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월기
나카지마 아쓰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월기/나카지마 아쓰시/60년간 일본 교과서에 실린 국민소설이라니...

 

 

 

 

한 권을 통해 여러 단편 소설들을 읽는 재미가 큰 책이다. 중국 고담을 엮은 산월기, 이릉, 영허, 우인, 호빙 등이 있어서  중국의 옛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있었고. 식민지 시대 한반도에서 산 경험을 담은 범 사냥, 순사가 있는 풍경, 풀장 옆에서 등 에서는 그 시절의 풍경이나 문물, 사상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더불어 식민지 조선에 대한 비참함에 대한 작가의 공감도 볼 수 있었다.

 

「산월기」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33세로 요절한 일본 국민작가 나카지마 아쓰시의 단편 히트 작이다. 이 소설은 60년 이상 일본 교과서에 실린 국민소설이다. 산월기는 당 현종 때 농서 사람 이징이 주인공인데.  스스로의 고집과 아집에 무너진 재능있는 한 남자의 몰락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져 있다. 마치 전설이나 괴담 같아서 섬뜩하기까지 하다. 

 

주인공인 이징은 박학다식하고 능력이 출중한 사내다. 그는 진사시에 급제하고 하위직인 강남위로 임명받았지만  자신의 능력에 비해 천한 직업에 안주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 나머지 고향에 칩거하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하급 관리로 속물 상관들 비위를 맞추며 사는 것보다는 마음 편하게 시를 쓰고 시로써 후대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했다. 문제는 시를 쓰는 일이 만만치 않았고 시를 쓰느라 빈곤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갔다는 것이다. 그러다 그는 처자식을 버리고 홀로 숲으로 들어가 야수가 되었고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가 되었다. 어느날 호랑이가 된 이징이 숲을 지나가던 친구를 알아보고 친구를 불렀다. 그리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자신의 시를 세상에 남겨달라고 부탁한 뒤 숲으로 들어갔고 울부짖었다. 세상에나. 남보다 뛰어난  자신의 재능에 취해 자신의 삶을 갉아먹는 사람은 얼마나 우둔한가.  이릉 같은 사람이 지금도 존재할까.   약간의 재능에 취해,  자만심에 취해 세상에 녹아들지 못하고 세월을 허비하는 자의 모습이 지금도 있지 않을까.  

 

 

「이릉」은 사마천이 궁형을 받은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인데. 사마천과 이릉의 입장을 잘 보여주면서 흥미롭게 흐른다. 한무제 때 기도위 이릉은 흉노와 맞서 싸우다 흉노의 포로가 된다. 이에 대해 한무제는 진노했지만 태사령이었던 사마천은 작은 군대의 이릉이 최선을 다해 싸웠다며  그리 친하지도 않던 이릉을 변호한다.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나대던 사마천은 이러한  자신의 무모한 변호 때문에 궁형에 처해졌고 생식기를 잘렸다. 사마천은 궁형으로 인해 평생을 육체의 고통에 시달렸고 수치심에 미치기도 했다. 궁형을 받던 굴욕의 순간이 기억나거나 악몽을 꾸고 난 뒤에도 그는  부친의 유언을 생각했고 중국의  사서편찬 작업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후 다시 복권이 되고 이전보다 더 큰 벼슬을 하며 천자의 총애를 받았지만 자신의 존재 이유엔 역사서에 대한 책임감과 기쁨이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과업을 도우며 천하를 다니며 역사 기록들을 모으고 확인했던 사마천은 육신이 준 고통으로 미쳐가면서도  사기를 완성했다니. 아버지의 유언, 역사서에 대한 책임감, 사기 편찬의 즐거움이 그의 삶을 이끌어갔다니. 무언가에 몰두한 삶은 소소한 고통이나 절망도 이겨내게 하는구나 싶다.

