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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제국과 고려 - 쿠빌라이 정권의 탄생과 고려의 정치적 위상 ㅣ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한국학모노그래프 47
김호동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5년 1월
평점 :
<나의 관점에서 고려를 보기보다, 몽골의 관점에서 고려를 보다.>
역사를 배우다 보면, 우리의 관점에서 한국사를 바라보다보니, 자칫 역사를 왜곡해서 바라보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몽골과 맞서 우리가 40여년 동안 대몽항쟁을 할 수 있었던 이유중에 하나는 우리가 남송에 비해서 변방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강화도라는 천혜의 요새와 불굴의 투쟁의식을 강조한다. 이 책은 '우물안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개구리'가 될 수 있는 우를 줄여주는 책이다.
쿠빌라이는 정통성이 없었다. 칸의 자리를 찬탈한 그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지지세력을 얻고, 부족한 정통성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명분이었다. 아릭부게에게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 그가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길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남송정벌에 그토록 매달렸으며, 두번에 걸쳐 일본원정을 떠났던 것이다.
고려의 세자가 칸의 자리를 두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려는 쿠빌라이를 찾아가 항복했고, 이 탁월한 선택으로 고려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고려라는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설명은, 이 책에서 부정된다. 당시 세자도 섯불리 쿠빌라이 편을 들기 힘들었다. 오히려, 정통성이 약한 쿠빌라이가 고려가 자신에게 항복했다는 것을 선언함으로써 정통성이 약한 쿠빌라이 정권에 명분을 더하려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쿠빌라이의 자녀와 고려 왕의 결혼 또한 고려가 적극적으로 이를 추진했다고 볼 수 도 있겠으나, 쿠빌라이의 입장에서보면, 자신에 반대하는 삼별초세력이 등장하고, 이들이 일본, 남송과 손을 잡을 것을 우려한 쿠빌라이의 선택이었다고 보는 것도 나름 설득력이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고려의 입장에서만 고려사를 살펴본 나의 한계를 극복하고, 몽골제국의 입장에서 우리 고려의 역사를 살펴보게 해주었다. 더 넓게 역사를 바라보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