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한정판 겨울 에디션, 양장) - 아직 행복을 기다리는 우리에게 곰돌이 푸 시리즈
곰돌이 푸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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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박4일 괌여행을 하면서 가져갔던 책을 다 읽었다. 이럴줄 알고 한권을 케리어 속에 넣어두었는데, 아내가 그 책을 빼버리고 출발했다. 괌에서 마지막날, 아내가 읽기 위해서 가져온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는 책을 꺼내 들었다. 어린이만 읽는 책이라 판단하고 무심코 프롤로그를 읽었다. 나는 프롤로그 속에서 놀라운 문장을 읽었다. "이 책은 행복에 대한 니체의 정신이 담긴 명언을 뽑아 푸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습니다. " 이 책은 단순한 어린이용 동화가 아니다. 니체의 정신이 담긴 명언을 골라 뽑은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장을 넘기며, 푸의 입으로 니체를 만났다.

 

1. 행복을 매일 느낄 수는 없지만, 한번의 행복이 내 삶을 의미 있게 해줘요.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 매일이 행복의 연속이라면, 인간은 행복에 둔감해진다. 그리고 행복이 당연함으로 느껴지고, 권태감을 느끼기도한다. 반면, 한번의 행복이 추억이 되어 현실의 괴로움을 이겨내는 힘이 되기도한다. 연애시절의 행복한 날들을 떠올리며, 바쁜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3박4일간의 괌여행의 시간도 이제는 추억이될 것이다. 그리고 그 추억을 되새기며 일상의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행복을 매일 느낄 수는 없지만, 한번의 괌여행의 추억이 우리 가족의 삶을 의미 있게 해줄 것이다 .

 

2.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어요.

  인간처럼 스스로를 알고 싶어하는 동물도 없을 것이다. 자신은 누구이며, 어떠한 존재인지를 알려 노력한다. 거울에 자신을 비추기도하며, 때로는 타인의 얼굴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한다. 그러나 거울과 타인의 얼굴은 자신을 알기위한 도구일 뿐이다. 진정한 자신은 자신의 내면에 있다.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우리 자신이 잘 알고 있다. 나 자신과의 대화를 하지 않았기에 그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괌여행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가족의 행복을 만드는 일이 일상의 수많은 일보다 소중함을 알게되었다. 우리 가족이 원하는 것은 바로 행복을 만드는 일이었다.

 

3. 일의 가치는 돈으로 결정되지 않아요.

  학교에서 직업교육을 한다면서, 그 직업의 연봉을 노골적으로 학생에게 알려준다. 학생들도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직업인 초청특강에서 연봉을 물어본다. 돈으로 가치를 결정한다면, 가장 가치없는 일중에 하나가 여행일 것이다. 보통의 일은 돈을 벌지만, 여행은 돈을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든 일의 가치를 돈으로 결정한다면, 진정 가치있는 일을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 

 

4. '멋진 하루를 보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삶

  괌까지의 비행기 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아내는 그 돈을 쓰고도 전혀 아깝지 않다 말한다. 처음한 가족여행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니, 그 돈이 아까울리 없다. '멋진 하루를 보냈어'라는 말을 아내와 아이들이 한다. 처음한 스노우쿨링, 스노우쿨링한 후에 맛본 참치회의 맛, 참치 회의 맛이 나는 코코넛의 과육, 온종일 수영하기, 썬쎗 바비큐의 맛 등등 일상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가족과 함게하면서 우리 가족은 말한다. '멋진 하루를 보냈어'!!

 

5. 남이 말하는 대로 사는 삶은 의미가 없어요.

  "호텔 수영장의 물은 40년 동안 갈지 않았던 물이에요."라는 가이드의 말을 들었을 때, 호텔 수영장에서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싹사라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한 말을 하면 괌에온 여행객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아내에게 이 말을 했다. 아내는 '호텔에서 놀지 말고 가이드의 안내로 바깥 관광을 하라는 말이야'라고 한마디했다. 그래, 남이 말하는 대로 무비판적으로 사는 삶은 위험하다. 한국식의 수영장 청소는 아니지만, 수영장의 물은 새로운 물이 유입되고, 기존물이 자연스럽게 흘러 넘치는 방식으로 순환되고 있었다. 가이드가 말했던 것 처럼 매우 나쁜 상태는 아니었다.

 

6.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편하기는 하지만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편하기는 하지만, 그런 삶이 정말 만족스럽고, 그 삶에 내가 있을까? 라는 푸의 말은 자신의 삶을 살아갈때, 인생의 중요한 진로를 결정할때 반드시 되새겨보아야할 말이다. 그러나, 여행의 목적이 가족의 행복이라면, 가족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편하다. 마지막날 오전에 무엇을 할지를 아내가 결정했다. 나는 K-mart 쇼핑이나하고 여유롭게 공항으로 출발하자고 했으나, 아내의 결정은 단호했다. 세일링을 하자는 아내의 주장도 딸아이가 싫다고하여, 스노우쿨링을 하는 거스로 결정했다. 바다에서 한 스노우쿨링에 비해서 형편없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우리 아이들의 반응은 과히 폭발적이었다. 특히, 물고기들에게 상추잎을 주면서 아이들이 보인 폭발적인 표정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한다. 그러나 여행의 목적이 가족의 행복이라면,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7. 타인의 행복을 흉내 내지 마세요.

  TV 속 연애인들의 호사스러운 삶을 보면서, 그처럼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TV를 보지 않으면서 마음의 행복과 안정의 시간이 늘어났다. 타인의 행복을 흉내내기 보다는 우리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가족여행을 통해서 우리 가족만의 행복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괌 여행을 추억하며 우리 가족은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낄 것이다. 타인의 행복을 흉내 내지 말고, 우리의 행복을 만들자.

 

8.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어요.

  아내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다. 사실 여행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는 일을 나는 잘하지 못한다. 괌에 여행오는 것 조차 나는 걱정꺼리였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고, 미국이라는 나라는 총기소유가 합법이 나라이다. 혹시, 사고라도 일어나면 어떻하나?? 반면, 아내는 괌 여행을 고대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3박 4일 간의 괌 여행을 즐겁게 보냈다. 그래 아내는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애내의 능력을 인정하자. 그럼 나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그림과 인생을 음미할 수 있는 글들이 어우러진 책이다. 괌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단숨에 읽었다. 여행지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삶에 새로운 생각을 더하는 일이다. 괌 여행이라는 낮선 일상을 책이라는 새로운 생각을 더하며 나의 행복을 만들어간다. 새로운 여행을 한다면, 나는 어떠한 책과 함께할까? 일상이라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책들을 골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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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맥주 여행 - 맥주에 취한 세계사
백경학 지음 / 글항아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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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는 빨리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저급 술이다. 반면 와인은 향을 음미할 수 있는 최고급 술이다." 와인을 마시며 친구가 내뱉었던 말이다.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값싼 서민주 소주는 이슬람의 '증류기술'이 발달하며서 만들어진 매우 과학적인 술이다. '소주'를 비하하는 친구에게 한마디 반박을 해주고 싶었지만, 술에 대한 나의 철학이 일천해서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우리에게 서민주 '소주'가 있다면, 서양의 서민주는 '맥주'가 있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더운 날, 운동을 하고 마시는 맥주의 상쾌함을 웃음 가득한 얼굴로 표현한다. '맥주'와 '소주'가 '최고급 술 와인'과 다른 그 만의 독특한 역사를 알고 싶었다. 이번 가족여행을 무더운 '괌'으로 간다. 무더운 괌에서 한잔의 맥주를 음미해보자. 그리고 '유럽 맥주 여행'을 읽으며 서민을 위한 술의 가치를 생각해보자.

 

 

1. 좋은 술이란 무엇일까?

