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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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잘 보지 않는 편이어서 중국문학은 일정 나이가 되어 사실상 처음 본 것 같다. 책 제목은 원청인데 중국의 한 도시 이름이며 작가인 위화는 유명한 듯하다. 허삼관 매혈기란 책도 썼다는데 제목을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하다. 이 책의 배경은 청나라 말기에서 중화민국이 설립하고 붕괴하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이다. 이런 큰 거시적 배경에서 저자는 그 영향을 받으면서도 아랑 곳 않고 자기 삶을 살아가는 개인들의 철저히 작은 삶은 다룬다. 책 파친코의 첫 구절이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듯 이 책도 그런 느낌으로 진행되며 오래전 읽었던 한국의 소설 고래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책에 나오는 주요인물은 린샹푸, 천융량, 구이민, 샤오메이, 아청 등이다. 린샹푸는 황하 즉, 중국의 오랜 중심인 중원의 한 지역에 사는 인물이다. 재력가이면서 학문이 뛰어났고, 가구를 잘 만들던 아버지를 닮았으나 그 아버지가 고작 린샹푸 나이 5살에 죽는다. 어머니는 홀로 집안을 이끌며 린샹푸를 성년으로 키워내나 역시 그가 결혼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 그렇게 린샹푸는 집안의 전답을 경영하며 살아간다. 재력가로 매파에 의해 여럿 중매를 보았으나 선뜻 연이 닿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원청이란 곳에서 왔다는 샤오메이 아청 남매가 찾아온다. 오랜 여행끝에 그들은 피로하고 여비가 떨어졌으나 입고 있는 옷만은 그렇지 않았으나 린샹푸는 샤오메이에게 끌리기 시작하고 웬일인지 오빠 아청은 여동생만을 남겨둔채 북경의 이모부에게 향한다. 샤오메이는 오빠를 기다리다 린샹푸와 연을 맺는다. 린샹푸는 그녀를 사랑하여 집안의 금괴를 보여주나 샤오메이는 친정에 다녀온다는 핑계로 아청에게 금괴의 상당량을 갖고 가버린다. 린샹푸는 좌절했으나 몇달 후 배가 부른 샤오메이가 린샹푸의 아이를 임신했다면 돌아온다. 다시 행복이 찾아오고 린샹푸는 그녀를 잡기 위해 제대로 결혼식을 올린다. 딸 린바이자가 태어나고 얼마 안있어 샤오메이는 다시 사라진다. 이에 린샹푸는 집사 텐다일가에 가계를 위임하고 딸과 같이 샤오메이를 찾아 원청으로 떠난다.

 그런데 원청을 아는이가 아무도 없다. 린샹푸는 그저 강남으로 향한다. 샤오메이와 아청과 비슷한 말투를 하는 지역으로 좁혀간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시진이다. 거기서 린샹푸는 거대한 회오리 바람과 수주일간 이어진 폭설을 만나지만 천융량의 도움으로 그의 집에 기거하며 동업하게 된다. 린샹푸는 가구 만드는 솜씨가 좋아 천융량과 함께 목공소를 운영해 수년 만에 고향에서만큼의 재력을 축적한다. 하지만 십수년이 지나도 샤오메이와 아청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평화롭던 시진엔 토비(도적)들이 들끓는다. 이들은 가정과 마을을 약탈하고 살육을 일삼았으며 사람들을 납치해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다. 천융량의 첫째 아들이 린바이자를 대신해 납치되고 시진에선 토비에 대응하기 위해 민병대가 조직된다. 마을의 중심인물이자 상인회의 대표인 구이민이 이일의 중심이 되어 토비를 토벌하자 토비의 수괴는 구이민을 납치해보린다. 

 나이든 린샹푸는 천융량 일가가 떠나고 딸마저 상하이로 유학보내어 외로운 마음이었다. 샤오메이와 아청을 찾는 것도 포기했다. 그런 상태에서 린샹푸는 장래의 사돈이자 신세를 진 구이민을 찾기 위해 토비와 협상을 벌이고 그 와중에 살해된다. 린샹푸의 집사 텐다일가가 그의 시신을 수습하고 고향으로 향한다. 

