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실패
베른트 잉그마르 구트베를레트 지음, 장혜경 옮김 / 율리시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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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실패한 정책, 실패한 대통령, 실패한 사업 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실패한'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실패를 한 사람이라면 그 실패를 통해서 그들은 무엇을 배웠는지 궁금해졌다. 실패한 4대강 사업을 보면서 이 사업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믿고 싶어하고, 성공한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실패를 실패로 인정할 용기도 없는 그들을 무엇이라 불러야할까?

 

이 책은 12가지의 실패한 일들을 모아아 놓았다. 이들 실패는 참으로 귀중한 실패도 있으며, 참으로 다행한 실패도 있다. 그리고 실패 그 자체의 의미밖에 없는 실패도 있다.

 

1. 참으로 귀중한 실패

이 책의 첫장에는 연금술사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금을 얻겠다는 인간의 욕망이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이것이 화학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연금술사가 백금으로 불리는 도자기를 독일 마인츠에서 발명했다는 사실은 연금술을 행하면서 이어진 필연적인 실패들이 단순한 실패가 아닌 귀중한 실패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이들 실패가 다양한 합금과 화학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동양에서는 화약의 발명으로 이어진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의도했던 것을 얻지 못했다고 실패로 규정할 수 없는 실패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실패는 우리에게 너무도 귀중한 자산을 물려주었다.

내가 위대한 정치가가 되기를 꿈꾸었다가 위대한 정치가는 못되었지만, 내가 사는 주변을 훌륭하게 바꾸었다면, 나는 위대한 실패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실패는 실패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실패는 위대한 성공을 다른 분야에서 낳았기 때문이다.

 

2. 참으로 다행한 실패

실패가 인류의 입장에서는 행운으로 느껴질 때도 많다. 원숭이와 인간의 교배를 예로 들 수 있다. 인간이 넘보아서는 안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신의 영역이다. 인간을 원숭이와 교배시키려는 소련의 프로잭트는 참으로 다행한 실패였다. 사람의 정액을 원숭이에게 주입하는 다양한 시도, 더 나아가 원숭이의 정액을 사람에게 주입하는 시도까지 계획한 일들은 너무도 무시무시한 실패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SF영화의 소재로 자주 사용된다. 영화 에일리언도 이러한 과학자들의 욕망을 소재로한 영화이다. 인문학적, 도덕적 품성이 결여된 과학이 때로는 인류를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3. 실패 그 자체의 의미밖에 없는 실패

헤르만 죄르겔의 아틀란 트로파와 헨리 포드의 포드란디아, 히틀러의 광궤철도, 시베리아 강줄기를 바꾸려는 소련의 시도는 정말 실패 그자체의 의미밖에 없는 실패이다. 과거 정권이 했던 4대강 사업을 떠올리게 하는 실패들이다. 지중해를 말려 유럽의 영토를 넓히겠다는 헤르만 죄르겔의 아틀란트로파 계획,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고무농장을 만들려했던 헨리 포드의 포드란디아, 사업성과 실현가능성은 절대 생각하지 않고 폭 4미터, 2층 구조의 광궤철도를 놓겠다는 과대망상증의 히틀러의 계획, 북극해로 흘러가는 물길을 바꾸겠다는 소련의 시도는 실패그 자체의 의미밖에 없는 실패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를 통해서 이러한 일들을 하면 안된다라는 교훈을 우리는 얻지 못했다. 과거 정권의 무모한 4대강사업과 그로인해서 강바닥에 쏟아부은 22조라는 혈세에 대해서 뼈져린 반성을 우리는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이와 비슷한 사업들이 행해지는 현실을 보면서, 이들 실패는 실패 그자체의 의미밖에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들 실패가 실패 그 자체의 의미밖에 없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들 실패로 부터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이책을 덮으면서 실패 그 자체가 귀중한 실패가 우리사회에서 늘어나길 바래본다.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고자했던 루드비히 자멘호프의 에스페란토어, 세계보건기구의 소아마비 근절 프로젝트들은 비록 아직은 실패했지만, 그리고 언젠가는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의 과정 그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희망을 준다. 이 책에서 '낙담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라는 말이 나의 뇌리속에 맴돌고 있다.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고 낙담하는 순간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아름다운 실패를 위해서 터벅터벅 앞으로 나갈 때, 진정으로 아름다운 실패속에서 참다운 성공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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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탈핵 - 대한민국 모든 시민들을 위한 탈핵 교과서, 2014 올해의 환경책 / 『한겨레』가 뽑은 '2013 올해의 책' / 『시사IN』선정 '2013 올해의 책'
김익중 지음 / 한티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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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익중 교수를 처음 알게된 것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나고 난 이후이다. 바다로 수 천톤의 오염수가 흘러들어가는 상황에서 우리의 먹을 꺼리는 과연 안전한지 너무도 궁금했다. 텔레비젼에 나오는 자료들은 언제나 미심쩍었다. 원전이 안전하다는 거짓말을 너무도 많이 들어오던 터라,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에는 더이상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인터넷에는 믿기지 않는 소문들이 나돌았다. 불안감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던 차에 과학선생님에게 물어보았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여러 말들, 그중에서도 수산물을 먹지 말라는 주장과 후쿠시마 인근에서 발견된 방사능에 오염되어 변이가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식물들에 대해서 조언을 구했다. 선생님은 더 알아보고 답해주겠다고 했다. 과학선생님은 김익중 교수의 강의를 추천해주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대부분의 글들의 논리적 근거가 김익중 교수의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여주었다.

