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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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홍의 황금시대/추이칭/자음과모음]사랑과 문학으로 자유롭게 살자간 천재 여류작가, 샤오홍

 

평생을 마음가는대로 질주하며 과감하게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한 것처럼, 샤오홍은 작품도 그러했다. 루쉰의 도움으로 유명해진 그녀는 루쉰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낭만적인 색채가 가득한 그녀의 인생이 루쉰과는 또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혼을 담아 글을 썼다. 고난으로 발버둥치는 여성의 생애를 글로 담아내고, 집단의 황폐해진 영혼을 낱낱이 해부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민족 전체의 정신세계를 구원하는 그녀만의 독특한 방식이었다. (331)

 

역동의 근현대사를 살다간 중국의 천재 여류작가 샤오홍. 영화 황금시대에서 탕웨이의 연기로 환생했던 인물이다. 그녀는 봉건적인 굴레에 맞서 저항해온 신여성이었다.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과 독립적인 삶을 갈구한 페미니즘의 선구자였다. 일생동안 자유로운 사랑, 스스로 원하는 사랑을 갈망했지만, 그 사랑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고 그 사랑의 결말은 씁쓸하기만 했던 여자다.

 

 

 

하지만 다행히 이십대 초반에 만난 문학적 스승인 루쉰의 영향으로 잠재된 문학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루쉰과의 만남은 그녀 일생에서 가장 통하는 만남이 아니었을까. 아버지와 딸 같은 문인의 관계이지만 사상을 이야기하고 문학적 도움을 주던 스승이었으니까. 누구보다도 대화가 잘 통했기에 그녀의 문학인생에서 가장 황금기였으리라. 덕분에 그녀는 31세의 짧은 일생동안 무려 100여 편의 작품을 창작해냈다.

 

샤오홍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샤오홍은 1911년 헤이룽장 성 후란 현의 한 마을에서 지주집안 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어릴 적 이름은 장나이징이었다. 생활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오직 할아버지의 사랑에 의지해서 자랐고, 할아버지로부터 시를 배웠다. 문학을 좋아했던 엄마의 이른 죽음 이후 그녀는 계모의 무관심 속에 성장했다. 그리고 유일한 사랑의 통로였던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녀의 외로움은 더욱 깊어갔다.

 

열세 살의 나이에 부모들 끼리 왕언지아와의 혼사를 결정했지만 그녀는 강압적인 결혼을 피하려고 가출을 시도한다. 사실은 집안과의 의절이었다.

 

우리는 평생 그렇게 남의 말만 들으면서 살 수 없어요. 항상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가야 해요, 우리 세대에서는 불가능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다음 세대, 또 다음 세대는 가능할 수도 있어요. 우리가 세대를 이어 용감하게 일어나 그들에게 저항하기만 한다면 가능할 수 있다고 말이에요. (58)

 

그녀는 스무 살이 안 된 나이였지만 스스로 선택한 사랑이기를 원했던 자유주의자였다. 부모들이 맺어주는 봉건적인 혼사를 마다하고, 술과 담배, 자유와 반항,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어떤 구속도 받지 않는 여자가 되어갔다. 이후 그녀가 스스로 찾은 첫 번째 사랑은 유부남인 루쩐쑨이었다. 하지만 루쩐쑨이 떠난 후 오갈 데 없는 상황에서 만난 두 번째 남자는 그토록 혼사를 거부했던 왕언지아였다. 사람이 싫은 게 아니라 결혼이 싫었고 관습에 순종하기 싫었던 샤오홍은 왕언지아의 진실한 모습에 끌려 동거를 시작한다.

 

결혼에서의 도피가 결국 결혼 상대자였던 왕언지아와의 동거라니. 때로는 신중한 고민 없이 그저 내키는 대로 행동한 그녀는 자신이 운명이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는 게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왕언지아는 임신한 그녀를 두고 떠나게 된다.

그 이후에 샤오홍은 운명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밀린 여관비를 해결하고자 샤오홍이 신문사에 보낸 편지를 보고 찾아온 샤오쥔과의 만남은 우연이자 운명이었다.

