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 - 무늬와 소재를 통해 살펴보는 색다른 역사 문화탐험
박영수 지음 / 내일아침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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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그림과 유물들을 보면서, '왜? 이동물이 여기에 있을까?'라는 물음이 생기곤했다. 그때마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해보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문화재 속에 그려진 동물들을 일목 요연하게 설명해 놓은 책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번해왔다. 문화재 속 동물들의 상징을 알 수 있다면, 그들과 대화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차에 '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라는 책을 펼쳐들었다. 그렇다면, 책속으로 들어가 보자.

 

1. 동물에 새겨진 조상의 염원

  연인과 선물을 주고 받으며 우리는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는다. 우리 조상들은 연인에게 선물을 주는 마음으로, 일상의 장식과 그림에 자신의 소망을 담았다. 여성용 경대에를 비롯해서 노리개에 박쥐 무늬를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다산을 기원하는 소망을 담았기 때문이다. 조상들은 일상의 생활용품에서 궁중 장식무늬까지 동물 무늬를 장식했다. 다양한 동물들 하나하나에는 다양한 의미와 소망을 담았다. 섬세한 무늬의 용, 박쥐, 학 등의 동물들의 무늬를 그려 넣은 도공, 화사, 장인들의 노력을 생각하며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소원들을 상상하게 한다.

  조상들은 수많은 동물들을 섬세하게 관찰했다. 그리고 그 특징을 파악해서 동물 문양을 세겨넣었다. 특정 동물의 문양을 그려 넣으면 그 동물과 같은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다. 절대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꿩을 그려 넣어 꿩의 용맹함을 닮고 싶었고, 부부금슬 좋은 기러기를 그려 넣어 부부의 금슬이 좋아지길 기원했다. 그뿐인가? 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가져와, 그와 같은 일이 현실세계에서 다시 반복되길 기원했다. 문자도 '효'에 잉어를 그려 넣어 효자가 많아지길 기원했고, 주인을 위해 목숨까지 내 놓는 개를 그려 넣으며, 충직해지기를 기원했다. 작은 생활도구에서 웅대한 궁궐건축에 의미와 뜻을 담는 조상의 모습이 개성없는 콘크리트 아파트가 즐비한 현대인의 생활공간과 차이를 드러낸다.

 

2. 동물에 대한 관념 변화

  작년 '미투'운동이 격렬하게 진행되었다. 그때, 고등학교 국어 교사가 '구지가에 나오는 거북 머리는 남자의 성기를 뜻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가 부적절한 성적 표현을 수업시간에 했다고 징계를 받았다는 기사가 뉴스를 장식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거북이과 관련된 설명을 유심히 보았다.

 

  "여기에는 남성 우월적 사고가 숨어 있으니 거북 머리 모양의 구지봉은 남성 성기를 상징하며 여섯 아이 모두 남자라는데서 그 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71쪽)

 

  징계를 받은 국어교사의 수업내용은 정확히 근거가 있는 내용이었다. 사실 조상이 남긴 유물 유적 중에는 '성'과 관련 있는 상징들이 많이 있다. 기자석 처럼 남자의 성기를 모델로 돌을 쪼아 많들어 놓고, 다산을 기원하기도 했다. 심지어 안양의 삼막사에는 남근석과 여근석이 있다. 남근석과 여근석을 만지며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기도 했다. 이를 외설로 보아야할까? 고려 가요를 남녀 상렬지사로 내몰고, 고려가요 대다수를 없애버린 조선시대 성리학자의 우매함을 우리는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조상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읽어 내려가는 것이 성추행일 수있을까? 사회는 개방되고, 대중문화 속에서 성적 표현이 지나칠 정도로 개방화된 현대사회에서, 성에 대한 언급 자체를 금기시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박쥐!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드라큘라백작을 떠올리며 몸서리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의 생각은 달랐다. 오복과 장수, 다산의 상징물이 박쥐였다. 추한 동물이 아니라, 복을 가져다주는 영물로 받아들여졌기에 신선도에도 박쥐가 등장한다. 신선로 손잡이와 여성용 경대에 박쥐가 장식되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무서운 동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기 싫은 대상으로 변해버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 박영수는 '서양에서 들어온 이솝 우화와 드라큘라의 영향으로 박쥐를 오복의 상징보다는 불길한 동물로 여기는 까닭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리고는 '우리 옛 문화가 점점 더 멀어지는 세상이 안타깝다.'라고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 서양의 패권은 단순히 정치와 경제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었다. 우리의 관념에도 영향을 미치며 서구의 관념을 우리의 머릿속에 이식했다. 용에 대한 이미지 마져 바꿔 놓고 있지 않은가? 공룡을 닮은 서양의 용이 뱀처럼 생긴 우리의 용을 밀어 냈다. 어린이들이 많이보는 '뽀로로'의 드라곤은 더이상 뱀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서구의 입맛에 맞춰 만들어진 드라곤의 모습을 보면서 조상의 생각을 베어내고 서구의 관념을 이식하는 현실이 씁쓸해진다.

 

3. 동의하지 않아요.

  동물의 특성과 동물이름의 어원까지 섬세하게 조사해서 읽기 쉽게 서술한 저자 박영수의 노력에 감탄한다. 그러나, 옥에도 티가 있듯이, 박영수의 글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그 몇가지를 살펴보자.

