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되었다. "해가 바뀌는게 뭐가 대순가. 그냥 인위적으로 인간이 지구의 공전주기 규칙에 따라 의미를 부여한 것 뿐인데." 라고 되네이면서도 난 늘 그렇듯 연말 해넘어가는 방송을 늘 생중계로 시청한다. 다른 가족들은 거의 항상 이른 잠자리에 들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버텨 보고야 만다. 재야의 종소리도 오랜만에 들었고 새해 카운트 다운은 늘 듣는다. 생각보다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니면 남들이 이 시기를 좋아하는 분위기라도 즐기는게 확실하다.

 12월 초에 직장에서 회식을 했다. 학생을 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직장 동료 대부분이 3-4월에 코로나를 앓았다. 난 우리 부서 중 유일한 순종 무감염자였는데 이를 과시하듯 연말까지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은 직장에서 연말에 상줘야한다고 으스댔다. 다들 어이 없다는 듯 쳐다보았는데 바로 다음 주인 12월 둘째 주 어디선가 코로나에 걸려온 큰 아들 녀석에 의해 감염자가 되고 말았다. 하여튼 쓸데없는 말은 화를 부르는 법이다. 

 직장 특성상 12월은 무척 바쁘다. 사실 3월과 더불어 가장 바쁜 시기인데 나의 직책은 12월이 정말로 더욱 더 바쁘다. 그런 시기에 일주일을 일을 못잡고 날리니 무척이나 속이 탔다. 물론 원격으로 상당부분 처리하긴 했지만 그럴 수 없는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일주일의 격리 후 복귀하여 다시 밀린 일을 따라잡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집둥이라 어디 잘 안나가도 잘 버티는 성격인데 생각보다 일주일간의 격리는 힘들었다. 그리고 코로나는 생각보다 아팠다.

 하여튼 그렇게 2주가 지났다.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왔다고 생각하던 무렵, 아버지께 연락이 왔다. 어머니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우리 엄만 2009년 4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뇌지주막하출혈이었다. 당시 부동산을 하시던 엄마는 머리가 무척 아프다고 아버지께 연락을 했다. 아버지와 동생이 부랴부랴 병원으로 데리고 갔는데 거기서 혈관이 터졌다. 목격한 동생의 말로 몸의 구멍에서 모두 피가 스며나왔다고 했다. 의사는 이 부분의 출혈은 수술을 해도 생존률이 30%정도이고 살아남아도 손상이 심해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고 했다. 아버진 수술을 고민했지만 당시 어렸던 나와 동생 그리고 뇌출혈이 휴유증이 뭔지 모르는 가족들은 수술을 감행했다.

 그렇게 엄마는 14년을 와병했다. 움직일 수 있는 부위는 머리약간과 오른팔 약간에 불과했고, 정신은 중증 치매에 가까웠다. 수술 한달 정도 후 의식을 차렸고 좋아지는 듯 했지만 적극적인 치료에도 상태는 내리막이었다. 요양원에서 9년 요양병원에서 5년의 세월이 흘렀다. 돈은 돈대로 많이 나갔고, 어느 순간부터 일상적인 엄마의 모습이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런지도 오래되었다. 엄마는 내 안에서 서서히 죽어갔던 것 같다. 

 그런 상태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본가를 찾아 엄마를 봤다. 코로나로 요양병원은 상당히 엄격한 면회 제한을 했기에 실제로 뵙는건 거의 2년만이었다. 멀쩡할 무렵 나처럼 무척 살이 많던 엄마는 피골이 상접해 있었고 눈도 잘 뜨지 못했다. 다행이 데려간 다섯 살 둘째 녀석이 할머니가 신기한지 옆에 누워 30분 이상 장난질을 쳤다. 이게 엄마에게 괴롭힘이었는지 재롱이었는지는 난 알길이 없다. 그냥 좋아하셨을 것 같은 느낌 뿐이다.

