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고 독한자들 전성시대 - 세상을 주무른 영리한 계략
쉬후이 지음, 이기흥.신종욱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뻔뻔하고 독한 자들 전성시대]세상을 주무른 영악한 자들의 수법들, ~

 

 

중국은 넓은 땅, 거대한 인구만큼이나 지도자도 많다. 알려진 인물들도 많지만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인물들도 많으니 말이다. 그 중에서 악독한 자들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뻔뻔하고 사악한 간신들은 또 얼마나 지독했을까.

 

이 책은 중국을 쥐락펴락했던 지도자 중에서 사악한 이들만 골라 쓴 것이다.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이야기를 읽으니 비린내가 진동한다. 모르는 이름들이 많지만, 속이 불편할 정도로 사악한 이들이다.

 

가장 시선을 끈 대목은 자식마저 요리로 바쳐 권력을 얻은 역아(易牙)이다.

 

역아는 춘추시대 제나라 사람으로 당대 최고의 요리사, 환공의 전용 요리사였다. 물맛까지 구별해내는 신의 혀를 가진 요리사로 이름을 날렸지만 욕심이 많은 간신배였다.

 

당대의 제일가는 요리사라는 타이틀이 독이었을까. 아니면 마음에 커다란 욕심이 내재되었던 걸까.

춘추시대였기에 나랏일에 시달려온 환공은 늘 불면증에 시달렸다. 하지만 역아가 요리한 음식을 먹으면서 환공의 불면증은 치유된다. 그리고 역아는 환공의 총애를 얻게 된다.

음식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는 걸까. 불면증을 치료한 환공은 매일 올라오는 다른 음식들의 맛에 길들였던 걸까. 환공은 늘 새롭고 기이한 음식을 맛보면서도 사람고기가 멋있다는 말을 흘리게 된다. 그리고 역아는 즉시 자신의 아들을 삶아 환공에게 바치게 된다.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자신에 대한 충성이 더함을 안 환공은 감동의 눈물까지 흘렸을 정도다. 이로 인해 역아는 환공의 총애를 더욱 받게 된다.

 

하지만 명재상 관중이 죽기 전, 환공에게 올린 충언은 역아를 조심하라는 거였다. 관중은 자식을 요리한 역아, 스스로 자신을 거세해 환공을 섬긴 수초, 위나라의 태자 자리도 마다하고 제나라로 온 개방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라고 충언한다. 중부(작은 아버지)로 부르며 존경하던 관중이었기에 그의 유언대로 환공은 자신이 아끼던 세 사람을 내쫓는다. 하지만 환공의 불면증이 도지고 입맛을 잃게 되면서 다시 세 사람을 불러들이게 된다.

 

이후 환공의 병이 깊어지자 세 사람은 반란을 일으켰고, 환공은 관중의 유언을 생각하며 부끄러운 마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재상인 관중의 죽음 후 권력욕에 사로잡혀 환공을 배신했던 역아는 개방, 수초와 함께 권력을 장악한 뒤 나라를 어지럽혔다고 한다.

 

권력에 눈이 어두워 자신의 아들을 삶아 바치다니. 남은 자식들이 얼마나 벌벌 떨었을까, 자식을 팔아버리는 미친 권력욕에 아연실색할 정도다. 제정신인가. 관중의 말대로 자식을 아끼는 것, 자신을 아끼는 것은 인지상정인데…….

 

역아와 관련된 성어로는 옹무변미, 역아팽자가 있다고 한다. 雍巫辨味는 역아(옹무는 역아의 다른 이름)를 요리사의 선조라는 인식을 확고하게 심어준 말이고 易牙烹子는 직계친족을 제물로 바쳤다(역아가 아들을 삶았다.)는 말이라고 한다.

 

책에서는 공권력을 이용해 대부호가 된 석숭, 형제를 독살하고 황제가 된 조광의, 미녀를 위해 나라와 친족을 버린 무신, 잔인한 고문으로 세상을 뒤흔든 삭원례, 살인을 놀이로 여긴 폭군 고양, 황제를 대신해 공포정치를 펼친 유근, 속임수와 책략의 대가 가사도, 조서를 위조해 황제를 바꾼 조고, 황제를 농락해 공주까지 얻은 난대, 딸을 황후로 만들어 권력욕을 채운 곽씨, 출신을 속이고 세금까지 휩쓸어 간 유황후, 자식마저 요리로 바쳐 권력을 얻은 역아, 재상을 향한 야망에 인륜을 저버린 오기 등 13명의 악한 중국 지도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인물 이야기 뒤에는 역사 속의 뻔뻔하고 독한 자 이야기도 있고, 역사서의 기록들도 추가되어 있다.

