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뻬 씨의 우정 여행 - 파리의 정신과 의사 열림원 꾸뻬 씨의 치유 여행 시리즈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이은정 옮김, 발레리 해밀 그림 / 열림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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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씨의 우정여행-친구는 또 다른 나!!

 

우정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인생에 있어서 친구의 필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처럼 우정을 방대하고 깊이 있게 정리해 본 이가 있을까.

이 책은 우정에 관한 소설이지만, 에세이 같기도 하고 철학서 같기도 하다. 우정이 무엇인지, 진정한 친구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는 모습이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사뭇 진지하다. 아슬아슬한 로맨스도 있고 쫓고 쫓기는 자들의 두뇌싸움 같은 추리도 있고 여행을 하면서 느낀 아시아의 다양한 민족, 문화, 사람들에 대한 감상도 있다. 물론 산과 강이 아름다운 서울 이야기와 시큼하고 걸쭉한 막걸리 이야기도 양념처럼 살짝 나온다.

 

이 소설의 작가인 프랑수아 를로르는 정신과 의사이다. 정신과 의사로서의 자신의 실제 임상경험과 개인적인 고민들을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 꾸뻬를 통해 투영하고 있다. 현대인들의 우정에 대한 고민들을 누구보다 많이 접했을 그이기에 '우정에 대한 관찰 22가지' 는 깊은 공감을 준다. 더불어 책 속에는 위대한 스승 아리스토텔레스와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생각들도 비교분석해 놓아서 고전을 읽는 듯 한 느낌도 준다. 책의 중간 중간에 실린 발레리 해밀의 그림들은 부드럽고 따뜻한 즐거움을 주어서 색다르다.

 

친구 에두아르가 금융 사고를 치면서 거액의 돈을 가지고 종적이 묘연해지자 꾸뻬는 일상을 접고 아시아의 밀림 숲에 숨은 친구를 찾아가는 모험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오래된 친구를 만나기도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한 친구관계들을 정리해 보게 된다. 우정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긴 여행을 하는 꾸뻬는 우정에 대한 견해를 정리하고 수정해가기도 한다. 우정을 행복의 근원이라 믿는 꾸뻬는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정 속에서 휴식과 평안을 누리고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를 바라고 있다.

 

관찰 1. 우정은 (심리적인) 건강이다.

관찰 2. 친구를 위해서라면 자기 것을 희생하거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관찰 3. 친구란 만나면 즐거운 사람이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상호적이어야 한다.

관찰 4. 우리는 친구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긴다.

관찰 5. 친구란 그들의 삶의 방식을 찬탄할 수 있는 사람이다.

관찰 6. 오래된 친구는 원시림의 나무처럼 귀하게 여겨야 한다.

관찰 7. 친구란 나를 위해 걱정하는 사람이다.

관찰 8. 친구란 비밀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존재다.

관찰 9. 친구란 내가 불행할 때 함께 슬퍼하고 내가 행복할 때 함께 기뻐하는 사람이다.

관찰 10. 진정한 우정이란 사랑 때문에 저버릴 수 없는 것이다.

 

관찰 11. 친구란 우리의 결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다.

관찰 12. 질투만 계속 된다면 친구라고 할 수 없다.

관찰 13. 친구가 되면 괴로움 뿐 아니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

관찰 14. 남자들은 같이 무언가 하는 걸 좋아하고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끊임없이 수다를 떤다.

관찰 15. 모험을 함께 하면 우정이 돈독해 진다.

관찰 16. 오래된 친구는 우리 인생의 뜨개질 속의 털실 한 줄이다.

관찰 17. 친구는 우리가 지나치게 나쁜 길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사람이다.

관찰 18. 친구란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관찰 19. 친구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다.

관찰 20. 친구란 든든한 위로가 되는 사람이다.

관찰 21. 친구란 언제나 함께 웃을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관찰 22. 우정은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상호적으로 호의를 베풀며 서로를 인정하고 존경하면서 점점 커져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을 필요에 의한 우정, 여흥을 위한 우정, 선한 우정, 이 세 가지로 나누면서 진정한 우정은 선한 우정뿐이라고 했다. 우정의 최상의 형태는 사심 없이 선행을 베풀 수 있는 사이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친구는 또 다른 나'이며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나는 늘 생각해 왔다. 그러나 진정한 친구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이토록 길고도 깊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음에 놀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오랜 시간동안 친구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가까이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친구는 공감과 이해를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소중하고, 멀리 있지만 오래된 친구는 소중한 추억을 함께 했기에 귀중하다. 사소한 모임 속에서 단체로 만나는 친구들은 각각의 장점들이 있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서 좋다. 나는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친구인가를 곱씹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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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꾼들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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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꾼들-나도 그래요. 라며 끼어들게 만드는 이야기.