 이렇게 책은 1부가 끝나며 2부가 진행된다. 2부는 샤오메이와 아청의 이야기다. 그들이 원래 어디살았고, 사실은 어떤 사이이며, 린샹푸와 어떻게 엮이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책은 무척 재밌으며 재미난 소설이 그렇듯 두꺼워 막상 읽기 무섭지만 쪽수가 빠르게 줄어들며 그 줄어듬에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작가의 책을 좀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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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물리학 - EBS 다큐프라임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 제작팀 지음, 홍성욱 감수, EBS MEDIA 기획 / 해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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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의 성경 최초의 구절은 "빛이 있으라"이다. 태양 빛에 의존하여 모든 에너지를 얻고, 모든 것을 볼 수 있으며, 태양이 있는 시기에만 활동할 수 있는 인간과 지구생물에겐 이것 만큼 세상의 생성에 전제가 되는 구절도 따로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빛은 당연한 것이었고 필수적인 것이었지만 빛에 대한 궁금증과 연구도 오래되었다.

 빛에 대한 첫 번째 궁금증은 물체가 보이는 것이 물체가 빛을 뿜어 눈에 들어와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눈에서 빛이 나와 물체를 볼 수 있는지의 여부였다. 중세 아랍의 과학자들은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올 때 눈이 아픔을 근거로 빛이 외부에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외부 빛의 근원은 태양일 수 밖에 없었다.

 두 번째 궁금증은 빛의 굴절이었다. 빛은 공기에서 유리나, 물 등의 다른 매질로 들어갈 때 굴절이 일어났다. 우리 눈에는 빛이 꺽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굴절 각도에 특정한 비례 관계가 존재했고 이를 사인법칙으로 정리했다.

 세 번째는 빛의 속도 측정이었다. 번개가 치면 갑자기 밝아지고 해가 뜨면 세상이 밝아지는 것처럼 빛은 빠른 속도로 퍼지는게 분명했다. 빛의 속도를 재고자 갈릴레이는 먼 산에서 등불을 켜고 반대편 산에서 등불이 보이는 시간과 산 사이의 거리를 통해 빛의 속도를 측정하려고 했다. 다만 빛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이 합리적 시도는 실패한다. 빛의 속도 측정에 성공한 자는 덴마크의 천문학자 뢰메르로 그는 지구가 공전하며 목성과 가까워졌다 멀어지는데 이 때 목성의 위성들이 나타나는 시각과 지구의 공전 지름간의 관계를 이용해 빛의 속도를 측정했다. 실제의 2/3까지 정확했다.

 네 번째는 빛을 반사하는 외부물체들이 어떻게 사람의 눈에 정확히 한상으로 보이느냐 였다. 물체의 여러 점에서 빛이 나오는데 사람의 수정체가 렌즈처럼 빛을 굴절시켜 망막의 한 점에 모아 볼 수 있다는게 밝혀졌다.

 다섯 번째는 물체의 색이다. 통념은 물체가 고유의 색을 갖고 있다였으나 뉴턴은 색이 물체가 아니라 빛에 있음을 밝혀냈다. 뉴턴은 프리즘을 통해 빛 안에 여러 색이 포함되어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여섯 번째는 빛의 본질이다. 빛은 파동이란 생각이 많았으나 뉴턴에 의해 빛은 입자로 취급되었다. 빛이 만약 파동이라면 물과 같은 매질을 지나면 속도가 느려지고 입자라면 매질 사이의 압력으로 매질에서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 현재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으로 여겨진다. 

 일곱 번재는 및의 다양한 스펙트럼이다. 뉴턴이 빛이 여러 색이 혼합임을 밝혔고 이어 보이지 않는 적외선이나 자외선 같은 빛도 발견되었다. 전자기파 역시 빛이다. 

 여덟 번째는 빛의 속도의 일정함이다. 사실 속도는 절대적이기 보다는 다른 물체의 움직임에 의해 규정된다. 다른 물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시속 100이나 그 물체가 나와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움직이면 양자는 서로 정지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빛은 관측자나 다른 물체의 운동과 무관하게 항상 속도가 일정하다.

