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신화
아침나무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달빛에 바래면 전설이 되고, 햇볕에 빛나면 역사가 된다.!! 세계의 신화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추가하거나 덜어 내어 마침내 문자로 정착된 이야기이다. 달빛에 바랜 전설이 햇볕을 만나 우리에게 전해져 신화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단군신화와 중국의 삼황오제, 그리고 그리스 로마신화를 뺀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신화는 너무도 협소하다. 그중에서도 단군신화는 거짓말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고, 그리스 로마신화만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여기는 신화 사대주의가 만연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대한 연수를 들으며, 세계의 다른 민족도 많은 아름다운 신화를 갖고 있지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빼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신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우리의 신화는 무엇인가?

  우리는 우리의 신화를 잘알고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는 '단군신화'를 말할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가서, 동명신화를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우리에게 창조신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 '단군신화'에는 천지창조 이야기는 있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창조신화가 있었다. 이 책에 따르면, '부도지'의 주인공인 마고가 등장한다. 그리고 선천시대와 중천시대, 후천시대를 거치면서 만물이 창조된다. 무속신화(천지왕본풀이)에서는 옥황상제와 천지왕이 세상만물을 창조한 것으로 나온다. 이 책에는 소개되지 않지만, 제주도의 신화에는 설문대할망이 제주도를 만든 이야기가 나온다. 비루하게 '단군신화'만을 우리의 신화로 알고, 우리신화에는 천지창조 이야기가 없다고 주장했던, 우리의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 사랑을 가지고 우리 삶 속의 모든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면, 잊혀졌던, 우리 태고의 이야기가 들린다. 이 책을 바로 그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물론, 이책에도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들어있다. 환인이 천지를 창조했다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이 책에는 과감하게 환인이 우주를 창조한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 순간 '환단고기'를 참조했던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환단고기'에는 '치우천황'이라는 인물이 소개되는 이 책에도 치우천황을 우리의 영웅으로 소개하고 있다. 역사학자들이 위서로 평가하는 책을 과감하게 채용하여 책을 서술한 저자의 의도가 궁금했다. 그러나 저자의 이름이 '아침나무'라는 필명으로만 소개되어 있다. 저자는 20세기에 만들어진 이야기도 신화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일까?

  이 책에는 우리 조상들이 모셨던 신들이 나온다. 황우양이 성주신이 되고, 황우양의 부인이 지신, 터주신이 된다. 우리의 토착 신들도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모르고 살았다. 어린이가 읽을 수 있는 동화책을 통해서 이러한 이야기를 소개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자연스럽게 어린이들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서낭신이 소진랑 이라는 이야기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황우양이 길가는 이들의 침이나 받아 먹으라고 세워 놓았는데, 서낭당은 커다란 숭배의 대상으로 숭배되어 왔다. 고려시대 관리는 서낭당에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관직에서 파직되기도 했다. 참, 재미있는 아이러니이다.

  불교 탱화를 감상하다보면, 시왕도가 눈에 띈다. 불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는 나에게는 시왕도의 모습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바리떼기 이야기에는 바리데기의 일곱 아들이 열시왕 즉, 십대왕이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불교의 시왕도와 바리데기 신화의 연관성이 무엇일까? 지옥에서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인 시왕(十王)을 그린 시왕도가 오리 무속의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는, 우리의 전통적인 무속신화가 불교가 들어오면서 불교적 요소를 받아들인 것은 아닐까? 무당의 조상신이 되는 바리데기와 불교와의 습합은 이질적인 두 종교가 만나서 새로운 교류를 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다.

 

 

2. 신화의 보편성.

  세계의 신화는 고립적으로 발전하기도하고 교류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도 한다. 때로는 고립적으로 발전하고 때로는 교류하면서 발전하기도 했던 세계의 신화들에게서 너무도 보편적으로 보이는 내용이 있다. 그것은, 천지를 창조하고 인간을 흙으로 만들었다는 내용과, 신이 창조한 인간을 신은 홍수를 통해서 심판했다는 내용의 이야기이다.

  성경에 나와있는 신이 인간을 흙으로 빚었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유대교와 크리스트교가 탄생한 서아시아 지역의 페르시아에도 최초의 인간 '키유마르스'를 흙으로 빚어 만들었다. 몽골 신화에서도 오치르마니는 챠간 숑고드에게 흙으로 사람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흙으로 사람을 만들었다. 저 멀리 신대륙의 마야문명에도 진흙과 나무로 인간을 만들었으나 불완전하여 옥수수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흙에서 나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관념은 세계의 공통적인 관념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리적 차이점에 따라서 자신들의 주식인 옥수수로 사람을 만들었다는 내용으로 수정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인간의 관념을 엿 볼 수 있는 신화적 요소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페르시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올 뿐만 아니라, 인도판 노아 이야기 라고 할 수 있는 '마누'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강물이 범람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죽는 일이 벌어지는 환경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이러한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상상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물과 불은 떼어 놓을 수 없다. 불은 신성한 것이고,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위해서, 신들의 세계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갖다 주었다는 이야기는, 아프리카 신화에서도 전해진다. 즉, 피그미족의 신화를 보면, 우연히 신의 집에서 불을 보고는 용감한 피그미 한사람이 신의 집에서 불을 훔쳤다고 한다. 이러한 프로메테우스적인 이야기가 세계 여러 신화 속에 많이 나오는 것은 불이 인간에게 얼마나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켰는지를 알려 주는 것이리라....

 

 

3. 신화의 특수성 - 신도 죽을 수 있을까?

  신도 죽을 수 있을까? 신은 불사의 존재일까? 우리는 신은 불멸의 존재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보편적이지 않은 생각이다. 크리스트교의 신처럼 절대적인 존재는 세계의 신화속에서 흔히 있는 존재가 아니다. 많은 종교에서는 신들은 하나의 특정한 능력을 가진 존재일 뿐이다. 심지어는 죽기도하고 중노동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집트신화에서 '오시리스'라는 존재는 세트의 함정에 빠져 죽었다가 살아난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는 지혜와 지하수의 신 에아가 바다 신 아프수를 죽인다. 그뿐인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는 지위가 낮은 작은 신들은 홍수방지와 농사를 위해서 침전된 강바닥을 파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은 술에 취하기도하며, 노동에 불만을 품기도 한다. 켈트 신화에서 브레스 왕의 폭정으로 다난족의 신들까지 중노동을 해야했으며, 풍요의 신 다그다는 브레스의 성주변에 참호를 파기가지 한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 인간사회와 무엇이 다른가? 신이 마지막 전쟁 나그라뢰크에서 죽는 모습은 북유럽 신화에서도 보인다. 신은 불사의 존재라는 것은 보편적인 모습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유대교와 크리스트교 계통의 신화에서 볼 수 있는 특수한 모습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유대교 계열의 신앙이 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세계의 신화는 그 고정관념을 깨뜨려 주었다.

 

4. 신화의 특수성 - 북유럽 신화의 귀환

  '반지의 제왕', '리니지', '라그나뢰크'의 줄거리와 캐릭터의 모델이 되는 신화를 알고 있는가? 우리에게 낯설게 보이는 북유럽 신화가 그 모델이다. 북유럽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다른 점이 너무도 많다. 북유럽의 자연환경과 북유럽인들의 투쟁이 신화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유럽 신화의 다양성과 독특함이 21세기에 새로운 창조의 에너지를 만들고 있다. 수도사들에 의해서 정리된 북유럽 신화의 마지막은 나그나뢰크로 끝난다. 마지막 전쟁 나그나뢰크에 오딘을 비롯한 많은 신들이 참여하여 장렬히 싸우다가 죽는다. 그라나 나그나뢰크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 하나의 끝은 새로운 시작이 된다는 북유럽 신화를 보고 있다면, 북유럽 신화는 암울하다는 고정관념이 틀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둡고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삶을 개척해 나가야했던 북유럽인들은 자연에 굴복하지 않았다. 한시대의 끝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는 희망을 품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갔다. 그리고 지금 그 창조적 신화의 에너지는 다시 '반지의 제왕', '리니지'라는 문화 콘텐츠로 되살아나고 있다. 

