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의 통일토크 - 남북관계 현장 30년: 이론과 실제
정세현 지음 / 서해문집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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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세현!! 그의 이름은 외교분야의 달인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팟케스트 벙커1에서 한반도 정세에 대한 특강을 들었을때, 그의 내공에 자못 놀랐다. 그가 김대중 대통령시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통일부 장관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의 내공을 더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다가 평창 동계 올림픽으로 급격히 화해무드로 접어들었다. 이 상황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위대한 여정을 살펴보고 이를 정세현의 탁월한 식견으로 그 맥락을 파악해보고 싶어졌다. 그의 식견을 느껴보자!

 

1. 우리도 변하듯, 북한도 변해왔다. 북한을 바로 알자!!

  언론에서 현실 정세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진보적인 모습의 정세현 전장관! 그는 스스로 '반공강사'였다고 말한다. 정부의 입장에서 북한의 한마디 논평도 그 곳에 있는 '저의'를 분석하고, 한국 정부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강연을 했던 그가! 가장 진보적이고 식견있는 인사로 변신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진보적인 사람들이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은 흔히 보아왔다. 그러나 보수적이었던 사람이 진보적으로 변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를 이렇게 변화시킨 원인은 무엇일까? 정세현은 북한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북한의 6.25 때의 북한이 아니고, 5.16 직후의 북한이 아니며, 1970년대 북한도, 1990년대 북한도 지금은 없다고 단언한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다시 김정으로 3대가 바뀌었는데, 어찌 북한에 변화가 없었으랴! 우리는 투철한 반공교육으로 인해서, 북한은 절대 변화하지 않는다고 믿어왔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북한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만들어 냈다. 북한과 대화하려면, 변화하는 북한을 직시해야한다. 그래야 '지피(知彼) 가 가능한 것이다. 정세현은 우리가 범하는 가장 전형적인 오류를 지적해주고 있다.

  북한의 '김일성 우상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들이 왜? 김일성 우상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권력욕에 의해서 독재를 정당화하고, 권력 세습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라고, 나는 단편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정세현은 한발자국 더 나아가서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소련의 스탈린 우상화, 중국의 마오쩌둥 우상화와 북한의 김일성 우상화는 맥을 같이한다. 우상화를 통해서 모아진 힘을 경제 발전에 투입한다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박멸하고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거짓말을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자신이 상상한 것을 진실이락 믿는다. '민족', '종교' 등의 각종 이데올로기를 진실이라 믿고, 기꺼이 자신의 생명까지 바쳐가며 그 조직을 위해서 싸운다. '스탈린 우상화'를 비롯한, '김일성 우상화'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이를 소련과 북한의 인민이 믿도록하고, 이렇게 해서 모아진 힘을 경제 발전에 투입했고, 스탈린 시기, 김일성 시기에 경제 발전이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분석한다. 정세현이 '우상화'를 분석한 방식은 유발 하라리가 '상상의 관념'을 설명했을 때의 논리와 그 구조가 같았다. 현실을 단순히 '독재', '세습'이라는 논리로 바라본다면 피상적인 인식밖에는 이룰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독재자는 행복할까? 독재자는 행복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 한다. 왜일까? 절대 권력의 정점에서 자신의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의심을 해야하며, 누구도 믿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치밀해야한다. 2017년 10월 4일 부터 시작된, 제2차 남북 정상 회담의 마무리 환송 오찬에서 정세현은 김정일에게 '2008 베이징 올림픽 단일팀'을 건의했다. 그러자 김정일은 단번에 '실무자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말합디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남측에서 올림픽 단일팀을 제의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사전보고를 받고, 꼼꼼히 이를 살피고 준비했기에 가능한 즉답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두개의 한국'에서 보았던 김일성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김영삼정권 시기에 남북 정상회담을 직접 준비하던 김일성이 과로로 인해서 쓰러졌다는 사실은 독재자의 기본 요건이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챙기며 권력 누수를 막아야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다. 어디 김일성 뿐인가? 제3차 남북 정상 회담에서 김정은이 보여준 모습에서도 치밀한 독재자의 모습이 보여진다. 세심한 부분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연장자로 배려하고, 언론에 호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회담이 끝나고 흘러나온 언론의 기사 중에서는, 만찬장에 홍준표 자유 한국당 대표가 초청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북측에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홍준표가 김정은에게 무례한 말을 하면, 허허 웃어 넘기면서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주고, 만일 김정은과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다면, 남북 정상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자신들이 권력을 잡았다고 해서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다고한다. 정말 그들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북측의 미녀 응원단들이 버스에서 갑자기 내렸다. 그녀들은 울면서 비를 맞고 있는 김정일의 플래카드를 걷었다. 장군님이 비를 맞는다며..... 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세뇌교육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세뇌교육과 김일성 우상화가 미녀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미녀 응원단들이 회초리를 맞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정세현은 그녀들이 회초리를 맞는 이유를 차창 밖을 몰래 보았다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커튼 사이로 비치는 한국의 모습을 보았던 그녀들이 회초리를 맞았을 정도면, 비를 맞는 김정일 사진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다면, 이후, 북한에 돌아가서는 무시무시한 처벌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지 않았을까? 김정일의 사진을 들고 울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북한의 슬픈 현실을 다시금 엿보게 되었다.

 

2. 북한의 협상 전술

  김영삼 정부시기, 북한의 외교술을 신기에 가깝다라고 감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과 통하고 남한을 봉쇄시키는 '통미봉남'정책에 당시의 남한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약소국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중에 하나가 외교이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세치의 혀로 거란군을 물러가게 했으며, 강동 6주라는 땅까지 얻었던 고려의 서희를 예로들지 않더라도 외교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협상술에는 어떤 것이 있고, 이를 이를 극복하기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을 조심해야할?

  첫째, 굴레에 쓰지 말자! 북한이 자주 쓰는 원칙이 원칙의 굴레이다. 저자 정세현은 7.4남북 공동성명에서, 자주, 평화라는 원칙을 받아들인 것은 원칙의 굴레에 씌워진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은 자주를 들먹이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고, 북한이 말하는 평화는 우리가 말하는 평화와는 다르다. 남한에서 친북한적 정권이 정권을 잡아서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통일한다는 논리가 숨어있다고 한다. 자주, 평화라는 원칙 뿐만 아니라, 회담 초기에 일반적인 원칙을 말하고 이에 남한이 동의하면, 이 원칙을 빌미로 자신에게 유리한 협상결과를 얻으려하는 것이 북한의 협상술이다. 이 원칙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야 우리가 원하는 협상을 이끌어 갈 수 있다. 그러나, 적의 무기를 이용해서 적을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 자주통일! 평화통일!을 이용해서, 역으로 북한에게 굴레를 씌울 수 있지 않을까? 북한의 협상술을 역이용하는 협상술을 개발한다면, 우리의 협상 능력은 배가될 것이다.