 

 

 

 

 

 

식민지 시대의 조선 풍경을 담은 범 사냥, 순사가 있는 스케치, 풀장 옆에서 등 3 편의 글은 작가가 교사이던 부친을 따라 조선에서 학교를 다니며 본 이야기를 엮은 것인데. 특히 한국인 친구 조대환에 얽힌 이야기인 「범 사냥」에서는 조선인 친구 조대환의 분노와 고민에 대해 옆에서 보고 느낀 소감이 담겨 있다. 만약 저자가 해방 후까지 살아서 한국을 보고 느꼈다면 또 어떤 이야기를 알까 궁금하다. 양심적인 작가 같아서 말이다.

 

 

 

요절한 천재 작가 나카지마 아쓰시의 작품 속에는 옛 고전을 통해 깨달음을 주는 소설도 있고 자신이 살았던 일제강점기의 조선의 삶은 비참하면서도 정신은 비굴하지 않겠다는 청년들의 모습도 있다. 12편의 단편소설 모두 깨달음과 교훈이 가득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 아버지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고두현 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한국대표시인 49인의 아버지 노래~

 

 

 

 

 

아버지를 주제로 한 시집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를 읽으며 지난 번에 읽은 어머니를 주제로 한 시집 〈흐느끼는 밤을 기억하네〉를 서가에서 끄집어냈다. 모두 나무옆의자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대표 49인의 테마시집이다. 지난 번에는 한 권의 책에 어머니를 주제로 한 시집을 만난  기뻐했고 한국대표시인 49인을 알게 된 것에 감사했다. 이번에는  아버지를 주제로 쓴 시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여러 감정을 체험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힌국의 대표시인 49인을 만난 것도 행복이다. 아쉬운 점은 이번에는 남성 시인들로만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딸로 살면서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아들로 살면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서로 다를진데.

 

 

탈관을 하고 삼베에 싸인 당신의 주검이

흙구덩이 속으로 던졎던 그 매장의 기억만큼

강렬한 경험은 아직 없지요.

내 인생을 열어준, 그 열쇠가 형상을 여의고 사라졌을 때

사라진다는 것이 슬픔인 줄은 한참 뒤에 알았죠.

 

(중략)

 

깊이 생각해보면, 그래요

이젠 당신이 다른 몸이 되어, 보랏빛 엉겅퀴로 피고

고추잠자리, 혹은 송장메뚜기로 날아다닐 때

출생의 그것은 물론

사라짐의 암흑과 신비마저 이해하도록

당신이 건네준 무형의 열쇠를 나도 누군가에게 전해주어야겠죠.

 

 

-고진하 '사라진 별똥별처럼' 중에서

 

 

 

 

 

한 권에 담긴 한국대표시인 49인의 아버지에 대한 회상이 제각각이어서 서로 달랐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아들의 눈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나이가 들수록 영웅이나 위인에서 점점 쇠락하는 육신의 늙은이로 그려져 있지만 정신만은 가장의  무게를 진 책임감으로 무장되어 있는 모습이다. 물론 아닌 아버지도 있지만.

시 속의 시인의 아버지들은 죽어서도 살아있는 듯하다.  육신의 껍질이 흙이 되고 물이 되고, 공기가 되고, 바람이 된 이후에도 시인의 아버지는 늘 아들 곁에서 생전의 말씀을 녹음기 돌리듯 되풀이 하고 있다. 회한에 젖은 아들의 목소리에 시인의 아버지는 화답한다. 시인들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부재의 슬픔, 투정이나 자책을 할 때마다 아버지는 마치 살아계신 듯 울리는 음성을 들려준다. 점점 희미해지지만 여전히 아버지 노릇을 하겠다는 음성으로.  

   

 

 

꽃은 어떻게 해마다

혈색을 기억해내는 걸까?

나는 작약만 보면

속살을 만지고 싶어진다

 

 

- 박후기 '작약과 아버지' 중에서

 

 

 

 

 

 

 

 

 

 

만삭의 하늘이 능선 끝에

제 내부의 붉은 어둠을 쏟아내는 시간까지

나 한 번 흘러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그 먼 강의 배후까지를

의심하였다 의심할 때마다

계절이 바뀌어 그 이듬의 나뭇가지

젖은 손끝에 별들이 저무는 지평까지 나는 자라고

풍찬노숙의 세월을 따라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류근 '세월 저편' 중에서

 

 

 

누구나 유한한 인생이기에 언젠가는 죽은 자가 되고 죽은 자의 집으로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죽은 자가 간 주소나 연락처를 모르기에 누구나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더욱 절절한 게 아닐까.  형상과 유전자, 삶의 모습까지도 아바타처럼 뿌려주고 가는 아버지이기에 아들 시인은  아버지가 건네 준 손길과 미소, 엄한 꾸짖음까지 기억하며 슬픔과 회한에 잠기나보다.