샤오쥔은 그녀의 방에 나뒹구는 그림과 글, 그녀의 말투에서 초라한 여인의 반짝이는 영혼과 외모의 훌륭함, 말투의 사랑스러움에 끌리게 된다. 샤오쥔은 샤오홍과의 첫 만남에서 사랑에 빠진 것이다. 서로 성격은 달랐지만 방랑자적인 기질, 자유로운 가치관이 서로 통한 것일까. 샤오쥔을 만나면서 나이징의 어릴 적 이름을 버리고 샤오홍으로 살게 된다. 무엇보다도 신문사에 있었던 샤오쥔의 도움은 샤오홍의 천재적인 문학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그리하여 그녀는 작가로서의 인정을 받기에 이른다.

 

1933년에는 두 사람의 글을 묶은 합본집인 발섭을 출간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남은 이별을 낳는 법인가. 끈끈한 문학 동지였던 두 사람은 사랑과 애증을 반복하게 되면서 결국 헤어지고 만다 6년의  동거기간동안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은 루쉰을 만난 것이다.

 

두 사람은 상하이로 옮겨가 루쉰을 만나면서 문학적 가르침을 받으며, 문인들과의 교류, 작품 활동을 하게 된다. 그렇게 상하이에서의 루쉰 선생님과의 만남은 그녀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지피는 계기가 된다.

 

당시에 루쉰의 도움을 받은 문학청년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그러나 루쉰과 그렇게 가까워지고 루쉰이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을 쓴 사람은 오로지 샤오홍뿐이었다. (288)

 

애정결핍이 심한 샤오홍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늘 애정을 얻으려고 했다. 루쉰과의 만남은 샤오홍의 정신적 안정과 문학적 감수성을 지지해줌으로써 문학 인생의 획을 긋게 된다. 사오홍은 이미 후란 강 이야기를 자비로 출판했다. 루쉰은 사비로 사오홍의 생사의 강을 출판해줄 정도로 샤오홍의 문학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샤오쥔과의 이별 후 샤오홍은 동향 후배인 두안무홍량과 사랑에 빠지면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처음으로 법적인 부부가 된 것이다. 두안무홍량은 때로는 유약해보이고 때로는 자존심이 강한 그녀를 존중하고 인정해 줄줄 알았기에 그런 그에게 빨려든 것이다. 혈기 왕성하고 남성 우월적이었던 샤오쥔에 질렸던 샤오홍에게 두안무의 부드러움은 그녀에게 위안을 준 것이다. 사사건건 트집 잡았던 샤오쥔에 비해 두안무는 그녀의 재능과 문학성을 높이 사며 그녀를 두둔해주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의 애정 결핍이 트라우마였을까. 그녀는 두안무의 문학적 지지에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녀 또한 두안무가 문학계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힘쓰게 된다. 두 사람은 그렇게 배려와 존중으로 이어진 사랑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공습, 전쟁의 위협은 그녀의 안정적인 삶을 망가뜨린다. 충칭, 산시, 홍콩으로의 피난살이는 그녀의 폐병을 심화시키게 되고…….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에 그녀는 의사의 오진으로 수술이 잘못되어 결국 31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녀가 죽기 전에 44일을 함께 친구가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 준 마지막 남자는 동생의 친구인 뤄빈지였다. 뤄빈지는 문학을 꿈꾸는 청년이었기에 샤오홍이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뤄빈지의 지지와 위로는 그녀의 마지막 삶의 햇살이었다. 지나온 날들이 파란만장해서일까 많은 시련으로 늙었다고 생각하는 샤오홍에게 뤄빈지는 늘 예쁘다는 말로 설레는 말을 던져 줄 줄 아는 남자였다. 무엇보다도 문학적인 존경을 담아 토론도 하고 이야기를 나눈 친구이자 제자였다. 바쁜 남편을 대신해 병실을 지켜줌으로써 마지막 인생의 동반자로 남은 남자가 되었다.

 

 

샤오홍은 세심한 관찰력과 섬세한 표현력을 지닌 문인이었다. 사색을 즐기면서도 내면의 반항적 기질을 가진 저항주의자였다. 주관이 뚜렷한 자신의 안식처를 스스로 찾아다닌 방랑자였다. 아름다운 결말은 없었지만 늘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로맨티스트였다. 여성 해방의 희망을 안고 스스로 돌파구가 되고자 했던 페미니스트였다. 가부장적인 제도, 구시대의 폐쇄성과 수동성을 단호히 거부한 자유주의자였다.

