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문학 - 언어천재 조승연의 두 번째 이야기 인문학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2
조승연 지음 / 김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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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 천재 조승연의 유튜브 '조승연의 탐구생활'을 즐겁게 보고 있다. 우리 주변에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것들에 얽힌 역사와 문화코드를 알려주는 그의 매력이 좋다. 그의 책 '비즈니스 인문학'도 그래서 읽었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새로운 지식을 소개한다. 파라곤이라는 아파트를 보면서 '궁전이라는 뜻이겠지,'라며 지나친 경험이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넘실대는 외래어들의 뜻을 일일이 찾아보는 것도 귀찮은 일이다. 펠리스와 파라곤이 발음상 비슷한 면이 있으니 비슷한 뜻일 거라 생각했는데, 조승연은 '숫돌'이라는 어원에서 나온 단어란다. 숫돌에 칼을 갈듯, 끊임 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뜻하는 '파라곤'이라는 단어를 조승연의 길안내를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렇듯, 우리 주변의 소소한 단어들을 통해서 어원과 인문학을 배우고, 나아가서 비즈니스와 연결시킨 책이라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각을 잡고 진지하게 읽기 보다는 지하철에서, 혹은 친구를 기다리며 찻집에서 간단히 읽기에 부담없는 책이다. 이번에 부담없는 책을 읽었으니, 이제는 묵직한 책에 도전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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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4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가족 모두 행복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ヾ( *・ω・) °・ 🎁
`し( つ つ━✩* .+°
(/しーJ

강나루 2021-12-25 09: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도 행복 가득 사랑 가득 하시길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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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SAMURAI KODEF 안보총서 35
스티븐 턴불 지음, 남정우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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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삼국시대를 살펴보면, 수많은 전쟁이 난무했다. 삼국간의 치열한 전쟁과 국가 내부에서 전개된 귀족들 간의 무력대결의 역사를 살펴보면, 삼국시대는 문보다는 무가 앞선 사회로 보인다. 후삼국 시대를 거쳐 고려시대에도 수많은 외침에 대항하며 무신들이 성장했고, 1170년 무신정권의 시대가 열린다. 우리 역사에서 무의 위치는 문에 뒤쳐지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이 개국되고 나서 문중심의 사회가 활짝 열린다. 반면 일본이라는 섬나라는 외부의 침략에 대해서는 비교적 안전했으나, 내부의 권력 투쟁은 그 어느 나라 보다도 치열했다. 다이카 개신을 통해서 천황중심의 지배체제가 성립하였으나, 헤이안 시대의 혼란을 거쳐서 쇼군이 통치하는 막부 시대가 도래한다. 문과 무가 조화를 이룬 사회라기 보다는 무 위주의 사회가 오랫 동안 존속했다. 여기에서 우리와 일본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문 중심의 사회로 발전한 한국과 무 위주의 문화가 발달한 일본의 차이는 거리적으로는 가깝지만 문화적으로는 너무도 먼 두나라가 되었다.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사무라이'에 대해서 알아야만 한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사무라이에 대해 서술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스티븐 턴불의 '사무라이'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1. 비슷한 이웃의 모습

  일본과 한국은 가까운 이웃나라이다. 고대에는 중국의 문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우리가 일본에 많은 문화를 전해주지 않았던가! 그래서 일본의 모습에서 친근한 우리의 모습을 만나기도한다. 

  사무라이는 권력을 쟁취하려 칼을 휘둘렀지만, 일본 천황을 없애고 새로운 왕조를 개창하려하지 않았다. 임금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유사하다. 특히 우리에게 단군신화 속의 천부인이 있다면, 일본에는 삼종신기가 있다. 일본 천황이 하늘의 자손임을 증명하는 증표가 바로 삼종신기이다. 우리의 천부인은 신화속에 존재할 뿐, 현재 우리에게 실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반면 일본의 삼종신기는 원본이 있지만 수 많은 복제품이 만들어졌으며, 이러한 복제품이 원본과 같은 취급을 받기도했다. 삼종시기를 쟁취하기 위해서 일본의 남북조시대에 전투까지 벌이지 않았던가! 

