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과 인간 - 아인슈타인에서 김정은·트럼프·문재인까지
정욱식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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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자신이 악마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 타인을 악마로 만든다. 신들의 영역에 있었던 새로운 불을 얻기 위해서 맨해튼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오펜하아머는 프로메테우스가 그러했듯이, 인간에게 ''이라는 불을 가져다준다. 인간은 절대무기 ''을 갖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시작한다. 나는 절대 무기를 가져도 되지만, 네가 갖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는 강대국의 모습을 우리는 당연시하고 있다. 핵을 갖기 위해서 미국과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북한과,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미국의 대결 속에서 한반도의 운명은 전쟁의 암운이 드리워지기도 했다. 팟캐스트 '진짜 안보'를 통해서 알게 된 정욱식 대표의 저작을 꺼내 들었다. 그의 책에는 ''의 역사가 상세하게 펼쳐져 있다. 인간은 핵을 지배할 수 있을까? 핵과 인간은 공존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그 궁금증을 풀어가 보자.

 

 

1. 절대 무기를 손에 쥔자는 난폭해진다.

갑질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을때, 이를 뇌 과학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있었다. 지위가 높을 수록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거울뉴런이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거울뉴런이 활성화 되지 않는 모습은 '절대무기'를 가진 강대국에게서도 나타난다. 핵을 처음 손에 넣은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강경외교를 펼쳐나간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상당수의 학생들이 '우리를 괴롭힌 댓가'라고 대답한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무기를 '해방의 무기'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세계 제2위의 원폭 피해국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원폭피해자 70만명중에서 조선인 피폭자는 7만명이이다. 원폭을 맞고 즉사한 조선인 희생자는 4만명이고 생존자는 3만명이다. 이중 한반도로 돌아온 사람은 23천명이고, 7천명은 일본에 남아있다. 핵무기는 우리에게 '해방의 무기'만은 아니었다. 우리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기도 했던 무기이자, 분단의 무기이기도 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 핵무기를 필요 없이 일찍 사용했다.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일본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개발한 무기의 위력을 소련에 보일 필요가 있었다. , '·소연합작전'이 펼쳐졌다면, 우리는 분단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핵무기를 사용했다. 그리고 미국의 강경외교는 시작된다.

1949년 소련이 핵을 개발 할 때까지 아니, 핵을 개발하고 나서도 미국의 강경외교는 계속된다. 핵무기라는 가공할 위력을 가진 절대무기를 상정해 놓는다면, 스탈린이 미국이 제시한 38도선 분할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6.25전쟁 당시 소련대표가 UN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된다. 난폭한 이미지의 스탈린도, 미국의 핵무기에 떨고 있었다. '절대무기'에 대한 맹신은 비극을 낳았다. 미국 CIA"북한은 철저하게 통제받는 소련의 위성국가이기 때문에 어떠한 독자적 구상을 행사할 수 없고, 전적으로 소련의 지원에 생존을 의존하고 있다."라고 오판했다. 아울러, "미국의 군사적 힘에 의해 전멸될 각오를 무릅쓸 만큼 북한도 중국도 무모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6.25 전쟁 직전에 수많은 남침의 첩보가 첩보원들에 의해서 미국에 전달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남침을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가 설명된다. 핵에 대한 맹신과 중국과 북한을 소련의 꼭두각시로 인식하는 미국식 오리엔탈리즘이 6.25전쟁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비극을 낳았다.

6.25 전쟁을 예상하지 못한 것보다 더 비극적인 사실은 핵무기를 다른 무기와 차별하지 않는 미국의 최고 결정권자의 생각이다. 미국의 제34대 대통령 아이젠하워는 군인 출신답게 "핵무기 사용에 따른 도덕적, 외교적 문제는 크게 고려하지 않고 군사논리에 매몰"되었다. 핵무기와 비핵무기를 차별하지 말라!! 이에 동의할 수 있는가? 경제인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자신의 수입 창출의 도구로 삼고, 공주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자신의 놀이터로 만든다. 군인이 대통령이 되면 군사 논리만을 앞세워 전쟁광이 되려한다. 그리고 그 비극은 우리 모두의 몫이된다.

'낮은 곳으로 임하라'라는 말이 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절대 무기를 손에 넣은 사람일수록 낮은 곳에 임해야 한다. 낮은 곳에서 자신보다 약하자들의 마음을 해아려야 한다. 나의 절대무기를 상대방을 겁박하여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

 

2. 핵전쟁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세계

헨리 스팀슨 전쟁부 장관이 1945911일 트루먼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소련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미국의 핵 계획을 소련과 공유"할 것을 건의했다. 그는 "매우 절망적인 방식으로 비밀 군비경쟁이 야기"되는 것을 우려했다. 불행히도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절대무기를 절대로 타국과 공유하기 싫었던 미국은 절대무기의 위력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실전투입을 통해서 소련에게 똑똑히 보여주었다. 미국의 강경외교는 소련을 자극했다. 1949829일 소련은 카자흐스탄 사막에서 핵실험에 성공했다. 절대무기를 소련이 확보하자, 미국은 절대무기의 성능을 높이기 시작했다. 소련에 대항해서 재래식 무기와 원자폭탄을 증강시키고, 수소폭탄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핵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핵의 자기 증식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핵을 가진자들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핵을 이용한 강경외교를 하자, 많은 국가들이 생존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 핵개발을 시작했다. 중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공식적으로 혹은 비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했고, 그 숫자를 늘리고 있다. 핵도미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절대무기 핵을 이용한 강압외교가 상호 상승효과를 일으켜 핵전쟁 직전까지 갔었던 적이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가 그것이다. 미국이 유럽에 토르를 배치하고, 터키에는 주피터라는 핵무기를 배치하고, 쿠바에 피그만 침공작전을 개시한다. 이것이 소련을 자극한다. 자신의 턱밑에 핵무기를 배치한 상황을 소련이 가만 두고만 볼리 없다. 쿠바에 100개의 핵탄두를 배치했으며, 소련 선박을 호위하던 잠수함에는 핵 어뢰가 장착되어 있었다. 미국의 소련 포위전략은 소련을 자극했다. 소련은 다시 미국을 자극했고, 양국의 위기 의식을 상승시켜 '아마겟돈'의 문턱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전략을 중국에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은 신냉전의 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내가 상대를 강력한 힘으로 제압하려 한다면, 상대도 생존을 위해서 강하게 몸부림 칠수밖에 없다. 도덕경36장에 "접으려면 펴주거라! 약하게 하려면 강하게 해주거라! 폐하려면 흥하게 해주거라! 뺏으려면 주거라!"라는 말이 있다. 강한 병사로서 천하를 유지할 수 없다. 상대를 약하게 하려면 강압적으로 상대를 겁박하기 보다는 상대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쥐었던 주먹을 펴게 할 수 있다. 헨리 스팀슨 전쟁부 장관이 소련과 핵개발을 공유하자고 트루먼에게 건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대강의 대결은 핵전쟁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세계를 만들었다. 절대강자가 될 것으로 믿었던 미국은 군산복합체 국가가 되었다. 군산복합체들은 절대악이 필요했다. 때로는 절대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3. 절대악이 필요한 세력들

