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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 역사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4년 10월
평점 :
'넥서스(Nexus)'는 연결, 연계, 중심, 집합체라는 뜻이다. 무언가의 핵심적인 연결이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을 우리는 넥서스(Nexus)라 부른다. 유발 하라리가 '넥서스'라는 책으로 다시 돌아왔다. '사피엔스'라는 책이 출판되었을 때보다 '넥서스'가 출판되었을 때, 우리 사회의 반응은 낮았다. '사피엔스'가 사피엔스의 빅히스트로리를 하라리의 통찰력으로 서술했다면, '넥서스'는 '호모 데우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인공지능 혁명이 불러올 미래 사회, 아니 현실 우리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를 통찰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그의 통찰력에 감탄을 하며 인공지능 혁명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보자.
유발 하라리는 '정보'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공격한다. 우리는 정보에는 진실이 담겨있으며, 정보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된다면 사회는 더 진보할 것이고, 민주주의는 더 견고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하라리는 그것이 우리의 선입견일 뿐이라고 일침을 날린다.
"정보의 결정적인 특징은 재현이 아니라 연결이며, 따라서 정보란 다른 지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무언가다."-50쪽
책의 제목이 왜? "Nexus"인지를 이 한줄을 통해서 깨달았다. 정보의 핵심은 '연결(Nexus)"에 있었다. 그리고 그 연결에는 진실이 담길 수도 있지만, 허위와 과정이 담길 수도 있다.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이 종교개혁을 촉발했고, 지식과 정보를 널리 보급하여 지식혁명을 이끌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 활판인쇄술은 면벌부를 찍어내는데 사용되었을뿐만 아니라, 마녀사냥의 교본이라할 수 있는 '마녀의 망치'를 보급시켰다. 유럽을 마녀사냥의 광풍에 몰아 넣은데 활판인쇄술이 일조를 했다.
그렇다. 정보는 '양날의 검'과 같다. 같은 칼이라 할지라도 어머니가 맛있는 요리를 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으며, 도둑이 사람을 해칠때 사용할 수도 있다. 칼과 검은 어느 누구가 어떤 의도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인류를 재앙으로 몰아 넣을 수도 있고, 인류에게 축복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경고한다.
"가끔은 현실에 대한 잘못된 재현도 사회를 연결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53쪽
한국이 인터넷 혁명의 시대에 접어들고 포털 다음의 아고라에 많은 네티즌들이 글을 자유롭게 쓰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미네르바라는 아이디를 가진자가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그의 이러한 행동을 정권에서는 좋게 볼리가 없었다. 미네르바는 고통을 받았지만, 정보를 통제하지 않고 공론의 장을 인터넷이 제공한다면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진보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십알단을 비롯해서, 인터넷 공론의 장을 오염시키는 자들이 나타났다. 친일을 옹호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이 인터넷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일베, 펨코, 디씨를 비롯해서, 다양한 공론의 장이 마련되었으나, 그 공론의 장은 남녀갈등을 부추기고, 혐오를 조장하는 글들로 넘쳐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의 20~30대 남성이 급속도로 보수화 되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를 느끼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1찍이죠?", "보수가 정권을 잡았을때, 경제성장율이 높았잔아요. 왜 1찍해요.", "저는 독재도 괜찮다고 봐요"라는 고딩들이 많았다. 그들이 일베나 펨코, 디씨를 통해서 얻은 정보는 진실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오염된 정보도 많았다. 그때, 유발 하라리의 글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현대 기술은 대규모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전체주의도 가능하게 했다."-242쪽
기술과 정보 통신이 발달하면 완벽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접했을 때가 어제같은데, 유발 하라리는 그것이 칼과 같은 도구에 불과하며, 그 도구를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직접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고, 철통같은 전체주의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동유럽 국가들이 무너지고 지고, 독재정권이 민중혁명으로 무너지는 현대를 살았던 나는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는 진리를 잠시 잊어버렸던 것이다.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해서 현상수배범을 잡기도하지만, 인권운동가를 잡아들이고 있는 중국의 사례를 떠올려 보았다.
그렇다. 최신 정보 통신과 첨단 기술이 누구에 의해서 어떤 의도로 사용되느냐에 따라서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도 있고, 전체주의의 강력한 통제가 실현될 수도 있다. 그런데, 유발 하라리는 여기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는 문제를 던진다. 이제 인공지능이 그 주도권을 가져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야할까? 유발 하라리의 대안을 들어보자.
"한가지 안정장치는 컴퓨터가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인식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429쪽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것을 확인하여 대응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드는 것이다." -430쪽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했으며, 공자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고, 아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이 참된 앎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무지를 알고 이를 인정하는 것이 참된 앎의 시작이다. 2천년전, 성인이 했던 말을 인공지능 혁며의 시대에 인공지능에게도 적용해야한다는 사실이 자못 놀랍다.
중세시대 교황무오류설이 중세 교회의 부패와 모순을 누적시켰고, 볼세비키의 당무오류성 교의가 소련 공산당을 시대에 적응시키지 못하고 볼세비키 전체주의를 낳았다. 인간은 그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비판과 견제를 용인할 때만이 인간의 불완전성을 보정할 수 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의 불완전성을 인정할때만이 인공지능의 불완정성을 보정할 수 있다.
'넥서스(Nexus)'를 읽다보면, 인공지능이 무섭기도하고, 우리의 미래가 어두워보이기도하다. 그러나, 유발 하라리는 염세주의자도, 낙관주의자도 아니다. 그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책을 마무리한다.
"역사의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우리가 자연스럽고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인간이 만들었으며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547쪽
역사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책에서 몇번이고 "역사학자"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인간의 결정에 따라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아직 희망이 있다. 물론, 당신이 인간을 믿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는 희망이란 없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일말의 믿음이라도 있다면 아직 인류에게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
유발 하라리는 "역사의 유일한 상수는 변화다."(548쪽)라고 말했다. 역사는 변화한다. 역사를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하는자들은 역사의 상수는 변화라는 진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일도 시대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일어난다. 역사의 변화를 이해하고,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많은 석학들이 경고하고 있지만, 경제적 이익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인공지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거대 글로벌 기업들도 언젠가는 그 위험성을 깨닫고 유발 하라리를 비롯한 석학들의 말에 귀기울일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