 

 

굽은 길들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저자가 남성 시인들로만 이뤄진 시집이다. 아버지를 테마로 쓴 아주 특별한 책이다. 아직 살아있지만 미래체험을 하듯 아버지를 떠올려 보기도 했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사셨던 내 아버지도 이젠 뼈가 살을 먹었나 싶을 정도로 말랐지만 아직 눈의 힘은 펄펄나기에 옛말처럼 살아계실 때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 아주 고마운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밥 딜런 자서전 -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밥 딜런 지음, 양은모 옮김 / 문학세계사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밥 딜런 자서전/문학세계사/2016년 노벨문학상을 축하합니다^^

 

 

 

 

시와 노래는 본질적으로 하나이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음악인이 될 줄은 몰랐다. 2016년 뮤지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두고 전세계는 놀랐고 일부에서는 노벨문학상과 관련된 가장 오래된 농담 중 하나가 현실이 되었다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밥 딜런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은 늘 존재해 왔고 1990년대부터는 항상 추천을 받아왔다. 그렇기에 음악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호머와 사포 같은 그리스 시인들의 작품 정신을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귀로 듣게 했다는 한림원의 발표처럼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배경엔 시와 노래는 하나라는 의식이 깔려 있었으니까.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 봐야

진정한 인생을 깨닫게 될까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백사장에 편히 쉴 수 있을까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

영원한 평확가 찾아오게 될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얼마나 긴 세월이 흘러야

산이 씻겨서 바다로 내려갈까

얼마나 긴 세월이 흘러야

사람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언제까지 고개를 돌리고

모르는 척할 수 있을까

(이하 생략)

 

- '블로윙 인 더 윈드(Blowing In The Wind)' 중에서

 

 

 

밥 딜런의 자서전을 읽으며 그의 문장력에 감탄하며 읽었다. 그가 시와 소설, 인문학, 역사, 미술, 철학 서적을 얼마나 읽기를 좋아했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전쟁의 기운이 풍기던 1941년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나서일까.  10살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고 전쟁으로 암울한 사회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일까. 그의 자서전 속에서도 인간의 삶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을 구하려는 노력이 보이고 음울한 시대를 우아한 언어로 저항의 노래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할 정도다. 어쩌면 서정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저항의 노래는 전쟁의 시대의 암울함과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한 처방이었을 것이다.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로 불리는 밥 딜런은 한 시대를 대변하는 포크송 가수, 민중의 삶을 대변하는 저항 가수, 싱어송라이터, 시인, 극작가, 화가 등 다방면의 삶을 살았던 밥 딜런.  상업 방송을 위한 레퍼토리가 아니라 어둠과 강바닥의 시체, 화재, 홍수, 죽음, 불법 등 사회문제를 의식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갈구하는 노래를 불렀던 밥 딜런.  서정적이면서도 시대적 저항 시를 쓰고 노래했던 밥 딜런. 정치적 신념이 표출되기도 했을 것이다. 흥에 겨워 추는 음악이 아니라 생각하고 고민하는 노래를 만든 시인 밥 딜런. 일상적인 듯 꾸미지 않은 이야기에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담았기에 그의 진정성 있는 노래는 한국의 포크송 가수와 학생 운동에도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저항 정신에 끼쳤을 정도다,

 

 

 

비틀즈를 음의 마법사에 비유한다면 밥 딜런은 가사의 마법사일 것이다. 그는 50년 이상을 음악인으로 살면서 시적이고 예술적인 가사를 자신의 노래에 담았고  사회문제를 가사에 담아왔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은 그의 노래에 영향을 받은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저항의 노래를 부르며 절규했고 그런 사회문화적 영향력에 대한 공을 인정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노벨문학상을 통해 문학의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문학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기에 반갑다. 이후엔 동요 작가나 슬릴러 작가, SF 작가, 시나리오 작가 등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지 않을까.