악마가 필요한 세력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는 악마가 없다. 그러자 그들은 악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누구일까? 군산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네오콘들이다. 아들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나라들 중에서 이란과 북한이 현존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이두 나라 중에 한나라와 협상을 하면 다른 한나라는 미국과 극한의 대립을 한다. , 미국이 북한과 핵협상을 하는 시기에 미국은 이란의 핵 위협을 이유로 MD(미사일방어체계)를 추진한다. 만일 이란과 협상 중일 경우에는 북한을 핑계로 MD를 추진한다. 대화를 통해서 적대관계를 해소하려하면서, 동시에 또 다른 적과 극한 대립을 한다면 이는 우연이 아니라고 정욱식 대표는 말한다. 그렇다. 미국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우려했던 군산복합체국가이다. 돈 먹는 하마 MD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반드시 절대악이 있어야했다. 그래야 그들의 배를 불릴 수 있다.

정욱식 대표가 정리한 한반도 핵위기의 현실은 네오콘을 비롯한 군산세력에게 '절대악'의 필요성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알려준다. 1992년 플로토늄 불일치, 2002년 우라늄 불일치로 북핵위기는 고조된다. 이두 불일치를 꺼내든 미국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좌초시킨다. 그 뒤에는 딕 체니, 폴 월포위츠, 존 볼턴, 럼스펠드가 있었다. 공화당은 클린턴행정부의 북핵협상에 비협조적이었고, W 부시 행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MD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북한은 악마로 존재해야했다.

 

"2008126자회담이 파탄난 데는 북한이 약속, 즉 핵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다. (중략) 그러나 분명한 점은 당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쪽은 한·미양국이었다는 것이다."-468

 

한국과 미국의 강경파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중 네오콘에게 북한은 악의 존재로 남아 있어야 한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위해서.... 힘 있는 자들이 악마를 만드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한반도 평화를 원치 않는 그들을 직시할 수 있어야, 우리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

1992년 부시행정부는 제네바 합의를 무시했다. , '부시 독트린'(예방적 선제공격), MD 및 소형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중유제공 중단 암시, 제네바 합의를 무시한 고강도 사찰요구를 부시행정부는 요구하거나 천명한다. 부시행정부의 독주와 일방외교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좌초시켰다. 작가 조승연은 창세기를 인용하면서 서양은 계약에 의해서 세계가 창조되었다고 믿으며 계약을 중시여긴다고 말했다. 이점이 동양과 서양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부시행정부의 모습은 과연 서양인들이 계약을 중시여기는 사고를 가진 문화인인지를 의심하게 한다.

그런데!! 네오콘을 대표하는 인물, 존 볼턴에 트럼프 행정부에 있다. 조지 H.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였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이었던 그는 지금 두차례의 핵위기를 이끈 인물이다. 존 볼턴을 실각시키거나 견제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프로세스를 또 좌초시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나를 엄습한다.

절대 악으로서의 북한이 필요한 시대의 종말이 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MD추진 이유가 바뀌고 있다.

 

"냉전시대 미국의 핵미전략 가운데 하나는 유라시아의 거대 국가인 중국과 소련을 이간질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냉전종식 이후 미국이 MD에 박차를 가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다시금 손을 잡기 시작했다."-307

 

미국판 이이제이 전략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강경외교는 MD추진 이유를 보다 직접적으로 천명하기에 이른다.

 

"트럼프 행정부는 MD 증강의 사유로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중략) 이들 나라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창()과 방패(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움직임이 꿈틀 거리고 있는 것이다."-638

 

북한이 MD 구축의 핑계였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MD 구축의 이유를 러시아와 중국 때문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의 단합을 이끌어 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핵문제 해결의 새로운 징조를 볼 수 있다. 미국의 강경파에게 북한이 악마의 모습을 할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이것이 한반도 핵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이지 않을까?

 

4.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힘겨운 여정

외국인들에게 한반도는 전쟁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곳이다. 사실 우리는 제대로 느끼고 있지 못하지만, 한반도에는 제3차 대전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기가 발생했었다. 한반도 핵위기를 겪으면서 이 난해한 실타래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정권들이 미국과 어떠한 전략을 세우고, 어떻게 문제를 풀려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한반도 핵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 했던 최초의 인물은 노태우 대통령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보수정권이라는 한계와 임기말의 레임덕으로 인해서 북핵문제 해결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김영삼정권시기는 클린턴 행정부의 영변 핵시설 폭격 카드가 거론되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북폭계획에 서명하려던 1994616! 카터 전대통령과 김일성의 대화로 전쟁이 중단되었다. 무능한 김영삼 정부와 전시 작전권이 없는 한국은 이 전쟁을 막을 수 없었다. 북폭을 계획하면서도 미국에게 한반도의 평화는 안중에 없었다. 자주국방과 자주외교!! 이는 평화를 지키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작동된 시기는 김대중 정권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2006.15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한반도에 봄이 왔다. 통일이 가까워보였다. 그런데, 김대중 정권이 총선을 불과 3일 앞둔 410일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발표했다. 이 결과 야당은 정상회담을 '총선용 신북풍'이라 비난했고, 남남 갈등이 가속되었다며 정욱식 대표는 발표시기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총선 이후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했다할지라도 야당은 '신북풍'이라 비난했을 것이다. 수구파에게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은 불리하다 판단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왔다. 그것이 옳은 길이라면 묵묵히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나아가야할 것이다. 개가 짖는다고 기차가 멈추어서는 안된다.

