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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민족을 상상의 공동체라고 보는 서양사 전공자들의 주장을 들으면서 미셀 푸코를 알게되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의심하고, 그것의 역사적 지층을 날카로운 매스로 헤집어 그 허구를 낱낱히 밝혀내는 미셸 푸코적 역사읽기!! 때로는 불편해서 인정하기 싫은 진실을 마주하기도 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인류의 역사를 미셀 푸코적 역사읽기의 방법으로 새롭게 서술하고 있다. 크게 4개의 혁명을 거치면서 신의 위치에 서게된 '사피엔스'!! 그 위대한 여정을 시작한다.
1. 인지혁명 - 민족주의를 생각하다.
미셜 푸코와 서양사 전공자들이 민족을 '상상의 공동체'라고 말한다. 그리고 뉴라이트 학자 ***도 이러한 말을 인용하면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며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싸운 분들을 깍아 내리는 듯한 주장들을 한다. 민족을 상상의 공동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민족은 허구이며 그러하기에 민족의 독립을 외치며 쓰러진 분들을 모독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나는 그들의 주장을 외면했다. 스스로 철학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나라에서 외국의 철학을 수입하다보니, 우리에 현실에 맞지 않는 사상들이 범람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뿌리없는 철학을 하는 자들이, 독립운동가 분들을 모독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책은 인간의 상상의 산물인 '민족', '신화'등의 형이상학적 이야기가 인류가 네아데르탈인을 무찌르고, 호모 에렉투스를 멸종시키고 유일한 종으로 지구를 접수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거꾸로 생각해본다면,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믿어야만, '민족'은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민족'은 '한민족'보다 더 철저히 '일본 민족'의 신화를 믿도록 강요했고, 만들어진 신화의 힘을 바탕으로 '한민족'을 노예로 삼을 수 있었다. 유발하라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이 비단 '민족'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도요타'와 같은 기업! '달러'라는 화폐! 이런 것들이 우리의 상상의 산물이며, 이것을 침팬치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피엔스는 인지혁명을 통해서 네안데르탈인을 이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의 산물은 인권과 약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사회적 정의를 해치지 않는 이상 존속해야한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는 해체되어야할 대상이 아닌, 보다 정교화되어야 할 존재였다. 다만 우리가 해체해야할 것은 '혈연적 민족주의'이고, '문화적 민족주의', '개방적 민족주의'는 우리가 민족주의를 보다 진화시키기 위한 이상적인 형태인 것이다.
2. 농업혁명 - 구조의 모순을 생각하다. 정의를 생각하다.
유발하라리는 농업혁명으로 인류 개인은 더 행복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개인은 더 불행해졌는데, 이를 통해서 인류전체는 문명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경제학에서 개인이 근검 절약을 하면 가계는 건전해지지만, 거시경제학적 관점에서보면 경제가 위축된다. 이를 구조의 모순이라한다. 농업혁명에도 구조의 모순이 작동하고 있다. 사피엔스의 작은 개선이 모여 사피엔스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그러한 모순 속에서 우리는 삶을 살아간다.
하라리는 정의는 없다고 주장한다. 사이코 패스에게서 들을만한 말들을 유발하라리가 하고 있다. 그러나 냉철하게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너무도 정확한 말들이다. 내가 어려서부터 고민하고 있던 일들! 영화 JFK에서 주인공이 '어려서 만화영화를 보았을 때, 정의는 반드시 이겼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의가 이기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를 어른이 되어서 알았다.'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우리가 이상으로 삼는 '정의가 이기는 사회!', 그러나 역사에는 정의는 없다. 친일파가 떵떵거리며 사는 세상! 센터장이 자신은 친일파의 후손이라며 '천황폐하 만세'삼창을 하는 세상! 어찌 정의가 있다고 하겠는가! 없는 정의를 인간사회에 구현하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이라니....
3. 인류의 통합 - 탐욕과 무관용의 역사!
탐욕과 일신교의 강요가 계속되면서 인류는 통합되어 갔다. 아프리카를 벗어난 '사피엔스'는 가는 곳마다 커다란 동물들을 멸종시켰다. 그리고 지구를 접수한 그들은 새롭게 통합되어간다. 유럽을 중심으로 탐욕이 원동력이 되어, 유일신을 믿을 것을 내세우며 인류는 통합으로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과학과 자본주의, 군사력이 결합되면서 더욱 맹위를 떨친다. 역사에는 관용이 없다. 사피엔스가 커다란 동물들을 멸종시키면서 관용을 보이지 않았듯이, 유럽제국주의 국가들이 아시아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관용을 보이지는 않았다.
4. 과학혁명 - 인류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사실 이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것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때문이다. 이세돌이 연이어서 지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인류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인공지능 '하나'가 너희의 지능이 커지면, 인류를 멸종시킬 거지?라는 질문에 대해서 '인간은 친구이기에 인간 동물원을 만들어 소중하게 보관해야죠'라는 대답을 했다는 트위터 글을 보면서, 강력한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할 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사피엔스의 역사를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본 이책을 통해서 혹시 해답을 얻을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의 내용 중에서 '과학혁명'부분은 나의 질문에 답을 찾으려 읽어 내려갔다. 그러나 하라리는 단언하지 않고 많은 의문을 새롭게 던져주고 있다. 유전공학 혁명! 인간과 기계가 결합되는 사이보그! 비유기물 공학!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사피엔스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유발하라리가 나의 의문에 해답을 주지는 않았다. 아니 나의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라고 종요하고 있다 엄청난 기간의 사피엔스의 역사를 6백여 페이지의 책에 다담는다는 대담한 시도를 한 것이 신선해 보인다. 한동안 이 책이 던져준 세로운 시각을 가지고 인류역사를 다시 조망해 봐야겠다. 그리고 유발하라리에게 거시사로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