 오후 3시에 집으로 돌아가 7시가 될 무렵 아버지께 연락이 왔다.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본가로 돌아가 장례를 치뤘다. 최근 코로나 창궐과 강추위로 사망자가 많아 장례를 크리스마스부터 치뤘다. 다행히 상조를 가입해 두었다. 이거나마 없었다면 정말로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오래 누워계셔서 언젠가 이런 날이 올줄 알았고 그래서 괜찮을 거란 생각은 오산이었다. 그건 그것이고 실제로 돌아가심은 무척이나 달랐다. 

 그렇게 12월이 가버리고 1월이 왔다.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여 엄청나게 쌓여있는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간 내 직장생활에 야근은 없었는데 벌써 3일째다. 2022년의 12월은 정말 아픈 달이었다. 이런 시기가 다시 있을까 싶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10일이 지났지만 지금도 문득, 갑작스레, 아무이유없이 불연 듯 생각이 난다. 그럴때 마다 말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죄송해요, 또는 잘 살께요다. 종교도 전혀 믿지 않고 생물체가 죽으면 원자 수준에서 다른 무기물이나 유기물의 일부로 구성된다고 믿으면서도 좋은 곳으로 가셨다고 생각하고 그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잘 계시고 평안하며 나와 가족을 바라보고 지켜주실 거라 믿는다. 내가 운이 없다면 가까운 시일내에 천수를 누린다면 다소 훗날 죽겠지만 그 순간에도 찾는건 엄마가 될 것 같다. 사람은 늘어서도 어려서도 항상 엄마를 찾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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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1-03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연말연시에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많이 힘드셨겠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족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날씨가 많이 춥네요.
따뜻한 밤 되세요.

닷슈 2023-01-04 21:5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연말연시에 이런 일이 있다보니 참 뭔가 그랬습니다.

mini74 2023-01-03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닷슈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뮤슨 말이 위로가 될까싶습니다. 그냥 토닥토닥 손 한 번 꼭 잡아드리고 싶네요.

닷슈 2023-01-04 21:57   좋아요 0 | URL
미니님은 참 착하신 것 같습니다. 글을 보면 항상 그렇습니다.

scott 2023-01-03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년 만에 만난 어머님 ㅠ.ㅠ
마지막 순간 손주의 사랑 느끼고 떠나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말로도 위로 하기 힘들지만
닷슈님 어머님 부디 좋은 곳에서 평안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닷슈 2023-01-04 21:57   좋아요 1 | URL
둘째가 큰 일 했다 생각합니다. 다른 인척분들은 큰 아들인 저와 손주 보는 걸 기다렸다가 가신 거라 말씀들 많이 하시더군요.

책읽는나무 2023-01-04 0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의 명복을 빕니다.

힘든 시기를 겪고 계시군요.
코로나 후유증도 심하던데, 마음 추스리시는데 더욱 힘이 드시겠습니다.
엄마는 늘 찾게 되는 존재인 것 같아요.
저는 몇 년이 되었는데도 어제 소설을 한 권 읽다가도 문득 생각이 나고 그립고 그렇더라구요.
어머님 아픔이 없는 편안하고 좋은 곳에 가셨길 기원드리겠습니다.

닷슈 2023-01-04 21:58   좋아요 1 | URL
인간에게 엄마는 정말 그런 존재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라파엘 2023-01-04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닷슈 2023-01-04 21:5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3-01-04 1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어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14년동안이나 투병하셨다니 그 세월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마음 잘 추스리시고
건강도 잘 회복하시기 바래요^^

닷슈 2023-01-04 21:59   좋아요 1 | URL
14년은 정말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 긴 기간 내내 엄마는 요양원 병원 천정만 보고 사셨습니다. 그게 정말 아픈 부분입니다.

호우 2023-01-04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어쩌면 바쁜 생활이 지나고 문득 한가해질 때 더 허전하고 생각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닷슈님. 마음 잘 추스르시고 건강하세요.

닷슈 2023-01-0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오히려 한가해지면 더 생각날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일이 마무리 되어 가거든요.
 