김대중 정권의 탁월함은 '페리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페리가 이 보고서를 두고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표절"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DJ의 정책이 깊이 반영된 것이었다."-363

 

강대국을 움직여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시키려했던 사람이 김대중 전대통령이다. 강대국과 대립하기 보다는 그들의 힘을 이용하여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 이것이 바로 외교의 힘이다. 김대중은 그것을 해냈다. 그러나, W 부시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한반도에는 다시 위기가 몰아닥친다. 이 위기에 직면한 사람이 노무현이었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으로 반미 감정이 드높을 때, "반미좀하면 어떻습니까?"라는 말을 하며 대통령이 된 사람이 노무현이다. 자주외교를 바랬던 많은 사람들은 '공미형 친미주의'행보를 보인 그의 모습에서 많은 실망을 했다. 노무현 정부는 북핵문제를 한미동맹과 연계시키려했다. 네오콘의 대표적 인물 럼스펠드는 노무현 정권을 그 어느 정권과 견주어도 협조를 잘하는 친미적 정권으로 평가했다. 자주외교를 하려했으나, W 부시 정부가 한반도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을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친미적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이 현실이 노무현에 대한 측은함과 한반도인의 슬픔으로 다가왔다.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한반도의 위기는 가속화된다. 미국의 오바마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라는 말도 안되는 전략으로 북핵문제를 방치했다. 여기에 이명박·박근혜정권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경인차 역할을 전혀하지 못했다. 한반도의 위기는 날로 가속되었다. 오바마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위안부 합의를 박근혜 정권에게 요구했고, 박근혜 정권은 아베와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한다. 우리에게 오바마는 '불행의 전도사'였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오바마가 한국에 왔을 때, 그를 환영하는 한국인을 보면서,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박근혜정권시기 시드배치라는 참사가 발생했다. 관계부처와의 숙의 과정 없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설득 노력없이, 76NSC국방부 장관이 없는 상태에서 안건이 통과되었고, 사드배치 발표 당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바지 수선하러 백화점에 간 상태에서 발표가 이뤄졌다. 정욱식 대표는 "마차가 말을 끈 셈"이라고 표현했다. 졸속! 엉망! 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일처리였다. 박근혜 최순실 정권의 어이없는 일처리는 결국 중국에 의한 보복으로 이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해야만 했다.

'오바마보다 트럼프가 위대하다.'라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나는 생각한다. 오바마가 '전략적 인내'라는 전략 아닌 전략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키웠다면, 트럼프는 기존 질서를 무시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왔다. 이를 견인해낸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다시 한번 한반도에 기회가 온 것이다.

W 부시와 트럼프라는 인물은 '미치광이 이론'에 들어맞는 인물이다. 그들이 전략을 꿰뚫어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큰 희생을 치를 수도 있다. 아이젠하워와 닉슨이 신봉한 '미친자의 이론'은 상대방에게 자신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위협적 인물이라고 인식시켜 자신의 의도를 관철 시키는 전략이다. '미치광이 이론'을 가장 잘 활용하는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이다. 상대국가는 물론이고 미국도, 백악관에 있는 사람들도 트럼프의 속내를 모른다. 그리고 '미치광이 이론'에 대응하는 최고의 자세는 용기, 절제, 당당함일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용기, 절제, 당당함으로 '미치광이'를 길들이고 있다. 그 결실이 아름답게 맺어지길 기대한다.

 

5. '죽음의 재'가 뿌려진 땅!!

엔화 약세로 싼값에 일본여행을 간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일본에는 '죽음의 재'가 뿌려진 땅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원자로 3개가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 재는 일본 전역으로 흩뿌려졌다. 4경 베크럴의 세슘이 방출되었고, 일본땅의 70%가 방사성 세슘에 오염되었다. 후쿠시마에서 200km 이상 떨어진 도쿄의 수돗물에 세슘이 검출되었다. 도쿄보다 더 멀리 떨어진 시즈오카 일부 지역도 세슘에 오염되어 찻잎 수확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재앙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 땅을 한국인이 싼값에 여행했다. 방사능을 돈 내고 쬐고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상당히 높아진 암발생으로 인해서 혼란에 빠져야한다. 방사능의 공포로 패닉상태에 빠져야함에도 그러지 않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베신조 정권은 2013'특정지정비밀보호법'을 제정했다. 비밀을 누설한 사람은 최고 10, 비밀을 보도한 언론인은 최고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법으로 일본의 언론을 길들였다. '암질환 등록법'을 제정하여 방사능에 관한 의학적인 데이타와 정보 공유를 불법화했다. 이를 통해서 의사들의 손발에 족쇄를 채웠다.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2017년 일본의 언론자유지수는 72위였다. 일본은 거대한 방사능 실험실이다. 죽음의 땅! 앞으로 최소 300년 길게는 4만년 이상 인간이 발을 내딛지 말아야할 땅으로 변했다. 핵이 살아있는 동안 인간은 핵과 공존할 수 없다. 후쿠시마의 공포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다.

 

'핵과 인간'이라는 제목에 의문을 가졌다. 무슨 의미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이 핵을 지배하여 절대적인 힘을 얻고자했고, 그로 인해서 '아마겟돈'이 가까워옴을 알게 됐다. 인간과 핵은 공존할 수 없다. 핵전쟁의 위기 뿐만 아니라, 핵발전소의 위험도 우리를 '아마겟돈'으로 이끌고 있다. 절대 무기를 얻으려는 인간의 탐욕을 억제하지 않는 이상 우리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말한다.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한다!! 문정인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피터 헤이즈는 독재정권인 박정희도 은밀한 핵개발을 추진할 수 없었듯이, 오늘날 한국의 민주화와 개방성은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극우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칙적 이익을 위해서 핵무장을 주장하지만 이는 이룰 수 없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핵무장을 하려는 어리석음에 빠지기 보다는 핵없는 세상을 위해서 우리 모두가 위대한 '한걸음'을 내딛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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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글쓰기 강의 - 30년 경력 명강사가 말하는 소통의 비밀
바버라 베이그 지음, 박병화 옮김 / 에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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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는 꿈이 있다. 나의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많은 책들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글쓰기 훈련을 하고 있다. '하버드 글쓰기 강의'를 읽기로 결심한 것도 필력을 높여서 나만의 책을 쓰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30년 경력 명강사가 말하는 소통의 비밀'이라는 부재가 매력적이다. 과연 이책은 나에게 글쓰기에 대한 많은 영감을 주었을까?

 

1. 프리라이팅!! 그리고 자료 모으기

  이 책에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위해서 자료를 모으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쓸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다양한 방법들을 실천처방전처럼 제시한다. 글쓰기를 주제로 한 서적들을 읽으면 읽을 수록 글쓰기의 기본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글쓰기의 기본!!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꾸준히 쓰라는 것이다. '훈련으로서의 의무적 글쓰기'라는 장이 있을 정도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꾸준히 의무적으로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일정한 분량의 글을 쓰길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글쓰기의 가장 좋은 방법은 일기쓰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초등학교 시절 그토록 일기쓰기를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깨닫는다. 초등학교 시절, 반강제적으로 일기를 쓰다보니 일기 쓰기에 대한 반감이 아주 높았다. 그러나 일기 만큼 프리라이팅과 자료모으기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왕도는 없다. 일기쓰기와 같이 기본에 충실할 때문만이 좋은 글쓰기가 가능하다.