  둘째, 시한의 굴레에 씌이지 말자! 시한을 정해 놓고 그때까지 협상을 타결해야만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사용한다면, 우리는 많은 것을 양보해야한다. 이것은 북한만이 자주쓰는 전술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에서 '일본군' 위안부 회담이 졸속으로 열렸다. 너무도 어이없는 졸속 회담에 많은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센 저항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분들이 어찌 정부가 우리를 핍박하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졸속 타결을 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한 외교전문가는, 시한의 굴레에 씌워졌기 때문이라 분석한다. 미국의 오바마에게 '올해말'까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타결하겠다고 말했고, 결국 시한의 굴레 속에서 아베정권은 쉽게 타결을 해주지 않았다. 결국, 많은 것을 양보하는 어이없는 타결이 이뤄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한민국 국민에게로 전가되었다. 무능한 외교! 무능한 협상력이 어떠한 결과를 빚어내는지 우리는 피부로 느꼈다.

  셋째, 내가 놓은 덧에 내가 걸려들지 말자! '천만 이산가족'이라는 말을 들었는가? 그런데, 이산가족의 숫자가 천만일까? 정세현 전통일부장관은 '천만 이산가족'이라는 말은 대북 압박용, 대내 홍보 차원에서 만든 말이라고 한다. 정확한 조사를 거쳐 만들어진 숫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남북의 천만 이산가족이 100명씩 만나면 언제 다만나겠는가?'라는 비판 기사가 종종 신문지상에 떠돈다. 대북 압박용, 대내 홍보용으로 '천만 이산가족'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또한, 북을 올가 매려고 만든 용어가 때로는 정부를 비판하는 용어로 사용될 수 있음에 더욱 놀랍다.

  넷째, 북한의 관심사를 정확히 파악해라! 북한과 협상을 하면서, 북한이 남한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쏜다며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불평은 타당할까? 물론 타당한 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의 관심사! 저의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미국과 수교를 통해서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싶어한다. '체제 보장이 된다면,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 이유가 있는가?'라는 북측의 말을 곱씹어보아야한다. 체제 안정을 위해서 강력한 협상카드를 만들기 위해서 핵을 개발하고, 이를 운반할 수 있는 ICBM을 개발하려는 것이 북한의 전략이다. '체제 보장'이라는 절대 절명의 과제를 문재인 정부는 잘알고 있었다. 그리고 평창 올림픽을 이용해서 '한반도 운전자'가 되어 남북이 만나고, 북미를 연결시켜주었다. 물론, 미국의 트럼프가 미국 패권주의를 포기한 것도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외교활동에 많은 기여를 했다. 만약 트럼프가,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 패권주의를 계승했다면, 문재인 정부도 외교력 발휘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를 정확히 읽고고, 북한의 주된 관심사를 정확히 파악해서 외교력을 발휘할 때만이 좋은 외교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다섯째, 받으려면 먼저 주어라! 도덕경에 이런말이 있다. 거두어들이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베풀어야하고, 장차 약하게 하려면 반드시 강하게 해야하고, 장차 무너뜨리고자 한다면 반드시 일으켜세워야한다. 장차 빼앗으려면 반드시 주어야한다.(장욕흡지將欲歙之에 필고장지必固張之하고, 장욕약지將欲弱之에 필고강지必固强之하고 장욕폐지將欲廢之에 필고흥지必固興之하고 장욕탈지將欲奪之에 필고여지必固與之하니) 도덕경 제36장에 나와 있는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얼어붙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이보다 좋은 전략이 없다. 기존의 보수 정권에서는 If ~ then 방식의 상호주의 외교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북한은 핵을 개발하고 남북관계는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이를 대북 포용정책으로 변경하고, 그들에게 쌀과 비료를 주었다. 그러자 북한은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이라는 글자가 적힌 쌀자루를 보면서 남한에 대해서 친근감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의 평화와 북한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진보정권들이 지속적으로 북한에게 베풀었기 때문이다. 값진 평화와 귀중한 통일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베풀어야한다. 노자와 정세현은 이를 강조하고 있다.

  여섯째, 철저한 준비와 돌파력을 갖춰라! 외교를 비롯한 각종 협상에서 철저한 준비와 돌파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강조할 필요가 없다. 거꾸로 말하자면, 지금의 남북관계 성과가 있었던 것은 과거 진보정권이 탁월한 준비와 돌파력이 있었기 때문다. 가장 놀라운 것은 김대중 정부 시기에, 모의 남북 정상회담을 무려 4시간이나 갖고 있었고, 정세현은 북측 대표역할을 맡아서, 남측에서 답변하기 힘든, 주한미군 철수를 비롯한, 연방제 통일 방안에 대해서 말하면서 공략해들어갔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참모진이 준비한 자료를 보지도 않고 10분 이상 답변을 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나이가 76세였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명석하다는 사실은 너무도 유명해서 놀랍지 않지만, 나이가 76세인데도 불구하고 명석한 두뇌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 비결은 아마도 어려서부터 해오던 그의 독서의 힘이 아니었을까?

  진보정권의 돌파력도 대단했다. 금강산 관광선 출항일자를 결정할때, 정세현 장관은 국제정세를 생각해서 미루려했으나, 외교안보수석은 APEC 정상들이 모이는 11월 18일을 출항일로 잡았다. 많은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클린턴이 축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의 돌파력이 없었던들, 남북관계 개선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3. 통일의 필요성과 교훈

  어느 택시기사가 '남한과 북한이 싸우면 어느 쪽이 이길것 같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는 '우리의 좋은 무기 때문에 반드시 이길것이다.'라고 장담했다. 너무도 어이가 없었던 나는, 전쟁이 일어나면 각종 산업시설이 파괴되며, 만약 핵발전소에 스커드 미사일이 떨어진다면, 한반도는 누구도 살수 없는 땅이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는 놀랍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주변에는 어리석은 택시기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스타크래프트나 워게임 처럼 전쟁을 생각하고 있다. 전쟁은 그 자체로 비극이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에서 북폭비용을 계산한적이 있다. 기간은 단3일, 인명피해 150만명, 전비 1000억 달러, 복구기가 10년이상, 복구비용 3000억 달러이상이 든다.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조언했던 '원로'라는 인간들의 말이 생각난다. 그들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외국가서 살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말을 한 것일까? 어찌 전쟁의 비극을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전쟁을 두려워해야 평화를 위한 노력을 절실히 할수 있지 않은가?