 

5. 살아있는 켈트신화

  켈트 신화를 그리스 로마 신화만큼 잘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캘트신화는 우리 삶 속에 너무도 가까이 다가와 있다. 요즘 할로윈 데이가 되면 기괴한 복장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영어 유치원을 비롯한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에서는 그 잔치를 성대하게 한다. 사실 할로윈 데이를 미국에서 시작했다고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기원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켈트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켈트족들은 마법에 걸린 사후의 인간 영혼은 드루이드가 섬기는 신인 샴하인에 의해 구원받는다고 생각한다. 10월 31일은 겨울이 시작되는 심하인 축제날이다. 삼하인 축제날에는 죽은 자들이 긴 겨울밤에 활동하기 위해서 되살아난다고 생각하며, 그들에게 자신들의 집을 볼품 없게 보이기 위해서 벽난로 불을 꺼뜨리기도 했다. 이것이 기독교가 전파된 후에 11월 1일을 '만성절'(모든 성인의 날 All Hallows' Eve)로 불려지게 되었고, 이 말이 '할로윈(Halloween)'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할로윈데이를 즐기는 이들이 이러한 기원을 알고 있을까?

  '침략의 서'에 신족인 '투아다 데 다난'족이 아일랜드에 도착하여 '피르볼그족'과 전투를 한다. 잉글랜드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바이킹족의 침략과 로마인들의 침략, 스페인의 무적함대의 침략을 받은 곳이다. 이러한 역사적 환경이 신화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침략자들을 신족으로 묘사한 것도 이 신화를 만든 이들이 본토의 토박이 켈트족이라기 보다는 유럽대륙에서 이주해온 켈트족일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한다. 신화는 시대와 소통하면서 형성되고 발전되기 때문일 것이다.

 

6. 그리스 로마 신화의 생명력은 어디에 있을까?

  신화라는 말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생각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교양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추앙받는 이유는 그 신화의 위대성보다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한 세계가 패권을 장악하기 때문이다라는 주장을 했던 적이 있다. 이에 대해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문학성과 우수성을 주장하며, 그리스 로마신화가 우수하지 않았다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도 못했을 것이라 주장하는 선생님의 강력한 반발을 듣기도 했다.

  그럼, 그리스 로마 신화의 문학성과 강력한 생명력의 근원은 무엇일까? 우선 개방성에서 찾아야할 것이다. 이집트의 하토르는 그리스 로마신화의 아프로디테가 되고, 아누비스는 헤르메스가 세트는 티폰이 된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신들의 기원은 사실 이집트 문명에 있다. 진정한 창조는 이집트 문명에 있었다.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 문명은 이들 원석을 받아들의 자신들만의 보석으로 만들었다. 두번째는 끊임 없는 재창조에 있다.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와 비롯한 수많은 작가들이 문학화 작업을 했다. 신화가 살아있는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끊임 없는 재탄생의 과정을 가져야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 작업을 끊임 없이 해가고 있다. 스타벅스 커피 로그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사이렌이 살아 있듯이 그리스 로마 신화는 끊임 없이 재탄생되고 있다. 이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가 살아있는 이유이다.

 

7. 신화 속에 녹아있는 심리학

  인도의 신화에 하늘의 신 드야우스와 땅의 신 프리비티 사이에 인드라가 태어난다. 많은 신들이 인드라를 주시하자, 인드라를 보호하기 위해서 인드라를 숲속에 숨기고 귀여워하지 않았다. 부모의 방치로 인해서 인드라는 드야우스를 죽이고, 번개라는 강력한 무기를 쟁취한다. 그리고 하늘, 땅, 지하 3계를 지배하는 최고 권력자가 된다. 이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신화 속의 제우스가 그의 아버지를 죽이고 권력을 쟁취하는 모습과 닮아있다. 신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다는 설정은 신이 불사의 존재라는 고정관점을 깨뜨려야 이해가 가능하다. 더 나아가, 아버지를 이기고 독립하려는 아들의 심리를 형상화한 신화로 해석 가능하다. 큰나무 밑에서는 작은 나무가 자랄 수 없다. 아버지를 이기지 않고 아들은 세상에 나갈 수 없다. 어려서부터 오이디푸스 컴플랙스를 겪던 아들은 아버지를 이기고 세상에 나간다. 그러나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자신이 아버지라는 존재가 되었을 때 가능하다. 그 진리를 그리스 로마신화와 인도신화는 말하고 있다.

  인도신화에서 프라자티는 욕정이 강한 신이다. 딸을 보면서 욕정을 느낄 정도이다. 딸이 사슴으로 변해서 도망가자, 프라자티는 숫사슴으로 변해 추적한다. 참다 못한 폭풍의 신 루드라가 화살을 쏘아 프라자티를 맞추었다. 엽기적인 이러한 내용의 신화는 다른 지역의 신화에서도 나온다. 사춘기가 되면 딸은 아버지를 멀리한다. 스킨십을 하는 것을 특히 싫어한다. 이것은 근친상간의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딸들의 보호욕구이다. 이러한 심리학적 기재가 신화속에 투영되어 프라자티 신화로 탄생했다. 신화를 알면 인간의 저변에 깔려 있는 심오한 심리를 읽을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8. 신화를 통해서 알게 된 이야기들과 의문들

가. 일본인들은 천당과 지옥에 가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신들이 사는 곳(다카마노하라)과 인간계(아사하나노 나캇쿠니) 그리고 악령이 사는 곳(오미노 쿠니)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이들 신들이 사는 다카마노하라와 악령이 사는 오미노 쿠니에 갈 수 없다. '천당 간다.', '지옥간다.'라는 말을 내뱉는 우리들의 사고관념과 일본인들의 사고관념은 너무도 다르다. 아직도 천황이 있고, 천민이 있는 일본사회 속에서는 죽어서도 자신의 신분을 벗어난 세계에 갈 수 없다. 그들은 단지 신사에 갈 수 있을 뿐이다. 이렇게 가까우면서도 먼나라 일본은 죽음에 대한 세계관이 우리와 너무도 다르다.

 

나. 피그미족, 다양한 인종을 탄생시키다.

 피그미족 신화에 따르면, 한마법사가 세상을 창조했다. 인간을 만드는데, 코요테의 장난으로 인해서 흑인과 백인, 황인종이 생겨났다. 외부와의 교류가 별로 없었던 피그미족 사회에서 어떻게 이러한 신화가 만들어졌을까? 혹시 백인 선교사가 들어 오고 나서 생겨난 이야기가 아닐까?

 

다. 약속을 지키는 인도와 지키지 않는 켈트인

  인도신화 속에서는 자신이 내뱉은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한다. 자신이 내뱉은 말 때문에 운명의 사슬을 벗어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그러나 켈트 신화에서는 프윌은 그와울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적을 유인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도 문화의 차이일까? 아니면 신화를 재미있게 이끌어가기 위한 장치일 뿐일까?

 

라. 비극적 최후를 맞는 페르시아 영웅들

  많은 영웅들을 공주를 구하고 부와 명예를 얻으며 공주와 결혼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페르시아의 신화 속에 나오는 잠시드와 마누키르라는 영웅은 자신의 위대한 성공에 취하여 비참한 말로를 겪는다. 다른 지역의 영웅담과는 너무도 다른 결말이다. 이것이 이란의 특징일까? 아니면 자만에 빠지기 쉬운 인간에게 울리는 경종일까?

