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비처네 (양장) - 목성균 수필전집
목성균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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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이 새삼 화려할 필요도 없지만 유독 단맛보다는 구수한 맛이 강한 목성균선생님의 '누비처네'.

그의 인생처럼 문장도 세련됨이나 수월함이 느껴지지않는 탓에 읽는데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고, 쉬이 읽히지 않아 일요일을 온전히 목성균의 목소리 속에 부유하도록 했는데 바로 그 점이 '누비처네'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편리한 주방기구들을 버려두고 과거의 추억인지 짐인지 모르게 남아버린 가마솥으로 손수 지어준 밥을 먹은 느낌이니 그 정성을 읽었다고 생각하면 '누비처네'에 들이는 독서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일일이 모은 땔감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펴 옆에서 간간히 불씨가 꺼지지않게 봐주며 장독에서 묵은지를 꺼내 구운김, 간장과 함께 내어 준 듯한 그 수필을 대하는 마음이 경건해진다.

빌트인으로 효율성과 디자인을 높인 도시적인 주방에서 밥을 먹으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그 식사의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낄 새가 어디 있겠는가? 다소 불편하지만 식후에도 여운이 남을 정도가 되며 몇년이 흐른 후에는 추억으로 상기되기도하는 저녁식사같은 독서를 할 수 있어 좋았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과 인생에 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말해주고 있지만 그 은근한 단조로움 속에서도 서정적인 문체가 돋보이는데 전체적으로 꾸밈없으려는 표현력에 힘입어 더 강한 빛을 내뿜은 은하수같은 역할을 하고있다.

글로 말하는 사람이다보니 텍스트에서 진한 물기가 묻어나기도 하고 가슴벅찬 감동을 전해주기도 하는데 탁월함을 발휘한다. 

 

너무나도 빠르게 살아오느라 잊혀진 '정'에 관한 추억들이나 그에 관련한 소품이나 상황들을 공유할 정도의 동년배는 아닌지라 공감하는 능력은 클 수 없겠지만 시간의 소중함과 '정'에 대한, '자연'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들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누릴만큼 충분히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있는 지금 목적의식에 고취되어 소중히 여겼어야 할 자연에 대해 너무 소홀했었음을 깨닫고 회귀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있는 만큼 그 의미가 더 크다.

 

목성균선생님은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현재의 가슴벅찬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비록 과거의 구구절절한 사연 속에서도 추억하기에 아름답고 힘들었을 당시에도 그 삶이 아름다움을 알았다.

수필가는 직업적 필요에 의해 본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눈을 뜨고있다고 다 깨어있는 것이 아니고, 숨을 쉰다고 온전히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온전하게 스스로를 바라보며 정비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사회에 준하는 규정에 끼워맞춰 사는 것도 인생에 대한 아까운 낭비일진데 '나'를 잊고 남들을 바라보며 살아가느라 남의 인생에 대한 속도에 초조하고 불안해하며 사느라 시간을 다 보낸다.

늘 일기를 쓰며 사는 덕분에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문필가의 깊이엔 못당하겠다.

하지만 그 일기가 나의 영적인 부분을 얼마나 토실토실 찌워주는지 모른다.

오늘도 이렇게 '작품'을 만났음에 감사하며 일기를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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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술맛은 안녕하세요? 1 - 막걸리 이야기
박기홍 지음, 최미르 그림, 박록담 감수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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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은 왠지 술에 대한 아저씨의 멘트가 녹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는데 펼쳐보니 만화책이었다.

두께가 얇아서 저녁을 먹는 동안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그러고보니 한동안 와인을 주제로한 만화가 큰 인기몰이를 하면서 국내에서 그 원작을 토대로 한 드라마까지 만들어졌었지.

 

술을 못하다보니 술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지만 가양주(<오늘 술맛은 안녕하세요?>에서 집에서 담근 술을 가양주라고 한다는 것을 배우자마자 써먹음)는 예쁜 과실주들이 있기에 관심이 있었다.

특히나 예쁜 용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크리스탈과 어울리는 과실주들을 보며 마시지도 못하면서 늘 담그고 싶었다.