  맥주와 포도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 책에는 맥주가 서민주가 된 이유를 제조하기 쉬우면서 값싼 술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서 수많은 손길이 이뤄져야하며, 포도주 제조 또한 어렵다한다. 그러기에 귀족의 술이 될 수 밖에 없다. 귀족들의 사치와 함께 이루어진 포조주의 역사보다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한 맥주의 역사 중에서 어느 역사가 더 우리에게 가치있을까? 두개의 역사 모두가 우리에게는 소중하겠지만, 나의 가슴에는 다르게 다가온다.

  괌에 도착해서 PIC 호텔 뷔페에서 식사를 했다. 포도주와 맥주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고, 아내에게 포도주를 마시겠냐고 물었다. 달콤한 포도주를 마시겠다기에 아내와 포도주잔을 부딪치며 잔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내 아내의 품평은 포도주가 맛없다는 악평이었다. 나의 입에도 포도주는 씁쓸음했다. 포도주스의 달콤함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포도주는 쓰디쓴 술중에 하나일 뿐이다. 평생을 서민으로 살아온 나에게는 귀족의 술이었던 포도주가 맞지 않았다.

  다음날 뷔페에서 전날의 경험을 교훈삼아 맥주를 기울였다. 행복한 여행을 기원하며 세아이들은 음료수를 들었고, 나와 아내는 맥주잔을 높이 들었다. 괌은 건기라서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 처럼 좋았다. 무덥지 않은 날씨인데도 맥주는 우리가족 여행에 잘 어울렸다. 괌 여행 마지막날 밤에도 맥주를 기울였다. 서민들과 애환을 같이한 술이기에 우리부부에게는 포도주보다 맥주가 더 시원하게 다가왔다. 좋은 술이란 얼마나 비싼 술인가가 아니다. 좋은 술이란 보다 높은 지위에 있었던 사람들이 마신 술이어야할 필요가 없다. 여행의 피로를 풀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윤활류 역활을 해주는 술이 진정 좋은 술이다.

 

2. 맥주가 모유의 대체품이었을까?

  저자 박경학의 맥주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저자가 뮌헨에 있을 때, 뮌헨의 추위를 이기려 온가족이 맥주를 마셨다고 한다. 나는 어린 딸아이도 맥주를 시음했다는 말에 아연질색을 했다. 어린아이에게 술을 마시게하다니 이게 말이되는가? 맥주의 역사를 알면 더욱 이해되지 안는 유럽의 문화에 직면하게 된다. 독일에서는 근대 초기 모유 대체품으로 맥주를 먹였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저녁 식사때 아이들에게 와인 반잔을 먹인다고 한다. 술에 대해서 이렇게 관대(?)할 수가 있을까?  특히, 알콜은 아이의 뇌발달에게 악영향을 준다. 임산부의 흡연과 음주는 태아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주기에 술 반잔도 마셔서는 안된다. 또한 어린 아이들도 알콜을 가까이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나의 편견일까? 아니면 우리나라 처럼 좋은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해야할까? 유럽의 물에는 석회질이 많이 섞여있기에 물보다는 도수가 낮은 맥주를 마시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석회질이 많은 물을 마시다보면, 석회질이 다리에 쌓여 나이가 들면 코끼리 다리가 된다고 한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 젊어서부터 열심히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괌도 역시 물에 석회질이 많다. 가이드는 양치질을 할때도 물을 사서 한다고 한다. 석회질이 몸에 침전되면 나이들어 고생할 수도 있기에 되도록 석회질의 물을 마시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런점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복하다. 마음껏 물을 마시고, 석회질이 몸에 쌓이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말이다. 물론, 좋은 물이 흔하다보니 물을 너무 헤프게 쓰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술문화도 그 나라의 자연환경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맥주한잔을 이울였다.

 

3. 의도의 순수성이 결과의 순수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의도는 순수했으나 결과가 좋지않아 난감한 살례가 있다. 반면에 의도는 불순했으나, 결과는 좋은 경우가 종종있다. 맥주의 역사에도 그러한 사례가 있다.

  중세 독일에서는 맥주를 마시고 맥주제조업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맥주 순수령'을 발표한다. 맥주에 불순물을 넣지 못하도록하는 좋은 법이다. 이를 통해서 인명피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먹거리로서의 맥주를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제정되었다. 그러나 맥주 순수령은 다양한 맥주의 등장을 막았으며, 단일한 맥주가 등장하는 폐단을 만든다. 한제도가 순수한 의도에서 제정되었으나 결과는 불행했다.

  반면에, 독일제국의 팽창주의의 결과가 900만 칭다오 시민들의 자랑꺼리인 칭다오 맥주를 탄생시켰다. 1898년 3월 중국과 '자오저우만 조차 조약'을 맺어 독일은 칭다오를 식민지배한다. 독일 사람이 영국 상인과 합작해서 1903년 '로망맥주칭다오주식회사'를 세우고 독일의 생산 설비와 원재료를 들여와서 칭다오 맥주를 만들었다. 지금도 칭다오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칭다오 맥주가 독일의 중국침략의 산물이라고 말하면 다들 놀란다. 의도는 매우 불순했으나 결과 중에는 좋은 것도 있다. 그렇다면 좋은 결과가 불순한 의도를 합리화해줄 수 있을까?

  의도의 순수성과 결과의 불순함, 의도의 불순함과 결과의 행복함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할까? 의도의 순수성을 안다면, 결과의 불순함을 다소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좋은 결과라해서 순수한 의도를 합리화할 수는 없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일제 식민지배가 축복'이었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결과만 좋으면 의도의 불순함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일제 식민지배로 우리가 근대화되었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식민지배가 노예 근성을 주입시킨 결과가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의 '식민 지배가 축복'이었다는 주장으로 나오지 않았는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괌의 원주민들은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까?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거쳐, 지금은 미국의 일부가 되어버린 '괌'!! 그 땀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의도의 불순함이 결과의 행복함을 가져왔을까?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괌의 원주민들에게는 많은 연금이 나온다한다. 아이를 낳을 때마다 많은 돈이 더 나오기에 원주민들은 기본이 4명의 자녀를 두고, 많이 낳으면 10명을 낳는다고 한다. 그 자녀들이 열심히 공부한다면 괌의 명문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고 더 열심히 공부한다면 카톨릭 계통의 명문 사립 중고등학교에 진학 할 수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예는 찾아볼 수 없다고 단언한다. 평생을 놀고 먹을 수 있는 연금이 주어지기에 원주민들은 열심히 공부하려하지 않는다. 또한 열심히 일하려하지 않는다. 열심히 땀을 흘려서 돈을 버는 사실이 발각되면 평생 연금이 나오지 않는다. 그 결과 원주민들은 게흘러지고, 당료병을 비롯한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다. 가이드는 이것이 '민족 말살정책'이라 단언했다. 이들은 연금이 끊긴다면 단숨에 사회의 부랑아로 전락해서 미국사회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의도가 순수하지만, 결과가 불행한지, 의도도 불순해고 결과도 불행한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괌 원주민의 미래는 밝아보이지 않는다.

 

4. 맥주! 독일의 역사를 관통하다.

  '맥주'라고 하면, 독일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물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신다는 독일인의 맥주사랑은 대단한다. 독일의 역사를 관통하는 독일 맥주사를 살펴보자.

  독일에도 지역감정이 있다는 사실을아는가?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는 지역감정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기 쉽다. 지역감정은 후진국에서는 볼 수 있는 퇴물이라는 나의 선입관은 독일의 지역감정을 살펴보면서 무참히도 깨졌다. 베를린과 하너버를 중심으로한 지역과 뮌헨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의 지역감정은 대단하다. 베를린과 하너버는 프로이센 제국의 중심지였으며, 뮌헨은 바이에른 제국의 중심지였다. 재미 있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맥주에도 아로새겨져있다는 사실이다. 맥주 종가를 자처하는 북독일과 맥주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남독일의 자존심싸움이 있으며, 이러한 지역감정은 축구응원에서도 엿보인다. 서로를 '프로이센 돼지'와 '바이에른 촌뜨기'라고 놀리는 모습은 애교스럽기까지하다. 독일에 가서는 축구이야기 뿐만 아니라, 맥주를 마실때에도 조심해야한다. 독일에 가서는 그 고장의 맥주를 마셔야 그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마실 수 있다. 신선한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는 맥주공장의 그림자가 비치는 곳에서 마셔야한다는 독일의 격언을 다시한번 떠올린다.