  박근혜 지지 집회에는 태극기 뿐만 아니라, 성조기를 들고 나가는 사람이 있다. 미국이 우리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볼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 자들이다. 정세현은 미국은 '처 삼촌 벌초하듯이' 우리문제를 다룬다고 말한다. 현실을 직시하자! 보수파여! 그대들이 그토록 믿고 있는 미국은 한국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한국문제는 그들의 수많은 의제중에 하나일 뿐이다. 돈가진자가 자녀를 잘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애정이 있는자라야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다. 한국문제에 대해서 사랑과 애정이 가장 많은 자는 한국인이다. 결코 미국일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의 국익을 위해서 한국문제를 테이불에 올려 놓고 협상을 하며, 자국에게 이로운 결정을 내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한다.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열정과 애정, 관심이 있는 자는 바로 우리뿐이다.

  그렇다면, 우선 왜? 통일을 해야하는지 알아보자. 2010년 한국에 왔던 GE-인터네날의 베칼리(Beccalli) 회장은 그의 연설에서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샌스위치가 되어 있는 한국이 살 길은기술, 세계화, 북한 이렇게 세가지다.'라고 말했다. 통일의 필요성은 북한에게만 절실한 것이 아니다. 인구절벽! 제조업 절벽!에 휩싸여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살아날 수 있는 돌파구는 통일인 것이다. 특히 남북 교역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사실을 떠올려보자. 물론, 이명박 정부까지의 통계를 보았을 때이다. 이책이 이명박 정부 까지의 데이터만 있기 때문에 이를 양해바란다. 대북지원 규모는 노무현 정부 때 가장 많았으나, 남북은 반입 반출량은 보수정권인 이명받 정권시기에 가장 많은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이 사실은 남북의 교역이 서로에게 많은 이익이 된다는 증거가 아닐까? 통일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게임이다. 또한, 반드시 윈-윈 게임으로 만들어야한다.

  우리가 통일을 이뤄야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독재자들의 장기게임에 국민이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이다. 1972년 12월 27일에 무엇이 일어났는지 아는가? 남한에서는 유신헌법에 의해서 1972년 12월 23일 박정희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1972년 12월 27일에 8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같은날!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을 채택하고, 김일성은 주석에 취임한다. 7.4 남북 공동성명에 싸인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그들은 국민의 염원인 통일을 자신의 독재에 이용하며, 날짜까지 맞추며 독재행보를 했다.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있어야 되겠는가?

  그럼, 통일은 어떻게 이뤄져야할까? 정세현은 남북이 서로를 용납하는 사용성, 서로 융합하는 상융성, 서로 보충하는 상보성이 갖춰져야 통일을 논의하고 준비할 수 있다고 한다. 정치적인 통일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옷도 벗지 않고 목욕을 하려는 미련한 짓이다. 먼저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 하나로 융합하려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줄 때만이 통일을 논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일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까?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데, 왜? 북한을 떠안아야할까? 정세현은 바로 그 통일비용을 '일본'이 의뢰하지도 않았는데, 계산했다는 점이다. 왜? 일본이 먼저 통일비용을 계산했는가? 일본은 남북한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일본 극우파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일본경제가 살아닌다는 망발도 서슴치 않고 말한다. 결국 통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계산은 일본의 통일 방해 공작인 셈이다.

  통일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동독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충분히 성공적인 통일을 이룰 수 있다. 통일이 정치 논리에 빠지지 않아야했으나,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동독과 서독의 화폐통합을 1:1로 해버렸다. 실정은 4:1인데, 이를 1:1로 교환했으니, 동독의 인건비는 상승했고 동독인들을 고용한다고 해서 이익을 보는 기업은 없어졌다. 또한 서독으로 이주한 동독 출신 주민의 동독 땅소유를 인정했다. 결국, 땅값이 올라가고 그로인해서 동독에는 비싼 값을 치루고 공장을 세울 기업이 없게 된다. 동독의 실업률은 높아지고, 동서독의 갈등은 높아졌다. 동독에서 배우자. 그들을 반면교사로 활용한다면 통일비용은 줄어들고, 통일의 씨너지는 높아질 것이다.

 

4. '두개의 한국', '한국사'교과서와 비교

  이 책은 '두개의 한국'이라는 책과 내용상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두책을 비교하게 된다. '대구의 한국'이 밖에서본 남북한의 대립과 화해의 역사라면, '정세현의 통일토크'는 안에서 남북관계를 이끌었던 사람들의 땀이 담긴 보고서라 할 수 있다. '두개의 한국'에서는 전두환과 노태우 정부때 남북 정상회담을 시대한 내용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를 현장성이 강한 이 책에서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러나 전두환 정부에서 추진된 남북 정상회담은 한마디 설명도 없었으며, 1990년대 노태우 정부에서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 노력은 북한의 화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서 나온 해프닝으로 소개하고 있다. 물론, '두개의 한국'이 밖에서 바라본 것이기에, '정세현의 통일 토크'라는 책의 현장성과 정확성을 갖기 힘들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시기에 남북정상회담 준비설에 관심이 가는 것은 왜일까?

  이 책은 우리 교과서에서의 서술내용과 다른 내용도 있다. 남북 조절위원회가 중단된 이율르 교과서에서는 팀스피릿 훈련을 빌미로 북한이 중단한 것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정세현은 북한이 김대중 납치 사건을 빌미로 '비도덕적인 정권'과 대화는 무의미하다며 중단했다고 서술되어 있다. 어느 것이 진실일까? 아마도 둘다일듯 싶다. 남북 조절위원회 중단 이유가 하나일 필요는 없으니까...