의무란 무엇인가 - 마스크 시대의 정치학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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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사회 시민에겐 권리와 의무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부여된다. 하지만 권리는 주로 나의 생존권과 행복추구와 직접적 관련이 있기에 누구나 환영하고 주장하는 반면 국가와 사회, 이웃을 위해 나의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는 의무는 그렇지 못하다. 여기에 의무는 약간의 원죄까지 있다. 시민사회가 성립하기 이전 사람들이 신민이던 시절을 생각해보자. 그들에겐 이렇다할 권리는 없고, 일년 내내 수확한 작물을 절반 가량 지주에게 빼앗기고, 국가에도 바치며, 노역에 시달리는 의무만이 가득했다. 물론 국가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느 정도의 기근이나 흉년,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백성을 지키긴 했다. 하지만 백성 자신은 물론 국가까지 그것을 백성의 권리라고 생각해본적은 감히 없었다.

 그러다 시민사회가 들어서며 신민은 시민이 되고 기본권을 바탕으로 한 권리가 생겨난다. 이 시기가 19세기 무렵이다. 19세기 이후엔 국가에게 시민의 행복을 증진시킬 의무가 생겨난다. 민주주의로 인해 공화정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의 행복 추구는 반드시 충돌하는 지점이 생겨나기에 국가에겐 이 시기부터 인권과 시민권 그리고 이것을 갖고 있는 개인간의 권리와 의무의 조화를 어떻게 실현시키는가가 지상과제가 되었다. 

 생체정치 개념도 등장한다. 생명정치 또는 생명관리 정치라고도 하는데 이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노동력과 소비자로써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그런 차원에서 국가가 체계적으로 국민의 몸과 건강, 수명, 인구를 관리해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과거 국가도 중시했던 것이긴 하다. 국가에게 국민은 국방, 세금의 징수대상이었기 때문이며 호구가 많은 것은 곧 어느정도 국력이란 인식이 있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기의 생체정치는 차원을 달리한다. 우선 국민의 생명과 건강, 최소한의 경제권이 기본권 달성의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행복추구권, 인권 등의 기본권은 당연히 육체적 안녕이 보장될때야 의미가 있다. 죽은 사람이나 뇌사자, 혹은 견딜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자에게 교육받을 권리,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권리 따윈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둘째는 국가가 근현대 사회에 이르러 이런 생체정치를 추구할만한 제도적 기술적 과학적 수단을 얻게 되었다는 점이다. 과거 같았으면 돌림병이 번져도 그 근원과 이렇다할 해결방법을 알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적극적 예방접종과 치료수단, 방역지침을 수행할만한 행정적 권력과 제도를 갖고 있다. 

 때문에 공중위생은 19세기가 지나는 동안 점점 더 중요한 국가의 의무가 되었다. 생체정치는 사회정치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국가는 두 가지 책임이 있는데 하나는 개인의 행복추구이며 다른 하나는 공공의 이익이다. 양자는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며 기본권이 국가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의무로 인해 시민은 국가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민주시민사회에서 국가의 아름다워 보이기만 하는 의무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국가의 생산성과 효율성, 창의성을 높여 국부를 최대로 증진시키기에 국가의 입맛에 딱 맞는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의 기본권과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다. 불평등과 환경오염, 시민 개인간의 공공성을 흐트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지배한 20세기 내내 불평등과 경쟁을 옹호하는 것과 평등과 연대의 옹호간의 기나긴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 코로나 19사태다. 코로나 19를 맞아 실시한 대부분 민주 국가의 방역 정치는 연대적 생체정치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자유 혹은 기본권 침해 방지를 위해 적극적 방역 정치를 행하지 않는 것은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상대적 약자를 먼저 의도적으로 죽이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가 코로나 정책을 행하지 않아도 부유층은 소득에 큰 지장이 없고 안전하고 쾌적한 곳에 격리될 수 있으면서 그러면서도 웬만한 생활을 다 누릴수 있다. 하지만 그런것이 모두 없는 빈자층은 죽음과 감염을 피하기 어렵다. 이처럼 국가가 사회의 전체적 효율을 중심으로 의무를 방기해 약자를 의도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사회적 다윈주의로 파시즘정권이 행했던 일이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민주국가는 약자 보호의 조치를 통해 시민의 일상적인 삶에 개입하고 기본권을 일시, 부분적으로 제한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처럼 두 기본권이 충돌을 일으킬 때는 국가는 어느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당연히 생명권이 우선이 된다.  