  루터가 양조사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42세의 루터가 전직 수녀인 카타리나 폰 보라와 결혼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잘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수녀원에서 맥주를 빚는 일을 담당했다. 그녀는 루터와 결혼해서 6명의 자녀와 여러 명의 조카, 심지어 루터 친구의 자녀까지 돌보았으며, 손님의 식사와 빨래, 돼지치기, 곡식 경작 등의 다양한 일들을 해야했다. 그러면서 루터의 현실적 지지자 역할을 했다. 루터는 일명 '등처가'였다. 그래서 루터는 결혼을 예찬했다.

 

  "거룩한 결혼 생활은 하는님의 말씀 다음으로 귀한 보물이다. 경건하고 쾌활하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가정을 잘 관리하는 아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하느님의 선물이다. 그런 아내와 함게라면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그런 아내에게는 당신의 재산과 몸과 삶을 맡길 수 있을 것이다."

 

  등처가 루터에게 카타리나 폰 보라가 없었다면 그의 삶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그토론 행복한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카타리나의 희생이 루터를 살렸으며, 독일을 살렸다. 만약 당신이라면, 카타리나 폰 보라와 같은 삶을 살 수 있겠는가?

  히틀러가 선동적인 연설을 했던 곳이 맥줏집 '호프브로이하우스'라는 사실을 아는가? 1923년 맥줏집에서 폭동을 일으키다 실패한 사실을 책에서 읽었을 때는 그저 웃음만 나왔다. 그러나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히틀러가 맥줏집에서 연설을 하고 폭동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맥주가 독일인들의 삶과는 떼 놓을 수 없는 국민 음료였기 때문이다. 맥줏집에서 사람들과 만나서 토론하고, 일상의 스트래스를 푼다. 이러한 맥줏집을 히틀러는 잘 이해하고 있었고 자신의 야심의 발판으로 맥줏집을 이용했다. 맥주에는 독일인의 자존심과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었다.

 

5. 맥주의 아들 셰익스피어의 삶

  셰익스피어의 아버지 직업이 무엇인지 아는가? 셰익스피어의 아버지는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가죽제품 제조업자에서 맥주 시음관을 거쳐서 시장이 되었다.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시장이 되어서는 맥주를 관리하고 유랑극단 공연을 유치하는 일에 힘을 기울였다. 셰익스피어의 삶과 맥주를 떼어 놓을 수 없는 셈이다. 셰익스피어의 아버지 존 셰익스피어의 삶을 보면,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극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눈에 들어온다. 존 셰익스피어가 시장이 되어서 유랑극단 공연을 유치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러한 과정에서 셰익스피어는 연극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이루어졌을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가방끈이 짧은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작품을 썼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명문 귀족 중에서 누군가가 대신 섰을 것이라 음모론을 주장한다. 가방끈이 길어야 위대해질 수 있다는 소위 '엘리트주의'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학교나 책에서 배우는 죽은 지식이 아닌, 현장에서 살아있는 지식을 습득한 사람이 보다 위대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원조 기러기 아빠라는 사실을 아는가? 셰익스피어는 여덜살 연상의 아내와 세자녀를 위해서 런던 조지인에서 열심히 연극대본을 쓰고 또 썼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 자녀와 아내를 타국에 유학보내는 지금과 달리, 셰익스피어는 자녀와 아내를 고향에 남겨두고, 런던에 와서 돈을 벌었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그때나 요즘이나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하는 기러기 아빠들은 무척 외로움에 맥주한잔을 기울이지 않았을까?

 

  3박4일의 괌여행이 끝날 즈음, '유럽 맥주 여행'을 다읽었다. 책을 덮으며 다시한번 '맥주' 혹은 '소주'와 같은 서민들의 술과, '와인' 같은 귀족들의 술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느 술이 가장 위대한 술일까? 이들 술 모두에는 각각의 역사와 문화가 아로 새겨져있다. 술에 새겨져 있는 역사와 문화가 그 술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을까? '맥주'와 '소주'가 서민들의 애환을 담고 그들과 함께 희노애락을 같이 느끼며 살아왔다면, '맥주'와 '소주'가 '와인'보다 더 가치있는 술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와인'도 대중화하고 있다. '귀족의 술'에서 '일반 대중'의 술로 변화하고 있다. 귀족의 술에서 대중의 술로 와인이 변화한다면, 일반 대중의 삶의 애환을 담는다면 '와인'도 보다 가치있는 술로 상승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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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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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는 변하지 않는다. '지리의 감옥'에 갖힌다면, 인간은 탈출할 수 없다.' 무시무시한 말이 아닌가? 지리의 힘을 강조하는 '지리의 감옥'이라는 표현은 나의 눈에 거슬렸다. 일제 식민사학자가 말한 '반도성론'이 떠올랐다. 한반도라는 특성 때문에 대륙의 힘이 강하면 대륙의 영향을 받고, 해약세력이 강하면 해양의 침략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숙명'을 한반도는 지니고 있다는 주장을 나는 철저히 부정했다. 로마 제국의 예를 봐라! 지리를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서, 즉 인간의 능력에 따라서 '지리의 감옥'을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 균, 쇠'를 읽으면서 지리가 인간에 미치는 부정할 수 없는 영향력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인간은 '지리의 감옥'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할까? 이 책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1. 무서운 강대국들! 지리적 요충지를 확보하라!

  초강대국들은 자신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확하게 말하면 안전한 지리적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 주요한 지리적 요충지를 점령해간다. 가상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지리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중국은 2천여년 동안 부단한 투쟁을 해야했다. 소련이 해체된 이후 잃어버린 유리한 지리적 요충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러시아는 분투하고 있다. 이들 두 국가들이 자국의 지리적 요충지를 지키기 위해서, 혹은 새롭게 확보하기 위해서 놀라운 무기를 사용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놀랍게도 그것은 '인구'라는 무기이다.

  중국의 경우, 티베트, 신장 위그루자치지구 문제를 인구로 해결하려한다. 즉 티베트와 신장 위그루자치지구에 끊임없이 한족을 이주시킴으로써, 한족이 티베트와 신장 위그루 자치주의 다수가 되도록한다. 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들지역의 토박이 민족들이 소수민족으로 전락하게 한다. 또한 압도적으로 많은 인구뿐만 아니라, 돈을 이용해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중국의 소수민족 문제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다. 강대국으로 굴기하려는 중국의 소프트 파워전략에 우리는 어떠한 현명한 대응을 해야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러한 모습이 러시아에서도 보인다. 옛 소련영토에 흩어져 사는 러시아인들을 이용해서,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을 확보한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을 지렛대로 이용해서 러시아의 이익을 확보한다.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들지역에 절대다수의 러시아인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무기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서 자국내의 인구를 이동시키거나, 해당지역의 자국민을 이용해서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은 가히 충격적이다. 한반도의 한민족은 1억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는 분단되어 있다. 남한은 급속도로 저출산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인구를 이용한 공격적 전략은 꿈도 꿀 수 없으며, 오히려 인구를 이용한 공격을 대비해야하는 실정이다. 제주도에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입이 엄청나다는 말을 들었다. 혹시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중국인을 이용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든다. '지리의 감옥'을 탈출 해서, 유리한 위치를 점령할 수 있는 방법이 '인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우리에게는 독이될 수 있다.

 

2. 팀 마샬! 동의할 수 없소이다.

