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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통일토크 - 남북관계 현장 30년: 이론과 실제
정세현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정세현!! 그의 이름은 외교분야의 달인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팟케스트 벙커1에서 한반도 정세에 대한 특강을 들었을때, 그의 내공에 자못 놀랐다. 그가 김대중 대통령시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통일부 장관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내공을 더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다가 평창 동계 올림픽으로 급격히 화해무드로 접어들었다. 이 상황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위대한 여정을 살펴보고 이를 정세현의 탁월한 식견으로 그 맥락을 파악해보고 싶어졌다. 그의 식견을 느껴보자!
1. 우리도 변하듯, 북한도 변해왔다. 북한을 바로 알자!!
언론에서 현실 정세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진보적인 모습의 정세현 전장관! 그는 스스로 '반공강사'였다고 말한다. 정부의 입장에서 북한의 한마디 논평도 그 곳에 있는 '저의'를 분석하고, 한국 정부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강연을 했던 그가! 가장 진보적이고 식견있는 인사로 변신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진보적인 사람들이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은 흔히 보아왔다. 그러나 보수적이었던 사람이 진보적으로 변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를 이렇게 변화시킨 원인은 무엇일까? 정세현은 북한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북한의 6.25 때의 북한이 아니고, 5.16 직후의 북한이 아니며, 1970년대 북한도, 1990년대 북한도 지금은 없다고 단언한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다시 김정으로 3대가 바뀌었는데, 어찌 북한에 변화가 없었으랴! 우리는 투철한 반공교육으로 인해서, 북한은 절대 변화하지 않는다고 믿어왔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북한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만들어 냈다. 북한과 대화하려면, 변화하는 북한을 직시해야한다. 그래야 '지피(知彼) 가 가능한 것이다. 정세현은 우리가 범하는 가장 전형적인 오류를 지적해주고 있다.
북한의 '김일성 우상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들이 왜? 김일성 우상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권력욕에 의해서 독재를 정당화하고, 권력 세습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라고, 나는 단편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정세현은 한발자국 더 나아가서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소련의 스탈린 우상화, 중국의 마오쩌둥 우상화와 북한의 김일성 우상화는 맥을 같이한다. 우상화를 통해서 모아진 힘을 경제 발전에 투입한다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박멸하고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거짓말을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자신이 상상한 것을 진실이락 믿는다. '민족', '종교' 등의 각종 이데올로기를 진실이라 믿고, 기꺼이 자신의 생명까지 바쳐가며 그 조직을 위해서 싸운다. '스탈린 우상화'를 비롯한, '김일성 우상화'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이를 소련과 북한의 인민이 믿도록하고, 이렇게 해서 모아진 힘을 경제 발전에 투입했고, 스탈린 시기, 김일성 시기에 경제 발전이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분석한다. 정세현이 '우상화'를 분석한 방식은 유발 하라리가 '상상의 관념'을 설명했을 때의 논리와 그 구조가 같았다. 현실을 단순히 '독재', '세습'이라는 논리로 바라본다면 피상적인 인식밖에는 이룰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독재자는 행복할까? 독재자는 행복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 한다. 왜일까? 절대 권력의 정점에서 자신의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의심을 해야하며, 누구도 믿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치밀해야한다. 2017년 10월 4일 부터 시작된, 제2차 남북 정상 회담의 마무리 환송 오찬에서 정세현은 김정일에게 '2008 베이징 올림픽 단일팀'을 건의했다. 그러자 김정일은 단번에 '실무자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말합디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남측에서 올림픽 단일팀을 제의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사전보고를 받고, 꼼꼼히 이를 살피고 준비했기에 가능한 즉답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두개의 한국'에서 보았던 김일성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김영삼정권 시기에 남북 정상회담을 직접 준비하던 김일성이 과로로 인해서 쓰러졌다는 사실은 독재자의 기본 요건이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챙기며 권력 누수를 막아야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다. 어디 김일성 뿐인가? 제3차 남북 정상 회담에서 김정은이 보여준 모습에서도 치밀한 독재자의 모습이 보여진다. 세심한 부분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연장자로 배려하고, 언론에 호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회담이 끝나고 흘러나온 언론의 기사 중에서는, 만찬장에 홍준표 자유 한국당 대표가 초청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북측에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홍준표가 김정은에게 무례한 말을 하면, 허허 웃어 넘기면서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주고, 만일 김정은과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다면, 남북 정상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자신들이 권력을 잡았다고 해서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다고한다. 정말 그들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북측의 미녀 응원단들이 버스에서 갑자기 내렸다. 그녀들은 울면서 비를 맞고 있는 김정일의 플래카드를 걷었다. 장군님이 비를 맞는다며..... 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세뇌교육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세뇌교육과 김일성 우상화가 미녀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미녀 응원단들이 회초리를 맞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정세현은 그녀들이 회초리를 맞는 이유를 차창 밖을 몰래 보았다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커튼 사이로 비치는 한국의 모습을 보았던 그녀들이 회초리를 맞았을 정도면, 비를 맞는 김정일 사진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다면, 이후, 북한에 돌아가서는 무시무시한 처벌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지 않았을까? 김정일의 사진을 들고 울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북한의 슬픈 현실을 다시금 엿보게 되었다.
