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잊지 못할 대한민국 감성여행지 - 테마있는 명소, 천천히 걷는 힐링여행
남민 지음 / 원앤원스타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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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잊지 못할 대한민국 감성여행지/남민/윈앤원스타일] 한국의 감성명소들~

 

 

여행은 떠나는 순간 언제나 힐링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 새로운 세계에 들어 선 것 같다. 똑같은 풍경이라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스며든다. 더구나 어제의 일은 씻은 듯 잊어버리고 조금은 느긋해진 마음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을 즐기게 된다. 마음은 두둥실 하늘을 날고 발걸음은 날개를 달아 가볍다.

    

<정감록이 예언한 십승지 마을을 찾아 떠나다>의 저자 남민 기자가 이번에는 내 인생에 잊지 못할 대한민국 감성여행지 40곳을 추천했다

부동산학과를 나와 기자가 되었다는 저자여서 일까. 역사적인 이야기에 풍수지리적인 설명까지 곁들여 있기에 같은 곳을 소개해도 색다른 느낌이다.

   

합천 황매산.

예전에 봄이면 매화나 철쭉을 보러 자주 오르던 황매산이 영남의 소금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줄은 몰랐다. 더구나 모산재에 오르면 모산재의 명물 순결바위까지 있다니. 황매산 정상 부근에서 늘 해인사 방향으로 내려왔더니 놓쳤나 보다. 늘 최종 목적지가 해인사였으니까.

모산이 띠의 산, 순결한 산이라는 뜻이기에 순결바위라면 모암이라고 해야 할까. 순결하지 못한 사람이 바위 사이의 좁다란 틈새를 지나간다면 바위가 심판한다는 전설이 있다니. 황매평원, 영암사지, 돛대바위, 무지개터, 수직에 가까운 아슬아슬한 철책다리, 저수지의 풍광을 자랑하는 산이다. 정상을 지나 산청군 쪽으로 내려가 보지 못했기에 늘 절반의 구경만 한 산행이었군.

 

통일신라시대의 천년고찰 절터인 영암사지, 무학대사가 조선 태조 이성계의 등극을 기도했다던 국사당에 얽힌 이야기가 새삼스럽다. 땅가시나무와 뱀, 칡넝쿨이 없는 3무의 산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정상 근처에 오토캠핑장까지 있다니. 많이 달라진 황매산이다. 우린 매화산이라고 했는데......

이웃한 가야산과 연결되고, 해인사도 지척이고, 합천 영상테마파크까지 연결되어 새롭게 부각되는 산이라니, 황매산에 오르고 싶다. 가을엔 억새평원이 제법인데…….

    

제천 배론 성지.

천주교를 박해한 신유박해의 현장, ‘황사영 백서의 산실이라니.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의 사도세자에 대한 미움, 정조 때의 시파들의 동정. 시파에는 청나라에서 서양문물을 공부한 실학자들, 천주교 태동, 16세에 과거에 합격했던 천재 황사영 백서에 얽힌 이야기가 역사 교과서의 한 자락을 펼친 듯하다. ‘오가작통법의 시행, 100명의 순교자, 정약용, 정약전 등 400명의 유배, 박지원과 박제가의 관직박탈, 황사영 백서가 비난 받는 점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소설 같다. 비슷한 소설 몇 권을 읽은 적도 있는데. 그 중 한 권은 아마도 김훈의 <흑산>이었던 것 같다.

   

전주 한옥마을, 영주 무섬마을, 남해 독일마을, 광양 매화마을, 구례 산수유마을, 해남 땅끝마을, 예천 회룡포, 순천 순천만, 부안 채석강, 단양 도담삼봉, 공주 공산성, 봉화 만산고택, 부여 궁남지, 담양 소쇄원, 영월 청령포, 예천 삼강주막, 진천농다리, 제천 배론 성지, 단양 사인암, 합천 황매산 등 전국 곳곳의 유명한 장소들이지만 놓치고 지나간 것들까지 꼼꼼 설명되어 있다.

 

알면 보인다고 했던가, 간만큼 넓은 세상을 품는다고 했던가. 대한민국 어디든 감성충전 되지 않을 곳이 있을까. 태어난 땅에 대한 끌림은 본성이고 감성인 걸. 더구나 단풍지고 낙엽 떨어지는 가을 여행은 어디나 힐링 일 것 같다. 게다가 시심까지 인다면 한편의 가을 시를 쓰는 여행이 되겠지.