  1983년 아웅산 테러를 기억하는가? 당시 초등학교 1학년 이었던 나는 방송을 통해서, 테러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수업도중 묵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1984년 4월부터 6월 사이에 23회 LA올림픽에 남북 단일팀 구성 협의가 있었다. 정세현은 북한에 면죄부를 준다며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협의를 받아들였다. 정세현은 이를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두개의 한국'이라는 책에서는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 협상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두개의 한국'의 저자 돈 오퍼도퍼의 분석이 옳은 듯 싶다. 밖에서 본 시각이, 안에서본 시각보다 정확한 경우도 있다. 숲안에서는 숲 전체를 바라볼 수 없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246쪽에 '20010년'이라는 오타가 있다. 이를 2010년으로 수정하길 바란다. 이러한 오타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나에게 통일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를 틔이게 해주었다. 정세현은 고등학교 선생님이 약소국에서 애국하는 길은 외교관이 되어 미국과 같은 강대국에게 원조를 많이 받는 것이라고 했던 말을 가슴에 담고 외교학과에 진학한다. 그는 대학에서 이용희 교수로부터 "분단 국가인 한국에서 국제 정치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은 통일 문제와 관련있다. (중략) 한국에서 국제 정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기 입장이 뚜렷해야 한다. '내 나라'와 '남의 나라'를 혼동하면 안된다. 항상 '안'과'밖'을 구분하며 '내 나라'입장에서 유불리를 가릴 줄 아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국제정치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라는 이 말을 1971년 4월 18일 7대 대통령 선거 유세를 하는 김대중 후보의 장충단 연설을 통해서 그 참의미를 개달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참다운 외교의 진리를 깨닫게 해준, 김대중을 만나서 통일부 장관이 되었다. 그뒤, 노무현 정권에서도 통일부 장관이 되었으며, 지금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많은 조언을 국민에게 해주고 있다. 그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 살라는 계시를 받고 사는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통일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제2, 제3의 정세현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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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18-05-18 0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진짜 좋은 책 리뷰 잘봤습니다. 서평이 매우 길어 어디서 읽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2003년 북한 공연단 그건 일부러 오바한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몇몇 탈북자분들에게 물어본 결과 일반북한사람들이 지도자가 있는 그런 현수막가지고 그러지는 않는다고 하더군요.

즉 쉽게말해서 2003년 북측응원단이 보였던 논리대로라면 평양 김일성광장에 있는 동상도 비못맞게 우산써야하고 비오는날 김정일 김일성 현수막도 못들고 김씨일가가 들어간 것들은 들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무튼 정세현 선생이 쓴 책이다 보니 정말 읽고 싶네요. 몇달전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정세현 선생께서 북에 대해 하는 얘기를 봤는데 정말 옳은 말씀만 하시더군요.

아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인 주관이지만 진정한 자유는 북한에 대해 자유롭게 논하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 부터라 봅니다.

전 북한의 광신도적인 주체사상에 대해 비판을 안하진 않지만 단순한 반북프로파간다적인 것들은 진심으로 혐오합니다. 그렇기에 전 북한을 보다 더 넓은 관점에서 보려하지만 보다 넓은 관점에서 제 주관을 피력하면 쉽사리 종북 좌파 빨갱이 취급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일반인들에게 까지요.

하루빨리 박정희식 반공적폐를 청산하고 억압받지 않으며 북한에 대해 보다 자유롭게 논하고 주장을 피력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강나루 2018-05-18 04:52   좋아요 0 | URL
관심 갖고 꼼꼼히 읽으셨네요
좋은 정보 고마워요

NamGiKim 2018-05-18 0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례하겠지만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 리뷰 퍼가서 제 페이스북에 공유해도 될까요?

강나루 2018-05-18 04:50   좋아요 1 | URL
네 출처만 밝힌다면 좋아요

NamGiKim 2018-05-18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처 밝히고 공유할께요.ㅎㅎ
 
세상 벽암록
윤용진 지음 / 애니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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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문관'을 강신주 방식으로 풀어낸,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라는 책을 읽고 나서부터 선문답에 대한 책들을 더 읽어 보고 싶었다. 사실 강신주가 '벽암록'을 비롯한 선문답 관련 서적들에 관한 책을 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선문답책들이 쉽게 풀어 놓았다고 말들하지만,  강신주 처럼 쉬우면서도 깊이있는 설명을 해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깊으면서도 쉽게 글을 쓴다는 것은 왠만한 고수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기대려도 강신주는 새로운 선문답 관련 책들을 내놓지 않고 있다.그를 기다리느니, 다른 책들을 읽으며 갈증을 해소해 보기로 결심했다. 푸른 바위위에 무엇을 기록했는지, 책제목이 '벽암록'이다. 5권으로 풀어 놓은 벽암록이 있지만,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아마추어가 쉽게 풀이한 '세상 벽암록'을 선택해다. 과연 이책은 선문답에 대한 나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었을까?


1.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조린다.
  강신주의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를 읽고 이 책을 읽으니, 몇개의 화두는 풀 수가 있었고, 몇개는 저자 윤용진의 풀이를 읽고서 이해를 했다. 그런데, 나의 풀이와 저자 윤용진의 풀이가 다른 부분이 있다. 
  제2칙 <지도무난 유혐간택(至道無難 唯嫌揀擇)>에 대한 풀이를 어떻게 해야할까?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다만 간택만을 꺼리면 된다. 도의 경지를 말하려는 것도 간택이다. 그러니 도는 명백함도 없다. 라는 조주화상의 말에 수행승이, '명백함이 없다면 무엇을 지켜야 합니까?'라고 묻는다. 그러자 조주화상은 '나는 모른다.'라고 답한다. 이에 대해서 저자 윤용진은 '명확하지도 않으면서 어찌 크다고 할 수 있는가?', '도 또한 그러하지 않는가?'라고 풀이한다. 이러한 풀이가 나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수행승의 입장에서는 윤용진의 풀이가 오히려 궁금증을 더해주지 않을까?

  도는 간택을 꺼린다. 도의 경지를 말하려는 것도 간택이다. 간택하지 않으니 도는 명백함도 있을 수 없다. 노자가 말했지 않은가? 도를 도라하면 도라할 수 없다고.... 인간의 개념으로 도를 명백히 규정한다면 도는 하나의 도그마로 떨어진다. 인간의 도그마에 의해서 규정된 도를 과연 도라할 수 있겠는가? 한예를 들어보자. 조선 후기 송시열을 중심으로한 노론세력에 의해서 절대화되고 교조적으로 변한 조선의 성리학을 유학의 정통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들은 주자와 송시열의 사상만을 정통으로 생각하며 독자적인 해석을 시도한 윤휴를 사문난적으로 몰아 죽이기까지 했지 않는가? 그들을 학자라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의 생각에 반론을 제기하고 동의하지 않았다고 칼을 들이 대는 행동은 파시스트들이나 하는 야만적인 행동이다. 절대화된 도는 도가 아닌 것이다.

  제3칙 일면 월면 (日面佛 月面佛)에 대한 풀이도 동의할 수 없다. 몸이 아파 누워있는 마조화상에게 원주스님이 '법체가 어떠하십니까?'라고 묻자, 마조화상이 '일면 월면 (日面佛 月面佛) 이네.'라고 답한다. 일면불의 수명은 단 하루요. 월면불의 수명은 8천 1백세이다. 윤용진은 이를 '수명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풀이한다. 그럴까? 마조화상의 말씀을 너무 낮은 수준에서 풀이한듯한 인상을 받는다.