2. 북한의 협상 전술
김영삼 정부시기, 북한의 외교술을 신기에 가깝다라고 감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과 통하고 남한을 봉쇄시키는 '통미봉남'정책에 당시의 남한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약소국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중에 하나가 외교이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세치의 혀로 거란군을 물러가게 했으며, 강동 6주라는 땅까지 얻었던 고려의 서희를 예로들지 않더라도 외교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협상술에는 어떤 것이 있고, 이를 이를 극복하기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을 조심해야할?
첫째, 굴레에 쓰지 말자! 북한이 자주 쓰는 원칙이 원칙의 굴레이다. 저자 정세현은 7.4남북 공동성명에서, 자주, 평화라는 원칙을 받아들인 것은 원칙의 굴레에 씌워진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은 자주를 들먹이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고, 북한이 말하는 평화는 우리가 말하는 평화와는 다르다. 남한에서 친북한적 정권이 정권을 잡아서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통일한다는 논리가 숨어있다고 한다. 자주, 평화라는 원칙 뿐만 아니라, 회담 초기에 일반적인 원칙을 말하고 이에 남한이 동의하면, 이 원칙을 빌미로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결과를 얻으려하는 것이 북한의 협상술이다. 이 원칙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야 우리가 원하는 협상을 이끌어 갈 수 있다. 그러나, 적의 무기를 이용해서 적을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 자주통일! 평화통일!을 이용해서, 역으로 북한에게 굴레를 씌울 수 있지 않을까? 북한의 협상술을 역이용하는 협상술을 개발한다면, 우리의 협상 능력은 배가될 것이다.
둘째, 시한의 굴레에 씌이지 말자! 시한을 정해 놓고 그때까지 협상을 타결해야만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사용한다면, 우리는 많은 것을 양보해야한다. 이것은 북한만이 자주쓰는 전술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에서 '일본군' 위안부 회담이 졸속으로 열렸다. 너무도 어이없는 졸속 회담에 많은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센 저항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이 어찌 정부가 우리를 핍박하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졸속 타결을 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한 외교전문가는, 시한의 굴레에 씌워졌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미국의 오바마에게 '올해말'까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타결하겠다고 말했고, 결국 시한의 굴레 속에서 아베정권은 쉽게 타결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많은 것을 양보하는 어이없는 타결이 이뤄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한민국 국민에게로 전가되었다. 무능한 외교! 무능한 협상력이 어떠한 결과를 빚어내는지 우리는 피부로 느꼈다.
셋째, 내가 놓은 덧에 내가 걸려들지 말자! '천만 이산가족'이라는 말을 들었는가? 그런데, 이산가족의 숫자가 천만일까? 정세현 전통일부장관은 '천만 이산가족'이라는 말은 대북 압박용, 대내 홍보 차원에서 만든 말이라고 한다. 정확한 조사를 거쳐 만들어진 숫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남북의 천만 이산가족이 100명씩 만나면 언제 다만나겠는가?'라는 비판 기사가 종종 신문지상에 떠돈다. 대북 압박용, 대내 홍보용으로 '천만 이산가족'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또한, 북을 올가 매려고 만든 용어가 때로는 정부를 비판하는 용어로 사용될 수 있음에 더욱 놀랍다.