게다가 막걸리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주에는 자세히는 몰르지만 문화라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오늘 술맛은 안녕하세요?>를 보니 막걸리를 빚으려면 새로 배워야하고 느껴야하는 것들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난 막걸리의 기본인 누룩에 관해서조차 개념이 없었던 것이다.

 

나야 애초에 술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다치고

지금 내 또래의 사람들 중 막걸리에 관해 관심이 있거나 즐겨마시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일단 내 주변엔 없다.

있다고해도 등산하고 내려와서 이벤트성으로 마시는 정도?

이런 전통주에 관한 무관심을 염려해서인지 저자는 전통주라고 무겁게 접근하는게 아니라 사회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던 20대를 보냈지만 타성에 젖어 여전히 시야가 협소한 32살 공희주의 시선으로 막걸리에 접근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허술하고 기존의 습관적인 문화를 소비하는데 별다른 변화없는 30대의 무지한 전통주에 대한 개념을 일깨워주기 위한 설정인 듯 싶다.

 

단순한 음주문화를 넘어선 전통문화이기도 한 것인데 술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인지 양주나 와인이 가진 세련됨의 포장이 없기 때문인지 그 맛과 전통에 비해 너무 소홀히 여겨진 것 같다.

책에서도 소개되듯이 시중에 나와있는 막걸리의 숙취문제도 있는 것 같고.

 

제대로 된 막걸리라면 숙취라는 말과는 인연이 없어야 하는 것인데 주류업체가 이윤만 추구하느라 그 상품성에만 주목해 맛과 향만 쫓아 막걸리의 핵심인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드는 작업을 뒷받침 해주지 못해 막걸리에 관해 잘못된 인식이 심어졌다.

그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오늘 술맛은 안녕하세요?>를 작업했음이 녹아난다.

작가의 전통주에 관한 자부심, 또 그가 잊혀지고 왜곡되는데 대한 안타까움, 전통주를 계승하고 즐기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무관심까지 더하자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펜을 들었구나 싶더라.

 

그림체가 전체적으로 길쭉하니 시원하지만 왠지 캐릭터에 맥아리가 없는 듯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군더더기 없이 경쾌한 선으로 이어나간 그림체가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다.

인물표현을 과도하게하지 않고 담백한 선으로 그려나가 막걸리가 가진 소박한 맛과 부합하여 막걸리에 관련한 캐릭터들을 잘 살려주고 있는 것 같다.  

 

단편이 아닌 장편인 관계로 할머니의 이념이 녹아든 막걸리에 대한 희주의 관심이 이제 막 시작되려는 찰나에서 끝이 난다.

너무 빨리 1권이 끝나버린 아쉬움에 저녁을 먹다말고 반찬을 집으면서도 왠지 헛헛하여 입맛을 다시게 됐다.

희주와 막걸리의 비현실적인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누룩의 이미지와 소리들에 대한 표현이 따뜻해서 우풍이 도는 거실에서도 나도 모르게 포근함을 느끼며 의자에 몸을 파묻게 된다.

앞으로 전개 될 과정에서는 어떤 표현과 구성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리도 없고 마감의 부담에 스트레스가 심해 지칠텐데 더운 여름을 지나서까지 작가가 건필해주었으면!

 

도입부분부터 지루함이 없이 호기심을 끌어올리는데 충분한 역할을 한 <오늘 술맛은 안녕하세요?>1권. 

시작부터 막걸리에 대한 왜곡을 잡아주고 그 호기심을 자극했으니 앞으로는 스토리가 전개될 수록 갈등을 빚고 긴박감을 유발할지 기대만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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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파는 회사
아마노 아쓰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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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만 보고 웃음을 파는 회사를 내세워 큰 웃음을 선사했던 뮤지컬이 떠올라 슬며시 웃으며 책장을 넘겼다.
<행복을 파는 회사>라길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인가 싶었는데 우화형 자기계발서였다. 
비록 자기계발서이긴 하나 제목의 온도를 배신하지 않을 정도의 내용이라 마지막장을 덮으며 실제로 기업경영에 줄 수 있는 인격적인 효과를 상상할 수 있어서 함께 행복하더라.

