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달리다 -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의 90년대 청춘송가
배순탁 지음 / 북라이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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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을 달리다/배순탁/북라이프] 90년대의 뮤지션 열다섯 명에 대한 이야기…….

 

음악이 없는 인생은 앙꼬 없는 빵이요, 향기 없는 꽃, 단맛 없는 꿀이다. 클래식이든 대중음악이든 말이다. 예전에는 음악을 끼고 살았는데, 요즘엔 예전만 못하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걸까.

대중음악에 대한 에세이를 만났다. 청춘을 달리다.

부제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순탁 작가의 90년대의 청순송가.

 

 

 

 

 

 

1990년대의 뮤지션 열다섯 명에 대한 이야기다.

신해철, 이승열, 015B, 크라잉 넛, 이적, 윤상, 이소라, 허클베리 핀, 이승환, 자우림, 서태지, 언니네 이발관, 백현진, 윤종신, 유희열……. 다 알 만한 사람들이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뮤지션은 아무래도 시대를 앞서 간 선구자인 서태지다.

 

서태지.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청춘들의 시대.

 

대개의 경우, 강박과 욕망은 대상의 부재로부터 비롯된다. , ‘어른이 되고 싶다.’라는 강박이나 욕망은 그들의 시선에서 제대로 된 어른이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평론가들의 집단은 이걸 확대해석해서 청춘의 반항이나 신세대의 습격같은 뻔한 수식으로 갈무리해왔다.

서태지와 아이들 1<난 알아요>(1992)는 이에 대한 첫 번째 신호탄이었다. 1992년 그가 양현석, 이주노와 함께 이 곡을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처음 불렀을 때, 이 곡으로 인해 80년대와 90년대가 완벽하게 분리될지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80년대의 주어가 우리였던 데 반해 90년대의 주어가 였다. 전자가 정치적 연대의 시대였다면 후자는 취향을 공유하는시대였던 것과 동일한 이치다. (185~186)

 

그 때 TV에서 서태지의 그 장면을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연히 보게 된 장면이 너무나 신선해서 쭉 지켜봤을 정도였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이 굉장히 획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뭔가 획을 그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요에 대해 무지하지만 마음속에 담고 있던 것을 풀어내는 개운함을 주는 노래 가사와 활기찬 춤 동작이 이전의 노래와 달라도 많이 달라서 전율이 일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 당시 경연대회였기에 음악 전문가들의 평가가 별로 신통치 않아서 굉장히 놀랬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서태지와 아이들은 상상불가의 인기가도를 달렸는데…….

 

기성세대들이 넌 어려서 몰라.’라고 훈육하면 청춘들은 난 알아요!!’라고 외치는 것은 지구가 무너지지 않는 한 무한히 계속되지 않을까. 반항적이던 청춘조차도 나이 들어 기성세대의 위치에 서게 되면 여전히 다음 청춘들을 보며 넌 아직 뭘 몰라.’라고 하지 않을까. 그러니 청춘의 상징은 반항이라는 말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 이건 인류가 생긴 이래로 지속된, 앞으로도 변함없을 영원한 테마니까.

 

1990년대의 뮤지션 열다섯 명에 대한 이야기가 추억 속으로 데려다 준다. 이적의 <달팽이>는 삶에 대한 철학을 시적으로 읊조렸기에 굉장히 끌렸던 노래다. 이외에도 신해철, 이승열, 015B, 크라잉 넛, 윤상, 이소라, 허클베리 핀, 이승환, 자우림, 언니네 이발관, 백현진, 윤종신, 유희열 등 좋아했던 가수들인데......

 

 

저자는 음악작가이자 음악평론가인 배순탁이다. MBC 라디오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 <정준영의 심심타파>, KBS2TV <영화가 좋다>영화귀감에서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대중음악은 시대를 대변하고 그 세대의 목소리를 담은 저항시다. 때론 반항으로, 때론 울분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청춘의 몸부림이다. 때론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때론 미래를 보게 해주는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다. 그런 이유들로 우린 늘 음악과 함께 하겠지.

