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멸보고서 - 폭발하는 서울, 소멸하는 지방
김기홍 지음 / 페가수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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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국내외에 한국의 경제와 국력이 지금은 정점이란 논의가 많다. 이런 논의가 나오는데는 충분한 객관적 수치들이 있다. 우선 날이 갈수록 저하 하는 경제성장률, 세계 최저의 압도적 출산률, 역시 세계 최고의 압도적 수도권 집중률, 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은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생산연령 인구의 감소, 고령인구의 증가 등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맞물려 있지만 공통의 분모에는 아무래도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자 자리한다.

 한국의 수도권 집중률은 가히 세계 최고다. 일부 수도권 집중현상을 우려하는 나라들도 20-30%정도의 인구집중률로 걱정을 하는데 한국은 50%를 넘어섰다. 그리고 이는 정확히 출산률을 끌어내린 중대한 계기가 되었다. 얼마전 MBC에서 인구소멸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본 일이 있는데 진행하던 교수는 2015년을 변곡점으로 그나마 1점대 초반을 유지하던 한국의 출산률이 그 밑으로 내려갔다고 했다. 그리고 2015년은 지방의 각종 제조업 및 산업이 본격적으로 붕괴하고 수도권 집중현상이 완전하게 실현된 시기다. 

 즉, 지방의 인구가 해당시점부터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렸단 이야기며 그와 동시에 한국의 출산률을 곧두박질쳐 정부도 놀랄만큼 연간 출생아 40만선이 붕괴하고 불과 몇년조차 버티지 못하고 30만선이 무너져 20만대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 놀랍게도 이 20만 선도 곧 붕괴예정이다. 보통 10만선정도 하향하는데 5-10여년이 걸렸는데 불과 2-3년만에 가파르게 하향한 것이다.

 한국은 과거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 거점 중심 경제 개발을 실행했다. 그 혜택을 본 것이 수도권과 부울경 지역인데 지금은 수도권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해져 이젠 부울경마저도 쇠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책에는 K 지방소멸지수가 등장한다. 이는 인구의 자연감소와 사회적 감소를 포함한 지수다. 보통 1.5가 넘으면 소멸과 무관하며 0.75미만이면 소멸위기 지역에 해당한다. 이중 0.5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지역이 인천옹진, 경북4곳, 전남2곳, 강원과 경남에 한 곳씩이다. 소멸위기지역엔 놀랍게도 인구 350만의 한국 제2의 도시 부산도 포함된ㄴ데 바로 부산 영도구와 서구가 그렇다.

 저자는 서울과 부산, 경남 함양이 비교한다. 세 지역에 모두 살아봤고 세 지역은 면적도 비슷한데 반해 놀라울 정도로 인구, 생산력, 기반시설 등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은 압도적 도시다. 서울의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이며 한국 대기업의 본사들이 모두 서울 및 수도권이 자리한다. 최근 취업의 남방한계선이 회자되는데 사무직은 판교까지만 허용하는 판교라인, 기술엔지니어들은 용인, 기흥까지의 기흥라인을 일컫는다.  

 서울은 문화시설도 매우 훌륭하며 일자리도 많기에 기회도 많다. 서울은 병원도 많은데 세계2200개의 우수병원 중 한국에서 32개가 선정되었다. 그런데 그 중 16개가 모두 수도권에 위치한다. 이런 현실로 인해 사람들은 병이 나면 서울로 치료를 간다. 암 같은 중병 치료를 위해서는 긴 거리의 통원이 힘들어 병원 인근 모텔 등에서 원정 숙박치료를 감행하기도 한다. 

 반면 부산은 어떨까, 부산은 인구가 끝없이 줄어들고 있다. 고령층 인구는 늘어나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이탈한다. 지난 10년 간 부산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은 85000명 정도인데 이 중 청년인구가 73000명이다. 주력 산업이 붕괴했고 신성장산업도 부재하다. 부산은 과거 조선과 방직, 제재소가 유명했으나 지금은 유명무실하며 이를 이을 신성장산업도 딱히 없다. 그저 방대한 인구를 통해 소비 및 서비스업으로만 유지 중이다. 그래서 지역내 소득도 감소중이며 지하철, 도시 교통망 등의 도시 인프라도 열악하다. 서울과 문화시설은 비교가 되지 않으며 여러모로 개발도상국의 도시가 떠오를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와 거리가 있다.  