 

밤을 삼킨 별이 지상을 비추듯

악을 삼킨 선이 세상을 이끈다. (255)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한 밀고, 대단한 살기, 무섭기까지 한 교태 등의 바탕에는 권력욕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본다. 권력이 뭐기에....악행으로 얻은 권력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 법인데…….

비릿한 피 냄새에 속이 거북해진다.

 

중국 역사에서 등장하는 뻔뻔하고 독한 자들의 이야기는 사료를 참조하여 내용을 서술했고 날카로운 해석과 역사 자료들이 들어 있기에 스토리텔링 형 인물사다. 소설처럼 읽히는 맛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움 받을 용기/인플루엔셜]아들러의 개인주의 심리학은 용기의 심리학~

 

 

예전에 심리학책의 한 자락에서 만났던 알프레드 아들러. 그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끌려 정신분석학자가 됐지만, 결국 독자적인 노선을 걸으며 개인주의 심리학을 만든 의사로 기억한다. 한때 제 1대 빈 정신분석학회 회장을 할 정도로 프로이트를 따랐지만 성 본능에 중심을 둔 프로이트에 반대하면서 정신분석학회를 탈퇴한 소신 있는 심리학자로 기억한다.

 

그 이후론 아들러에 대한 책을 처음 접한다. 시대가 그를 불러내는 걸까. 요즘 아들러에 관한 책들이 나오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미움 받을 용기.

책의 부제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이다.

 

책에서는 아들러의 이론에 기초해 인생의 과제, 인정욕구, 과제의 분리, 타자공헌, 공동체 감각, 자기수용, 용기 등의 개념을 설명한다.

재미있는 건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 형식이라는 점이다. 철학자와 청년,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단조로운 느낌보단 참신하고 읽기 편하다. 마치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이나 쉽게 쓰인 심리학 시나리오 같다.

 

철학자는 세계가 단순하다며 포문을 연다. 자신이 변한다면 행복해지는 세상이기에 그렇게 세계는 단순하다는 논리다.

 

-내 대답은 같네. 세계는 단순하고 인생도 그러하지.

-그것은 세계가 복잡해서가 아니라 자네가 세계를 복잡하게 보고 있기 때문일세.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주관적인 세계에 살고 있지. 객관적인 세계에 사는 것이 아니라네. 자네가 보는 세계와 내가 보는 세계는 달라.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세계일 테지. (책에서)

 

단순한 세계의 예로 제시하는 우물의 온도 이야기가 재미있다.

우물의 온도는 1년 내내 18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사시사철 일정한 온도의 우물물이지만 여름에 마실 때는 시원하게 느껴지고 겨울에 마실 때는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우물의 온도가 달리 느껴지는 이유엔 인간이 주관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과학 서적에서 읽은 동굴의 온도도 이와 비슷한데......

동굴의 내부 깊숙한 온도는 그 지역의 연평균 온도와 같다. 주관의 세계에서 보면 동굴 내부가 여름에는 시원하게 느껴지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그러니 아들러의 결론은 나만 변하면 되는 거다. 변해야 행복해지고, 변하지 않는다면 고통의 번뇌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열등감의 총체인 인간이 행복하려면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말엔 공감이다. 하지만 변하고 싶어도 현실에서의 변화는 어려운 법인데......

 

-인간은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책에서)

 

인생이란 타인에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아들러에 따르면 인간은 목적을 따라 사는 인간이기에 현재의 목적이 운명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아들러 이론에서는 트라우마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과거에 지배받지 않는 삶이며, 현재의 목적에 따른 불안의 고착화로 분노가 생길 뿐이다.