 이렇게 국가의 방역이 당연하다고 해도 문제가 되는 두 가지 측면이 남아있다. 첫째는 국가의 위생조치가 팬데믹을 막을 만큼 효과적이었는가, 그리고 둘째는 이처럼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코로나의 경우 방대한 방역을 벌였음에도 그와 유사한 피해는 주는 다른 상황에 대해 국가가 침묵을 지키는 것이 옳은가라는 문제다. 전자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언급하기가 어렵지만 한국의 경우가 가장 모범 사례로 꼽힌다. 적당한 개방과 자유를 추구해 시장과 인권을 지키면서도 방역수준을 높게 가져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적 방역을 우선한 중국이나 초기 많은 죽음을 불러온 이탈리아나, 미국의 사례는 좋지 못한 사례다. 두번째의 경우 사례로 들만한 것은 흡연이나 음주, 안전사고 같은 것들이다. 이것들이 불어오는 인명의 손실은 코로나 이상이다. 하지만 이들은 타인을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죽음으로 몰고가지 않으며 개인 자신이 스스로에게 가해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자본주의로 인해 흐트러진 공공성의 회복을 위해 그 해결방안으로 은퇴후 2년간 주당15시간의 사회적 봉사활동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되고 사회의 약자의 생활을 느껴보는게 하나의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독일사회의 반발이 많았는지 변명도 꽤 길게 써놓았다. 저자가 보기에 코로나 상황에서 자신의 안위 혹은 국가에 대한 음모나 권리침해등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반대한 사람들은 결국 의무를 저버린 자들이 된다. 여러 그럴듯한 이유로 사회적 약자이자 타인을 죽음으로 몰고간 직접적인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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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15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닷슈 2022-12-15 22: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연말 잘 보내세요. 눈 조심하시구요.
 
AI 2045 인공지능 미래보고서
일본경제신문사 지음, 서라미 옮김 / 반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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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서점에 인공지능을 검색해보면 제법 많은 책이 뜬다. 지난 3-4년간 불타는 버블기의 부동산이나 주식, 코인 투자책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주로 한국 저자와 미국의 저자가 많은데 이 책은 좀 특이하게 일본 책이다. 일본에서 각 분야의 다양한 인공지능 전문가를 만나 대담하고 인공지능의 현재 수준과 가능성, 그 대비책에 대해 썼다.

 일본식 번역이 늘 그렇듯 좀 거슬리고(이 녀석들은 왜 이리 승부를 좋아할까) 내용이 빈약하지만 다른 나라의 시각과 현 주소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책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일본에선 나오키상이란 문학상이 권위가 있다. 매년 시상하는 나오키상을받은 작가 아사이 료는 인공지능과의 협업을 고민한다고 한다. 주제는 자신이 직접 찾는데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과 줄거리등을 세세히 짜는 것이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부분을 인공지능에 맡기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변호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증거수집이었다. 이것은 오랜 시간과 품이 드는 만큼 주로 젊은 변호사들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젠 이것을 인공지능이 수행한다. 인공지능은 메일이나 판례등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 2013년만 해도 미국의 판사들은 인공지능을 증거 수집에 사용해도 좋다 정도였지만 지금은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라고 변호인들에게 권장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예술 부분에서 능력을 발휘한 것도 더는 신기한 일은 아니다.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성공한 노래의 멜로디와 리듬 데이터를 분석한 뒤 여기에 마케팅 비용을 더해 성공 확률을 계산한다고 한다. 현재 맥크레디는 인공지능으로 아티스트의 곡을 히트 가능성에 따라 순위를 매긴다. 뮤직 엑스레이는 26만 5천명의 아티스트가 보내온 곡을 조사하고 그 곡에 전문가가 보일 관심을 인공지능으로 추측한다. 인공지능이 곡도 작곡하는데 서로 가 작곡한 곡의 성공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판단할지 무척 궁금해진다.