 함양은 2020년 연간 출생아가 106명 사회적 순유출자가 107명이다. 이걸로 상쇄인데 연간 사망이 558명이다. 매년 500-600명 가량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것이다. 면적은 부산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고작 3만에 불과하다. 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인 기초단체는 의령, 산청, 함양 순이다. 전북은 무진주가 있는데 무주, 진안, 장수다. 경북은 BYC가 있는데 봉화, 영양, 청송을 말한다. 함양엔 죽염을 생산하는 기업이 하나 있는데 대규모로 단지를 확대하려하나 환경이 걸림돌이다. 죽염은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웬만한 세계적 소금에 비해 효능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 함양은 전북과 함께 지리산을 끼고 있는데 이 지리산을 가려고 서울에서 함양으로의 직통버스가 하루 10차례 가까이 있다. 

 저자는 대대적 수도권 이남으로의 하방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 정부는 공공기관을 내려보내는 혁신도시, 기업을 유치시키는 기업도시, 지방대학을 지원하는 제도를 각각 따로 실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두 실패다. 거액의 지원으로 지방대학에 좋은 인재를 유치하고 배출해도 일자리가 없으면 그들은 지역에 정착하지 않는다. 또한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를 지방에 강제 유치해도 그 가족들이 누릴 인프라가 적고 자녀가 진학할 수도권에 버금가는 좋은 대학이 없고 또 그가 자라서 취직할 기업이 없다면 역시 정착은 없다. 때문에 이 세 가지는 같이 장기간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 정보는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에 대해 정치적으로 입장을 달리하고 정책도 다르다. 하지만 이는 좌우를 뛰어넘는 문제다. 같이 합의하여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성 있게 정책을 집행하는 대승적 약속과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 모든 정책은 수도권에 대한 불이익을 주는 정책도 따라야 한다. 

 이를 차별이라 여길수 도 있지만 지난 반세기 서울과 수도권을 막대한 수혜를 정책적으로 입고 사실상 지방을 희생시키며 자라왔다. 그것을 값을 때가 된 것이고 그래야만 과도한 집중이라는 폐해를 물리쳐 수도권도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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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리 - 자유와 진실을 향한 외침
추미애 지음 / 해피스토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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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대 총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이번 주말이면 사전투표를 실시하는데 다수의 전문가들은 의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 국민 투표선거는 크게 3가지로 대통령을 뽑는 대선과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기초지자체장과 광역단체장, 지역의원을 뽑는 지선이다. 그리고 투표율을 후자로 갈수록 낮아진다. 총선의 투표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20대가 50%대, 21대가 60%였고 이번엔 70%가 예상된다. 

 이렇게 높은 투표율의 전조는 이미 재외국민투표에서 나타나고 있다. 재외국민투표는 참여 자체가 매우 번거롭다. 사전에 신고를 해야하고, 투표일엔 머나먼 공관을 향해 이동을 해야한다. 그럼에도 그 투표율이 68%나 나왔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한국의 소식을 접하는 교민들의 분노가 투표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국민들을 아무래도 한국 언론보다는 외국 언론이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견해를 접하게 되는데 그것이 사람들을 자극해 높은 투표율로 이어진 것이다.

 야당을 비롯하여 현정권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번 정권을 검찰독재정권으로 규정한다. 물론 독특하기도 하고 바람직해보이지도 않지만 검찰출신도 마땅히 정당한 절차에 의해 행정권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꼭 독재로 귀결되진 않을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규정을 받고 그것이 국민 상당수에게 설득력을 얻는 것은 그럴만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언론자유의 하락, 야당과의 비협치, 국민과의 소통 부족, 일방적 정책 추진등이 현 정부가 보인 독재적 성향이다. 

 책 장하리는 문재인 정부 법무부 정관이었던 추미애가 쓴 소설이다. 저자가 법무부 장관 때, 윤석렬 검찰총장과 그 동조 세력들이 보인 행태에 대한 비판인데, 사실 관계의 명확한 검증과 소란에 대한 부담때문인지 당시 저자가 경험한 일은 거의 그대로 적시하면서도 관련자의 이름들을 보다 다른 이름으로 넣었다. 그 때문에 마치 다큐같은 글이 어색한 소설이 되어 버린 이유다.