 

할아버지의 무한대의 사랑, 남자들과의 애증적인 사랑이 그녀의 작품을 빚지 않았을까. 정에 굶주린 모습, 사랑에 굶주린 모습, 무엇보다 문학적 인정에 굶주린 모습에서 그녀의 허기를 보게 된다. 그녀의 삶을 보며 자유, 사랑, 문학적 열정, 뛰어난 재능, 인정 등 모든 것에 굶주린 그녀를 발견하게 된다. 누구보다 뜨겁게 살았지만 누구보다 슬픈 결말을 맞이한 그녀의 짧은 삶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녀의 작품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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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와 리틀B - 다리가 셋인 개 하치와 희귀병 소년의 감동적인 우정
웬디 홀든 지음, 이윤혜 옮김 / 예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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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와 리틀B/예문]다리가 셋인 개 하치와 희귀병 소년의 감동적인 우정

 

 

노후의 외로움을 달래는 반려견이 있다. 아픈 사람에겐 고통을 이기게 돕는 치유견이 있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동물과 인간의 교감으로 희귀병을 치유하고 있는 이야기를 접할 때면 몹시 놀랍고 신기하다. 말이 통하는 인간과 인간의 교감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 더 친밀하고 끈끈해서다. 다리가 셋인 유기견 하치와 희귀병 소년 오언의 감동적인 우정을 읽으며 그 교감이 놀랍기만 하다.

 

 

하치는 덩치가 크고 비싼 종에 속하는 아나톨리안 셰퍼드 종이다. 하치는 왼쪽 뒷다리가 없고 오른쪽 다리에는 40개가 넘는 쇠못이 박혀 있다. 오언은 자폐증을 지닌 아이, 치료방법조차 없는 희귀병 환자다. 이 둘의 만남이 이뤄지는 과정에는 무슨 드라마 같이 우여곡절이 많다.

 

하치가 오언을 만날 때까지의 일이 너무나 처참하다.

하치는 태어난 지 5개월 만에 머리와 얼굴이 몽둥이에 맞아 머리뼈에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철길에 묶였다. 속수무책인 상태에서 그대로 기차에 치인 하치는 결국 다리 하나와 꼬리 대부분을 잃어버렸다. 다행히도 한 기관사가 철로 위의 동물을 쳤다는 보고를 올림으로써 하치는 극적으로 구조된다. 물론 어린 유기견을 구하기 위해 철도 직원의 선로 탐색이 있었고 발견 직후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에 발빠른 전화를 걸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일시적인 선로 폐쇄를 두 번이나 했기에 하치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하치는 많은 수술을 겪어야 했고 수술 후에도 자주 넘어지고 다쳤다. 그래도 하치는 다가가는 사람들에게 우호적이고 살갑게 대하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수술을 받고 회복되는 과정에서도 점잖고 느긋하게 행동했다.

 

하치는 처음엔 다리가 세 개라고 삼각대라는 별명으로 불리다가 나중에 죽은 주인을 십 년이나 한 곳에서 기다린 일본의 충견 하치에서 이름을 따서 부른 것이다.

많이 회복된 하치는 입양 가정이 생길 때까지 유기 동물을 키운 경험이 많은 로렌과 함께 있기도 하고 수잔에게 입양이 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영국에서는 유기견의 입양 가정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 시키는데 다행히 하치는 입양이 된 것이다.

 

오언 호킨스는 전 세계에 30명 정도인 선천성 희귀병을 앓는 여덟 살이다. 오언은 태어나면서부터 귀가 비틀어져 있었을 뿐 다른 모든 것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하지만 오언은 몇 달이 지나도 또래들처럼 자라지 않게 된다. 그리고 열도 자주 나고, 땀도 많이 흘리고, 기침도 자주 하고, 밤마다 앓는 소리를 내게 된다. 자랄수록 오언이 다른 아이들보다 늦은 발육을 보이며 이상 증세를 눈치 챈 부모는 19개월이 되어서야 전문의를 찾게 된다. 그리고 충격적 소식을 듣게 된다. 점점 몸이 굳어가는 선천성 근무력증에 걸렸기에 근육을 따뜻하게 해야 경련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오랜 진찰 끝에 오언의 병이 슈발츠얌펠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단단해진 근육이 뼈에 영향을 덜 주도록 자주 물리치료를 받고, 다리 근육을 당겨주어야 했기에 보행 보조기를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 모두 12번째 유전자에 결함이 있었기에 생겨난 희귀병은 40억분의 1의 확률이라고 한다.

