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유감 - 현직 부장판사가 말하는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
문유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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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판사유감]현직 부장판사가 말하는 법과 정의 그리고 현실~

 

법정에서 다루는 범죄이야기가 살벌할 줄 알았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사람들을 상대로 매일 설전을 벌이다보면 얼마나 피곤할까 싶었다. 어마무시한 사람들을 상대로 매일 법정에 선다면 정신이 온전할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을보다 갑의 위치이건만 그리 부러워보이진 않았는데…….

현직 부장판사가 말하는 법과 정의, 그리고 현실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났다. 짧은 에피소드들이기에 순서 없이 눈 가는대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가 말하는 법원 풍경은 어떨까. 살벌함과 공포만 있을까. 감동과 웃음은 없을까.

 

<막말 판사의 고백>이 눈길을 끈다.

개인적으로 막말은 누구에게라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막돼먹은 죄수에게라도 말이다.

저자가 형사단독판사 시절에 만난 피고인은 상습사기꾼이었다. 특이한 점은 50대 후반이 되도록 전과 20회 이상, 20여 년의 교도소 생활동안 죄명과 형량, 수법이 한결 같았다는 것이다. 저자의 짐작에는 바깥 생활보다는 교도소 신세를 지는 것이 편해서 일부러 그랬을 거라는데…….그리고 법정에서 거짓말만하는 상습사기꾼에게 막말을 하게 되는데…….

 

-피고인, 평생 그런 식으로 없는 친구나 친척을 내세워 반복했는데 또 그 이야기입니까? 교도소 콩밥도 국빈의 혈세로 마련하는 겁니다. 피고인에게는 콩밥도 아깝습니다!

-판사님, 콩밥도 아깝다니요? 저는 이 나라 국민도 아닙니까? 사람도 아닙니까? (책에서)

 

교도소밥이라도 먹으려고 일부러 죄를 지어 들어오는 것도 문제지만 막말은 참아야 했는데……. 아무리 흉악 죄인이라도 그 범죄의 이면에 부모의 애정결핍 등이 자리하고 있기에 또 다른 상처를 주는 셈인데…….어린 시절 충분한 사랑과 격려를 받고 자랐다면, 그에게도 따뜻한 가정이 있었다면 그런 죄들을 양심의 가책 없이 저지를 수 있었을까.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범죄의 이면에는 가정과 사회, 국가의 책임도 있을 텐데…….

 

나중에 저자는 재판정에서 막말에 대한 사과를 했고 상습사기꾼은 선고대로 복역했다고 한다. 저자는 미안한 마음에 퇴소 후 그가 배운 이발 기술을 써 먹을 수 있도록 작은 교회와 연결 시켜주었다는데…….

한동안은 일에 충실하며 편지를 보내더니 지금은 편지가 뚝~ 끊겼다고 한다. 손버릇, 말버릇이 쉬이 바뀌지 않겠지만 어딘가에서 성실히 살았으면 좋겠다.

 

고아원을 방문해 마술을 보여주고 선물을 전하는 모습,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질문을 받는 모습에서 따뜻한 판사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서울 법대와 하버드 로스쿨에 대한 이야기는 무려 4편까지 이어진다. 다른 책에서 이미 읽은 사실이지만 부탄 공주의 국가 행복론 이야기도 흥미롭다.

 

한 번도 용서받지 못해 22년간 도둑질로 옥살이한 남자의 이야기는 마음이 저려왔다. 그에게 한번쯤은 너그러운 용서와 이해를 바라는 의사 선생님의 증언에서 장발장이 생각날 정도였다. 누군가 어린 소년에게 너그러운 아량과 따뜻한 인정을 베풀고 지원을 해줬더라면 과연 22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지내기만 했을까. 나 역시도 마음이 아픈 대목이다.

자신을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가족이나 친구가 없다면 인생은 얼마나 삭막할까. 범죄란 약물이나 주사, 형량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사랑의 결핍, 신뢰의 결핍 증후군인데…….

자신을 무조건 믿어주는 어른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절대 어긋난 길로 가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도 모르게 습관이 되어버린 도벽을 이제라도 멈추게 할 수는 없을까.

 

유죄냐 무죄냐를 판단하는 판사자리의 막중함, 무게감이 느껴지는 책이다.