  팀 마샬이 지리에 관한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의 모든 의견에 동의할 수는 없다. 영국인이라는 한계와 소외된 지역에 대한 무지가 느껴지는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대한 지리적 분석이 가장 관심이 컸다. 팀 마샬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유지'라는 냉소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압록강이라는 큰 강이 있으나, 팀 마샬은 이 강의 역할에 대해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런 배경에서 몽골이 한반도에 들어왔다 나갔고 이어 명나라, 만주족의 청나라 그리고 일본도 수차례나 침입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경유지이기에 스스로 '은자의 왕국'을 선택했다는 팀 마샬의 주장에 동의할 수 있을까? 우선, 명나라가 조선을 쳐들어 왔다는 주장은 팀 마샬이 얼마나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해서 무지한지를 알 수 있다. 한반도에 있었던 나라들의 역사가 보통은 5백년을 넘는다. 고려 약 5백년, 조선 5백년, 고구려 백제 7백년, 신라 천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렇게 한왕조가 5백년 이상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외세의 침략에 잘 대응했다는 증거이다. 강대국들의 경유지이기 보다는 강대국들과 무력으로 싸우고, 때로는 외교적 대응을 통해서 전쟁을 미연에 막기도 했다. 조선왕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커다란 전쟁을 전후해서 커다란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다.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아니다. 팀 마샬은 우리를 '은둔의 나라'로 묘사하기 위해서 논리적 비약과 사실의 왜곡을 서슴치 않고 있다.

  인도가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독립한 것은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클까? 그것은 200년간 식민지배를 한 영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런데, 팀 마샬은 '외세가 인도 아대륙을 침공하면서 이슬람을 들여왔다말한다. 그럼에도 인더스 강 동쪽 계곡 지역에 자리 잡은 압도적 다수인 힌두교도들은 교류를 거부했고 이는 궁극적으로 인도를 분리시킨 불씨'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슬람 세력이 인도에 와서 사원의 보석을 약탈하고 사원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류할 수 있었을까?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인도인들은 도망칠 수 밖에 없다. 이를 마치 힌두교도들이 교류를 거부한 것으로 묘사하는 것은 대단한 무리수이다. 이러한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인도 분리 독립의 책임을 '영국'에서 '인도'로 떠넘기기 위한 술책이다. 영국은 뱅골 분할령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인도를 '분할하여 통치'하려했다. 일제의 식민지배의 모순이 분단과 6.25 전쟁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듯이, 인도 식민지배는 '분리독립'으로 이어졌다. 영국인 팀 마샬은 영국의 인도 분리 독립 책임을 회피하려해서는 안될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무한정 보장되어야할까? 만약 당신 부모를 누군가가 욕하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다면 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는가?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아래, 타 종교를 비하하는 만평을 그린다면 이것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나는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다. 2015년에 프랑스 풍자 잡지 <샤를리 엡도>의 만평가들을 살해한 사건이 있다. 팀 마샬은 이를 예로 들면서 자유주의자들이 "풍자가 조금은 많이 나간 것 같다"라는 비판을 '예전에는 단호하게 볼테르 편에 섰을 자유주의자들에게도 이제는 상대주의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과연 이것을 부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 오히려 팀 마샬이 믿고 있는 종교를 풍자적으로 그린 그림을 보고 당신은 분노하지 않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당신이 분노한다면 칸트의 정언명령에 위배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3. 팀 마샬! 오류입니다.

  팀 마샬은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더욱이 그는 동양의 역사에 대해서는 무지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1949년 미군은 한반도에 들어왔을까? 아니면 철수했을까? 1945년 한반도에 들어온 미국은 1949년 6.25가 일어나기 전에 철수했다. 그런데 이 책에는 '1949년 이번에는 미국이 남쪽으로 들어왔다.'로  잘못 서술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서술상의 오류는 애교다. 중국의 경우 그 무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사에 대한 오류 2가지를 살펴보자. 우선, 대운하는 '노예'가 건설했을까? '평민'이 건설했을까? 한국사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쉽게 대답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은 '부역'이라는 명목으로 노동력을 강제 징발하여 성을 쌓거나 각종 토목공사에 농민을 동원할 수 있다. 그런데 팀 마샬은 '7백만명의 노예들이 5년에 걸친 공사'라고 대운하를 소개하고 있다. 헤로도투스가 피라미드를 노예가 건설했다고 주장한 것과 유사한 오류이다.

  둘째, 정화가 대선단을 이끌고 아프리카까지 항해를 했던 것은 무슨 목적에서였을까? 팀 마샬의 주장데로 '정화 제독이 이끈는 원정대는 (중략) 목적은 돈벌이였지 세력 투사는 아니었'을까? 정답은 정화의 항해는 돈벌이가 아니라, 조공질서 확대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것이었다. 만약 콜롬버스처럼 경제적 목적에서 정화가 항해를 했다면 정화의 항해는 계속 이어져서 중국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전문 역사가가 아닌만큼, 100% 정확도를 요구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사를 비롯한 동양사에 무지한 팀 마샬에게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4. 새로운 희망과 새로운 불안

  아프리카에 대한 당신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HIV의 만연, 각종 전염병과 굶주림이 있는 곳으로 기억하지 않는가? 그런데, 팀 마샬은 아프리카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가 역사와 자연이 점지한 힘과의 싸움에서 마침내 우세를 점하기 직전까지 도달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젊은 인력이 많고, 수 많은 천연자원이 있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 우울한 아프리카에 희망 섞인 전망은 나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천연 자원에 눈독들이며 진출하고 있는 중국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걱정이 샘솟는 것은 어쩔 수없다. 아프리카에 투자하지만, 그 투자가 아프리카의 국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아프리카의 미래를 밝게만 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지구 온난화라는 재앙을 재앙으로 보지않고 새로운 희망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북극 주변의 나라들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북극항로가 열린다. 이로인해서 북극의 가치는 높아만 간다. 더욱이 북극에는 천연자원도 많이 묻혀있다. 각국이 북극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러시아는 발빠르게 군대를 배치한다. 이러한 각국의 이익추구가 충돌한다면 대규모의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한예로 러시아는 2014년 북극에서 외국군대를 격퇴하는 군사훈련을 했다. 놀라운 것은 외국군 이름이 '미주리'이다. 즉, 미국을 가상적국으로 가정하고 군사훈련을 한 것이다. 북극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북극을 차지하려는 각국의 경쟁도 치열해진다. 북극이 새로운 분쟁지역이 될 가능성은 올라만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대응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정부의 책임있는 관계자는 마련해 두어야할 것이다.

 

 

  지리가 인간, 혹은 국가에 미치는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팀 마샬은 '지리의 법칙'과 '인간의 노력'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리는 인류가 <지리의 법칙>을 극복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그 법칙들이 우리를 이길 거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인류가 <지리의 법칙>에서 벗어나려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지리의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리의 법칙>을 극복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인간은 <지리의 법칙>을 이길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다만, 지리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지리의 법칙>을 극복하기 위해서 인간은 부단히 노력해야한다. 주어진 황무지를 탓하기 보다는 황무지를 옥토로 만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한다면, 인간은 <지리의 법칙>과 '지리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숙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운명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부단한 노력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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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과학자! 정재승! 역사의 대중화에 이덕일이 있고, 철학의 대중화에 강신주가 있다면, 과학의 대중화에는 정재승이 있다. '차이나는 클라스'를 비롯해서, 각종 대중 강연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과학자! 정재승을 12발자국으로 만났다. 과학에는 문외한이라 자칫 어렵지 않을지 걱정부터 생겼다. 그러나 이는 나의 기우였다. 정재승의 글에는 정재승만의 매력이 있었다. 그는 단순히 딱딱한 과학지식만을 전달하려하지 않았다. 과학지식을 통해서 인문학적 통찰을 이끌어내는 것이 그의 글이 다른 과학자와의 차이점이었다. 미신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겨난다는 과학적 지식을 소개한다. 보통의 과학책은 여기에서 끝마칠 것이다. 그러나 정재승은 우리가 미래 일을 예측한다면 행복이 없어질 것이라는 과학지식을 알려주고, 과연 우리의 삶의 태도는 어떠해야하는지를 반문한다. 그리고 우리 인생을 성찰하게 한다. 12발 자국은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인생을 성찰하게 하는 책이다. 12발자국을 따라가 보자.