  사무라이에게서 우리와 유사한 모습을 조상 숭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지배층들에게는 조상은 현재의 권력을 갖게해준 은인이자, 현재의 권력을 정당화시키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래서 조선시대 족보를 그리도 열심히 편찬하고, 위조하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일본 사무라이에게도 조상이라는 존재는 자신이 있게해준 존재이자, 현재 지위의 정당성을 부여해준 신적인 존재이다. 

  이렇게 다른듯 비슷한 한국과 일본의 모습은 막부가 개창되면서 본격적인 다른 면모를 보인다. 쌍둥이라도 어떠한 환경에서 자랐는가에 따라서 다르게 성장하지 않던가!


2. 사무라이 중심의 군사문화

  문을 중시한 문화 속에서는 붓의 문화가 발달하고, 무의 문화를 중시한 문화 속에서는 칼의 문화가 번성한다. 일본의 문화속에서는 칼의 문화가 서려있다. 

  스티븐 턴불은 다양한 도판을 곁들이며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를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일봉의 깃발인 사시모노를 등에 꼽고 붉은 갑옷을 입은 사무라이의 모습을 보면, 마치 일본 사무라이가 그림 속에서 뛰어나올 것만 같다. 일본도로 대표되는 사무라이의 무기는 정교하게 발달되었다. 전쟁이 많다보니 정교한 칼이 만들어졌다. 적에게서 자신의 영지를 지키기 위해서 견고하고 방어력이 탁월한 일본식 축성술이 발달했다. 저자 스티븐 턴불이 설명하는 것 처럼 중국과 조선의 성에 비해서 일본의 성 방어력은 탁월했다. 일본의 축성숙이 발달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만큼 탁월한 방어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자신의 부와 권력, 심지어는 생명까지도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방어력이 우수한 일본의 성을 바라보며 전쟁 속에서 죽어가야만 했던 수많은 생명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밀려드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칼을 중심으로 발달했던 사무라이의 전쟁방식도 화약무기가 등장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칼을 잘 쓰는 사무라이라도 총 앞에서는 청명한 가을날의 낙옆에 불과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낭만적인 사무라이의 시기도 사라졌다. 물론, 칼을 사용하는 사무라이의 모습을 낭만적으로 보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자의 회안 일지도 모른다. 

  사무라이라는 단어를 듣는다면, 머릿속에 육군을 떠올린다. 그러나, 사무라이는 배를 타기도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왜구'가 되어 동아시아의 바다를 휘젓고 다녔다. 부녀자를 능욕하고 죄없는 백성들의 재물을 약탈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때로는 용병이 되기도했다. 중국과 한국의 해안가만 약탈한줄 알았던 나는 그들이 용병이 되어 타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바다에 출몰했다는 사실이 꾀나 놀라웠다. 

  그렇게 사무라이들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고 타인의 생명을 빼앗기 위한 군사문화를 발달시켰다. 그리고 그들의 활동 무대는 육지에 국한되지 않고 바다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사무라이의 문화는 죽음을 대하는 그들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 


3. 죽음의 미학

  칼의 문화는 죽음과 대면해야하는 문화이다. 항상 언제라도 죽음을 목도할 수 있는 그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떨치는 것은 커다란 과제였을 것이다. 이것이 만들어낸 것이 일본의 독특한 죽음의 미학이다. 

  스티븐 턴불의 '사무리이'에는 셋풋쿠라고 불리우는 '할복'으로 생을 마감하는 수많은 사무라이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그중, 한가지를 살펴보자. 가마쿠라 막부가 멸망하던 날, 승병이 할복을 하고, 아들이 아버지의 머리를 베고 스스로 자결하였다. 그러나 수많은 부하들이 그 칼에 '꼬치가 가지런히 꿴 생선 처럼 일렬로 머리를 포개고' 죽었다. 