재판정의 권위, 사법부에 대한 신뢰, 시민들과의 친근한 교류 등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어느 직업인들 쉬울까마는 법의 잣대로 행동을 판단하고 인간을 판단하는 자리가 조심스럽고 어려운 자리 같다. 이기적이고 잔인하고 추악한 인간의 본성을 마주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따뜻함과 유머, 정의로운 판단, 법의 형평 등을 만나게 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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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볼 - 나도 모르게 시작된 왕따 이야기 내인생의책 그림책 50
얀 더 킨더르 글.그림, 정신재 옮김 / 내인생의책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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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볼] 나도 모르게 시작된 왕따 이야기, 용기 있게 알려야…….

 

왕따.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조금만 다르거나 약해 보이거나 이기적이면 왕따가 되는 걸까요. 자기도 모르게 철없이 시작하는 왕따는 그저 다르다는 것에서 시작할 겁니다.

머리카락이 조금 노랗다고, 곱슬머리라고, 너무 못 생겼다고, 너무 잘 생겼다고, 너무 공부를 잘 한다고, 너무 공부를 못한다고, 너무 미운 짓 한다고, 너무 약해 보인다고…….

 

누구나 얼굴 빨개지는 순간이 있을 겁니다. 유난히 부끄럼을 많이 타거나, 잘못을 했거나, 겨울 날 난로 곁에 서거나, 여름에 햇볕을 많이 받거나, 아니면 유전적으로 그럴 수도 있겠죠.

얼굴이 남들보다 빨갛다는 것도 왕따의 이유가 될까요?

 

튀르의 볼은 남들보다 조금 더 빨개요. 아무도 몰랐지만 민감한 여자 아이가 지적을 합니다.

-너 볼이 빨개!(책에서)

그리고 다른 친구에게도 그 사실을 알립니다. 파울, 프레이크, 린도는 튀르의 볼을 보고 키득거리기도 하고, 수군거리기도 하고, 깔깔대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친구들이 몰려다니며 놀리고 괴롭힌다는 거죠. 소위 왕따를 당하게 되면서 튀르의 볼은 더욱 빨개지고 튀르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만 집니다. 그리곤 혼자 놀게 되죠. 민감한 여자 아이는 외톨이 튀르를 모습을 보며 친구들에게 괴롭히지 말라고 합니다. 친구를 놀리는 게 결코 재미있는 일이 아님을 안 거죠. 하지만 장난이 심한 친구들은 튀르를 계속 괴롭힙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생님은 가끔 묻습니다.

-혹시 친구를 괴롭히는 걸 본 적 있나요? (책에서)

민감한 여자 아이는 용기를 내어 선생님에게 사실을 털어 놓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선생님에게 털어 놓게 되죠. 이제 튀르는 더 이상 왕따가 아닐 겁니다.

 

친구들이 힘을 합해서 선생님에게 잘못을 알리는 모습은 용기 있는 모습입니다. 왕따 시키는 아이들에 맞서는 모습도 멋져 보입니다. 다함께 힘을 합쳐서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알려야 왕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요. 아무리 힘 센 아이라도 힘을 모은 친구들에게는 당할 수 없을 겁니다.

 

왕따에 대처하는 자세를 알게 해주는 동화입니다. 아이들에게 한번쯤 있을 수 있는 이야기, 왕따에 대한 문제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마음이 아팠다가 훈훈해지는 책입니다.

 

진정한 친구란 볼이 빨개도 이해하고 함께 해주는 사이입니다.

다르다는 건 틀린 것이 아님을, 비난 받을 일이 아님을, 더구나 왕따 당할 이유가 아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왕따 없는 세상을 소망하며~

 

** 내인생의책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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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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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이외수의 단편 소설집, 처음 만나다.

 

이외수 작가의 소설은 처음 접한다. 표지의 설명처럼 독특한 상상력, 탁월한 언어의 직조로 사라져가는 감성 작가의 글맛을 여태 맛본 적 없다. <글쓰기의 공중부양>이라는 책만 읽었을 뿐이다.

작가가 9년 만에 내놓았다는 소설집 <완전변태>. 장편소설인가 싶었더니 단편 소설집이다.

첫 번째로 나온 <소나무에는 왜 소가 열리지 않을까> 무슨 화두 같기도 하고, 아이들 말 장난 같기도 한 제목이다. 사과나무에 사과가 열리듯, 소나무에 소가 열리고 은행나무에 돈 만지는 은행이 달린다면, 모두 부자가 된다며 우스갯소리로 해 본 이야기인데…….