 인공지능은 맥주제조에도 사용된다. 맥주의 레시피를 인공지능이 만드는 것인데 놀랍게도 상당히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한다. 장차 미래에는 개별 소비자의 식료품 기호를 학습해 거기에 맞는 맞춤형 맥주를 제공할 계획이란다. 어디 맥주만 그럴까? 언젠가 개인용 인공지능이 주어지는 날엔 그 인공지능이 어릴적부터 개개인의 기호를 파악해 그 만의 레시피나 물건을 제공할 것이다. 레시피에 따라 요리는 로봇이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고 물건은 3D 프린팅 하면 된다. 색, 디자인, 향 모든 것이 맞춤형 일것이다. 어쩌면 더 무섭게도 그런 개인의 취향을 인공지능이 생성해나갈지도 모른다. 아이는 어른의 영향을 크게 받으니 말이다.

 인공지능은 학문의 발전에도 이미 사용된다. 중력파를 관찰한 중력파 망원경 LIGO는 매우 복잡한 컴퓨터 시스템을 갖는다. 인공지능이 알고리즘을 구사해 중력파를 검출하고 그것이 옳은 지를 물리학자나 천문학자가 2-3개월간 검증한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어떻게 검토하고 작용하는지를 사람이 파악하는게 이미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의 모 대기업에서 인공지능이 한거라 잘 모른단는게 그저 변명만은 아닌 형국인 것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가상 뇌를 시각화할 수 있는 장치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야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하고 감시하는게 어느정도 가능할 것이다. 

 일본의 오니시 교수는 인간과 비슷한 반응과 동작을 재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설명하여 사람의 소뇌를 개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실제 인간의 반응과 동작은 뇌에 걸리는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해 소뇌에서 알아서 처리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행동을 하며 에너지를 쓰고 있긴 하나 자동화되어 있어 특별한 뇌의 부하를 경험하지 않는다. 

 재밌는 부분은 여성과 남성이 개발한 인공지능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양성의 특징을 반영한듯 남성이 개발한 인공지능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는 성향을 갖는 반면 여성이 개발한 인공지능은 실용적인 과제를 안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하는 성향을 갖는다. 인공지능의 문제점중 하나는 그 효용에 비해 상당히 큰 에너지를 쓴다는 점이다. 인간의 뇌는 생각으로 상당한 창의성과 유연성을 발휘하면서도 고작 21와트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중 하나인 알파고의 소비전력은 무려 25만 와트로 인간의 1만 2천배다. 물론 바둑을 1만 2천배 잘 둘지는 모르지만 상당한 전력 소비가 아닐수 없다. 인공지능이 고도화 할수록 계산 규모가 커지고 소비전력도 커질 것이다. 때문에 인공지능 개발에 있어 전력 문제는 난제다. 이 문제는 로봇도 드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을 만드는데는 적절한 학습 데이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나라가 서구 중심이라는게 문제다. 아무래도 여기서 개발한 인공지능은 서양안의 의식 흐름과 사고방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서구에서 개발한 범죄인 판별 인공지능이 흑인을 더 위험하게 판단했다는 소식은 이미 유명하다. 데이터가 적었을 동양인은 어떻게 판별했을지 궁금하다. 하여튼 인공지능 역시 데이터에 따라 편견을 가질 수 있으며 따라서 다양성이 결여되면 인간은 그 인공지능을 신뢰하기 어렵게 된다. 악랄한 개발자가 인공지능을 통해 다수의 인간에게 편견을 심어줄수 있고 인공지능 자체가 인간에게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을 앞세운 대량의 정보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책은 단순하고 방대한 데이터의 처리는 인공지능에 맡기고 그 데이터의 의미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아직은 인간의 몫임을 강조한다. 인공지능 시대는 장및빛일 수도 있고 암울할 수도 있다. 인터넷 시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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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테크 - 3년 후 당신의 미래를 바꿀 7가지 기술
김미경 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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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한 강사인 김미경이 4차산업혁명시대 7가지 기술을 선정하여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그 흐름을 알기 쉽도록 엮은 책이다. 다른 미래과학기술책 보다 좀 더 쉽고 흐름을 알 수 있게 하며, 그 흐름에 올라타고 공부하도록 동기도 주는 책이다. 그런 면에서 좀 차별성이 있었다.