  삼족오는 동이족의 것일까? 저자 김영수는 삼족오를 동이족의 것, 용은 중국의 것이라 규정한다. 삼족오는 봉황의 시초가 되었는데, 봉황이 용보다 낮은 단계의 영물로 인식한 이유는 '동이족이 중국의 한족에게 밀리면서 마치 용보다 낮은 단계의 영물인 것 처럼 여겨진 것'이라 진단한다. 삼족오는 신석기 시대 중국의 양사오 문화, 한국의 고구려 고분 벽화, 일본의 건국 신화 등 동아시아 고대 문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상의 새이다. 한나라 벽화에도 등장하는 삼족오를 동이족의 것으로 단정할 수 있을까? 저자가 삼족오를 동이족의 것으로 단정한 근거가 궁금하다.

  몇해전에 '천마도'를 '기린도'로 바꿔 불러야한다는 주장이 학계에 발표되었다. '천마도' 속의 천마를 적외선 촬영해서 자세히보면, 천마의 머리에 뿔이 있기 때문이다. 그와 유사한 주장을 이 책에 소개된 '신라 도제 기마 인물상' 설명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말 이마의 양쪽 귀 사이에 뿔이 튀어나와 있다. 말은 원래 뿔 없는 동물이므로, 이 외뿔은 상상 동물인 해치의 상징을 요점만 따운 셈이다."(91쪽)

 

  저자 박영수의 주장데로 '말 이마의 양쪽 귀 사이'의 튀어나온 것은 뿔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KBS 역사 스페셜에서 천마도 속 동물이 말인지 기린인지를 다룬적이 있다. 북방 유목민족은 말머리의 털을 묶는 습성이 있다. 천마도 속의 뿔로 보이는 것은 뿔이 아니라 말의 털을 묶은 것이다. 이는 '신라 도제 기마 인물상' 속의 말에게도 적용된다. 물을 다루는 북방 유목민족의 습성을 이해한다면 '뿔'로 보지 않았을 것이다.

  '청자 상감 운학문 술병'이라는 표현도 동의할 수 없는 표현이다. 정식명칭인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靑磁象嵌雲鶴文梅甁)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야한다.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 선생이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했던가? 문화재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 아무리 아름다운 그림과 유물이라 하더라도 그 의미를 모른다면, 아무 감흥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유물 속의 동물 상징 이야기'를 읽고, 그림 속과 유물 속의 동물들이 살아 움직이며 나에게 말을 걸어올 것 같은 느낌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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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의 언어 - 촌철살인 이낙연에게 내공을 묻다
유종민 지음 / 타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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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나서 이낙연 총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야당국회의원들의 예의 없으면서도 조롱섞인 질문을 유연한 화술로 빗겨가간다. 심지어는 할말을 잃은 야당 국회의원들이 질문을 하다말고 "총리들어가세요."라고 말하며 항복한다. 이낙연! 그의 화술을 배우고 싶어졌다. 그의 촌철살인 내공을 배우고 싶었다. 나의 눈에 '총리의 언어'가 드러왔다. 이 책을 읽으면 이낙연 총리의 탁월한 화술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과연 이 책은 이낙연 총리의 화술을 온전히 알려줄 수 있을까?

 

1. 중언부언은 이제 그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거슬렸던 것은 '중언부언'이었다. 읽었던 이야기를 또 읽어야한다는 것은 술주정꾼의 말을 듣는 것과 같았다. 술취한 아버지께서 자고 있는 나를 깨워 자신의 이야기를 하셨다. 그때는 그것이 너무도 싫었다. 아버지의 술주정은 언제 끝날지 몰랐다. 어린시절, 술마시는 아버지가 싫었다. 농촌의 어른들은 너무도 술을 좋아했다. 힘든 농삿일을 술로 풀어버리는 모습이 과히 좋아 보이지 않았다. '총리의 언어'에는 어렸을 때, 술주정을 들어야했던 나의 괴로움을 다시 떠올릴 정도로 했던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었다. 그중 몇가지를 소개해보자. 이낙연 총리의 아들은 젊어서 뇌수술을 받아야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천주교 세례를 받는다. 이 이야기는 한번으로 족하다. 그런데 이것이 두번 이상 반복되어 서술되었다. 이낙연의 좌우명인 '근청원경(近聽遠見)'도 책에서 여러번 반복되었다. 열린 우리당 입당을 하지 않고 민주당에 남은 이유도 어머니의 전화 때문이라는 일화도 여러차례 반복되었다. 전남도지사 시절 별명이 '이주사'인 것도 만찬가지이다. '이낙연의 낮은 목소리', '농업은 죽지 않는다.'라는 책이 대변인실, 지방의원들에게 참고자료로 활용된다는 내용도 중복, 사복되고 있다. 이밖에도 셀수 없이 많은 일화들이 반복된다. 일화가 반복될 수록, 이 책에서 느껴지는 술주정꾼의 느낌도 더해졌다.