넷째, 북한의 관심사를 정확히 파악해라! 북한과 협상을 하면서, 북한이 남한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쏜다며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불평은 타당할까? 물론 타당한 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의 관심사! 저의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미국과 수교를 통해서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싶어한다. '체제 보장이 된다면,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 이유가 있는가?'라는 북측의 말을 곱씹어보아야한다. 체제 안정을 위해서 강력한 협상카드를 만들기 위해서 핵을 개발하고, 이를 운반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하려는 것이 북한의 전략이다. '체제 보장'이라는 절대 절명의 과제를 문재인 정부는 잘알고 있었다. 그리고 평창 올림픽을 이용해서 '한반도 운전자'가 되어 남북이 만나고, 북미를 연결시켜주었다. 물론, 미국의 트럼프가 미국 패권주의를 포기한 것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외교활동에 많은 기여를 했다. 만약 트럼프가,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 패권주의를 계승했다면, 문재인 정부도 외교력 발휘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를 정확히 읽고고, 북한의 주된 관심사를 정확히 파악해서 외교력을 발휘할 때만이 좋은 외교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다섯째, 받으려면 먼저 주어라! 도덕경에 이런말이 있다. 거두어들이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베풀어야하고, 장차 약하게 하려면 반드시 강하게 해야하고, 장차 무너뜨리고자 한다면 반드시 일으켜세워야한다. 장차 빼앗으려면 반드시 주어야한다.(장욕흡지將欲歙之에 필고장지必固張之하고, 장욕약지將欲弱之에 필고강지必固强之하고 장욕폐지將欲廢之에 필고흥지必固興之하고 장욕탈지將欲奪之에 필고여지必固與之하니) 도덕경 제36장에 나와 있는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얼어붙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이보다 좋은 전략이 없다. 기존의 보수 정권에서는 If ~ then 방식의 상호주의 외교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북한은 핵을 개발하고 남북관계는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이를 대북 포용정책으로 변경하고, 그들에게 쌀과 비료를 주었다. 그러자 북한은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이라는 글자가 적힌 쌀자루를 보면서 남한에 대해서 친근감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의 평화와 북한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진보정권들이 지속적으로 북한에게 베풀었기 때문이다. 값진 평화와 귀중한 통일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베풀어야한다. 노자와 정세현은 이를 강조하고 있다.
여섯째, 철저한 준비와 돌파력을 갖춰라! 외교를 비롯한 각종 협상에서 철저한 준비와 돌파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강조할 필요가 없다. 거꾸로 말하자면, 지금의 남북관계 성과가 있었던 것은 과거 진보정권이 탁월한 준비와 돌파력이 있었기 때문다. 가장 놀라운 것은 김대중 정부 시기에, 모의 남북 정상회담을 무려 4시간이나 갖고 있었고, 정세현은 북측 대표역할을 맡아서, 남측에서 답변하기 힘든, 주한미군 철수를 비롯한, 연방제 통일 방안에 대해서 말하면서 공략해들어갔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참모진이 준비한 자료를 보지도 않고 10분 이상 답변을 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나이가 76세였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명석하다는 사실은 너무도 유명해서 놀랍지 않지만, 나이가 76세인데도 불구하고 명석한 두뇌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 비결은 아마도 어려서부터 해오던 그의 독서의 힘이 아니었을까?