 

 

9. 동의할 수 없는 내용들

  이 책에서는 몽골과 한국어가 비슷한 단어가 많다는 것을 근거로 들어 몽골과 한국을 같은 계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몽신화와 비슷한 이야기가 몽골에도 있으며, 몽골의 '~치'가 한국에도 그대로 있고, 몽골이 말을 '몰'이라고 발음하고, 제주도에서 '몰'로 말을 발음한다. 이러한 근거가 몽골과 한국이 같은 계통이라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본다. 왜? 그럴까? 사건을 바라보는 선후가 다르다. 한국어와 몽골어가 비슷한 이유는 몽골과 한국이 같은 계통으로 같은 뿌리를 갖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고려의 원간섭기에 원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다. 연지와 곤지, 쪽두리, 소주 등이 이때 몽골로 부터 들어왔으며, 몽골에 의해서 강제로 제주도에서 말을 사육하기 시작했으며, 몽골인들로 부터 제주도 사람들은 말을 키우는 법을 배웠다. 몽골에 동명신화가 남아있는 이유는 고구려와 고구려가 멸망한 후에 고구려의 유민이 이곳을 점령하거나 망국에 한을 안고 이곳에 정착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신화를 공부하는 사람과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이렇게 다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낮선 신화들을 쉽게 이해하도록 다양한 사진과 지도를 첨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힘든 이미지들을 친절한 그림으로 설명해주니 너무도 흥미진진했다. 흥미진진했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이 책에서 가장 나의 가슴을 울린 한마디를 떠올려보았다.

  "마지막 남은 나무가 베어진 뒤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히 뒤에야, 마지막 남은 물 한붕울이 사라진 뒤에야, 그때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사람은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황금만능주의에 물들고 환경오염을 문제시하지 않는 주변의 인간을 바라보며, 북미대륙에 살았던 크리족의 이 말은 나의 가슴을 울린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문명의 붕괴'라는 책에 이와 비슷한 말이 전해온다. 이스터섬의 마지막 나무를 베었던 사람은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한문명이 붕괴할 때,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다. 그중에 하나는 자연환경의 파괴이다. 이스터섬의 사례는 자산파괴가 인간 문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경고는 북미대륙에 살았던 크리족의 신화속에서 부터 전해져오고 있다. 우리 인류는 그 경고를 들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을까?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온 2017-12-10 0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언제 읽을까 눈길만 주고 있네요 ㅎㅎ

강나루 2017-12-10 08:51   좋아요 1 | URL
두꺼운 부피 때문에 망설이기도 하지만, 일단 손을 데면 술술 읽혀져요.^^

낭만인생 2017-12-10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 내용 정말 좋네요... 감사합니다.

강나루 2017-12-10 20:09   좋아요 0 | URL
내용이 좋다니, 감사합니다.^^

munsun09 2017-12-11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서 읽으려고 하니 절판으로 뜨네요^^
중고를 살펴봐야겠어요.

강나루 2017-12-11 17:52   좋아요 1 | URL
절판이라니... 안타깝네요

라온 2017-12-11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고로 샀어요

강나루 2017-12-12 04:11   좋아요 0 | URL
네 ^^ 중고도 좋지요 즐거운 책읽는 시간 보내요^^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 - 100년 전, 안중근 의사와 일본인 재판관이 벌인 재판정 격돌, 현장 생중계! 재판정 참관기 시리즈
김흥식 엮음 / 서해문집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역사에는 두개의 10.26이 존재한다.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가 박정희에게 총을 쏜 10.26과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10.26이 바로 그것이다. 한사람은 유신의 지사를 존경했고, 한사람은 메이지 유신을 단행했다. 한사람은 동양평화를 위해서 그를 처단했고, 한사람은 10월 유신을 끝내기 위해서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 70년의 시간차를 두고 벌어진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건의 현장을 거닐어 보자.

 

1. 당당히 자신을 의병이라 밝히다.

  삶의 마지막 순간! 누구라도 자신의 생명이 연장되길 바랄 것이다. 안중근의 변호인은 나의 생각과는 달리, 안중근이 무죄임을 주장했다. 즉, 1899년 맺은 청한통상조약에 의하여 한국인은 청나라에서 치외법권을 가지고 있고, 청나라 사람은 한국에서 치외법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인이 해외에서 죄를 범하면 아무런 명문이 없기 때문에 '무죄'라고 주장했다. 일본인 변호사의 이러한 충실한 별론을 안중근은 단호히 거부한다. 그는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런 네제를 받지 않는다니 말이 되는가?'라고 되묻는다. 그리고는 '나는 개인적으로 벌인 일이 아니라 의병으로서 행한 일이기에 전쟁포로로서 이 재판장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국제공법, 만국공법'에 따라서 자신을 처리해달라고 강변한다. 남아로서 자신의행동이 떳떳했고, 그에 대한 정당한 절차에 의해서 정당한 판결이 내려지길 바랬다. 자신의 생명을 먼저 구하기 보다는 대의에 자신의 떳떳함을 주장했던 안중근의 풍모가 빛나는 명장면이었다.

 

2. 이토가 안중근을 '바보 같은 놈'이라고 한 것은 사실일까?

  '안중근이 온건파 이토를 죽였기에 조선 병합의 시간이 빨라졌다.'라고 주장하는 글이 인터넷에 유포되었던 적이 있다. 사실일까? 온건파였던 이토가 죽음으로써 강경한 군부세력의 발언권이 세어졌고 그결과 조선 병합이 빨라졌다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이토가 안중근에게 '바보 같은 놈'이라고 말했던 것은, '내가 죽으면 너희 조선은 빨리 병합된단말이다. 이 바보야'라는 뜻이다. 이러한 주장을 어느 대학교 교수와 인터넷 강사가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기도 했다.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를 보면 그것이 과연 진실이지 확인해 볼 수 있다. 1910년 2월 10일 이루어진 네번째 공판에서 미조부치 검사는 "한 증인의 말에 따르면, 이토 공이 자신을 쏜 자가 한국인이라는 말을 듣고 "바보 같은 놈"이라고 말했다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이토공은 자신을 쏜 자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죽었던 것입니다. "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즉, 안중근 의사는 3발의 총을 명중시켰고, 십자형 홈을 새긴 총알은 인체의 딱딱한 부분에 닿으면 납과 니켈 표피의 분리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큰 총상을 입힌다. 그래서 이토는 폐를 관통한 두개의 총알은 흉강안에서 큰 출혈을 일으켜 십여분 만에 이토는 목숨을 잃은 것이다. "바보 같은 놈"이라는 말을 남기기 힘들 정도로 이토는 저세상으로 빨리 떠났다. 이토가 '바보 같은 놈'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토가 죽었기에 조선 병합의 시계가 빨라졌을까? 천만의 말씀!! 이덕일과 이태진 전교수는 이러한 주장을 단번에 반박한다. 이토가 죽기 이전에 일본 내각에서 조선 병합건이 통과되었다고 주장한다. 이토가 '바보 같은 놈'이라는 말을 하지도 않았으며,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더욱이 이토가 죽기전에 조선을 병합하기로 일본내각은 결정했다. 얕은 지식으로 민중을 파멸의 길로 안내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 이제는 없어지기를 바란다.

 

  170여 페이지되는 얇은 책이다. 안중근 의사의 재판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기에 청소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조선을 병탄하는데 앞장섰던 그들을 처단한 역사적 10.26의 현장을 많은 이들이 기억해 주길 바란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7-12-12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군요.
그러고 보니 강나루님 아이들 가르치시는 일 하는가 봅니다.^^

2017-12-13 0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mGiKim 2018-01-29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중근 의사 존경합니다. 친일매국노들이 안중근과 유관순을 띄워 군사독재에 이용해 먹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강나루 2018-01-29 17:47   좋아요 1 | URL
이제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지요^^
 
하버드의 생각수업 -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세계 최고 인재들의 생각법 1
후쿠하라 마사히로 지음, 김정환 옮김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가 성공한다."  어느 3학년 교실에 걸려 있는 급훈이다. 그 급훈을 보는 순간, 숨이 콱 막혔다. 반복에 지치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는 우리 사회와 우리 교육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기에, 이 급훈에서 느끼는 절망감은 너무도 컸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고,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삶을 바꾸는 현실 앞에서 우리의 교육은 아직도 '반복'만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래야만 이 무한 경쟁의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과연 우리의 교육은 잘 가고 있는 것일까? 이런 고민속에서 '하버드의 생각수업'을 꺼내들었다. 세계의 명문 대학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자를 기르고 있을까? 과연 그들은 우리 한국 교육현실을 바꿀 수 있는 롤모델일까?