 

 

어쨌든 오언은 점점 단단해진 근육이 부드럽게 되지 않아서 근육긴장성증세를 보인다. 근육이 줄어들면서 계속 딱딱해져 나중에는 뼈를 압박할 정도로 딱딱해진다. 악수를 했다면 손을 놓지 못해서 계속 잡고 있어야 할 정도다. 근육의 압력 때문에 뼈가 성장하지도 못하고 키도 크지 않는다. 딱딱해진 근육이 갈비뼈를 눌러 심장을 압박하고 얼굴 근육도 딱딱해져서 눈과 입이 찌그러진다.

 

태어나자마자 귀가 틀어졌던 것도 결국 근육이 단단해지는 증상의 시작이었다니..... 뿐만 아니라 시력이 나빠지고 특별한 치과 치료도 필요하고 목소리의 음조도 높아지게 된다.

 

십대 중반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진단과 힘든 치료과정을 겪으면서 결국 오언의 부모는 이혼하게 된다. 다행히 양육권을 가진 아빠의 재혼은 오언에게 힘이 되어 준다. 새엄마 콜린가 개를 키우고 훈련하는 일에 전문가였기 때문에 오언에게 강아지 프로젝트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새엄마 콜린은 강아지를 물색하던 중에 페이스 북으로 하치를 보는 순간 운명임을 느끼게 된다. 입양불가 통보를 받지만 아들의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고 설득해서 결국 하치의 입양에 성공하게 된다.

 

하치가 숙제를 대신 해주는 것도, 저 대신 약을 먹는 것도 아니에요. 물리치료도 제가 받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언제나 하치가 제 곁에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 기운이 솟아요. 저는 하치의 투명한 마음과 꾸밈없는 사랑과 용서를 느꼈어요.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제게 주어진 시간을 즐기는 법을 배웠지요. (174)

 

오언은 하치를 만나고 나서 변하기 시작한다. 얼굴을 숙이던 아이에서 얼굴을 들고 자신감을 보이게 된다. 힘든 치료과정도 꿋꿋하게 잘 견디게 된다. 무엇보다도 하치를 만난 이후 행복하다는 거다.

 

 

오언은 하치와의 만남과 생활을 페이스 북에 올리면서 삶의 기쁨은 배가 된다. 페이스 북에 올린지 8개월 만에 조회수 300만을 돌파하는 스타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A boy and his dog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삶의 의욕을 잃은 아이, 세상과 마주하길 두려워하던 아이에게 세상으로 나가 소리치게 한 힘은 하치의 위로와 격려였다. 하치는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치유견이라고 한다. 어떠한 아픔을 갖고 있어도 거부감 없이 먼저 다가가고 코를 부비며 친밀감을 보이는 하치.

다리가 셋인 유기견 하치와 희귀병 소년 오언의 감동적인 우정과 교감을 보면서 기적을 생각한다. 아픔이 많기에 더욱 잘 통하는 걸까. 대단한 하치, 대단한 오언이다. 오언의 치유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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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자를 만났다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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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자를 만났다/강상구/흐름출판] 다름은 틀림이 아닐세.

 

마흔을 목전에 두고 손자병법에서 전혀 비겁하지 않은 비겁의 철학을 길어 올렸고, 마흔을 넘겨서야 장자를 통해 다름을 인정하는 공존의 철학을 세상에 내놓는다. -속표지에서

 

이야기 거간꾼인 강상구 기자는 보고 들은 이야기를 필요한 사람에게 맛있게 만들어서 늘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기자가 되었고, 옛날이야기를 좋아해서 고전과 역사를 읽고 풀었다고 한다.

 

 

 

 

  

 

장자65천 자로 이뤄진 방대한 저작이다. 해설 없이 번역만 해도 5백 쪽이 넘는다. 이 책은 장자의 한 대목을 뽑아서 출전 편명과 함께 소개하고 필요한 설명을 곁들였다.