 책의 주 내용은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행된 고발사주 사건, 그리고 각종 아내와 장모의 각종 비리 사건에 대한 봐주기 행태, 법무부 장관의 지시와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과 항명 등이다. 무척이나 단편적으로 많은 사건이 다뤄져 좀 혼란스럽기도 한데 과거에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기억해보면 어느 정도 퍼즐이 맞춰진다.

 저자는 검찰세력에 대한 비판외에도 당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도 많이 쏟아낸다.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여러 경로를 통해 검찰총장 인사에 대한 우려가 들어왔음에도 이를 간과한 점. 그리고 검찰총장이 여러 무리한 행태를 보임에도 그의 향후 행보와 야망에 대해 안이했던 점. 마지막으로 4차례 정도 그의 무리한 행동에 사임일 시킬만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이를 실행하지 않은 점이었다.

 정권교체는 늘 지난 권력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다는 점에서 이번 정권은 지난 문재인 정권이 탄생시킨 정부는 다름없다. 물론 어쩔 수 없었던 세계적인 부동산 폭등과 보수편향적 언론도 큰 영향이 있었지만 검찰개혁의 사실상의 실패와, 공을 들였던 남북간의 항구적 평화관계의 도입등이 모두 좌초되었던 영향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시민들의 판단도 아쉽다. 개인적으로 지난 대선때 양 후보에게 치명타였던 고발사주와 대장동사건에서 사람들은 고발사주보다는 대장동사건에 훨씬 집중했으며 여론 역시 그랬다. 둘은 비슷한 정도로 치명적 사건이지만 사람들은 다소 멀게 느껴지는 정치적 부정보다는 나에게 가깝게 느껴지는 부동산 비리를 당연히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실제로는 정치적 부정이 사회 전체에 더욱 악영향이 큼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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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4-04-04 15: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느 뉴스에서 보았는데, 태국 사시는
분이 왕복 1,600KM 3박 4일 걸리는
길을 달려서 재외국민 투표를 하셨
다고 하더군요.

그보다 훨씬 수월하게 투표할 수 있
는데도 하지 않는다면 그 분에게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

Judgment Day !

닷슈 2024-04-04 21:03   좋아요 1 | URL
태국이 워낙 큰 나라니 그렇군요. 정말 부끄럽지 않게 꼭 투표해야겠습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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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와 이걸 보도하는 미디어가 생기면서 우린 남의 고통을 시공을 초월해 소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기술이 더욱 발달하며 남의 고통을 더욱 실시간성을 띠게 되었고 이를 보도할 수 있는 것도 전통 미디어에서 일반 개인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그렇다보니 내가 손쉽게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남의 고통은 소위 매우 흔해졌다. 

 사실 고통의 중계는 이중성을 갖는다. 남의 고통을 촬영한다는 것은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는 점이며 직접적 도움을 주는 대신 촬영을 선택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 여러 개인은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촬영하여 이를 공유했다. 이들은 처음엔 주목을 받다가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에 의해 큰 비난을 받게 되었는데 손이 몹시 부족했던 현장에서 구조 대신 촬영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개 전통 기자들에 의해 수행되는 이 과정은 보통 면제를 받는다. 이는 저널리즘에 의해서인데 내가 그런 촬영을 하여 고통을 세상에 드러내고 알려서 그런 고통이 다시 일어나지 않거나 고통을 줄이거나 혹은 그 고통을 돕는 방향으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의도이다. 때문에 기자의 이런 고통 취재에 대해 세상과 사람들은 비난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기자와 언론은 항상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 얼마나 드러내고 얼마나 숨길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이는 항상 어려운 부분인데 사람들이 고통의 심각성과 공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그 아픔을 드러내야 하나 그것이 구경거리가 되지 않고 너무 많은 상처를 주지않기 위해서는 필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선은 최근 많이 무너지고 있다. 이는 20세가 말부터 뉴스가 디지털로 옮겨지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과거 언론은 저녁 종합뉴스, 아침종합뉴스, 신문은 조간과 석간이라는 마감시간대가 있었다. 기자는 이 시간도 매우 급박했지만 뭔가를 고민하고 검토하며 마감까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거의 실시간으로 방송되며 경쟁상대도 무한에 가까워졌다. 숙고의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은 뉴스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콘텐츠는 간결하게 압축되었는데 읽고 보기에 편리하고 전달하기 좋은 형태로 제작하는게 온라인에서 소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언론사 수도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2023년 한국의 언론사는 무려 2만 3천개에 달한다. 무수한 기사가 생성되는 것인데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회수란게 늘어나야 하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 헤드라인은 무척 자극적이고 거칠어지게 된다. 무한경쟁으로 언론은 황색언론과 힘있는 언론으로 양분되었다. 