 

1. 철학적 사유를 하라!!

  우리 대학에서 폐지되고 있는 학과중에 하나가 철학이다. 어느 철학자는 철학과를 폐지하는 것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철학하는 삶이 없어지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생각하기 보다는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고, 주어진 것을 암기하는 단순한 기계로 우리 인재를 길러내는 상아탑을 바라보면서 답답함을 느낀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에서는 그들의 기초적인 배움 속에서 철학적 사유가 자리잡고 있었다. 2012년 하버드 대학 로스쿨 입시 · 소논문 문제로 "당신 자신에 관해 쓰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되었으며, 2011년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문제에서는 "평등은 자유를 위협하는가?"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또한 2011년 옥스퍼드 대학 입시 문제에서는 "주차 위반을 하면 사형에 처하는 법률을 제정했더니 아무도 주차 위반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것은 적절한 법률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단순히 암기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는 문제들이다. 반면 한국 입시문제들은 자신의 생각을 적기보다는 무사유속에서 철저히 주어진 문제의 틀속에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얼마나 많은 문제를 빠른시간 속에서 풀었는가가 중요하다. "수학에서도 풀이과정을 암기해야되요. 수학도 암기과목이에요"라는 말을 수학선생님이 하신적이 있다. 사유의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수학도 한국의 입시 현실속에서는 풀이과정을 암기하여 빠른시간내에 풀어내는 암기과목으로 변신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무사유 속에서 자라나는 사람은 절대적인 권위자의 지식에 절대복종하는 노예가 된다. 지금의 국정농단 사태는 그러한 무사유가 낳은 비극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다.

 

2. 지식이 살아있게 하라.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지식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관련된 문제들을 제시하고 독자로 하여금 이를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지식이 상아탑속에 구속되어 있지 않고, 현실의 문제와 호흡하면서 살아있는 지식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것이 이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한예를 들어보자. 핵무기에 대한 대응을 홉스와 로크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홉스처럼 인간을 악하게보고 타국이 우리나라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관점에서 외교전략을 짤 것인가? 그렇다면, 일단 핵을 보유하고 '우리를 공격한다면 즉시 반격한다.'라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혹은, 로크 처럼 인간의 본성을 선하게 보고, 국제전략을 짤 것인가? 그렇다면 핵무장을 해서 상대를 위협하기 보다는 필요한 최소의 군비로 안전을 보장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고 외교전략을 짤 것이다. 홉스와 로크의 정치철학 이론을 죽은 지식의 상아탑에 가두기 보다는 현실을 바라보고 외교전략을 짜는데, 활용하고 있다. 홉스와 로크를 살아있게 만들고 있다.

 

3. 동서양 철학의 하모니

  밥파이크의 '창의적 교수법'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 놀랐던 일이 있다. 밥파이크는 '논어'의 한구절을 인용해서 자신의 교수법에 대한 논리를 전개했다. 동양의 고전이 서양인의 최신 서적에 인용되고 있다. '하버드의 생각수업'이라는 책에서는 논자의 사상이 미국을 비롯한 유럽 대학에서도 널리 가르쳐진다고 지적한다. 놀라운 일이다. 지식과 사상이 학문의 장벽에 가로막혀 소통하지 않는 우리의 현실에서 외국은 학문의 장벽을 뛰어 넘어 소통하고 융합되고 있다. 참된 창의적인 결과물들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발자국 더 나아가서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를 읽는 순간, 논어에 있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하는 것이 참된 앎이다.'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동양과 서양의 위대한 철학자가 서로 참된 앎에 대해서 같은 의견을 갖고 있었다. 진정한 앎은 자신이 무엇을 모른느가에서 부터 출발한다. 유발 하라리도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근대 과학이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발전했다고 지적한다. 중세에는 신이 모든 자연을 창조했다고 설명하면서 자신들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근대인들은 자신이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으며, 알기 위해서 많은 탐험과 연구를 했다. 그것이 바로 근대 과학발전의 원동력이다. 동서양의 철학자들은 그 출발점을 이미 제시했었다.

 

4. 자유와 평등에 대한 생각

 인간은 자유를 진정으로 원하는가? 너무도 당연한 명제에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인간은 자유를 원할까? 인간은 사실을 보고 정의를 내리기 보다는 정의를 듣고 사실을 본다. 즉 인간은 보이는데로 보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자유롭게 생각한다고 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인간은 진정으로 자유롭기를 원하는가를 질문한다. 결혼도 사랑도 의무도 양심도 애국심도 고독으로부터의 도피수단이다. 소국적 자유, 즉 편안한 정도의 한정된 자유를 인간은 추구한다. 그래서 인간은 권위에 복종하는가 보다. 그럼 독신이 늘어나는 것도 적극적 자유추구자가 늘어나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자유에 대한 나의 환상이 깨진다. 3대가 이혼한 공자, 그리고 강신주라는 철학자도 대중강연에서 자신이 이혼했다고 당당히 말한다. 어쩌면 이혼은 위대한 철학자들이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자유와 평등은 대립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에서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자유보다는 평등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이유가, 자유가 가져오는 해악이 직접적이라면, 평등이 일으키는 문제는 서서히 다가온다고 지적한다. 굶주리는 사람에게 빵을 주지 않으면 그는 굶어 죽는다. 반면 모두가 평등하게 살자라는 슬로건을 내건 공산주의 사회는 노동의욕을 낯추어 몰락했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보다 세심하고 정교하게 이론화시켜서 제시한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토크빌은 평등은 개인주의를 낳는다. 라고 지적한다. 평등과 자유의 시소게임은 진보와 보수의 시소게임으로 치환해 설명할 수 있다. 보수 정권이 극에 달했을때, 진보정권을 국민이 강하게 욕망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진보 정권이 들어섰을 때, 보수가 집권할 것을 미리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5.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마르크스는 "잉여가치"를 부정적으로 보았다. 노동을 하지 않고 잉여가치를 가져가는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상업을 말업이라하며 업신여긴 조선 유학자와 비슷하다. 새롭게 생산하지 않고 이윤을 가져가는 상인을 업신여긴 조선왕조는 제국주의 침략세력에 몰락했고, 공산주의 국가는 자본주의에 패배했다. 잉여가치의 진정한 가치를 몰랐던 조선왕조와 공산주의 국가들은 결국 자본주의에 무릎을 꿇어야했다. 놀라운 유사점이다.

  슘펜터는 자본주의를  성공할 수록 종말에 가까워지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주의가 성공하면 대기업화되고 대기업화된 기업은 일단 회사에 들어가면 안정된 급여를 받으면서 사회주의적으로 변하게 된다. 회사는 시장에 대해 커다란 힘을 가지게 되고, 점유율을 독점하며,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 지금의 한국 대기업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기업은 종말로 치닫고 있는가? 그럼 해결책은 무엇인가? 슘펜터는 '창조적 파괴'를 강조한다. 혁신하지 않으면 파국으로 치닫는다. 지금 정부의 적폐청산도 '창조적 파괴'의 한 모습일 것이다.

 

6. 동의하지 못하는 것!!