  단순히 중복, 삼복, 그 이상의 이야기가 반복된 것은 그나마 양반이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라는 속담이 어느나라 것인지 아는가? 79쪽에는 중국 속담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런데, 121쪽에는 일본속담으로 적혀있다. 같은 저자가 쓴 책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는 계속 고사하다 2000년 16WW대 3선땐 3개가 됐고 4선땐 4개가 됐다."라는 표현이 무슨 뜻인지 아는가? 이부분을 읽으면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인터넷 글쓰기도 아닌데 독자가 알아볼 수 없는 글들을 아무런 설명없이 쓴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부족한 점들이 책속서 반복될까?  이낙연 총리의 화술이 인끼를 얻자, 이를 빨리 책으로 써야한다는 조바심이 만들어낸 촌극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복된 부분을 삭제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정제해서 보다 맛깔나는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2. 인간 이낙연을 만나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예순을 넘기시면서부터 음식이 짜졌습니다. 어떤 때는 쓴맛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어머니께서도 곧 아시게 됐습니다. 한번은 저희들 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만든 음식이 내가 먹어봐도 맛이 이상하다. 너희들도 멋없으면 먹지 마라.' 그 말슴을 하시는 순간의 어머니 얼굴은, 제가 본 어머니 얼굴 가운데서 가자 ㅇ외로운 얼굴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추억>, '큰아들 낙연이의 추억'중에서-

 

  이낙연이 쓴 '어머니의 추억'중 일부분은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나이든 노모를 생각하는 이낙연의 인간적 애틋함이 느껴졌다. 곧이어 나의 어머니를 생각했다. 몇일전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으며, 김치가 너무 짜다는 사실에 놀랐다. 고혈압이 있으신 어머니인데, 음식이 짜지고 있다. 건강진단에 혈압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의사의 소견이 적혀있었다. 음식이 짜진다는 것은, 혀의 '미뢰'라는 음식맛을 느끼는 세포가 죽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짠맛을 느끼지 못하니, 짠맛을 느끼기 위해서 소금을 더 넣을 수밖에 없다. 공자께서 말씀하지 않았던가! '부모의 나이는 알지 않으면 아니된다. 한편으로는 (오래 살아계신 것을)기뻐하고, 한편으로는 (부모가 나이들었음을) 두려워해야한다 (子曰 父母之年 不可不知也 一則以喜 一則以懼) 세월이 덧없이 지나감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3. 이낙연은 승천할 수 있을까?

  TV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총리는 여권의 강력한 대선주자로 자리메김을 하고 있다. 이 책에 나와있는 정보를 근거로 추리해보자. 

  이낙연 총리는 '현장형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리더로서, 전남 도지사시절 그의 별명이 '이주사'였다. 주사는 6급 공무원이다. 그정도로 열심히 도전에 전념하고, 현장을 속속들이 찾아갔다. '내부자'라는 케이블 프로에서는 '밑에있는 사람들은 힘들어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휴일없이 일을 했다. 유능하면서 부지러한 그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 매력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프로이센군의 격언이 생각나다. '유능하면서 게으른 사람은 탁월한 지도자 이다. 유능하면서  부지런한사람은 참모로 제격이다. 무능하면서 게으른 사람은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다. 무능하면서 부지런한 사람은 조직에 위해를 가하는 사람이다. 반드시 제거해야한다.' 이낙연 총리는 이중에서 탁월한 참모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잘 보좌하면서 국정의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그의 부지런하면서도 꼼꼼한 문재인 대통령이 놓치기 쉬운 일들을 잘챙기며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유능한 참모일뿐 유능한 '대통령'은 될 수 없을까? 그것은 그의 손이 달렸다. 그가 새로운 대권후보로 진화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부하를 믿고 부하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기다려주는 유능하면서도 게으른 리더의 모습을 갖춘다면 그는 여의주를 얻어 승천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을 고수한다면, 그는 유능한 참모일 뿐이다.

  이낙연 총리가 유능한 '대통령'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이 책 곳곳에 보인다. 몇가지 예를 살펴보자. 이 책에서 '섞어번개팅'이 여러 차례 소개되어 있다. 부처간 벽을 허물기 위해서 남녀, 부서, 지위고하를 뛰어 넘어 치킨집에서 만나는 그의 모습에서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의 리더로서의 자질을 보았다. 학문이 융합되고, 지식이 새롭게 창조되는 시대에 부처간의 칸막이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도전을 감당할 수 없다. 이 벾을 허무는 일들을 그는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전남도지사 마지막날! 그는 팽목항을 방문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서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주면서 "총리가 돼도 이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을테니 언제든 전화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참다운 리더는 권력을 누리기 보다는 자신에게 권력을 준, 시민을 섬기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낙연은 그것을 갖췄다. 물론, 이낙연이 총리가 된 후, 유가족들이 이낙연 총리에게 전화를 했는지, 많약 했다면 이낙연 총리가 어떻게 응대했는지가 궁금하다.