 

주인공은 누나 둘을 둔 집에 막내아들로 태어나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귀한 아들이기에 부모님은 판검사가 되라는 노래를 부르며 키웠다. 아들이 판검사 되는 것만이 유일한 삶의 희망이고 인생의 진리였다. 아버지는 새끼손가락을 자르는 투혼까지 보이며 아들의 고시패스를 기원했고 그 덕분에 아들은 독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결국 3년의 공부 끝에 고시합격의 영광을 안았고 그 소식을 알리려 집으로 가던 길에 이상한 노인을 만난 것이다. 무덤 옆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노인은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도인일까.

 

-큰 벼슬을 하셨구만.

-법복이 눈에 보이네.

- 밤나무에서는 밤이 열리고 배나무에서는 배가 열리고 감나무에서는 감이 열리는데 왜, 소나무에서는 소가 열리지 않을까. (책에서)

 

언어의 유희 같고 난센스 같고 말장난 같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 보게 된다. 솔나무에서 'ㄹ'이 탈락한 음운현상이라느니, 그런 문법적 해석 말고, 진지한 철학적 물음말이다.

 

<해우석(解憂石)>에서는 수석을 채집하는 탐석광(探石狂)이야기가 나온다.

보석 같은 수석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집에 가는 날은 1년에 한두 번 정도여서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못하는 주인공. 그는 탐석을 통해 도에 이르고 싶은 사람이다. 그의 수석수준의 수준급이었고 그래서 늘 탐석회 회원들의 부러움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가 찾고 있는 것은 해우석이다. 말 그대로 해탈석이라는 해우석은 보기만 해도 근심이 사라지게 하는 신비의 돌이었고 그가 꿈꾸던 돌이었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온 그는 충격적인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자신이 손질하던 돌에 대해 관심을 표시하던 아들과의 대화에서 진리를 깨치게 된다.

 

-아빠, 그게 뭐예요.

-돌이란다.

-그거 돌 아니에요.

-이게 진짜 돌이야.

-이게 돌이에요. (책에서)

 

다섯 살배기 아이가 내민 것은 길바닥에 흔하게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였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뛰어나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치게 된 것이다. 잡석에서 진정한 돌의 의미를, 해우석의 의미를 깨친다면 도인의 경지 아닐까. 짧은 이야기 속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완전변태>에서는 교도소와 조폭, 교도관의 이야기여서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애벌레에서 나비로 탈피하는 과정들이 그려져 잘 그려져 있지만 조폭영화, 폭력영화 등을 워낙 싫어하기에 읽기가 불편했다.

 

어쨌든 10편의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이외수를 처음 만났다. 짧은 단편들이기에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다. 사회비판을 담은 글들이 많아서 잠깐씩 깊은 생각에 빠져들기도 하는 책이다.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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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K.G. 캠벨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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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시를 쓰는 다람쥐, 모두에게 사랑을 꽃 피우다~

 

반갑습니다~람~쥐~

처음 책을 접하고선 문득 내뱉은 말이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작가의 신작이라는 말, 2014년 뉴베리 상 수상작이라는 문구를 읽고 단박에 빨려들었다. 케이트 디카밀로의 작품은 처음 접하지만 기적 같은 이야기를 아름답게 쓰는 작가라기에 설레며 읽게 된 책이다.

 

천성이 냉소적인 소녀 플로라와 겸손한 다람쥐의 만남이 무척이나 소란스럽다.

플로라네 옆집에 사는 틱햄 씨는 부인에게 생일선물로 초강력 진공청소기를 선물한다. 문제는 '율리시스 2000X'라는 진공청소기의 성능이 가히 폭발적이라는 것이다. 뭐든지 거침없이 쫙쫙 빨아들이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율리시스 2000X가 빨아들이는 것은...... 과자 부스러기는 기본이다. 부인이 읽고 있던 책, 아저씨가 입고 있던 바지까지 빨아들인다.

 

우연히 이웃집 틱햄 씨 정원에서 청소기에 다람쥐가 빨려드는 것을 본 클라라는 다람쥐를 구해낸다. 청소기 안에 든 털이 뭉텅 빠진 다람쥐 꺼내서 인공호흡으로 살린 것이다. 인공호흡법은 만화 <당신에게도 터질 수 있는 끔찍한 일들!>에서 알게 된 상식이다.

플로라의 심폐소생술은 극적인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다람쥐는 뇌에서 밝고 환한 빛이 퍼지면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플로라의 다정한 목소리, 숨을 쉬라는 명령에 고분고분하며 정신을 차리게 된다.