  조선시대 매천 황현 선생께서 병합조약이 체결되던 해에 스스로 자결을 하셨다. 나라에게서 받은 것은 없지만, 나라가 방했는데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비가 없어서야 되겠냐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모습은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죽음보다 삶이 값지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인들에게는 주군을 위해서 따라죽는 것이 아름다운 일로 미화된다. 이러한 죽음의 미학은 너무도 여린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몰기도한다. 

  백호부대를 아는가? 아이즈와카마쓰 지역에 백호부대가 있었다. 아이즈 전쟁시기 16세에서 17세의 소년병들로 구성된 부대가 바로 백호부대이다. 이들은 전쟁이 패배로 이어지자 백호부대원들은 할복을 준비한다. 그들 중에서 11명은 17살이었고, 9명은 16살에 불과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성이 함락되자 여성을 비롯한 민간인들도 자살을 감행한다. 살복이라는 문화가 여성과 서민들에게 까지 확대된듯하다. 중국의 전족과 일본의 할복문화, 조선의 교조적 성리학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낡은 봉건적 폐습이다. 봉건적 폐습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본을 전쟁의 광풍으로 몰아 넣었다. 

  태평양전쟁이 일어나자, 최고의 파일럿들은 소모품처럼 전쟁에서 사라졌다. 조종사를 길러낼 시간이 부족했던 일제는 단순 조종 교육만 시키고서는 수많은 꽃다운 젊은이들을 자살특공대로 전재터로 보냈다. 저자 스티븐 턴불은 가미카제 특공대를 소개하면서 '사무라이'의 대단원을 마무리했다. 소모품처럼 전쟁터에서 소모되기를 강요받은 그들은 결국 일본의 군국주의와 함께 생을 마감해야했다. 그리고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도 함께 사라졌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는 가미카제 특공대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칼을 중심으로한 문화는 아직도 일본사회에 남아 있다. 무사도를 적어 놓은 '하가쿠레'에 "무사도란 죽음을 깨닫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죽음을 미화하고, '아름답게' 할복으로 죽는 것을 희망하는 그들의 모습을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순신 장군은 살기 위해서 싸웠다. 그러나 사무라이는 '아름답게' 죽기 위해서 싸우는 모습을 보였다. 죽음이라는 공포를 떨치기 위해서 죽음을 미화시키는 그들의 문화를 그들이 벗어던지지 않는다면 군국주의의 망령은 언제나도 되살아날 것이다. 일본인들의 행복을 위해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그들이 칼을 던지고 붓을 드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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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제국의 후예들 - 티무르제국부터 러시아까지, 몽골제국 이후의 중앙유라시아사
이주엽 지음 / 책과함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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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제국의 후예들'이라는 제목은 박진감 너치는 영웅들의 활약을 기대하게한다. 티무르를 비롯한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펼치는 영웅담을 기대며 이 책을 펼쳤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쉽지 않았다. 처음 들어보는 제국의 이름과 너무도 많은 인물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얇은 책에 넓은 이야기를 담으려니 수박 겉핥기 식의 서술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나의 기대와는 다른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은 13세기 유라시아 대제국을 건설한 몽골제국이 어느 순간 사라진 것이 아니라,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그 이후에도 줄기차게 역사의 족적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세계사에서 티무르제국과 무굴제국 정도만 기억하던 나에게 모굴 칸국을 비롯해서 우주벡 칸국까지 여러 몽골제국 계승국가를 알게 되었다. 역사는 단절되기 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앞시기의 역사가 뒷시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물론, 저자 이주엽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칭기즈칸의 피가 섞였다고 해서 그 왕국을 몽골제국 계승국가로 여길 수 있느냐는 문제이다. 이주엽은 10장 청제국 : 몽골인의 협력으로 건설된 만주인의 제국을 저술했다. '청제국'을 독립된 장으로 저술한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청제국은 엄연한 만주인의 제국인데 '4부 동내륙아시아의 몽골제국 후예들'이라는 제목으로 10장 청제국과 11장 북원을 하나로 묶어 편성한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으로 보인다. 또한 맘룩 제국의 지도자 중에서 몽골인의 피가 섞인 자들을 골라내어 강조한 것도 논리적 비약으로 보인다. 