 

2. 평가하지 않고 돌아보기

 

  "자신이 배운 것을 의식함으로써 우리는 자연스럽게 무엇을 배울 필요가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배울 것인지 하는 다음 단계의 방향을 발견하게 된다. (중략) 만일 자신이 해내지 못한 것들만 주목한다면 여러분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채 앞으로 나가는 길을 스스로 막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84쪽

 

  친구나 학생들을 바라볼 때도 그들의 강점과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라한다. 약점보다는 강점을, 부정적인면 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강조할때, 인간은 강점을 키우고,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글쓰기에서도 적용된다. 자신이 배운 것과 해낸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꾸준히 글쓰기를 한다면, 더 큰 재목으로 홀로 설수있을 때가 올 것이다. 그래, 나도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며 꾸준히 글을쓰자.

 

  글쓰기책을 읽으며 하루 아침에 글쓰기 천재가 될 수 있는 기막힌 비법을 전수받기를 바라면서 첫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좋은 글쓰기 책일 수록 꾸준한 노력을 강조한다. 학문에 지름길은 있을 수 없다. 꾸준함만이 탁월함을 갖출 수 있는 비법이다. 이책은 이것을 깨닫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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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9-08-14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의 글은 경쾌함이 살아있어요. 그리고 적당한 눈높이의 글을 써주셔서 읽기가 좋습니다! 수많은 리뷰들이 쏟아지는 알라딘이지만 잘쓰고 못쓰고를 떠나 눈높이가 높은 글이 많아서 읽는게 힘든데 강나루님의 글은 편해서 넘 좋아요!
늘 건필하세요^^

강나루 2019-08-14 16:4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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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승과 진중권이 만났다. 미학자와 과학자가 자신의 관점에서 21가지 문화키워드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한다. 흥미있어 보이는 이 책을 읽게된 이유는  정재승의 '12발자국'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그의 책을 더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재승을 만나기 위해서 덤으로 진중권을 만나게 되었다. 두사람의 관점은 어떻게 다르고 얼마나 같을까? 두사람의 안내를 따라 21가지 문화코드를 살펴보자.

 

1. 정재승과 진중권 서로를 디스하다.

  정재승과 진중권이 각자 자신의 관점에서 문화코드를 해석한다. 서로가 상대방을 디스할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 글을 읽는 나로서는 마치 정재승과 진중권이 서로를 디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주제들이 있었다. 두사람은 서로를 디스한 것일까?

  생수라는 주제로 정재승은 생수에는 환경호르몬과 세균이 많기에 사람에게 수돗물보다 생수가 좋을 리가 없다고 단언한다. 반면, 진중권은 한의사들의 관점을 빌어서, 수돗물과 끓인 물은 죽은물이라 말한다. 미생물과 산소, 무기질이 수돗물과 끓인 물에는 적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쯤되면, 생수를 마셔야할지, 수돗물을 끓여 마셔야할지 햇갈리기 시작한다. 물론, 두사람이 생수를 '패션 악세사리'라고 보고 있다는 점은 일치하고 있다.

   생수와 수돗물에 대한 견해는 충분히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생수라는 문화코드에 대한 두사람의 견해차는 애교로 볼 수 있다. '레고'에 대한 두사람의 견해하는 애교로만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보통의 아저지들은 자녀에게 레고를 사주며 창의력이 계발되기를 바란다. 정재승은 레고보다 더 창의적인 장난감을 소개한다. 그것은 '쓰레기 더미와 자연'이다. 레고라는 틀을 벗어나 새롭게 새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은 자연이다. 반면, 진중권은 레고를 조립하듯이 좁쌀만한 모래로 만다라를 그리는 티베트 수도승을 소개한다. 정밀한 모래 만다라를 그린 티베트 수도승은 일시에 완성된 작품을 헤체한다. 이부분에서 진중권은 불교와 레고의 유사성을 발견한다. 레고 자체에 얽매인 정재승의 관점보다 인문학적 발견이 첨가된 진중권의 글이 큰 매력을 내뿜는다.

  '생수'라는 문화코드가 누구의 관점이 더 높은 차원인지를 겨루었다면, '개그 콘서트'는 정재승과 진중권이 서로를 디스하는 듯한 분위기를 표출한다. 정재승은 '"개그는 개그일분 오해하지 말자" ....(중략)... 이것을 제대로 못배우면 나중에 웃자고 한 애기에 죽자고 덤벼드는 '똥오줌 못 가리는' 인간이 되고 만다.'라고 말한다. 즉, 개그는 개기일뿐인데 이를 현실과 연관시켜 개그를 비난한다면, 그사람은 '똥오줌 못가리는 인간'이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서 진중권은 무어라 말할까? "교양과 반성이 없는 개그는 쓸데 없이 비열해질 수 있다."라며 특정 계층을 비하하는 내용의 개그를 "쓸데 없이 비열"하다고 꼬집는다. 정재승의 눈에 진중권은 '웃자고 한 애기에 죽자고 덤벼드는 '동오줌 못가리는' 인간으로 보일 수 있으며, 진중권의 눈에 정재승은 '쓸데 없이 비열'한 개그를 두둔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두사람이 이 책을 쓰고 멱살을 잡고 헤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다.

 두사람의 갈등은 '박사'라는 주제에서 더 극명하게 갈린다. 진중권은 자신이 석사임을 밝히며, '학위를 따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있다면, 차라리 미국에 가서 조종사 면장을 따고 곡예비행을 배우는 게 내 삶을 더 풍요롭게'할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 정재승은 박사과정을 밟으며 바쳤던 자신의 열정에 자랑스러워한다. 두사람이 서 있는 위치가 석사와 박사라는 차이에서 빗어지는 관점의 차이가 여실히 커보인다. 박사라는 문화코드를 바라보면 진중권은 학벌사회 타파를 주장했고, 정재스은 학문에 대한 열정을 떠올렸다. 이 부분을 읽기에 따라서는 진중권이 자신의 학력에 상당한 컴플랙스를 가지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진중권의 본심은 무엇일까?

  서로 다른 두사람의 관점을 서로를 향한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에서 바라보니 남모를 긴장감이 느껴진다. 물론, 두사람은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배우려하겠지만 말이다.