 

예전에 즐겨 듣던 노래에 대한 에세이를 읽고 있으니 마치 그 시절 음악이 들리는 듯하다. 그때의 추억들도 떠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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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영혼이 향기로웠던 날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으로 안내하는 마법
필립 클로델 지음, 심하은 옮김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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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필립 클로델/샘터]장자크 루소 상을 받은 프랑스가 인정한 산문…….

 

 

시대와 장소, 정치성을 넘어 존재하는 인간의 본질을 특유의 간결하고도 섬세한 문체, 강렬한 심리 묘사를 통해 추구해온 필립 클로델. 그는 냄새와 기억에 대한 향수와 삶을 다룬 산문집 <향기>에서 다시 한 번 그 공감각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이 책으로, 그해 가장 뛰어난 산문에 수여되는 장자크 루소 상을 수상(2013)했다. - 저자 소개에서

 

필립 클로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다. 프랑스 낭시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그는 2002년 아카데미 콩쿠르 회원이 되었고, 마르셸 파뇰 상, 텔리비지옹 상, 콩쿠르드 라 누벨 상, 르노도 상, 콩쿠르드 데 리세엥 상 등을 받았다. 그는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며 신인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받기도 한 프랑스의 지성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이라고 한다.

 

  

알코올이라는 태양 옆에서 비틀거리는 나방 같은 우리. 왜냐하면 거기,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깊은 신비 속에, 달궈진 꾸불꾸불 구리 미로 속에서 독한 술로 변하는 것은 바로 태양이니까. 금색 연보라색 과일들, 미라벨, , 퀘치, 야생자두라는 태양 말이다. (17)

 

술을 만들기 위한 증류기와 그 옆에 놓인 태양을 먹은 과일들만 봐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더구나 과일 향이 알코올로 변하면서 술 향에 취하는 어른들은 아찔한 기분에 젖어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과일로 만든 술 향은 그대로 태양의 향기다. 잘 익은 술에 취하는 농부들의 모습은 태양의 열기를 품은 행복한 모습이다. 태양의 기를 받은 술의 향기, 그 술을 마시고 얼빠진 목신이 되어 비틀거리며 자전거를 타는 풍경을 보니, 읽는 것만으로도 취기가 돈다.

눈을 감아버렸다. 그 애는 여전히 제 얼굴을 내 얼굴에 갖다 대고 입술을 찾고 있다.

찾았다.

입을 맞춘다.

우리 집에 있는 것과 같은 도프 샴푸로 감은 윤기 나는 머리카락.

하지만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달콤한 식물성 잼 같은 것, 사탕과 과자, 풀줄기와 대초원의 향기. 무어라 이름 붙일 수 없지만, 나를 덮쳐오는 그것.

나는 목으로, 입술로 행복하게 들이마신다. 내가 다시 키스한 바로 그 입술 위로. (23)

    

열두 살의 소년이 예쁜 소녀를 보고 숭배하듯 열병을 앓는다. 그러다가 친구네 생일파티에서 다른 아이인 뚱보 프랑지와 눈을 마주친다. 소년은 예쁜 소녀를 잊고 첫 키스를 한다. 초딩인데도 유럽 아이들은 빠르네. 빨라. 한국 아이들도 그럴까. 어쨌든 제법 어른 흉내를 낸 키스지만 첫 키스엔 아이다운 과일 향, 잼 향, 샴푸 향이 어우러진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맛이 아니라 잼 같이 달콤하고 풀잎처럼 푸른 향기가 도는 첫 키스다.

    

아이의 잠은 가장 자연스런 향기 속으로의 눈부신 추락과도 같았다. 연약하기만 했던, 애무와 젖, 웃음과 노랫소리, 밤새 지켜주고 달래주고 보호해주는 손으로 키워졌던 요람 속, 삶의 향기 속으로의 추락.