  광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던 몽골제국이 멸망했다. 그후,  수많은 계승국가들이 출현했다. 이들의 역사를 하나의 책으로 정리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힘든작업이다. 이 작업을 해낸 이주엽의 학문적 성취는 마땅히 인정해야한다. 이책을 덮으며 저자 이주엽의 집념과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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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타니파타를 읽는 즐거움 - 보경 스님의 친절한 해설
보경 스님 지음 / 민족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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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타니파타를 처음 알게된 것은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를 통해서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읽어주는 숫타니파타의 글귀는 나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탕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 처럼

 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9쪽


  숫타니파타를 읽기 전서부터 나의 가슴을 울렸고, 지금도 숫타니파타의 이 구절처럼 나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다짐을 한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ebs 강의를 듣고 언젠가는 숫타니파타를 읽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나, 불교 경전에 대한 울렁증이 있어 쉽게 시작을 하지 못했다. 불교라는 거대한 철학의 바다를 건너기에는 나의 역량이 너무도 작았기 때문이다. 요즘, 코로나19로 가족이 힘들어하고 있다. 나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숫타니파타가 필요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숫타니파타의 내용은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나눈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 대중을 위한 강설이라기 보다는 구도자의 길을 가려면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는가를 친절하게 강설하는 내용이다. 그러하기에 속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문장은 찾기 힘들었다. 아니, 일반 대중들에게도 좋은 글귀이지만, 이미 불교에 대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탐욕과 집착을 벌리고 선한 삶을 살아가라는 내용은 새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때 마라(파피만)는 이렇게 말했다. 

   자녀가 있는 사람은 자녀로 인하여 기뻐하고

   소를 가진 사람은 소로 인하여 기뻐한다. 

   사람이 집착하는 바탕은 기쁨이다. 

   집착하는 바탕이 없는 사람은 참으로 기쁜 일도 없으리라.


  스승이 대답하셨다. 

   자녀를 가진 사람은 자녀로 말미암아 걱정하고,

  소를 가진 사람은 소로 말미암아 걱정한다. 

  참으로 사람이 집착하는 바탕은 근심 걱정이다. 

  집착하는 바탕이 없는 사람은 근심할 일이 없다. "-25쪽


  보경 스님은 부처님의 말이 옳다고 강설하셨다. 출가자 혹은 구도자의 입장에서는 부처님의 말씀이 백번 옳은 말씀이다. 그러나, 속세를 살아가야하는 중생들에게는 마라의 말도 옳고 부처님의 말씀도 옳다. 자녀를 기르며 자녀가 건강히 자라기를 바라며 걱정한다. 또한 자녀의 해맑은 웃음을 보며 기뻐한다. 자녀에 대한 집착은 고통인 동시에 행복을 가져다준다. 자녀에 대한 집착이 심해지면 고통이 심해지고, 자녀에 대한 무관심은 자녀를 불행하게 한다. 자녀에 대한 건강한 거리를 두고 건전한 사랑을 준다면 자녀도 행복하고 부모도 행복하다. 집착을 버릴 수없는 속세인들에게 건전한 관계를 형성하는 지혜를 갖는다면 집착도 행복으로 만들 수 있다. 

  숫타니파타의 글은 출가자를 위해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들이기에 일반 사람의 입장에서는 거리감이 있는 내용도 있고, 불교에 대한 상식적인 말들로 채워져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숫타니파타에 보경스님이 붙여놓은 해설은 쉽게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중에서 중세 아랍시인 루미에게 수피 한사람이 경전을 읽는 것이 유익한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 대답이 걸작이다. 