 

2. 서로에게 끌리는 두사람

  정재승과 진중권 두사람이 서로를 디스하는 것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때로는 서로에게 끌리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문화코드에 대해서 말하면서 정재승은 인문학에 관심을 보인다. "'머저리의 리포트'에 의지해 세상의 모든 불행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 '머저리의 세상'을 극복하는 것. '소수의견'이라고 해서 함부로 삭제되지 않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 영화를 두고 두고 봐야하는 이유다."라며, 기술문명에 절대성을 부여하기 보다는 인간이 만든 기술문명에 인간의 오만과 편견을 배제하고 인간성을 회복할 것을 외친다. 반면, 진중권은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에 펼쳐진 첨단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는다. '창의적이지 못한 기술은 기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기술도 이제 예술과 문학의 지원을 받아야한다는 애기다.'라며 기술이 예술과 문학과 결합해야합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에 매몰되어 인간성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강조하는 과학자 정재승, 과학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미학자 진중권!! 어쩌면 서로가 자신의 활동분야보다는 상대방의 활동분야에 더 관심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두사람의 태도는 '제프리 쇼'라는 문화코드에서도 나타난다. 진중권은 '가상과 현실, 혹은 은유와 현실이 어지럽게 뒤섞인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가 오늘날 디지털테크놀로지에 힘입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라며 과학 기술의 발전에 감탄한다. 반면 정재승은 '뒤늦게 깨달은 것은 과학자가 예술가가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과학자가 되어간다는 사실'이라며 예술의 위대성에 감탄한다. 미술평론가는 과학에 과학자는 미학에 관심을 더 갖고 있다. 그러서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창조적 영감을 타 분야에서 얻고 있다. 진중권과 정재승은 서로에게서 창조적 영감을 얻고 있었다.

 

3. 과학적인 글쓰기가 매력적인 정재승

  사람은 보이는데로 보기보다는 보고 싶은데로 본다는 말이 있다. 정재승과 진중권은 과학자와 미학자라는 차이 때문에 같은 문화코드를 보면서도 보고 싶은데로 보는 면이 있다. 이것이 두사람의 글쓰기에도 차이를 만들어 낸다. 특히, 정재승의 과학에 근거한 글쓰기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구글'이라는 문화코드에 대해서 진중권이 구글의 놀라운 검색기능을 이용해서 '21세기 글쓰기'를 한다고 가벼운 소개를 한 반면, 정재승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담으려는 구글의 노력에 주목한다. 진중권이 구글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느낌을 주었다면, 정재승은 전문가로서 놀랍게 변화와 발전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한 글이라는 느낌을 준다. 정재승의 글이 더 끌리는 이유이다.

  '스타벅스'라는 문화코드에서도 정재승의 설득력있는 글쓰기는 빛난다. 진중권이 '취향의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스타벅스의 인끼를 설명해서 너무 뻔한 내용을 서술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반면, 정재승은 작은 것을 시키면서도 'tall'이라고 주문하면서 소비자의 자존감을 높이는 스타벅스의 전략을 소개한다. 나는 감탄했다. 이 방법을 수업시간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적용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문화를 팔아라'라는 전략을 뇌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뇌과학자 답다는 감탄이 나왔다. 뻔한 말을 하는 진중권보다는 과학에 근거한 정재승의 글이 보다 설득력을 갖았다.

  '쌍커플 수술'이라는 문화코드를 설명하면서 정재승의 글쓰기의 설득력은 최고조에 달한다. 진중권이 '사회의 온전한 일원이 되기 위해, 유대인남성은 성기에 할례를 받고 한국인 여성은 눈두덩에 할례를 받는다.'다는 매력적인 글로 '쌍커플 수술'을 설명했다. 정재승은 진중권의 글을 어떻게 넘어설까? 진화 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쌍커풀은 성선택에 유리한 신체기관"이라는 사실을 설명한다.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정재승의 글은 설득력을 높여주었다. 진중권이 쌍커풀 수술을 설명하면서 불필요하게 포경수술 경험을 말하는 우를 범했다면 정재승의 글을 깔끔하면서도 논리적이었다. 지금은 과학 혁명의 시대이다.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설명을 설득력이 약할 수 밖에 없다.

 

4. 진중권 글쓰기의 심오함.

  그럼, 진중권의 글은 설득력이 없는 공허한 글들로 가득차있을까? 과학자가 보지 못하는 관점을 미학자 진중권을 보고 있다.

  '9시 뉴스'라는 문화코드를 설명하면서 진중권은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멘트의 사회성을 지적한다. 이명박근혜시대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제대로 밝힐 수 없었던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주장을 과감하게 하는 신경민 앵커의 멘트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조명하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의미있는 일이다. 반면, 정재승은 9시 뉴스에 과학자들의 인터뷰가 갖는 한계와 아쉬움을 적고 있다. 정재승의 글은 과학자들에게만 흥미를 끌 수 있는 소재였다. 이명박 정권하에서 자유롭지 못한 언론문제를 지적한 진중권의 글이 당연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스티브 잡스'라는 문화코드를 설명할에도 정재승은 "'전전두엽'에서 담당한다고 알려진 21세기형 창조적 기능들은 사회화가 많이 될 수록 또 일찍될수록' 오히려 들어드는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교육에서 스티브 잡스를 길러낼 수 없다는 정재승의 과학적인 글은 우리에게 허탈함으 안겨준다. 반면 진중권은 현실 왜곡장, 예술가형 CEO라는 관점에서 잡스를 분석하고 있다. 정재승이 잡스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점에 촛점을 두었다면, 진중권은 잡스로부터 우리가 배울점이 무엇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정재승이 허탈감을 주었다면, 진중권은 희망을 주었다. 잡스를 우리교육에서 만들어 내기는 힘들어도 만들기 위한 노력은 해야하지않을까? 그리고 잡스에게서 우리가 배울점을 찾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진중권의 글이 더 가슴에 와닿는 이유이다.

  '앤절리나 졸리'라는 문화코드에 대한 관점에서도 정재승은 '고딕시대 여신'이라 설명하는 것에 그쳤다. 반면 진중권은 '자신의 도덕을 자기 스스로 만들어 간다.'라며 앤절리나 졸리의 삶과 매력을 집중 탐구했다. 앤절리나 졸리에 대한 정보가 없는 나에게 진중권의 풍성한 정보전달은 더큰 설득력을 안겨주었다.