경영수업을 이수한 인재 구마타로는 아버지의 급작스런 별세로 구마온천호텔을 물려받게 되면서 기존의 기업이 1순위로 추구하던 '이윤'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좌절을 겪게 된다.
우수한 실적을 올리는 대기업들의 경영방침과 관련하여 공부를 했었는데 무엇이 잘못인걸까?

받아들이는 직원들의 경영에 대한 무지때문이라고 탓하기엔 지나온 선대의 경영이 일군 실적을 무시할 수 없고, 경쟁관계의 호텔 때문이라고는 해도 호텔 외 주수입원이던 특산물 판매실적의 저조함에 대한 근거를 들 수가 없어 고민하던 구마타로사장은 지칠정도로 척박한 환경에서 실패를 거듭하지만 그래도 포기는 하지 않는다.

우연히 방문하게 된 타지에서 본의아니게 2가지 숙박업체를 경험하면서 손님으로서의 시각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손님의 행복을 바라는 것을 대체 직원들에게 어떻게 강요할 수 있단 말인가?
변혁이 끊이질않는 구마온천호텔의 직원들에게 이번에는 손님들의 '행복'을 위해 일해 줄 것을 당부하지만 매사 냉철한 시각으로 직언을 해주는 곤키치는 이번에도 반기를 든다.
고객들의 '행복'을 위해 서비스하라 말 하지만 진정으로 그 고객에게 어떻게 행복을 줄 수 있단 말인가? 
기업의 입장에서 그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것도 결국 기업의 이윤과 관련되기 때문이 아닌가?
사장의 입장으로서 모순되는 본인의 마음을 느끼고 반론을 찾지 못한 구마타로는 괴로워하지만 손님에게 행복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구마온천호텔이 지향해나가야 할 이념이라는데 확신을 가지고 임원회의와 프로젝트성 팀을 꾸려 아이디어회의를 통해 지속해서 추가하고 수정하며 호텔을 환기시킨다.

그 와중에 변화를 바라지 않는 임원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기존의 실적위주의 영업방침을 고객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불분명하다는 타성에 젖어 안락함을 추구하는 임원진들의 반발은 있었지만 본인의 일에 애정을 갖고 업무에 보람을 느낄 수 있길 바라는 세대와 신입들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이 구마타로사장의 계획에 힘을 보태주었다.

 

계속되는 실패에 쉽사리 접지않고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 구마온천호텔은 결국 고객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념을 살려 이윤을 내기 시작하고, 경쟁사까지 인수하게 되며 승승장구한다.

호텔의 성장과 함께 행복지수가 높아지던 구마타로사장은 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갖기 시작하는 바람에 행복과 멀어지며 초조하고 불안한 심리를 갖게 되지만 구마호텔의 전소와 '행복'을 인생 전반에 두고 업무에 임하는 직원을 통해 순간 흐렸던 눈을 들어 '행복'을 추구하는데 있어 한층 성숙한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

기존에 고객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모순된 본인의 마음을 느끼며 힘들어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진심으로 고객과 직원, 호텔의 행복을 바라면서 반목했던 부하직원들의 진심어린 존경까지 받으며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행복이란 지극히 주관적이고 자기만족적인 부분이라 외부에서 개입하여 변화를 주도하기 힘든게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저자는 구마타로사장을 통해 행복도 상대에게 서비스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비록 호텔과같은 서비스업 뿐만이 아니라 모든 관계하는 조직내에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어 그것이 실행으로 옮겨지면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낸다.

 

나는 상대의 거울이다.

내가 웃으며 마주보면 놀부부인이 아니고서야 찡그리고 응대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무뚝뚝함을 근엄이라고 여기는 지도자라면 예외지만)

서로서로 웃으며 상대의 거울에 웃는모습을 비춰준다면 그 효과에 매년 억지스럽게 짜내는 경영전략이 무색해질 것이다.