장자의 설명의 도구로는 그리스 로마 고전들을 주로 활용했다. 소크라테스이래 그리스 철학의 전통과 스토아학파를 비롯한 로마 철학은 장자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 ‘일러두기에서

 

노장사상에서 만난 노자와 장자를 무위자연이나 외치며 신선노름이나 하는 한량으로 여긴 적도 있다. 세월이 흘러 여유로운 삶, 행복한 삶을 생각하며 노자와 장자에 끌리고 있다.

 

사기를 쓴 사마천이 장자와 노자를 한 데 묶어서 무위자연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노자의 무위는 무지몽매한 백성을 다스리는 지배의 기술이고, 장자의 무위는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기술이다. 이들의 무위란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의 본성을 되찾자는 무위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 자연의 본성대로 살자는 말이다. 그래서 각자 자연의 본성을 지키며 다 함께 잘 살자는 것이다. 그러니 장자는 공자의 이분법을 거부한다고 한다. 장자는 다름은 틀림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값비싼 보석을 던져 천길 위의 새를 잡으려 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비웃을 것이다. 소중한 것을 써서 보잘 것 없는 것을 구하는 탓이다. - 양왕(27~28)

 

눈앞에 닥친 일이 급하다고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없다면 전후좌우를 살피지 않고 일을 처리한다면, 우선 급한 불부터 끄자며 엄청난 손해를 감수한다면, 그런 바보짓에 대한 경종이다. 헛똑똑이 같이 행동하고 늘 속상해 한다.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 난 후 늘 땅을 치고 후회한다. 뇌의 삽질로 인해 늘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지 않음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이기에 곱씹게 되는 구절이다.

 

백이·숙제는 남들이 하라는 일 하고, 남들이 하는 일 따라 했을 뿐, 자기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다. - 대종사(33)

    

백이와 숙제는 지조를 지키기 위해 고사리만 먹다 죽은 인물로 알고 있다. 공자의 가치관을 따라 배운 탓이다. 백이·숙제에 대해서 공자는 본받아야 할 사람으로 칭송하고 있고, 장자는 본받지 말아야 할 인물로 다루고 있다.

 

백이·숙제의 상황을 보자

백이·숙제는 고죽국의 왕자로 서로 왕위를 양보하다가 고죽국을 떠나 유랑한다. 주 무왕이 쿠데타를 일으켜 은 주왕을 몰아내는 것을 목도한 이들은 신하가 군주를 죽이는 것이 옳지 않다며 따지다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강태공이 말린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 두 사람은 주나라 백성이 되는 것이 부끄러워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만 먹다가 굶어 죽는다.

 

일단 서로 왕의 자리를 양보하며 조국을 떠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로 협력해서 잘 사는 나라를 만들 수는 없었던 걸까. 주나라 백성 되기가 부끄럽다며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만 먹고 사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 나은 나라를 위한 고민과 행동을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이들이 굶어 죽으면서 지키려는 가치보다 더 머진 가치를 찾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수상록을 쓴 몽테뉴는 다른 사람들의 평판에 매달릴 시간에 자신의 본성을 좀 더 들여다보라고 충고했다. “아는 것은 그대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대를 보지 못한다. 그들은 불확실한 추측으로 그대를 짐작한다. 그들은 그대의 기교를 보는 만큼 그대의 본성을 보지 못한다. 그들의 판결에 매이지 마라. 그대 자신의 판결에 매여라. (34~35)

 

 

남의 눈을 의식해서 살다보면 뱁새가 가랑이 찢어지는 꼴이 날 것이다. 우선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을 살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매사에 자기 속도대로, 자기 분수에 맞춰,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일이다.

 

살아가는 것에 대해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장자, 특히 우리가 배운 공자의 생각에 비수를 꽂기도 하는 장자다. 어렵다고 느낀 장자에 대한 책을 쉽게 풀어 놓았기에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이젠 먼저 사둔 또 다른 장자의 책도 읽어봐야겠다. 수북이 덮인 먼지부터 털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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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2014-12-2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수북이 쌓인 먼지 털고 다른 장자도 한번 보시구요.
이 책하고 비교도 한번 해주세요.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강상구
 
재미있는 법률여행 2 - 민법: 가족법 재미있는 법률여행 시리즈 2
한기찬 지음 / 김영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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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법률여행 2 민법 가족법/한기찬/김영사] 가족법 상식, 재밌고 유익해…….