 날씨는 매우 손쉽게 뉴스가 된다. 늘 일어나는 것이지만 날씨는 변화무쌍하며 상당히 많은 사람의 안전과 생명,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날씨는 스펙터클의 좋은 재료다. 스펙터클을 위해서 날씨를 중개하는 기자는 유독 다른 때에 비해 유난을 떤다. 그들은 태풍이나 혹서, 혹한에 직접 노출되며 이런 기자의 몸을 도구로 재해 앞에 손 위험한 신체는 볼거리로 전락한다. 시청자는 안전한 거리에서 자연재해라는 스펙터클을 관람한다. 악천후는 그렇게 구경거리로 전이되며 재난 현장은 포토존으로 전락한다. 날씨는 지역 차별도 심각한데 인구가 많은 수도권의 날씨가 항상 중심이 되며 지역의 날씨는 인명피해가 좀 심각해져야 본격적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날씨는 자주 다뤄짐에도 일회적인데 이런 일회성에 주목하다보니 그 날씨자체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기후 위기에 대한 뉴스의 주목도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날씨의 경우에서 알수 있듯 중앙뉴스와 지역 뉴스의 차이는 크다. 대부분의 방송은 서울에 중앙을 갖고 있으며 지방은 그들의 통제를 받는다. 서울의 보도국은 기수가 되어 전국에서 올라오는 지역 기사를 어떻게 선별하여 편집하고 배치할지 권한을 갖는다. 그렇다 보니 지역은 이상한 기사만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전국뉴스를 바라보면 지역은 흉흉한 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거나, 흉악범이 등장하거나, 물난리나 불난리, 혹은 폭우, 폭설이 나야 기사로 주목을 받게 된다. 그래서 뉴스를 보면 지역에선 실제로 그런 일이 인구가 많은 수도권보다 적게 일어남에도 마치 그런 일이 가득한 곳인마냥 묘사되거나 인식되기 쉽다. 

 그래서 지역은 왜곡된다. 지역은 기피 시설은 지역 이기주의로 무조건 반대만 하는 곳이 되며 지역의 정치나, 경제, 사회, 문호, 교육은 중앙에서 다뤄지지 않는다. 반면 범죄뉴스에서는 지역이 자주 다뤄지기에 사건의 지역성을 그 지역민과 연결, 평가하여 지역에 대한 혐오가 발생한다. 중앙뉴스에서 이렇게 지역이 변두리 취급되면 지역의 여론은 하나의 행위자로 역할하지 못하게 되고 중앙정치에서도 경시하게 된다.

 수도권 과밀화와 서울 집권화는 지역의 정보에 이렇게 무관심을 부추기고 정보와 여론의 불균형은 다시금 지역을 소외시키고 서울 집권화를 더욱 공고히 한다. 지역의 고립은 지방자치에 대한 감시 같은 외부 시선이 필요한 영역을 느슨하게 하여 지역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최근 많은 기사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의견 자체를 소재로 삼고 인용한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의견이 기자 입장에서 매우 다루기 손쉽기 때문이다. 특정 관계자를 만난다면 그 사람을 직접 만나든 연락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사실 확인도 필요하고 익명성도 잘 보장해줘야한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애초에 자체적 추천 시스템을 갖춰져서 수많은 의견 중 대표성을 갖는게 자동적으로 드러나며 이들의 의견은 상호작용의 결과물이기에 균형이 있고, 누리꾼이란 이름하에 익명성도 자동 보장된다. 때문에 언론 기사에 이게 마치 무슨 공신력 있는 의견마저 다뤄지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온라인은 생각만큼 균질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의견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신뢰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온라인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국민수가 5%미만인데 이들의 의견을 언론에 함부로 띄우는 것은 과잉대표의 결과를 낳는다. 