 책에서 언급하는 7가지 기술은 인공지능, 블록체인, AR/VR, 로봇,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메타버스다. 이중 가상, 증강현실과 메타버스는 좀 많이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가상, 증강현실은 상세히 다루고 메타버스는 좀 허전하다. 그냥 합치는게 나았을 것 같다.

 책은 4차산업혁명으로 가기 전에 있었던 3번의 커다란 물결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 거대한 사이클은 컴퓨터가 보급되고 초고속 인터넷이 등장한 1980-2000년대 말까지다. 스티브 잡스와 빌게이츠가 시대를 만들었고 컴퓨터가 보급되고, 윈도우가 보급되었으며, 인터넷이 보급되고, 지식의 혁명이 일어났다. 두 번째 사이클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이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모바일이 사이클의 주역이다. 애플과 구글의 시대로 현재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세 번째 물결이 저자가 말하고 싶은 7테크다. 저자는 한 사이클에서 다음 사이클로의 완전한 전환이 일어나는데 20년의 세월이 소요된다고 말한다. 우선 하드웨어가 새로 개발되고, 그것이 양산화되어 가격이 떨어져야 대중화가 된다. 이후 사람들이 그 하드웨어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 친숙해져야 하는데 그래야 새로운 문화와 습관이 형성되어 시대가 바뀌기 때문이다. 


1. 인공지능

 기계가 세계에 대해 경험을 할수록 그 성과가 향상될 경우 그 기계는 학습한다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이 인공지능이다. 엣지 인공지능이란 것이 있는데 이는 클라우드 시스템이 아닌 작은 캠의 칩에 인공지능르 붙여 사생활을 보호하며 지능적인 기능을 하게 하는 것이다. 뷰노란 기업은 아산 병원에서 받은 6만장의 엑스레이 사진으로 의사보다 정확하게 손가락 뼈마디의 나이를 판별한다. 최근 자녀의 성장에 관심이 많은 부모에게 그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흑백사진은 인공지능이 보기에 더 학습이 쉬운 데이터다. 

 비프로 일레븐이란 기업은 경기장에 3대의 캠을 설치하고 영상을 경기 후 하나로 합쳐 패스 성공률과 유효슈팅률 등을 계산한다. 인공지능만으론 완전치 않아 인간이 보충하는데 유럽구단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벤쳐기업 수퍼빈은 순환자원 회수로봇인 네프론을 개발했다. 내부에 컨베이어 벨트와 카메라, 무게측정기가 있어 이용자가 재활용품을 넣으면 그 무게와 재활용가능여부를 살펴, 적합하면 포인트를 이용자에게 지급하고, 아니면 다시 반환하는 식이다. 

 GPT-3는 N개의 단어 배열이 입력으로 주어지면 N+1번째 나올 가장 그럴듯한 단어를 출력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무한 반복해 대답과 문장을 구축한다.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데이터 테이블러란 직업이 있다. 인공지능이 학습을 하기 위한 데이터를 구성하면서 데이터에 이름을 달아주는 직업이다. 

 3차산업혁명시대는 가치네트워크 기업, 플랫폼 기업이 우세했다. 이들은 두 종류 이상의 고객을 매개하고 그 가치와 수익을 창출했다. 고객이 많을 수록 우위를 점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크게 나타나 독점을 누리게 디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시대는 가치엔진 시대다.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이용하여 가치 있는 서비스를 산출하는 것이다. 가치엔진의 기본 의사결정은 5가지이다. 데이터와 지식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어떻게 추론하고 최적화할 것인가, 어떻게 가치있는 목표를 설정, 산정, 확대할 것인가, 인간과 인공지능이 어떻게 협력해서 시너지를 낼 것인가, 인공지능 엔진을 어떻게 유지운영할 것인가 이다. 