 

 

  책을 읽으며, 중언부언하는 내용에 심한 불편함을 느꼈다. 리더로서의 이낙연의 화술의 비법을 얻고자 했던 나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결어'를 읽으면서 저자 유종민에게 깜짝 놀랐다. 저자는 이낙연 총리의 '100원 택시' 정책을 이어받아 '100원 특강'을 하고자 했다. 최소인원 50명 이상일때 언제든지 불러주면 '총리의 언어'를 주제로 강의를 하겠단다. 그것도 1인당 100원이 아니라, 통틀어 100원에 강의를 한다고 한다.!! 이낙연 총리의 인품과 화술에 감화된 저자 유종민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책을 한권내서 책의 인쇄보다는 강의료에 더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에서 유종민 저자의 이러한 포부는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 책이 중언 부언된 부분을 깔끔히 덜어내고 새롭게 출판된다면,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주제로 책을 읽고, 저자 유종민의 강의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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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사토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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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니를 뽑기 위해서 치과 수술대에 누웠다. 전기톱 소리가 나의 귓가에서 울렸다. '내가 재채기를 하면 저 전기톱이 나의 입을 헤집어 놓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나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왼쪽 윗니와 아랫니를 빼고, 의사가 물었다. "나머지 두개도 하실거에요?" 내가 너무 떨었나보다. 그런데, 나는 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일 후, 두려워하는 몸을 봐주지 않고, 나의 이성은 냉정하게 나머지 두개의 사랑니를 빼버렸다. 사랑니를 뽑는 경험은 무척이나 괴로웠다. 그때, 나의 머릿속에 한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지금도 사랑니를 뽑는 것이 이렇게 힘든데, 첨단 의료기기가 없었던 옛날 조상들은 어떻게 질병에 대처했을까?"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동내 축제에서 도서교환전에 나갔다가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에 이전에 내가 품었던 의문에 대한 해답이 있을 것 같았다.

 

1. 까마득히 먼 옛날! 의료술의 민낯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선사시대 사람들이 현대인들보다 한가로운 삶을 살았다고 적혀있다. 문명의 발전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더욱 혹사시키고 있다는 유발 하라리의 주장을 읽으며, 스스로의 몸을 쇠사슬로 묶어버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문명의 발전이 인간을 불행하게하는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학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그렇지 않다. 이 책에서는 선사시대 인간의 평균나이는 15살 정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죽음을 옆에 두고 살았다. 몇백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류의 평균나이는 40세였다. 여성의 평균 연령은 남자보다 더 낮았다. 출산을 하면서 많은 여성이 죽어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더러운 물질을 약으로 사용했다. 악마를 쫒아내기 위해서는 더러운 물질들이 특효약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이러한 비극적인 모습은 잉카유적에서도 발견된다. 두개골에 구명이 뚫려있으며, 일부의 두개골은 뚫린 구멍이 아물기도 했다. 지금은 종영된 '호김심 천국'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는 뇌수술을 했다며, 잉카의 의료기술에 감탄을 쏟아냈다. 그러나, 그것은 뇌수술을 했다기 보다는 '악마를 몰아내기 위한 외과 수술'로 보아야한다고 사토 겐타로는 주장한다. 같은 사실을 의학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보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서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인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 어디엔가 존재한다고, 존재했었다고 믿길 원한다. 우리 현실을 비판하면서 북유럽을 이상향으로 말하기도하며, 미국을 이상향으로 말하기도한다. 그러나 북유럽과 미국도, 심지어는 톨레랑스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많은 내부의 모순이 잠재하고 있다. 완벽한 이상향은 우리의 머릿속에만 존재한다. 그런데, 유발 하라리는 우리 머릿속의 이상향을 되돌아갈 수 없는 선사시대로 설정했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을 비판했다. 우리의 삶은 모순들로 둘러싸여있다. 천국은 어디에도 없다. 있다면, 우리의 관념속에 존재한다. 현실의 고통을 잊고, 희망을 찾아 내달리기 위해서 우리는 어디엔가 이상향이 존재한다고, 존재했었다고 말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이상향을 설정하는 행동이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동력일 때는 존재가치가 있다. 그러나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피난처라면, 차라리 그러한 이상향은 부셔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2. 말라리아에 얽힌 아픈 추억

  '말라리아'라는 병명을 들었을 때, 열대지방에만 존재하는 병이기에 내가 걸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군대 복무중에 갑자기 오한과 발열이 났다. 체온이 40도가 넘어갔다. 잠시 발작을 하더니, 이내 괜찬아졌다. 아픈 이유를 돌팔이 의사들은 알지 못했다. 결국 잦은 오한과 발열이 의심스러워서 정밀 검사를 받았고, 결국 말라리아 판정을 받았다. 군대생활을 병원에서 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병실에 갖혀 살면서 병원의 잔디밭을 내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번했다. 몇평안되는 병실이 엄청난 감옥으로 다가왔다.

  '3장 인류 절반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 말리리아 특효약, 퀴닌'을 읽으며, 말라리아의 위험성을 새롭게 알았다. 열대지방에서만 발생하는 질병으로, 약만 먹으면 쉽게 났는 병으로 알았던 내가 한심스러웠다. 말라리아는 일찍이 소현세자를 죽이기도 했으며, 알렉산더 대왕도 말라리아로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말라리아는 열대지방에서만 발병하지 않는다. 캐나다나 핀란드 처럼 추운 지역에서도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더욱이 키넨 구조를 참고로 합성한 약물은 쉽게 내성이 생기는 무서운 병이다. 세계 3대 질병 중에 하나이기도하며, 아직은 인류가 쉽게 정복할 수 없다. 질병앞에 자만하지 말자! 말라리아의 고통을 몸소 경험했던 나에게는 외쳐본다.