유투브를 통해서 김익중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그러면서 핵발전소와 방사능에 대한 지식을 얻었다. 생각보다 쉬웠고 강의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김익중 교수가 자신의 강의를 바탕으로 책을 썼다는 소식을 들었다. 돈이 되지 않는 강의를 하기 위해서 전국을 발로 뛰어다니는 김익중 교수의 책을 읽고 싶었다.

 

이 책의 강점은 쉽다는데 있다. 김익중교수의 강의를 듣고 이 책을 읽는다면, 너무도 쉽게 읽어 내려가는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랄 것이다. 강의를 재미있고 쉽게 해주었기에 그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책을 읽어 내려가니 쉬울 수 밖에....

 

이 책의 두번째 강점은 강의 때에 미처 이야기 하지 못했던 상식들을 자세히 근거를 가지고 설명해 준다는 점이다. 특히 강의 때는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간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중저준위 방폐장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단순히 경주지역 사람들의 피해로 그치지 않고 방사능은 동해로 흘러가 우리의 식탁으로 전달된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핀란드의 고준위방폐장 '온칼로'를 지으면서 일만년 후의 인류에게 '이곳이 고준위핵폐기물을 저장한 곳이니 건드리지 말라"는 표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너무도 참담한 심경이었다. 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땅속에 묻을 것인지만을 생각하고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절대 걱정하지 않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런데, 핀란드는 일만년의 후손들을 위해서 말이 통하지 않을 그들에게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 고민한다. 이 간극을 어떻게 채워야할까?

 

이 책을 읽고 나서 인터넷에서 탈핵을 찾아보았다. 고이데히로아키 교수의 강의도 들을 수 있었다. 그밖의 여러 사람의 탈핵강의를 찾아 들으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선택해야할 길을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다. 지금 당장의 편익을 위해서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핵발전 산업과의 인연을 이제는 끊어야하지 않을까? 악마의 재를 언제까지 만들 것인가? 이제는 그말둘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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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트다운 -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어떻게 일본을 침몰시켰는가
오시카 야스아키 지음, 한승동 옮김 / 양철북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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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대재앙이 시작되었다. 3월 12일부터 15일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잇따라 폭발하였다. 영화속에서만 보았던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이 폭발했을 때, 나는 너무도 어렸다. 그래서 핵발전이 어떠한 재앙을 가져올 지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로부터 약 25년이 흐른 시점에서 다시 한번 대재앙이 일어났다. 그 당시 나는 텔레비전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였다. 일본을 침몰시키고 더 나아가 지구를 침몰시킬 수도 있는 핵에너지를 우리는 왜? 위험부담을 떠않고서 계속 사용해야할까? 한동안 인터넷을 통해서 핵에너지에 대한 자료를 검색했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자료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오시카 야스아키가 쓴, 『멜트다운』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을 읽으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숨가쁘게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충격적 사실 하나가 있다. 핵발전소 사고는 체르노빌 사고가 처음이 아니란 사실이다. 1979년 3월 28일 미국 서 스쿼해나 강 가운데 있는 스리마일 섬에서 핵발전소 2호기(TMI-2)에서 일어서 노심 용융(meltdown)사고가 일어났었다. 그렇다면,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전에 2번의 대형 핵발전소 참사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은 과거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한다. 과거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쓰리마일의 참사는 체르노빌 사고로 반복되었고, 다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다시 한번 반복되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기에 완벽할 수 없다는 상식과 겸손함을 인간이 가지고 있었다면, 도쿄전력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철두철미한 대책을 마련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그러하지 못했다. 이미 2002년 ‘원전 문제 은폐 사건’이 있었으며, 또한 지진이 일어나기 4일 전인 3월 7일에는 종래의 상정치 대규모 쓰나미가 덮쳐올 가능성이 있다는 내부보고를 무시했다. 원전마피아들은 후쿠시마에 재앙이 닥쳐올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를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핵발전소가 위험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진이 일어나면 원자력발전소가 가장 안전하다.’라는 괴변까지 했다고 한다.