  책을 읽을 때는 저자를 먼저 확인하라는 말이 있다. 후쿠하라 마사히로는 일본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일본의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다. 그런데, 미국인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에서 섹몌 8개의 문명중에 "일본문명"을 집어 넣었다. 일본인도 아닌 그가 '일본문명'을 '중국문명'과 별개의 문명으로 분류한 이유가 무엇을까? 그정도로 일본문명이 독자성을 가진 것일까? 헌팅턴이 친일주의자여서일까? 아니면 정치학자의 한계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내생각의 편협함 때문일까? 많은 의문이 든다.

  이 책을 쓴 후쿠하라 마사히로는 자유주의자 인것 같다. 그는 프랑스의 정치 사상가 알렉시 드 토크빌의 자유와 평등에 관한 글을 가져와 '노숙자에게 돈을 줘야 할까?'라는 질문을 한다. 자유주의자들에게서 상부상조가 나타나서 그들은 노숙자에게 자신의 돈을 기꺼이 주지만, 평등주의자는 공공기관이 할일이라면서 외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의 관점은 다른다. 오히려 자유주의자들은 자신이 열심히 일해서 번돈을 왜? 저들과 같은 게으른 사람에게 주어야할까?라고 생각하며 외면할 것이고, 반면 평등주의자들은 누구던지 인간은 존엄하고 노숙자도 한 인간으로서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야한다고 느끼기에 자신의 지갑을 열것이라 생각된다. 진정한 미국과 한국의 현실이 알라 토크빌과 나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나의 주변에서 목격할 수 있는 현실은 평등주의자가 더 자신의 지갑을 잘 열었다

 

  이 책에는 자신이 분석적 스타일과 전체론적 스타일을 자기 점검할 수있는 부분이 있다. 나는 '전체론적 인식스타일'로 나왔다. 역시 동양인으로서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흥미로운 읽을 꺼리가 많다. 스스로 문제를 생각해보면서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얇은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사 김재규 - 민주주의로 가는 지름길을 개척한 혁명
김성태 지음 / 매직하우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김재규!! 대학시절 5.16에 관한 레포트를 준비하다가 '비운의 장군 김재규'라는 책을 보았다. 표지만 보고 웃임이 나왔다. 여자를 남자로 만드는 것 빼고는 다한다는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그가 어찌해서 추앙받을 수 있는지! 왜? 민주화투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권력투쟁 내부의 갈등에서 촉발된 사건이 10.26이라 단순히 생각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0.26으로 죽은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이 되었다. 자연스레, 김재규에 관심이 갔다. 그는 왜? 박정희를 죽였을까? 김재규의 10.26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어떤 의미가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김재규에 대한 끊임 없는 질문이 밀려 왔고, 박근혜 시대를 떠나보내기 위해서 김재규를 바로 알고 싶었다. 그럼, 김재규를 만나 보자.

 

1. 10.26으로 가는 열차 - 악의 평범성과의 투쟁

  10.26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은 10.26 이전에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중앙정보부라는 곳이 박정희의 채홍사 역할을 해야했으니, 사람으로서 얼마나 못할일이었겠는가? 이 책의 '서울의 소리' 저자는 채홍사가 100여명의 여성을 안가로 불러들였으며(다른 부분에서는 200명이라고도 적고 있다.) 그 중에는 유부녀도 강제로 끌고가고, 심지어는 강제이혼도 시켰다고 한다. 한여성을 짓밟는 것에 머물지 않고 한가정을 파탄으로 몰고갔다는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잔인하고 추악한 모습이 너무도 심했다. 이러한 일들을 보면서 누가 박정희를 존경할 수 있을까? 10.26은 유신의 공포속에서 싹트기 시작한 꽃씨였다.

  김재규는 여러차례 10.26을 구상하고 준비했다. 3군 단장 시기 박정희를 감금하고 하야를 이끌어내려 했으며, 건설부장관 시기 그를 쏘려고 했다. 그밖에도 여러차례 10.26을 결행하려 했으나, 정에 이끌려 차마 결행하지 못했다. 불교신자인 그는 살생에 대해서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6.25때도 직결처분을 하지 않았으며,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했다. 이러한 성품의 그가 10.26을 결행하려 했을때 얼마나 고뇌했을까? 혹자는 평한다. 유신의 가장 최측근이었던 그가 10.26을 한 것을 어찌 평가해야하는가? 그는 권력투쟁에서 우발적으로 10.26을 했을 뿐이라고..... 그러나 김재규가 6.3시위때 그의 부대가 대학에 진주한 사실을 아는가? 그는 자신의 부대원들에게 대학 환경정리를 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중앙정보부장으로 있으면서도 박정희에게 일을 유화적으로 처리하도록 조언했으며, 독재체제를 바꿀 것을 건의했다.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노력했다. 박정희에 대한 개인적인 정도 지키면서 이땅의 민주주의도 지키려했다. 이것이 보통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히틀러와 스탈린, 박정희를 영웅으로 모시는 사람이 많다. '대국굴기'라는 책에는 '스탈린'을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신나치는 히틀러를 추모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자유주의자보다 독재자를 추앙하는 노예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의 말을 출실히 따르며 자신의 열정을 바친다. 한나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을 했다. 아이히만이 히틀러의 명령에 복종하여 열심히 유대인을 아우슈비츠로 보냈다. 그는 설량한 사람이었고, 근면한 사람이었다. 단지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일인지 생각하지 않고 총통의 일에 열심히 종사했다. 우리 주변에 이러한 사람이 없을까?  한국사 국정화에 반대 성명을 내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한국사 국정화에 종사한 공무원들! 그들은 '악의 평범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들일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자는 누구던지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고 외치고 있다.

  김재규는 그 '악의 평범성'과 투쟁하고 있었다. 그의 옥중 수양록을 보자.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다. 국민이 우매하다면 하늘이 우매하다는 것이다. 하늘이 우매한가? 하늘을 우매하다고 보는 사람이 우매하지." 그는 중정에 근무하면서도 고뇌하고 있었다. 한 조직안에 있는 사람이 그 조직의 의견에 반대되는 말과 행동을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보통의 서민들은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을 살면서 느꼈을 것이다. 김재규는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악의 평범성'과 투쟁했다. 그의 이러한 투쟁을 재야의 대통령 장준하 선생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석에서 훌륭한 군인이라고 김재규를 사석에서 평가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장준하 선생의 아들 호건씨도 이를 증언하고 있다.

 

2. 기차는 10.26에 도착하다!!

  "서울에서 4.19와 같은 데모가 일어난다면 자유당 때는 최인규나 곽영주 같은 친구들이 발포 명령을 하여 사형을 당하였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인 내가 발포 명령을 한 것을 가지고 대통령인 나를 사형에야 처하겠는가" 박정희가 말했다.

  "캄보디아에서는 300만 정도 죽여도 끄떡없었는데 데모 대원 100~200만 정도 죽여도 걱정없습니다." 항소이유서에 적혀 있는 차지철이 했던 말이다.

  그리고 김재규는 이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10.26을 결행한다. 한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그 대통령의 경호실장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될 말들을 하고 있는 박정희와 차지처!! 그들을 쏠 수 밖에 없는 김재규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손석춘은 김재규가 박정희를 쏘지 않았다면 박정희는 얼마나 많은 영남인들의 가슴을 쏘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항소이유서에서 처럼 서울에서 4.19와 같은 데모가 있었다면 서울 시민들의 가슴에도 총을 쏘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까?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땅에는 박정희에 대한 향수를 가진자들이 많다. 특히 영남지방에는..... 스톡홀롬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인질범들이 구출되고 나서 인질범을 두둔하는 발언을 한다. 이땅에는 아직도 인질범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자들이 많은 것일까?