 

트라우마 이론으로 대표되는 프로이트의 원인론은 형태만 다른 결정론이자 허무주의의 입구일세.(책에서)

 

 

아들러는 인간은 과거의 트라우마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연히 스스로 정한 목적론에 따라 움직인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책에서)

 

아들러에 의하면 결국 불행도 행복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스스로 고쳐나가는 삶, 목적에 이끌리는 삶, 스스로 선택하고 목적을 삼고 변하는 삶, 용기 있는 삶을 지향하는 것이 아들러의 개인주의 심리학이니까.

 

우리를 괴롭히는 열등감은 어디서 온 것일까. 아들러에 의하면 외부가 아닌 내부세계에서 온 다고 한다. ‘객관적 사실이 아닌 주관적 해석에서 온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랑도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변명도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니 열등감은 다분히 주관적인 것이다. 진정한 열등감은 타인과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나와 비교해서 생긴 것이라니, 공감이다. 매사에 나만 바뀌고 내 생각만 바뀌어도 많은 것이 달라지는 세상이니까.

아들러 심리학은 그리스철학과 동일선상에 있는 사상이자 철학이라네. (책에서)

 

소크라테스처럼 철학자가 청년에게 대화와 문답을 통해 용기의 심리학을 깨치게 돕는 가정들이 흥미롭다. 청년의 주변인들의 사례를 통해 아들러의 심리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독특한 책이다. 심리학자나 정신분석학자가 아니라 철학자가 청년과의 대담에 나섰다는 것도 특색 있다.

    

책에서는 아들러의 심리학의 핵심 개념이자 가장 평가가 엇갈리는 이론인 공동체 감각’, 용기 부여의 과정, 스스로 가치 있는 사람 되기, 자기수용, 타자공헌, 인생의 조화, 행복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화체로 설명되어 있다.

 

아들러의 이론이 개인주의 심리학인 줄만 알았지 용기의 심리학인 줄은 처음 알았다. 스스로 목적을 정해 용기 있게 변화를 이끄는 삶인지도 처음 알았다. 문답법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은 아니다. 하지만 청년의 질문에 답하기도 하고 반론하기도 하는 철학자의 모습에서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보인다. 아들러의 이론이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철학과 통하듯이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트-영화 시사회 후기 /이웃에 따뜻한 관심을 돌리게 한 영화다!~~

 

예스24 영화 시사회 당첨은 처음이다.

 전국 시사회였기에 호기심에 신청했는데 덜컥 당첨이 된 것이다. 고맙게도 영화관이 바로 옆에 있기에 더욱 좋았다는......예스24의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한 밤이었다.

 ;

 

 

카트.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김강우, 도경수, 황정민, 천우희 등 배우들의 열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본 영화다. 특히 염정아는 얼굴에 기미를 그려 넣으면서까지 현실감 있게 보이고자 노력했다는 영화다.

 

주 내용은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약기간 중에 회사로부터 해지통보를 받으면서 노동운동에 무지했던 이들이 행동하게 되는 이야기다.

 

 

대형 마트인 더 마트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일하는 건 같은데 월급이나 처우가 다르다. 그러니 똑같이 일해도 자존심이 상하고, 똑같이 일해도 왠지 움츠려든다.

그래서 모두들 정규직으로 올라갈 날만 기다리며 열심히 일할 수밖에....

하지만 회사는 계약 기간 중인데도 비정규직 사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해버린다. ...!!

 

비정규직 노동자에는 청소경력 20년 인생의 순례 할머니(김영애),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하는 싱글 맘 혜미(문정희), 남편이 해외파견 중이기에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선희(염정아), 유머 있고 입심 좋은 아줌마 옥순(황정민) 등이 있다.

 

문제가 생기면 누군가가 나서야 하는 법!

역시 아이를 유아원에 보내는 싱글 맘 혜미가 앞장서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모은다. 부당한 사실을 알고 회사에 자신들의 의견을 알리고자 하지만 회사는 외면해 버린다. 그래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고......그래도 회사는 이들을 투명인간 취급한다.

 

기다리다 지친 이들은 결국 시위를 하게 된다. 부당해고라고..... 하지만 회사는 일부 노조원들을 설득해 시위를 해체하려고 하거나 일부 노조원들에게 복직시켜주겠다고 회유를 하기 시작한다. 결국 공권력이 개입되면서 노조 간부들을 제외한 나머지 노조원들만 복직하게 되는 조건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노동권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던 이들이 힘든 노동쟁의를 하게 되는 과정들이 눈물겹게 그려진 영화다.