 

 

이 책을 통해 윤성희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올해의 예술상을 받은 작가의 이력에 내심 기대를 하면서 책을 펼치는데 만만치 않은 이야기 솜씨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이 책의 내용은 콜라처럼 톡 쏘는 달콤한 맛은 아니어도 막걸리같이 거칠고 구수하며 알싸한 맛을 지닌 이웃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거봐,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잖아.(108쪽)

 

평범한 일상 속에 들풀처럼 일어나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은 이야기, 비바람에 쓰러져 꽃대 꺾인 이야기, 그러다 봄이 되면 새로 돋고 움트는 자연처럼 다시 순환하는 끝없는 이야기들이 책 속에는 가득하다. 결코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구경하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다.

누군가를 지켜보거나 훔쳐보는 일은 흥미롭기도 하고 내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 때면 때때로 묘한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린 소설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남의 이야기로 수다를 떠나 보다.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구경꾼이 되기도 하고 구경거리가 되기도 하나 보다.

그래. 사람 사는 건 어디에나 다 똑같지. 지구 어디에선가 나처럼 살거나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일부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묘한 호기심과 안도감이 든다.

우린 시선을 받거나 시선을 주거나 하면서 늘 그런 관계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소소한 나의 일상이 남에게 일어나기도 하고 공감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의 3대 가족의 일상을 쭉 구경하다보니 불쑥불쑥 내 이야기가 하고 싶기도 하다. 나도 그래요 라든가, 그럴 땐 이렇게 해보시지 라든가, 인간이 참 용기 있네요 라든가, 허공에 대고 지껄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입 꼬리가 올라가기도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나의 참견 본능을 일깨운 소설이다.

물론 나는 3대가족으로 살아 본 적이 없다. 우연히 도로를 달리다가 재수 없이 사고가 나거나 옥상에서 떨어지는 사람에 맞아 황당하게 죽은 가족도 없고 신문기사 하나 달랑 들고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냅다 비행기를 타고 기사의 주인공을 찾아가는 무모함도 없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며 살지도 않거니와 하고 싶은 대로 용기 있게 나서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그래요. 라며 끼어들고 싶어진다.

 

주인공가족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큰삼촌, 작은 삼촌, 고모, 나, 따로 사시는 외할머니까지 요즈음 보기 힘든 대가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호기심이 많고 주관이 뚜렷하다. 궁금하면 물어 볼 수 있는 용기, 일상을 접고 과감히 떠날 용기를 지니고 있어서 때론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때론 유쾌, 상쾌, 통쾌한 스릴을 느끼게 하기도 하며 사소한 말 한마디로 배꼽잡고 웃게 만들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술술 해대는 조금은 엉뚱한 가족들이다. 그러면서도 우리 이웃에 사는 누군가의 모습, 아니 나의 모습과 겹쳐질 때가 있어서 나도 그래요 라고 속삭이게 만든다.

사고나 죽음을 대하는 이들 가족들의 자세는 슬픔 속에서도 의연하다. 사는 건 어디나 다 똑같고 명대로 살다 가는 거니까 억울할 것도 없다는 듯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발버둥 쳐봤자 거기가 거기임을 체득한 것일까? 주어진 대로, 세월 가는 대로, 엮이는 대로 사는 인생임을,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은 인생임을 통달한 가족들 같다.

 