 

3. 생명이 먼저인가? 돈이 먼저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자본(돈)'이다. 돈을 위해서 사기를 치고, 각종 범죄까지 서슴치 않는 세상이다. 돈에 속고 돈에 우는 세상이다. 이러한 잔혹한 이야기가 생명을 다루는 의학분야에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스러운 모습은 의학분야에서도 에외가 아니었다.

  19세기 이전까지만해도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살지 못한 이유를 아는가? 이유는 '산욕열' 때문이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이것이 위생 상태가 나빳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제멜바이스가 주장했고, 실증적으로 이를 입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의사들은 산모의 죽음이 위생상태가 나빴기 때문이라는 제멜바이스의 연구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사 자신의 부주의로 산모를 죽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제멜바이스의 상사였던 클라인교수는 제멜바이스를 빈대학 종합병원에서 내쫓는다. 결국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제멜바이스는 정신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한다. 산욕열을 예방하고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근대적인 위생환경을 보급할 기회를 야만적인 의사들이 거부해버렸다. 한 위대한 의사는 정신병에 걸려 쓸쓸히 죽어가야했다. 생명보다. 정의보다. 자신의 밥그릇을 위대하게 생각하는 그들에 의해서 제멜바이스는 죽어갔다. 그런데, 한국에는 제2의 제멜바이스가 없을까? 용기있는 내부 고발가 탄압받는 현실을 보면서, 한국의 제멜바이스들이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꿔본다.

  약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만들까?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들까? 아마도 둘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최대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옳은 일인가? 최대한 많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 옳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생명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돈을 포기하고 생명을 살릴 것을 요구한다면 제약회사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제약회사 자체가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돈과 생명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사상 최초 에이즈 치료제 개발자는 미쓰야 박사이다. 그런데 버로스 웰컴사는 미쓰야 박사의 특허권을 낚아채 가버렸으며, 신약 값을 1년에 1만 달러로 책정했다. 가난한 사람은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수많은 사람들이 치료약은 있으나 치료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비도덕적인 일도 불사하며, 터무니 없는 약값을 책정하여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제약회사의 모습을 보면서 환멸을 느낀다. 그러나, 그래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미쓰야 박사는 더 나은 신약을 개발하여 적절한 가격에 세상에 내놓았다. 미쓰야 박사는 에이즈에 걸리까봐 에이즈 치료제 개발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인류를 위해서 치료제 개발에 자신의 열정을 바쳤다. 그리고 혼자서 세가지나되는 에이즈 치료제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치료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기도 했다. "에이즈 치료제 개발은 제약 기업에 주어진 사회적 책무로, 돈벌이를 생각하지 않고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라고 발하는 연구자들이 있기에 우리 삶은 살만하지 않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는 살아갈 수 없지만, 돈만으로는 살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깨달았으면 좋겠다.

 

4. 위험한 약품, 마취제

  뉴스에 환자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고 저 세상으로 가버린 의료사고가 종종 보도된다. 마취제는 안전할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은 환상이었다. 마취제를 만들기 위해서 일본의 하나오카 세슈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를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하기도 했다. 쓰센산에 중독되어 어머니는 죽었으며, 아내는 실명했다. 그정도로 위험한 약제였다. 한편으로는 어머니와 아내를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할 정도로 일본 여성의 지위는 낮았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는 이유는 일본 여성의 지위가 한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부인이 남편을 "주인님(ご主人)"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문화이기에 자신의 부인을 생체실험의 도구로 삼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마취제는 지금도 위험한 약품으로 전문의가 다뤄야한다. 아직도 마취의 원리를 풀어내지 못했다고 하니, 마취제를 쉽게 생각했던 나의 오만이 한심하기가지했다. 수만건의 마취가 행해지지만 마취의 원리조차도 모른고 있다. 마취제를 가볍게 생각하는 순간, 의료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5. 준비된 자에게만 행운의 여신은 미소짓는다.

  페니실린이라는 약을 어디에서 추출한 것인지 안는가? 맞다. 푸른 곰팡이이다. 그런데, 플레밍이 연구소의 동료에게 푸른곰팡이가든 샬레를 보여주었으나 관심을 갖는 연구자가 없었다고 한다. 그들은 푸른곰팡이의 가치를 알아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푸른곰팡이의 항균성과 그 값어치를 알아볼 수 있었던 플레밍이기에 그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어쩌면 플레밍 이전에 수많은 연구자가 푸른곰팡이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 푸른 곰팡이의 가치를 알아 본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준비가 안되었기에 그 가치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플레밍이 푸른곰팡이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리조팀발견이라는 디딤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물속의 살균효과를 알게된 플레밍은 이를 학회에 발표하지만, 특별한 해가 없는 몇몇 세균만 죽이는 리조팀은 약품으로 쓸모가 없었다. 그러나, 약품으로 상용화 가치가 없는 리조팀 발견은 푸른곰팡이를 알아볼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다. 쓸모없어 보이는 발견이 커다란 발견의 디딤돌이 된 것이다. 리조팀은 큰 발견을 하기 위한 예행연습이었다. 준비하며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키우지 않는다면, 행운의 여신을 알아 볼수 없다. 그래, 실력을 키우며 준비하자. 그럴때만이 행운의 여신을 알아볼 수 있다.