 책에는 지금 언론의 어려운 상황과 부조리가 자세히 드러나 있다. 언론에 대해 고민하는 기자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각이다. 그리고 언론이 이럴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게 그런 저질 언론을 적극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정부하에서 시민은 자신들의 정치적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스스로 뽑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민주정부하에서 시민들은 결국 자신들의 정치적 수준에 맞는 언론만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을 선택하고 소비한 것도 시민이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기자를 기레기라 비난하기 이전에 자신의 언론 수준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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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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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도로 교통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77명이다. 이중 배달 노동자가 39명, 건설기계 노동자는 14명, 화물차주 7명, 택배기사 7명이었다. 그리고 2022년 한국 산재신청 기업 순위로는 배달의 민족 라이더가 속한 우아한 청년들이 1위, 2위는 쿠팡, 7위는 쿠팡 물류센터, 9위가 쿠팡 이츠다. 이런 수치는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사업장이 주로 전통적 중공업 사업장에서 플랫폼 노동자로 이동했음을 잘 드러낸다. 

 코로나 19이후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게 되며 배달 플랫폼은 갑작스레 크게 다가왔다. 불과 5-6년전만해도 배달료는 없었지만 어느새 정착되었고, 사람들이 음식을 주문할 때 고려하는 중요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플랫폼을 통한 배달 노동자는 기존에 없던 직업에서 어느 새 택배기사처럼 당연한 직종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배달이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동네 중국집을 중심으로 일부 업종이었지만 배달은 있었다. 다만 그 땐 배달이 무료였고, 배달기사는 해당 음식점에서 직접 고용했다. 그러다 보니 배달을 하는 집이 많지 않았다. 배달료를 임금으로 모두 부담하는게 아무래도 컸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배달노동자란 개념도 사고도 많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히 잘 아는 동네에서 단거리 배달만 했고, 한 음식점에서만 근무하니 무리하게 운전하는 일도 없었다. 배달료는 음식값에 적절히 배분했기에 소비자들도 배달료는 서비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배달은 외주화되었다. 음식점마다 직접 배달기사를 고용하는 것은 사실 부담이 크다. 그래서 여러 음식점에서 공동으로 고용하는 형태가 되었고, 그것도 여러가지를 부담해야 하니 아예 외주화한게 동네배달 대행사다. 이곳은 음식점에 들어온 음식 주문 배달을 대신해주는 업체로 여기서 일하는 라이더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다. 그렇다보니 일을 가르쳐주는 사수가 없고, 최저시급도 보장이 안되며 배달건당 수수료를 받는 체계다. 

 이렇게 배달기업, 즉 플랫폼은 이익만 누릴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도로를 이용하지만 도로의 관리는 국가가 한다. 배달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도 공공이 부담하고, 배달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처리는 배달 노동자 스스로 처리한다. 그리고 이 교통사고의 피해자는 일반 시민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2022년 국토교통부 조사에 의하면 배달대행 플랫폼은 51개, 동네 배달 대행사는 7749개에 달한다. 배달노동자가 보내는 시간은 다음과 같다. 우선 콜을 잡기 위한 주문 대기 시간, 그리고 콜을 받은 후 음식점으로 이동하는 시간, 음식완성까지의 대기 시간, 손님 집까지 오토바이로 이동하고 배달 시 도착시간, 그리고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손님에게 배달하는 시간이다. 이 과정은 많은 변수가 자리하는데 라이더는 콜을 잡으려고 핸드폰을 보다 사고가 나고, 음식을 빠르게 배달하려다 사고가 나고, 음식점 사장이 라이더에게 배송을 재촉하다 사고가 난다. 실제 재촉을 당한 라이더의 50.3%가 사고 경험이 있다.

 배송을 재촉하는 가장 큰 주체는 음식점 사장이다. 하지만 이들은 고용주가 아니기에 배송 재촉의 권한도 없다. 그리고 배송지연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 책임은 라이더가 진다. 그들은 배송이 늦으면 음식값을 자신이 감당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배송이 늦어 취소된 음식을 스스로 먹어본 기억을 대부분 갖고 있다. 