최초의 시간들의 향기, 부드러운 살결과 크림과 파우더의 향기. 달콤하게 재잘대던, 고요하고 평온하던, 늘 보호받았던 먼 유년기의 향기. (110)

 

자신의 딸이 잠드는 모습을 보며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여인의 세 시기> 속 잠든 아이를 떠올린 저자의 향기예찬이다. 그 속에는 아기 특유의 살갗의 향과 젖내의 향이 연약해서 부드러운 향으로, 편안해서 달콤한 향으로 그려져 있다. 유년의 향은 오래 전 누구나 가졌던 전설 같은 향기다. 아직도 조금은 남아 우리를 추억으로 이끄는 포근한 향기다.

 

 

모든 페이지에는 각각의 향기가 난다. 달콤한 과일의 향도 있지만 쿰쿰한 퇴비의 향도 있다. 향긋한 풀꽃의 향도 있지만 구릿한 외양간의 향도 있다. 농촌 들녘의 향도 있지만 도심 지하철의 향도 있다. 아기의 냄새도 있고 여성 성기의 냄새도 있다.

 

후각에 예민한 작가일까. 모든 삶을 향기로 표현해내는 작가다. 장자크 루소 상을 받은 프랑스가 인정한 산문이라니, 대단한 향기 에세이다.

 

냄새가 없는 사물도 있을까. 사물의 향기는 왜 존재하게 된 걸까. 향기에 대한 에세이를 읽으니 여기저기서 향기가 진동하는 것 같다. 계속 코를 벌름대거나 킁킁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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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레이 얼 지음, 공보경 옮김 / 애플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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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애플북스]뚱보 여고생의 울랄라 스토리~

 

십대들의 삶은 어른들의 상상 밖이다. 이 말은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말일 게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에도 요즘 애들은 말을 안 듣는다고 했던가. 어른들이 그런 말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외친다. ‘어른들은 도대체 우리랑 말이 안 통해요!!‘라고. 십대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십대들을 다룬 소설을 읽다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세대 차이는 영원한 인류의 숙제라고. 세대 간 공감은 어느 나라에서 건 과제라고. 어른들에겐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하지만 아이들은 열광하는 이야기를 만났다.

 

 

영국 십대의 이야기를 담은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영국 뚱보 여고생의 울랄라 스토리다. 영국 드라마 시청률 1위인 작품 < 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의 원작소설이라고 한다. 더구나 매드 팻신드름까지 일으킨 이야기라는데......

 

뚱뚱하지만 매력덩어리인 소녀 레이의 좌충우돌 일상이야기다. 남자를 밝히지만 그 조차도 사랑스러운 소녀의 일상이 코믹하게 그려져 있다. 현재 작가 겸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레이 얼의 자전적 소설이다.

 

163cm, 몸무게 92kg인 레이는 뚱뚱해서 건강관리 전문가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잠시 갇히기도 했다. 그녀는 열일곱 살에 정신병원에서 막 퇴원하고 이 일기를 썼다고 한다.

 

난 어쩌다 진짜 못돼먹은 인간일 때가 있다. 누구나 다 그렇지만. 가끔 나쁜 말을 하고 싶을 땐 이 일기에다만 쏟아놓는다. 남들 면전에 대고는 못한다. 난 온갖 더러운 소릴 다 들으며 살지만, 다른 사람들이 나 때문에 자기 방에서 엿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진 않다. 나 역시 그런 기분으로 살고 싶지 않으니까. (63)

 

 

레이의 일기에는 뚱뚱하고 정신 나간 주인공 레이, 열여덟 살에 오빠를 낳고 세 번째 결혼을 앞두고 있는 레이의 엄마, 상냥하고 이해심 많은 레이의 베스트프렌드 모트, 학교의 퀸카이면서 레이를 자주 괴롭히는 여왕벌 베서니, 학교의 킹카인 루크, 시크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 깊은 남자 레이의 로미오인 핀, 비밀이 많은 레이의 첫 남친인 해리 등이 등장한다.

 

난 키스를 했단 사실을 엄마에게 털어놓지 않았다. 엄만 화장실 변기를 통해서도 성병에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 그 예길 했다간 난리가 날 거다. (73)

 

이 정도의 표현은 약과다. 책 속에는 더욱 진한 표현들도 있다. 성에 대한 욕망, 딥 키스, 성 관계와 임신 등이 과감하게 표현되어 있다. 십대가 느끼는 성적 호기심, 피임약을 처방 받으러 병원에 가는 아이들, 술집에서 남자 친구들을 사귀는 이야기...... 유럽의 십대들은 벌써 어른 같은 느낌이다.