 언급한 것처럼 빛은 파동같았지만 뉴턴의 위상에 밀려 입자로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토마스 영의 이중 슬릿 실험에 의해 빛이 파동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빛은 파동이기에 전달 매개물딜이 필요했고 과학자들은 그래서 세계에는 빛을 매개하는 에테르란 물질이 가득하다 믿었다. 그리고 그 에테르를 측정하기 위한 실험이 실시되었다. 두 줄기 빛을 동시에 쏘고 앞에 반투명 거울을 놓았다. 빛 하나는 이를 통과하고 하나는 반사되어 위에 있는 거울에서 다시 반사되어 그 거울 아래의 측정이게 감지된다. 반투명 거울을 통과한 빛도 직진해 역시 맞은 편 거울에 반사되어 돌아와 이번엔 반투명 거울 아래로 반사되어 역시 같은 감지기에 측정되는 형태였다. 에테르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 몰라 이렇게 여러 방향으로 같은 거리를 돌리다보면 두 빛중 하나는 에테르로 인해 속도가 느려질거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측정 결과 빛의 속도는 같았다. 에테르가 없음은 물론이요 빛의 속도가 항상 절대적으로 같을지도 모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인슈타인은 모든 운동이 상대적인데 어째서 빛의 속도는 상대적이지 않은지 고민했다. 속도는 거리 나누기 시간인데 공간과 시간은 당시 절대적인 것으로 건드릴 수 없는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서 시간을 건드린다. 아인슈타인은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안에서는 빛이 이동하는 거리가 늘어남을 파악했다. 즉, 빛의 속도는 절대적이지만 시간이 상대적이므로 물체의 움직임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흐를 수 있다는 특수상대성이론의 탄생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중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 아인슈타인은 가속하는 물체 안에 있는 경우 몸이 가속방향의 반대로 쏠리는 현상과 지구의 중력으로 인해 물체가 지구에 붙어 있는 것이 같은 원리임을 파악한다. 즉, 가속과 중력은 같은 현상이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공간을 휘어지게 함을 밝혀내어 특수상대성이론을 보완한 일반상대성이론을 창안한다. 아인슈타인은 절대적이라 여겨졌던 시간과 공간을 상대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뉴턴은 스펙트럼 실험으로 빛 속에 여러 색이 들어있음을 밝혀냈다. 그리고 빛이 특정한 색으로 분산될때는 특정한 굴절률을 가짐을 알아냈다. 이는 빛의 색이 파장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맥스웰은 전자기파를 연구하며 전자기파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탐구했다. 그는 세상이 작은 셀로 가득찼고 각 셀은 작은 유동바퀴로 연결되었다고 상상했다. 그리고 각 셀은 탄성을 지녀 전하 사이의 힘이 파동으로 전달된다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것이 전자기파인데 맥스웰은 전자기파의 속도를 계산해보니 그것이 빛과 같음을 밝혀낸다. 즉, 전자기파는 빛이었던 것이다. 

 JJ톰슨은 음극선을 발사하는 음극선 실험으로 음극선에 질량이 있는 입자가 있고 그것의 질량이 수소 원자의 1/1000정도임을 알아낸다. 그리고 이 입자는 원자의 종류가 무엇이든 항상 질량이 같았는데 이것이 전자의 발견이다. 러더퍼드는 전자 질량의 7500배에 달하는 알파선을 얇은 황금막에 대학원생들을 시켜 수천번 발사했다. 그러다 2년만에 마침내 알파선이 1/8000의 확률로 튕겨나가는 현상을 감지했는데 이는 원자안에 무겁고 단단한 물질이 존재함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즉, 원자핵의 발견이었다. 

 이들의 발견으로 원자의 구성과 원자가 텅 비어있음을 밝혀졌다. 원자는 만약 축구장 크기라면 원자핵은 작은 구슬정도이고 전자는 원자 전체 크기의 10만분의 1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텅빈 수준이라 인간 한 명의 몸에서 이런 빈공간을 빼고 압축시키며 겨우 소금 알갱이 하나의 물질이 나오며 60억 인구를 마찬가지로 압축시키며 사과 한개 분량에 불과해진다. 

 막스플랑크는 흑체를 연구하며 고전물리학의 통념과는 다르게 모든 파장이 동일한 에너지로 연속적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정수 배의 에너지 형태로만 매우 불연속적인 형태를 나타내는 것을 발견했다. 즉, 양자화되어 있는 셈이었는데 그 양자화의 규모가 매우 작다보니 세상의 에너지는 연속적인 것처럼 보였다. 이는 원자 내부의 전자의 상태로 연결되었다. 닐스보어는 원자핵이 양극이고 전자가 음극임에도 전자가 원자핵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의문이었다. 뉴턴의 실험에서 빛의 스펙트럼은 각기 다른 색깔, 즉, 다른 에너지 진동수를 나타냄이 밝혀졌는데 보어는 이 스펙트럼이 원자의 내부구조와 빈공간을 알려준다고 생각했다. 보어는 플랑크 상수를 이용해 전자가 불연속 에너지를 갖는다고 추측했는데 이것이 유명한 양자도약이다. 전자는 여러 궤도에 존재할 수 있으며 가장 낮은 궤도로 갈때는 에너지를 흡수했고 높은 궤도로 갈땐 에너지를 방출했다. 이것이 스펙트럼으로 보인 것이다. 즉, 전자는 가장 낮은 궤도 더 아래론 갈수 없기에 전자가 원자핵으로 떨어지지 않는것이었다. 

