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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트다운 -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어떻게 일본을 침몰시켰는가
오시카 야스아키 지음, 한승동 옮김 / 양철북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2011년 3월 11일 대재앙이 시작되었다.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잇따라 폭발하였다. 영화속에서만 보았던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했을 때, 나는 너무도 어렸다. 그래서 핵발전이 어떠한 재앙을 가져올 지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로부터 약 25년이 흐른 시점에서 다시 한번 대재앙이 일어났다. 그 당시 나는 텔레비전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였다. 일본을 침몰시키고 더 나아가 지구를 침몰시킬 수도 있는 핵에너지를 우리는 왜? 위험부담을 떠않고서 계속 사용해야할까? 한동안 인터넷을 통해서 핵에너지에 대한 자료를 검색했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자료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오시카 야스아키가 쓴, 『멜트다운』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을 읽으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숨가쁘게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충격적 사실 하나가 있다. 핵발전소 사고는 체르노빌 사고가 처음이 아니란 사실이다. 1979년 3월 28일 미국 서 스쿼해나 강 가운데 있는 스리마일 섬에서 핵발전소 2호기(TMI-2)에서 일어서 노심 용융(meltdown)사고가 일어났었다. 그렇다면,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전에 2번의 대형 핵발전소 참사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은 과거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한다. 과거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쓰리마일의 참사는 체르노빌 사고로 반복되었고, 다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다시 한번 반복되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기에 완벽할 수 없다는 상식과 겸손함을 인간이 가지고 있었다면, 도쿄전력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철두철미한 대책을 마련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그러하지 못했다. 이미 2002년 ‘원전 문제 은폐 사건’이 있었으며, 또한 지진이 일어나기 4일 전인 3월 7일에는 종래의 상정치 대규모 쓰나미가 덮쳐올 가능성이 있다는 내부보고를 무시했다. 원전마피아들은 후쿠시마에 재앙이 닥쳐올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를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핵발전소가 위험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진이 일어나면 원자력발전소가 가장 안전하다.’라는 괴변까지 했다고 한다.
대형쓰나미로 인해서 냉각장치에 이상이 생기자, 후쿠시마 제1원전의 1호기에 안전장치인 복수기가 작동하자, 운전 요원이 수동으로 이를 중단시키는 어이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1호기를 운전 조작했던 직원 가운데 누구 하나 비상복수기를 실제로 작동시켜 본 경험이 없었다. 이러한 어이없는 일들이 천재지변과 함께 연이어서 벌어졌고, 후쿠시마 제1원전은 연이어서 폭발하는 대재앙을 맞이하게 된다.
사건이 진정되고 나서 사건의 주범인, 도쿄 전력은 자신들을 가해자가 아닌 대재앙의 피해자로 인식하고 아니한 대응을 한다. 민주당의 간 나오토 총리가 탈원전의 수순을 밟자, 핵마피아들은 용의주도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민당의 아베는 간 나오토 총리가 핵발전소에 해수 주입을 중지시켜 발전소가 폭발했다는 거짓정보를 흘렸고, 간 총리는 위기에 빠졌다. 결국, 간 내각은 8월 30일 총사직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났을 때, 무능한 도쿄전력을 다그치며, 사태수숩을 했고, 더 나아가 일본이 탈핵의 첫발을 내딛는 기초를 닦았던 간 총리는 핵마피아에 의해서 밀려나버린 것이다.
책을 다 읽고 한동안 많은 생각을 하였다. 분명 앞으로도 핵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고가 계속된다면, 한나라가 침몰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전멸하는 대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사고는 계속 그 위력을 더해가면서 일어나고 있다. 이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며,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심각한 고민을 해보았다.
김익중 교수의『한국탈핵』이라는 책에도 나와있듯이, 인류는 탈핵의 길을 걸어야한다. 너무도 강대한 핵마피아와 대결해야 하기에 탈핵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탈핵의 길을 열었던 일본의 간 총리가 핵마피아에 의해서 밀려났고, 후쿠시마 핵사고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면, 탈핵의 길이 얼마나 멀고도 험난할지가 예상된다. 그러기에 거시적으로 탈핵에 찬성하는 정치인을 우리가 길러 내야한다. 투표를 할 때에도, 탈핵을 지지하는 정당에게 한표를 행사하고, 탈핵에 찬성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내가할 수 있는 거시적인 대책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 지금 우리가 핵발전을 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전기 때문이다. 급속도로 늘어나는 전기수요를 줄이지 않는다면, 핵발전을 멈출 수 없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한 나는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서 작지만 중요한 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나의 샤워물과 아이들의 목욕물을 모아두었다가 변기물을 내리는데 사용하고 있다. 물론 소변을 보고서도 손씻은 물로 변기물을 내리려니 화장실에 냄새가 나고, 큰 딸이 ‘아빠는 왜? 변기물을 내리지 않느냐’라며 핀잔을 주기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일들이 모여 큰힘을 발휘할 것이리라 믿는다. 태산은 한삼태기의 흙도 마다하지 않고, 바다는 한방울의 물도 내치지 않는다고 했던가! 한방울의 물! 한칸의 휴지도 헛되이 낭비하지 않겠다.
나만의 이러한 활동으로 과연 얼마 만큼의 효과가 있을지도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미래세대도 계속 이러한 행동에 동참해야 보다 아름다운 지구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전유아교육 진흥원에서 ‘녹색환경’을 주제로 유아 체험전을 한다는 정보를 얻고는 딸과 함께 교육에 참여했다. 딸과 허부차도 만들어보고, 우유팩 올림픽에도 참여하여 상품을 받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례발표였다. 부모가 모범이 되어 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를 보고 자란 자녀의 마음 속에 자연사랑이라는 싹이 트게 되었으며, 이것이 자라서 자녀가 환경공학과에 갔고, 이제는 ‘세계 물포럼’에도 간다는 내용의 발표였다. 그렇다! 우리의 가슴에 자연사랑! 에너지 절약의 씨앗을 뿌리자! 그리고 그 씨앗이 잘 자라도록 가꾸자! 내가 먼저 씨앗을 뿌리고,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도록 한다면, 우리 딸들도 이를 본받을 것이다. 이러한 싹들이 모여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지구를 만들 것이다. 지구를 침몰의 위기에서 구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우리주변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