  이승에서의 삶은 하루 같이 짧지만(일면불(日面佛)), 저승에서의 삶 혹은 윤회의 삶은 억겁의 시간이다.(월면 (月面佛))라고 해석해야하지 않을까? 마조화상은 지금 이순간의 삶보다는 우주적 시각에서 자신의 삶을 조망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각에서 원주스님의 말에 답하고 있다. 불교의 스케일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제20칙 거기엔 뜻이 없다.의 풀이는 너무 의아스럽다. 용아납자가 '달마대사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취미화상이 선판을 가져오라 한다. 용아납자에게 선판을 받아 들고는 즉시 내려쳤다. 이를 윤용진은 "분명 거기엔 아무런 뜻도 없다."라고 풀이했다."라고 풀이한다. 선판과 포단을 내리친 것이 어찌, '거기엔 아무런 뜻도 없다.'라고 풀이되는가? 선판과 포단은 참선을 할 때 필요한 것들이다. 나에게 묻지 말고, 네 스스로 좌선하여 깨달으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용아납자'를 깨우치는 스승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제29칙 온 세상이 파멸할 때라는 주제는 불교를 순응적인 종교로 오해하기 쉽도록 풀이를 해놓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수행자가 '온 세앙이 파멸할 때' 그것을 따라가겠다고 말하자, 대수화상이 '따라가라!'라고 말한다. 이를 윤용진은 '그날을 맞이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풀이했다. 얼마나 순응적인 풀이인가! 나는 풀이를 달리한다. 불교의 생각의 넓이와 폭은 헤아릴 수가 없다. 미륵보살도 56억 8천만년 후에 이 세상에 오신다 하지 않았는가? 그러하기에 온 세상이 파멸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지금의 우주가 사라지고, 새로운 우주가 생성되는 새로운 종말이자, 새로운 시작의 시점이다. 그러하기에 대우주적 순환 속에서 온 세상의 파멸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수행자가 '그것을 따라가겠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대수화상은 '따라가라!'라고 말했던 것이다.

  제63칙 남전의 일도양단에 대한 풀이도 저자와 나의 생각이 다르다. 선승들이 고양이를 가지고 서로 다투자. 남전화상이 고양이를 잡아들고서, '말할 수 있다면 이 고양이를 절단하지 않겠다.'라고 말한다. 선승들이 말이 없자, 남전화상은 칼로 고양이를 두 동강 내어버렸다. 이를 윤용진은 '한번 분열된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듯이 한번 죽은 고양이도 다시 살아올 수 없다.'라고 풀이한다. 남전화상이 분열된 선승들을 깨우치기 위해서 고양이의 생명을 거두었다는 풀이로는 남전화상의 의도를 다 설명할 수 없어 보인다. 고양이에 대한 집착이 선승들의 분열을 가져왔으며, 더 나아가서 선승들의 수행을 방해할 것이다. 그 집착을 없애려 고양이를 죽였다고 풀이해야 보다 근본적인 풀이가 되지 않을까?

 

2. 불친절한 용진씨

  이 책은 대중을 위해서 씌여졌다. 그런데, 불교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하는 대중들을 위해서 보다 친절한 풀이를 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리 친절하지 않았다.

  제43칙 산놀이를 설명하면서 '오노봉'이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해주지 않았다. 또한 제69칙 남전의 일원상 또한 불친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남전화상이 혜충국사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깨달은 바가 있어, 혜충국사를 만나러 가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라 풀이한다. 그렇다면, 남전화상이 과연 무엇을 깨달았는지를 설명해주어야한다. 그러나, 저자 윤용진은 이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넘어간다. 제62칙 우주 가운데 보물은 원문과 저자의 설명을 아무리 읽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책에는 우리가 한국사 교과서에서 보았던 "혜초"라는 인물의 이름도 등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혜초가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설명해 놓지 않아서 알 수가 없다. 화두의 내용을 살펴보면, 혜초스님이 '무엇이 부처입니까?'라는 질문을 하자, 문익화상이 '네가 혜초니라.'라고 말했다. 저자는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항상 자신이 있다.'라는 뜻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문익화상이 일깨우고자 했던 참된 의미는 '네가 부처다.'라는 의미를 전달하려한 것이 아닐까?

  저자 윤용진이 스스로 밝혔듯이, 불교 철학자도 아니요, 스님도 아니기에 깊이 있는 설명을 바랬던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 다음에 '벽암록'의 본칙과 송, 수시, 착어, 평창까지 자세히 설명해 놓은 책을 읽을 때, 이 책과 비교하면서 나름의 이해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이 책은 벽암록의 끝이아니라, 시작점이 셈이다.

 

  불교에 많은 관심이 있는 윤용진이 심혈을 기울여 풀이를 달아 놓았다. 여행을 하면서 틈틈히 볼 수 있는 책이다. 하나의 화두를 읽고 그 뜻풀이를 하고, 이를 윤용진의 풀이와 비교하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선문답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간단히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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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과 그의 시대 이덕일의 역사특강 1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정도전이라는 인물은 무척 흥미로운 인물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그를 고려를 무너 뜨린 역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세계관도 성장하는 법!! 그를 바라보는 시각도 성장했다. '왕조의 설계자'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를 만나고 싶어서, 몇년전에 '인간 정도전(문철영)'을 읽었다. 이제 그를 다시한번 만나고 싶어서 이덕일의 '정도전과 그의 시대'라는 책을 꺼내 읽었다. 이덕일 특유의 글재주로 풀어낸 '정도전'을 만나고 싶었다. 이덕일이 바라본 정도전은 어떤 모습일까?

 

1. 이덕일만의 필법

  이전에 읽었던 '인간 정도전'이라는 책보다 이 책은 확실히 흡입력이 있다. 정도전을 다년간 연구한 교수의 책과 비교해도 그 깊이가 절대 얕지 않았다. KBS 대하사극 "정도전"의 제작진과 연기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을 묶어낸 이 책에는 정도전이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 배경이 되는 토지문제와 성리학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이 서술되어 있다. 연기자들이 당시 시대를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도록 강의를 구성하다 보니, 정도전의 숨결보다는 그가 살았던 시대의 고민들을 강의에 담아내려 노력한 듯 하다.

