전투의 초중반은 독일군의 우세로 진행되었지만, 엄청난 영토와 인구에서 나오는 소련군의 기적적인 생산력은 ‘천왕성 작전’이라는 거대한 반격, 포위 작전을 성공케 한다. 그리고 다시 여기에 이어지는 엄청난 독일군의 피해.

 

       직접 전장에는 한 번도 나와 보지 않은 채, 탁상공론이나 일삼으며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두 명의 고집스러우면서 능력까지 없는 독재자들로 인해, 스탈린그라드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가.

        

 

 

  감상평 。。。。。。                                             

 

        오랜만에 읽은 두꺼운 역사관련 책이다. 저자는 마치 현장을 따라다니는 종군기자처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황을 보고하고 있다. 물론 이런 글쓰기 방식은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분량을 생각할 때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수 백 만의 병사들과 그보다 몇 배나 많은 민간인들의 피해가 생생하게 실려 있기에 매 페이지를 안타까움과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독재자들에 대한 분노를 안고 읽게 된다.

 


        스탈린그라드라는, 어찌 보면 별 전략적 가치도 없는 거점 하나를 두고, 양국의 두 독재자가 마치 자존심 싸움을 하듯 엄청난 수의 인명과 물자를 물 쓰듯 투입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독제정체의 비효율과 후진성을 잘 드러내 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전쟁 자체의 정당성을 잠시 뒤로 미뤄두고 생각하자면) 일선의 담당자들의 모든 의견을 묵살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강요하는 독재의 전형이다. 두 명 모두 전쟁에 관한 어떠한 책임도지지 않았고, 도리어 자신의 논리만을 되풀이하며 정당화하는 궤변만을 늘어놓지 않았는가.


 

        이 책에서 잘 드러나는 부분 중 하나는, 이러한 지도자들의 무능력함에도 불구하고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일선의 병사들의 모습이다. 자국군이 전멸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략적 목적을 위해 이를 외면해버리는 비열한 히틀러와, 자신은 뒷전에 앉아 끊임없이 오판을 하면서도 자신의 개인 비밀경찰들을 동원해 사람들을 맹목적인 희생으로 몰아넣는 스탈린의 모습이 강조되면 강조될수록 말이다.


 

        책에 등장하는 전쟁의 참혹한 모습은 나를 더욱 강한 반전론자로 만들어 주었다. 과연 수많은 사람의 인격과 생명까지 희생하며 지켜야할 정치체제가 이 세상에 있는가? 국가가 사람보다 우선이라는 극단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치고, 직접 자신의 목숨을 바쳐 일하는 사람이 적은 것을 보면 정말로 중요한 게 뭔지는 자명하지 않은가. 초점은 사람에게 있지 다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약간 두꺼운 점만 감내할 수 있다면, 2차 세계대전의 한 부분을 읽어내는 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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