 

1. 젊은이여 방황하라!

터키의 작은 도시 테키르다라는 도시에서 학회가 열리는 장소를 찾아해매었지만, 정재승은 목적지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정재승은 그 방황덕분에 테키르다라는 도시의 곳곳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우리 인생에 대입시키다. 방황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다보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머릿속에 인생지도를 그리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정재승은 '장황하라!'라고 말한다. 학회 장소에 대한 정확한 장소를 확인하지 않고 출발한 실수로 빚어진 방황을 통해서 정재승은 삶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은 것이다.

 

학교현장에서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꿈이 없어요.', '좋아하게 없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이다. 자기 자신을 자신이 모른다고 하소연한다. 고등학교에 올 때까지 부모의 명령과 안내대로 삶을 살아온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1학년 시기부터 학생부 종합전형을 하는 첫걸음은 진로를 정하는 것이다.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던 학생들에게는 자신을 아는 일은 커다란 짐덩어리 일 것이다. 이때 나의 답변은, '진로체험을 해보세요.', '여러 책들을 읽어보세요.'라고 조언한다. 여러 체험을 하고, 책을 통해서 간접체험을 통해서 자신이 진정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찾아한다고 말하지만, 언제나 2%가 부족한 조언으로 느끼고 있었다. 여기에 정재승은 방황을 통해서 인생의 지도를 그리라고 조언한다. 그렇다. 지금의 학생들에게 부족한 것은 '방황'이 없다는 것이다. 방황하지 않고, 부모의 조언 데로 인생을 살다보니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터널비젼현상(Tunnel vision)에 빠져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내달려 왔다. 이제 나도 정재승을 따라 외치고 싶다. '젊은이여 방황하라!, 스스로 인생의 지도를 그려라!'

2.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은?

창의력을 길러라! 이 말은 우리 교육의 과제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라도 창의력을 길러야한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인재는 어떻게 길러야할까? 정재승은 창의적인 사람의 특징을 친전하게 알려준다. 첫째 운동을 하고, 둘째 충분한 수면, 셋째, 여행과 독서, 자신과 관심분야가 다른 사람만나기 다섯째, 3.3미터의 천장 높이, 여섯째, 상관없어 보이는 두 분야의 만남, 일곱째 다르게 보기이다. 3.3미터의 천장 높이라는 것 외에는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었던 창의력을 높이는 비법들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우리는 생각과 운동을 하지 않으려한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하기에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생각과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이다. 생각과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힘들다. 현대사회는 에너지 과잉의 시대이다. 각종 성인병으로 병원신세를 지고, 헬스클럽이 번성하고, 지방흡입을 통해서 운동하지 않고 살을 빼려는 사람도 있다. 이제 생존을 위해서라도 에너지를 소비해야한다. 열심히 운동하고, 끊임없이 생각해야한다. 그래야 생존 가능성이 상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중년이여! 운동하자! 생각하자! 그것이 생존확률을 높이고,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비법이다.

 

이 책에는 창의적인 글쓰기 비법도 제시되어 있다. 전혀 상관없는 단어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도록 하는 방법이다. 실패할 확률도 많지만, 성공한다면 창의적인 글이 완성된다. 정재승도 DNA 글을 쓸 때, 문학서적을 뒤적였다고 한다. 정재승의 글에는 인문학적 성찰의 냄새가 난다. 딱딱한 과학지식을 인문학으로 승화시키는 정재승의 비법이 여기에 있었다. 상관없는 것에 인과성을 부여하라! 위트와 웃음도 상관없는 것에 인과성을 부여하여 만들어지지 않는가! 정재승이 창의적 글쓰기의 비법을 나에게 전수해주었다. 감사해요 정재승!!

 

3. 반항하라! 도전하라!

정재승은 재미있는 실험하나를 소개한다. 마시멜로 챌린지라 이름 붙여진 이 실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MBA학생과 변호사, CEO그룹보다 유치원생들이 마시멜로 탑을 높이 쌓는다. 계획만 세우기보다는 도전하고, 실행하면서 배우는 것이 보다 좋은 성과를 얻는다는 점을 정재승은 말하고 있다. 정재승의 이 말은 이미 미국의 듀이의 '행함으로써 배운다.(Learning by doing)'로 명명한 교육방법이다. 행함으로써 배운다는 너무도 유명한 교육방법을 우리 교실에서는 외면하고 있었다. 가장 쉽게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공식이 유도된 과정을 배우기보다는 공식을 외워서 문제를 빨리 풀도록 교육받았다. 실패도 자신이다. 실패를 통해서 성공으로 가는 길을 배운다. 우리 교육 현장은 이것을 외면하고 있었다.

 

정재승은 미국 해병대의 '70퍼센트 룰'을 소개한다. 70퍼센트 정도 확신이 들면 95퍼센트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실행에 옮기라는 규칙이다. 죽을 때 우리가 하는 후회는 대부분 '~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라 한다. 나의 인생을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그때 하지 않은 것에 후회를 많이 한다. 그때 지금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하지 않은 많은 일들을 후회한다. 결국 지금 하지 않으면 그 일을 다시 할 기회는 다시는 오지 않는다. '저질러 놓고 보자!'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외쳤다. 일을 저질러 놓고 보면, 수습책이 마련된다. 못할 것 같은 일도 하다보면 해결책이 보인다. 이것이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 얻은 교훈이다. 도전하지 않아서 이루지 못하는 것들을 후회하기 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도전하자!

 

우리 학교 현장은 어떠할까? 상위권학생들은 자신의 스펙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각종 교내 대회에 참가한다. 그러나 하위권 학생 중에는 너무도 무기력한 학생이 많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데, 사회과 부도를 펴놓는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지 않는다. 2시간을 잠자지 않고 사회과 부도의 같은 페이지만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너무나도 무기력한 학생! 부모가 야간 자율학습을 하라고 하니, 반항하지 않고 하지만, 전혀 자율학습을 하지 않는다. 정재승은 과잉 순응하는 학생의 경우 우울증이 있을 수 있고, 자존감도 낮다고 한다. 문제 학생으로 보일 정도로 자기주장이 과잉인 학생이 순응학생보다 났다는 생각이든 다. 학습화된 무기력에 빠져있으며, 과잉 순응의 덧에 걸린 학생들을 보며, 차라리 반항하라고 외치고 싶다!! 반항한다면, 최소한 자아가 살아있다는 반증이니까!!

 

4. 4차 산업혁명! 막아야할 것인가? 다가가야 할 것인가?

카카오 택시의 도입을 두고 정부와 택시업계가 날선 대립을 하고 있다. 택시 업계는 생존권이 달렸기에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려한다. 택시업계와 정부의 대립을 바라보면서, 4차 산업혁명의 길을 가야하는지, 막아서야하는지를 고민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사라질 직업이 택시기사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공유경제는 자연스러운 시대의 대세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직업들이 사라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자동차를 먼저 개발한 영국이 자동차에 대한 규제를 강하게 한 결과 자동차 기술은 발전하지 않았다. 그 혜택을 누린 것은 마부도 영국 시민도 아닌, 독일과 미국의 자동차 업계였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인위적으로 막는다면, 영국과 같은 신세로 추락할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그렇다면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무시하고 카카오 택시의 도입을 밀어붙여야하까? 정재승에게 그 해답을 물어보자.