 

마음 가는대로, 끌리는 대로 읽는 여행서. 역사에 인문학이 버무려진 인문학 여행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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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한 도둑 나무그늘도서관 2
김현태 지음, 홍민정 그림 / 가람어린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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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한 도둑/김현태/가람어린이]책벌레 최한기를 만나다~

 

 

책읽기를 싫어하는 아이, 카드 모으기에 빠진 아이에게 어떤 책을 권해야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책읽기의 재미를 모른다면 일단 굉장히 흥미로운 책부터 권해야 될 텐데요.

 

책읽기를 싫어하는 대호는 카드 대마왕입니다. 대호의 관심은 오로지 카드 모으기입니다. 대호는 방과 후에 유희왕, 마법천자문, 포켓몬, 요괴, 공룡, 메이플스토리 카드 등 종류별로 카드 수집하느라 바빠요.

 

 

친구 지석이는 열 개 눈 요괴 카드를 내밀며 자랑합니다. 열 개 눈 요괴 카드는 공격과 방어 능력이 최강인 카드거든요. 이것만 있으며 요괴카드 완성인 대호는 쉬는 시간에 학교 앞 문방구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오늘은 좀 망설이네요. 동화책을 사라고 받은 돈이거든요. 처음에 한 개만 사겠다는 굳은 결심은 온데간데없고 카드 상자를 여러 개 사버립니다. 결국 책 살 돈을 다 써버린 대호는 슬슬 집에서 회초리 맞을 일이 걱정이 됩니다.

 

대호는 서점에서 주인 할아버지가 꾸벅꾸벅 조는 틈을 타서 책을 훔치려다 들키고 마네요. 서점주인 할아버지가 경찰에 전화한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난 대호. 하지만 할아버지에게 용서를 빌고, 낡은 동화책도 얻고 열 개 눈 요괴카드도 얻게 돼요.

 

-카드를 다 모았다고 해서 기쁨이 오래가지는 않는단다. 유행이 지나면 아무 소용없지. 최신형 게임기도 시간이 흐르면 구식이 되고, 새로 산 옷도 시간이 흐르면 해지고 찢어지지. 하지만 책은 그렇지 않단다. 책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위대함을 품고 있지. 책을 모으고 책을 읽는 일, 그 일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가치 있는 일이란다.

 

-그 책에는 깜짝 놀랄 보물이 숨겨져 있단다.

네가 꼭 그 보물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책도둑이 되었다가 용서를 받고, 책도 공짜로 얻고, 요괴카드도 완성한 대호의 얼굴엔 하트가 뽕뽕 거리네요. 천하무적 킹왕짱 파워 카드가 완성된 날이잖아요.

 

할아버지가 주신 책은 조선시대의 선비 최한기에 대한 책이었어요. 학교 숙제였기에 대호는 억지로 읽기 시작합니다. 최한기는 밥보다 책을 사랑했던 조선시대 선비죠. 책 모으기를 즐겼던 책벌레 였고 자기가 직접 글을 쓰고 책을 만들기도 했던 선비입니다. 최한기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대호는 어떻게 변할까요.

 

책벌레를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대호에게 글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대호는 글자회오리와 함께 책 속으로 빨려들었죠. 블랙홀처럼.

 

책 속에서 개똥이가 된 대호는 최한기의 집에 가게 됩니다. 최한기의 집에는 책장수들이 책을 내려놓기 바빴어요. 대호도 책을 옮겨주다가 우연히 책을 읽게 됩니다. 그리고 도깨비 이야기에 빨려 들었어요. 그러다 잠에서 깼어요. 책을 읽다가 잠깐 잠이 든 거였어요.

 

카드 모으기에 열광적이었던 대호는 어떻게 변할까요.

카드 모으기보다 책읽기가 더 재미있다고 할까요.

 

책 도둑이 되려다가 책벌레를 만나면서 전염된 듯 동화되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조선의 선비 최한기의 책사랑을 알 수 있는 책이랍니다. 책이 흔한 요즘 최한기가 다시 태어난다면 무슨 말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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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힘 - 중졸 아들을 서울대에 합격시킨
노태권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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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권/공부의힘/21세기북스]중졸 아들을 서울대에 합격시킨 중졸 아빠 이야기~

 

가제본으로 받았을 때는 표지사진이 없고 밋밋한 흰색 표지였는데, 제대로 된 책을 받아보니 삼부자의 웃는 얼굴이 화사하게 표지를 장식한다.

 

중졸 삼부자의 인생성공기!

이미 EBS<어느 아버지의 교과서>, SBS<생활의 달인:공부의 신>에 나왔던 삼부자다.