 

토론토 국제 영화제, 부산 국제 영화제, 하와이 국제 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 초청되었다는 영화다.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다룬 영화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마트의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일방적 해고에 대한 문제를 다룬 영화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비정규직의 애환, 회사의 횡포를 생각하게 된다.

세상은 늘 갑과 을의 관계로 맺어지지만 자신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영화다. 부당함에 맞서는 을의 용기와 당당함에 박수를 보내게 된 영화다.

세상엔 얼마나 많은 부당 해고자들이 있을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되고.... 착잡했던 영화다.

잘 만든 영화, 세상과 이웃에 따뜻한 관심을 돌리게 하는 영화, 추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슈만, 내면의 풍경
미셸 슈나이더 지음, 김남주 옮김 / 그책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슈만 내면의 풍경]슈만, 고통과 슬픔과 광기가 음악적 천재성으로 승화되다~

 

 

피아노곡으로 유명한 독일의 슈만. 스승의 딸 클라라와의 사람으로 유명한 작곡가 슈만. 그의 음악 작품 속에서 고통과 슬픔과 광기가 휘몰아치며 음악적 천재성으로 승화된 줄 처음 알았다.

 

슈만의 어린 시절과 그의 성장 과정이 그의 고통과 광기, 음악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누구나 어린 시절의 상처와 기쁨은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미치니까.

 

슈만은 181068일 독일 색소니 쯔비카우에서 서적 출판과 문필에 종사하는 아버지와 집착적인 증세를 가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7세에 교회의 오르간 주자로부터 기초교육을 배운 뒤 스스로 작곡하는 경지에 이른다. 16세에 아버지의 죽음이후 어머니의 음악 방해는 계속된다. 그는 어머니의 권고로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법률 공부를 하지만 피아노를 놓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본 그의 어머니는 그를 하이델베르크 대학으로 옮기게 한다. 하지만 하이델베르크 대학교는 그에게 운명의 장소가 된다. 그는 비크 박사에게 피아노를 배우면서 어머니를 설득했고, 본격적인 음악 공부와 연주를 하게 된다. 하지만 열정적인 피아노 연주로 손가락을 다치게 되자 슈만은 작곡과 지휘, 평론에 심취한다.

비크 박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슈만은 그의 딸 클라라와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 이후에 183곡의 가곡을 작곡하게 된다. 그 결과 평소 슈베르트를 존경한 그는 슈베르트를 능가하는 가곡을 발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는 라이프치히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체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멀리 남겨두고 온 피아노와 줄곧 읽고 있던 작가 장 파울 리히터뿐 이었다. 고민이 어찌나 심했던지 어느 날 그는 자신이 미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59)

 

하고 싶었던 피아노, 음악공부에 대한 미련이 이토록 강렬할 정도였으니, 그 때 미치지 않은 것이 대단하지 않은가. 본격적인 음악공부를 한 이후로 제1<아베크 변주곡>을 작곡한 이후 1840년 까지는 피아노곡만 작곡할 정도로 피아노 생각뿐이었다.

 

슈만의 음악에는 비통하고 암담한 내면이 음악으로 승화되었다는 특징이 있다는데.

누구에게나 오는 고뇌이지만 유독 그가 더욱 고통스러워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가의 예민한 감수성 탓일까. 온 우주의 소리와 움직임이 음악으로 들렸던 천재성의 결과일까.

 

누군가 나를 검은 베일과 휘장으로 둘러싸고 파묻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상태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75)

 

그의 일기에서 자주 나타난다는 이 말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슈만의 내면을 보게 된다. 죽음의 불안을 느끼며 삶과 작별하려는 내면, 이미 유령의 존재나 저승사자의 존재를 가까이서 느낀 걸까.

 

슈만은 어머니의 집착적인 기질, 가족들의 이른 죽음에서 충격도 받았으리라.

정신병으로 죽은 누나, 형과 형수의 죽음 등 주변 사람들의 연속적인 죽음으로 그는 정신착란과 강박증세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의 우울증은 점점 악화된다. 결국 그는 라인 강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물론 구출되었지만 말이다. 그는 그의 작품인 <유령 변주곡>의 마지막 곡을 베껴 쓰면서 집을 뛰쳐나갔다는데…….