 

 

책에서는 스스로도 남자에 환장한 십대, 먹는 것에 조절이 안 되는 아이, 뚱녀의 기도를 읊조리는 아이, 음식을 먹고 나서는 목에 손을 넣고 토하는 메건, 볼 때마다 살 빼라고 충고하는 베서니, 베서니를 따라 술집에 간 이야기, 제대로 된 여자로 성장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여자로서의 욕망도 그려져 있다. 남자친구 해리와의 키스와 이별, 술과 담배, 공연과 파티, 다이어트와 학교생활, 엄마와의 충돌, 이웃집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 등도 있다.

 

뚱뚱해서 좌절하다가도 신나게 남자들에 대한 환상을 가지는 십대, 멋쟁이 핀과 데이트하는 상상 장면, 핀이 타주는 커피에 황홀해 하고 핀이 주는 싸구려 반지에 행복해하는 레이의 사춘기 일기다. 뚱뚱하지만 긍정적이고 유쾌한 열일곱 살 소녀의 일기다.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하지만 시트콤 같아서 유쾌하게 읽힌다. 어른들에겐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할, 십대들에겐 공감을 주면 열광하는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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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남자
이상훈 지음 / 박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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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남자/이상훈/박하] 천재 과학자 장영실과 천재 화가 다빈치가 만나다.

 

루벤스의 그림 <한복 입은 남자>를 기억한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노예로 팔려간 한 소년이 이탈리아에 정착했고, 그 소년이 자라 안토니오 꼬레아라는 이름으로 루벤스의 모델이 되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이라는 소설로도 나왔던 한복 입은 남자. 그는 정말 누구일까.

 

가제본으로 만난 <한복 입은 남자>는 상인이 아니라 과학자다. 우선 그가 입은 옷 중에서 철릭은 조선 초기 사대부들이 입던 옷이었기에 노예 소년이라는 기록도 맞지 않지만, 임진왜란 이라는 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시절에 살았던 다빈치의 노트에 그려진 비행기나 자명종 등의 기구들이 조선 최대의 과학자였던 장영실의 비차, 자격루와 너무나 비슷하다는 점이다. 장영실이 다빈치의 아이디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장영실은 한글 창제에도 관여했고, <칠정산내외편>에도 참여한 것은 물론, 해시계, 물시계, 간의, 혼천의, 갑인자, 신기전 등 많은 발명품을 만든 천재가 아니었던가.

그런 천재가 임금의 가마를 잘못 지었다는 구실로 곤장을 맞고 관직을 박탈당한 뒤 어느 날 갑자기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조선에 버뮤다 삼각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더구나 역사적인 기록에 철저했던 조선이었지만 유독 장영실의 관직박탈 이후의 기록이 전혀 없다니.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장영실은 유배 간 기록도 없고, 죽음에 대한 기록조차도 없다. 노비 출신에서 세종의 사랑과 인정을 받아 종3품 대호군의 지위까지 오른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었지만 그의 기록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실종상태다.

게다가 이탈리아에는 꼬레아라는 성을 가진 마을도 있다. 루벤스가 그린 <한복 입은 남자>와 관련 있지 않을까.

저자는 그런 의문에서 시작해서 조선 세종 때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실종, 세종이 그의 실종을 비밀스럽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 명나라 환관이었던 정화의 대원정에 장영실이 합류한 배경, 로마 교황청이 정화원정대를 배척하게 된 이유, 장영실이 피렌체에서 소년인 다빈치를 만나 교류한 이야기, 다빈치의 그림을 루벤스가 모사한 이야기 등을 소설로 펴냈다.