  이덕일의 필법이 흡입력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를 과로만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크로체가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 말했다. 이덕일은 과거의 혁사를 현재를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소강사회'를 설명하면서, 현재의 스웨덴을 언급한다. 그리고 우리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물음을 던진다. 이러한 그의 설명방식은 역사와 마주하면서 오늘을 생각하고 내일을 고민하게 만든다. 그러니 우리가 이덕일의 필법에 빠져들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이덕일의 필법은 이책을 마무리하면서 빛을 발산한다. 고려말의 상황을 설명하며, 현재 우리의 모습과 비교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사회의 현실을 직면하고 우리가 나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고려의 구가세족이 다수 백성의 토지를 빼앗아 자신들 만의 나라를 만든 결과 고려는 망하고 고려의 왕족들도 비참하게 죽어갔다고 지적하며, 부와 권력을 잡은 특권세력이 자신이 더 많은 것을 가지려하는 오늘과 대비시킨다. 오늘날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질문하며 글을 맺는다. 독자들은 깊은 여운 속에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이덕일 필법의 강점이다.

 

2. 알을 깨고 나오자!

  이덕일은 '태조실록'을 편찬하면서 정도전의 행적을 지우지 않은 점을 높이 평가한다. 정도전을 태종 이방원이 반역자로 규정하고 죽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도전이 행적을 지우지 않은 것은, 정도전이 조선 건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대문이기도 하지만, 조선초 사관들의 건강한 역사인식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와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역사를 자기식대로 창조하여 가르치려 했던 '국정화 프로잭트'를 떠올리면, 조선초 사관들의 역사인식이 오늘보다 높다는 생각이 든다. 그뿐이아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는 신라가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도움을 받아 왜를 물리쳤다는 기록이 없다. 왜? 없겠는가? 신라가 삼국통일을 하고 기록을 남겨 놓을 때,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록을 없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광개토대왕릉비가 없었다면 그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조선초 사관의 건전함이 없었다면, '왕조의 설계자' 정도전에 관한 많은 기록을 찾아볼 수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후지와라 세이카를 아는가? 모른다면 '강항'은 아는가? 역사에 관심이 있는분이라면 강항의 이름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강항은 임진왜란때 일본에 끌려가서 후지와라 세이카에게 주자학을 가르쳤다. 일본에 주자학을 전해준 강항을 생각하며 우리는 많은 우월감을 갖는다. 그러나 그후 일본의 학문은 일취월장하게 된다. 반면 조선의 성리학은 '성리학 유일사상'으로 파탄을 맞이한다. 윤휴가 주자와 다른 주장을 했다고 해서, 그를 사문난적으로 몰아 죽여버렸다. 우리가 일본에게 문화를 전수해주었고, 일본은 우리의 아류라는 우월감에 취해있을 때, 일본의 이토 진사이는 상인계급의 시각으로 논어를 해석한다. 그리고 우리를 넘어서기 시작한다. 이덕일은 우리에게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당부한다. 무조건적인 자문화 중심주의에 빠진 우리를 질타하고 있다. 이덕일이 강한 민족주의 사학자라고 평가한 내게는 이덕일의 이러한 주장이 너무도 신선했다. 우리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여! 라고 주장하리라 생각했는데, 이덕일은 우리에게 냉정히 역사를 바라보라고 주문한다. 우리의 단단한 선입견이라는 껍질을 벗으라고 망치를 휘두르고 있다.

 

3. 아쉬운점

 이덕일의 책을 읽으며 두가지 아쉬운점이 발견되었다. 75쪽에 '예기' 일부분을 인용한다.

"貨惡其弃於地也 不必藏於 그 재물을 땅에 버리는 것은 미워했지만, 반드시 자기를 위해 쌓아두지는 않았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몸기()자를 써야하는데, 이미이() 자를 써버렸다. 이를 바로 잡으면,

"貨惡其弃於地也 不必藏於己"라고 써야한다. 물론, 교정을 보는 과정에서 놓친 사소한 실수일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독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소한 실수를 줄여주길 바란다.

  이덕일은 과전법을 비롯해서 고려와 조선의 토지제도를 자세히 설명했다. 각종 제도들은 글로만 이해하기에는 무척 힘든 것이 사실이다. 독자를 위해서 도표를 그려서 쉽게 설명해주었다면 이해가 쉬웠을 것이다. 이덕일의 책이 읽기 쉽고 재미있다는 강점이 있으나, 독자를 위해서 도표를 그려 제도나 개념들을 설명해주는 친절함은 결여되어 있다. 도표를 첨가하는 친절함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두번째 만나는 '정도전'!! 그를 우리가 그리워하는 이유는, 우리 현실이 고려말의 현실과 닮아 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도전과 같은 위대한 개혁가를 기대하기 이전에, 우리가 정도전이 되어 우리 현실을 하나하나 개혁해 간다면, 고려말과 같은 소용돌이를 경험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지난 촛불혁명에서 보여준, 대한민국의 시민들의 모습은 정도전이 부활한 듯한 모습이었다. 고려말에는 정도전을 비롯한 소수의 혁명파 사대부들이 개혁을 추진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다수의 민중들이 혁명을 요구하며 혁명을 추동하고 있다. 이점이 고려말의 현실보다 오늘의 현실이 더 희망적인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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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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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혜는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라는 지혜에 대한 최인철의 정의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지혜란 자신이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의 경계를 인식하는데서 출발한다는 부연설명이 이어진다. 이 말은, 논어 위정편에 나와있는 "아는 것을 안다고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다.(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는 공자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인간은 자신이 모든 진리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가지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한다. 자신이 보는 진리는 자신만의 채로 모래사장의 모래를 치는 것과 같다. 채 사이로 빠져나가는 보다 많은 모래들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채에 남아있는 모래들이 세상의 진리라 말한다. 최인철은 '자신만의 채'를 '프레임'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한언어를 알게 된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프레임'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알아보자.

 

1. '프레임'! 역사를 생각하다.