 

유령변주곡속에서 슈만은 모든 통사적 규칙 너머에 있다. 그는 마치 이질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진 음악 언어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마치 이 세상 너머에 있는 것처럼, 음악 너머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26일 일요일 유령변주곡을 기보해놓고 그는 자신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달라고 청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라인 강에 몸을 던졌다. (28~29)

    

이후 그는 정신착란증 증세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클라라와 떨어져 살았고 최후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클라라의 품에 안길 수 있게 된다. 클라라는 슈만과의 재회 이후에 유령변주곡을 다른 작품과 분리되어 폐기처분한다. 1939년에 이르러서야 유령변주곡은 출판된다. 그의 죽음만큼이나 유령변주곡도 고통의 과정을 겪은 것이다.

   

밤마다 폭풍우 치듯 천사가 다녀가고, 광풍이 몰아치듯 악마가 다녀가는 날이면 그는 광기 가득한 음악을 만들었으리라. 그렇게 광기가 음악을 낳았지만 그 음악이 다시 그를 광기의 세계로 데려가는 생활의 반복이 그의 음악을 일으켰으리라.

    

슈만의 피아노곡에는 마음에 대한 끊임없는 분리 같은 것이 존재한다. 인간의 기분과 유머를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다시 유머를 풍자와 조롱으로 나누고, 기분을 고양과 침체로 나누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이런 양분은 형식과 리듬과 주제 모두에 적용된다. (122)

 

슬픔과 쾌활함의 의인화가 서로 반복되며 슈만의 작품에 드러난다니, 편집증적인 광기가 극단의 감정을 표출하며 작품 속에서 살아있다니. 유모레스크는 일주일 동안 피아노 앞을 거의 떠나지 않은 채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면서작곡되었다니. 책을 읽으면서 글자 사이의 뜻, 행간의 의미를 파악해야 하듯, 음표 사이에서도 슈만의 감정의 흐름을 느껴보라니.

 

-내가 비밀을 갖는다고 해서 괴로워하지 마. 친애하는 클라라, 그건 내 고통의 내밀한 이야기야. -슈만

-로베르트는 가엾게도 극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그에게는 모든 소리가 음악으로 변해서 들리는 모양이다. - 클라라

    

음악으로 모든 고통을 잠재웠던 독일 낭만파들과는 달리 슈만에게 음악은 고통의 표출이요 , 고통의 극단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슈만의 삶은 노래와 고통 사이의 경계가 없는 삶이었다. 모든 소리가 음악으로 인식되던 작곡가였다.

 

하늘의 창문들 열려 있고

영혼, 밤으로부터 풀려났다.

폭풍우, 우리 땅을 압도해

대화를, 언어를 삼켜버렸다.

수많은 과도한 언어를, 그리하여

그 잔해가 굴러다닌다.

이 시각까지 -휠덜린 <가장 가까운 최고> (115~116)

 

평범한 에세이와 다르다. 휠덜린의 시구를 7개의 장의 제목으로 삼고 슈만의 광기와 그의 음악적 내면을 그려냈다. 슈만의 전기적인 요소에다 작품 해설의 요소, 예술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정신분석적인 요소들이 혼재하는 에세이다.

 

슈만의 음악 작품들인 유모레스크, 환상곡, 클라라 비크의 주제에 의한 즉흥곡, 사육제, 크라이슬레리나, 다윗동맹춤곡, 아베크 변주곡, 새벽의 노래 등의 작품 해설과 작품 속에 드러난 슈만의 내면 풍경을 비교하는 글이다.

 

슈만의 음악이 소멸의 음악인 이유들, 슈만을 괴롭혔던 불안 심리, 밤에 대한 강박증, 편집증 등이 음악으로 승화된 과정들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슈만 음악의 애호가인 미셀 슈나이더가 작가이자 평론가, 음악이론 전무가, 정신분석학자로서의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된 책이다. 슈만의 음악성에 바치는 오마주다.

 

천재와 광기는 통하는 걸까.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을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음악으로 분출했으니 말이다. 그는 음계를 따라 고통을 각인시키고 천부적인 음악적 끼를 음표에 새겼으리라.