 

정재승은 말한다.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다.' 사회가 변하면 직업의 성격도 변해야한다. 무인 마트가 생기면, 만남의 장소로 마트의 성격이 변화해야한다. 약국도 마찬가지이다.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돌입하고 있는데, 기존의 생활방식을 고수하면서 기술의 발전을 가로 막는다면, 일시적으로 자신의 생존권을 지킬 수는 있으나, 4차 산업혁명시대 공유경제라는 커다란 파도 속에 외국의 공유경제 기업에게 한국의 내수시장을 내주어야할 것이다. 달리는 말과 경쟁하기 보다는 그 말에 올라타라는 이어령 선생의 말을 기억해야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을 막아서는 만용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에 올라타는 창의성과 적응성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직업이 창출될 것이다. 기존 직업이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직업이 창출되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내지, 철폐해야한다. 정재승 교수에 의하면, 한국은 개인정보 규제가 엄격해서 데이터분석을 하지 못하고, 데이터 분석을 하지 못하니, 인공지능을 발전시킬 수 없다고 한다. 그에 비해서 미국은 개인식별 내용을 빼면 개인정보를 분석가능하고, 따라서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인공지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한다. 정재승 교수는 소개하고 있지 않지만, 중국의 경우, 중국정부가 자유롭게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개인 신용평가를 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데 개인정보를 사용한다. 마치 빅브라더의 출현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중국은 공산국가라는 특수성을 잘 활용해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서가고 있다. 인터넷 강국이던 한국이 이제는 중국을 비롯한 후발국가들에게 그 자리를 내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씁쓸한 우리의 현실이다.

 

정재승교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를 부식시키기 위해서 인공지능의 한계를 설명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에 근거해서 작동하고, 데이터 오류를 스스로 수정하지 못하며, 데이터에 바대 의견을 제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에 없는 영역을 찾아 스스로 데이터를 만드는 능력이 약하다. 뿐만 아니라, 사람과 물건,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지 못한다.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가지는 한계가 많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한계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은 아닐까?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을 읽으면서 심리학책을 읽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심리학에서 하는 인간에 대한 연구를 뇌과학에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뇌과학과 심리학이 통합되는 날이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 둘 다 인간을 이해하려한다는 점에서 나의 흥미를 끄는 분야이다. 글을 마치면서 정재승 교수에게 동의하지 않는 점 한가지를 지적하려한다. 정재승 교수는 미신을 설명하면서, 미신이 사라지고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소망했다.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조상들이 말하는 '미신'이라는 것들 중에는 생활의 지혜가 담겨있는 것이 있다. 한 예로 '밥 먹고 누우면 소된다.'라는 말은 밥을 먹고 바로 누우면 진짜로 소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이다. 역류성 식도염에 걸리기 딱 좋은 행동을 우리 조상은 경험으로 알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말들이다. 우리 인간을 과학이라는 방법으로 연구한다는 점에서 정재승교수가 하는 일은 엄청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과학이라는 언어로 해석이 되지 않는다고, 조사의 지혜 모두를 무시한다면 나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과학이라는 언어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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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saint 2019-01-02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뇌과학과 심리학의 통합, 과학이라는 언어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합니다.
 
내 안의 나를 키우는 도덕경 : 노자도덕경하상공장구 옛글의 향기 4
노자 지음, 최상용 옮김 / 일상이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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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은 쓸쓸히 밤하늘을 거닐지만, 온 천지의 강에  떠오른다. 고전은 달과 같다. 한권의 고전이 온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비추기 때문이다. 수많은 고전중에서 '도덕경'은 읽는 사람의 마음밭에 따라서 달리 읽힌다. 읽는 사람이 어떠한 목적으로 어떠한 마음으로 읽는가에 따라서 너무도 달리 읽힌다. 주역을 토대로 유학자의 마음으로 왕필이 '도덕경'을 주석했다. 그 반대편에 제왕의 관점에서 하상공이 '도덕경'을 주석했다. 같은 책이지만, 왕필과 하상공의 마음에 비친 '도덕경'이라는 달은 너무도 달랐다. 필요하다면, 원문의 뜻을 반대로 주석하는 것도 불사할 정도로 너무도 다른 해석을 적어 놓았다. '노자도덕경주'에 이어서, 하상공주를 토대로 엮은 '내안의 나를 키우는 도덕경'을 읽기 시작했다. 왕필이 주석한 '도덕경'과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1. 우리 주변을 비추다.

  배운다와 가르친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노자의 대답을 들어보자.

 

  "위학일익 위도일손(爲學日益, 爲道日損 )-학문의 길은 날마다 쌓아가는 것이고, 도의 길은 날마다 덜어내는 겁니다. "

 

  교사가 되기 전에 날마다 나의 지식을 쌓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얇팍한 지식들을 쌓아갔다 생각하지만, 그 때는 내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했다는 자신감(?)에 휩싸여있었다. 그리고 교사가 되고 나서는 한편으로는 새로운 지식을 쌓아가는 듯하지만, 학생과 생활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나를 비워가는 생활을 했다. 초임 교사 시기에는 나를 비워가는 일이 어려웠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기 위해서 나를 더 채우려했다. 학생 상담에 필요한 얇팍한  지식으로 복잡한 그들만의 세상과 만난는 일은 너무도 무모했다. 교육학 서적 몇권과 심리학 서적 몇권으로 학생들의 복잡한 세계를 모두 알수 없다. 나를 비워야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내려 놓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새롭게 학생들의 이야기에 채워야 그들의 세계가 나의 눈에 들온다. 교사가 되기 위한 길이 지식을 쌓아가는 일이라면, 교사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식을 내려 놓아야한다. 노자는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교장과 교사는 같은 존재일까? 관리자들 중에는 자신을 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꾀 있다. 특히 장학사를 거쳐서 교장으로 발령받은 경우, 자신을 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 교장이 많다. 교사를 감시와 처벌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학부모에게 어떻게 잘 보일 것인지만을 생각한다. "교사가 힘들면, 학생이 행복하다."라는 말도 스스럼 없이 하는 관리자들도 있다. 불행한 교사가 학생들을 기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까? 불행한 부모 밑에서 아이들이 밝게 웃기 힘든 것 처럼, 행복하지 않은 교사와 대면하는 학생들은 기쁨이 넘쳐날 수 없다. 노자의 말을 들어보자.

 

  "부유대 고사불초 약초구의 기세야부(夫唯大, 故似不肖, 若肖久矣, 其細也夫)- 오직 위대하기 때문에 모자란 듯 보이는 겁니다. 만약 똑똑하였다면 세세하게 살피는 정치를 행한 지 오래되었을 겁니다. 그러한 사람은 소인배와 같은겁니다."

 

  탁월한 관리자일수록 자신을 내려 놓고 교사와 학생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똑똑한 관리자일 수록 자신의 교육관을 교사와 학생에 강요한다. 그리고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며 교사를 가르치려한다. 이00교장과 나00교감의 경우가 그러했다. 똑똑한 장학사 출신의 교장과 교감이었기에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려 교사의 의견을 들었으나, 결론은 자신의 주장으로 끝을 맺었다. 무늬만 '민주적인 의사결정'이었을 뿐이다. 세세한 그의 '가르침'은 학생을 지도하는 일부터, 교사가 사용하는 학습지까지 세세하게 지적했다. 똑똑한 관리자에 대한 불만은 높아 갔다. 연구학교 지정을 받기 위해서 교사 투표를 했으나, 많은 교사들이 반대표를 던졌다. 똑똑한 관리자에 대한 교사의 소심한 반항이었다. 독일 군대의 속담에 "유능하며 부지런한 자는 참모로 적당하다. 유능하고 게으른 자는 탁월한 지위관이 될 것이다. 무능하고 게으른자는 조직에 쓸모없는 사람이다. 무능하고 부지런한자는 조직에 해가되는 사람이니, 반드시 제거해야한다."라는 말이 있다. 유능하고 부지런한 장학사 출신의 관리자들은 교장, 교감에 부적당하다. 그들은 교장과 교감의 참모로 적당할 뿐이다. 교장이 되기 위해서 승진점수를 얻고, 승진점수를 얻기 위해서 장학사 시험을 본는 지금의 인사시스템은 교사와 학생을 행복하게 학교를 만들어가는 관리자를 만들 수 없다. 학부모의 눈치만 보면서, 타학교 보다 더 많이 학생을 압박하여 '강제'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시키고 교사를 감시와 처벌의 눈으로 보게만든다. 똑똑한 관리자가 아닌 탁월한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비워 마치 모자란듯 보여야한다. 그래야 교사와 학생의 말에 귀기울일 수 있다.