  김재홍 교수는 부산과 마산에 강경진압을 건의하고 사나운 공수부대를 투입한 '지옥의 사자'도 다름 아닌 차지철과 함께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이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10.26과 광주 민주화운동을 단절적인 사건들로 보지 않고 이를 하나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면 10.26이 있었기에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었으며, 광주에서의 희생 시기가 늦춰졌다고 볼 수 있다.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쏠 수밖에 없는 김재규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3. 10.26에 대한 평가

  한홍구 교수와 이 책에 소개된 여러 필자들은 김재규의 10.26과 안중근의사의 10.26을 비교하면서 그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안중근과 김재규를 10.26이라는 키워드로 비교하는 것은 항소이유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우연히도 우리 역사에는 70년이라는 간극을 두고 두개의 10.26이 존재한다. 하나의 10.26은 모든 사람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다른 하나의 10.26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 책은 김재규를 의사로 평가하고 그를 마땅히 긍정적으로 평가해야한다는 취지에서 편찬되었다. 이 책의 필자 중에서도 지승호는 김재규가 "박정희 천황체제 끝낸 공로 재평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재규는 구국의 영웅인가? 아니면 권력투쟁에서 자신의 상관을 죽이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자신을 민주투사로 포장한 것인가? 이 화두는 많은 시기 나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혹자는 말한다. 10.26에 이르는 계획은 주도면밀하게 일으켜서 성공했지만, 그 이후의 처리과정은 너무도 미흡하다. 그러나 김재규의 항소이유서에는 10.26 이후의 치밀한 민정이양 계획이 서술되고 있다. 그는 10.26과 그 이후의 일들을 치밀하게 계획했으나, 이 계획을 치밀하게 추진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김재규에 대한 평가는 민주화세력 안에서도 엇갈린다.

  만약 부마 항쟁의 열기가 전국으로 번지고 민중의 힘으로 독재자를 타도했다면 박정희의 향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김재규를 비판한다. 김재규가 박정희 신화를 만들었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재규의 10.26이 있었기에 더 큰 피를 부르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는 반론도 있다. 물론 광주에서의 희생을 막지는 못했다는 한계점도 있다.

  503이 김재규가 뿌려 놓은 박정희 신화를 머금고 최고권력자가 되었다. 많은 부분에서 박정희를 떠올리는 정책을 했던 503은, 박정희가 총탄에 저세상으로 갔다면, 그녀는 탄핵으로 권좌에서 내려와야했다. 그녀는 다행히 신화가 되지 못했다. 국민의 촛불혁명이 그녀와 박정희의 민낯을 만천하에 보여주었다. 김재규라는 1인이 이룬 "혁명"보다는 수많은 국민이 이룬 "촛불혁명"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역사에는 댓가가 필요하다. 김재규가 자신이 희생을 떠안고 저세상으로 가려했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그 희생을 줄일수는 있었지만 막지 못했다.  오히려 박정희 신화를 낳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의 불완전한 "혁명"은 국민에 의해서 이뤄진 "촛불혁명"으로 이제 완성될 수 있었다.

 

4.  옥의 티와 동의 하지 않는 의견들

  류택형 변호사의 육성 녹취록을 읽다보면, '청불'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많이 나온다. 들을 수 없다. 라는 뜻의 '청불'이 너무 많아 글의 내용을 알 수 없었으며, 읽는 내내 짜증이 났다. 보다 면밀한 분석을 통해서 전체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배려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 책에는 제5부에 박정희 유신시대 정리라는 쳅터가 있다. 박정희의 삶을 중심으로 유신시대를 정리했는데, 정작 김재규 연보는 없다. '의사 김재규'라는 책에 김재규의 연보가 빠져있고 그 대신 박정희의 삶을 정리해놓은 것은 이 책의 커다란 실수가 아닐까? 이책은 박정희에 대한 책이 아님을 이책의 저자는 명심해야할 것이다.

  '알몸 박정희'의 저자 최상천은 김구를 실패한 리더로 본다. 더 나아가서, 일본이 한국에서 수탈해간 것보다 일본이 한국에 투입한 예산과 자본이 훌씬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뿐 아니라 일본이 철도와 항만을 놓았다. 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확한 데이타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미화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이러한 지적을 한 것이 경제제일주의 가치관을 비판하려는 최상천의 의도란 것은 이해하지만, 그 근거들은 나를 몹시 불편하게 한다. 일제의 식민지배로 인해서 일제가 조선의 토지와 쌀! 그리고 수많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여성을 성노예로 끌고간 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엄청난 아픔을 남기고, 정신적 육체적 그리고 역사적 피해를 주었다. 이를 간과하면 안될 것이다.

 

5. 구국여성 봉사단과 최태민

  항소이유서에서 김재규는 구국여성봉사단과 최태민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다. 큰영애와 최태민의 전횡을 보고서로 만들어 박정희에게 올렸으나, 박정희는 친국을 했으면서도 박근혜와 최태민을 떼어 놓지 않았다. 만약 이때 구국여성봉사단과 최태민의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오늘의 국정농단 사태는 없었을 것이며, 박정희의 신화도 건재했을 것이다. 제대로 풀리지 않은 역사의 실타래가 오늘을 옥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김재규는 단종에 대한 충의를 지키다 수양대군에 의해서 죽은 김문기의 후손이다. 그는 이를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한다. 김문기가 후대에 재평가 되었듯이, 김재규도 재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김재규의 동생 김항규는 자신이 좋아하는 설송 스님의 법문을 읇조린다.

 

바람 없는 천지에 꽃이 필 수 없고  (無風天地 無花開)

이슬 없는 천지에 열매 맺을 수 없네 (無露天地 無結實)

 

  김항규씨가 이 법문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통 없이 어찌 기쁨이 있을 수 있으며, 땀흘리지 않은 자에게 어찌 값진 결실이 있으리요. 김재규가 일으킨 10.26이라는 바람이 있었기에 지금의 민주주의의 꽃이 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온 2017-11-12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재규 연보가 없다니! 어이상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얼마나 매력적인 이름인가? 특히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이래의 세계적 과학 교양서라는 설명도 매력적이다. 국민라디오 '전영관의 30분 책읽기'에서 이윤호 선생의 추천을 듣고 이 책을 읽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과학이라는 분야에 쉽게 손이가지 않았다. 과학분야에 한번 도전을 해보기로 굳게 마음 먹고 서가에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꺼내들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기존 관념을 깨부수다!!

  우리가 느끼는 단단함은 환상이다.!! 언듯 이해가 되질 않았다 두공의 음전하 때문에 생긴 힘장이 서로 반발하기 때문에 단단함으로 느낄 뿐이란다. 한예로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1옹스트롬(1억분의 1센티) 정도 떠있다. 단단함은 단단함이 아니다!! 마치 선문답처럼 들리는 이 말이 사실은 진실이라니... 믿기지 않는 원자의 세계가 신비해보인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과 특수상대성 이론을 아는가? 무슨 내용인지는 몰라도 들어는 보았을 것이다. 상대성 이론 중에서 빛의 속도로 가면 시간이 느려진다는 말이 있는데, 놀랍게도 이책에는 미국 횡단 비행기에서 내리면 수천억분의 1초 젊어진다는 내용이 있다. 빛의 속도로 이동할 때에만 적용되는 이론이 일반 생활에서도 적용된다면, 열심히 뛰어다니를 사람은 하루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람보다 수천억분의 1초 젊어질 수도 있지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것은 열심히 운동할 수록 우리몸의 생체나이는 젊어진다는 의학상식에 기초해 보아도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회를 믿는가? 우리의 영혼이 윤회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원소들은 윤회한다. 즉, 우리가 죽고 나면 그 원소들은 모두 재활용된다. 원자들이 재분배되기까지 수십년이 걸리기에 역사속 인물로부터 원소를 물려받게된다. 그러문로 우리의 원소들은 윤회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과학이 종교와도 합일점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과학의 언어와 종교의 언어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단초를 보았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태양계의 행성을 외울때 우리는 이들 행성들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당연히 암석들로 이뤄져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수성부터 화성까지는 내행성이고, 목성부터 해왕성까지는 외행성이며, 명왕성은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내생성은 암석으로 되어있고, 외행성은 기체로 되어있다. 여기까지는 이책을 읽기 전에도 알고 있었던 상식이다. 그런데, 화성과 지구가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당신은 알았는가? 달과 화성에는 지구와 같은 액체로된 핵이 없다. 그결과 자기장이 달과 화성에는 없다. 이말은 우주선을 차단할 수 없으며, 달과 화성에는 생명 살 수없다는 말이 된다. 지구는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여러 조건을 가진 행운의 행성이다. 그런데 그 자기장이 지금 약화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인류는 과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핵전쟁이 일어나도 바퀴벌래는 살아 남는다는 말이있다. 그런데, 바퀴벌래보다 박테리아의 생명력은 더욱 놀랍다. 미크로콕쿠스 라디어 필루스는 방사성 물질을 먹고 사는 박테리아이다. 방사선에 대한 면역력도 있다. 이 박테리아를 이용해서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그만큼 박테리아의 생명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연쇄상구균은 달표면에 2년 동안 놓아두었던 카메라 렌즈 속에서 회복되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극한 상황속에서도 박테리아는 생존했다. 이 책에 따르면, 지구는 그들의 행성이고, 우리가 이곳에 살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허락해 주었기 대문이라고 한다. 과연 박테리아의 한계는 있을까? 두려움 마져 든다.