 

본명이 로버트 앨런 지머맨였던 밥 딜런.  문장가이자 시인, 싱어송라이트였던 그의 사랑과 일상, 문학성, 저항정신, 음악세계를 돌아본 독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옛무덤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어린이 한국사 첫발 7
청동말굽 지음, 이준선 그림 / 조선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옛무덤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청동말굽/조선북스/옛무덤 역사텀험엔 요런 재미가~

 

 

 

 

 

 

 

 

예전에 옛무덤 답사를 가면서 무덤의 크기와 주변의 비석, 비문, 풍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요. 옛무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많음을 느끼면서 역사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구나 싶었습니다.  

옛무덤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한국사인데요. 죽은 자들의 집인 옛무덤을 찾아가 그 무덤의 주인인 남긴 생전에 즐기던 물건 껴묻거리가 전하는 이야기와 살아가면서 얽키고설킨 무덤 주인의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예전의 유적답사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유적지를 돌다가 옛무덤을 지나게 되면 안내 간판 정도만 읽고는 지나왔는데요. 이 책의 옛무덤에 대한 역사탐험을 보니 색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이젠 옛무덤을 가면 좀 더 긴 시간을 두고 아이들에게도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박혁거세에 얽힌 경주 오릉, 고려 태조의 왕건왕릉, 조선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 백제의 장수 계백장군묘, 임진왜란의 영웅 아산 이충무공묘, 안타깝게 죽음을 맞은 소현세자의 세자빈 강씨 무덤인 광명 영회원, 백제 송산리 고분군의 무령왕릉, 최초의 여왕 경주 선덕대왕릉, 죽어서도 왜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던 경주 문무대왕릉, 세종대왕의 영릉,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등  삼의사묘, 국립 서울 현충원, 국립 4·19묘지, 국립 5·18 민주묘지 등 한국사에서 중요한 획을 그은 위인이나 인물들의 무덤이 주인공입니다. 옛무덤이 무덤 주인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시대마다 무덤 양식이 다르고 지역이나 신분마다 출토되는 유물이 다르기에 무덤의 외형적인 양식만큼이나 무덤에 내재한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모두 아이들과 함께 답사하고 싶은 우리 조상들의 옛무덤이었습니다.

 

경주오릉의 이야기는 두 가지가 있지만 이 책에서는 나정우물가에서 백마의 품 속에서 발견된 알에서 나온 사내 아이 박혁거세와 알영 우물가의 용의 겨드랑이에서 나온 여자 아이 알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요. 하늘의 상서로운 기운과 하늘의 점지를 받은 박혁거세가  서라벌을 다스리게 된 배경과 죽은 후 백마가 왕의 시신을 태워 날아갔다가 다섯 개의 시신 조각으로 땅에 떨어뜨려 오릉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에서 하늘의 힘을 빌려 권력의 당위성을 내세웠던 권력자의 모습을 보았는데요. 예나지금이나 권력의 정당성을 끌어다 붙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구나 싶었어요. 하긴 솔직한 성품이라면 정치를 할 수 없겠지요. 안하무인이 될 수 없다면 정치가가 아니겠지요. 요즘 국정농단 사태를 보며 건국신화의 이야기가 그저 긍정적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안하무인의 극치를 달리는 지도자와 그 무리를 보니, 역사의 반복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옛무덤을 보며 도굴 문제도 다뤘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도굴을 심하게 당한 옛무덤이기에 옛무덤을 통해 밝혀진 자료는 부족한 편이기에 평소에 안타까워했는데요.  일제를 거쳐오면서 극성적인 도굴꾼들이  옛무덤을 파헤쳐 일본 골동품 수집가들에게 팔았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도 있는데요.  우리 문화재인 옛무덤은 이제 우리의 유산을 넘은 세계유산이기도 하기에 더욱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옛무덤에서 나온 유물을 사진으로 보여준다거나 옛무덤 장소의 위치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옛무덤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를 읽으며 한 나라의 건국과 멸망, 호국과 독립의 열망, 민주 의지. 국가적 위기에 대처하는 이름없는 백성들의 단합된 힘과 용기 등을 알 수 있었는데요.   역사를 통해 과거를 배우고 현실의 지혜를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
피천득 외 지음 / 북카라반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도종환/피천득/장영희/성석제 등/북카라반/한국인이 사랑했던 수필들을 만나는 기쁨이... 