 플로라는 청소기 이름을 따 다람쥐를 율리시스라고 이름 짓고 집으로 데려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시스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시를 쓴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광견병에 걸렸다며 없애라고 한다.

문학작품보다 만화가 좋은 플로라는 로맨스 소설 작가인 어머니에게 '천성이 냉소적인 아이'라는 핀잔을 듣는다. 엄마가 전기스탠드의 양치기 소녀인형을 보며 아름답다느니 사랑스럽다느니 한 적은 있어도 딸인 자신에게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래서 플로라는 엄마에 대한 애정이 냉소적이다. 게다가 부모님은 지금 이혼상태다.

 

섣부른 희망을 가져서는 안 돼. 그냥 잘 지켜봐. 그냥 다람쥐를 잘 지켜봐.(49쪽)

 

플로라는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면서도 타자기로 시를 쓰고 나는 초능력 다람쥐가 대단해 보인다. 그리고 친구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어느 날 옆집에 사는 또래 소년 윌리엄 스파이버의 방문으로 다람쥐 정체를 들키게 된다. 트라우마 때문에 일시적인 시각장애를 겪고 있다는 월리엄이 다람쥐 냄새가 난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다람쥐를 데리고 집을 윌리엄집으로 가는데......

앞이 보이지 않아 이 세상이 잠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곳이라는 윌리엄.

앞이 멀쩡히 보여도 세상은 잠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곳이라는 플로라

어쨌든 세상은 잠시도 마음 놓을 수 없다는 두 사람만의 공통점을 찾게 된다.

글자를 치는 다람쥐, 시를 쓰는 다람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엄마를 피해 밖으로 나왔다가 머리를 다친 율리시스는 의사를 찾아가게 되고......

의사를 통해 차츰 아버지의 너른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엄마의 속마음도 이해하게 된다.

친구도 없이 다람쥐를 좋아하는 딸이 외톨이가 될까 봐 다람쥐를 없애려고 했다는 엄마. 친구를 사귀게 되면 냉소적인 딸이 바뀔 거라고 믿었던 엄마. 그 마음을 알게 된 플로라도 엄마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율리시스에게 영감을 받은 엄마는 시가 쓰고 싶어지고, 옆집 또래 윌리엄도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어머니와 아버지, 플로라는 서로 의지하게 된다.

초능력 다람쥐로 인해 가족 간 대화를 하게 되고 오해도 풀리고 서로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훈훈하게 펼쳐진다. 마음을 읽어주고 말이 통하고 시를 쓰는 다람쥐, 악당도 물리치는 다람쥐 한 마리 키우고 싶다.

 

다람쥐가 플로라에게 바친 시가 감동이다,

 

플로라를 위한 말들-다람쥐가 쓴 시

네가 없다면

그 무엇도

쉽지 않을 거야.

너는 모든 것이니까

알록달록 사탕가루,

쿼크, 자이언트 도넛,

서니사이드 업 달걀 프라이,

그게 다

바로 너니까,

나한테

너는

영원히 팽창하는

우주니까.(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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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 일상처럼 생생하고, 소설처럼 흥미로운 500일 세계체류기!
정태현 지음, 양은혜 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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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소설 같은 500일 간의 세계여행!

 

 

신선한 여행기, 인스턴트 용기를 낸 세계 방랑기라는 책을 만났다. 여행기면 다 비슷한 거지. 뭐가 다르다는 걸까. 여행기란 자고로, 여행을 하면서 먹고 보고 잔 것을 주재료로 여정 한 스푼을 풀어 넣은 된장국 같은 것 아닌가. 어느 집에나 있는 음식처럼. 사진과 지도 몇 개가 화려하게 눈을 즐겁게 하고 작가의 글맛이 좋으면, 아! 나도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뭐 그런 감탄사가 여러 번 나오게 하는 게 여행기 아닌가. 뭐가 새롭고 신선하다는 걸까.

저자는 유명한 금융회사의 직함을 내려놓고 자전거로 여행을 떠났다. 거창하게 말하면 생의 의미를 찾아서, 소박하게 말하면 재미있는 이야기, 괜찮은 이야깃거리를 찾아서 서울에서 부산으로 자전거로 내달리게 된다. 도중에 만난 사이클러들은 서울에서 부산가지 자전거 여행을 하는 은퇴자가 대부분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다친 동료를 내버려두고 목표를 향해 달리다니! 책으로 접하는 나에게도 상당히 충격이다. 은퇴자들에게 남은 목표는 뭐였을까. 생존을 위해 직장에서 경쟁 하던 모습이 은퇴 후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니! 왜 느긋한 걸음, 여유로운 웃음이 되지 못하는 걸까.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조급한 은퇴세대의 모습이 나의 자화상은 아니길 빌 뿐이다.