 

법망. 세상은 온갖 규칙과 법으로 촘촘히 얽혀 있다. 모르긴 해도 우린 법 세계 속에 갇혀 있다. 법망에 걸리기만 하면 혼쭐이 난다. 그러니 법을 알고 나면 조금은 편할지도 모른다. 법을 알고 나면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 적어도 몰라서 당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학창시절에 들은 적도 있는 민법인데, 세월은 망각을 선물했나보다. 까마득한 전설 같은 책이다. 평소에 법률하고 친하지 않기에 무심했던 법이다. 교통법규만 잘 지키고, 남한테 손해 끼치지 않고, 고지서 나오는 대로 척척 잘 내면 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던 법이지만 그래도 알고 나면 좀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않을까.

 

 

 

 

 

재미있는 법률여행은 이전에 나온 책을 개정한 것이다.

2005331일 가족법이 개정되면서 호주제도와 호주승계가 폐지되었고, 201137일 가족법의 개정으로 행위 무능력자(미성년자, 금치산자, 한정 치산자 등)를 위한 친족회 제도가 폐지되었기에 법률 개정에 발맞춰 전면 새판을 짠 경우도 있다.

 

재미있는 법률여행2편은 민법 중에서도 가족법이다.

민법은 우리나라 최대의 법률이다. 총칙, 물권, 채권, 친족, 상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두 1118개조의 법 조항이 들어 있다. 이 중에서 가족법은 제4편 친족과 제5편 상속을 함께 부르는 말이다. 약혼, 결혼, 친자, 양자, 친족, 상속 등 사람의 신분관계를 규율하는 법 조항들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는 민법의 가족법 중에서 기본적인 개념이나 제도 중 중요한 것 120여개를 선정했고, 각각의 실제 사례를 각색해서 제시했으며, 문답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 상상력과 상식을 총동원해서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는 재미가 있다.

 

약혼에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약혼이야기가 흥미롭다. 누구나 다 아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엔 미성년자의 약혼과 결혼의 법률문제를 다룰 때 늘 떠오르는 사례다.

이탈리아 베로나의 명문 몬테규가의 로미오와 캐풀렛가의 줄리엣은 무도회에서 만나 첫눈에 반해 사랑을 하고 약혼을 한다. 하지만 두 집안은 앙숙이고 적대적인 관계다.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두 집안의 반대로 죽음으로 비극을 맞는다. 그렇다면 16세였던 이들의 약혼은 법적 효력이 있을까? 유효일까? 아니면 무효일까?

 

우리민법은 성년에 달한 자는 자유로이 약혼할 수 있다고 하고 있고(800), 18세가 된 사람은 부모의 동의를 얻어 약혼할 수 있다(801). 줄리엣과 로미오는 만 16세에 불과하므로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약혼할 수 있다. (28)

 

직장 상사인 박 과장은 부인과 별거 중일 때 여사원 동정녀를 만났다. 그러다가 애정관계로 발전했고 동거까지 하게 되었다. 본부인과 이혼하는 대로 혼인하겠다더니, 본부인의 이혼반대로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나고 말았다. 이럴 때 동정녀에게 법적인 권리가 있는가? 어떤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

 

배우자가 있는 사람의 약혼은 당연히 무효다. 즉 약혼으로서의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810). (34)

 

만약 장기간의 별거로 사실상 이혼 상태라면, 본부인과 이혼하고 혼인하겠다는 약속이 진실이라면 약혼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고 한다. 너무 애매모호한 말이다.

 

유부남이 본처와 이혼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약혼은 반사회적 행위라고 보고, 약혼 불이행을 이유로 하는 위자료 청구를 기각한 사례가 있다(1965, 서울가전법원)(34)

 

다만 유부남이 독신이라고 속이거나 이혼했다고 속였다면 이를 모르고 진실이라고 믿었던 상대방의 보호를 위해 불법 행위로 인한 위자료 청구는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유명 외국인의 스캔들과 비슷해 보인다. 애초에 유부남의 그런 약속을 믿으면 안 되겠지. 유부남임을 밝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명심할 것은 약혼 전에 건강 진단서, 가족관계등록부에 관한 증명서를 반드시 교환하는 것이 중요하겠지.

 

책 속에 나오는 120가지 사례들이 흥미롭다.