대형쓰나미로 인해서 냉각장치에 이상이 생기자, 후쿠시마 제1원전의 1호기에 안전장치인 복수기가 작동하자, 운전 요원이 수동으로 이를 중단시키는 어이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1호기를 운전 조작했던 직원 가운데 누구 하나 비상복수기를 실제로 작동시켜 본 경험이 없었다. 이러한 어이없는 일들이 천재지변과 함께 연이어서 벌어졌고, 후쿠시마 제1원전은 연이어서 폭발하는 대재앙을 맞이하게 된다.

사건이 진정되고 나서 사건의 주범인, 도쿄 전력은 자신들을 가해자가 아닌 대재앙의 피해자로 인식하고 아니한 대응을 한다. 민주당의 간 나오토 총리가 탈원전의 수순을 밟자, 핵마피아들은 용의주도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민당의 아베는 간 나오토 총리가 핵발전소에 해수 주입을 중지시켜 발전소가 폭발했다는 거짓정보를 흘렸고, 간 총리는 위기에 빠졌다. 결국, 간 내각은 8월 30일 총사직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났을 때, 무능한 도쿄전력을 다그치며, 사태수숩을 했고, 더 나아가 일본이 탈핵의 첫발을 내딛는 기초를 닦았던 간 총리는 핵마피아에 의해서 밀려나버린 것이다.

책을 다 읽고 한동안 많은 생각을 하였다. 분명 앞으로도 핵사고는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고가 계속된다면, 한나라가 침몰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전멸하는 대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사고는 계속 그 위력을 더해가면서 일어나고 있다. 이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며,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심각한 고민을 해보았다.

김익중 교수의『한국탈핵』이라는 책에도 나와있듯이, 인류는 탈핵의 길을 걸어야한다. 너무도 강대한 핵마피아와 대결해야 하기에 탈핵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탈핵의 길을 열었던 일본의 간 총리가 핵마피아에 의해서 밀려났고, 후쿠시마 핵사고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본다면, 탈핵의 길이 얼마나 멀고도 험난할지가 예상된다. 그러기에 거시적으로 탈핵에 찬성하는 정치인을 우리가 길러 내야한다. 투표를 할 때에도, 탈핵을 지지하는 정당에게 한표를 행사하고, 탈핵에 찬성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내가할 수 있는 거시적인 대책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 지금 우리가 핵발전을 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전기 때문이다. 급속도로 늘어나는 전기수요를 줄이지 않는다면, 핵발전을 멈출 수 없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한 나는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서 작지만 중요한 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나의 샤워물과 아이들의 목욕물을 모아두었다가 변기물을 내리는데 사용하고 있다. 물론 소변을 보고서도 손씻은 물로 변기물을 내리려니 화장실에 냄새가 나고, 큰 딸이 ‘아빠는 왜? 변기물을 내리지 않느냐’라며 핀잔을 주기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일들이 모여 큰힘을 발휘할 것이리라 믿는다. 태산은 한삼태기의 흙도 마다하지 않고, 바다는 한방울의 물도 내치지 않는다고 했던가! 한방울의 물! 한칸의 휴지도 헛되이 낭비하지 않겠다.