 

  우리는 수많은 약들을 먹고 산다. 감기약부터 진통제, 각종 영양제를 먹으며 건강한 삶을 살아간다. 우리가 먹는 일상의 약들을 개발하기 위해서 수 많은 과학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도전을 했다. 그러한 도전은 헛되지 않고 혁명적 변화를 만들었다. 선사시대 평균연령이 15살에 불과했던 인류는 이제 평균연령이 70세를 훌쩍 넘어가고 있다. 해서는 안되는 연구를 해서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는 과학자들이 영화속에서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속의 과학자들은 피나는 연구를 통해서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있다. 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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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리처드 H. 탈러 &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안진환 옮김, 최정규 감수 / 리더스북 / 200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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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운전을 하다가 길을 잘못들어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요즘 고속도로에는 분홍색 페이트로 화살표를 그려 놓아, 잘못된 곳으로 핸들을 돌리는 일을 막아주고 있다. 이것이 넛지(Nudge)이다. '넛지(Nudge)'라는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었다. 행동을 변화시키는 강압적이지 않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넛지'들이 나의 눈에 엿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읽어 볼 것을 결심했던 나는, 나 자신이 변화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넛지(Nudge)'라는 책이 어떠한 책이길래, 나를 변화시켰을까?

 

1.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인간들의 모습

  서양의 근대는 인간을 '이성적'인 인간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인간이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은 이성적이지 않다.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다. 경제학에도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로 바라보지 않고, 감정을 비롯한 수많은 주변 요소에 의해서 행동이 결정된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보통의 인간은 자신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그린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현실적 낙관주의'에 빠져있다. 너무나 낙관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저자가 지적한 것 처럼, '해악에 대한 면역성을 과대평가하다보면 분별 있는 예방조치를 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는 우려도 가능하다. 물론, 저자의 지적처럼 지나친 낙관적인 태도는 '분별력 있는 예방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낙관적인 모습은 수많은 고통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세계를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가장 나중에 나온 것이 '희망'이라하지 않던가! 인간을 괴롭히는 수많은 고통들 속에서도 '희망'이 있기에 인간은 살아갈 수 있다. '희망'이라는 것이 어둠속에서 빛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던가! 지나친 낙관과 희망이 현실에 대처를 못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현실의 고통을 이겨내게도 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긍정과 부정 사이, 비관과 낙관 사이의 적절한 줄타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인간은 무질서한 세계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려한다. '대표성' 혹은 '유사성' 발견법은 무작위에 대한 잘못된 인지를 뜻한다. 이 책에는 인구가 3억 명에 달하는 나라에서는 특정 연도에 특정 지역에서 암 발병률이 이례적으로 높은 일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불규칙적인 요동의 산물'인 암 다발 현상을 인간은 모종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며 호들갑을 떤다고 지적한다. 무작위하게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에서 법칙이나 일관성을 발견하고자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무의식적 경향성이다. 이러한 인간의 무의식적 경향성이 인간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정연도에 특정 지역에 암 발병률이 이례적으로 높다면 당연히 이에 대한 조사를 해야한다. 비록, 아무런 특이점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할지라도,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유병원인을 찾는다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은가? 혼돈의 세계에서 법칙과 일관성을 발견하려는 인간의 무의식적 경향성은 종교와 신념, 사회적 이론들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했다. 자연의 변화에 무력했던 인간들이 '이것이 신의 뜻'이라는 해석을 하면서 종교가 생겨났고, 도시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에서 법칙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사회이론'을 만들어 냈다. 인간이기에, 인간이 겪는 이러한 불완전한 모습들이, 오늘의 인류 문명을 만들지 않았을까?

 

2. 현실을 이해하고, 변화의 방법을 모색하다.

  논쟁은 상대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특히 정치와 종교와 관련된 논쟁일 수록, 절대 상대방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강경하게 자신의 주장을 할 수록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이러할 때 필요한 것이 넛지이다. 부르럽고 강압적이지 안은 개입을 통해서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불필요한 전화가 종종 나의 시간을 빼앗아 간다. 그중에 카드 혜택을 준다는 말로 유혹하는 신용카드 안내원의 전화가 가장 많이 걸려온다. 신용카드 안내원이 소개한 '최소 결제 금액' 제도에 대한 안내를 받았을때, 이것이 카드사의 '넛지'라는 생각은 전혀하지 못했다. 단지, 급증하고 있는 카드 연채율을 낮추기 위한 카드사의 '선의'로만 받아들였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공짜는 없었다. 특히, 금융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들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최소 결재를 한다면, 그로인해서 결재하지 못한 돈들에 대해서는 이자 수수료를 내야한다. 카드사는 더 많은 이자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만든 것이다. 절대, 강압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서, 고객을 배려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카드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렇다. 절대 금융회사를 믿지 말자! 한번 더 의심해보자!

  선거라는 좋은 제도가 최악의 일꾼들을 최고의 지도자로 뽑는 일들을 경험하면서, 나의 삶도 변화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 주변 사람들에게 투표해야한다고 외친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최소한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겉으로는 동의한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투표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있다. 투표를 통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지만,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답답함을 금치 못했다. 나하나 투표한다고, 투표하지 않는다고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에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넛지'가 있었다. 선거일 전날에 투표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을 경우, 투표율이 무려 25%나 상승한다고 한다. 단순한 질문 하나가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있다. 주위의 사람들에가 투표를 가용하기 보다는 그들에게 투표할 것인가를 물어보자. 강압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서 사회를 변화시켜 보자.

