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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 일본 제국을 뒤흔든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
가네코 후미코 지음, 정애영 옮김 / 이학사 / 2012년 4월
평점 :
가네코 후미코에 대해서는 박열이라는 독립운동가의 연인으로 처음 알게되었다. 그리고 조선의 독립운동가를 사랑한 일본인 여성에 대한 호기심은 커져갔다. 그러다가 kbs에서 만든 '가네코 후미코'라는 2부작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녀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그녀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싶었다. 이러던 차에 도서관을 거닐다가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라는 책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가네코 후미코라는 여성이 옥중수기를 번역한 책이다.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리고 그책을 벅찬 가슴을 부여잡고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의 제목인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라는 화두에 나는 답하고 싶다.
1. 일본 천황제 제국주의 굴레 아래에서 신음한 그녀
그녀를 천황제를 반대하는 아나키스트로 만든것은 바로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녀의 조국 일제였다. 메이지 유신을 단행하고 사민평등을 단행하였지만, 일본이라는 제국주의 체제 속에서 여성은 남성에 종속된 인간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가 이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능력없는, 도덕성이 결여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또다시 그러한 남성들을 차례로 맞아들이고 그들을 전전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그녀는 자신이 주인이 된 삶을 살고자하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내의 동생과 불륜을 맺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딸을 처남에게 팔려고까지 했다.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자, 아네코 후미코를 폭행하기도 했다. 가네코 후미코의 고모와 친할머니는 그녀를 조선을 데려가서 식모로 취급했다. 외할아버지와 큰외삼촌은 혈육지간인데도 불구하고 서로 사이가 나빠서 으르렁거리고 있다.
2. 제국주의 일본의 굴레속에서 신음하는 조선!!
그녀를 천황제를 반대하는 아나키스트로 만든 또 다른 요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녀의 조국이 압제하고 있는 식민지 조선이었다. 7년여의 조선에서의 생활은 일제의 무단통치에 신음하는 조선의 민중을 보게 되었으며, 밥도 못먹고 고모에게서 쫒겨난 자신에게 보리밥이지만, 먹을 것을 주려했던 조선의 아낙에게서 무한한 정을 느끼게 한다.
한가지, 의문이 나는 것이 물론 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조선에서 3.1운동을 보고, 이것이 그녀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고 있으나, 가네코 후미코의 수기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도 조선의 3.1운동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물론, 그녀가 옥중에서 수기를 썼기에 일제의 검열속에서 제대로 3.1운동에 대해서 기술하지는 못했겠지만, 나로서는 과연 3.1운동에 가네코 후미코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하여튼, 최종적으로 조선인 박열이라는 사람을 그녀는 만난데, 박열의 시 '개세끼'라는 시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은 그녀는 박열과 만나기를 열망한다. 불쌍한 조선인 고학생인 박열에게서 자신이 그토록 찾고자하는 힘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당차게도 박열에게 먼저 프로포즈를 한다. 그리고 이글의 마지막에 가네코 후미코는 이렇게 다짐을 한다.
"기다려주세요. 조금 더 기다려요. 내가 학교를 졸업하면 우리바로 함께 살아요. 그때는 내가 언제나 당신 곁에 있을 겁니다. 결코 당신을 병 같은 것으로 고통 받게 하지 않을 거에요. 죽을 거면 함께 죽읍시다. 우리 함께 살고 함께 죽어요."
수기는 여기에서 끝난다. 이후,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는 사형판결을 받고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지만, 가네코 후미코는 의문의 자살을 한다.
한시대를 진정으로 자신이 주인이된 삶을 살고자 했던 가네코 후미코의 삶을 통해서, 진정으로 주인이 되고자 몸부림치며, 압제의 굴레에 정면으로 도전하려 했던 불사조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과연 자신의 삶에 주인이고 싶은가? 그리고 주인이기 위해서 얼마나 처절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