한때 아버지는 난독증이 있는 노동자였고, 아들들은 게임중독과 아토피로 고생하며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중졸 학력을 물려주기 싫은 아버지는 아내의 내조를 받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공부를 해나갔다.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중졸에서 머무르게 되자 아버지는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비록 그 모든 과정은 험난했지만 결과는 대역전이었다. 큰 아들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4년 장학생으로, 작은 아들은 한양대 연극영화과 수석으로 대학을 들어간 것이다.

   

난독증이었던 그가 글을 깨칠 수 있었던 데는 아내의 세심한 도움이 컸으리라. 그는 글 읽기가 해결되자 검정고시와 수능 공부를 목표로 할 수 있었다. 지독하게 결심을 하고 열심히 공부를 한 그에게는 자신만의 공부 비법이 있다는데......

 

책을 보다가 모르는 것이 나오면 관련된 책을 5권은 본다고 생각했다. 모르는 것이 나오면 서점에 가서 확인할 정도로 알고 넘어갔다고 한다.

   

공부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복이었다. 도면 통에 정리한 노트를 넣어 다니면서 수시로 봤고, 긴 이어폰을 만들어 자주 교육방송을 들었다. 길을 가면서도 듣고, 자전거를 타면서도 공부를 했다. 개념 위주로 이해를 하면서 점차 깊이 있게 공부했다고 한다. 성문영어 등 기본서는 100번 이상 읽었다. 그러다 부족한 공부 시간을 늘리고 싶어서 아예 일하던 주유소에서 숙식을 함께 했다.

 

5년을 공부한 끝에 수능 기출문제 기출 모의고사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었고, 전년도 행정고시 기출문제도 최고 득점을 넘는 수준이 되었다. 대단한 집념의 결과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일까.

자신의 성적이 안정권에 오르자 이번엔 아이들의 성적이 하락하면서 학교 부적응자가 되고 결국 중졸로 마감 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자신의 꿈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벌어진 부자관계를 정상으로 돌리고자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런 아빠를 부끄러워하며 아이들은 피했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이들에게 서서히 다가갔고 함께 소양강 걷기 대장정을 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다고 한다. 공부를 하면서도 무리하지 않고 조금씩 공부시간을 늘렸고, 공부한 뒤에는 아이들에게 보상을 했다고.

대단한 것은 걷기대장정이 아닐까. 건강도 챙기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이후 검정고시를 치르고 대입을 치르는 과정들은 부자간의 신뢰와의 싸움, 인내력의 싸움이었다. 몇 번의 시험으로 자신감을 얻은 아이들은 스스로 목표를 정해 공부해 나갔다.

 

식탁 앞에 붙여 둔 자료들, 논술시험에 대한 촉, 부족한 과목에 대한 공부시간 배분 등 모든 것이 대단해 보인다.

 

부록으로 나온 삼부자 공부법에는 란체스터 제곱의 법칙, 전 과목 하루 공부법, 포모도로 학습법, 버리는 시간을 이용하는 쪽 공부법, 공부의 원리와 개념 잡기, 오답 노트를 버리고 그 자리에서 틀린 이유를 찾기, 직접 강의해보는 메아리 강의법, 한 권으로 정리하라, 나만의 공부법 찾기, 과목별 공부법, 수능시험별 대처법 등이 있다.

 

중졸 삼부자가 자신감과 자존감을 얻게 되고 서로 간에 신뢰를 회복하며 수능에서도 대박을 친 인생역전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아이에게 맞는 수준의 지도와 격려. 걷기로 건강도 챙기고, 소통을 하는 모습이 멋지다. 중졸의 노동자 아버지에서 자랑스러운 아버지로의 등극에 저절로 박수를 보내게 된다.

하루 한 끼만 먹고 아이들을 챙기고 공부를 가르치는 열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절실함과 의지, 노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인데......

그래도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반대로 누구나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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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10-03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하신 분 같아요.
모두가 이렇게 노력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노력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대단한 열정과 사랑을 품으신 분이네요.

봄덕 2014-10-04 04:29   좋아요 2 | URL
대단하신 분에 공감이요~
대단하신 가족들이죠~~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 본성 대 양육 논쟁의 전환점이 된 일란성쌍둥이에 관한 기록
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 / 알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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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브렌다/존 콜라핀토/알마]성에 대한 본성 대 양육 논쟁, 미국 판 제보자!