  북극의 빙하가 녹고,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지구온난화를 막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넛지는 없을까? 이 책에는 우리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간단한 '넛지'가 소개되어 있다. 유해 화학물질 배출량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유해물질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정보를 공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넛지'는 너무도 매력적이다.  정보를 공개하여 투명성을 높이는 것 자체가 기업을 비롯해서, 정부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정보 공개' 넛지를 반대로 생각해 보았다. 정부나 기업이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자신의 부정한 일들을 계속하겠다는 '의지' 혹은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을까? 많은 환경단체들이 정부에 정보 공개를 요구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과거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때,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원을 정부가 공개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시민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조심을 해야했던 일을 떠올린다면, '병원의 이익'을 위해서 '시민의 안전'을 무시했던 과거 정권에 몸서리가 쳐진다. 이러한 정보 미공개는 앞으로도 '무능한 행정'을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으며, 메르스 사태로 인해서 무능한 정권의 민낯을 보아야했다.

  '정보 공개' 넛지를 나의 삶에 적용해보자. 한달의 수입과 지출을 가족 구성원과 공유하는 것 만으로도 가정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학급을 운영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 학급활동을 비롯해서, 교과활동을 안내하고, 이러한 활동을 열심히 한다면, 생활 기록부에 적어줄 것을 안내한다. 그리고 해당 활동을 하고 이를 생활 기록부에 적어 바로 공개한다면,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학급활동과 수업활동에 참여할 것이다. 정보를 공개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결정을 해야할 때 반드시 유리할까? 정보가 많을 수록 우리는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적 인간이 아니라, 보통 인간이다.

 

  "대개는 사람들에게 많은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좋지만, 문제가 복잡할 경우, 현명한 선택 설계자는 사람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의도한다."

 

  너무나 방대한 선택권을 전문적 지식이 없는 자에게 제공한다면, 보통 사람들은 선택을 포기하거나,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을 한다. 입학사정관제도가 도입되었을 때, 너무나도 많은 전형으로 인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은 일이 있다.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너무 많은 선택권은 '독'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자녀를 양육하거나, 학생을 지도할 때도 너무도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보다는, 엄선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리고 정보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곁들여야 올바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넛지'를 당하고 있으며, '넛지'를 통해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나쁜 의도가 있는 '넛지'에 속지 않기 위해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넛지'를 알아야한다. '넛지'의 노예가 되기 보다는 '넛지'에 올라탄 기수가 되자!

 

3. 과연 그럴까요?

  이 책에는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정보가 담겨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동의하지는 않는다. 저자 리처드 탈러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는 몇가지를 살펴보자.

  리처드 탈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은 많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년에 걸친 주식 및 채권의 리스크를 기록한 증거를 보여주면 거의 모두가 주식투자를 택할 것"

 

  리처드 탈러의 주장은 과거에 이러했으니, 앞으로도 이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식과 채권이 20년 동안 올랐으니,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주장을 읽으며, 이 책을 저술한 리처드 탈러의 글인지 의심했다. 분명, 저자는 과거에 이러했으니, 앞으로도 이러할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합리적인 생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과거 고수익을 얻은 00 주식이 앞으로도 고수익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은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던 저자이다. 그렇데, '주식과 채권'은 예외일 수 있을까? 더욱이 과거 인구가 증가하고 세계 경제가 성장기였던 시절에는 주식과 채권이 안정적 수익 창출을 해줄 수 있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되어가고 있고, 인구가 고령화와 감소의 위기를 겪고 있는 현실에서 과거와 같은 성공이 계속될 수 있을까?

  인간은 변화를 싫어한다. 이를 이 책에서는 '현상 유지편향'이라 소개한다. 잘못된 선택을 하고서도 이를 수정하기 보다는 '귀차니즘' 때문에 그 선택을 유지하는 인간의 모습을 꼬집은 표현이다. 그런데, '현상 유지편향'이 변화하고 있다. 저자는 특정채널을 돌리지 않고 계속보는 행위를 '현상 유지 편향'의 예로 설명하고 있으나, 요즘의 젊은이들은 쉬지 않고 채널을 돌리고 있다. 그분인가? 스마트폰으로 쉴세 없이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고 있다. TV와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다양한 영상정보를 얻는 그들은 쉴새없이 새로운 자극을 원하고 있다. 첨단의 기기들이 인간의 뇌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팝콘 브레인'이 되어가고 있다. 인간의 뇌가 '팝콘 브레인'으로 변화한다면, 이 책에 소개된 넛지의 방법도 변화해야하지 않을까?