  프레임이라는 단어는 역사학의 용어로 환언한다면, '역사관'으로 말할 수있다. 대학을 다니며, '너의 역사관'을 갖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타인의 역사관으로 역사를 바라보지 말고, 자신의 역사관으로 역사를 해석할 수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역사관을 갖으려 노력했다. 수많은 학자들의 글을 읽으며, 나만의 역사관을 확립해나갔다. 나 자신만의 역사관을 정립하면서,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을 '나의 역사관'으로 논리적으로 꾀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또한 수많은 사실들이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사실도 깨달았다. 한편으로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사관이라는 단어가 역사에 국한된 용어라면, '프레임'이라는 단어는 우리 생활과 보다 밀접한 단어이다. 우리의 생활을 어떤 프레임으로 보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생활태도, 세상에 대한 태도가 바뀔 수 있다. '민족주의', '사회주의' 등등의 각종 이념도 이러한 프레임 전쟁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든다. 즉, '나는 남들을 잘 알고 있는데 남들은 나를 잘 모른다.'라는 착각은 인간의 자기중심성을 잘 드러내는 지적이다. 프레임을 이 책에서는 개인의 차원에서 설명하고 있지만, 이를 민족이나 국가의 관점으로 확대한다면, 기나기 인류의 역사속에서 벌어진, 각종 이념대립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 어느 민족이나 스스로를 최고의 민족이며, 선택받은 민족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타민족을 잘아는데, 타민족은 우리를 모른다라는 생각을 많이한다. 이것이 바로 프레임에 갖힌 민족들의 일반적 모습이다. 자민족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도 있지만, 때로는 그 함정에서 벗어나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지혜도 필요한 법이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고 나면 자신은 처음부터 작은 나비였다고 생각한다.' 즉 회상해낸 자신의 과거 모습은 과거의 실제 모습을 닮았다기보다 현재의 자기 모습을 더 닮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만들어진 전통',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다.'라는 역사학의 격언과 일맥상통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전통이 기껏해야 2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며, 심지어는 근대화 과정에서 창조해낸 것들이라는 사실을 접했을 때의 충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우리의 고유 무예라고 생각했던 태권도가 사실은 일본의 가라데와 공수도가 결합되어 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글을 읽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 우리가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사실은 근대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전통은 그 시대의 필요에 의해서 창조되는 것들이다.

  크로체는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다.'라는 말을했다. 모든 역사는 과거 그자체로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의 필요에 의해서 재해석되기 마련이다. 수많은 정권들이 들어서면, 과거의 역사를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다시 쓰려한다. 박근혜 정권의 한국사 국정화 계획을 예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현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과거를 호출하고, 때로는 과거를 새롭게 만드는 작업들이 역사에서는 흔하다. 우리가 절대적 역사 진리라고 믿는 것들도 때로는 우리가 만들어낸 프레임으로 보는 세계일 뿐이다.

 

2. 프레임 - 우리를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 날카로운 이빨을 지닐 수 없게 된 존재들은 과거 자신의 이빨이 얼마나 강했는지 떠올리며 현재를 보호하려 한다.' 과거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본다. 왕년에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느냐는 말은, 자신이 얼마나 초라해졌는지 아느냐는 반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초라한 자들의 모습을 우리는 우리주변에서 너무도 쉽게 볼 수 있다. 박정희 시대가 더 행복했다고 말하며, 박정희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P집회에 나가는 불쌍한 루져들! 그들이 바로 이빨빠진 늙은 호랑이들이다.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고, 과거의 향수에 취해서 과거를 강제 인출하려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과거를 강제 인출당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객관화하고, 현재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려 노력해야할 것이다. 그들도 한때는 잘나가는 호랑이였으니까....

  '프레임은 주변의 사소한 물건들을 통해서 우리가 의 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행동을 좌우한다.' 자신을 변화시키려면 주변의 물건을 바꾸라는 저자의 충고를 교육에도 적용시킬 수있다. 어떠한 자녀로 키우고 싶은가? 어떠한 학급을 만들고 싶은가? 자연스럽게 접촉빈도를 높이도록해보자. 예전에 들었던 팟캐스트에서, '물건에서도 기가 나온다.'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기'라는 동양적 프레임으로 세상을 설명한 점이 다를 뿐, 세상의 진리를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단순히 타인을 변화시키려하는 것이에서 나아가서, 나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도, 내가 닮고 싶은 모습! 하고 싶은 일! 그것으로 나의 주변을 다르게 꾸며보자.!!

 

3. 프레임 -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프레임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 얇지만 가장 두꺼운 지혜를 담고 있는 이 책의 지혜를 소개해보자.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가? 행복한 사람은 의미 중심 프레임으로 세상을 본다. 항상 의미, 이유, 목표를 생각하며 상위 수준 프레임을 추구한다. Why를 물으며, 보다 높은 시야에서 생각한다. 반면, 불행한자는 하위수준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쉬운지, 성공가능한지 등을 먼저 생각하며, How를 묻는다. 또한 행복한 사람이 '존재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불행한 사람들은 '소유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인생을 성취해야할 목표로 생각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현재를 희생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성취하고서는 허탈해하기도 한다. 나 자신이 그랬다. 결국 인생이 도달하는 지점은 '죽음'이다.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도달점이다. 인생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다. 오늘 행복하지 않다면, 내일 행복할 수 없다. 항상 상위 수준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무엇은 소유하려는 목표를 갖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그 과정을 중시할 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To have or To be! 당신은 소유를 선택할 것인가? 존재를 선택할 것인가?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 유난히도 타인의 험담을 늘어놓는 사람들과는 많은 대화를 하기 싫다. 그가 쏟아놓는 험담들은 유쾌하기 보다는 또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 말하는 평가 내용을 들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이 책은 조언한다. 정당하지 않은 비난은 정당화될 수 없다. 정당한 비판만이 정당화될 수 있다. 험담 프레임에 갖혀서 세상 모든 사람들을 험담하는 사람들은 그 자신이 바로 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똥개의 눈에는 똥만 보이기 때문이다.

  부자가 더 잔돈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예전예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험사에서 비상시 도로에서 기름이 떨어졌을때, 도움을 요청하라면서 주유 써비스를 해준다. 고급 외제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이를 알뜰하게 다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도 황당했다. 돈도 많은 사람들이 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프레임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그러하기에 그들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정 지혜로운 부자는 돈의 절대 액수를 중시하기 때문에 상대적 비교에 따른 푼돈이란 이름을 거부한다. 부자는 푼돈 프레임, 상대적 가치 프레임에 빠져, 100원짜리를 버리는 어리석음을 보이지 않는다. 상대적 가치 프레임에 빠진자들은 콩나물 값을 깎을 때는 100원도 귀하게 여기지만, 10만원 짜리 물건을 살때는 100원을 깍아 주면 오히려 기분나빠한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는 이러한 프레임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부자일 수록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립적인 대안'으로 리프레임하라!라는 말의 뜻을 아는가? 현상유지를 하려는 우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중립적인 대안으로 리프레임할 때, 우리는 보다 지혜로워질 수 있다. 사용하는 물건, 서비스, 직업까지 처음 접하는 중립적인 대안으로 리프레임하자! 한번 사용한 써비스를 계속 불평하지 않고 이용하면, 호갱취급을 당한다. 잡은 물고기에게는 밥을 주지 않는다. 변하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의 뇌를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뇌로 바꾸기 위해서라도, 항상 '중립적인 대안'으로 리프레임하자!