 

지금껏 경영서적에선 실적을 위한 부단한 조언들을 아끼지 않았었다.

고객에게 만족을 서비스하지만 진심으로 그 고객들의 행복을 추구하여 사회적인 책임까지 다하려는 경영자는 없다.

만족을 서비스해 실적은 높이지만 궁극적으로 행복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마타로는 고객의 행복을 우선으로 두고 불안한 마음으로 경영방침을 대대적으로 변혁하여 결국 그의 결심이 고객과 소통하여 실적으로 연결되었다.

 

여기에 고객과 기업의 소통이 가능하게 했던 윤활제역할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행복이 경영자의 입장에서 한층 더 우선시 되어야함은 말할 것도 없다.

직원들에게 충성도를 요구하며 충성도를 올리기 위해 복지에는 신경써주는 의무적인 기업윤리를 추구하는 회사는많지만 그들의 '행복'까지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는 경영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직원들을 닥달하면 결국 단기간의 실적은 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게 기업의 이익창출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리가 없다.

한보 전진으로 몇보를 후퇴하게될 지 알 수 없을 정도의 무식한 경영방침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근시안적인 경영을 접고 넓게 바라보려는 시각이 필요하며, 의무적인 기업윤리를 추구하는데 그치질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회적 책임에 대해 숙고하여 경영을 펼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단 그것이 실적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하여도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여유로 오는 이념을 실행에 옮겼을 때 비로소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자기계발에 연연하면서 심리적 압박 속에 살고, 기업들은 실적을 올릴만큼 올렸음에도 주주들의 눈치를 봐가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힘들게 노력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은 왜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을까?

결국은 나와 내 가족, 사회가 행복하기 위함인데 과거에 비해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뤘음에도 행복은 왜 비례해주지 않나?

정신없이 사느라 바쁘겠지만 바로 지금 왜 정신이 없는지 한번쯤 돌아볼 순간이다.

<행복을 파는 회사>에는 경영자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행복'철학이 깃들어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살아야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얼마나 행복한데 느끼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행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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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리본 - 세계적인 유방암 퇴치 재단 '코멘' 설립자의 감동실화
낸시 G. 브링커.조니 로저스 지음, 정지현.윤상운 옮김 / 서울문화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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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리본의 의미에 대해서는 채식관련 에세이를 시작하며 제목을 정하려고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알게됐다.
밝고 가벼운 느낌의 이미지라 핑크리본캠페인이 단순한 청소년기 여학생들의 생리적인 문제와 관련한 운동인 줄 알았다가 그 내막을 알고 숙연해졌었는데 그 이후로 유방암관련 캠페인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더 깊이 알지는 못했었다.

<핑크리본>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남자도 유방암에 걸린 사례는 생각도 못했을 정도로 무지했다.) 유방암으로 고통받고 희망도 갖지 못한채 스러져갔었는지 알았다.
유방암이란 그저 외과절제술로 끝난다고 생각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점, 여성으로서의 형질 중 하나를 잃는 것 뿐만이 아니라 가족과 스스로에게 매우 괴로운 시간이 지속된다는 점, 병임에도 불구하고 성적수치심을 근거로 일반인들에게 확실히 홍보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니 지금같은 세상에선 놀랍고 어이없다. 

하지만 유방암 자체를 다른 병들처럼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왔다고는 해도 그 심각성과 퇴치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관심히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여전하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환경조성이 과거에비해 월등한 지금 유방암에 대한 인식정도는 오히려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37세의 젊은 나이에 외모만큼이나 아름답게 살았던 언니를 유방암으로 잃고 본인도 유방암에 걸렸으며, 그 외의 가족들까지 돌보아야 할만큼 힘들었을텐데도 유방암 퇴치운동에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해냈다.