큰 삼촌은 처음으로 한 가족여행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그 병원의 옥상에서 떨어지는 여자에 깔려 죽는다. 그 사고 이후로 할머니는 식탁에 큰 삼촌의 밥그릇을 여전히 차린다. 기억하면 살아있는 듯 느껴지기 때문일까. 식구들은 큰 삼촌의 물건들을 나눠 가지며 추억한다. 할아버지는 강간범과 싸우다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한다. 그 소식이 뉴스에 나가고 많은 사람들의 격려를 받지만 결국은 깨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간다. 큰 삼촌의 죽음 이후로 아버지는 회사에 사표를 낸다. 부모님은 신문기사에 난 주인공을 찾아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신문에 실린 기사는 생활고에 비관한 미혼모가 삼층 건물에서 뛰어 내렸고 때마침 그 아래를 지나던 남자를 덮쳤는데도 둘 다 살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후 몇 번의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는 그때 찍은 사진과 그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엮어 책을 출간하게 되고 전국사인회를 가지기도 한다. 삼십 년 동안 혼자 돌로 집을 짓고 있는 남자를 찾아 갔다가 그 돌무더기가 무너지는 바람에 깔려 죽는 부모님. 식구의 수가 점점 줄어가는 이야기에는 일상 속의 코믹함과 불행이, 기적과 우연이 교차하며 일어난다. 운명인지 우연인지, 행과 불행이 겹쳐서 일어나기도 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중요한 순간에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과연 몇 가지가 될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겉으로 말하는 나와 속으로 말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한다.

그러게 집 떠나면 고생인 걸요. 앞만 보지 마요. 때론 옆도, 뒤도, 하늘도, 땅도 쳐다보며 살아야 해요. 사고는 예고가 없답니다. 평소의 행동패턴이 사고를 유발한다고 그러잖아요. 성추행 당하던 소녀를 지키려던 할아버지의 용기는 멋져요. 성추행이나 성 폭행 범은 엄벌로 다스려야 해요. 그런데 첨성대 같은 집은 왜 지어요. 에스키모처럼 돔형으로 짓든지 장군총처럼 짓지. 돌 사이에 시멘트로 접착하시지 않고. 오초 본드 그거 좋아요. 튼튼한 집이 되려면 안전점검은 필수죠. 여러분 세상구경 많이 하고 싶으면 외할머니처럼 족발 집을 해 봐요.

할머니, 저는 삼식 세끼가 주는 즐거움에 살아요. 간식은 물론 티타임도 기다려지죠. 물론 요리하는 즐거움도 있고요. 가족들이 먹는 모습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걸요. 아직 그 연세까지 살아보지 않아서 일까요?

이렇게 수런수런 거리는 나의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인가 보다.

작가의 맛깔 나는 이야기 솜씨에 빨려들 듯 참견하고 있는 나를 보며 속이 후련해짐을 느낀다.

작가만의 유머감각에 헤헤거리며 웃음을 흘리기도 하고 슬픈 죽음 앞에 애달파 하기도 한다. 어느 날 중요한 순간에 고민스런 일이 생긴다면 한 번 더 읽어 보고 싶은 책이다.

 

 

 

 

 

* 인상 깊은 구절*

독자들을 만나면서 부모님은 여행을 하는 동안 보았던 기적 같은 일들이 실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는 먼 곳에만 있지 않았다.(236쪽)

 

음식 솜씨 없는 할머니는 하루에 세끼를 먹어야 하는 인간이 징그럽다고 생각했다. (8쪽)

 

내게 부채질을 하면서 할머니는 속삭였다. '누가 뭐래도 니 맘대로 살아야 한다.'(36쪽)

 

네가 여기 있는 걸 니 엄마가 아이? 알면 여행이고 모르면 가출이야.(......) 며칠만 더 이러고 있다가 집에 갈 거예요. 집에 돌아갈 걸 알고 있으면 여행이에요.(......) 가출이면 아침밥을 사주려고 했는데 여행이니 네가 알아서 사 먹어라. 외할머니는 소녀의 침낭에 묻은 모래를 털어 주면서 말했다. (67쪽)

 

나중에 커서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읽어 보렴. 그러면 네가 얼마나 자랐는지 알 수 있을 거야.(93쪽)

 

어쩌면 괜찮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181쪽)

 

 

어머니는 해외토픽에 나오는 황당한 죽음을 보면서 웃긴 죽음이라는 것이 실은 얼마나 슬픈 일인지를 늘 생각했다. 슬픈 죽음이란 거의 비슷비슷한 사연을 담고 있다. 하지만 웃긴 죽음이란 모두 제각각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돌고 돌게 될 것이다.(249-250쪽)

 

어머니가 어깨에 멍이 들 정도로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지구를 헤맬 동안 외할머니는 주방 간이의자에 앉아서 어머니가 보았던 이야기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189쪽)

전학생은 꽃다발을 사가지고 문병을 왔다. 어울리지 않게 이게 무슨 짓이냐. 내 말에 전학생이 일 년에 한 번씩은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해야 심심하지 않는 법이라고 말을 했다.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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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탱 : 두 개의 합창을 위한 미사 외
브루크너 (Anton Bruckner) 외, 톨 (Winfried Toll), 대전시립합창 / 소니뮤직(SonyMusic)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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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마틴의 두 개의 합창을 위한 미사곡- 클래식전통합창의 진수를 맛보다.