 

 

영화 <제보자>를 보면서 세상살이가 진실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줄기세포에 대해 발표된 연구결과가 진실이 아닌 허위 투성인데도 진실을 이기고 영웅의 탈을 쓰고 있는 조작 스캔들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이 부끄러웠다. 진실이 아닌 조작된 스캔들을 알리려는 이름 없는 제보자들이 지금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먹먹해지기까지 했다. 아직도 많은 조작들이 있지 않을까. 더 많은 제보자들이 거대한 벽에 부딪치며 암담해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참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시무시한 조작 스캔들이 미국의 유명한 대학병원의 저명한 학자에 의해서 자행되었다니, 누가 진실을 말한 들 믿어줄 수 있을까. 조작된 진실은 양의 탈을 쓴 괴물의 힘을 갖고 있는데…….

소설인 줄 알고 펼쳤다가 100% 진실이라는 사실임을 알고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다. 세상에 진실은 몇 %일까. 숨죽인 제보자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이 작품은 논픽션이다. 모든 대화는 심리상담 녹취 원고나 심리상담과 동시에 진행되었던 정신과상담 기록, 그리고 증인 혹은 당사자가 기억하는 말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유려한 서술이나 분위기나 기타 소설에 준하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낸 대화나 장면은 하나도 없다. -일러두기에서

 

브루스로 태어나 브렌다로 살다가 데이비드로 살아가는 한 남자의 실제 이야기다.

 

30년 전, 쌍둥이로 태어난 생후 8개월의 아기가 포경수술을 받다가 잘 못 돼서 성기를 통째로 잃게 되었다. 부모는 유명한 성 전문가를 찾아 존스홉킨스병원의 존 머니 박사를 찾았다. 성전환수술을 받으면 된다는 그의 이야기에  젖먹이 아기는 남자에서 여자가 성전환 했다. 그리고 12년 동안 여자로 살았지만 자신은 처음부터 남자라는 느낌뿐이었다고 한다. 정상적인 여자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 교육과 호르몬 치료까지 받았지만 결코 여자라고 느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젖먹이 시절 강제로 부여된 성전환으로 브렌다는 물론 온 가족이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성정체성에 고민하며 우울하게 지냈던 소녀는 자신이 원래 남성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듣고 수수께끼가 풀리는 기분이었다고. 그리고 만 18세가 되면 남자로 살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의 아빠로 살고 있다.

 

문제는 이 쌍둥이케이스가 당시 의학계에서 획기적인 성공사례로 왜곡 보고되었고 의학 교재나 사회학 교재에 실리는 의학 사례가 되었다. 이 연구는 영아기에 처음으로 성전환수술울 받은 남자아이, 통계학적으로 희박한 확률의 의료사건, 일란성쌍둥이 연구, 성이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으로 결정된다는 증거,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에 불을 지피는 근거, 생식기 손상 시 일반적 치료법의 가능성 대두 등 많은 부분에서 획기적인 자료로 널리 이용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에 관여한 임상심리학자 존 머니 박사는 금세기 최고의 성 전문가가 되었다. 이 연구는 그의 40년 연구 사상 최대 업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성 전문가들의 라이벌 경쟁의식도 있었다고 한다. 성정체성의 문제가 양육이라고 본 머니와 그에 반해 본성이라고 본 다이아몬드와의 경쟁이었다. 물론 승리는 유창한 말솜씨와 카리스마, 미디어 전략이 뛰어난 존 머니의 압도적인 승리였기에 브렌다의 고통은 30년이나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BBC에서 이 사실을 고발하고자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했을 때, 논란이나 논평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학계나 언론에서 무반응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존 머니의 자리는 철옹성이었고 그 위세는 대단했다고 한다. 30년 뒤 그런 사실이 1997<롤링 스톤> 12월 호에 실리면서 세상의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성 정체성과 성 지향성은 주로 신경생물학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환경이나 교육으로 쉽게 고칠 수 없음을 확신하게 되었지만 머니라는 거대한 벽에 감히 도전하기 어려웠다는 다이아몬드. 머니와 다이아몬드와의 케케묵은 앙숙관계 때문에 모든 학술지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며 밀턴 다이아몬드와 키스 시그먼드슨의 연구결과들을 퇴짜 놓기까지 했다. 그래서 쌍둥이케이스의 실상을 학계에 보고하려는 시도를 수차례 포기했다고 한다. 머니는 거물급 인사였고 상대는 존스홉킨스였기에.

존스홉킨스에서 시작된 중성 환자 치료법의 위험성을 의학계에 알린 제보자들은 법적인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 한 의학계의 이런 오류는 계속 될 수도 있다며 행동에 나섰다고 한다.

   

이 책은 19976월 캐나다의 어느 중산층 가정인 데이비드 라이머의 집에서 1년 동안 100시간 이상을 인터뷰하고 병원 자료, 법률 서류, 상담 자료, 지능 검사 결과, 아동상담소 보고서 등을 모아 발표한 대기록이다. 머니와 다이아몬드의 비릿한 과학전쟁, 믿기지 않는 의학계의 과도한 경쟁, 의사들의 파렴치한 윤리, 여자가 되기 싫다는 남자 아이의 이야기다.