  사람은 감성적인 동물이라는 점을 벗어날 수 없다. 정재승이 아무리 과학에 근거한 글쓰기를 한다할지라도,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지 못한다면 머리로는 설득되지만, 가슴으로 공감을 얻지는 못한다. 두사람의 글쓰기는 글쓰기가 어떠해야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인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 진중권과 정재승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두사람이 때로는 반목하면서도 때로는 서로의 영역에 매력을 느낀다. 때로는 머리로 말하는 정재승에게 끌리지만, 때로는 가슴에 와닿는 진중권의 말에 공감한다. 그렇다고 두사람의 주장이 항상 상반된 것만은 아니다. '헬로키티'라는 문화코드를 설명하면서는 키티의 '개인사'가 인끼를 얻는 원인중에 하나임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진중권이 바비와 키티를 비교하며 키티에 깔리 일본적 특성을 지적하는 반면, 정재승은 키티의 입모양을 보고 감정을 읽는 서양인과 눈을 보고 감정을 읽는 동양인의 특성을 설명한다. 정재승과 진중권의 글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잘해주었다. 한권의 책을 읽으면 한가지 1관점을 갖게 된다. '크로스'라는 책은 한권의 책으로 두가지 관점을 갖게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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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멋진 신세계 - 반복되는 억압에서 조선이 찾아 헤맨 유토피아 연대 역사서당 1
김양식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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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의 멋진 신세계'!! 얼마나 아름다운가! 7가지 주제로 조선시대 사람들이 꿈꾸면서 추구했던 이상세게에 대해서 6명의 학자들이 자신만의 필치로 책을 써내려갔다. 조선의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냈으리라 생각했던 선입관은 무너지고, 조선의 민중들이 이상세계를 건설하려했던 치열한 노력들이 한땀한땀 펼쳐졌다. 조선의 민중들은 이상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했을까?

 

1. 활빈당!!

  홍길동이 만든 활빈당에서 이름을 차용한 '활빈당'!! 활빈당이 활약했던 시기는 조선말기에서 대한제국기이다. 국가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세의 경제 침탈은 가속화된다. 고통받는 민초들이 스스로 활빈당을 만들어 새시대를 열려했다. 홍길동처럼 부자집을 털어서 가난한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눠주기도 했고, 때로는 약탈자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도적의 수준에 그쳤다. 새로운 세상을 열수있는 역량이 부족했다. 그러나 고통받는 민초들이 스스로 새세상을 희무하며 때로는 의병에 가담하고, 때로는 못된 부자들을 혼내주면서 새로운 세상을 열려했던 열혈남아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측은하면서도 안타깝다는 느낌이 활빈당에게서 느껴진다.

 

2. 동학과 동학농민운동

  1894년 뜨거웠던 그 해에, 밥과 사람이 하늘이 세상을 만들고자 그들이 일어섰다. 무능한 지배층에게 가혹한 수탈을 당하고 있던 그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 일어섰다. 전봉준은 대원군과 손잡고 기존질서를 변혁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했다면, 김개남은 남쪽에서 새로운 나라를 열겠다는 열정으로 일어섰다. 이 시대를 변혁할 것인가? 혁명할 것인가? 혁명보다 변혁이 힘들다. 전봉준은 변혁을 선택했고, 김개남은 혁명을 선택했다. 그러나 치열했던 그해, 두사람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 그 안타까움은 '새야 새야 파랑새야'라는 노래로 응축된다.

  동학농민군들이 '토지를 평균하여 분작한다.'라는 주장을 했을까?라며 의문을 표현하는 학자들이 있다. 일부 한국사 교과서에서도 동학농민운동 폐정개혁안 12개조를 싣지 않는 교과서가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오지영의 '동학사'의 '토지균등조항'이 허구가 아님을 주장한다. 첫째, 토지개혁론이 있는 '경세유표'를 전라남도 강진의 윤세현등이 전봉준에게 전달했다는 '강진읍지'의 기록을 든다. 둘째, 윤세현의 출신지가 다산초당과 20킬로미처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셋째, 윤세현이 농민군 지도자였다는 사실이다. 놀라운 일이다. 토지 개혁을 주장한 농민들의 뜨거운 함성이 사실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더 많은 후속연구가 행해지기를 바란다.

  아울러, 전봉준이 생각했던 개혁방향을 알려주는 사료를 첨부한다.

 

  일본병을 쓸렁버리고 간악한 관리들을 쫓아내어 임금의 측근들을 깨끗이 제거한 뒤 몇 명 주석의 사를 세워 정치를 잡게 하며 우리들은 곧 시골로 돌아가 상직인 농업에 종사하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먼저 국사를 모두 일인의 세력가에게 위임하는 것이 큰 폐해임을 알기 대문에 수인의 명사에게 협합하여 합의법에 의해서 정치를 장악하도록 하는 생각을 했다. -1895년 3월 6일 "도쿄아사히신문"기사-

 

3. 정감록과 미륵신앙

  '정감록'은 정도령이 계룡산 밑에서 새로운 정씨 왕조를 세운다는 내용의 예언서이다. 이 책을 믿고 혹은 특정 신인의 말에 현혹되어 반란을 모의한자들이 있다. 그중에는 일명 잘나가는 집안 똑똑한 사람들도 있다. 잘나가는 집안에서 정감록과 같은 책을 믿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글쓴이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현대에도 사이비 종교에 현혹되어 재산을 바치고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 사람 중에는 똑똑하고 잘나가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진실을 판별하는 능력은 아이큐와는 상관없다. 인간의 원초적 약점을 잘 이용하여 그들을 약탈했을 뿐이다.

  정감록은 미륵신앙과 습합하기도 했다. 변산은 정감록의 10승지 중에 하나이다. 변산이 10승지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미륵신앙과 관계 있기 때문이다. 미륵신앙은 시기에 따라 다양한 사상과 종교들과 상호작용하며 변화해갔다. 아니, 민중들이 미륵신앙과 정감록을 비롯한 다양한 사상들을 흡수하며 새로운 세계를 희구하고 있었다.

 

4. 천주교

  신분제가 없는 평등한 세상을 꿈꾼자들이 있었다. 그들 중에는 천주교의 평등 사회를 경험하고는 죽음도 이겨내는 힘을 갖게된다. 백정 황일광은 신앙 공동체에서 '천당'을 미리 체험한다. 이것이 모진 고문에서도 배교하지 않는 힘이된다. 많은 이들이 평등한 사회를 꿈꾸었다. 그 꿈은 죽음도 두렵지 않게 만들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원했던 평등한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이명박근혜 정권시기 교육부에 있었던 행정관은 신분제가 부활되어야한다는 내용의 말을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신분제를 다시 부활하기를 고대하는 기득권세력이 있다. 그들은 수많은 이들을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안겨 주어 자신들의 행복을 만들려하는자들이다. 새로운 신분제 즉, 금권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새로운 계급질서를 붕괴시킬 방법은 없을까?