 보어의 제자 하이젠 베르크는 보어의 전자 궤도를 버리고 전자파의 진동수와 세기만을 고려했다. 그는 전자의 궤도는 허상이라 생각했다. 그의 생각은 이후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더욱 발전해 지금은 전자는 입자이나 어느 한 위치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파동의 형태로 확률적으로 다양한 위치에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즉, 전자는 물질파로 여겨진다. 하이젠 베르크에 의해 그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히 잴수 없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밝혀졌고, 전자가 어느 위치든 확률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 되었다. 

 한 편 세상에는 네 가지의 힘이 있다. 이들은 처음엔 통합되어 있다 분리되었다. 빅뱅후 10의 -43초에 중력이 분리되었고, 10의 -34초에 인플레이션이 종료되자 강력이 분리되었고, 이후 순차적으로 전자기력과 약력이 분리되었다. 대통일장 이론은 이들 네 힘을 통합하여 설명하는 것이다. 현재 우주에는 12종류 입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쿼크 6개, 렙톤 6개이다. 그리고 위의 4가지 힘을 매개하는 입자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초끈 이론은 이들 입자들이 10의 -33cm길이에 불과한 끈들로 이루어졌다고 본다.

 이 끈들의 진동에 따라 각기 다른 성질을 갖고 변화한다는 것이다. 끈이론은 여분의 차원이 있다고 주장하며 현재의 4차원 공간에 6차원 공간이 관측불가능할정도로 매우 작게 말려있다고 본다. 즉, 세계는 10차원인 것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끈이론을 설명하는 이론이 무려 5개로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이론은 M이론이다. M은 membrane의 약자로 막이란 뜻이다. 기존 10차원에 막의 등장으로 세계는 11차원이 되며 한 차원위에선 모든 문제가 간단해지듯, 5개의 끈이론도 같은 현상을 각기 다르게 본 사례에 불과해지면 하나로 통합된다. 막이론에 의해면 끈은 막에 붙어 있거나 막에서 생성되기도 한다. 일부 M이론 과학자들은 우주의 생성은 막 들이 서로 이동하며 충돌하여 생긴 것으로 파악하기도 하며, 각 막들마다 다른 우주의 생성이 가능해 다중우주이론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책은 빛에 대한 인간의 생각과 궁금증이 빛의 속도와 색 등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상대성이론과 전자기파이론, 양자역학, 초끈이론 등으로 연결됨을 잘 보여준다. 우주와 물리에 대한 책은 읽어도 읽어도 항상 알듯 말듯 어려운데 이 책은 비교적 쉽게 읽혀져 조금이나마 이해도를 높여준 것 같다. 2014년 EBS다큐로 방영한 것을 책으로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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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엔 다니는 직장의 규모가 커졌다. 계속 작은 곳에만 있다가 그 6배정도에 달하는 사람들과 일을 같이 하다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초반엔 적응하기가 쉽진 않았는데 그래서 첫 한 두달간은 심지어 시간이 늦게가기까지 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학습이 충분히 되고, 생활이 패턴화하면서 주변 자극과 새로운 학습자극이 부족해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급변하면 마치 어릴적처럼 시간이 다시 느려지는데 바로 그런 경험을 한 것 같다. 하여튼 그래서인지 올해 읽은 책은 85권에 불과하다. 작년 115권에 비해 무척 적어졌고, 목표인 연간 100권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쉬운 한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학책을 거의 보지 않았는데 이것도 읽은 권수의 감소에 영향을 미친 듯 하다. 반면 미래책과 과학책 교육분야의 책을 많이 보았다. 읽은 책을 분야별로 정리해보았다. 


인문철학[8권]

자유론, 지리기술제도,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후불제 민주주의, BTS와 철학하기, 무엇이 옳은가, 공정하다는 착각, 의무란 무엇인가

미래[10권]

트렌트코리아2022, 세계미래보고서2022, 죽음 없는 육식의 탄생, NFT 사용 설명서, 수소경제, 메타버스시티,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설명서, 세계미래보고서2023, 세븐테크, 2045인공지능미래보고서

과학[17권]

생명이란 무엇인가, 암흑물질과 공룡, 열두 발자국, 모든 순간의 물리학, 엔트로피,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비만의 종말, 파란하늘 빨간지구,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애니멀 카인드,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무엇이 우주를 삼키고 있는가, 단 하나의 방정식, 탄소로운 식탁, 센스 앤 넌센스, 떨림과 울림,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문학[4권]

클레이의 다리, 소마,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관객모독

교육[22권]