 

-다리가 움직이질 않아. 이젠 너무 늙었어. 더 이상 올라가는 건 무리야. 방금 짐꾼과 이만 내려가기로 결정했네.(20쪽)

-위험을 피하려고만 하며 살지 말게. 그 인생이 가장 위험한 인생이 되어버린다네. (22쪽)

 

얼마 전에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을 읽은 터라 히말라야에서 만난 할아버지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30년 전부터 안나푸르나에 오고 싶었다는 할아버지는 몹시 슬픈 표정이다. 오래되고 약한 다리로는 등반이 무리임을 알고 하산 결심을 했다는데……. 평생의 소원인 안나푸르나를 눈앞에 두고 포기할 때의 심정이 어떠할까. 따뜻하고 편안한 휴양지를 좋아하는 아내에 맞추느라, 자식의 행복에 맞추느라 정작 자신이 소원하던 일은 챙길 수 없었던 할아버지의 일생을 읽으며 생각한다. 나의 안나푸르나는 포기한 적은 없는지, 미루고 살지는 않는지…….

 

직장을 나와 집과 짐들을 정리하고 배낭만 챙겨 툴툴 털고 떠나는 부부의 용기는 분명 부러움이다. 버릴 수 있는 자의 당당함, 떠날 수 있는 자의 용기,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는 호기심은 나의 로망이기도 하니까.

처음 저자가 아내의 고향인 캐나다 입국 심사에서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의심받던 일이 안타깝다. 여전히 인종차별은 존재하고 여전히 불공평한 대우가 존재함을 느꼈던 대목이다. 언제쯤 이런 차별이 지구에서 사라질까. 차별과 무시는 이제 지구를 떠났으면 좋겠어. 오로라를 보러 나섰다가 북극곰 위험지역에 들어 간 일도 흥미롭다. 그런 경험은 극지방에 가까운 캐나다이기에 가능한일 일 것이다.

 

미국을 거쳐, 쿠바에 도착한 여행자들.

쿠바의 하바나는 낭만적이고 매력적인 곳이지만 게으른 곳이라는데……. 쿠바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기에 공감하는 내용이 많다. 쿠바에는 미국과의 좋지 않은 관계로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 아이들이 없어서 경찰이 되었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씁쓸하다. 배우지 않아도 먹고 사는 것이 지장이 없기에 학교에 가는 것보다 바다에서 멱을 감는 것을 즐긴다는 아이들, 어떻게 봐야 할까. 쿠바는 열정적으로 살려는 사람, 무언가를 배우려는 사람이 살기가 힘든 곳이라는 경찰관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오랜 공산국가의 잔재가 국민들의 의욕상실, 나태로 나타난 듯해서 말이다. 열심히 살려는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운 나라일까.

 

콜롬비아를 거쳐 페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를 지나 유럽으로 날아오고, 다시 아시아로 날아오는 500일의 여행기에 사진 한 점 없다. 그 대신 예쁘고 멋진 그림들이 지역 풍경을 담아 마음대로 상상하라고 한다. 늘 보던 사진보다, 톡톡 튀는 그림이 외려 신선하고 감각적이기까지 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본다.

자전거에 거대한 벌룬을 달고 달리는 모습, 벌룬에서 튕겨져 나오는 시계, 거대한 나무, 컴퓨터, 노트, 책, 커피, 넥타이, 운동화...... 도시탈출, 일상탈출을 느끼게 된다.

버린 만큼 채워지는 여행, 간만큼 얻게 되는 여행, 본 만큼 느끼게 되는 여행 이야기가 마치 소설처럼 읽힌다. 500일 간의 세계여행…….그런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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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로그컴퍼니 2014-06-18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북로그컴퍼니 출판사입니다.
다음주 토욜일인 6월 28일 오후 5시에 영풍문고 종로점에서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의 정태현 작가의 강연회가 있습니다. 무료 강연회이고 선착순 입장이니 관심 있으시면 덧글 남겨주세요. 자리 맡아 드릴게요. ^^

봄덕 2014-06-18 18:3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만, 지방이고 일을 하고 있답니다. 강연회에 가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