2. 블록체인

 블록체인은 서로가 장부를 갖고 있고 24시간 동안 이를 서로 감시하는 체계다. 하지만 한 측의 컴퓨터가 꺼지거나 접속이 안 될 경우 장부 불일치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이 비잔틴 오류다. 비잔틴 오류가 날 경우, 다수의 사용자들이 다수결 투표로 장부를 수정한다. 그래서 미래엔 블록체인이 주주총회나, 정치적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여 국회의원이나 최고경영자를 대체할 수 있다. 즉, 공도의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거버넌스가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에서는 10분동한 사용된 일련 번호를 기록한 파일을 블록이라 하며 그 크기는 1mb정도다. 10분이 지나면 그 파일을 서로 돌려보고 불일치시 자동투표에 들어가는데 불일치 소수블록은 수정된다. 이 파일들이 시간순서대로 사슬처럼 정렬해 붙는데 그래서 블록체인이란 말이 생겨났다. 블록체인의 특징은 탈중앙화, 영구보존성, 투명성, 가용성이다. 

 비탈릭 부페린은 이더리움이라는 암호화폐를 만들고 화폐의 일련번호 외에도 프로그램의 등록을 가능하게 했다. 이렇게 블록체인에 등록된 프로그램을 스마트 콘트랙트라고 한다. 여기에 앱을 등록할수도 있는데 이 경우 그 앱은 탈중앙화앱인 DAPP이 된다. 그래서 이더리움은 다양한 앱과 프로그램을 이용할수 있고 그 덕에 이더리움은 암호화폐계의 애플이나 플랫품이 되었다. 

 암호화폐는 문제점도 있다. 우선 탈중앙화다. 이론과는 달리 암호화폐는 모두가 공유하여 장부를 검토하는게 아니라 비트코인은 겨우 4명, 이더리움은 3명의 채굴꾼이 장부검토를 통해 인센티브를 독식하고 있다. 다음은 확장성이다. 사용하자 많아 질수록 역설적으로 장부검토가 길어져 속도가 매우 느려진다. 그리고 과도한 전기사용이다. 코인의 채굴과 장부검토를 위해 사용하는 전기의 양이 이미 스위스 국가전체, 웬만한 대기업의 전기사용을 넘어셨다. 마지막은 개인정보보호다. 블록체인이 등록된 정보는 지울수 없다. 때문에 누군가 악의를 갖고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악성정보를 블록체인화 해버리면 사실상 해결할 방법이 없다. 


3.AR/VR

 글로벌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6곳이 AR/VR 용 헤드셋과 플랫폼, 게임을 출시하거나 준비 중이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XR글라스를 2023년 고액할 예정이다. 1인 1스마트폰에서 1인 1AR/VR시대가 눈앞에 온 것이다. 

 글로벌 탑 SNS 스냇쳇은 가상현실 기능 도입 쇼핑 기능으로 구찌, 디올, 운동화 등을 스냅챗으로 미리 신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 시국에 시가 총액이 4배 상승했다. 이렇게 증강현실을 통해 고객이 사전에 제품을 체험한 경우 반품률은 2%로 매우 낮다. 

 AR/VR은 의과대학의 해부 및 수술실습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환자에게는 몰입효과를 주어 통증을 낮춰준다. 또한 군사나 업무, 훈련 시뮬레이션으로 사용이 가능하고 가상사무실을 구축해 재택근무도 가능하게 한다. 교육에 있어서도 상당한 체험효과를 불러와 교육에 혁신적 변화가 예고된다. 


4.클라우드 컴퓨팅

클라우드 MSP란 개념이 있는데 이는 클라우드와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말한다. 클라우드는 기존 기업들에게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초기 비용을 낮추어 최종적으로 실패비용을 낮게 하는 장점이 있다. 과거 IT기업은 서버를 구매 및 설치하고 주기적으로 서버를 교체하고 인프라 확장을 위한 장비 확보 및 세팅시간이 컸다. 하지만 이래도 급속한 접속자 증가에 대응이 불가능했다. 또한 반대로 증가했던 접속자가 줄어 규모를 줄이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기업은 쓴만큼 만 내고 빠르고 민첩하게 확장 및 축소가 가능하다. 