 

 

 

 

 

 

 

 

 

누구나 손가는 대로 마음가는 대로 쓸 수 있는 수필이지만 수필 대가들이 쓴 수필은 문장도 다르지만 사색의 깊이도 다르기에 깊은 감동을 준다.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

이 책은  도종환, 피천득, 장영희, 성석제, 박완서, 나도향, 유안진, 김소운, 최인호, 양귀자, 윤오영, 전숙희, 장영희, 김진섭, 이효석, 이양하, 안병욱, 민태원, 이문구 등 한국인이 사랑했던, 혹은 한국인이 사랑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기에 모두 보석처럼 다가온다.  이들의 남다른 관찰력과 깊은 성찰이 주는 여운에 끌려 읽는 순간 내내 음미하게 된다.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중에서

 

 

학창시절 읽은 수필이지만 아직도 가슴에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김치 냄새를 풍기며 허름한 옷을 입고 저녁 시간에 찾아가도 될 만한 친구가 잘 생기지 않기에 더욱 간절한 수필이다.  어린 시절 친구가 아니면 점점 마음을 터놓고 흉허물 없는 사이가 되기 어려움을 절감하기에 더욱 그렇다. 시대가 바뀔수록 흉허물 없는 사이를 만들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내가 1학기의 특별활동 시간에 읽은 것은

박지원의 책이 전부였다.

 하지만 내가 지금 소설을 쓰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하지 않은 특별 활동 시간에 읽은

아주 특별한 그 책이

내 일생을 바꾸었다.

 

-성석제의 「맛 있는 책, 일생의 보약」중에서

 

 

 

소설가 성석제가 소설가가 된 바탕이 된 경험은 중학교 시절의 특별반 수업에서였다. 그에게 있어서 중학교 3학년 때 있었던 특별활동인 도서반 활동은 지금의 그를 소설가로 성장시킨 시작이었다. 소설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특별반 수업시간 동안  『한국 고전 문학 전집』중 박지원의 책을 통해 「허생전」「호질」「양반전」을 읽었다. 소설을 읽으며 소설적 상상력을 키우기도 했다.  어린 시절 이런 독서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학창 시절의 독서의 중요성을 깨치게 된다. 

 

 

겨율마당은 황량하고 땅은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그러나 걸어보면 그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씨와 뿌리들의 소요가

 분명하게 느껴질 정도의 탄력을 지녔다.

오늘 아침에는 우리 마당에서

느긋하게 겨울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나무들과 화초가

몇 가지나 되나

세어보면서 걸어다녔다.

놀랍게도 백 가지가 넘었다.

 

-ㅡ 박완서의 「트럭 아저씨」중에서

 

 

넓은 땅을 다니면서도 주변의 나무와 꽃들이 얼마나 많은 지 세어보지 못했는데. 주변의 사물을 잘 살펴볼 여유도 갖지 못했는데.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주변 공원에 가서 나무와 꽃, 풀이 얼마나 많은지 조사하고 싶다. 더불어 공원에서 보이는 모든 것을 관찰하고 검색해 본 후 그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다. 주변을 관찰하고 알아보고 감사하는 마음은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갈 버팀목이 될 테니까.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

도종환, 피천득, 장영희, 성석제, 박완서, 나도향, 유안진, 김소운, 최인호, 양귀자, 윤오영, 전숙희, 장영희, 김진섭, 이효석, 이양하, 안병욱, 민태원, 이문구 등 한국인이 사랑했던 수필들을 만나는 기쁨이 큰 책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 청년기의 방황, 청년기의 누군가를 향한 설레던 흠모 등  살아가면서 겪는 일상에서의 사유를 적은 글이기에 편안하게 읽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대작가들의 수필의 매력에 빠지는 기쁨도 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