나만의 이러한 활동으로 과연 얼마 만큼의 효과가 있을지도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미래세대도 계속 이러한 행동에 동참해야 보다 아름다운 지구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전유아교육 진흥원에서 ‘녹색환경’을 주제로 유아 체험전을 한다는 정보를 얻고는 딸과 함께 교육에 참여했다. 딸과 허부차도 만들어보고, 우유팩 올림픽에도 참여하여 상품을 받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례발표였다. 부모가 모범이 되어 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를 보고 자란 자녀의 마음 속에 자연사랑이라는 싹이 트게 되었으며, 이것이 자라서 자녀가 환경공학과에 갔고, 이제는 ‘세계 물포럼’에도 간다는 내용의 발표였다. 그렇다! 우리의 가슴에 자연사랑! 에너지 절약의 씨앗을 뿌리자! 그리고 그 씨앗이 잘 자라도록 가꾸자! 내가 먼저 씨앗을 뿌리고,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도록 한다면, 우리 딸들도 이를 본받을 것이다. 이러한 싹들이 모여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지구를 만들 것이다. 지구를 침몰의 위기에서 구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우리주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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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 - 임진년 아침이 밝아오다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7
이순신 지음, 송찬섭 옮김 / 서해문집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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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많은 학생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갔지만, 단 한명의 학생도 살려내지 못했다. 전라도 진도섬에서 서남쪽으로 약 3km 떨어진 곳에서 많은 생명들이 사라져갔다. 그런데 422여년전, 그 곳에서는 13척의 조선수군이 130여척(혹은 330여척이라고도 한다.)의 왜선과 맞서 싸워 승리했다. 비슷한 곳에서, 단한명도 구하지 못하고 온 국민을 공황상태로 빠져들게 만든 사건과 모두가 패할 거라고 생각한 전투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한 사건이 420여년의 사간차를 두고 일어났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밝혀 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책한 권을 집어들었다. 『난중일기』라는 책이었다. ‘임진년 아침이 밝아오다’라는 부재처럼, 420여년의 새벽을 직접보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난중일기』의 첫장은 이순신 장군의 아우 우신과 조카 봉과 아들 회가 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면서 시작한다. 그는 장군이기 이전에, 어머니의 자식이었으며, 5남 3녀의 아버지였고, 한여자의 남편이었다. 강인한 성웅이기 이전에, 한사람의 인간 이순신이었다. 『난중일기』 곳곳에는 이러한 인간 이순신의 인간적인 고뇌가 곳곳에 묻어있다. 항시 어머니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그림움을 표현하고 있었던 인간 이순신은 억울하게 의금부 옥에 갇히고, 모진 고문으로 괴로웠을 몸을 이끌고 겨우 풀려난 1597년 4월에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오열한다. 방을 뛰쳐나가 슬퍼 뛰며 뒹굴었다. 하늘에 솟아 있는 해조차 캄캄하게 보였다. 인간 이순신의 고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 면이 왜적의 손에 죽은 것이다. 그는 꿈속에서 말을 타고 언덕 위를 가다가 말이 발을 헛디뎌 냇물 가운데 떨어졌는데, 아들면이 엎드려 그를 안듯하더니 깨었다. 그날 저녁 아들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를 받는다. 『난중일기』에는 그 때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면이 적과 싸우다 죽었음을 알고, 감담이 떨어져 목 놓아 통곡하였다.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어질지 못하는가?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것 같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마땅한데, 네가 죽고 내가 살았으니 어쩌다 이처럼 이치에 어긋났는가? 천지가 깜깜하고 해조차도 빛이 변했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오디로 갔느냐!

 

임진왜란 7년 전쟁 속에는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수많은 인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고통을 참아내며, 이 국토를 지켜야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들 중에 이순신이 있었다. 혈육에 대한 사랑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뒤로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고통을 참으며, 전쟁준비를 해야했고,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며, 그 슬픔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었고 그래서 전쟁터로 향해야했던 사람! 그가 바로 이순신이었다.

 

태구련이 만든 장검에는 일휘소탕(一揮掃蕩) 혈염산하(血染山河)라고 씌여있다. “한번 휘둘러 쓸어 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라는 글귀처럼, 그는 수많은 왜적을 쓸어버리고 그들의 피로 이 국토를 씻었다. 자신이 무너지면, 조선이 무너지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항상 승리해야한다는 무거운 짐이 그를 괴롭혀서였을까? 『난중일기』 곳곳에 그는 아프다는 기록이 적혀있다. 그러나 그러한 몸을 이끌고서 전쟁터로 나가 승리를 거두었다. 어리석은 정치인들에게 고문을 받아 몸이 아프고, 사랑하는 아들과 어머니를 잃어 가슴이 미어졌지만, 자신이 주저앉으면 조국이 무너지기에 그는 1597년(선조 30) 음력 9월 16일, 13척의 배로 왜적과 맞선다. 130여척의 왜선을 보고서 당당히 앞장서서 적과 맞선다. 부하장수들이 얼굴빛이 하얗게 질려있자, 그들을 다독이며 적과 맞서도록 한다. 그리고 무서워서 뒤에서 구경만하고 있는 부하장수들에게 호통을 친다.

나는 배 위에 서서 직접 안위를 불러 “안위야, 군법에 죽고 싶으냐? 군법에 죽고 싶으냐? 도망간다고 어디 가서 살 것이냐?”하였다. 그러자 안위도 황급히 적선 속으로 뛰어들었다. 또 김응서함을 불러 “너는 중군으로서 멀리 피하고 대장을 구원하지 않으니 죄를 어찌 면할 것이냐? 처형하고 싶지만 전세가 급하므로 우선 공을 세우게 하겠다.”하였다.