 

 

 

이른 새벽

뿌옇게 흐려진 산길을 가노라면 어두운 사물들뿐이다.

점점 여명이 밝아지면 그제야 제 색깔을 찾은 사물들이 시야에 또렷이 나타난다.

가로수로 심은 벚나무에 연분홍 꽃이 피었음에 놀라며 감탄한다.

입을 크게 벌리고 맑은 공기와 꽃향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신다.

몸속에 채워진 상쾌한 기운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깨끗하게 청소하는 기분이 든다.

 

처음 이 음반을 들었을 때 그런 느낌이었다. 내 몸 속의 뭔가가 맑아지고 밝아지고 개운해지는 느낌. 사람의 목소리에 마음을 담은 듯 아름다운 영혼의 울림들. 성스러운 느낌으로 들으니 마음이 치유되는 듯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프랭크 마틴의 '두 개의 합창을 위한 미사곡'.

이 앨범은 미사곡이지만 아카펠라로 된 합창곡이어서 중후하면서도 수준 높은 클래식합창곡을 접하는 기분이 들어서 놀랐다.

무반주 합창곡은 소리의 질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이 합창곡은 들으면 들을수록 멋진 화음과 깨끗한 목소리의 수준이 세계적인 것 같아서 여러 번 감탄하며 들었다.

1974년에 작고한 마틴의 대표작인 '두 개의 합창을 위한 미사' 가 20세기 합창음악 가운데 가장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음반에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의 40여 편의 모테트들 중 가장 널리 연주되는 작품 3곡과 프랭크 마틴의 미사곡, 구스타프 말러와 요하네스 브람스의 낭만주의 가곡까지 들어 있다. 르네상스 음악과 바로크 음악, 현대 합창곡까지 포함된 전통합창음악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

 

맑고 장중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대전시립합창단임에 또다시 놀란다.

대전에 살지 않으면 대전시립합창단의 음악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합창음악의 수준이, 대전시립합창단의 수준이 뛰어남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지역합창단이 고전음악부터 현존하는 합창음악의 대가들의 곡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수준 있게 소화해내며 세계무대에도 이름이 알려진 합창단이라는 사실과 합창음악의 진수를 꾸준히 보여주며 그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독일인 마에스트로 톨을 예술 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영입해서 독일합창음악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는데 시간나면 공연장도 찾아가고 싶다. 이번에 거제음악회에도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천주교 신자가 아니지만 한 번 쯤 성당에 가게 된다. 고딕식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들어가다 보면 은은한 미사음악에 마음에 평안을 얻고 고운 음악소리에 감탄하기도 했다.

 

이 음반을 들으면서 예전에 명동성당이나 계산성당을 들어갔던 경험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예전에 본 영화 '신의 아그네스', 천주교 신자와 정약용 형제들의 이야기를 다룬 김훈의 소설 '흑산'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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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메이커 혁명
베벌리 슈왈츠 지음, 전해자 옮김 / 에이지21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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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가의 제대로된 모습을만났다.못 배우고 가난한 자들을 위한 좀더 배우고 더 가진 자들의 이타적인경영정신에 감동. 나누면서도 혁신은가능함을보여준다. 부당함,불평등에대한 평화적 문제해결방법이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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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메이커 혁명
베벌리 슈왈츠 지음, 전해자 옮김 / 에이지21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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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 메이커 혁명- 변화를 넘어 감동으로!!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 뭉클한 감동에 전율하게 된다.

왜일까?

아마도 그건 이 책이 자신보다 가난하고 못 배우고 힘없는 자들, 소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더 배웠거나 더 가진 자들의 열혈 혁신 도전기여서 일 것이다. 선의의 용기 있는 자들의 승리가여서 일 것이다.

필요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지만 우물이 필요해도 장비가 없거나 기술이 없거나 돈이 없다면 하늘만 쳐다보며 현실적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으리라.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의 필요를 알고 사회시스템을 바꿔보고자 한 개인에서 비롯된 변화가 타인 간의 가치공감과 협력으로 이어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젠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다는 것에 놀랍기 때문이리라.