 향후 전 세계 고객들의 요구 사항들이 전부 데이터화하여 저장 및 분석이 필요한데 이것의 기반이 되는게 클라우드다. 때문에 4차산업혁명 시대에 클라우드 컴퓨팅은 산업화 시대의 고속도로같은 인프라가 된다. 맥킨지 앤 컴퍼니는 클라우드 도입 기업이 9년뒤 영업이익이 1000조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앱 개발 및 운영 생산성이 38%증가하고, 개발 운영 유지보수 비용이 75조 줄어들고 앱 다운타임이 57%줄어 들고, 비용은 26%감소하고 새 기능 시장 출시 기간이 55%감소하며 인프라 비용 효율이 29%증가하고 장애발생 획수가 55%감소하고 때문이다.

 전 세계 클라우드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각 산업마다 차별화될 필요가 있는데 각 사업마다 요구하는 것이나 특징, 과정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에는 공장, 발전소, 물류, 교통 등의 산업시스템이 맞는 각 개별 클라우드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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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학교, 헬레네 랑에 - 상상을 현실로 만든 혁신학교 이야기
에냐 리겔 지음, 송순재 옮김 / 착한책가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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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혁신학교는 학교와 지역에 따른 차이를 보이지만 많은 공통점을 보인다. 우선 학생을 교육의 주체로 본다는 것이다. 때문에 학습자 중심의 학생주도적 프로젝트를 많이 운영하며 다양한 체험과 노작의 기회, 문화예술체육의 경험을 강조한다. 또한 교육의 주제로서 교사의 전문성을 믿고 자율성을 크게 부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혁신학교의 교사는 교육과정을 국가의 지침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자유롭게 주무르고 조직하며 예산이나 행정에서도 많은 권한을 위임받아 교육에 힘쓴다. 그리고 지역과 학부모를 교육의 장이자 주체로 본다는 점이다. 혁신학교는 마을을 통한, 마을을 위한, 마을에 의한 교육을 강조하며 학부모가 교육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런 혁신적 흐름의 원조격인 학교가 바로 독일의 헬레네 랑에 학교이다. 언급한 교육개혁은 10년에서 20년전 한국의 몇몇 선구자들이 실행했을땐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헬레네 랑에 학교는 비록 독일이지만 이것을 무려 1980년대에 실행했다. 학교의 수업은 교과의 두터운 벽에 쌓여있었지만 헬레네 랑에의 교사와 학생들은 이걸 프로젝트로 묶어냈다. 연극 수업은 많은 혁신학교에서 그 효과성이 높아 자주 이뤄지고 있으며 심지어 초등교육과정 국어과에도 도입되어 있다. 하지만 헬레네 랑에 학교에서 이것을 교육과정에 도입했을땐 그렇지 않았다. 사실 이들은 교육과정이라기 보다는 별도의 프로그램이로 이것을 돌린듯 한데 많은 학생들이 연극에 몰두해 수업인정이 안되고 기존 수업 점수도 낮아 문제였다. 거기에 일부 열성적 강사가 학생과 함께 임의로 학교 교실을 검게 연극에 맞게 칠해버리고 밤늦게 남아 연습을 하여 난방비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것을 밀어 붙였고, 연극에 참여하여 그 맛을 경험한 학생들은 단기적으로는 성적에 문제게 생겼지만  장기적으로는 그것을 상회하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헬레네 랑에 학교는 그 울타리 안에서 모든 학생이 각자 자기 능력이 한계를 뛰어 넘도록 함과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함께 발견하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한다면 그 할일을 다한 것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헬레네 랑에 학교 졸업생들은 스스로 주체가 되어 학습하고 학습의 결과물을 학급과 평가단에 발표하며 지식 전문가들의 지식을 자유롭게 끌어다가 맥락에 맞게 사용하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탁월하게 체득한다. 그야먈로 교육의 목표와 이상을 모두 실현한 학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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