  그런데, 박테리아에 맞먹는 생물이 있다. 피롤로부스 푸마리는 113도에서도 사는 초고온성 미생물이다. 이 책에 따르면 대략 섭씨 120도 정도에서도 미생물은 살아갈 것이라 한다. NASA는 혹독한 환경이라도 액체의 물과 약간의 화학에너지라면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약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어느 것 보다도 강하다는 생각이든다.

 

 

2. 유발하라리의 흔적

  사피엔스라는 책을 읽었을 때가 기억난다. 유발하라리의 박식함에 놀랐고 한편으로는 역사의 영역을 벗어나는 과학의 영역에 대한 서술이 과연 옳은 견해일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유발하라리가 단순히 자신의 상상력에만 근거하여 사피엔스를 서술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인간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에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진화했다고 배웠다. 그런데, 유발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는 오스틀라로 피테쿠스를 비롯한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와 별개의 종으로 설명했다. 이것은 나에게 커다란 혼란이었으며, 과연 유발하리의 주장이 과학자들의 보편적인 생각인지가 의심이 되었다. 이 책에는 인류는 아프리카를 2번 탈출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200만년전 호모에렉투스가 아프리카를 탈출해서, 자바인, 베이징인,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델르탈렌시스로 진화했고, 10만년전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탈출하여 호모 에렉투스스를 박멸하며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물론 다지역 기원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아직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유발 하라리의 서술은 틀렸다고 볼 수가 없다.

  유발 하라리는 생명체를 유전자를 남기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는 존재로 보았다. 우리가 밀을 정복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밀이 인간을 혹사시키면서 성공적으로 유전자를 번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이 좀 억지스럽게도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에도 모든 생물은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서 그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서술하고 있다. 자신의 죽음도 불싸하는 생명체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유발하리라의 견해가 옳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를 저술하기 이전에 혹시, 이책을 읽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3. 방사능! 그 위험성과 인간의 무지!!

  한국 탈핵을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이제 대세가 되었다. 10여전 전까지만 하더라도 탈원전 정책은 영원히 이뤄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탈핵정책이 한국의 과제로 다가왔다. 원전마피아라고 비판을 받던 세력들이 이제는 다급한 마음에 갖가지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탈원전 정책은 끔쩍도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 핵에 관해서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다.

  퀴리부인의 전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퀴리부인의 죽음에 대해서 나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퀴리부인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결국, 백혈병에 걸려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웠다 퀴리부인의 실험 노트는 밀폐된 통에 보관되어 있으며, 보호복을 입은 사람만이 볼수 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1938년이 되어서야 생활용품에 방사성 물질을 넣는 것이 금지되었다는 사실이다. 신비한 에너지원이라고 생각되었기에 치약과 왕하제에 방사성 토륨을 넣고, 글렌 스프링스 호텔은 "상사성 미네랄 온천"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신비한 에너지가 사실은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퀴리부인은 용감하게 라듐을 연구했으며, 인류는 1938년이 되어서야 생활용품에 방사성 물질을 넣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서 핵발전소를 계속 지어졌고, 핵발전소에 이익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핵발전소가 필요하다는 신화를 만들고 있다.

  핵발전소가 사고가 날 확률은 백만분의 1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런데 핵사고는 백만분의 1의 비율로 일어나지 않았다. 쓰리마일 사고, 체르노빌 사고, 후쿠시만 원전 폭발!! 핵발전소 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난 샘이다. 그런데, 이러한 위험한 핵발전소를 두개의 판이 충돌하는 지역에 짓고 있다. 빌 맥콰이어는 도쿄를 '죽음을 기다리는 도시'라고 표현했다. 왜? 그랬을까? 두개의 판이 충돌하면 한쪽이 밀려 날때까지 압력은 높아진다. 지진이 일어나는 간격이 길면 압력은 세지고 지진의 강도도 세진다. 이렇게 쌓인 압력이 한꺼번에 터진다면, 도쿄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후쿠시마 핵사고는 핵발전소가 생각보다 튼튼하지 않다는 사실과 두개의 판들이 부딛히는 곳은 지진이 일어날 수 있었음을 알았다면, 일본은 핵발전소를 짓지 말았어야한다. 그런데 그들은 핵발전을 계속했고, 결국 후쿠시마 핵사고라는 무시무시한 재앙을 맞닥들이게 되었다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미국은 1946년부터 1990년까지 55갤런짜리 드럼에 넣은 방사성 폐기물을 샌프란 시스코에서 약 50km 떨어진 파랄론제도에 싣고가서 바다에 던져버렸다. 방사성 폐기물의 위험성을 잘알고 있는 인류가 방사성 폐기물을 생명의 보고인 바다에 무단으로 투척했다. 어쩌면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는 것을 미국이 용인한 것도 과거 자신이 한, 방사성 폐기물의 바다 투척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지 의심이든다. 생명의 바다가 후쿠시마 원전과 과거 인류가 벌인 핵실험과  핵폐기물 투척에 의해서 죽음의 공간으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4. 생명을 위한 축복의 별!!

  지구는 생명탄생을 위한 축복의 별이다. 금성처럼 태양과 너무 가깝지도 않고, 화성처럼 멀지도 않은 훌륭한 위치에 서 공전하고 있으며, 적당한 크기의 태양이 있다. 태양이 더 컸다면, 태양은 더 빨리 타버렸을 것이다. 액체의 외핵이 존재해서 우주선을 차단해주는 자기장이 생겼으며, 지구를 안정화시키는 달이 존재한다. 적절한 시기에 공룡이 멸종되어 인간은 공룡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 지구라는 별은 생명이 탄생하기에 너무도 좋은 축복의 별이다.

  이러한 지구도 5차례의 대규모 멸종과 수많은 소구모의 멸종이 있었다. 오르도비스기, 데본기, 페름기, 트라키아스기, 백악기가 그 5차례의 대멸종이다. 지구를지배했던 공룡도 멸종했다. 다른 종의 번성을 위해서는 멸종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도 대멸종을 피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멸종하지 않고 영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인간은 자만해서는 안될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하나이다. 이 책에는 흥미로운 실험이 소개되어 있다. 쥐의 눈을 발달시키는 유전자를 초파리 유충에 삽입했는데, 놀랍게도 초파리의 눈이 생겼다. 또한 바나나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기능의 절반이 근본적으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기능과 같다. 이러한 사실은 무엇을 뜻할까? 인간도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인간만이 만물을 지배하는 특권을 가졌다는 오만한 생각을 내려놓고,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갖을 때, 인간이 스스로 초래할 수 있는 대멸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보이지않을까?