 

 

사회 부조리나 잘못된 관습이 없는 지역이나 국가가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이 책 속에 담긴 18명의 사회 혁신가 이야기에는 가난하거나 환경이 열악한 지역뿐만 아니라 서방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혁신의 내용들까지 다양하게 들어있다. 팔레스타인, 인도, 네팔, 과테말라, 페루, 브라질, 아르헨티나, 케냐, 나이지리아, 미국, 캐나다, 프랑스, 덴마크, 독일 등…….

세계 전 지역, 전 국가에서 요구되는 인재인 사회혁신 기업가들.

시민사회와 기업의 중간접점에 있는 이들은 자신이 배운 것을 사회변화를 위해 적극 활용한다는 면에서 성숙한 지식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기도 하고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18명의 사회혁신가 모두가 존경스럽고 본받고 싶지만 특히 인상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

 

독일의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우르술라 슬라덱은 이젠 평범한 가정주부가 아니다. 소련의 체르노빌 핵 유출 시점에 체르노빌에서 멀지 않은 독일 오지마을 슈나우에 살던 그녀는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위해 원자력을 종식시키는데 나서게 된다. '핵 없는 미래를 위한 부모 모임'을 시작으로 백년 간 지속되어온 독점적인 국가 전력망으로부터 독립하는데 성공한다. 그리하여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자체 개발하고 생산하며 유럽 최대의 친환경 전기 공급업체를 키워나간다. 물론 슈나우 전력공장은 시민의 공동투자와 참여로 운영되며 전국 독립발전소 네트워크도 구축해 지역 간 정보공유와 협력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나이 50세의 시골외지 가정주부가 컴퓨터 사용법을 익히랴, 공공 연설하랴, 기업운영을 배우랴 생소했겠지만 최선을 다해 배우고 조언을 구하며 노력한 결과, 이제는 자신과 가족은 물론 지역사회와 지구환경을 위한 변화의 선두에 서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환경에 대한 열정이 이뤄낸 결과다.

 

인도의 전직 수의사 프라딥 쿠마르 사마 박사는 인도 인력거꾼들의 삶을 향상시킨 사람이다. 인도에서 인력거는 싸고 빠르고 이용이 편리한 일상적인 교통수단이다. 좀 더 나은 삶을 찾아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한 인도 최극빈층에서 손쉽게 접하는 일자리가 인력거를 대여 받아 인력거꾼이 되는 것이다. 하루벌이의 1/3이 인력거 대여료로 나가고 나면 자기인력거를 가질 꿈은커녕 빈곤을 면하기조차 어렵다. 빈부의 격차가 크고 신분의 차이가 관습적으로 존재하는 인도에서는 가난이 대물림되는 구조다. 이러한 현실에 착안하여 프라딥은 인도 인력거꾼들에게 그들이 끄는 인력거의 소유주가 되도록 돕는다. 보다 인체공학적 인력거를 만드는데 동참하고 은행계좌를 가질 수 있는, 인력거 은행대출도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과 상해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력거꾼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제복과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 제공 등으로 인력거꾼들의 지위를 품격 있고 안정적인 지위로 향상시켜서 인력거꾼들 스스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한다. 게다가 그들 스스로에게

가난을 벗어 버릴 용기와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의식도 갖게 한다. 아무도 관심 없던 인력거꾼에 대한 관찰과 선의의 도전이 일궈낸 대단한 결과다.

 

캐나다의 메리 고든.

갓난아기와 함께하는 '공감의 뿌리'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공감이 무엇인지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말 못하는 아기의 웃음소리, 다양한 표정에서 여러 가지 감정들을 공감하게 하고 공감도 인간 고유의 본능적인 언어임을 일깨운다.