진보정권의 돌파력도 대단했다. 금강산 관광선 출항일자를 결정할때, 정세현 장관은 국제정세를 생각해서 미루려했으나, 외교안보수석은 APEC 정상들이 모이는 11월 18일을 출항일로 잡았다. 많은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클린턴이 축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의 돌파력이 없었던들, 남북관계 개선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3. 통일의 필요성과 교훈
어느 택시기사가 '남한과 북한이 싸우면 어느 쪽이 이길것 같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는 '우리의 좋은 무기 때문에 반드시 이길것이다.'라고 장담했다. 너무도 어이가 없었던 나는, 전쟁이 일어나면 각종 산업시설이 파괴되며, 만약 핵발전소에 스커드 미사일이 떨어진다면, 한반도는 누구도 살수 없는 땅이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는 놀랍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주변에는 어리석은 택시기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스타크래프트나 워게임 처럼 전쟁을 생각하고 있다. 전쟁은 그 자체로 비극이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에서 북폭비용을 계산한적이 있다. 기간은 단3일, 인명피해 150만명, 전비 1000억 달러, 복구기가 10년이상, 복구비용 3000억 달러이상이 든다.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조언했던 '원로'라는 인간들의 말이 생각난다. 그들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외국가서 살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말을 한 것일까? 어찌 전쟁의 비극을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전쟁을 두려워해야 평화를 위한 노력을 절실히 할수 있지 않은가?
박근혜 지지 집회에는 태극기 뿐만 아니라, 성조기를 들고 나가는 사람이 있다. 미국이 우리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볼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 자들이다. 정세현은 미국은 '처 삼촌 벌초하듯이' 우리문제를 다룬다고 말한다. 현실을 직시하자! 보수파여! 그대들이 그토록 믿고 있는 미국은 한국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한국문제는 그들의 수많은 의제중에 하나일 뿐이다. 돈가진자가 자녀를 잘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애정이 있는자라야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다. 한국문제에 대해서 사랑과 애정이 가장 많은 자는 한국인이다. 결코 미국일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의 국익을 위해서 한국문제를 테이불에 올려 놓고 협상을 하며, 자국에게 이로운 결정을 내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한다.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열정과 애정, 관심이 있는 자는 바로 우리뿐이다.
그렇다면, 우선 왜? 통일을 해야하는지 알아보자. 2010년 한국에 왔던 GE-인터네날의 베칼리(Beccalli) 회장은 그의 연설에서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스위치가 되어 있는 한국이 살 길은기술, 세계화, 북한 이렇게 세가지다.'라고 말했다. 통일의 필요성은 북한에게만 절실한 것이 아니다. 인구절벽! 제조업 절벽!에 휩싸여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살아날 수 있는 돌파구는 통일인 것이다. 특히 남북 교역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사실을 떠올려보자. 물론, 이명박 정부까지의 통계를 보았을 때이다. 이책이 이명박 정부 까지의 데이터만 있기 때문에 이를 양해바란다. 대북지원 규모는 노무현 정부 때 가장 많았으나, 남북은 반입 반출량은 보수정권인 이명받 정권시기에 가장 많은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이 사실은 남북의 교역이 서로에게 많은 이익이 된다는 증거가 아닐까? 통일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게임이다. 또한, 반드시 윈-윈 게임으로 만들어야한다.
우리가 통일을 이뤄야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독재자들의 장기게임에 국민이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이다. 1972년 12월 27일에 무엇이 일어났는지 아는가? 남한에서는 유신헌법에 의해서 1972년 12월 23일 박정희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1972년 12월 27일에 8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같은날!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을 채택하고, 김일성은 주석에 취임한다. 7.4 남북 공동성명에 싸인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그들은 국민의 염원인 통일을 자신의 독재에 이용하며, 날짜까지 맞추며 독재행보를 했다.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있어야 되겠는가?
그럼, 통일은 어떻게 이뤄져야할까? 정세현은 남북이 서로를 용납하는 사용성, 서로 융합하는 상융성, 서로 보충하는 상보성이 갖춰져야 통일을 논의하고 준비할 수 있다고 한다. 정치적인 통일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옷도 벗지 않고 목욕을 하려는 미련한 짓이다. 먼저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 하나로 융합하려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줄 때만이 통일을 논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일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까?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데, 왜? 북한을 떠안아야할까? 정세현은 바로 그 통일비용을 '일본'이 의뢰하지도 않았는데, 계산했다는 점이다. 왜? 일본이 먼저 통일비용을 계산했는가? 일본은 남북한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일본 극우파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일본경제가 살아닌다는 망발도 서슴치 않고 말한다. 결국 통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계산은 일본의 통일 방해 공작인 셈이다.