책에서는 브루스로 태어나 브렌다가 데이비드로 바뀐 이야기 외에도 다른 경험자들의 사례도 있다.

 

일란성쌍둥이로 태어난 한 남자 아이가 포경수술 도중에 사고를 당한 것도 끔찍하지만 존스홉킨스대 유명한 성 전문 의사인 존 머니의 파렴치한 논문 조작은 더욱 경악하게 한다. 여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아이를 어떤 교육이나 약으로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 인간의 성이 환경의 영향보다 본성적인 유전법칙임을,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이는 성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책이다. 남자로 태어나 여자로 성전환을 했고 다시 본래의 남자로 돌아간 그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거대한 괴물과 싸워야 했다니. 자신의 마음을 숨기며 연극하며 살았던 얼음판 같던 세상이 얼마나 족쇄였고 지옥이었을까. 그가 숨죽여 살아야 했던 세월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해야 하는 걸까.

    

 

 

데이비드가 여자 아이로 성전환한 근거도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의 이론, 즉 어린 아이는 남근의 유무에 따라 정신적으로 건강한 남자 혹은 여자로 발달할 수 있다는 이론 때문이었다니. 물론 요즘 주요 신경생물학자들은 가장 중요한 생식기는 성기가 아니라 뇌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잘못된 이론이 저명한 학자의 이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불가항력의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 지식과 정보가 많이 공개되고 있는 21세기에 일어난 일이라니 더욱 당혹스럽다. 영화 <제보자>보다 더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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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 시인동네 시인선 18
박미란 지음 / 시인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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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박미란/시인동네]마음으로 공감하는 시, 생을 사랑하게 되는 시~

 

 

 

멀리 뛰기 위해선 웅크림이 필요하지.

오래 달리기 위해서도 예열이 필요한 법이지.

소설가는 소설로 인생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시인은 시로 삶을 말해야 한다고 누가 그랬을까.

삶을 문장으로 만들어내고 인생을 시어로 갈고 닦은 내공들은 세월이 지나면 나이테처럼 연륜으로 나타나는 걸까.

 

박미란 시인의 시집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데......

인생을 걸만한 걸 찾은 이는 진정 아름답겠지. 그녀처럼.

 

 

창문은

곧 터질 물집처럼

 

제 속을 보여주고 있다.

 

창문이 수차례 일렁인다.

오랜 적막을 터트리고 싶은가보다.

 

태어난 그날부터

횟배 앓는 저 창문 너머

 

손 뻗어도 만질 수 없는 것들이 아름답다. -시인의 말전문

 

 

겨울잠을 자도 한참을 잤을 세월을 지나

여러 겹의 허물을 벗기며 내는 시인의 노래가 눈물겹다.

아니지. 그저 공감백배. 나도 그런대.

 

봄날 매운 파밭에서,

 

찜통 같은 공장 바닥에서,

 

눈 내리는 쓰레기더미에서,

 

어느새 저 높은 곳까지 쫓아갔을까

 

밤중에 잠깐 올려다본

 

서쪽 하늘가엔

 

시리고 서러운

 

엄마 발목이 걸려 있다. -반달전문

 

지나봐야 아쉬운 줄 안다지.

흘려보내야 놓친 것을 안다지.

그래도 어때~!!

희로애락애오욕.

그조차도 인생인걸.

 

눈꽃이 꽃이라면 얼마나 눈꽃

장미가 장미라면 얼마나 장미

 

눈은 잠시 왔다가 가고

장미는 때때로 기별이 없다

 

눈꽃이 꽃 아니라면 얼마나 장미는 먼가

장미가 장미 아니라면 얼마나 눈은 찬가

 

바람을 밟으며 죽은 장미가 눈꽃으로 피어난다 -장미는 기별이 없다전문

 

 

삶의 여운이 물결치는 호수 같은 시,

깊이 있게 우러나는 곰국 같은 시를 만나니,

나도 흉내어치가 된 기분이다.

오늘만큼은 모킹제이다.

오늘만큼은 도토리 저장고로 향하는 숲 속 어치다.

 

가을엔 사랑하게 하소서라던 김현승처럼,

모든 죽어가던 것들을 사랑하겠다던 윤동주처럼

찬바람이 스치는 계절에 시 한수를 읊조리니

어쩜, 생을 사랑하는 맘 절로 생길까.

희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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