건강한 몸으로도 활동하기 힘들었을텐데 투병하며 의지로 버텨낸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핑크리본>을 보면 지금 손가락을 베여서 타자치는 것, 손 씻는 것이 불편해 찡그리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져버렸다. 사람은 자신의 병을 느꼈을 때, 혹은 타인의 병력을 접했을 때 비로소 일상의 소소한 불편들에까지 감사할 줄 알게 되다니...어쩌면 신은 행복을 느끼게 해 주려고 아픔을 주시나보다.
그 아픔에 불평하기에는 사람들은 얼마나 경솔하게 망각하는가...!

낸시는 언니 수지와 병원에서 너무나도 착하게 살았는데 하느님에게 요주의인물 리스트를 드려야겠다며 농담하는 장면이 있다.
그래! 그 부분에 얼마나 많이 공감했는지 모른다.
수지는 스스로의 몸도 가누기 힘들텐데도 가발을 쓰고 모델활동도 하며 봉사하면서 일상을 이어가지만 결국 희망을 바라지 못하고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독자인 나도 그녀의 죽음이 그 삶에 비례하여 이렇게나 억울한데 동생은 오죽했을까! 
내 주변의 사람들도 그렇게 착하고 봉사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천사라서 하느님이 어서 거두시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지상에서 병으로 겪는 고통은 대체 어떻게 설명할까?
어쩌면 그들은 천사라서 끝까지 본인들의 병력으로 사람들에게 일상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신의 역사하심을 이루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해도 그 가족들의 아픔까지 아우를 수는 없을 것 같다.
실제 그렇다고해도 삶 자체가 신이 주신만큼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다해야지.
그러기 위해 낸시는 '코멘'을 창설하고 끊임없이 노력한 것이다.

아름다운 언니와의 약속을 위해, 사회적 정의를 위한 그녀의 노력은 그녀의 회고록으로 인해 그녀들의 어머니 밑에서 바른 가정교육을 받았음에 근거함을 알 수 있다.
일찌감치 봉사와 정의에 대해 남다른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 그녀는 애초에 목가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언니와는 다르게 사회적 역할로서의 정의를 다하려는 스타일로 전공 외의 활동을 보더라도 확실히 정의구현을 위한 개성이 도드라진다.
불안과 확신이 서지 않은 채 시작했던 첫 결혼의 실패는 여전히 그녀의 여성성이 고개를 들지 못했던데 대한 안타까움이 있으나, 노먼 브링커와의 만남으로 그제서야 중성적인 사회적 역할에서 사랑을 하는 한 여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때가 여성성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인지 노먼 브링커가 그녀의 여성성을 일깨워준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녀가 사랑으로 한층 성숙한 인격으로 거듭난 것은 분명하다.

<핑크리본>의 낸시의 목소리를 들으며 왠만한 장애는 길가의 돌멩이일 뿐 의지만 있다면 열정을 끌어내고 결국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교훈과 감동을 주고있다.
더 나아가 아직까지도 유방암에 대한 낮은 인식과 대처방법을 환기시켜준다.

병이란 환자와 가족을 지치게 한다. 
그것이 '암'이라면 평생을 '완치'라는 단어를 생소하게 여기며 내 조직이라 인정하고 평생을 가야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유방암에 대해 공부하고 대처하느라 지친 환자와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의 빛이 되기를 바란다. 

신은 특정인에게만 기적을 주시는게 아니다.
낸시는 그 기적을 이끌어내기에 넘치는 열정으로 유방암에 대해 소극적으로 받아들이지않고 적극적으로 맞섰다.
낸시의 회고록을 읽는 환자와 가족에게 그녀에게 찾아온 기적에 기댛의지와 열정이 생겼다면 이미 그 기적의 초에 불을 붙여줄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핑크리본>이 그 도화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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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1-01-19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
 
게임스토밍 - 팀의 운명을 바꾸는 성과 창출의 기술
데이브 그레이 외 지음, 강유선 외 옮김, 한명수 감수 / 한빛비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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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과 경영에 관련한 도서가 넘치고 있는 요즘 과한 공급에 이젠 무뎌져 딱히 손이 가질 않는 부문이 되었다.

별 생각없이 펼쳐본 '게임 스토밍'은 초반에 표지만 보고 두뇌개발에 관련한 내용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직에서 부르짖는 소통과 효율에 대해 좀 더 실용적인 대안을 내놓은 경영서적일 줄이야!