로컬에듀, 포노사피엔스를 위한 진로교육, 어린 시민,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 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트라이앵글의 심리, 우리는 청소년 시민입니다, 초등6년 글쓰기 캠프,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2025 미래교육 대전환, 교실 속으로 간 이해중심 통합교육과정, 교사교육과정 어떻게 만들고 운영할까, 학교의 미래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열다, 과정중심피드백, 디지털지능, 한발앞선 부모는 인공지능을 공부한다. 교육을 가로막는 벽, 미래의 교육을 설계한다.자폐아들과 아빠의 작은 승리, IB를 말한다. 대한민국의 시험, 꿈의 학교 헬레네 랑에

사회[5권]

생명가격표, 좌우파 사전, 언론혐오사회, 시험능력주의, 두려움 없는 조직

역사[7권]

중앙아시아사,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폭격기의 달이 뜨면, 역사의 역사, 유라시아 역사기행, 첨단*유산, 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

경제[1권]

잠깐 애덤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예술,건축[6권]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1, 2권, 반고흐 예술의 편지1-2권, 공간혁명, 컬러의 힘

지리[4권]

지리의 힘 2, 앞으로 100년 인류의 미래를 위한 100장의 지도, 지도위의 붉은 선, 지리학이 중요하다.

경영투자[1권]

나는 대출없이 0원으로 소형아파트를 산다


다음은 올해 읽은 책 중 10권이다.

10.컬러의 말

이 책을 읽기 전 사실 색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공간심리학에 이어 색채심리학이 있듯 주변의 색채가 사람들의 정서와 인지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모르게 크다. 그런 것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여 준 책이기에 꼽았다. 물론 원래 색에 대해 잘 알고 관심있는 분에게 대단한 책은 아닐 것이다.



9.시험 능력주의

한국의 망국적 시험능력주의를 잘 지적한 책이다. 한국의 시험 능력주의는 정작 능력을 평가하지 않으며, 가진자가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뤄지며, 그 통과자에게 과독한 혜택을 부여해 부작용을 초래하고, 교육의 본질을 파괴한다는게 책의 골자다.



8.미래의 교육을 설계한다.

미래의 교육은 교과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지금 당장 세상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방향으로 구성해야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교육에 대한 상당히 신선한 실천적 시각과 방향을 읽을 수 있었다. 선생님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7.좌우파사전

한국의 좌우파는 갈등이 매우 심하다. 좌파의 우파를 지지하면서도 그들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은데 그렇다면 이 책을 봐야할 것이다. 우파는 경제적으론 자유와 불평등을 당연시 하며 성과를 얻기 위한 공정한 게임을 강조한다. 때문엔 교육은 경쟁구도를 선호하며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동정하나 동등한 대상으로 보지 않으며 북한이나 성소수자 등을 부정하며 잘못된 것으로 여긴다. 반면 좌파는 협력을 강조하며 문화적 다양성과 소수자를 옹호하고 지원하며 사회적 양자를 보호하는데 주력한다. 이들은 승자와 패자가 없는 교육을 강조하며 경제적으로 분배를 옹호한다.

6.지도위의 붉은 선

지리적 요소 뿐만 아니라 문화 경제적 요소도 지리학적 관점에서 잘 풀어서 쓴 책이다. 책에선 독일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를 다루고 있으며 재미나고 독특한 점은 민주주의의 위기와 기후위기 부의 집중 같은 최근의 주요 세계적 현안도 역사 지리적 관점에서 다룬 다는 점이다. 지리의 힘 같은 책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추천한다.


5.암흑물질과 공룡

공룡이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거대한 소행성으로 인해 멸종된 것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왜 떨어졌는지에 대해선 딱히 설명이 없는데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을 그 원인으로 찾은 것이 이 책이다. 태양계는 우리 은하의 중심을 공전하데 우주는 완전 균일하지는 않으며 우리 항성계는 때론 암흐물질이 더 많아 소행성이 몰린 오르트 구름대에 섭동이 가해지는 현상을 주기적으로 겪게 된다. 이로 인해 태양계의 중심으로 소행성대가 향하게 되고 과거에 이것은 지구의 표면을 때려 우리가 금속을 손쉽게 얻게 해주었으며 가장 최근엔 공룡의 멸종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


4.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요즘 우영우가 유행하며 자폐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지만 사실 원조는 영화 레인맨이다. 그리고 우영우의 자폐인은 드라마의 전개상 어쩔수 없긴 하지만 상당히 비현실적 자폐인이다. 자폐인중 극히 일부만 갖는 서번트 신드롬을 갖는데다가 의사소통 및 공감이 거의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자폐인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여튼 이런 자폐의 역사를 미국에서 지난 100년간 살펴본 책이다. 최초의 자폐진단, 그리고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지원을 받기 위한 지난 수십년간의 노력이 담겨 있다.