 

5. 다산 정약용

  새로운 사상을 소개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오직 마지막장만이 한인물에 시선을 집중한다. 그 사람의 이름은 정약용이다. 그는 곡산부사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목민관이 백성을 편안히 하기 위해서 어찌해야하는지를 집대성한 '목민심서'를 탄생시킨다. 목민은 이상이 아닌 실천이다. 그는 앉아서 탁상행정만을 하지 않고, 직접현장으로 갔다. 세금이나 환곡을 거두거나 나눠줄 때 현장에서 향리들의 부정을 막았다. 정약용의 탈월함과 백성을 위한 애민정신이 어우러져 바람직한 목민관의 모습이 탄생했다. 다산 정약용과 같은 관리가 등용되어 더 많은 백성들이 그 혜택을 보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조가 죽자, 그는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이것이 조선의 불행중에 하나이다. 아니, 조선 백성들의 불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토피아를 찾아 헤멘다. 그러나 유토피아는 말그대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유토피아를 찾아 헤메기 보다는 실제로 가능성이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한 '유토피스틱스'를 해야할 것이다. 우리의 이상을 현실에 펼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일을 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유토피아를 찾아 헤메지 않아도 된다. 존재하지 않는 옥토를 찾아 헤메기 보다는 황무지를 옥토로 만들 방법을 찾는 것이 보다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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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seuk 2019-07-1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평대군, 몽유도견도, 전봉준, 김옥균, 임꺽정?????
 
대학.학기한글역주 - 동방고전한글역주대전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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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올 김용옥을 대학시절 TV를 통해서 처음 만났다. 그후, 그는 동양철학에 대한 심도있는 강의를 우리를 일깨워주었다. 한국의 대표적 석학으로 우리사회에 날카로운 독설을 설파하는 그를 나즐공(http://www.hooz.com/)과 '대학 학기 한글역주'를 통해서 다시 만났다. 이 책에서도 도올의 날카로움은 빛났다. 그러나, 그와의 만남이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다. 도올의 강연은 재미있고 쉽게 하지만, 그의 책은 쉽지 않다. 알기 힘든 외래어와 전문용어가 난무한다. 한예로 '시스테마틱'이라는 용어의 뜻을 알기 위해서 다음 검색을 했으나, 용어의 뜻을 찾을 수 없었다. 간신히 단어 검색을 해보았더니 'systematic'라는 단어였다. '시스테메틱'이라 표기하고, 철자를 괄호안에 적어 주었다면, 이러한 곤란은 겪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불친절함이 '대학 학기 한글역주'에서는 더욱 심해졌다. 이 책에는 '머릿글'이 없다. 이 책을 왜? 썼는지 알려주는 '머릿글'이 없음은 황당 그 자체였다. '존사'와 '학기'를 왜? 같이 묶었는지 머릿글에서 서술해주었다면, 이책을 읽는 수고로움이 덜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올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 장장 6개월 동안 이책을 읽었다. 읽고 쓰고 읽고 쓰고를 반복하면서 떠오른 나의 단상들을 적어보겠다.

 

1. 기존 학계의 틀을 깨고 자유롭게 창공을 날다.

  도올 김용옥의 위대성은 기존 학계의 틀을 깨고 자유롭게 자신의 학설을 설파한다는 점이다.

 

  "주희도 송나라의 일개 학인일뿐이며 왕수인도 명나라때의 일개 학자일 뿐이다."

  "21세기의 학문을 과거 어느 학자들보다 더 위대한 인간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의 학문을 훨씬 뛰어 넘는 새로운 언어를 창조해야하는 것이다."-212쪽

 

  조선의 유학자들은 동양고전 해석을 주자의 방식대로 하려했다. 특히 우리가 대학자로 알고 있는 우암 송시열은 새로운 방법으로 중용을 해석했다하여 윤휴를 사문난적으로 몰아붙였다. 학문의 자유를 말살하는 패악질을 한 것이다. 그리하여 주자를 뛰어넘는 연구성과가 나올 수 없는 구조를 노론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우리의 눈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강대국의 아류가 될 뿐이다. 도올은 조선성리학자들의 아둔함을 깨우치기 위해서 주자의 '대학'을 깨고 원본 '대학'의 참의미를 서술했다. 드디어 자유로이 학문의 자유를 얻게되었다. 도올이 아니었다면, 누가 이런 용기를 가질 수 있었을까?

  일본의 진사이는 주희를 비판하면서 '대학을 공맹의 혈맥에서 벗어난 후대작품으로 예리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진사이와 비슷한 시기를 살앗던 우암 송시열은 주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 도올은 자괴감을 느낀다.

 

  "우암의 학문은 주희의 해석을 대함에 있어 근원적으로 경학적 방법론이라는 학문적 시각을 결여하고 있다. 애초로부터 주자학을 북벌대의와 관련된 정치 이데올로기로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불필요하게 "사문난적"의 논의만을 일으켜 정쟁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중략) 우암식 노론의 학문논리는 결코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선사회를 이끌어갔다고 칭송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도올이 지적했듯이, 성리학의 유연선이 사라지고, 정적을 죽이는 도구로 학문을 전락시킨 조선 유학자들의 태도는 우리 역사의 불행이다. 도올은 이러한 불행을 이제 끊으려했다. 그리하여 '대학'이라는 책을 편찬하면서, '여씨춘추'의 '존사'편을 함께 집어넣었다. '존사'에는 천자보다 더 막강한 도덕권력으로서 스승의 존재를 말함으로서, 단순히 '주자 집주'속의 대학에서만 벗어난 것이 아니라 '고본대학'해석의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주자가 '사서집주'를 통해서 사대부의 윤리를 위한 도구로 수신을 강조했다. 그리하여 '대학'을 천자의 책에서 사대부의 책으로 변화시켰다. 반면 도올은 주자 이전의 '대학'의 진면모를 파악하기 위해서 '여씨춘추'의 '존사'편을 집어 넣어 '주자의 대학'이전의 진짜 '대학'의 모습을 밝히려했다. 이것이 도올의 위대성이다.

 

 

2. '학기'에서 말하는 교육이란??

1)  학연 지부족 교연후 지곤(學然後 知不足 敎然後 知困) : 배우고 난 후에에 부족함을 알고, 가르친 후에야 곤궁함을 안다.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학과 수석과 학년 수석을 했다. 그러면서 역사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교수님이 강의하신 내용을 암기해서 쓰는 실력이 아니라, 나의 관점에서 나의 주장을 설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역사교사가 되고 나서 나의 부족함을 알았다. 한국사 전분야를 강의하면서 내가 취약한 부분을 알게 되었다. 역사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유가, 너무도 나의 부족함이 컸기 대문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완벽한 이해를 전제해야만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 배운뒤에 부족함을 알고, 가르치면서 자신의 지식의 곤궁함을 알게 된다.

2) 선학자 사일이공배 우종이용지 불학자 사근이공반 우종이원지(師逸而功倍 又從而庸之. 不善學者 師勤而功半 又從而怨之) : 잘배울 줄 아는 우수한 학생은 선생님께 즐거움을 선사하면서도 성적은 보통 학생들의 배가 된다. 그리고 그 공을 모두 선생님의 은혜로 돌린다. 그런데 잘 배울 줄 모른느 졸렬한 학생은 선생님께 괴로움만 선사하면서도 성적은 보통 학생들의 반도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신을 탓하지 않고 선생님만 원망한다.