  20대에 이제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실연의 아픔이 싫어서 계속 연인관계를 지속했던 어리석은 기억이 있는가? 고통이 두려워! 실패가 두려워서 주저했으나, 시간이 지나고 보면, 과감히 결정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나는 나의 '마음의 면역체계'를 과소평가했다. 생각보다 우리의 면역체계는 강하다. 시련, 고백거절에 대해서도 우리의 마음은 잘 견뎌낸다. 시간이 지나면 웬만한 것들은 다 사소해 보인다. 도전하자! 도전하지 않아서 후회하기 보다는 도전하고 시련의 아픔을 견뎌내자!!

 

  이 책의 마지막장은 지혜로운 사람의 10가지 프레임이 제시되어있다. 나의 삶에 많은 지침이 되어줄 것이며, 이 글을 읽는 고마운 사람들에게도 많은 지혜를 줄 것이기에 이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려한다.

첫째, 의미중심 프레임을 갖아라,

둘째, 접근 프레임을 갖아라, 도전하고 실패와 처벌보다는 보상에 관심을 갖자.

셋째, '지금 여기'의 프레임을 갖자,

넷째, 비교 프레임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

다섯째,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자.

여섯째,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라.

일곱째, 주변 물건을 바꾸어라.

여덜째, 체험 프레임을 소비하라.

아홉째, 누구와의 프레임을 갖아라.

열번째, 위대한 반복 프레임을 연마하라.

  당신도 위대한 프레임을 갖고 현명해지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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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남자 - 한대 지식의 집대성 오늘 고전을 읽는다 4
이석명 지음 / 사계절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회남자'! 그 이름도 낯선 책이다. 팟캐스트 '전영관의 30분 책읽기'에서 이윤호선생이 '회남자'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어서 처음 알게된 책이다. 한무제의 중앙집권화에 반대하는 사상을 담았기에 결국 무제에 의해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책의 두께도 상당히 얇아서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책장을 넘겨보자.

 

1. 회남자에 대한 입문서

  '회남자'라는 책이 얇은 책이라는 생각에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이 책은 나의 생각과는 달리, 회남자에 대한 입문서였다. 장사 마왕퇴의 발견에서 부터 시작하여 회남왕 유안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서술하며 '회남자' 탄생의 배경을 서술한다. 그리고는 '기론'과 '무위'등의 개념을 통해서 '회남자'가 어떠한 의미를 가진 사상서인지를 서술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회남자에 대한 안내서를 만났다는 즐거움도 있었으나, 상당히 가벼운 책이라는 한계점에 아쉬움이 남는다. 음식맛은 보지 못하고, 열심히 레시피만 읽은듯한 느낌이 든다.

 

2. 회남자는 무제에 대항한 책이었을까?

  이윤호선생은 '회남자'를 팟캐스트에서 무제의 중앙집권화에 반대하는 책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회남자는 무제에 반기를 든 책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은 황제와 노자의 사상이 결합된 황로학의 대표적 이론서이다. 무위무불위(無爲無不爲)라는 최고의 통치술을 이루기 위해서, 인재등용, 법치, 시스템마련, 세의 확보 등의 다양한 통치술을 소개하고 있다. '무위'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지가 아니라, 순리에 따라서 시스템적으로 통치가 이뤄지도록 하여, 통치자가 바삐 움직일 필요가 없는 상태를 '무위'라고 보아야하지 않을까? 무제의 중앙집권화에 반기를 든 책이 아니라, 무제의 중앙집권화를 효율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지 그 방도를 알려준 책이라할 수 있다. 황실의 피가 흐르는 유안이, '회남자'가 완성되자 한질을 무제에게 바쳤고, 무제는 이책을 소중히 보관하였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회남자'는 무제의 통치술에 반기를 든 책이 아니라, 무제의 통치술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알려준 책이었다.

 

3. 성인과 미친자를 구별하라!

  아인슈타인의 비서가 아인슈타인의 강의를 많이 듣다보니, 아인슈타인을 대신해서 특강을 했다고 한다. 강의가 끝나고 학생이 질문을 했다. 비서는 "이질문은 너무도 쉬운 질문입니다. 제 비서도 이에 대답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라며 비서에게 학생의 질문에 대답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막힌 무위(색이무위)와 열린무위(통이무위)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진정으로 과학에 대해서 깨달은 자이고, 아인슈타인의 비서는 깨닫지는 못했으나, 아인슈타인의 겉모습을 흉내낼 수 있는 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두사람에게 차이는 없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분명한 본질적 차이가 있다. 이것이 막힌 무위와 열린 무위의 차이일 것이다. 세상의 진리를 이야기하면서 집착하지 말라고 강조하면, 자신은 집착을 하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는 깨달아서 집착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바보이기에 집착할 수 없는 자일 경우가 많다. '회남자'에서는 성인과 미친자의 차이와 공통점을 소개하고 있다. 둘다 근심이 없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성인은 덕으로 내면의 조화를 유지하는 반면에, 미친자는 화복을 분간 못하여 근심이 없는 자이다. 겉모습만을 보고, 겉모습만을 따라하면서 진정으로 깨달았다고 생각하는자! 그를 경계해야한다. 진정으로 통달하려한다면, 내면에서 부터 깨달음이 우러나와야 할 것이다.

 

4. 즐거움도 경계해야할까?

  회남자에서는 , 인간의 본성은 '고요함'이라고 단정한다. 귀와눈이 소리와 색깔의 즐거움에 지나치게 빠져든다면 오장이 요동하여 안정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고요함'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즐거움 또한 경계하라는 이 말에 대해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즐거움'을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즐거움들을 통털어 '즐거움'이라고 단정하여 말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표현이었다. 우리에게 해를 줄 수있는 즐거움은 감각적 쾌락, 즉 sex와 같은 쾌락일 것이다. 너무 지나치게 탐닉하면 정신과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지적즐거움이나 이타적 즐거움(봉사활동)과 같은 즐거움은 많이 할 수록 행복하게 우리를 이끌지 않는가! 이들을 구별해서 논지를 전개했다면, 보다 정교하고 치밀한 '회남자'가 되었을 것이다.

 

  중국에는 수많은 고전이 있다. 그 많은 고전들 중에서 새로운 고전 하나를 만났다. 한대의 철학을 집대성한 위대한 작품에 대한 작은 입문서를 읽고, 회남자라는 책이 어떠한 책인지 어렴풋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회남자라는 책의 입문서로 훌륭한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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