 

어떤 진리도 처음에는 부정되기 쉽다. 하지만 진리, 그 자체가 변화하진 않는다. 그것은 처음부터 있는 그대로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511)

 

잘 짜인 소설,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엘레나 꼬레아가 조상의 물건이라며 가져온 장영실의 비망록에서 출발해서 헌책방 주인 강배의 한문해석, 이탈리아에 있는 꼬레아 성씨에 대한 의문점, <한복 입은 남자>의 복식의 특징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장영실로 연결된다. 더구나 정화 원정대까지 연결되다니. 15세기 조선의 과학자 장영실이 유럽으로 건너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교류하다니.

 

소설이지만 사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생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세계의 역사는 새로 써야 하는데……. 소설이라고 해도 멋진 아이디어에 전율이 흐른다.

 

 

조선 복식사를 찾고, 사료를 찾고 그림을 분석하고 상상을 구체화하여 소설을 준비하는데 무려 10년의 공을 들인 소설이라고 한다. 역사 속에서 하루아침에 실종된 천재 과학자 장영실 미스터리를 읽은 느낌이다.

 

장영실이 지금의 비행기를 본다면, 지금의 시계를 본다면, 물시계와 비슷한 윈리로 돌아가는 인형 시계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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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의 조건 - 군림할 것인가 매혹할 것인가
이주희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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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의 조건/이주희/MiD] EBS 다큐프라임 6부작, 강대국의 비밀

 

몇 천 년의 역사 속에서 지구엔 강대국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 중에서도 넓은 영토를 오랫동안 통치했던 나라들은 로마, 몽골, 대영제국, 네덜란드, 미국 등일 것이다. 이들 나라들이 오랫동안 강자의 위치에 있을 수 있었던 까닭은 관용과 포용 정책이었을 것이다. 이민족을 피지배층이라고 이류 취급한 것이 아니라 같은 백성으로 대우했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 수업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다. 그런 강대국 역사의 이면을 자세히 파헤친 책을 만났다.

   

 

 

 

 

 

강자의 조건.

EBS 다큐프라임 6부작 <강대국의 비밀>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강자가 되기 위해 치러야했던 무수한 전쟁의 역사, 정책의 세계사, 민족화합의 역사다. 아주 자세한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담은 강대국의 비밀을 밝힌 책이다.

 

표지그림에서 강자의 포스를 느끼게 한다.

 

궁정화가 조지 가우아가 무적함대에 대한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그린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 왼쪽 창문에는 스페인 무적함대가 진군해 오는 모습이 배치되어 있고, 그 앞에는 잉글랜드의 수호성인 St. George Flag 를 단 영국함대가 칼레 앞바다에 있다. 오른쪽 창문에 있는 좌초되는 스페인 함대는 영국이 해상권을 잡았음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책에서)

 

한 번쯤은 봤을 표지 그림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마음에 쏙 든다. 무심코 스친 그림 속에 이렇게 많은 의미를 담았다니. 복식과 헤어스타일에서 강대국의 모습을 과시한다고 생각했는데, 곳곳에 스토리가 담겨 있다. 게다가 지구의 위에 손을 올려놓은 여왕의 자태는 세계가 이 손 안에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야심이 대단한 여왕이다.

 

중국의 G2 등장으로 모두가 관심 있어 하는 것이 있다. ‘중국이 언제 미국보다 우위에 서느냐일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조지프 나이 교수가 중국계 화교인 리콴유 싱가포르 전 수상에게 물었더니 대답은 중궁은 미국을 추월할 수 없는 것이라니....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이 강자의 조건을 갖추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시리아 출신 아버지를 둔 스티브 잡스와 케냐 출신 아버지를 둔 오바마, 헝가리 출신의 조지 소로스가 공존하는 미국은 그 다원성만으로도 전 세계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 ‘들어가는 말중에서

 

로마제국의 비밀은 정복되는 국가에게도 동등한 시민권을 주었다는 점이다.