 

태어나서 18개월이 되는 동안, 우리는 자신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결정한다고 한다. 사랑할 수 있는 존재로 살아갈지, 배려 받고 보살핌을 받을 만한 존재로 살아갈지, 혹은 가치 있는 존재로 살아갈지 그것은 전적으로 이 무렵 아기가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 즉 부모와의 관계에 달려있다. 만일 그 존재가 언제나 자신이 의지할 만한 대상이 아니라고 느낀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부모는 아기가 세상에서 어떻게 느끼며 살아갈지, 감성적으로 어떻게 자랄지의 여부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존재다. 그 존재와의 관계에서 사랑을 받고 반응한다. 이것이 아이가 인간의 언어를 배우는 방식이다. (287쪽)

 

 

 

 

메리 고든의 말처럼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공감의 능력을 타고 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디어 지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키워나가야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쉽고 즐거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공감능력 부족으로 분노와 증오와 폭력이 일상적인 우리의 현실에 이 프로그램은 적극 도입했으면 좋겠다. 학교폭력과 자살소식에 매일매일이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이다. 공감부족을 절실히 느끼던 중에 읽은 '공감의 뿌리'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도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배워야 할 중요 덕목으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니가 세 개의 사과를 가지고 있는데 아멜리아가 두 개를 가져갔다. 그럼 조니의 기분이 어떨까?"(293쪽)

수학적 질문을 공감적 질문으로 바꿔본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지식축적에만 집중했지 우리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지 상대방의 기분은 괜찮은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공교육을 통한 공감교육과 가정에서의 공감대화가 늘어난다면 폭력과 분노, 불안과 자살문제도 어느 정도 개선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종적 연구의 결과, 공감의 뿌리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 사이에서 학교 폭력과 같은 공격적 성향이 격감하고 있고, 함께 나누고 함께 놀고 함께 공부하는 것 같은 친사회적 행동들이 증가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수준 높은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좀 더 배려심 깊고 다정하고 평화롭고 성숙한 시민사회를 구축하고자 하는 메리 고든의 열망이 이뤄낸 성취다.

 

이외에도 팔레스타인의 비폭력 저항가 압델타파, 자폐아를 둔 아빠로서 자폐를 지닌 이들의 요구에 맞춰 사회와 일터의 환경을 바꾸는 전환을 시도한 덴마크의 토킬 손, 미망인에게 씌웠던 투명인간의 베일을 벗기며 권리 찾기와 생활개선에 성공하고 있는 네팔의 릴리 타파, 가난한 소농들이 시장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손해를 보지 않도록 그들에게 필요한 농산물 시장정보를 제공하며 농민들의 역량강화와 삶의 질 개선에 힘을 주고 있는 케냐의 애드리언 머헤비 등의 이야기도 감동이다.

 

인도 최초의 통일 제국처럼 번성하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아쇼카는 인도 출신 미국인 빌 드레이튼이 설립한 단체로 현재까지 3000 여명의 아쇼카 펠로우를 배출했으며 한국에도 1213년 3월 5일에 지부가 생겼다.

아쇼카는 사회적 기업가, 그 중에서도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문제해결방법을 가지고 끈질기게 목표를 달성하려는 자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며 그렇게 모인 네트워크를 이끌어 지속적으로 다함께 서로 돕는 정신을 구현하는 공동체이다,

 

 

이 책을 읽으면 진정한 행복키워드, 성공키워드는 변화임을 알 수 있다. 우리사회에 널려 있는 부조리와 잘못된 제도와 관행들에 이젠 불평하거나 방관만 하지 말고 다같이 손잡고 구조적인 지각운동을 펼친다면 이전보다 나은 세상이 가능함을 보여 주고 있고 그것이야말로 평화적인 행복운동임을 느끼게 한다.

저자는 우리사회가 인식의 티핑존을 어서 빨리 통과하기를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체인지 메이커의 4가지 기량인 공감, 팀워크, 리더십, 변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워서 세상의 시스템을 바꾸는 일에 모두 동참하기를 , 모두가 체인지 메이커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나만 아니면 된다는 사고방식에 젖어 들게 됐을까. 옛날에는 콩 한 쪽도 나눠먹는 인심이었고 좁은 골목길에 어깨를 부딪치며 다녀도 위험하지 않았고 문 열어 놓고 외출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문을 닫은 이후부터 마음의 문을 닫기까지 한 게 아닐까. 이젠 개인적인 이기주의를 버리고 억울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가 없도록 주변을 보살폈으면 한다. 미래는 우리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이 한 권의 책에서 배운다.

아쇼카에서 시작된 잔잔한 파문이 거센 물살이 되어 전 세계에 현존하는 빈곤, 불평등, 부당함을 걷어내고 모두가 행복한 변화의 시대가 오기를 소망한다.

 

미래를 가장 정확히 예측하는 방법은 그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디바인 브래들리(44쪽)

 

나의 조국은 전 세계이며 나의 형제는 온 인류이며 나의 종교는 선행이다.―토머스 폐인(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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