 과거 플랫폼은 라이더들에게 묶은 배송을 시켰다. 하지만 소비자의 불만이 컸다. 음식 배송이 늦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은 최근 단건 배송을 시작했다. 단건 배송으로 손님을 빠르게 음식을 받고, 배달거리는 늘어났다. 단건 배송을 위해선 라이더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플랫폼은 라이더를 무한 모집하고 있고, 소개를 통해 들어온 라이더는 소개해준 사람 둘 다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 

 수많은 라이더는 AI가 관리한다. AI 알고리즘은 배달료, 배차, 배달구역, 미션 및 프로모션 평점, 패널티의 6가지를 관리한다. AI는 배차를 하는데 라이더는 이를 수락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부하면 평점이 낮아지고, 언제 다시 배차가 될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있다. AI는 내비거리 기준으로 배달료를 산정하고, 주문량, 라이더 숫자, 날씨를 고려한다. 그러다보니 같은 일을 해도 상황에 따라 배달료는 유동적이다. 그리고 플랫폼은 배달료를 프로모션을 줄이는 방식으로 삭각한다. 하지만 그런 삭감에도 음식점주와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료는 그대로이기에 이를 알아차릴 수 없다. 

 라이더입장에선 등급의 유지가 수입차원에서 중요하다. 등급은 콜의 수락율, 신청한 시간 만큼 일을 했는지, 제 시간 접속 여부, 수행한 주문 건수 등으로 평가된다. AI의 일감 배차기준은 플랫폼이 공개하진 않지만 라이더와 음식점 사이의 거리, 라이더와 음식점 까지 가는 시간과 조리시간, 라이더의 평소 평점, 입직일, 배달주문의 긴급성이 고려되는 걸로 추정된다. 

 AI배차를 합리적이지 않은 편인데 이에 대해 라이더들의 불만이 큰 편이다. 책에서 저자는 한 실험을 했다. 한 그룹은 AI배차의 무조건 수용, 다른 그룹은 AI배차를 자율적으로 수락하고, 마지막 그룹은 교통신호를 준수했다. AI배차를 무조건 수용하자 라이더는 주행거리가 늘어났고, 시간당 배달건수는 줄었으며 수익은 줄고 노동은 늘었다. 자율 수락하자 효율성, 수익, 노동은 감소했고, 주행거리도 줄었다. 교통을 무조건 준수하자 한건에 30분이 소요되었고, 소득이 줄었다. 즉, AI배차는 애초에 교통법규를 무시하는 것, 그리고 라이더의 소득을 고려하며 설계된 것이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즉, AI알고리즘은 교통법규의 준수와 라이더의 안전, 그리고 소득엔 관심이 없다. 플랫폼의 이득을 최대화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다. 

 저자는 해결책으로 라이더의 최저 시급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 원동기 면허의 분리실행, 업장에서의 안전교육의 철저한 실시, 사업자로서 플랫폼이 노동자의 안전용구를 보장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우리는 배달을 시킬 뿐 이미 80만으로 추정되는 배달노동자에 무관심하다. 심지어 능력주의에 빠져 이들을 무시하기도 한다. 이미 주문을 한 손님이 자신이 주소를 잘못 기재했음에도 배달노동자를 탓하거나 일부 음식점주는 이들의 화장실 사용을 불허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적어도 이런 태도는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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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닷 2024-01-01 0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닷슈 2024-01-01 10:06   좋아요 0 | URL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일본이 온다 - 일본의 부상, 한국 경제의 위기
김현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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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대외 팽창은 3번 있었다. 첫 번째는 1592년 임진왜란, 두 번째는 대륙침략과 태평양 전쟁, 세 번째는 2012년의 팽창으로 인도 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을 봉쇄하려는 시도다. 이 세 번째는 현재 진행형이며 미국의 중국 견제와 합류하여 세계적 흐름을 타고 있다. 과거에 비해 많이 시들한 일본엠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온다'라는 책 제목이 걸린 것은 바로 이 흐름 때문이다.