 

얼마나 고독했을까? 얼마나 분노했을까? 그러나 그의 탁월한 리더십에 부하장수들은 목숨을 걸고 왜적에 맞서 싸운다. 이순신은 “이번 일은 참으로 하늘이 도우셨다.”라고 일기에 적고 있지만, 하늘이 그를 도운 것이라기보다는, 그가 하늘을 감동시킨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전쟁에 나서 모범을 보이는 리더의 모습을 보면, 많은 장수들이 감동을 받았으리라, 그리고 이러한 모습이 명량대첩에서 승리를 거두는 주요 요인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1598년 11월 19일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선두에서 전투를 지휘하던 그는 적의 유탄을 맞고 장렬히 전사한다. 그는 순국했지만, 그는 아직도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속에 살아 남아있다.

 

책을 덮고 다시 2015년 오늘로 돌아왔다. 아직도 저 바다속에는 세월호 희생자의 시신이 누워있다. 승객들을 무참히 버리고 자신이 먼저 살겠다고 도망친 이준석 선장과 너무도 어이 없게도 단한명도 살려내지 못한 우리의 무능함을 생각하며 슬픔에 잠긴다. 그러면 그럴수록 충무공 이순신! 그가 그리워진다. 그도 아버지였고, 아들이었으며, 남편이었다. 그에게도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가족이 있었다. 그러나 더 소중한 조국이 있었기에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지만, 13척의 배밖에 없었지만, 자신이 죽을 수도 있지만, 그는 앞장서서 전쟁터로 나갔다. 그리고 전투에서 승리하여 수많은 조선 백성을 살려냈다. 그는 죽었지만, 그의 리더십은 아직도 살아있다. 인간적이면서도 자신의 안위보다는 조국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리더십이 우리의 가슴속에 살아 꿈틀거릴 때, 대한민국호는 절망 늪에서 벗어나,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시한번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들여다보며 그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우리가 장군과 같은 리더가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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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요리한 음식의 역사
도현신 지음 / 시대의창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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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전공한 나는 주변의 사물들을 역사와 관련시켜 대화를 이끌어갈 경우가 많다. 이럴때면, 상대방은 나를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만물박사로 착각하곤한다. 이것이 역사학과를 나온 나의 장점이랄까.... 이책도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을 소재로 대화를 이끌어가기 딱 좋은 이야기 꺼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1. 첫만남을 부드럽게 이끌어 주는 소재

우리가 먹는 수 많은 음식에도 많은 역사가 담겨져 있다. 처음 소개팅을 하는 자리거나, 친밀감을 형성하기에 필요한 대화 소재가 필요한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이 책은 도움을 줄 것이다.

 

처음 만나는 이성과의 자리에서 '파스타'를 먹고 있다면, 이슬람교도가 전해준 이탈리아의 파스타 이야기는 좋은 소재가 될 것이다. 연인과 간단한 식사를 하고, 간단한 음료를 마신다면, 나치 치하에서 탄생한 환타에 대한 이야기와, 오스만제국의 선물 커피와 크루아상 이야기,  메리 스튜어트와 오렌지 마멀레이드 이야기, 전쟁 식량 미숫가루이야기가 적당할 것이다.

 

연인과 사이가 진전되어 술을 마신다면, 몽골의 세계 정복의 산물인 소주와 설렁탕에 대한 이야기, 러시아인들의 애환이 담긴 흑빵과 보드카 이야기, 중국에 와인 문화를 싹 틔운 장건의 서역 개척이야기, 대항해 시대 선원들이 목숨처럼 아꼈던 럼주이야기는 더 좋은 안주꺼리가 될 것이다.

 

역사를 아는 것은 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나와 타인을 더욱 친밀하게 해주며, 나도 모르게 우리 모두를 인문학의 세계로 인도해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2. 아쉬운점.

이 책의 1부와 2부의 분류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1부 난리 통에 탄생한 음식과 2부 전쟁이 남긴 음식 으로 분류한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한 이들 음식들은 궂이 전쟁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을 필요성도 나는 느끼지 못한다. 1부와 2부 속의 이야기 배열도 특별한 의도가 있지 않고 단순히 나열한 듯한 느낌이 든다. 차라리, 음식을 통해본 세계사 라는 주제로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음식들을 소재로 서술하는 방식을 취했다면 어떠했을까?

나 나름데로 한번 상상을 해본다.  상상은 자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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