 

  학문이 융합되고 있다. 정재승 교수의 '열두 발자국'을 통해서 심리학과 뇌과학의 융합 가능성을 보았다면, '넛지'를 통해서 경제학과 심리학의 통합 가능성을 보았다. 이 책에 소개된 넛지의 사례들은 심리학 서적에서 보았던 사례들이 많았다. 특히 디폴트 값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은 '꾀짜 심리학'에서 이미 읽었던 내용이다. 심리학과 경제학의 융합은 심리학과 경제학의 융합뿐만 아니라, 뇌과학과의 융합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정학문이 홀로 설 수 있는 시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학문들이 서로 융합하면서 인간을 새롭게 이해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역사학에도 이러한 변화가 불어닥치지 않을까? 나의 호기심은 계속 확장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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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본 발해고 -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 번역한 4권본
유득공 지음, 김종복 옮김 / 책과함께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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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해는 우리의 역사이다. 그러나, 우리는 발해의 역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도 없다. 발해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설명하고 싶은데, 읽고 참고할 수 있는 변변한 참고서적이 없다. 발해의 역사를 알고 싶은 열망에 유득공의 '발해고'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조선후기를 살았던 그도 발해의 역사를 알고 싶었으리라. 그는 우리보다도 발해의 역사를 더 알고 싶었으나, 변변한 역사서를 구할 수 없었기에 여러 역사의 파편들을 모아서 '발해고'를 편찬했다. 유득공의 핏땀이 아로 새겨져 있는 발해고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발해고'는 3차에 걸쳐 수정되었다.

  한국사 시간에 '유득고 '발해고''를 외우도록한다. 발해사와 조선 후기 실학에 관한 문제가 출제될때, 유득공의 '발해고' 서문은 자주 출제되어왔다. 전문용어로 '일타쌍피'라 한다. 발해사와 조선 후기 실학이라는 두개의 주제에 겹치는 부분은 시험에 자주 출제된다. 이렇게 중요한 유득공의 '발해고'가 3차에 걸쳐 수정되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왜? '정본'이라는 수식어를 김종복 교수가 붙였는지 납득된다. 워낙 사료가 부족하다보니, 역사의 파편들을 모아 초고를 작성했으나, 여러 서적을 틈틈히 살펴보면서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발해사의 파편들을 발견한 유득공은 '발해고'를 수정한다. 발해의 역사를 우리 역사로 인식하고, 발해의 역사서를 저술하려 했으나, 워낙 자료가 부족하여 '발해사'라 이름 붙이지 못하고, '발해고'라 이름붙였다. 3차에 걸치 수정은 유득공이 얼마나 발해의 역사를 제대로 복원하고 싶었는지를 알려주는 단서이다.

 

2. 오류가 많은 '발해고'

  실학자! 조선후기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서 다양한 개혁안을 내놓고, 국어와 국사, 우리 지리에 관한 주체적 인식을 통해서 수 많은 저술을 남겼다고 우린 배웠다. 철저히 우리역사를 탐구해서 놀라운 학문적 성과를 얻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발해고'에는 오류가 있었다. 특히 발해의 지리를 고찰한 '지리고'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유득공이 참조했던 '요사' 지리지는 급하게 저술되는 바람에 오류가 많다. 이러한 사료의 오류뿐만 아니라, '동국여지승람'에 고구려 수도인 국내성의 위치를 평안도 성천으로 보았는데, 서경 압록부 소속의 신주, 환주, 풍주, 정주 등을 압록강 이남 지역에 비정하는 오류를 범했다.

  하늘 아래 어찌 완벽한 것이 있으랴! 유득공에게 완벽한 발해사를 요구했다면, 그것이 너무도 가혹한 요구였으리라. 사료의 한계 시대적 한계가 뒤엉켜 크고 작은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유득공이 '발해고'를 저술하였기에 그나마 발해 역사가 우리 역사라고 주장하는 근거하나가 더 추가 될 수 있었지 않았을까?

 

3. 조선 후기 지명에 대한 단상

  '발해고'를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64~65쪽의 '오경도'이다. 사서에 자주 나왔던 '살수'와 '패수'의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었으며, '태백산'과 '토문강'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삼국유사의 '태백산 신단수'가 명확히 백두산으로 서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는 이를 '장백산'이라 부른다는 기록까지 있었다. '장백산'과 '백두산'은 다른 살이라는 일부의 주장이 설득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한 '토문강'이 '두만강'이라 표시되어 있다. '토문강'은 어떠한 강인가? 백두산 정계비에 '서위압록 동위토문'이라는 글귀로 유명해지지 않았던가! 백두사 정계비의 '토문강'을 중국은 '두만강'으로 비정하고, 우리는 '송화강의 지류'로 비정한다. 따라서 간도는 우리의 땅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발해고'에는 '토문강'을 '두만강'에 비정하고 있다. 나의 머리가 멍해졌다. 혼란스러웠다. 최소한 조선후기 실학자 유득공은 '토문강'을 '두만강'이라 보았다. 물론, 더 많은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결론을 내려야한다. 그러나, 나의 머릿속에 불어닥친 혼란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발해고'는 너무도 얇은 책이다. 2~3일 만에 다 읽을 정도로 책의 분량은 적었다. 더 많은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주었다. 그리고 백두산 정계비를 비롯한 '간도'문제에 대해서 더 많은 탐구를 해야겠다는 과제도 안겨주었다. 고려와 조선에서 돌보지 않았던 '발해'의 역사를 조선후기 실학자 유득공은 자신의 열정으로 되살리려했다. '발해'를 사랑한 그의 열정의 일부남아 우리가 우리 역사에 갖는다면, 동북공정의 위기 속에서 '발해사'를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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