지금껏 비슷한류의 경영서적을 보던 나에겐 혁명적이었다.

 

연말 연시에 회의 일정이 빡빡한 지금 이 회의를 기획하는 주관자와 보고받는 사람, 진행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그 회의를 효율적으로 이끌어가고있을까?

진심으로 새로 계획한 프로젝트에 대해서 토론하는 이 시간을 즐겁게는 아니더라도 지루하지는 않게 참여하고 있는지?

주관자 또한 회의참여도를 높일만한 어떤 전략을 구사중인지?

단지 회의 브리핑을 목적으로만 타성에 젖어 주관하고 있는지는 않는지?

 

개인적으로 기획과 관련 된 일을 하다보니 경영에 대해 지지부진한 기존의 관습들이 답답할 때가 많은데 알고있고 개선하고싶다 하더래도 결국 조직의 환기를 이루려면 총책임자의 의식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회의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그 책임자의 성향에 따라 회의성격이 달라진다.

우리는 그 무수한 회의일정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얼마나 효과적인 대안들과 목표를 설정하고 창출하는가?

좀 더 나은 업무방식과 소통을 위한 회의에서조차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직급때문에, 부서의 성격이나 상황에 대한 눈치를 보느라 회의는 늘 형식적인 브리핑과 잡담으로 끝나기 일수여서 회의실을 나서면서 늘 속시원함 보다는 코를 풀다만 듯이 뒤가 찜찜한 느낌이 든다.

 

비단 우리부서만 이렇게 문서상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한 회의가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많은 부서, 회사에서 메일과 문서만으로 올 수 있는 소통의 오류들을 바로잡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인 회의의 영향에 대해서는 무시할 수 없다.

회의에서 어떤 보고와 토론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새 프로젝트의 방향이 결정되고 부서원들의 사기를 좌우하지만 언제나 모든 회의가 바라는만큼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게 사실이다.

 

<게임스토밍>은 우리가 갖고있는 불필요한 시간적 소모가 대부분인 회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개선해 줄 수 있는 대안들을 창조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 스토밍>에서 소개되어진 형식을 따라 회의를 보다 효율적이고 발전적으로 이끌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본인이 귀속한 부서의 성격에 맞게 재창조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기획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회의에서 발언권이 거의 없기도 하고 발언에 대해 눈치가 보일 사원들의 의견까지 동시에 수렴할 수 있는 방법도 있고, 너무 형식에 얽메여서 시간을 오래 끌 수도 있는 의견수렴 방식을 단시간에 효율적인 결과로 이끌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주관자가 발표에서부터 진행과 마무리까지 혼자 짊어지는 방식이 아닌 전 회의참석자들의 협조로 함께 진행하여 회의의 목적과 테두리만 정해주고 진행하니 부담도 적다.

또한 회의가 지루하고 견뎌야만하는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전략의 시작을 함께 구성한다는 느낌도 강하게 받을 수 있게하니 효율성과 친목성, 흥미가 이뤄져 시너지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기획하는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동안 회의가 지루했더라면 <게임스토밍>에서 제시하는 방법으로 창조하고 상상하고 즐기며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볼 때다. 

아직은 회의형식에 대해 발언할 입장은 아니지만 <게임스토밍>을 추천할 수는 있으니 차츰 회의에 새바람을 기대해본다.

동시에 기존의 회의에선 느낄 수 없었던 흥미와 친목성, 동기부여 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해본다.

 

경영관련서적에도 새바람이 불었음이 느껴진다.

프로세스에 관련하여 훈수를 두는 사람은 많지만 배움이 아닌 즐김의 형식으로 전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자체가 곧 능력이기 때문이다.

데이브 그레이와 서니 브라운 덕분에 단조로운 회의프로세스에 혁명이 일어 효율의 극대화에 박차를 가하기를~!!

더이상 회의는 앉아서 듣고 끝나는 시간이 아니다.

즐겨라! 참여해라!

다같이 성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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