책에서는 법적으로 영혼 결혼은 유효한가? 국제결혼의 경우 혼인 신고는 어디에? 혼외자 출생인 아이는 누구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입적되나? 미혼녀는 양자를 들일 수 있는가? 무자식인 부부가 양자를 들였다. 이 아이를 양자가 아니라, 자신들이 낳은 친자로 할 수 있는가? 상속 시 법정상속분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홍길동처럼 서자인 경우에도 상속분이 있는가? 홀어머니의 외아들인 남편이 결혼 후 6개월 만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홀어머니와 며느리의 상속분은 어떻게 되는가? 처자식 없던 김삿갓이 객지에서 사망을 했다. 고향에는 그의 10촌 동생쯤 되는 사람이 그의 재산인 땅을 경작하고 있다. 그의 재산은 어떻게 되는가? 등 실제 사례들을 담았다.

 

 

참고로 민법 이외에 가족에 대한 법률은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 혼인신고특례법, 국적법, 국제사법, 보호시설에 있는 미성년자의 후견 직무에 관한 법, 입양특례법, 주민등록법, 아동복지법, 소년법, 부재신고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이 있다고 한다.

 

어려운 법을 쉽게 설명하고 있고 사례도 있기에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상담이지만 모든 내용을 담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에 대한 접근을 흥미진진하게 유도하기에 읽는 재미가 있다. 알고 나면 유익해지는 법 사례집이다. 재미있는 법률여행,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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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1start 2014-12-06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사서 읽고싶네요..

봄덕 2014-12-06 22:57   좋아요 0 | URL
소소한 법률적 상식을 채워주는 책이에요.~~
 
사랑,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 그와 그녀의 러브 엑츄어리
홍지민 지음 / 책과나무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사랑,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기/홍지민/책과나무]

 

언젠가 존 그레이의 화성 남자 금성 여자가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남녀 간의 차이에 따른 부부갈등 사례를 담은 책이다. 태양을 기준으로 지구 안쪽에 있는 금성, 지구 바깥쪽에 있는 화성의 거리만큼이나 남자와 여자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지구 위에 살지만 불시착한 전혀 다른 외계 행성의 종족이라는 말이다.

 

   

사랑,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이 책에서는 그 남자의 시와 그 여자의 시가 서로 대조를 이루며 교대로 적혀 있다. 같은 주제나 상황에 대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남자와 여자의 시다.

 

고백편이 재미있다.

사랑고백인지, 청혼인지를 하기 위해 남자는 분위기 좋은 고급 레스토랑에 여자를 데려간다.

하지만 여자는 맛은 좋지만 비싼 레스토랑이기에 그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서 가까운 분식집으로 데려 간다. 그리고 라면과 김밥을 먹으면서도 맛있다며 리액션을 한다. 그리곤 스스로를 위로한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중요한 거라고.

 

그가 말했던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 그 여자 (31)

 

하지만 남자는 중요한 고백을 위해 일부러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았다. 여자가 분식을 원한다니 여자를 따라 분식집으로 가게 되고 결국 고백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에효~ 그러게 힌트를 좀 주지. 고백을 준비하던 설레던 심장이 그새 차가워진 건 아니겠지.

 

순간 준비해 온 것들이 하얗게 변하고 말았어요.

내 고백을 듣고 집에서 읽으라고 준비한 편지도 있는데

 

분식을 먹으면서 좋아한다고 고백할 순 없잖아요.

처음 본 그때부터 좋아했었단 편지를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면서 어떻게 건네줘요.

 

맛있다며 환하게 웃는 그녀를 보며

그냥 아득해져 가고 있어요.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할까요? - 그 남자 (33)

 

분위기 있는 장소가 분명 멋져 보이고 낭만적이지만 장소가 문제일까? 현실을 직시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지갑 형편을 생각하지 않고 분위기 잡는 여자보다는 나은데, . 결혼하고 나면 그 모든 게 부채인 사람도 있다던데......

 

 

지나치게 폼 잡고 싶은 남자, 현실적인 생각이 앞서는 여자, 달라도 많이 다르다. 남자는 논리에 강하고 여자는 감성에 강하다고 했던가. 남자는 행동이 앞서고 여자는 말이 앞선다고 했던가.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시로 표현한 책이다. 재미있는 책이다.

 

 

** 수익금의 일부가 소년소녀 가장 돕기에 쓰인다는 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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