무수히 많은 전쟁을 치렀던 로마이지만 처음부터 강하거나 늘 이긴 것은 아니었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 장군에겐 늘 패배했던 로마였다. 그런 로마가 강대국이 된 비결은 카르타고와 로마가 벌인 칸나이 전투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기원전 21682일 칸나이 평원에서는 알렉산더 대왕과 명장 한니발의 군사들에게 로마 병사들이 철저하게 두들겨 맞은 날이다. 5만의 로마병사들과 참전한 원로원이나 참정관들이 떼로 죽은 참패였다. 전쟁터에서 원로원의 1/3 정도가 죽었고 로마 성인 남자의 10%가 죽었기에 로마인들은 전의를 상실하거나 회복할 기력조차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니발과 로마 사이에 벌어진 칸나이 전투에서의 한니발의 전술은 스키피오 같은 후대 지휘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들은 한니발을 이기기 위해 한니발의 전략과 전술을 배우며 익혔다. 그리고 14년 후 로마는 한니발과 싸워 천하의 명장을 이기게 된다. 칸나이 전투 후에 살아남은 집정관의 아들이었던 스키피오의 활약으로 말이다.

 

일찍이 문명의 발달을 이룬 페니키아인들이 건설했던 북아프리카 최대의 도시 국가인 카르타고(현재 지명은 튀니스). 카르타고 출신의 세계적인 명장 한니발이었지만 긴 전쟁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한때 항해술과 기술로 서부 지중해를 주름잡고 1차 포에니 전쟁에서 패배한 카르타고는 시칠리아 섬을 상실하면서 경제력과 해상 장악력이 약화되었고, 긴 전쟁의 마지막에 패함으로써 로마에 복속하게 된다.

 

로마의 관용정책 역시 한니발의 전술보다 우위였다. 무수히 많은 로마와의 전투에서 이겼지만 로마동맹국들을 끌어들이진 못했다는 점이다.

로물루스, 에무스 형제가 건설한 초기 로마는 남자들의 국가였다. 사비니의 전쟁에서 로마가 승리하지만 로마 입장에서는 시민이나 군인이 필요했고 무엇보다도 여자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웃의 사비니 여자들을 약탈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도 로마의 관용정책이 빛을 발하게 된다. 사비니 여자들을 약탈한 로마는 사비니 왕에게 1:1 통합을 제안한다. 사비니의 왕과 같이 로마를 통치하고 사비니의 귀족들을 그대로 원로원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한니발과의 전쟁 이후 로마군은 더 이상 패배를 모르는 군대가 되었다. 카르타고와의 전쟁을 통해 북아프리카를 손에 넣었고 곧이어 벌어진 마케도니아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함으로써 동부 지중해에 대한 지배권도 차지하게 된다. 이제야 비로소 지중해는 로마인의 바다가 된 것이다. 더불어 로마도 본격적인 제국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은 결국 로마의 관용이었다. 적극적으로 패배자들에게 시민권을 나누어 주고 그들을 동료로 받아들인 로마의 역사가 위기에 빠진 로마를 구한 것이다. 그리고 이 시민권 개방 노선은 로마가 제국의 길을 걸음에 따라 더욱 확대되어 갔다. 라틴인들과 그리스인에 더해 갈리아인들이 로미 시민이 되고 북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이 원로원 의원이 되었으며, 스페인인들이 로마 황제가 되었다. (책에서)

    

 

당대 최고의 명장 한니발을 둔 해상 국가 카르타고의 패배,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우뚝 선 로마의 다원주의 정책, 승자의 이점을 포기하고 패지를 포용하고 관용한 정책들을 보면 강대국다운 면모를 알 수 있다. 로마에의 귀속으로 스스로 강대국 시민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다니.

건국 초기 사비니 여인들 약탈을 통해서 관용의 힘을 깨친 걸까. 다민족 공동체로서의 로마의 관용에는 대인의 포스가 느껴진다. 패전국들이 이런 로마의 관용에 카리스마를 느끼지 않았을까. 로마의 관용 정책에는 다분히 그들이 지향한 실용주의가 깔려 있다. 이민족에게 시민권을 주는 것, 요즘의 미국과 비슷한 것 같다는데......

 

 

이 책은 강대국의 비결을 다룬 책이다. 로마 이외에도 몽골, 영국, 네덜란드, 미국 등의 강대국의 비밀도 있다. 강대국의 끈기, 자부심, 정책, 전술 등을 역사와 함께 자세하게 서술했기에 새로운 느낌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412쪽에 이르는 방대한 이야기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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