  "그대 자신이 그 책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더 나을 것이오."-106쪽


  자신이 경전의 말씀을 담을 그릇이 되지 못한다면 경전은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전의 말씀을 담을 그릇이라면 그 경전은 너무도 큰 기쁨을 줄 것이다. 어디 경전뿐이랴, 세상의 어느 책이든 매한가지가 아닐까? 가벼이 초기 불교의 맛을 보려는 사람들에게 숫타니파타를 추천한다. 이왕이면 보경 스님처럼 좋은 해설을 덧붙여주는 분의 책을 읽기를 권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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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21-11-10 18: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올 선생의 불교 강의는 약 20년 전의 그 불교강의를 말씀하시는건가요?^^
저도 그 강의를 재미있게 보고 법정스님께서 옮기신 <숫타니파타>과 <법구경> 읽었던 기억이...
소개해주신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강나루 2021-11-10 18:41   좋아요 3 | URL
네 맞아요.
그때 생각보다 시청율이 안나와서 강의를 오래하지는 못한 걸로 알고 있어요.

붕붕툐툐 2021-11-10 2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읽고 싶어용!!

강나루 2021-11-11 06:05   좋아요 1 | URL
명상하듯 읽으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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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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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도끼다.'라는 제목이 강렬한데, 여기에 '다시'가 붙었다. 사실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읽고 싶어서 책을 골랐는데, '다시,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잘못 골랐다. 어쪄랴! 책을 읽어 내려갈 수밖에.... 그런데, 박웅현의 사진을 보면서, 나는 스님을 떠올렸다. 물론, 도올 김용옥 선생도 떠올랐다. 책을 읽는 동안 실제 스님들과도 교류를 하며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의 사유에 불교적인 사유의 흐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를 사로잡은 박웅현의 불교식 독서법을 살펴보자.

 

저자 박웅현은 책의 액기쓰를 짜내며 읽는 독서법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의미를 발견한 문장을 밑줄을 긋고 적어 놓았다가 이를 타이핑해 놓는 독서법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장들을 사무실에 걸어 놓기도하고, 따로 모아서 인문학 강독회를 열고 책으로 출판도한다. 팟캐스트 '인생내공'의 조우성 변호사도 이러한 방식으로 독서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산들은 팟캐스트 제작과 공개강의를 할 때 요긴하게 사용한다.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체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강연 및 출판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 OSMU)의 알뜰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박웅현은 '독서에 관하여'라는 책의 일부분을 인용하며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강변한다.

 

"왜 꼭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있는 것만 예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이야깁니다."-35

 

그렇다. 우리는 예술가라는 사람이 평범한 일상을 묘사한 것을 보고 예술이라 감탄한다. 우리의 일상이 예술인데 우리는 너무 멀리서 예술을 찾았다. 박웅현의 글귀를 읽으며 나는 임제스님의 법문이 떠올랐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된다면, 네가 서 있는 바로 그곳이 진리의 세계이다!! 나의 인생에서 주인으로 살면서 나의 주변을 바라보면 그곳이 바로 진리의 세계, 곧 예술의 세계인 것이다. 머무르는 곳마다 진리의 세계가 될 수 있듯이 머루르는 그곳이 예술의 세계일 수 있는 것이다. 박웅현 자신은 모르겠지만, 그는 임제스님의 법문을 예술의 세계에 적용시켰다. 그의 사유에 불교적 사유가 흐르고 있기에 책을 읽으며 불교적 사유를 건져올리고 있다.