  '학기'에 나와 있는 이말은 요즘 현실과 일면 맞기도하고, 맞지 않기도하다. 예의 바른 학생들은 교사의 수업에 귀를 기울이고, 총명하여 가르치는 것이 수월하다. 그러나 그러하지 못한 학생은 가르쳤으나, 생각이 나지 않으면 배우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때로는 예의 없는 학생도 있다. 반면, 공부를 잘하지만 예의 없는 학생도 있다. 학원에서 배웠기에 학교 수업에 오만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공부는 못하지만 예의 바른 학생도 있다. 자신이 공부를 못하는 것은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자책하기도 한다.

  '학기'의 내용은 일면 타당하지만, 일면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고전에 절대 진리를 담고 있지만은 않다. 시대가 변하면서 현실과 유리된 내용도 있다.

3) 유자청이불문 학불렵등야(幼者聽而弗問 學不躐等也) : 연소한 학생이 경철할 뿐 질문하지 않는 것은 함부로 엽등(등급을 건너뛰어 올라감)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학기'의 내용중에서 가장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다. 학생이 등급을 건너뛰어 올라간다면 이는 교사로서 더욱 즐거운 일이 아닌가? 학문에서 조차 선후배간에 등급을 지켜야한단 말인가? 이렇게 되면, 학문은 경직화되고, 패거리 문화가 뿌리를 내리게 된다. 논문에 존칭을 쓰지 않는 것은 학자들은 대등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스승이라 할지라도 잘못된 주장이면, 당연히 제자가 이를 지적하고 스승을 뛰어 넘어야한다. 청출어람 청어람하지 못한다면, 어찌 학문의 발전이 있을 수 있겠는가? 나는 말하고 싶다. '엽등하라! 질문하라!'

4) 고군자지어학야 장언수언 식언유언(故君子之於學也 藏焉修焉 息焉游焉) : 그러므로 군자의 학습법이란 문제가 되는 것을 항상 머릿속에 담고 있다가 촉발하는 계기가 찾아오면 그것을 열심히 연구한다. 휴식을 취하고 한가롭게 노닐 때도 항상 학문에서 생겨나는 의심과 관심사를 마음에서 지우는 법이 없다.)

  상당시 공부에만 매진하라는 꼰데들의 말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몰입의 즐거움을 생각한다면, 학문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학문에 몰입해야한다.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있듯이, 학문에 미치지 않고서는 학문을 이룰 수 없다. 배움을 쌓고 닦고 또한 쉬면서 즐겨야만 학문을 이룰 수 있다. '학기'는 이를 말하고 있다.

5) 군자지교유야 도이불견 강이불억 개이부달(君子之敎喩也. 道而弗牽, 强而弗抑 開而不達) : 위대한 스승의 가르침이란, 학생이 가야할 대강의 큰 길을 보여주지만 억지로 잡아끌지는 아니 하며, 카리스마를 과시하면서도 학생을 억압하지 아니하며, 문제으 서두를 열어주되 금방 그 문제를 풀게 만드는 것이아니라 시간이 걸려도 스스로 개닫기를 기다린다.

  강압적이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깨우칠수있도록 기다려주는 교육을 '학기'는 설파하고 있다. 알을 깨고 스스로 진리의 세계로 뒤쳐 나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교육을 이미 2천년 전에 설파하고 있다. 현대식 교육 방법이라해도 손색이 없는 이러한 교육방법을 이제 우리가 다시 발견할 때이다.

 

3. 대학을 통해서 오늘을 바라보다.

1) 호이지기오 오이지기미(好而知其惡 惡而知其美) : 좋아하는데 그 단점을 알고, 싫어하되 그 장점(아름다움)을 알라

  사랑하는 사람의 장점만 알려하기 보다는 그 단점도 함께 알아야하며,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단점 뿐만 아니라 장점을 바라보아야한다. 그래야 적에게서도 배울 수 있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의 실수에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 싫어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미워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면, 세상을 올바로 볼 수 없다. 진정으로 삶을 살아갈 때 유념해야할 명언이다.

2) 대덕불관 대도불기 대신불약 대시부제(大德不官 大道不器 大信不約 大時不齊) : 대덕은 관직에 얽매이지 아니하며 대도는 하나의 그릇에 담기지 아니하며 대신은 사소한 약정에 구애받지 아니하며 대시는 짧은 시간의 획일적 질서에 얽매이지 아니한다.

  높은 관지과세상의 명리에 큰덕은 휘둘리지 아니한다. 큰도는 하나의 그릇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크다. 즉, 보편적 법칙은 한 기능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큰 믿음은 사소한 약속보다 큰약속을 지킨다. 어머니보다 큰 어머니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 처럼.... 큰 시간도 짧은 시간의 획일적 질서에 얼매이지 않는다. 우주의 시간은 개인의 시간을 초월하기에.... 상당히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구절이다.

3) 인자 이재발신 불인자 이신발재(仁者 以財發身 不仁者 以身發財) : 인한자는 재물로써 몸을 일으키고 인자하지 못한자는 몸으로써 재물을 모은다.

  재물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신주의에 빠져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말을 해주고 싶다. 재물은 사람을 위해서 모아야한다. 재물을 모으기 위해서 사람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 00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젊은이가 죽은 사건이 연이어서 발생했다. 그 발전소의 주인은 재물로써 사람을 위하지 않고, 사람으로써 재물을 위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그들은 '대학'을 읽어 보아야한다. '대학'의 가치는 물질만능주의가 강해질 수록 빛날 것이다.

4) 국불이리위리 이의위리야(國不以利爲利 以義爲利也) : 나라는 이익을 취하는 것만을 이익으로 삼지 아니하고, 의를 구현하는 것을 이익으로 삼는다.

  한때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유행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국가를 사적 이익을 취하는 도구로 삼은 대통령과 특정 무속인에게 의존하며 아바타와 같은 삶을 산 대통령이 있었다. '대학'은 말한다. 국가는 이익을 취하는 도구가 아니라 정의를 구현하는 도구여야한다고.... 독재자와 친일파의 후예들은 권력을 잡자 국가를 사적 이익을 잡는 도구로 사용했다. 우리의 국가가 사적 이익을 취하는 도구로 전락하면서 벌어졌던 끔찍한 일들을 바라보며, 우리가 '대학'을 읽어야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대학'은 '논어' 보다 유명한 고전이 아니다. 분량도 적고 세상에 알려진 명언도 적다. 그러나, '대학'이 국가를 통치해야하는 제왕을 위해서 저술된 책이고, 주자가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할 사대부에게 윤리적 기준으로 '수신'을 강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고전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대학'을 왜? 읽어야하는지 알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주인이어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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