 일본은 과거 한국이 보기에 소위 넘사벽 강국이었다. 일본은 1968년 서독을 추월해 세계 제 2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이 타이틀을 2010년 중국에 넘겨주기 전까지 무려 40여년을 갖고 있었다. 일본은 오일쇼크 이후 미국 경제가 주춤한 사이 에너지 절약형 제품과 가볍고 작고 얇고 짧은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1980년이 되자 심지어 1인당 국민소득에서도 미국을 추월했다. 1989년 세계 20대 기업에서 일본 기업은 무려 14개일 정도였으며 이 증대된 부로 미국의 핵심자산을 대거 구입하기도 했다. 

 이랬던 일본은 이후 30년간 장기침체에 빠져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된다. 4번의 충격이 있었다. 우선 1985년 플라자 합의다. 달러당 240엔이던 환율은 120엔으로 초강세전환하게 된 합의다. 대미수출이 큰 타격을 입자 일본 정부는 기준금리를 내리고 내수를 진작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런데 기업들이 이런 고환율에도 호조를 보이자 국내에 엄청난 통화가 돌게 되었다. 이에 부동산과 주가가 폭등했는데 버블이 일어나 붕괴하게 된다. 이때 자산들은 1/3에서 1/4까지 떨어졌는데 투자한 개인과 기업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다음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다. 버블 붕괴 후 근근히 버티던 일본 경제는 이로 인해 완전불황에 빠지게 된다. 한계 기업이 도산하고,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도 부실화했다. 경제와 금융이 엮인 복합 불황으로 실업률이 5%에 달했다. 이를 제 1취업 빙하기라 한다. 15-64세의 생산인구도 처음으로 줄기시작했고 본격적 디플레이션 국면에 빠지게 된다. 수요가 약해지니 기업은 가격을 내렸고, 가격이 내려가니 소비자는 더 내려갈 기대감으로 구매를 미룬다. 고이즈미 총리가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공공부문 민영화로 고용을 유연화하여 위기를 탈출하려 하였고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일본사회에 처음으로 양극화란 멍애를 낳게 된다.

 세 번째는 2008금융위기다. 일본은 크게 충격을 받아 2009년 -5.4%성장하고 실업률도 무려 5.5%달한다. 제2취업 빙하기였다. 엔화강세도 겹쳐 수출도 부진했다. 이 충격으로 2009년 처음으로 정권이 야권으로 교체되었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기하고 환경, 의료, 복지를 중시했다. 내수는 회복되었지만 수출기업이 부진해 비판받았고, 결정적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붕괴한다. 2012년 다시 집권한 아베는 3개의 화살 정책을 제시하며 등장했다. 이는 과감한 금융완화, 적는 재정, 감세와 규제 완화다. 이를 통해 주식과 부동산이 상승했고, 기업실적이 좋아지고 실업률이 내려갔다. 

 네 번째는 코로나 팬데믹이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일본 재흥의 상징으로 여겨 여기에 너무 집착한다. 그러다보니 코로나 대비가 너무 소홀했고 이전 아시아를 덮친 감염병의 여파도 적었었기에 대응 메뉴얼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았다. 병이 퍼지자 외국인의 방일을 전면 금지하고 가게 영업을 제한했으나 2020년 무려 -7.8%역성장을 하게 된다. 

 일본의 이 네 쇼크는 결국 30년간 겨우 0.8%성장이라는 제자리 걸음으로 귀결되었다. 세계 주요선진국들은 성장한계에 도달하면 대개 연간 2% 정도의 성장을 이론상 하게되고 실제로 그러했는데 일본은 상당히 예외적 저성장 국면에 빠지게 되었다. 

 일본이 이렇게 대처를 못한데 대해선 우선 대미굴종의 자세가 꼽힌다. 사실 플라자 합의는 일본 입장에서 상당한 주권침해였지만 일본 지도층은 의외로 이를 쉽게 받아들였다. 2차대전 이후 형성된 일본 지도층의 대미굴종 자세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전쟁당시 미축귀영이란 용어로 미국에 대한 증오감을 국민에 심었지만 패전과 동시에 친미주의자로 변신한다. 그리고 그 우산하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켰기에 이런 태도가 만성화하였다. 또한 이들은 지역구를 자식에게 물려주기 기득권이 영원히 유지된다.

 또 다른 원인은 무책임의 구조다. 일본 정치권은 진정한 책임을 지기 보다는 여론이 악화하면 수상자리를 놓고 자신을 지지하는 다른 이를 내세워 막후 정치를 펼친다. 이런 식이다보니 일본의 불황기에 수상교체기는 무척이나 빠른 편이다. 