3.생명가격표

생명은 마땅히 값으로 헤아릴 수 없으나 우린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생명을 읽게 한 사람에 대해 보상을 치루게 해야한다. 때문에 생명을 돈으로 치는 가격표는 사실상 어느사회나 존재한다. 책은 놀랍게도 생명 자체에는 값을 매기지 않는 현실과 사회의 강자들이 약자의 생명에 대해 얼마나 가중치를 낮게 두는지를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책은 주로 미국의 사례인데 그나마 이들의 보상치는 한국보다 훨씬 높다.


2. 지리의 힘 2편

지리의 힘 1권에 이어 나온 2권이다. 1권이 주요 강대국을 다뤄다면 2권은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나라들이다. 호주, 이란, 사우디, 그리스, 에디오피아 등을 다룬다. 특히, 이란과 사우디, 그리스, 에디오피아는 모두 인접한 편이라 상당히 연관성을 갖고 읽을 수 있었다. 책은 말미에 우주를 새로운 지리의 영역으로 편입하고 다루는데 지극히 당연하며 앞서가는 조치란 생각이다. 현재까지의 전쟁과 지리는 어떻게 보면 평면이었는데 우주 시대로 인해 앞으로는 3차원이 된다. 지리의 힘은 최근 1-2권을 묶어 리커버 판이 나왔다.


1.엔트로피

우주는 엔트로피로 모든 게 설명된다. 작은 점 같은 것에 엄청난 에너지와 물질이 모여있다가 극히 약간의 요동에 펴져나갔으며 역시 매우 짧은 시간에 매우 커진 후 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는 물질과 에너지가 질서정연한 엔트로피가 매우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의 이전으로 이것이 확률적으로 더 일어나기 쉬운 상태이다. 우주의 모든 역사는 이 진행과정이며 이것이 모두 끝나는 날이 모든 것의 끝이 된다. 인간과 우리 항성계 같이 엔트로피가 낮은 고도의 것들은 이 법칙을 위협하는 것 같으나 실상은 다른 지역의 엔트로피를 더욱 높여 법칙을 위배치 않는다. 인간은 환경을 파괴하고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소비하며 지구라는 닫힌계의 엔트로피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이는 당연히 다른 생물체를 파괴하는 일이 되며 점점더 낮은 엔트로피를 얻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한 문명의 발달과 에너지 소비가 다른 문명의 파괴 및 우주의 파괴를 앞당기는 것이라는 견해를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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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판타지 - 포르노라는 신화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파헤치다
매트 프래드 지음, 임가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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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는 포르노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매매춘에 대해선 거의 모든 나라가 비교적 엄격하게 불법으로 취급하고 있지만 포르노는 그렇지 못하다. 이는 포르노가 다른 예술품 및 표현물과 엄격하게 구분하기 어렵고 이미 상당히 큰 산업규모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포르노는 10년정도 전에 미국에서만 연간 130억 달러의 산업 규모를 형성했으며 세계적으로는 200억 달러에 달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아마 그 두배나 1.5배정도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산업규모가 큰 만큼 소비층 및 생산자도 다양하고 많다. 밀레니얼 남성의 63%, 그리고 여성의 23%가 일주일에 적어도 여러차례 포르노를 시청한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트래픽이 가장 많은 100만개 사이트 중 42337개가 포르노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포르노는 매매춘을 뜻하는 prone에 글이나 삽화를 의미하는 graphos가 합성된 것으로 매매춘을 표현하는 글이나 그림이 된다. 포르노는 다른 것과 구분이 어렵긴 하지만 성적 흥분을 일으켜 자위를 하게 만드느냐의 여부가 가장 결정적 차이다. 예술품이나 다른 표현물들은 수용자를 그런 상태로 만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저자는 포르노가 그것을 만들어내는 생산자 이외에는 모든 이들에게 부정적 역할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포르노를 보는 남여 성인들 및 미성년자 그리고 포르노에 출현하는 여성들이 피해자가 된다. 

 우선 출연하는 여성들이다. 한때 사회 분위기가 동서양을 통틀어 가부장적이어서 여성의 성욕 및 성이 억압된 적이 있다. 때문에 여성의 과감한 포르노 출연과 포르노 소비가 이런 억압된 여성의 성의 해방구나 탈출구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 포르노에 출연하는 여성들은 대개 수동적 자세에 취하며, 공격적인 언어나 신체폭력에 노출되기 쉽상이다. 이런 매체에 대한 출연 및 소비를 성의 해방이나 탈출로 볼 수 있을까? 