  학교에서 우리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자. 유명회사의 양00회장이 부인에게 마약류를 권하고, 직원들에게 구타를하고 이를 촬영했다. 우월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힘없는 여성과 직원들에게 갑질을 한 것이다. 연일 터져나오는 갑질 뉴스에 몸서리를 친다. 노자라면 갑질을 해대는 사회지도층분들에게 어떠한 말을 해주었을까?

 

  "故貴以賤爲本 高必以下爲基 是以侯王 自爲孤寡不穀(고귀이천위본 고필이하위기 시이후뫙 자위고과불곡)-그러므로 귀한 것은 반드시 천한 것을 근본으로 삼고, 높은 것은 반드시 낮은 것을 기초로 합니다. 이 때문에 제후나 왕은 스스로를 '고아 같은 사람'이나 '부족한 사람',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주춧돌이 없이 어찌 기둥이 홀로 설수 있을까? 꼴찌가 없이 어찌 일등이 있을 수 있겠는가? 자신이 앞서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뒤에 있어야한다는 평범한 이치를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모르고 있다. 귀한 것은 천한 것을 근본으로 삼고, 높은 것은 반드시 낮은 것을 기초로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왕이 자신을 '과인' 즉, 부족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갑질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노자의 말에 귀기울여야한다. 높은 것은 낮은 것을 근본으로 삼는다!!

 

2. 정치를 비추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미국은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면서 “모든 부담을 미국이 져야 하는 상황은 부당하다"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 장벽을 쌓아서 불법이민을 막겠다며, 이를 반대하는 민주당과 각을 세웠다. 결국 셨다운 상태에 돌입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라 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이다. 초강대국은 어떠한 모습이어야할까? 노자에게서 힌트를 얻어보자.

 

  "大國者下流 天下之交 (대국자하류 천하지교)-큰 나라는 강의 하류와 같어서, 천하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대국은 큰 강처럼 자신을 낮춰 세상의 모든 물을 줄기를 받아들여야한다. 그리고 더 큰 바다로 나아가야한다. 천하의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여 미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다. 이제 트럼프는 미국이 큰강도, 큰바다도 아니라며 폐쇄적인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역사를 거스르는 일이자, 대국의 길을 스스로 포기하는 길이다. 중국 당나라를 보라, 유럽의 로마제국을 보라, 서아시아의 오스만제국을 보라!! 제국은 천하의 '하류'였다. 자신을 낮추어 모든 문화와 사람들을 받아들였다. 그들 중에서 능력이 탁월한자를 관직에 임명하며 제국의 힘을 키웠다. 문화의 용광로이며 인종의 전시장이었다. 대국이 어떠해야하는지를 노자는 2천년 전에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은 노자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고 있다.

  어느 정치인이나 꿈꾸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자리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올랐다면, 역사에 자신의 업적을 남기고 싶어한다. 때로는 그 업적을 마김과 동시에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도 도구로도 활용된다. 과거 이명박정권에서 4대강 사업을 했다. 20조가 넘는 예산이 들어갔고, 4대강은 큰빗이끼벌래가 활개를 치고, 녹조라떼의 녹색물결로 뒤덮혔다. 노자라면 우리에게 어떤말을 해줄까?

 

  "將欲取天下而爲之 , 吾見其不得已 (장욕취천하 이위지 , 오견기부득이)-장차 온 세상을 휘어 잡고자 하는 사람은 무언가를 꾸미는데, 내가 보건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겁니다."

  "是以聖人去甚, 去奢, 去泰 (시이성인거심 거치 거태)-이 때문에 성인은 지나치게 극심한 것을 버리고, 사치스러움도 버리며, 과분한 것 역시 버립니다.)"

 

  무언가를 함으로써 자신의 업적을 남기고, 자신 주변 사람들에게 떡고물을 줄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일들이 부질없는 일이며, 심하면 나라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은 극심한 사치도 버리고, 과분한 것 역시 버린다. 욕심에 눈이 어두워 나랏살림을 망치는 정치인들과 그러한 정치인을 선출하고 지지하는 국민에게 노자는 따끔한 말을 하고 있다. 정치인과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마음이다.

 

3. 니체와 공자를 비추다.

  고수들은 서로 통한다. 비슷한 주제를 달리 말하기도하고, 같은 의미의 말을 놀랍도록 일치하기도한다. 노자의 말은 니체와 공자의 말을 통해서 다시 한번 음미해보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정신의 3단계 변신을 이야기했다. 낙타가 사자로, 사자가 아이로 변화해 가면서, 정신의 높은 경지에 이르게 된다. 낙타가 중세의 짐을 지고, 굴종적인 노예의 삶을 사는 존재라면, 사자는 자신을 짓누르는 짐을 벗어던지고 당당히 자신의지를 밝히는 존재이다. 그에 반해서 아이는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이다. 힘이 약하면서도 힘이 강한 부모를 마음대로 다루는 존재가 바로 아이이다. 놀랍게도 노자도 아이의 이러한 힘을 알고 있었다.

 

  "知其雄 守其雌 爲天下谿 常德不離 復歸於嬰兒(지기웅 수기자 위천하곡 상덕불리 복귀어영아)-남성스러움을 알면서 여성스러움을 지킬 수 있다면 천하의 계곡이 될 수 있습니다.천하의 계곡이 되면 항상 덕이 떠나지 않습니다. 다시 갓난아이의 마음으로 되돌아갑니다."

 

  남성스러움을 알면서도 여성의 부드러움을 지킬 수 있다면, 계곡처럼 모든 물줄기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주변사람들의 마음을 얻게 된다. 마치 갓난아기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웃음으로 부모를 기쁘게하고, 아기가 아플때는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한다. 니체보다 앞서 노자는 2천여년전, 아기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고수끼리는 통하나 보다.

  공자의 말과 노자의 말을 비교해보자. 우선, 공자와 노자 모두 말잘하는 사람을 싫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그들의 말을 들어보자.

 

  "信言 不美 美言 不信 善者 不辯, 辯者 不善,(신언 불미 미언 불신 선자 불변 변자 불선)-믿음직스러운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스럽지 못합니다. 선한 사람은 말을 잘하지 않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선하지 못합니다."-노자

  "子曰 巧言令色, 鮮矣仁(자왈 교언영색 선의인)-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말잘하고 표정을 잘꾸미는 사람치고 어진사람이 드물다.-공자

 

  중국철학을 대표하는 공자와 노자 모두 말잘하는 사람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 서럽지 못하며, 말잘하는 사람은 선하지 못하다고 한 노자! 말잘하고 얼굴표정을 잘 꾸미는 사람치고 어진 사람 드물다는 공자! 말보다는 진실된 행동을 중시하는 선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 서양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자신의 말을 잘 표현하는 것을 중시한다. 아고라 광장에서 토론을 통해서 발전한 민주주의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서양의 역사를 본다면,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상당히 긍정적인 면이 있다. 반면 동양인들이 말잘하는 사람을 싫어하다보니, 활기찬 토론과 의견교환이 동양에서는 이뤄지기 힘들지 않았을까? 물론 활기찬 토론이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같은 계층안에서는 토론이 이뤄졌겠지만, 윗사람과 아랫사람, 어른과 아이 사싱의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굴곡진 현대사에서는 "말잘하면 빨갱이!"라는 말이 유행했지 않는가! 이제는 말잘하는 사람이 우대받는 사회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폭력보다는 말로서 상대를 설득하는 그러한 사회를 꿈꿔본다.

  공자와 노자는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어찌 대답했을까? 놀랍게도 공자와 노자의 입장은 일치한다.