통일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동독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통일을 이룰 수 있다. 통일이 정치 논리에 빠지지 않아야했으나,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동독과 서독의 화폐통합을 1:1로 해버렸다. 실정은 4:1인데, 이를 1:1로 교환했으니, 동독의 인건비는 상승했고 동독인들을 고용한다고 해서 이익을 보는 기업은 없어졌다. 또한 서독으로 이주한 동독 출신 주민의 동독 땅소유를 인정했다. 결국, 땅값이 올라가고 그로인해서 동독에는 비싼 값을 치루고 공장을 세울 기업이 없게 된다. 동독의 실업률은 높아지고, 동서독의 갈등은 높아졌다. 동독에서 배우자. 그들을 반면교사로 활용한다면 통일비용은 줄어들고, 통일의 씨너지는 높아질 것이다.
4. '두개의 한국', '한국사'교과서와 비교
이 책은 '두개의 한국'이라는 책과 내용상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두책을 비교하게 된다. '대구의 한국'이 밖에서본 남북한의 대립과 화해의 역사라면, '정세현의 통일토크'는 안에서 남북관계를 이끌었던 사람들의 땀이 담긴 보고서라 할 수 있다. '두개의 한국'에서는 전두환과 노태우 정부때 남북 정상회담을 시대한 내용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를 현장성이 강한 이 책에서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러나 전두환 정부에서 추진된 남북 정상회담은 한마디 설명도 없었으며, 1990년대 노태우 정부에서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 노력은 북한의 화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서 나온 해프닝으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두개의 한국'이 밖에서 바라본 것이기에, '정세현의 통일 토크'라는 책의 현장성과 정확성을 갖기 힘들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시기에 남북정상회담 준비설에 관심이 가는 것은 왜일까?
이 책은 우리 교과서에서의 서술내용과 다른 내용도 있다. 남북 조절위원회가 중단된 이율르 교과서에서는 팀스피릿 훈련을 빌미로 북한이 중단한 것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정세현은 북한이 김대중 납치 사건을 빌미로 '비도덕적인 정권'과 대화는 무의미하다며 중단했다고 서술되어 있다. 어느 것이 진실일까? 아마도 둘다일듯 싶다. 남북 조절위원회 중단 이유가 하나일 필요는 없으니까...
1983년 아웅산 테러를 기억하는가? 당시 초등학교 1학년 이었던 나는 방송을 통해서, 테러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수업도중 묵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1984년 4월부터 6월 사이에 23회 LA올림픽에 남북 단일팀 구성 협의가 있었다. 정세현은 북한에 면죄부를 준다며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협의를 받아들였다. 정세현은 이를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두개의 한국'이라는 책에서는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 협상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두개의 한국'의 저자 돈 오퍼도퍼의 분석이 옳은 듯 싶다. 밖에서 본 시각이, 안에서본 시각보다 정확한 경우도 있다. 숲안에서는 숲 전체를 바라볼 수 없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246쪽에 '20010년'이라는 오타가 있다. 이를 2010년으로 수정하길 바란다. 이러한 오타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나에게 통일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를 틔이게 해주었다. 정세현은 고등학교 선생님이 약소국에서 애국하는 길은 외교관이 되어 미국과 같은 강대국에게 원조를 많이 받는 것이라고 했던 말을 가슴에 담고 외교학과에 진학한다. 그는 대학에서 이용희 교수로부터 "분단 국가인 한국에서 국제 정치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은 통일 문제와 관련있다. (중략) 한국에서 국제 정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기 입장이 뚜렷해야 한다. '내 나라'와 '남의 나라'를 혼동하면 안된다. 항상 '안'과'밖'을 구분하며 '내 나라'입장에서 유불리를 가릴 줄 아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국제정치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라는 이 말을 1971년 4월 18일 7대 대통령 선거 유세를 하는 김대중 후보의 장충단 연설을 통해서 그 참의미를 개달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참다운 외교의 진리를 깨닫게 해준, 김대중을 만나서 통일부 장관이 되었다. 그뒤, 노무현 정권에서도 통일부 장관이 되었으며, 지금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많은 조언을 국민에게 해주고 있다. 그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살라는 계시를 받고 사는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통일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제2, 제3의 정세현이 되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