 또 다른 긍정적 주장은 포르노를 통해 여성의 권력이 신장된다는 주장이다. 일부 여성 출연자들이 스타덤에 오르기에 이런 주장은 그럴듯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여성이 포르노에 출연하는 것은 대개 세 가지 이유 때문인데 명성과 수익, 성욕이다. 여성출연진은 남성출연진에 비해 두배가 넘는 급여를 받으며 일부 출연자들은 명성이 높아져 자기만의 브랜드나 프로그램알 갖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사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수익은 착취하는 남성 생산자로 향한다. 또한 여성은 출연과정에서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이는 성공한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여성은 포르노에 출연하며 많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언어적 신체적 폭력이 많다. 2007년 304건의 포르노 영상을 조사한 결과 3376건에서 언어 신체폭력이 나타났으며 이는 영상의 매 1분 30초마다 폭력이 등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장면의 88%에서 뺨때리기, 재갈물리가, 머리채 당기기, 엉덩이 때리기 등의 신체폭력이 등장했다. 언어폭력은 장면의 48.7%에서 나타났으며 폭력의 주제는 73% 당연히 남성이었다. 여성이 폭력의 주체로 나타난 경우도 상대 남성을 향하기 보다는 같은 출연 여성을 향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포르노에서 언어신체적으로 얻어맞는 여성은 긍정적 반응을 보여야한다. 무려 95%에서 여성은 폭력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포르노의 장면들이 이렇게 구성되기에 여성 출연진은 많은 폭력을 감내해야 하고 격렬한 정사장면등의 촬영으로 신체가 파괴되거나 상당한 고통을 겪기도 한다. 

 포르노의 소비자인 남성도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된다. 포르노에 자주 노출되는 남성들은 성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여자 친구 및 아내같은 자신의 성적 파트너와 정상적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여성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갖게 된다. 포르노를 거부하는 노팸이란 집단이 있는데 이들의 64%는 이전에 극단적 포르노 중독자였다. 이런 중독자들의 19%에서 조루증, 25%가 파트너와의 성관계에 흥미를 잃었고, 31%가 절정도달에 여러움을 34%가 발기부전을 겪었다. 하지만 노팸이 된 후 이들의 60%가 성기능이 개선되었다고 대답했다. 포르노는 강한 자극을 주어 중독과 비슷한 작용을 뇌에 일으키는데 그래서 포르노를 자주 접한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자극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때문에 이런 성기능장애가 발생하는 것이다. 

 게일다인스는 포르노를 자주 보는 사람들에게 아래와 같은 문제가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우선 남성우월주의적 시각이다.  포르노는 남성우위의 시각에서 촬영되며 여성은 마치 남성의 성적 쾌락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때문에 이런 시각이 정립된다. 둘째는 사용자가 성적판타지에 빠져 이를 현실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의 성적 파트너가 포르노에 등장하는 인물과 같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들에게 비슷한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셋째는 성적 학대 메뉴얼의 제공이다. 실제 1962-1995년 12323명을 대상으로 46년간 진행한 연구결과 포르노를 자주 접한 사람들은 비정상적 성적 취향(31.5%), 성폭력을 저지를 가능성(22.5%), 강간에 대한 잘못된 통념 수용(31%)이 증가했다. 

 저자는 포르노는 너무 많은 성적 판타지와 가학적 장면을 보여주어 결국 시청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대하는 사람이 인간이며 존중받아야할 인격체라는 사실을 망각시키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포르노인해 포르노 출연 여성과 자신의 성적 파트너는 하나의 인격체라기보다는 자신의 쾌락만을 위해 존재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때문에 이런 포르노를 사회적으로 금기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본질을 헤아리며 피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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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말 :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 컬러 시리즈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음, 이용재 옮김 / 윌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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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이야 무척이나 색이 다채롭고 화려하며 가격이 싸지만 과거엔 그렇지 않았다. 화학이란게 발달하기 전까지 인간은 색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색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무척이나 지난했고 위험했으며 원료도 적었다. 그래서 색을 특정 계급이 자신을 과시하는 수단이 될 수 있었다. 로마 황제의 보라색은 무척이나 귀했기에 고약한 냄새에도 불구하고 황제의 색이 될 수 있었고 귀한 청금석에서 나오는 울트란 마린이란 파랑은 값비싼 그림이나 성모마리아의 색이 될 수 있었다.