 

  "知不知上 不知知病(지부지상 부지지병)-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하는 게 최상의 덕이고, 알지 못하면서도 아는 체하는 게 병폐입니다."-노자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알이다."-공자

 

  공자와 노자 모두, 모르는 것을 아는체하는 것을 커다란 병폐로 여겼다. 또한 자신의 무지를 아는것을 참다운 앎이라 여겼다. 노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알면서도 모르는 것 처럼하라고 말하기 까지 했다. 이러한 공자와 노자의 말은 소크라테스에게서도 발견된다. 델포이 신전에 적혀있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도, 너의 무지를 알라는 말이다. 동양을 넘어서 서양의 현자도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이 참다운 앎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하라리는 과학혁명을 설명하면서, 중세 시기에는 세상의 모든 현상들을 '신의 뜻'으로 설명했다. 그들은 자신의 무지를 몰랐다. 반면에 근대에 들어서서 자신의 무지를 깨달은 유럽인들은 진리를 알고 싶어서 실험과 관찰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과학혁명이 일어났다. 그 과학혁명의 힘으로 서양이 동양을 침략해온다. 동서양의 현자, 현대의 현자들은 모두 말한다. 너 자신의 무지를 아는 것! 그것이 참다운 앎의 시작이라고.....

  충신과 참다운 친구는 언제 나타날까? 공자와 노자가 비슷한 말을 했다.

 

  "六親不和,有孝慈;國家昏亂,有忠臣(육친불화 유효자 국가혼란 유충신)-가족 관계가 조화롭지 못하자, 효도와 자애로움이 있게 되었고,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충성스러운 신하가 생겨났습니다."-노자.

  " 歲寒然後知 松柏之後凋(세한연후지 송백지 후조)-추운 겨울이 와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알게 된다."-공자

 

  임진왜란이 닥쳐야 이순신과 같은 충신 영웅이 등장한다. 눈내린 추운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알게 된다. 불행이 닥쳐야 옥석을 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노자와 공자는 말하고 있다. 내가 행복하고 돈과 권력이 있다면, 나의 주변에는 친구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 그들이 얼마나 함께할까? 정승집 개가 죽으면 사람들의 문상이 줄을 잇지만, 정승이 죽으면 찾아오는 사람이 적은 것이 세상사이다. 진정 사람을 바라보는 참돈눈이 있다면, 불행이 닥쳤을때, 나의 곁에서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볼 것이다. 그러한 눈을 갖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참다운 사람이 되어야할 것이다.

 

4. 왕필과 하상공을 비추다.

  왕필과 하상공은 '도덕경'에 주석을 달았다. 같은 책에 주석을 달았으나, 서로의 원문이 다른 경우도 있으며, 같은 문장을 달리해석한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글자의 뜻을 정반대로 설명한 경우도 있다. 그것을 모두 여기에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중 몇가지만 소개해 본다.

 

  "不自見故明(불자현(견) 고명)"

 

  이 문장의 '見'을 현으로 읽어야할까? 견으로 읽어야할까? '현'으로 읽느냐 '견'으로 읽느냐에 따라서 해석에 차이가 생긴다. 왕필은 '현'으로 본 반면에 하상공은 '견'으로 보았다. '현'으로 읽을 경우,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에 지혜가 밝게 드러나고'라고 해석된다. 반면에 '견'으로 읽을 경우, '성인은 자신의 눈으로 보지 않기에 밝게 알고'로 해석된다. '드러낸다'와 '본다'의 해석상의 뉘앙스는 약간다른다. '현'으로 읽을 경우, 성인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신하들로 하여금 악역을 맡도록하는 고난도의 통치술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견'으로 읽을 경우, 자신이 직접 세세하게 살피지 않더라도 각종 첩보기관을 이용해서 세상의 정보를 얻고 통치한다는 의미로해석된다. '도덕경'을 제왕들에게 통치의 방법을 알려준 책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노자 통치술의 무서움이 서려있는 문장이다.

  같은 문장의 해석을 달리한 경우를 살펴보자.

 

  "民不畏威, 則大威至.(민불외위 즉대위지)"

 

  위의 문장을 하상공은 '백성들이 해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큰 해로운 것이 이르게'된다고 해석했다. 반면 왕실은 '백성이 위엄을 두려워 하지 않으면 큰 위엄이 이르니'로 해석했다. 왕필의 경우 '위'를 해롭다로 해석했다. 백성들이 작은 해로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보다 큰 해로움 즉, 죽음에 이른다는 문장으로 해석한 반면에, 왕필은 군주가 겸손한 자세로 물러나는 것을 버리고서 자신의 위엄과 권력에 의탁하면 만물이 어지러워지고 백성들이 감시와 법망을 피하려하기에 위엄으로 백성을 통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위'를 해로움으로 볼 것인가? 위엄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서 문장의 해석이 달라진다. 이러한 차이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왕필과 하상공을 비롯해서 수많은 주석서들의 숲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어찌해야할까? 나는 '고전은 자신과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라는 나의 명제로 되돌아 간다. 고전이라는 거울은 자신을 비추고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수많은 주석서들은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주석가들의 고민을 토대로 고전을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그들의 모습이 한결같이 않다고 그들을 탓할 수 없다. '도덕경'은 질문에 따라서, 질문자에 따라서, 사회에 따라서 대답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도덕경'의 참다운 가치이다.

  하상공은  한자의 의미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하기도 했다. "貴大患若身(귀대환약신)-'큰 환란이 내 몸에 이르러도 귀하게 여기며 두려워해야합니다"의 '貴(귀)'를 '귀하다'라는 본뜻과 반대로 '畏(외)' 즉, 두렵다로 주석을 달아 놓았다. 큰 환란을 두려워해야한다는 하상공의 해석과 큰 환란을 내몸처럼 귀하게 여기라는 왕필의 해석을 비교하면서, 하상공과 왕필이 스스로 구하고자 했었던 시대의 질문이 달랐음을 짐작해본다. 그들의 논쟁 숲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이 시대의 질문과 나의 고민으로 '도덕경'을 비춰봐야할 것이다.

 

  도덕경을 읽겠다는 1년여의 대장정을 마칠 시간이 왔다. 왕필본 '도덕경'과 하상공본 '도덕경'을 비교하면서 하루에 한구절씩 혹은 일주일에 한구절씩 읽어 내려갔다. 도덕경 81장 6천여자를 읽으며, 고전의 숲을 거닐 때 길을 잃지 않아야함을 깨달았다. '도덕경'이라는 달은 우리가 밤길을 갈때, 나의 앞길을 밝혀주는 존재일뿐, 나의 길을 대신가주는 존재는 아니다. '도덕경'은 도구일 뿐, '도덕경'이 목적일 수 없다. '도덕경'이라는 좋은 안내서의 도움을 받아서, 나의 인생의 고개하나를 넘었다. 인생이라는 머나먼 길을 고민하며 나아가고자 하는 독자에게 하사공본 '도덕경'을 추천해본다. 물론, 왕필본 '도덕경'과 비교하면서 읽는다면 그 미묘한 차이에서 느끼는 재미는 더더욱 커질 것이다. 이제 또하나의 길을 찾아 떠난다. 어느 고전을 안내서로 새길을 떠날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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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12-28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국이 공자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공자 사상을 세계적으로 알리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그런데 중국의 국제적인 행보를 보면 군자답지 않습니다.. ^^;;

강나루 2018-12-28 17:43   좋아요 0 | URL
공감합니다
유교에는 사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소도 있는데 강대국의 미덕을 그들은 보이지않는군요

짜라투스트라 2018-12-28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요새 제가 관심 있는 영역의 책을 읽고 글을 쓰셔서 댓글을 안 쓸 수가 없네요. ^^;;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지만 공자나 노자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해서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긴 말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글 잘 읽었습니다.^^

강나루 2018-12-28 20:3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새해 맞이하세요

서니데이 2018-12-31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올해 제 서재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2019년이 시작됩니다.
새해에는 항상 좋은 일들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따뜻한 연말,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강나루 2018-12-31 23:04   좋아요 1 | URL
항상 즐거운 소식을 전해주는 서니데이님도
2019년 행복하고 즐거운 한해 되시길 빌어요^^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