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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양장) - 제왕학의 영원한 성전 ㅣ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2
한비 지음, 김원중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동양의 마키아벨리 한비자! 한비자를 읽을 것인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먼저 읽을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었다. 결론은 가장 유명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먼저 읽기로 결정했다. '군주론'을 통해서 지배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창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동양의 마키아벨리, '한비자'를 읽으려 결심했다. 마키아벨리와 한비자는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라나 '한비자'를 읽는 순간! 한비자를 마키에벨리에 비교하는 것은 한비자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이 나를 엄습했다. 마키아벨리에 비해서 한비자는 제왕이 가져야할 통치술을 광범위하고도 다양한 일화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한비자의 창을 통해서 지금의 정치를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얻게 되었다. 한비자의 매력속으로 빠져들어가 보자!
1. 제12편 나라가 망할징조
이 책에는 마흔일곱 가지 멸망의 조짐을 들고 있다. 그 중에 일부를 살펴보자.
'법에 의한 금력을 소홀히 하면서 음모와 계략에만 힘쓰며, 나라안의 저치는 어지럽게 하면서 나라 밖의 원조에만 의지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
한비자가 나라가 망할 조짐중에서 제일 첫번째로 든 것은 놀랍게도 멀지않은 시기 대한민국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이승만이 미국의 원조경제에 의존하여 나라안을 어지럽힐 때와 503호가 무당에 현혹되어 수많은 학생들이 죽어가는 것도 모른체 안일에 빠졌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이다. 또한, '군주가 길한 날을 점치고 귀신을 섬기며, 점술을 믿고 제사지내기를 좋아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라는 글을 읽었을 때에는 진령군에 기대어 정치를 어지럽힌 명성황후와 무당의 말을 들으며 연설문 교정을 받은 503호가 떠오른다.
한비자의 나라가 망할 조짐의 위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귀족의 자제들은 논쟁만 즐기며, 상인들은 재물을 나라 밖에 쌓아두고, 백성들은 개인적인 싸움만을 존중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이글에서 '상인들은 재물을 나라밖에 쌓아두고'라는 부분을 읽는 순간, 해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서 나라의 부를 밖으로 유출시키는 일부 사회부유층들이 생각났다. 어찌 한비자가 말한 이 지적인 2천년 전의 일만의 것이랴? 아울러 한비는 '재물을 탐내는 데에 눈이 어두워 만족할 줄을 모르고, 이익을 가까이해 얻는 것을 좋아함녀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라고 했다. 승자독식의 시대! 골목상권까지 침해당하고, 개미투자자들은 깡통을 차는 세상을 이미 2천년 전에 한비는 나라가 망할 징조로 보고 걱정했다.
'군주가 궁실과 누각이나 연못을 좋아하며, 수레나 옷이나 그릇과 노리개에만 관심을 기울여서 백성들을 피폐하게 하고 재물을 전부 써버리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이부분을 읽는 순간, 명박산성이 떠올랐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약 22조를 써버렸다. 자원외교를 통해서 많은 국부가 유출되었다는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 나라의 빚은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러면서도 대한민국호는 침몰하지 않았다.
'군주의 성격이 고집이 세 화합할 줄 모르고, 간언을 듣지 않고 승부에 집착하며, 사직은 돌보지 않고 제멋대로 자신만을 위하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라는 말은, 독재자와 그 독재자의 자식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비의 독설일 것이다.
2. 우리안에 한비를 찾아서
우리안에는 유교가 녹아있을까? 법가가 녹아있을까? 아마도 모두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어보자. 우리안에 공자의 말이 많이 남아있을까? 한비의 말이 많이 남아있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자의 말이 많이 내몸안에 녹아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한비자'를 읽기 전까지는 공자의 말들이 나의 생활속에 많이 녹아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비자를 읽으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한비자'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이 우리 생활에 녹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수주대토'이다.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예전에 있었던 사실이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믿는 불쌍한 인간들을 가리키는 말!! '수주대토'!! 이것은 한비자에 있는 말이었다. 그밖에도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중국에 관한 서적들에서 소개된 다양한 이야기의 원전은 한비자였다.
우리도 모르게 한비자는 우리의 말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그리고 한비자가 주장하는 말들은 지금 우리의 현실속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강한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법에 대해서, 강자와 약자에게 공평하고, 강자로부터 약자를 보호해 주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은 '올바른 법치주의'라는 것도, 이미 한비자에서 여러차례 강조하고 있다. 법치를 가장해서 약자를 짓밟는 세상에서는 '한비자'가 말하고 있는 법치의 세상이 차라리 유토피아일 것이다.
3. 공자와는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한비의 눈!!
한비는 순자에게서 배웠고, 순자는 공자의 학통을 계승한 대학자이다. 그런데, 한비는 공자보다 시대를 바라보는 눈이 현실적이었다. 공자는 요임금과 순임금을 이상군주로 생각하고 그 시대가 도래할 것을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비는 그렇지 않았다. 요임금과 순임금의 시대가 다스려질 수 있었던 것은 그시대의 시대적 배경속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생산력이 발전한 한비의 시대에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공자가 요임금과 순임금의 '선양'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데 반해서, 한비는 요임금과 순임금이 통치했을 때에는 그들에게 주어진 권력이 크지 않았기에 허유와 같은 은자에게 나라를 바치려했어도 그는 받으려 하지 않았으며, 굳지 아들에게 선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전국시대가 되면 군주의 권우와 힘을 매우 크다. 나라의 벼슬도 서로 가지려하는 시대에 군주의 자리는 신하들도 넘보며, 변변치 않은 군주는 신하에게 시해되기도 한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한 것을 알지 못하고, 시대에 따라서 대응양식도 달라져야한다는 지극히 상식과도 같은 지적을 한비는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스러운 상식적인 생각을 왜? 나는 하지 못했을까?
한비자는 나에게 많은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었을 때! 마키아벨리를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합리화시키는 괴물로 보았던 나의 시각이 교정되었듯이, '한비자'를 읽고서는 '한비자'는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제시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비자가 말한 마흔 일곱자기의 나라가 망할 징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호가 침몰하지 않은 것은 깨어있는 시민들이라는 평형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에게 독재자를 감시하고 독재자들의 속임수를 간파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을 제공하는 책이 바로 '한비자'이다. 비열한 정치가들에게 속지않고 깨어있는 시민으로 살고자하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