 책 컬러의 말에는 이런 색들의 종류와 의미 과거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수록되었다. 약간 백과사전식 느낌이 강하게 나는데 이런 측면에서 컬러의 힘보다는 다소 읽기 힘들고 깊이가 부족하단 느낌이다. 

 서양은 동양과 다르게 색을 회화에서 화려하게 쓰지만 늘 그랬던 건 아니다. 서양에서도 색은 부족했고 그래서인지 과거 소묘가 순수와 지성을 상징했고 채색은 천박하고 여성적이라고 천시했다. 하지만 색이 많이 확보되기 시작하며 이런 경향도 변화한다. 

 흰색은 타자성을 품고 배타적이고 전제적이며 신경질적이다. 과거엔 흰색으로 리드화이트가 많이 사용되었는데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맹독성이었다. 그래서 사용자와 제조자는 납중독에 걸렸다. 백악도 흰색으로 많이 썼다. 백악을 물속에서 갈고 닦으면 켜켜이 갈라지는데 맨위의 가장 곱고 하얀 켜가 파리 화이트로 고급 흰색이었고 아래 급이 낮은 것들이 백악 초크로 미술에 많이 사용되었다. 

 노랑은 인간에게 질환의 전조색이다. 그리고 황색재난, 나치가 유대인에게 부여한 노란별 등 선정주의에도 잘 쓰는 색이다. 하지만 노랑은 가치와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금발은 서양에서 이상적인 머리색으로 취급된다. 중국에서 노랑은 포르노와 황제의 색이고, 인도에서는 영혼세계의 색이며 노랑은 무엇보다 황금의 색이다. 금발은 서양에서 타락한 성적 이미지의 색이면서도 인기가 좋아 동화주인공의 절대다수가 금발이다. 미술에서 금박은 밝은 부분은 흰색, 어두은 부분은 검은색으로 만들어버려 효과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의 가치로 인해 금박은 사용되었다.

 빨강은 권력과 더불어 욕말 및 공격성 같은 치열한 색이다. 그리고 매춘부의 색이자 악마의 색이기도 하다. 빨강은 권력과 강하게 연결된다. 영국군의 레드코트와 로마장군의 색이다. 또한 국가정체성에 가장 인기가 있는 색으로 빨강이 사용된 국기는 75%나 된다. 빨강은 성적 매력으로 작용해 빨강은 입은 여종업원은 남성고객에게 팁은 26%나 더 받는다고 한다. 반면 성적은 떨어뜨리고 스포츠 경기력은 올려준다. 

 보라색은 특별하고 권력을 상징하는 색이다. 로마 집정관의 색이고 통치자의 색이다. 4세기 로마에서 보라는 오직 황제만이 사용했으며 위반자는 사형이었다. 비잔틴의 여왕은 왕손을 짙은 와인색의 방에서 출산했다고 한다. 

 파랑색은 의외로 서양에서 폄하되왔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는 빨강 검정 흰색을 삼색으로 숭상했다. 특히 로마인에게 파랑은 야만의 색이었다. 야만으로 대적한 켈트인이 이를 몸에 발라 사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고대 이집트는 파랑을 선호했다. 변화는 12세기에 시작된다. 프랑스의 유력귀족이자 고딕건축의 신봉자인 에보르 쉬제르가 신의 색이라며 파랑을 신봉했다. 그는 생트비 수도원 재건축을 감독했고 장인들이 유명한 코발트색 창문을 만드는 기술을 사용했다. 동정녀 마리아는 원래 어두운 색을 입었는데 이것이 파랑으로 변모한다. 그래서 중세부터 마리아의 색은 귀한 염료인 울트라 마린으로 바뀐다. 파랑 중 하나인 인디고는 인도에서 와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인디고는 교역로가 단순하면서도 통과지점이 많아 가격이 매우 비쌌다. 서양의 신항로 개척이 이뤄지고 식민지가 생겨나자 가격이 하락했고 19세기 말 인공인디고가 개발되자 평범해졌다. 파랑은 천대의 색에서 귀한 색이었다 평범해지며 오히려 대중의 색이 되어버렸다. 청바지가 대표적인데 청바지의 파랑은 패션의 민주화를 상징한다. 

 녹색은 시골의 편안함과 환경친화적 장치를 연상시킨다. 많은 문화권에서 녹색은 정원이나 봄과 연결되며 긍정적이다. 낙원이 곧 정원을 뜻하는 아랍권에서는 녹색은 12세기에 주도권을 잡는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사랑한 낙원의 색이 녹색이다. 그래서 이후 아랍권의 국기는 녹색이 자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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