 

슈만의 작품 속에 그의 고통이 스며들고 광기가 번득인다면 그의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도 광기가 전이되지 않을까. 광기는 점염성이 강할 텐데…….

 

누구나 피와 땀으로 작품을 완성하지만 유독 슈만은 고통의 피로 완성하게 된 것 같다. 고통이 승화된 음악들은 본능적인 끌림이었을까. 아니면 몰입과 감정이입의 산물이었을까.

비통하고 암담한 내면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슈만의 음악 이야기가 가슴을 절이면서도 경이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어살롱 그 남자애 새움청소년문학 2
정지혜 지음 / 새움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헤어살롱 그 남자애/정지혜/새움]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잘 생긴 소년의 이야기~

 

정신없이 살다보면 홀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몰입해서 책을 읽다 보면 홀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헤어살롱 그 남자애>가 딱 그런 경우다. 귀신에 홀린 기분, 뱀파이어에 홀린 기분이랄까. 처음엔 유쾌한 글발에 끌렸고 다음엔 뒷얘기가 궁금해 홀렸던 이야기다.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그 남자애, 어딘가에서 잘 생긴 인간의 모습을 한 채 밥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있지 않을까.

    

 

 

 

 

 

이야기의 시작은 그 남자애가 허름한 동네 헤어살롱에서 커트를 하면서 일어나게 된다. 그 남자애(장필승)는 비현실적인 출중한 외모에다 뛰어난 집중력으로 고3인 현재까지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운동도 잘하고 예의도 바르지만 친구가 없다는 게 유일한 흠이다. 그의 외모는 늘 눈에 띄기에 허름한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 정도는 타인에 대한 약간의 배려인 셈이다. 너무 완벽하면 친구들에게 미안해지니까.

 

허름한 동네 헤어살롱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콧소리를 내는 미용사는 필승의 얼굴을 보며 남자애의 가족들을 알고 싶다고 한다. 하긴 빨간 스포츠카를 모는 멋쟁이 엄마, 배우 얼굴 빰 치는 아빠, 패션너블에 최고의 지성미를 겸비한 누나. 얼굴이 패션의 완성이라며 허름한 패션을 즐기는 필승, 이들 가족은 모두 비현실적 비주얼을 자랑한다.

 

어느 날, 선글라스를 낀 헤어살롱아줌마가 할 말이 있다고 남자애의 집을 찾아온다.

 

- 저는, 뱀파이어예요.

-뱀파이어 되고 싶은 생각 없어요? 난 이 가족이 마음에 들었는데.

 

뱀파이어 아줌마는 그 남자애 가족들 앞에서 밥을 먹는 뱀파이어 이야기, 뱀파이어의 미래를 위해 아름다운 유전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는 뱀파이어 이야기를 주절거리다가 간다.

 

더 이상 늙지 않는다는 말에 혹해 주름살 없는 인생을 살고 싶은 엄마는 뱀파이어가 되고 싶다는데...... 뭐 엄마의 미모가 누나의 미모에서 꿀리는 건 나이와 주름이라나 뭐라나.

 

어쨌든 헤어살롱에서 이들 가족이 뱀파이어 거행식을 하려던 찰나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헤어살롱 아줌마를 붙잡아 가면서 사건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뱀파이어 거행식 날 그 헤어살롱에서 병에 든 빨간 피(?)를 마신 이후로 남자애는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소망이 생겨나고, 누나가 즐겨마시던 커피점 파란 코끼리형의 사라짐, 형처럼 누나는 파란 코끼리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나고, 갑자기 뱀파이어 수장이라는 아빠와 백색증으로 왕따로 시달렸다는 파란 코끼리형의 고모의 관계가 밝혀지고, 남자애를 미행하던 전봇대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왕따와 친구의 소중함, 외로운 사람들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가 오싹한 뱀파이어 전설과 함께 상쾌하게 그려진다.

인간과 섞여 살아가는 뱀파이어 이야기가 이리도 유쾌할 줄이야. 한여름밤의 꿈 같이 귀신에 홀린 분위기에 취해 읽은 책이다. 뱀파이어가 되고 싶었던 그 남자애, 어딘가에서 잘 생긴 인간의 모습을 한 채 수능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ㅎㅎㅎ

 

 

*새움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한우리북카페 서평단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