그렇다. 박웅현은 책속에서 진리를 건져 올렸다. 책속에는 그리고 세상에는 진리가 널려 있다. 그 진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89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고, 기록하는 자의 것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진리는 어디에나 있지만, 진리를 보고자하는 마음이 없다면 진리를 볼 수도 찾을 수도 없다. 평범한 돌도 가치를 알아보는 자에게는 보석이 되지만,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자에게는 다이야몬드도 돌덩이일 뿐이다. 세상은 객관적으로 보이기보다는 주관적으로 보여진다. 각자 자신이 보고 싶은 것들을 볼 뿐이다.

그런데,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라는 문장 자체는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문장으로 보인다. 달은 하나이지만, 천개의 강에 떠오른다는 문장 자체가 모티브가 되어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라는 문장에 영향을 주었다고 추리한다면 나의 억측일까? '월인천강지곡'은 세종대왕이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 한글로 편찬한 찬불가이다. 부처를 달에 비유하고, 그 달이 하나이지만, 천개의 강에 떠오른다는 표현 자체는 무척이나 문학적이다. 박웅현이 불교적 사유가 내면에 흐르고 있었기에 이 문장이 그의 가슴을 울리지 않았을까?

박웅현이 불교적 사유에 깊이 물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문장이 있다.

 

"그 오랜 세월의 몸부림과 분투 끝에 셰익스피어는 마침내 모든 희망으로 부터 해방되었다. (중략) 그렇게 그는 자유로워졌다."-211

 

이 글에서 "모든 희망"을 불교식으로 표현하자면 "욕망" 혹은 "집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집착에서 벗어난다면 우리는 해탈하고 열반에 들 수 있지 않을까? 불교의 중요한 화두인 집착을 버리라는 말을 카잔차키스는 '희망'이라 표현했다. 박웅현의 내면에 흐르는 불교적 사유는 이를 놓치지 않고 건져올렸다.

스님들은 너의 욕망을 버리고 너의 마음을 곧바로 보라고 말씀하신다. 이것이 바로 '직지인심(直旨人心) '이다. 박웅현도 이와 비슷한 글귀를 놓치지 않았다.

 

"짧은 순간 동안 이 문장은 삶의 산문성을 가리는 커튼을 살짝 걷어 올린다."-220

 

밀란쿤데라의 이 글귀는 돈키호테의 죽음을 설명하면서 우리 인간의 본성을 곧바로 들여다보게한다. 돈키호테 주변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만하지 않는다.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질녀는 특히 그러하다. 보통의 문학작품들이 필요한 부분만 아름답게 조각하여 보여주지만, 돈키호테라는 작품은 우리의 본성을 가리고 있는 커튼을 찢어버린다. 그리고 그 속성을 곧바로 보여준다. 이는 우리의 현실을 곧바로 보라는 불교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그렇게 박웅현은 불교의 관점에서 책을 읽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한알의 밀알에서 우주를 발견하고, 우리의 삶이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불교의 가르침이다. 박웅현의 인문학 강독회와 이를 묶어서 편찬한 '책은 도끼다.''다시, 책은 도끼다.'라는 책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불교 철학의 깊이 있는 사유를 박웅현이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쉽고 재미있게 풀이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참선을 통해서 깨달음의 세계에 진입하는 스님의 모습을 박웅현의 모습에서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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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9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박웅현님 책
도끼! 리커버도 출간 되었네요^^

강나루 2021-12-10 06: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도 감사해요^^

쎄인트saint 2021-12-09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1-12-10 06: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

thkang1001 2021-12-09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리뷰에 선정 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1-12-10 06: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축하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하라 2021-12-09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강나루 2021-12-10 06: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12월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12-09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강나루 2021-12-10 06:02   좋아요 1 | URL
부지런한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러블리땡 2021-12-10 0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강나루 2021-12-10 06:03   좋아요 0 | URL
러블리땡님 감사합니다.

러블리땡님도 행복하게 주말 보내세요.

물감 2021-12-10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당선 축하해요😀
좋은하루 되시길요😉

강나루 2021-12-11 07:12   좋아요 1 | URL
물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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