  지구가 인간을 위한 축복의 별이라고만 설명하고 있지는 않는다. 즉, 우리가 지구가 제공하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지구가 인간을 위한 축복의 별처럼 생각되고 있다는 말이다. 만약 타행성에 적응한 생명체가 우리 인간이 제공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 저자는 먹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 음식에는 셀레늄, 망가르니즈를 비롯한 많은 원소가 있기에 그들은 우리의 음식을 먹고 죽을 수도 있다. 이를 뒤집어 말한다면 지구인이 다른 행성에 가서도 그 행성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어쩌면 지구별은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별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인간은 지구별의 수많은 생명체들을 멸종시키고 있다. 날개없는 도도새를 서구인들이 마주친지 7년만에 멸종시켰다. 그리고 수많은 생명체를 인간은 멸종시키고 있다. One planet, one experiment!! 하나의 지구, 하나의 실험이라는 윌슨의 말처럼 우리에게 지구는 하나의 행성이고 우리는 하나뿐인 실험을 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이 다른 종들을 멸종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 멸종은 인간 자신으로 까지 번질 수 있다. 이에 대한 해결의 열쇠도 인간이 가지고 있다. 이제 그 능력을 지구의 생명체들과 나눌차례가 온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선택이 아니라 이루어야만할 의무이다.

 

5. 책속의 옥의 티!!

  빌 스라이슨은 어렵과 딱딱한 과학지식들을 쉽게 설명하려 무척이나 애를 썼다. 과학자들의 뒷이야기를 꼼꼼하게 파헤쳐서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화와 함께 서술하였다. 이러한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이해하기가 너무도 힘든 부분이 많았다. '무궁형, 광궁형, 이궁형...' 이러한 개념을 설명할 때는 관련된 사진이나 도표를 삽입했어야했다. 그러나 단한장의 사지도 이 책에는 들어있지 않다. 겉표지에 있는 호모에렉투스와 공령들, 그리고 태양계를 비롯한 몇 장의 사진이 전부이다. 과학을 대중화하려는 빌 브라이슨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초상화나 사진을 첨부하고, 관련 개념을 깔끔하게 도표로 정리하고, 관련 사진을 첨부했더라면 이 책이 덜 어려웠을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옥의 티는 2003년에 발행되고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미국인이 발견한 명왕성에 대한 애정이 녹아있다. 그래서 "1999년 2월에 국제천문연합이 명왕성이 행성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던 것은 좋은 소식이다. 우주는 크고 외로운 곳이다. 가능하면 많은 이웃과 함께 사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는 설명을 덧붙여 명왕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런데,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에서 행성의 분류법을 변경함했고, 그에 따라서, 크기가 충분히 크지 않고, 주변의 얼음 부스러기 등을 끌어들일 수 있는 충분한 중력이 없어 명왕성의 행성지위를 박탈하였다. 미국 표현에 '그사람 명왕성 됐어'라는 표현은 '그 사람 끊떨어졌어'라는 뜻이라 한다.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134340'이라는 번호를 부여 받은 명왕성에 대한 지식을 수정하지 않았다. 개정이 시급한 부분이다. 아마도 개정판을 낸다면, 빌 브라이슨은 태양계의 가족이 줄어들었다고 슬퍼할 것이다.

  옥의 티는 단순히 재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사 교과서를 보면 전곡리 유적지가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세계 구석기 문화를 유럽의 아슐리안 문화와 동아시아의 찍개-찌르개 문화로 나누었던 하버드대학교의 모리스교수의 이론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린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적지이다. 지금도 해마다 구석기 축제를 열고, 세계의 구석기 연구자들이 한국에 오면 꼭 들르는 곳이다.  그런데, 빌 브라이슨은 아슐리안 도구가 극동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단정적으로 적고 있다. 전곡리 유적지는 1978년에 발견되었고, 1979~83년에 6차례, 그리고 1986, 1991년에 발굴되었다. 이 책이 나오기 한참 전에 이미 여러차례 발굴이 완료되었다. 그런데도 이책은 이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 백인 우월주의가 가미되어 있는 모리스교수의 이론을 아직도 고집하고 있는 것은 빌 브라이스의 실수일까?

 

6. 도도새로 살 것인가? 신천옹으로 살 것인가?

  신천옹이라는 새를 아는가? 알바트로스라고도 부른다. 한번 하늘을 날면 힘차고 멋있게 자유로이 하늘을 날 수 있다. 한번 날면 6일 동안 착륙하지 않고 하늘을 날며 어느 알바트로스는 10년을 날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착륙하면 날개는 거추장 스러운 존재가 된다. 뱃전에 부딪힌 알바트로스는 날지도 못한다. 충분한 이륙 공간이 없기에 날수도 없다. 여행객이 돌을 던져도 뒷둥거리며 도망갈 뿐이다. 알바트로스의 날개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차라리 이 날개를 없애버리는 것이 신천옹에게는 더 낫지 알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렇다면 날개없는 도도새로 살것인가? 도도새는 태평양의 섬들에서 살고 있었던 새들이다. 자신의 천적이 없었기에 도도새는 나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힘들여 날기보다는 날씬한 다리로 걸어다니며 평화로이 살았다. 그런데 백인들이 태평양에 도착하자, 그들을 만난지 7년만에 도도새는 멸종되었다. 하나남은 도도새의 박제품도 불속에 던져졌다.

  우리는 도도새로 살 것인가? 신천옹으로 살 것인가? 나의 웅대한 꿈을 쫒으며 살 것인가? 꿈을 포기하고 편안한 삶을 살 것인가? 도도새와 신천옹의 이야기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준다.

 

7. 재미있는 과학 상식들..

 연금술에서 화학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독일의 브란트는 소변으로 '금'을 만들려다가 '인'을 발견했다. 지하창고에 오줌 50통을 모았다니, 브란트의 인내력은 대단하다.

  진화론을 아는가? 진화론은 다윈이 처음 주장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다윈 이외에 윌리스, 패트릭 매튜도 비슷한 시기에 진화론을 주장했다. 우리 기억속에 다윈이 최종적으로 기억되었을뿐, 다윈만이 진화론을 최초로 주장하지는 않았다. 객관적인 사실과 우리가 기억하는 사실사이에는 많은 간극이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들어보았는가? 그렇다면 허블이라는 과학자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는가? '허블'은 우주는 우리 은하만이 아니라 수 많은 독립적인 은하로 구성된 '우주섬'이라는 사실을 밝힌 사람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자, 허블 우주 망원경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이 통설로 받아들여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판구조론이 나와 대륙이 이동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대륙이동설은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대륙 이동설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도 많다. 오스트레일리아가기울면서 가라 앉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북쪽으로 이동하는데 앞부분은 180m 아래로 꺼졌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학설이 등장한다면, 대륙이동설도 무너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론은 깨지기 위해서 존재하는가 보다.

  스페인 독감을 아는가? 그럼, 스페인 독감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 생체실험이 시도된 것은 아는가? 보스턴항의 디어섬  '군용감옥'에서 62명의 지원자들에게 배설물을 목안에 발라주고, 스페인 독감에 걸린 환자가 죄수의 얼굴 앞에서 기침을 하도록 했다. 그런데 62명의 죄수는 독감에 걸리지 않았다. 단지 의사가 걸려 사망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아이러니이다. 인간을 대상으로한 합법적 생체실험!! 이러한 생체실험을 했던 미국이 과연 인권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에 읽었던 책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바로 '빅 히스토리'라는 책이다. 빅뱅에서 현재까지의 역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문!! 걸음마 단계에 있는 빅히스트리를 쉽게 설명해 놓은 이 책을 읽고, 우주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이번에 읽은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빅히스트리를 심도있게 서술한 책으로 내게 다가왔다. 이 책도 빅뱅에서 현재까지의 과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빅 히스토리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아울러 과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고 싶은 문과생들에게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