 한국은 전후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뤄내 선진국에 진입했다. 한국은 그 과정에서 1950년의 농지개혁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초기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얻어낸 일본의 자금, 그리고 무엇보다도 베트남 전 참전으로 미국에서 얻어낸 돈의 역할이 상당한 작용을 했다. 한국 기업은 일본 기업과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였는데 이것이 큰 작용을 했다. 한국 기업은 항상 좁은 내수 시장으로 힌해 해외시장진출과 영업, 해외 시장 인수합병을 염두에 둔다. 그리고 한국은 자국 내에서도 경쟁사를 강하게 인식하고 경쟁하며, 단기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을 사용한다. 한국은 매출 점유율 확대를 늘 추구하며 가격경쟁력을 위해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한국은 또한 트랜드를 중시하고 디자인과 마케팅에 공을 들인다. 이런 전략은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는데 그래서 한국기업의 황제경영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다. 경영자가 전권을 휘두르기에 빠르고 신속한 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반면 일본은 내수시장에 관심이 많고 장인정신을 중시하며, 종업원 경영체제다. 그러니 내수시장에 관심이 많고, 서로 간 협조지향적이며 안정적이고 장기적 전략을 선호한다. 그리고 인재육성을 중시하고 기술과 품질 경쟁을 한다. 이는 경제가 안정적이고 기술혁신도 크게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선 강점이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 시기를 놓친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서 일본이 실패한 이유다. 

 일본에게 2010년은 치욕의 한 해다. 세계 2위를 중국에 내준데 이어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과의 충돌로 인한 외교 전쟁에서 희토류 등의 압박으로 인해 중국에 사실상 굴복하게 된 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2년 한국에선 이명박이 갑작스레 독도에 방문하게 된다. 일본은 중국과 한국에 당한 이 충격으로 강한 반중 반한 정서가 생겨난다. 일본정치권은 이를 적극이용했고 이로 이냏 아베가 다시 집권하게 된다. 

 중국을 강하게 의식한 일본은 아베가 쿼드와 인도 태평양전략을 구사하여 중국을 봉쇄하려 했고 미국의 트럼프가 이후 이것에 호응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여기에 바이든 정권도 힘을 싣고 있는데 한국의 보수 정권이 여기에 너무 쉽게 호응한 것이 문제다. 

 미중패권 전쟁은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는데 첫째는 디커플링 전략으로 양자가 직접 맞붙는 경우다. 이 시나리오에서 미국은 10년간 GDP가 3% 중국은 4%가 감소하게 된다. 다른 전략은 우회적 대결로 미국과 서방자유진영이 연합해 중과 대결하는 구도다. 이 경우 미국은 1%감소하는 한편 중국은 무려 8%역성장을 하게 된다. 한국은 둘다 좋지 못하며 5%정도 역성장을 하게 된다. 유럽연합은 3% 일본은 2%역성장인데 비해 한국은 유독 타격이 크다. 이는 우리가 내수가 작은 통상국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 쉽게 블록화되지 않고 꾸준히 대결구도에서도 중과 교역하면 오히려 1%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호한 전략적 입지가 중요한 이유다. 

 한국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중과 미일사이에서 모호한 위치를 고수하면서도 다른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인도와 아세안 시장이다. 양자모두 연간 5-6%의 고도 성장 지역이다. 특히, 아세안은 건설업도 활발하고 한류가 활발해 한국에 대한 호감이 높다. 한국인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으로 이런 것을 추구하려 했으나 역시 보수정권이 폐기했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너무나도 쉽게 얻은 것도 없이 미국, 특히 일본이 원하는 구도에 한국이 편입된 것에 대해 상당한 아쉬움을 표한다. 사실 역사상 한국은 일본의 진출에 대해 희생자의 입장이었고 한번도 동조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 3번째 흐름에 얻는 것도 없이 너무나도 쉽게 동조한 것이다. 그 결과는 대규모 무역적자다. 뉴스에 의하면 30년래 최대의 무역적자가 올해 거의 확실시 된다고 한다. 외교가 경제이고 안보가 되는 지금 시점에 조금 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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